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스토리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내겐 아직 낯선 이름 황경신, 그녀의 책은 솔직하게 처음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무언가 달콤함이 가득할 듯 하여 구매를 했다. '황경신의 한뼘 스토리' 라고 부제가 붙어 있어 무얼까 했는데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할까 달콤하면서도 생각의 깊이를 가지게 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퍼득이게 하는 단편들이 봄,여름,가을,겨울 편으로 나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요즘은 사진이 함께 곁들여지는 포토에세이가 많은데 계절을 나타내는 사진이 있고 색이 있고 짧지만 여운을 깊게 줄 수 있는 단편들이 있으니 포토에세이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동화라고 하기엔 그렇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할지 성장을 한참 하고 있는 그런 글들인듯 하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코끼리편에서는 생각이 얼마나 긍정적이냐에 따라 목표로 한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의 생각에 무거운 코끼리가 스케이트를 탈수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동물들은 그런 코끼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하여 모두가 긍정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다. 그렇게 하여 한가지 한가지  맡아서 하기도 하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그가 어떻게 하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지 실행에 옮긴다. 코끼리가 스케이트를 탈만한 장소가 있을까, 그렇다 북극에 가면 북극곰도 많고 항상 얼음에 덮여 있으니 코끼리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그러면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과 코끼리에게 맞는 스케이트를 장만하면 된다. 그렇게 하여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코끼리의 소원인 스케이트를 타게 해 준다. 얼마나 기발한 상상인가. 동화로 나온다면 아이들에게는 멋진 상상을 줄 수도 있는 참 이쁜 동화 한 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난 이 글에서 '긍정적 사고' 를 끌어내고 싶다. 며칠전 큰딸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심히 노력을 했으니 자꾸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자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나는 할 수 있다.' 였다. 그렇게 자꾸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넌 할 수 있어. 최선을 다했고 너의 노력의 결과가 보여지고 있잖아. 할 수 있어.할 수 있다는 마음이 문제야.' 라고 해주었는데 녀석도 그런 엄마의 말이 좋았던지 밝게 웃었다. '엄마 내가 성적이 부쩍 오르고 있는거 모르지. 중간고사도 많이  오르고 모의고사도 오르고 기말고사도 잘볼께.' 엄마의 힘을 실은 한마디에 부쩍 화색이 돌던 녀석의 얼굴이 이 글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코끼리야, 기억해, 이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그리고 우린 지금 막 그 중의 한 가지를 해낸 거야.' 라는 마지막 글이 여운을 길게 남겨준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아니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행복하다고 아니 내 인생은 온통 불행뿐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내가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갔더라면 내 인생은 다르게 변했을 터인데... 그런데 만약에 다른 길로 갔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생을 살게 된다면 무어라 말할까. 물음에 답처럼 그런 따듯한 단편 소설이 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부제로 '그남자,불행했을까?' 이다.지금 막 결혼을 한 젊은 부부가 있다. 그들은 가진것이 없어 곰스크로 가는 열차표밖에 살 수가 없었다. 그곳은 멀기도 하여 가는 중에 열차가 작은 역에서 섰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떠난다는 기차,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언덕을 산책하고 내려왔는데 기차가 가버렸다. 다음날에나 오는 기차를 위해 식당에서 방을 얻었는데 숙박비가 없다. 식당의 일을 도와주고 숙박비를 지불한 그들은 다음날 기차를 타러 갔지만 전날 표이기에 기차를 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여 뜻하지 않게 식당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여자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곰스크에 간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던 그들에게 그곳은 종착역이 되었던 것이다.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작은 학교의 교사가 되어 뿌리를 내리게 된 그들,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야만 했을까?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갈림길에 설 때가 무척이나 많다. 이쪽일까 아님 저쪽일까? 어느쪽을 택한다 해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자신이 노력하며 살기에 달려 있는듯 하다. 먼저 생각하고 선택한 곳에 가지 못한 미련이야 남겠지만 그 길을 택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는 따듯한 봄날에 파릇하게 솟아 오르는 새싹과 같은 삶의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에게 남겨진 동전하나, 불행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동전하나가 있다. 먼저 행과 불행을 맛본 사람이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가는 동전, 그리고 그 동전을 주운 사람이 전화를 하면 전의 주인에게 전화가 간다. 그렇게 그 동전의 쓰임을 이야기 해주고 다음 사람에게 일어날 행과 불행의 비율을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우연하게 마법과 같은 동전이 하나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제일 먼저 시작된 것은 불행이다. 모든것이 들어 있던 가방을 잃어버린 것이다. 불행이 먼저 닥쳐왔다. 그렇지만 방금 주운 동전이 하나 손 안에 있다. 전화를 하니 전 주인이 불행을 맛보았으니 이젠 행운이 올것이라 한다. 그럴까? 그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자 정말 우연처럼 친구가 자신의 잃어버렸던 가방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백화점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낯익은 가방을 주운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려다 전화가 걸려와 받았더니 이벤트 당첨을 알리는 전화였다며 그녀에게 행운을 전해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불행이 닥쳐올까. 동전을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할까. 그냥 전화박스에 두고 나오는 동전 한 닢, 행과 불행을 점쳐 줄 수 있다는 것이 아니 인생은 어쩌면 행운과 불행이 조화롭게 연속되는 그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짧지만 이 또한 긴 여운을 남겨준다. 어떻게 자신에게 달콤한 행운만 취득할 수 있겠는가. 초콜릿이 가득 든 상자에서 하나를 꺼내어 먹다보면 맛있는 것도 맛없는 것도 먹을 수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아도 취사선택없이 모두를 먹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 책에는 그런 느낌의 글들이 가득하다. 재미있을 수도 있고 혹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의미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그런 '초콜릿 상자' 같은 많은 단편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따듯한 봄햇살을 전해주듯 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동심을 잃어버리듯 상상의 날개를 스스로 접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 성장점을 지금 막 글들에서 흡수를 하듯 따듯한 수액은 모세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흘러가는 듯 하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초콜릿 상자속 같은 '초콜릿 우체국' 은 그야말로 제목처럼 따듯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햇살이 스미는 이야기' 로 무언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것을 충전시켜 준다. 한뼘 따스함을 전해 받을 수 있음이 좋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접해보는 추리소설 작가이지만 책은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를 해 놓아 책장 한 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추리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 때문에 빠져 들게 되었고 가을과 겨울은 스산함 때문인지 추리소설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며 늦은 시간에 읽는다면 특히나 그 맛을 두배는 더할 수 있어 추리소설에 빠져들수 있다. 이 소설은 늦은 시간에 읽기 시작하여 밤시간에 읽게 되었으니 <생존자,1명>을 읽을 때는 왠지 모르게 혼자 깨어 있어서일까, 문득 어디선가 살인자가 날 노려 보고 있는 착각이 들어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무섭다면 낮에 읽었어야 했는데 좀서 스릴을 즐기기 위해 늦은 시간에 잡아 든 것이 스릴있게 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와 <생존자,1명>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라는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밀실트릭' 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눈 오는 산장이며 생존자 1명은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숨 막히는 살인이면서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탐정소설을 좋아했던 친구 네 명이 한 친구로부터 초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탐정소설속의 직접적인 주인공이 되어 보는 소설로 반전이 숨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여 어렵다거나 하지는 않다. 읽다보면 재밌게 빠져 들 수 있으며 범인을 추리해 낼 수 있지만 '멋진 반전' 이 숨어 있어 작가만의 독특하면서도 생생한 상상력 속에서 풍부하게 부유하며 한동안 긴장감과 오싹함에 잠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가게우라라는 명탐정과 그의 조수 노릇을 하는 다케우라가 어느 행사에 초대되어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자신의 화려한 명탐정 생활은 하지만 돈이 되지 못해 늘 돈의 부족함에 허덕이는 가게우라는 돈이 되는 일만 찾아 하고 싶다. 좀더 풍족한 삶을 살려는 그에 비해 백수처럼 빈둥빈둥 하던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다케우라는 명탐정인 그의 조수가 되어 한편으로는 지금의 삶을 그보다는 좀더 즐기며 살고 있다. 돈보다 좀더 재밌고 탐정일을 하면서 직접 자신이 그 상황을 추리할 수 있음이 좋은 다케우라, 그들에게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초대된 산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가게우라는 그들이 자신을 고용하지 않는다면 돈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을 회피하듯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수인 다케우라는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에 열심으로 뛰어든다. 너무 돈돈돈돈 하는 가게우라가 미울지경이다. 초대된 손님으로 명탕정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살인사건을 해결해 줄 수도 있으련만 돈을 좇는 그는 엉뚱한 범인을 지목하고 다케우라는 그런 그가 이상하다고 여기다가 마침내 그런 그를 죽이고 자신이 그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을 하여 새로운 '명탐정' 이 된다. 돈의 욕심이 불렀던 명탐정 가게우라의 죽음, 인간의 욕심이 어떻게 그 끝은 맞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반전이 있기도 한 이야기며 정상이란 누군가는 늘 노리고 있으며 그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 또한 보여준다. 정상을 노려서 벌어진 사장의 죽음이나 명탐정 가게우라의 죽음은 좀더 욕심을 놓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삶을 뒤돌아 볼 수 있음도 전해준다.

