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8
박남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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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시인의 시집은 처음이다. 하지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고나서인지 그의 이름과 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그의 전화녹음멘트는 유명하여 다른 책에서도 몇 번 언급이 되었다. 그때마다 그의 시집을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번 시집과 처음만나게 되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으며 그가 등장하는 곳곳마다 그의 이야기에 반하게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지리산에서 자연과 벗하며 욕심없이 살면서 버들치를 키우고 있어 '버들치 시인' 으로 알려진 그가 낙오된(?) 동네사람들과 함께 만든 '동네밴드' 에서 그가 여러가지 악기를 가지고 오디션에 참가를 했지만 결국에는 '하모니카' 로 동네밴드에 한자리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등등 너무 웃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에 반하고 '지리산 행복학교'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던 이 시집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이 시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시집치고는 겉표지가 사뭇 밋밋하다. 옅은 귤색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을 의미하는 색인지. 유자차 색일까. 하며 시집을 처음 받아들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가 사는 집의 황토빛에 가까운 색일지도 모른다는,자연의 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를 펼쳐 들었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은 지난 봄에 지리산을 여행하며 지나치기도 한 곳 같기도 하고 어필 본듯도 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알았다면 들러서 잔치국수 한그릇에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알이 통통하게 박힌 칡즙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는 것인데 하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음 지리산 여행때는 놓치지 말고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에 들러 꼭 잔치국수를 한그릇 먹고 가리라. 

