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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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書遊堂)...... 책과 노니는 집? 홍교리 집 사랑채를 나서며 장이는 문 위의 현판을 읽어 내렸다. '서유당(書遊堂)' 이라는 현판 글자가 장이의 머릿속에서 즐겁게 노닐었다. 필서를 하던 아버지가 고심 고심하던 끝에 지은 이름 '문장' 그랬다. 이름처럼 아버지는 그의 운명을 이미 예측이나 한듯이 이름 또한 그에 걸맞게 지어주셨다. 그런 아버지가 한참 '천주교쟁이' 라고 하여 '천주교박해' 가 심하던 때에 필서를 하던 책 속에 그런 책이 있었다는 이유로 관가에 끌려가 훔씬 매를 맞고 와서는 장독이 풀리지 않아 장이만 혼자 남겨 놓고 죽게 되었다. 아버지가 죽기 얼마 전, '어서 쾌차하게, 미안하고 부끄럽네. - 서(西)' 라는 편지와 함께 얼마간의 돈이 마루위에 놓였다. 서西 라는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했던 장이 앞에 아버지가 필서를 하던 책방 주인인 최 서쾌가 나타나고 아버지는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장이를 그에게 부탁을 하고 그만 먼저 가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옆에서 늘 보던 것이 글 읽는 것이요 필서를 하는 것이요. 장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버지가 만들어 주고 가신 것이다. 천주교박해가 한번 휩쓸고 나고 난 후 최 서쾌는 아들의 약방 한귀퉁이에 다시 책방을 차려 예전과 같은 호황을 맞게 되었고 아들이 번창하여 다른 곳이로 나가고 그는 그 자리에 번듯하게 책방을 내게 된 것이다. 책방에서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장이, 그가 자주 가는 곳은 기녀들의 분냄새가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도리원' 과 '홍교리댁' 이다. 도리원에는 '미적' 이라는 정말 선녀처럼 아름다운 기녀가 있고 그녀의 마음씨 또한 너무도 고아서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그녀에게 언문으로 필사한 책들을 심부름 가다가 그곳에 딸만 내리낳다가 남동생을 보게 된 집의 딸인 낙심이가 남동생 돌잔치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팔려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동생처럼 여기게 되지만 낙심은 장이에게 통통 삐치기도 잘하지만 점점 장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이가 된다.