생존자 1명, 신흥 기독교 집단에 휘몰려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신들이 어디로 떠난다는 말도 없이 지하철 폭파로 많은 희생자를 낸 이들이 함께 어느 섬에 버려지게 된다. 말이야 현실이 좀더 잠잠해지면 해외로 빼돌려 주겠다는 책임자들의 말을 믿고 '배합사료' 와 같은 식량을 실고 섬에 갇히게 된 사람들은 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나 그외 섬을 탈출해 보려는 시도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란 안이함에 빠져 무방비 상태로 있지만 그들의 책임자도 섬을 빠져 나가고 그런 후에 한 명 한 명 죽음을 맞이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비슷한 구도이기도 한데 약간은 변형이 있다. 남자 둘 여자 둘이 버려지게 된 사람들, 그들은 그곳에서 원하지 않으면서도 몸을 섞게 되고 그러면서 많은 시간이 지난후에야 자신들이 버려졌고 죽게 될 것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섬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그 섬 또한 사람들 머리에서 잊혀진 섬이라 오가는 배 또한 볼 수가 없다. 봉화도 올려보고 뗏목도 만들어 보지만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언젠가는 죽게 되고 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섬을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한 명 한 명 죽어 나가다가 최후에 두 명의 여자 두명만 남았는데 한 명의 여자는 몸에 살이 붙고 한 명의 여자는 빼빼 말랐다. 이유인즉슨 한 명은 임신을 했던것, 그런가 하면 빼빼 말랐던 여자 또한 훗날 임신을 알게 되고 식량은 점점 바닥이 나지만 뱃속의 아이만은 살리고 싶은 모정이 반건의 결말을 가져온다. 자신들은 누군가에 의해 자의든 타의든 남의 목숨을 무참히도 앗는 그런 인물이 되었지만 자신안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은 어쩔 수 없이 꼭 지키고 싶었던 그녀들, 그들의 이야기 또한 재밌게 펼쳐진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어릴적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어릴때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그가 야구선수가 되어 있을까.그렇지 않다는 것이 인생이고 우리네 삶이다. 그렇다면 어릴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한 사람들은 무엇이 꿈일까. 그 명쾌한 해답이 여기 이 소설에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동호회 활동처럼 함께 모여 늘 함께 하던 그들이 한남자와 한여자가 사귀게 되면서 모임활동은 흐지부지 되고 만다. 그러다 그들의 소식은 뜸하게 전해지고 그들은 결혼을 하여 아들을 낳았지만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게 되고 아내마져 큰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에게서 초대장이 날라왔다. 관과 같은 큰 저택을 완성하기에 앞서 모임을 갖고 싶다며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다. 그런 주인장 남자는 오래전 전설속에 나오는 듯한 관을 짓고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명탐정놀이' 를 하기 위하여 학예회처럼 친구들과 그들 부부 또한 모두 소설속 주인공이 되듯 놀이를 해 나간다. 관과 함께 전설속 이야기와 놀이는 점점 하나가 되어 가고 풀리지 않을것만 같던 명탐정놀이의 해답을 풀어 내는 순간, 친구인 주인 남자는 마지막 커튼콜처럼 그들에게 편지 한 장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지금까지 모든 것은 그들 부부의 마지막을 위한 '쇼' 였던 것이다. 중병에 걸린 남자와 암이 재발한 아내가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어 더이상 이승에 끈을 이어갈 희망이 없자 마지막을 우위하여 친구들을 추리소설속 주인공이 되게 불러 그들을 직접 끓여 들었던 것. 전설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면서 작가의 노련미가 보여지는 듯한 이야기였던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는 결말이 서글퍼 슬픈 이야기였다. 