시인은 그곳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은 한편의 시로 승화시켰다. 아무것도 없이 낡은 트럭 한 대를 개조하여 자리를 잡고 잔치국수도 팔고 어느정도 빚도 갚아 나가다보니 아내가 암이란 큰 병에 걸리고 남편은 지극정성으로 그저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것들을 캐다가 달여 먹였는데 남편의 정성덕분인지 아내가 병이 나았단다. 그렇게 아내는 남편의 간이 휴게실 옆에  '반짝이 옷가게' 를 차리고 새 삶을 열었다. 그 이야기가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동에서 구례 사이 어진 강물 휘도는 길/ 비바람 눈보라 치면 공치는 날이다/ 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 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재첩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와/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전망 좋고 목 괜찮아 오가는 사람들 주머니가/ 표 나지 않고 기분 좋게 가벼워지는 동안/ 눈덩이 같던 빚도 갚고 그럭저럭 풀칠도 하는데 빌어먹을/ 그 아저씨의 그 여자는 암에 덜컥 발목을 잡혔다// 소원이 있었댄다 꿈 말이지 웃지 말아요 정말이라고요/ 반짝이는 옷을 입고 밤무대에 서는 가수/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깊이 모자를 눌러쓴 그여자는/ 아저씨를 졸라 간이 휴게소 아래/ 얼기설기 비닐하우스를 지었다/......'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 가게' 라는 시는 정말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그들의 삶을 전부 담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시는 형식이 아니라 '진솔함' 진실을 담아 내는 것이라는 것처럼 담백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이렇듯 그의 시집은 1부와 2부에 실린 시들은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살면서 자연과 벗하고 자연과 동화되어 넉넉하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은 넉넉한 그의 삶과 이웃들의 이야기 혹은 동시같은 아름다운 자연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봄 편지' 라는 시인데 너무 좋다. 연둣빛 고운 봄이 아장아장 걸어 나온듯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만큼 그는 지리산 생활에 젖어 들고 있다는 것일테다. 또 한편의 동시같은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자면 '언 개울물 풀려 흐르자/ 앞산과 뒷산 우르르 겨우내 묵은 때를 씻겠다고/ 달려와 얼굴 비춰보려는데/ 어랏 혼자 다 차지하고 아예 몸을 담그고 있는/ 저 젓- 쬐그만 녀석/ 퐁당 톡 도토리 한 알// '독탕' 이라는 시인데 동시같으면서도 너무 곱고 순수하고 아름답다.도시에서 세속의 때가 묻었다면 이런 시가 나왔을까.지리산은 시인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도토리처럼 여물게 했다. 너무 이쁘고 아름답고 순수한 시들이 많다. '....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차를 덖다가 그랬다/ 한 잎 찻잎이 온전히 솥에 던져져/ 초록의 향기로움 세상에 전하듯이/ 사람의 삶도 상처를 통해서야/ 비로소 깊어지는가/ 남김없이 수분을 빼앗기고 바짝 뼈마디 뒤틀린 것들이/ 찻물에 띄워지며 새록새록거리는 아기 숨소리/..... / '어린 찻잎' 이라는 시인데 어린 찻잎을 덖으며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시인의 탄식처럼 들린 한마디가 내 가슴을 붙잡는다. 우리는 향기를 고통없이 돈으로 사려고, 아니 손 쉽게 얻거나 드러내려고 하면서 산다. 하지만 어린 찻잎마져 고통을 견디고 난 후에 향기가 더 그윽함을 시인은 맑은 시로 여실히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3부의 시들은 그가 자연가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국토순례를 하면서 오체투지를 하며 지키려 했던 그의 의지가 녹아 있는 '참여시' 들이 또한 발길을 잡는다. 이 이야기 또한 '지리산 행복학교' 에서도 잠깐씩 언급되었지만 그와 다른 스님들과의 오체투지는 유명하다. 그가 그토록 몸으로 지키려했던 자연과 환경, 미물들에 대한 사랑과 작은것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한 높은 곳에 앉아 큰소리만 치는 이들에게 그는 피를 토하듯 아름다운 우리 자연에 대하여 줄줄이 풀어낸다. 그가 이 시집 전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시들을 썼다고 하는데 난 이 시집이 참 맘에 든다. 아름다운 지리산과 섬진강과 그 속에서 함께 하는 자연과 사람들이 모두 그의 시의 주인이 되고 우리 국토와 자연이 시인의 눈과 마음에서 새롭게 탄생되어 비록 '밥벌이' 에 큰 득은 되지 못하지만 누군가 지키려는 큰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참 좋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우고 더불어 사는 것' 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하여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집을 언제곤 내 마음이 혼탁해질때 한번씩 꺼내어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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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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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어떤 것으로 할까,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무엇이 될지 우린 모른다. 아직 마지막 그 순간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마지막 식사를 위하여, 좀더 편안하고 아름다운 ’맛의 기억’ 에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요리사 루프레히트의 이야기와 호스피스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작년 아버지를 보내 드리며 아버지가 마지막 식사로 하신 흰죽을 발인을 끝내고 돌아와서 엄마 몰래 얼른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것을 보시고 우실까봐 버리며 실은 내가 울었다. 폐암판정을 받으시고 지난 여름에도 일주일을 나와 함께 병원에 계셨던 아버지, 그리고 올 추석명절 후에도 나와 함께 일주일을 했다.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이 될 듯 하여 날마다 엄마와 함께 먹을 밥을 해서 병원으로 날랐던 난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가 심심하실까봐 군것질 거리도 함께 사다 드리곤 했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는 과자라고는 잘 드시지 않으셨는데 정말 아프시고 입맛이 바뀌신 것인지 과자를 너무도 잘 드셨다. 맛있다며 새우깡 한봉지를 혼자서 다 드시기도 하셨지만 다른 과자도 물로 잘 드셨다. 그 아픈 기억에 좀더 잘해드리지 못함이 이 글을 읽으며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신이 큰 병에 걸려 마지막을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울아버지 또한 당신이 마지막이 되는 것을 무척이나 두렵고 무서워 하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편안하게 받아 들인듯 하셨는데 아버지의 상황을 보아서인지 그들의 호스피스에서 함께 한 이들의 맘을 이해할 듯 했다. 환자도 물론 두렵고 불안하지만 옆에서 함께 하는 가족 또한 그 맘은 똑같다. 어찌보면 다른 사고로 인하여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보다 선택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고통이란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 고통을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스스로 자신의 생명줄을 놓기 보다는 어쩌면 반대로 ’살고 싶다’ 는 욕망으로 변한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지? 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에요. 정말로 진심에서 하는 말이에요. 적절한 질문은 ’나라고 그런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 있어?’ 하는 것이죠’ 구드룬 피셔의 말처럼 죽음에 이르는 병에 나를 포함한 누구나 걸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다른 이보다 편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타나는 듯 하다. 