한편 장이가 '꿈' 처럼 여기는 책장을 가지고 있는 홍교리댁에 귀한 것을 전해주라는 심부름을 이행하던 그는 가던 길에 귀한 것이 무엇인가 보다가 날랜 허궁제비에게 상아찌를 빼앗기고 만다. 허궁제비는 그에게 닷전이 돈을 가져오면 '상아찌'를 돌려주겠다고 하고 그에겐 한푼의 돈도 없고,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장이는 슬기롭게 위기를 묘면하기 위하여 혼자서 끙끙거리며 돈을 마련하느라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 마련하지 못한 돈, 하지만 중간에서 낙심이가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도리원 청지기 아저씨에게 고해바쳐 그 일이 알려지게 되고 허궁제비도 붙잡히고 그는 그 일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장이는 홍교리댁에 전해주던 책들이 '천주교와 관련된 西책' 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천주교와 관련하여 죽게 되었기 때문에 점점 장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마음의 기둥처럼 생각하는 홍교리가 천주교 책을 본다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언문은 쉽고 재밌게 생각하는 장이는 어느날 홍교리에게 한문으로 된 <논어>나 <맹자>와 같은 책이 재밌는지 묻는다. '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조면 '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최 서쾌 어른이 책거리 삼아 장이를 데리고 가서 사주었던 '닭곰탕집' 에서 먹었던 음식에서 나던 맛이 책에서도 날까? 하는 장이에게 홍교리 어른은 그를 눈여겨 보았다가 필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그의 인생의 롤모델처럼 생각하게 된다. 장이의 아버지에겐 필서란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 그랬다 아버지의 꿈은 배오개고개에 작은 집을 장이의 손을 잡고 가서 책방을 하면 안성맞춤인 집이라며 보여주었던 것이다.그 집을 장만하고 싶어하던 아버지는 천주교를 믿은것도 아니고 책을 읽은것도 아닌데 그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장독이 올라 죽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다시 불어닥친 폭풍, 천주교인들을 찾아 잡아 들이는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책방 주인인 최 서쾌 아저씨는 바쁘게 달아나며 그에게 마포나루로 오라 했지만 장이는 홍교리댁에서 보았던 '동東'자가 써진 책 속에 천주교 책이 들어 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그집으로 달려가 책장앞에 이르러 책을 찾지만 쉽지 않다. 집안 하인들을 그를 끌어내려 하고 장이는 안주인에게 비밀이야기를 전하고는 장이와 함께 '東' 자가 써진 책들을 모두 찾아 불태우고 만다. 장이 덕분에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홍교리 덕분에 무사히 최 서쾌 어른고 함께 위기를 묘면하게 된 장이, 멀리 피신해 있는 그에게 어느날 최 서쾌가 찾아와 그에게 아버지가 그토록 사고 싶어하던 배오개 집으로 데려가고 홍교리는 장이가 천주교 박해로 도리원 또한 피해를 입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걱정하던 낙심이를 데리고 나타나 한시름 놓게 한다. 장이, 그가 꿈꾸던 '서유당(書遊堂)', 아버지가 꿈 꾸던 책방이며 장이가 꿈 꾸던 '책과 노니는 집' 은 홍교리가 언문으로 현판까지 써와 그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이 책은 천주교 박해와 더불어 영 정조시대의 역사를 볼 수 있어 더욱 재밌다. 지금처럼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많이 있던 '필사' 를 하던 사람들이며 장마다 돌아다니며 책을 읽어주던 '전기수' 이야기며 언문책을 보며 즐거워 하는 규방의 이야기며 그와 맞물려 '서책과 서학' 이라 하여 멀리 하게 하던 '천주교' 와 관한 이야기가 있어 재밌는 이야기로 발전을 하는데 거기에 '장이와 낙심' 이의 황순원 소나기처럼 애틋한 '사랑 감정' 이 깃들여져 더욱 재밌다. 역사로 끝나지 않고 서민이면서 출생이 확실하지 않은 장이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사연과 아버지를 만나 글을 깨우치고 옆에서 글을 쓰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배운게 도둑질이 아닌 필사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 강인함이 그 시대의 이야기와 맞물려 재밋게 어우러진 한 편의 감동 진한 동화이다.책 속에 등장하는 '장서가 이면서 애서가' 인 홍교리는 나 또한 부럽다. '책과 노니는 집인 서유당' 은 현재의 우리들이 꿈 꾸는 집이기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집이 되게 하기 위하여 늘 책과 함께 하려고 하지만 늘 부족한듯 하면서도 넘쳐나는 책들에 즐거운 비명라도 지르고 싶은 요즘인데 '책과 노니는 집' 의 장이를 통해 좀더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되었다.

천주교박해와 필사 이야기가 겹치니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한 갈래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한승원의 <흑산도 가는 길> 처럼 천주교 박해의 직격탄을 맞은 '정약용형제' 이야기를 만나는 듯도 하다. 서민이면서 글을 깨우치고 쓸 줄 아는 장이에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꿈인 '책방' 을 갖는것이므로 서민이 그런 꿈을 이룬다는 것은 어쩌면 신분상승과 같은 이야기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장이와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더 발전하고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 한다. 정말 강단진 장이 때문에 책을 읽으며 괜히 뿌듯함에 가슴이 따듯해졌던 어린이문학대상 책이었다. 어린이 뿐만이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정말 재밌는 책이며 내게도 꿈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더불어 소년과 소녀의 애틋함이 잘 이루어지게 되어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 천주교박해를 피해 모두가 안전하게 자신만의 삶으로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어 흐믓했으며 양반과 서민의 격이 없는 이야기라 더 좋았다.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장이의 눈으로 장이의 꿈으로 장이의 사랑으로 잘 버무러져 정말 맛깔란 소설로 탄생한 책이다. 더불어 책 속의 그림 또한 동양화를 공부한 분이라 그런지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이 그림이라 참 좋았다. 어린이소설이 이렇게 역사와 만나도 정말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을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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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영화우수리뷰- <레터스 투 줄리엣> 

 

이런 행운이 이달에는 포토리뷰와 함께  

영화우수리뷰가 뽑혀 행운이 두배가 되었다. 