하지만 위 세 편의 이야기는 '밀실' 이라는 트릭이 있어 읽으면서 더욱 재미를 준다. 명탐정도 별 수 없는 한 인간이라 언젠가는 그 명성을 남겨 놓고 죽을 수 있고 섬에 갇혀도 언젠가는 무슨 방법으로라도 탈출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함께 하며 그들이 그렇게 죽어가야 했나 하는 반문도 가져보게 한다. 좀더 미리 살기 위하여 서로의 머리를 맛대었다면 죽음이 아닌 모두의 생으로 보답을 받을 수 있었을테인데 '원죄' 가 있기에 그 원죄에 대한 무게감에서 벗어날 수 없엇던 그들의 마지막 처참함은 쓸쓸했다. 그런 반면에 친구들이 모두 모아 놓고 죽음을 맞게 된 부부의 슬픈 이야기 또한 재미와 스릴이 있으면서도 인생 한토막을 훔쳐 본 듯한 서글픔이 있어 쓸쓸했다. 작가는 밀실트릭을 재밌게 그려나갔고 그에 준하는 반전을 주어 읽는 재미를 더했기에 처음 접한 추리소설 작가이지만 그의 책을 눈여겨 봐야 할 듯 하다. 겨울의 문턱에서 추리소설을 읽었다는 것은 겨울의 그 쌉쌀한 맛을 본 것처럼 좋았다. 작품속에 언급된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은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책이고 눈여겨 보고 있는 작가인 엘러리 퀸이라 올겨울에 꼭 읽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인주 씨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의사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죠. 서인주 씨는 유복녀였습니다. 서인주 씨의 모친 이동선 씨는 그 후 10년간 보상금과 유산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으로 통원치료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때 서인주 씨의 나이가 열한 살이었고, 그 후로는 외삼촌 이동주 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동주 씨가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죽었을 때 서인주 씨는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불편하고 불행한 가족사다. 정희의 친구 서인주의 가족사는 왠지 화가 '뭉크' 의 가족사를 보는 듯 하다. '절규' 의 작가 뭉크의 가족사 또한 죽음과 일관된 불안과 공포였다.그 역시나 죽은 가족들처럼 그런 불행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여 그의 그림에는 불안과 공포를 여실히 들어내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뭉크의 생과 가족사가 떠오른 것은 그림과 죽음과 연관되어서일까.