큰 병에 걸리고 나면 음식이 ’맛’ 조차 잃어버린다. 볼때마다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밥을 도통 잘 못 드시던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우린 무엇이든 아버지의 입맛을 돌려 놓기 위하여,아니 병을 좀더 지체시키기 위하여 병에 좋다는 것들을 아버지가 드시게 했다. 그렇게 한 덕분인지 얼마간 정말 잘 드셨다. 당신도 많이 나아진다고 생각하셨고 주위분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먹는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먹을 수 있는 한, 숨을 쉬고 자신을 느낄 수 있죠. 먹는 것은 우리 실존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예요. 그것은 이 호스피스에서 빠르고 놀랍게 작동해요.’ 음식을 먹지 못하면 그 냄새만으로도 흡족해 하며 추억에 젖고 좀더 여유로워졌던 사람들. ’나는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들고자 했어요. 하지만 손님들은 평소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했어요. 그것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돼지고기 안심이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걸 요리하는게 나았어요.’ 병에 좋고 몸에 좋은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고자 했던 루프레히트,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지금의 한 끼 식사가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어요. 이 음식을 다시 맛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 음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요.’ 이승에서 마지막 식사게 늘 될 수도 있기에 음료하나에도 잼 하나에도 그들이 집에서 먹었던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늘 노력했던 요리사, 그가 환자들과 그토록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식당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마 처음부터 호스피스에서 요리사로 근무를 했다면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요리사로 기억되는 요리사로 그들의 마음을 읽는 요리사가 될 수 있었을까.

음식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냄새도 그 음식과 함께 했던 추억도 사람도 중요함을 그는 환자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과거에 음식을 함께 하며 나누었던 추억이며 모든 것들을 기억해주고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해 주어 한끼의 식사라도 편안하게, 아니 한숟갈이라도 편안하게 먹게 해 주었던 그야말로 환자들에겐 ’천사’ 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한숟갈이라도 한모금이라도 생에 도움이 되게 더 먹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몸에서 거부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강제적으로 좀더 먹기를 권유하는데 나 또한 아버지에게 그랬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후회되기도 한다. 좀더 편안하게 드시거나 좋아하는 것을 해드리지 못함이 글 구석구석에서 아쉬움으로 눈물짓게 만든다. 

’당신은 오늘 내게 크나큰 선물을 해줬어요.’
맛있는 음식으로 때론 음식이 아니면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음악으로 선물을 해 주었던 그가 환자들에게 받는 찬사는 늘 가슴 뭉클하게 한다. 처음엔 환자를 안아도 될까 하고 망설였던 그가 서슴없이 그들을 안아주고 그들의 마음을 읽으며 그들 곁에서 손과 발이 되듯 맛있는 음식으로 마음을 녹여 주었다는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신선한 재료를 구하고 그들이 과거에 먹었던 것과 비슷한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무던히 애썼던 그,’나는 집에서 만든 잼을 먹고 자랐어요. 어릴 적 늦은 여름에 숲을 누비며 열매를 모았죠. 산딸기, 검은 딸기, 블루베리..... 쉽진 않았어요. 손에 가시가 찔렸죠. 그렇게 수확한 열매를 가지고 집에 들아올 때면 얼마나 뿌듯하던지, 뒤돌아 보니 고생도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자신의 추억에 비추어 환자 또한 똑같은 과거의 음식을 좋아할 것이라 믿었던 그의 믿음만큼 신선한 잼과 음식들은 그의 마음까지 녹여 주었다. 자신에게 온 크나큰 병을 받아 들이지 못하던 사람들이 점점 루프레히트의 요리에 마음을 열고 죽음을 받아 들이지는 자세가 좀더 여유롭게 편안해졌다는 것이 그런 선택을 받은 이들 또한 행운이 아니었나 한다. 환자를 옆에서 간호하다보면 간호하는 이들이 먼저 지치게 되는데 늘 같은 마음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냈던 요리사 루프레히트,그가 존경스럽다. 그와 환자들이 하나로 조화롭게 어울려 가는 이야기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갔던 이들이 그의 맛있는 음식으로 혹은 음식냄새로 인하여 자신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마지막을 받아 들이며 좀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는 정말 가슴이 아리다. 다른 이야기보다 ’죽음’ 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경건하고 가슴 뭉클하게 읽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경험했기에 더 가깝게 받아 들였던 이야기들, 읽는 동안 아버지가 생각나 머리가 무겁고 너무 울어 눈꺼풀이 무거웠다. 먼저 가신 모든 영혼들이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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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고 싶은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표지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소장해 놓으면 보기도 좋은 <열린책들> 세계문학.. 