정말 재밌게 본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 우수리뷰에 뽑혀  

정말 감사 감사... 

 

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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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포토리뷰에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이 당첨되었다. 

이 책은 내게 많은 '기쁨' 을 안겨 준 책이다. 

책 내용도 무척 감동적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우수리뷰로 뽑혀 

마일리지를 안겨 주었는데  

알라딘에서 포토리뷰에 뽑혀 기쁘다. 

지금 이 책은 큰딸이 읽고 있는데 내년에 수능이 끝나면 

함께 '올레'길을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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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2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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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신은 왼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이 아니면 한켤레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혼한 남녀가 결혼기념일에도 결혼때처럼 만나 기념일을 챙기고 자주 만나 서로의 안부나 그외 연애상대를 골라주는등 친구와 같은 상태로 지낼 수 있을까. 더군다나 노래방에서는 그들의 십팔번노래인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 이란 곡을 열창할 수 있다는 것이 있을수 있을까. 유명한 극작가이며 미스터리 드라마의 거장으로 알려진 노자와는 우리나라에는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와 <연인이여>라는 드라마로 소개되어 연애소설작가로 알려 있지만 그는 미스터리 드라마의 거장이라니 그것도 2004년에 자신이 스튜디오에서 갑자기 자살을 하여 그 죽음마져 미스터리하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더욱 그의 소설에 구미가 당기며 <연애시대1>을 통해 그의 긴장감 넘치면서도 재치있으면서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안겨주면서 여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여 다음 작품에도 기대가 되기도 하고 연애물이 아닌 미스터리물을 읽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전편에서도 리이치로와 하루는 사산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이혼을 하고 마는데 그들의 사랑은 어쩌면 이혼후에 더 극명했졌다.그들의 그런 사랑을 알게 된 가이에다와 시즈카 와 사유리등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질 바라며 도움을 주웠지만 그들은 진실을 외면한채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듯 서로에게 맞는 상대라며 짝을 골라주고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다 리이치로가 동창회에 갔다가 예전 짝사랑인 다미코를 만나면서 둘의 사이가 갑자기 급진전되고 급기야 둘은 결혼을 서두른다. 그런 와중에 하루는 기타지마 교수의 아내에게서 '이혼합의서' 를 받게 되고 자신의 손에 부부의 앞날이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끝내 그 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고 아내에게 기타지마교수를 돌려 보낸다. 기타지마에게 결별을 선언한 것이 다름아닌 리이치로가 결혼을 하던 날, 그가 주례를 서겠다며 나섰던 날이다. 하루는 그날 기타지마가 자신이 상대가 아니란것을 알게 되고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리이치로의 친구인 가이에다로부터 아기를 사산하던날 리이치로가 영안실에서 죽은 아기와 함께 하루종일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품었던 모든 오해를 풀면서 그를 비로소 다미코에게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례를 서면서 참았던 눈물을 보여 결혼식을 눈물바다로 만들뻔 하였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 하여 성대한 결혼식으로 만든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리이치로를 다마코에게 보내면서 자신안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메우지 못하여 허겁지겁 음식을 먹게 되고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동생 시즈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행을 가자고 한다.