작가의 작품은 세번째 마주한다. <붉은 꽃 이야기> 라는 단편을 처음 접하고 강한 느낌을 받아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단편이면서 연결된 연작 또한 그림과 관련된 작품이면서 살고 싶어 하지만 식물처럼 말라가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강한 '삶의 의지' 를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강한 여운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작품 또한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 불행하지만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화가가 미시령 고개에서 자살을 하여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야기로 그녀와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이며 그녀의 죽음에 대한 퍼즐조각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간다. 그러다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 어쩌면 절망도 희망도 이합 한지에 번지던 검은 먹물처럼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듯 서서히 번져나갔는지 모른다. 절망의 터널을 잘 통과한 자는 살아 남지만 그 터널속에서 '희망' 을 붙잡지 못하고 우주의 먼지가 되듯 스스로 자멸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바람에 흔들리듯 아릿하면서도 애매함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거센 미시령의 눈보라가 한차례 지나고 나면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처럼 통각의 터널을 벗어나야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한듯 하다.

서인주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인정해 그녀를 상품화 하려는 강석원, 하지만 그녀가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는듯 다시금 인주의 과거를 하나하나 들추나가는 정희, 자살이든 타살이든 그녀가 어떤 삶은 살아 왔는지 그녀가 어떻게 하여 유복녀로 태어나고 어머니가 왜 알콜중독자가 되었는지 이야기는 확실함 보다는 편린들을 이어가듯 세밀화를 그려 나간다. 육상선수여서 여성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인주가 다리에 난 사고로 인하여 육상을 포기하고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과 어머니가 죽고 외삼촌 손에서 커가면 그에게서 받았을 영향, 그리고 정희와 외삼촌 인주가 함께 하며 그동안 나누었던 추억과 시간들 속에서 그들이 어떤 삶과 생각을 가졌었으며 정희와 외삼촌과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바람에 흔들리듯 조심조심 들어난다. 