올해 읽고 싶은 책들이다. 

세계문학은 어느 출판사가 구미가 가는 책들인데 

열린책들은 특히나 표지가 더 이뻐 모으고 싶다.  

서점 이벤트로 받은 도스트예프스키의 <미성년1,2>가 있고 

<천로역정>과 <밤으로의 긴 여로> <어느 작가의 오후>를 구매를 하였다.  

그외 책들에도 관심을 가져봐야 할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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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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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지며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곳이 지리산이다. 요즘은 지리산 둘레길로 한차례 몸살을 앓고 좀더 세상과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사상의 흑과 백이 갈렸던 곳이기도 하며 그곳에서 산다는 것은 현대문명화된 생활에 길들여지고 타의에 의해 길들여진 것에서 벗어나 자생력이 강한 자연친화력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욕심' 을 버려야 비로소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곳인듯 하다. 다른 산들도 그렇지만 어느 계절에 그곳에 가도 정말 어머니의 품처럼 넓고 포용력이 강해 늘 그곳에 안기고 싶게 만드는 곳이 또한 지리산이다. 그곳에 벚꽃이 만개하고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다고 하면 몸살을 앓듯 싱숭생숭하여 한 차례 하얗게 벚꽃으로 피어난 섬진강변을 달려야만 몸살이 가라앉듯 하는 지리산 소식은 그렇게 지난 봄에 그곳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하얗게 피어난 매화는 섬진강에 분분이 떨어져 지고 몽실몽실 피어난 하얀 벚꽃들 사이로 가슴을 열어 제치고 맘껏 달려 노란 산수유까지 담았던 가슴에 노고단의 안개까지 품고 오게 만들었다. 그 정상에서의 시원함이란 정말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한그루 나무가 된다 하여도 서럽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았던 나날이었다.

그런 곳에 꽁지 작가의 친구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욕심이란 욕심은 모두 비워낸 그들,버들치 시인과 낙시인과 그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와 최도사등 문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들만의 여유와 행복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진 지리산인생스토리가 공작가의 입담에 고스란히 녹아나 녹차처럼 맑께 우려나고 섬진강 민물매운탕처럼 칼칼하고 맛깔스럽게 담겨져 있으니 때론 웃으면서 때론 '아하~' 공감을 날리면서 재밌고 칼칼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다 그렇듯 '그들만의 세상' 이 담겨지긴 했지만 인간사가 별거 아니라는 듯 그속에서 들여다보면 희로애락 모두가 지리산 골까기를 흘러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처럼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을 읽기전에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을 읽어서일까 두 책을 나도 모르게 맘속에서 비교하게 되었다. 수도원기행은 십여년전에 쓰여진 책으로 유럽의 폐쇄된 수도원을 기행하고 쓴 이야기라 조금은 살짝 무언가로 덮여 있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이 '열려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음담패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 우리네 속까지 모두 드러내 놓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오히려 더 작가와 그의 친구들인 그들만의 세상사가 더 인간적이고 칼칼하지 않았나싶다. 