리이치로가 결혼을 하였지만 그 곁에서 배회하는 하루, 그런 그녀에게 다미코는 자신들의 '혼인신고서'를 그녀의 손에 맞긴다. 기타지마교수 부부의 앞날도 그녀의 손에 달렸었는데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앞날 또한 그녀의 손에 의해서 결정나게 된 것이다. 어찌해야 옮은 일인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듯 자신이 신분을 속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지만 그녀에겐 큰 힘이 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다미코 역시나 결혼전에 접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리이치로에게 일년여 미국생활을 해야 한다며 떨어져 지내게 될 것을 말한다. 하루가 리이치로 부부의 혼인신고서를 들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망설이게 되면서 시간을 흘러 이브날이 되었고 갑자기 리이치로를 찾아온 시즈카의 말에 리이치로는 하루가 떠났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찾아 기차역으로 달려가 그녀탄 기차에 올라타 그녀와 함께 홋가이도 여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걱정할 일은 아니고 시즈카가 벌여 놓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 그들은 '우리는 이혼 후에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애매한 상태로 연애시절과 결혼시절의 연장전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 그랬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지금까지 정말 애매한 관계로 주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여 삼각 사각 오각까지 가는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 그 애매한 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그동안 가슴에 꼭 꼭 숨겨 두었던 '진실' 을 둘은 꺼내어 놓고 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나는 내 입술을 꼬집어보았다. 재앙만 불어오는 입. 아니, 재앙의 원흉은 입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마음이었다.' 사산아를 낳던 날 리이치로가 자신의 곁을 떠나 근무를 했다고,자신의 아픔을 함께 하거나 감싸주지 않았다고 지금까지 품고 있던 오해가 산부인과 의사인 가이에다로부터 풀렸고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아직 화살은 과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리이치로와 하루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연결이 될 수 있고 안될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불안해 하는 하루, 하지만 그들은 '연애시대' 라는 이혼후에 서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지나왔기에 그리고 처음보다 더 어쩌면 자신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기에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여컨대, 내가 리이치로의 목에 걸린 가시라고 다미코 씨는 말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그 가시를 빼낼 수 있다면 빼내고 싶다. 이건가.'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사랑에 걸림돌처럼 아니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리했던 '하루' 의 진정한 사랑은 리이치로를 벗아날 수 없었던 것, 아니 리이치로는 마찬가지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서로에게로 온 사랑은 어쩌면 더 뜨겁게 달구어질 일만 남은건가. 둘은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평온한 나날속으로 들어간다. 어찌보면 현시대의 이야기며 평범할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혼을 했다고 친구처럼 지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짧은 결혼생활에 비추어볼때 서로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혼후에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자신들이 정말 싫어해서 이혼을 한것이 아닌 아직 사랑의 싹을 틔우지도 못했음을 인정할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는 남자이면서 여자의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그렇다고 남자인 리이치로나 그외 남자들의 심리묘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나리오처럼 대화체 속에 재치도 있고 강한 긴장감을 늘 늦추지 않으면서 요새말로 '밀당' 이 밀고 당기는 맛이 잘 표현되어 그야말로 재밌다. 가을에 이런 로맨스소설을 하나 읽으면 왠지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연애시대>는 딱 안성맞춤이면서 웃음만 있는 것이라 리이치로의 진실을 전해듣는 장면이나 그외 장면들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도 상당히 있어 휴지를 준비하고 읽어도 좋다. 그만큼 소설에는 연애뿐만이 아니라 따듯한 장면도 있고 웃음과 울음을 함께 선사하며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 등장을 하니 그들이 모두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시즈카는 혹시나 가이에다와 잘 된다면 어찌될까 하는 기대심리도 가지게 하며 가스미 또한 아야와 잘될것이다. 미스터리물에 능통한 작가여서 그런지 연애사 또한 그 긴장감과 끝까지 진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물음표를 가지게 하여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리이치로와 하루의 진실게임과 같은 '연애시대'를 읽고나니 가을앓이처럼 무언가 가슴에 들어차 있던 것이 쑥 내려간듯 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이참에 찾아 읽어보고 싶다. 연애물보다는 미스터리물로. 더불어 그들의 사랑이 해피하게 끝나 다행이다. 그들의 사랑이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가을이 얼마나 쓸쓸했겠는가.가을엔 가슴 따듯해지는 연애소설을 한편 정도 읽어도 좋다. 물론 연애시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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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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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99도다! 100도씨를 향해 민주주의는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
늘 글만 접하다 만화를 오래간만에 읽다보니 낯설다. 만화가인 최규석의 작품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내가 읽은 것은 없다. 이 책이 처음이다. 그만큼 내겐 낯선 책이지만 쉽게 그리고 가슴이 뜨겁게 잘 읽었다. '지금은 99도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해 늘 끓고 있다. 1987년 분명 그 시대를 기억하지만 내겐 그리 민주주의를 향햔 열정이 없었나 깊게 각인되지는 않았다. 늘 뉴스를 통해 오르내리는 사건들이 국민이 끓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나 자신은 나로 살기 바쁜 시간이었다. 이십대를 막 지나 십대와 이십대의 그 간극에서 혼자서도 흔들렸던 시기에 민주주의를 향한 그 열정 또한 끓어 올랐지만 더불어 끓어 오르진 않았다. 최루가스에 옆에서 가까운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해도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그 시기의 이야기는 영화 '화려한 휴가' 로 그 아픔이 깊게 와 닿았다고 할 수 있다.