'당신의 그림 속에 떨고 있던 모세혈관들처럼.'
이합 한지에 먹물의 번짐으로 광활한 우주를 표현해 냈던 외삼촌, 그런 외삼촌에게 잠깐 그림을 배웠지만 미대를 포기하고 국문과를 가게 된 정희와 달리 인주는 사고로 인하여 육상을 포기하게 되면서 침체의 시간을 거쳐 그림에 빠지게 된다. 늘 서로의 거울인양 함께 했던 그녀들, 그녀들에게 어머니란 존재 또한 닮아 있다. 인주의 엄마는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쳤지만 정희의 엄마는 늘 담배냄새와 파스 냄새를 풍기며 잘되지 않는 지하에서 돈까스 레스토랑을 하며 비가 오면 늘 침수되는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성애를 느끼거나 받기 보다는 어머니들의 삶의 질곡 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더욱 가깝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 어머니가 울타리도 되지 못하다가 알콜중독으로 돌아가시고 외삼촌 손에 맡겨지면서 외삼촌 또한 혈소판 부족으로 인해 남자이면서 여성적인 조심조심하는 삶은 산다. 정희에게 마음은 있지만 다가가지 못하고 안지도 못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는 외삼촌의 그림과 세계는 우주적이다. '공수래공수거' 를 의미하듯 광활한 우주적인 그림이지만 그의 말과 그림속에서는 모든 것들이 '한 점 먼지' 와 같다. 자신의 삶이 그러했기에 욕심을 부릴 수 없고 갇힌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더 우주적이지 않았을까. 그런 외삼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인주는 외삼촌의 그림을 모방하듯 똑 같은 그림을 그려내다가 죽음에 이른것. 우리의 피 속에는 희망도 절망도 모세혈관을 타고 서서히 흘러 삶을 잠식해 들어가듯 어느 부분이 더 많이 지배를 하느냐에 따라 절망적인 삶이 될 수 있고 절망을 벗어나 희망적인 삶은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외삼촌에게 향하던 마음으로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생활을 하지만 세 번의 유산을 하고 파경을 맞이한 정희를 비롯하여 인주 또한 알게모르게 결혼생활을 하지만 행복하지 못하고 아들 민서를 남편에게 빼앗겼다 그녀가 짧은 시간 키우게 되지만 그 아들 또한 혈소판이 부족한 유전적인 병을 물려 받고 태어나고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아빠에게 돌아가 외국으로 떠나고 만다. 인주의 불행은 미리 예고된 듯 그녀의 엄마의 불행을 전해듣게 되는 '유인섭 소장' 의 등장으로 인해 엄마의 과거가 들어나고 미시령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며 인주가 미시령에 가게된 이야기는 점점 퍼즐조각들을 맞추어 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혀내는 것을 꺼리는 한남자 강석원은 그녀를 못마땅해 하면서 그녀의 뒤를 쫓는다. 외삼촌의 '네가 그리는 모든 게 실은 네 자화상이야' 라는 말처럼 자신들은 모두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들의 자화상을 그림에 남겼던 그들은 그렇다면 그림속에 자신들의 '죽음' 또한 표현해 내고 있었던 것일까. 유인섭 소장을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퍼즐을 찾은듯 인주엄마의 과거가 합쳐지면서 그리고 인주가 엄마의 피를 물려 받아 미시령을 되밟게 되면서 드러나는 죽음의 의문, 그 죽음의 물음표가 풀리면서 강석원은 정희로 인해 드러난 자신의 모든 것이 짓밟혀진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생과사의 결판을 시작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헤쳐 나오는 정희, 그녀는 죽음과 인주의 사랑이라는 터널속에서 헤쳐나오며 모든 것을 빗물에 씻겨 흘려 보내듯 삶의 희망과 마주한다.