산다는 것 별거 아니란 듯, 연세 50만원에 지리산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맘끽하며 사는 그들만의 낙척전인 여유는 우리가 돈주고도 못사는 별천지 다방의 달달한 꿀피의 맛처럼 달디 달게 가슴에 들어와 별이 되어 박힌다. '내가 왜 시를 못 쓰는 줄 아니? 내 시의 바탕이 슬픔인데 여기 지리산에 온 이후로 그게 자꾸 없어져. 그래서 시가 안 되는 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럼 기쁜 이야기를 써라.행복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기쁘고 행복한데 어떤 놈이 시를 쓰겠냐고.' 맞는 말이다. 기쁘고 행복한데 누가 시를 쓰고 누가 시를 읽겠는가. 나부터 시라고 하는 글을 쓸때는 내 마음 한구석이 '슬픔' 으로 가득차 있을 때 더 잘 써지고 더 좋은 표현들이 나왔다. 내가 기쁠때는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것 같다. 돈이 없어도 행복하고 기쁜데 어찌 좋은 시가 써지랴. 버시인의 말처럼 슬프고 내 한구석이 비었다고 생각될 때 시도 나오고 좀더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이 혼자 외로움을 삭이며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점점 하나가 여럿이 되어 가고 있다. 지리산은 그들을 모두 하나로 품어 가고 있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끼리 없는 사람끼리 서로 의지를 하며 외롭지 않고 많은 것을 가진사람들로 거듭난 것이다.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사는 사람들 이야기는 어느 누구의 이야기라도 이상향의 이야기처럼 섬진강 물 위에 떨어진 매화꽃잎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졸졸 작가가 풀어내는 글솜씨 말솜씨도 한 몫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네로서는 간단하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큰 결심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삶이기에 더욱 값지게 들린다. 그들의 삶은 시인의 눈에 비치면 그대로 삶이 시가 되고 사진작가의 눈에 비치면 한 폭의 사진이 되고 자연 또한 음식이 되어 재탄생 된다. 한 낱 지리산의 일개 돌덩이처럼 굴러 다니던 그들이 뭉친 '섬진강 동네밴드' 이야기와 '지리산 학교' 에 대한 이야기 또한 재밌다. 시를 창작하는 것보다 서로 즐겨는 시간이 더 많은 그들에게선 진정한 삶의 글이 나올 듯하다. 다재다능하게 여러 악기를 다루는 버시인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모두가 모여 하나가 되어 새로운 '하모니' 가 되어 지리산을 더 뜻 깊게 알릴 수 있음이 좋은 듯 하다. 그저 삶이 유희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이상향이 아닐까.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은 지리산이 품은 알토란 같은 그런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도 그곳 '지리산'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이 아니고 다른 곳이었다면 그곳엣 하나의 소리가 되어 흘러 내릴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을 품어주고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곳이 바로 지리산인듯 하다.

'이곳에 온 지 10년, 무엇이 변했는지 한번 돌아보았죠..... 시간,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에요. 이제 제일 큰 변화더라고요. 조각을 하고 싶으면 하고, 팥빙수를 팔고 싶으면 팔고 가게를 닥고 몇개월씩 순례를 떠나고 싶으면 떠나죠. 지리산은 참 이상해요. 누가 와도 어울려요. 조선백자처럼요. 조선백자는 베르사유 콘솔에 올려 놓아도 시골집 뒤주에 놔둬도 어울리잖아요. 중국의 자기도 일본의 도자들도 그렇지는 못하죠. 지리산은 백자처럼 누구라도 품는 그런 산인 것 같아요.'

어떤 이가 무슨 이유로 그곳에 왔던 그의 과거를 들추지 않고 그곳에 한자리를 내어 주고 뿌리를 내리고 살게 만들어 주며 품어 주는 곳이 지리산인듯 하다. 위 글에서 얼마나 잘 표현해 놓았는지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곳에 나 또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어지게 만든다. 지난 봄에 그곳에 여행을 가서는 우리도 언젠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살자 라는 막연한 말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곳에 가면 누구라도 반하게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품처럼 보듬어 주고 그 속에서 사는 이들끼리 모두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가며 살게 되니 그곳에서 피어난 매화꽃처럼 혹은 하얗게 몽실몽실 피어난 십리벚꽃과 같은 이야기들의 뒷세상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50만원만 있으면 될 거야. 그러면 1년치 집세를 내서 집을 얻고 그리고 젓가락이 있으면 돼...... 술자리의 시작은 성서구절처럼 이약하다. '안주 고르시죠. 여기 메뉴 있습니다.' 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끝은 창대해서 이제 주인도 취하고 객도 취하고 안주는 계산도 없이 넘치고 기타는 울리고 노랫소리는 드높아 밤을 지새우게 된다. 나는 그 모퉁이에 앉아 누군가 해 놓은 낙서를 읽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 결코 도시에서는 얻지 못하는 것들이 그곳엔 있다. 지리산에. 지리산 그곳에서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세상사 욕심이란 욕심은 다 지나는 바람에 버리듯 자신을 비워 버리고 지리산행복학교에 한자리 내어 정착하고 싶게 만드는 꾸미지 않은 여유와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듯한 이야기에 가슴이 훈훈하다. 욕심은 끝이 없지만 그 욕심을 버리면 행복은 그냥 따라오는 원 플러스 원 제품처럼 '지리산 행복학교' 에 녹아 있다. 나이가 좀더 든다면 나도 전원생활을 해 볼까 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겉으로 들어나는 부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누구보다 마음은 부자인 것이 새삼 부러우면서도 스멀스멀 가슴에 밀물처럼 밀려든다. 누군가의 삶을 살짝 엿보면서 이런 행복을 맛본다는 것은 내 삶이 더 향기로워질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다시금 그곳을 찾는다면 길가다가 잔치국수 한 대접 혹은 칡즙 한 컵 행복하게 마셔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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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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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연세로 어머니의 적적함은 끝이 났다. 그래 가을 이후로 어머니의 정신은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 첫 줄에서 눈물이 왈칵, 지난달에 우리곁을 떠나가신 아버지의 마지막이 생각나 한 줄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다. 울아버지는 칠십칠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폐암 판정을 작년에 받으시고 정말 건강하게 농사일을 모두 마치시고는 거짓말처럼 편안하게 주무시다 이승의 손을 놓아버리셨다. 막된말로 가족에게 똥오줌 한 번 받아내게 하지 않시고 그렇다고 치매기 또한 없으시게 정말 말끔한 모습으로 전날까지 움직이시고 이야기 하시고 드실것 다 드신후에 주무시는 동안 그렇게 영원한 잠에 빠지시고 말았다. 그래서였을까 첫 줄이 날 울렸다. 여든의 연세로 러셀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으시다 가셨나보다. 