만화처럼 나 어릴때는 반공이나 그외 내용을 담은 웅변대회가 있었다. 공부도 일등 웅변도 일등인 영호가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성장한 1987년은 과도기였다. 민주화를 위해 한참 모두가 들끓고 있었던 것.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자신의 아들이 혹은 딸이 가두시위나 위장취업에 관여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한번 찍히면 연좌제로 줄줄이 엮이어 그 죄값을 치뤄야 하는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살아가기에 자신의 자식만은 그 길에서 벗어나길 바랬지만 그렇게 믿고 있던 영호가 뉴스에 나오는 그런 인물이 되어 잡혀가게 되었다. 뉴스를 보고 자신이 아들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을 놓고 말을 하던 것이 자신이 일이 되었다며 부모맘은 어떻게 될까. 

죄없이 갇힌 아들 영호를 위하여 어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여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아무것도 몰랐던 촌로에서 어쩔수없이 민주주의를 향해 일도를 보태게 된 것이다. 모두가 끓게 만든데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선량한 국민이 아무일없이 99도를 넘어 100도까지 끓어 길에 나서서 화염병을 던지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와 그들이 이루고자 한 사건의 시발점이 분명히 있었기에 모두가 하나로 뭉친 것. '힘없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서면 힘 가진 사람들도 어쩌지 못해요.' 힘가진 한 명의 힘보다 힘 없는 백명이 힘이 더 큰것, 눈 가리고 아웅하듯 모든 사건을 은폐하듯 국민을 눈을 가리려 했지만 진실은 어느 순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어 있다. 

'왜 착하고 바른 사람들이 죄인처럼 사랑야 돼요?'
무력으로 모두를 빼앗은 자는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숨겨 놓고 호의호식하고 그날 벌어 입에 겨우 풀칠하는 민초들은 자신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심한 고문과 분신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은,그마저도 날조되어 진실이 은폐되다면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지금이 99도다...' 착하고 바른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린 너무 빨리 끓어 올랐던 것일까, 그 기억이 너무도 쉽게 잊혀지기도 했다. 이제는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는 민주화를 위한 일들이 만화로 쉽게 정리가 되어 가슴을 따듯하게 데워준다. 나 또한 백도를 향해 끓어야하겠지만 선거철마다 뿌려지는 돈과 공약에 비해 선거후 다른 가면을 쓰는 그들에 너무 많이 마음을 다쳐서인가 남의 일처럼 생각될때가 있다. 그리고 한마디씩 하고 지나게 한다. '그가 과연 당선후에도 지금과 같은 '처음처럼' 잘 할까.' 그들이 잘못할때마다 무언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때마다 촛불집회처럼 소리없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보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민주화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민주화라고 하지만 경제력 순위가 아닌 진정한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하다. 그런면에서 언제나 끓고 있는 '지금은 99도' 라는 말이 가슴에 단비처럼 스며드는 만화이다. 역사를 읽는 작가의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만화로 어렵지 않고 쉽게 그 시대를 만날 수 있고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 주는듯 하여 훈훈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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