'물이 그린 거지. 난 잘 흘러가게 터주고 막아주고 한 것밖에 없어.식물 키우는 거랑 비슷한 거야.갓 태어난 불꽃이 하얗게 타오르는 그의 그림을 향해 나는 다가갔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에는 모세혈관들 같은 무수한 섬유질의 길들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길들을 따라 퍼져가는 먹의 모양을 이런저런 방법을 잡아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것이었다. 가끔은 그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종이의 핏줄들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아마도 외삼촌 또한 먹물이 한지를 타고 서서히 모세혈관들 같은 섬유질의 길을 타고 흘러가듯 자신 또한 그런 강한 피의 흐름을 타고 다시 태어나듯 그런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야 사랑고 이룰 수 있고 그림 또한 성공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물의 흐름처럼 자신의 피의 흐름이 강하지 못했던 그가 택한 길은 한가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일. 그런 외삼촌과 엄마를 옆에서 지켜봤던 인주가 택할 수 있던 마지막 길 또한 똑같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듯 그녀를 미시령고개로 밀고 갔던 바람은 무슨 바람일까. 

작가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살아야겠다' 는 불굴의 의지를 강하게 태울 수 밖에 없다. 애매모호하면서도 건조한듯 죽음에 이르는 길 속에서 나도 모르게 탈퇴를 하여 삶에 급회전 하듯 빠르게 선회를 해야만 할 것만 같은 그녀의 섬세하면서도 건조함은 그녀만의 소설이 갖는 매력인듯 하다. 강하지 않으면서 알고 나면 약함 속에서 강함이 돋보이는 그녀만의 문체의 매력도 그렇고 동성간의 사랑이 위험하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 삶의 희망으로 발버둥치는 나 자신을 만날 때 그녀의 '바람' 은 약하면서도 거세게 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작가 '한승원' 의 딸이기에 주목하기도 했지만 그녀만이 가지는 약한듯 하면서도 강함에 반하여 자꾸 그녀의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몇 작품을 읽어보려고 준비해 놓고 있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검은 사슴> 이나 <여수의 사랑>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더 가져본다.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밖에서 겨울바람이 거세게 불기도 했지만 그녀 소설속 곳곳에서 몰아치는 바람은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정희처럼 삶은 어쩌면 흔들리면서도 꽃을 피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인주를 몰랐다. 인주가 나를 몰랐던 것보다 더.' 라는 정희의 통한이 서린 말처럼 삶이란 어쩌면 알고 나면 허무한 것인지 모른다. 그녀만큼 모르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삶, 불구덩이를 헤치고 나온 그녀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겨울바람이 몹시 부는 날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한강의 <바람이 분다,가라>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났던 때처럼 여운이 길게 남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슨즈 베이비 로션 핑크 - 125ml
존슨앤드존슨
단종


이 상품은 지난달에 내 곁을 떠나가신 친정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사 드리고 내가 직접 발라 드렸던 제품이다. 병원에서 사서 엄마의 가방에 쏘옥 넣어드리기도 했지만 유분기가 하나도 없는 부모님께 발라 드렸더니 너무도 좋았다.그래서 가족을 위하여 구매를 또 했다.

큰딸에게는 200ml제품을 구매해져 가방에 넣고 다니게 했는데 이렇게 작은 것도 있으니 더욱 사용하기도 좋고 휴대하기도 좋다. 특히나 겨울에는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에 너무도 좋다.

이번에는 두개를 구매했더니 하나는 남편이 얼른 챙긴다. 회사에서 자주 물을 쓰기에 손이 트고 무언가 필요했는데 안성맞춤이라며 가져갔다. 그리고 하나는 내가 가방에 쏘옥, 나 또한 건조피부이다. 화장을 많이 하지 않기에 베이비 로션이면 충분한데 겨울엔 손이나 다리에 이 로션이 딱이다.

친정아버지께 사드려서 괜히 이 제품을 사용할때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바르고 계시니...유분도 적당하고 향기도 은은하니 좋고 바른 후에 촉촉하니 좋아 만족, 다음엔 두개도 구매를 하여 딸들의 가방에 넣어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슨즈 베이비 로션 핑크 - 125ml
존슨앤드존슨
평점 :
단종


주머니에 가방에 쏘옥, 겨울에 더욱 좋은 125ml 의 촉촉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