강인한 여전사 같았던 러셀의 어머니, 교사시절에 차가 고장나 차를 수리하면서 술병을 가지고 있던 그를 고쳐보겠다고 곁에 다가갔던 것이 그만 그와 인연을 맺게 되고 남편의 짧은 생으로 인해 대공황시절에 아이들과 구호품으로 타며 어렵게 살아야만 했던 여인. 러셀의 아버지는 그가 네살에 돌아가셨다. 러셀의 아버지가 결혼승낙을 받기 위하여 어머니를 데리고 할머니에게 간 날, 두 여인은 강하게 부딪혔다. 할머니도 강한 여인이었지만 어머니 또한 할머니만큼 강했던 것이다. 서로를 받아 들일 수 없었기에 그들은 할머니의 힘이 닿지 않은 곳에서 살 듯 가까운 곳에서 떨어져 살았지만 손자를 무척 이뻐하셨던 할머니,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빚만 남기듯 가난을 남겨 놓고 가셨다. 할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듯 외삼촌을 찾아가 더부살이를 하게 된 러셀의 가족, 어쩔 수 없이 막내 여동생은 자식이 없는 집에 주고 돌아서야만 했다.

모두가 다 힘든 대공황시절이었기에 어머니는 러셀에게 여덟 살 때부터 밥벌이로 신문을 팔게 했다. '네가 부지런을 떠느니 차라리 장작에 새순이 돋겠다. 당장 부엌으로 가서 도리스가 설거지 하는 것을 거들어!' 하지만 그 일이 싫었던 러셀, 그런 반면에 그의 여동생 도리스는 그와는 너무도 반대다. 그가 신문을 팔지 못하여 어머니가 도리스를 딸려 보낸 날 도리스는 그에게 보란듯이 '한방' 먹인다. '그 애는 가방에서 신문 한 부를 빼들고 있다가,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자마자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차로 뛰어가 그 조그만 주먹으로 닫혀 있는 창문을 쾅쾅 두들겼다. 운전자는, 아마 그의 차를 급습한 꼬마의 행동에 당황해서인지 창문을 황급히 내렸다. 그러자 도리스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한 부를 차 안에 던져 넣었다. '아저씨, 이 신물이 필요하실 거에요. 5센트밖에 안 해요.' 여기서 나 또한 '빵'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오빠 러셀에 비해 적극적이며 모든 일에 활달하고 어려서부터 자기몫을 단단히 해내는 도리스,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도리스도 그렇고 여성이 강한 집안이다. 그런 속에서 꿋꿋이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그가 거쳐야 했던 아픔들과 대공황의 가난은 고스란히 담겨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어린시절부터 미미라는 고아나 마찬가지인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기 까지 스물 다섯 정도의 생까지 그려지며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어머니의 마지막으로 써 놓아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대공황시절 비록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난하긴 했지만 자존심을 절대 굽히지 않고 반듯하게 아들을 키워 출세시키기 위하여 모질게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러셀 또한 삐뚫어 나가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며 신문팔이라는 밥벌이까지 하면서 성장기를 보내야 했던 그가 어려서 그토록 싫어했던 신문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성장을 했다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그는 여전사와 같은 강한 어머니가 만들어낸 '작품' 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삼촌 집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어머니처럼 강인한 팻 외숙모와 살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또한 재밌으면서도 감동을 준다. '팻 외숙모 역시 점차 온전한 자기 집에서 살기를 원했다. 우리가 공황 초기에 앨런 외삼촌 집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어머니는 기껏해야 세를 얻기 전까지 서너 달만 신세를 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황의 수렁 속에서 서너 달은 어느덧 3년이 되었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은 팻 외숙모와 앨런 외삼촌에게 이전의 사생활을 되찾기까지 50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로 보였다.' 자신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삼촌들까지 모이게 되는 팻 외숙모네서 독립을 하여 자신들만 살게 되고 그곳에서 구호품을 받아 살 정도로 바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던 그에게 어머니는 '허브아저씨' 와 결혼을 선택하여 그들의 대공황시절에 막을 내리게 되지만 대학 또한 망설이게 되는데 친구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행운의 여신의 미소를 보듯 장학생으로 발탁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 자신보다 더 대단한 친구들을 보고 좌절할즈음 해군에 입대를 하게 되고 그토록 어렵고 무서워 하던 수영을 간단하게 배우게 되면서 그는 삶의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수영은 놀라울 정도로 쉬웠다. 두려움은 다루는 해군의 원칙은 그것을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이었다.훈련 교관은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했다.' 자신이 물을 무서워 한다는 것을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하여 못하던 수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술 덕분이지만 비행술이 없다고 생각하던 그가 '최고' 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그의 삶은 활짝 피었지만 여자만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미미와 밀고 당기면서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이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되고 어머니 또한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외삼촌내 집에서의 더부살이며 학교에서의 이야기며 여동생 도리스와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재미와 감동을 준다. 자서전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소설 한 편' 을 읽고 있는 기분이고 대공황시절을 잘 견디어내는 한 가족사의 영화를 한 편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의 이야기가 약간 지루하가 싶을 때 도리스의 이야기는 웃음을 '빵' 터지게 하니 정말 웃음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 하루는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를 팔아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내가 투덜댔다. '엄마의 아빠가 그 재산만 찾았어도 내가 이 고생을 안 해도 될 텐데.' '오빤 그런 헛소리를 믿어?' 정말 현실적인 동생이다. 감성적이며 소심한 오빠 러셀에 비해 현실적이며 그녀 또한 어머니처럼 강인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늘 ' 에드윈 아저씨처럼 네 이름이 이렇게 또렷이 인쇄되어 나오면 그땐 너도 출세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러셀의 출세를 위해서는 모든 다 할 수 있는 '모성애' 를 보여 주었다. 자서전이라기 보다 다르게 보면 어머니의 성공한 아들을 키워낸 소설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아버지없이 대공황시절을 견디어 내야 했던 가족 이야기와 그의 성장기는 자신은 철저하게 외로웠지만 자식을 위하여는 '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되고야 만다는 믿음으로 반평생을 살아오셨다.'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또 그렇게 살아 오셨기에 러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는 말처럼 꿈을 꾸면서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러셀의 성장기' 는 자식을 키우는 내게도 '지침서' 와 같은 책이 되어 주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느 어머니가 그러하지 않을까만은 오로지 자식만 바라보며 한 길을 가듯 하셨던 반듯한 어머니가 있어 그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을까.대공황인 어려운 시절을 살아 오면서 어른들에게서 일찍부터 세상을 배운 러셀,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인데도 자신의 꿈을 향햐여 올라 갈 수 있는 조력자인 어머니의 힘을 바탕으로 흔들림없이 성장기를 잘 극복한 그의 이야기는 꼭 딸들에게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어졌다. 자서전이 아닌 '성장기' 를 극복해 나간 그와 가족들의 감동과 재미가 있는 이야기는 모든 힘의 근본은 '가정과 가족' 에서 온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해준 책이다. 어렵다고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미래는 꿈 꾸는 자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좋은 책이다. 그 후의 이야기가 <좋은 시절>이라는 후속편으로 나와 있다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삶이란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러셀 베이커의 자서전,새해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듯 연말에 읽게 됨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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