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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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곳이 바로 그들의 진정한 세계였다. 금속과 시멘트의 도시가 아닌, 이 모래, 이 돌, 이 하늘, 이 태양, 이 침묵, 이 고통은 샘이 흐르는 소리와 인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그들의 세계였다.’  사막, 그곳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모래만 존재할 것 같은 그들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하여 조상들은 ’문명’ 과 싸우며 그곳을 지켜냈다. 태어나면서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조상과는 ’단절’ 된 그녀는 고모인 아암마와 함께 살아가며 엄마의 이야기,조상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소설은 랄라의 조상인 ’누르’ 의 이야기와 현재 사막에서 살고 있는 ’랄라’ 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 아름다운 한편의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모래사막과 바다가 전부인 그곳, 그녀가 문명세계에 대하여 전해 듣는것은 ’나망’ 이라는 늙은 어부에게서가 전부이다. 그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가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사막을 사랑하고 자연이 몸에 벤 강인한 소녀이다. 사막에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휘파람’ 만으로도 동물을 움직이고 통제하게 하는 목동인 ’하르타니’ 가 있다. 그는 그녀보다 두살아래지만 그의 강인한 눈빛과 거침없이 사막을 제 집처럼 질주하는 그에게서 강한 사랑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문명세계에서 온 결혼할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가 가져온 ’문명’ 이나 ’돈’ 으로 비유될 것들은 그녀에게 필요치 않다. 랄라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사막의 자유로움과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하르타니가 그녀의 삶의 안내자이고 동반자인것 것이다. 하르타니도 그녀도 사막을 떠나서의 삶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함께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 그곳은 그녀에게 어머니이고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인 곳이다.

사막에서의 행복한  기억들, ’랄라는 모든 길들과 모래언덕의 움푹 파인 웅덩이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눈을 감고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맨발로 땅을 디디기만 해도 지금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서 비록 먹을 것은 부족하지만 행복으로 충만한 그녀의 사막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아름다운 시처럼 고운 모래알로 박혀 느린 템포로 읽어야만 사막 곳곳을 탐험하고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카메라’ 로 찍어 놓은 듯 정교하게 그려낸 문장들은 급속은 안된다는 경제속도를 숨겨 놓은 것처럼 진도가 나지 않는다.그래도 작가가 그려낸 정교한 모래언덕을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독서의 즐거움은 스러지지 않는다. 

하르타니와 새로운 삶은 선택하여 탈출을 하였던 그녀,마르세이유의 허름한 빈민가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하지만 껍데기만 다른 삶, 마음은 늘 ’사막’ 의 자유롭고 자연과 함께 하던 그 때로 향하고 있었다. ’ 다음에 떠나실 때는 나도 데려가주세요.’ 랄라가 나망에게 말하면 ’ 그렇지만 너는 가게 될거야. 이 도시들은 모두 볼 수 있을 테지.그리고 나처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게야.’ 나망이 다시 사막으로 돌아온 것처럼 랄라 그녀 또한 마르세이유의 삶에 길들여지기도 전에 그녀는 원시의 삶인 살아 숨쉬는 사막으로 돌아와 하루타니의 아이를 출산한다. 사막에서 살 때는 문화적인 삶을 동경했지만 막상 자신이 그 삶을 겪어 보고는 물질이 풍부한 삶이 모든이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강인한 사막이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이란 것을 알게 된다.

’대사막, 그곳에서는 말야, 사람들이 며칠을 걸어도 집 한 채 보이지 않고 우물 하나도 마주칠 수 없을 때가 있단다. 왜냐하면 사막은 너무 광막해서 아무도 사막을 전부 샅샅이 알 수가 없기 때문이야.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마치 바다 위에 뜬 배에 타고 있는 것과도 같아서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어,어떤 때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지.’

’도시는 이상한 곳이다.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사막에도 삶이 있고 자유가 있고 자연이 있고 폭풍우가 있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문명이 발달된 곳만 역사가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작가의 역량이 담겨 있다. 랄라가 일탈을 꿈꾸는 삶은 우리도 한 번쯤은 꿈꾸며 산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는 삶이 대부분이라면 한번쯤 경험을 하듯 새로운 일탈을 행하며 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듯 하다. 마르세이유에서의 삶에 익숙하지 못했던 것 또한 사막의 자유에 너무 깃들여져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은 ’사막여행’ 을 하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어 더 읽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가지고 있지만 ’노벨문학상’ 의 작가들 책은 왠지 더 읽혀지지 않는다.작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더 뒤로 미루다 잡게 되었는데 언젠가 티비에서 보았던 사막여행중 장면중에 물한방을 떨어 뜨리니 바삭 말라 있던 죽은 식물과 같았던 것이 금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사막의 자연에 길들여진 식물을 보고는 모래뿐이라고 알고 있는 그곳에도 생명이 있는 식물과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소설도 더 재밌게 읽었을지 모른다. 랄라가 누리던 사막의 자연과 자유과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누릴 수 없고 볼 수 없음을 알기에 그녀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사막을 떠나보고나서야 진정한 사막의 가치를 발견하듯 다시금 되돌아온 그녀의 앞으로의 삶이 희망적이고 새 생명이 있기에 더 기대가 된다. 청색인간의 피를 물려 받았지만 조상과 어머니와 단절된 그녀가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고 만들어 가는,새 생명의 잉태가 모성애를 품은 사막이어서 더 행복인지 모르겠다.소설을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 조금은 조급하기도 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읽다보면 한편의 시를 읽듯,한장의 정교한 그림을 보듯 사막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조상의 이야기는 왼쪽 페이지가 약간 들어가게 하는 정교함으로 현실과 구분 지어 놓기도 하는 세세함 속에 정말 정교하게 짜여진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본 듯한 느낌은 비단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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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3주

<이주에 볼만한 영화> - 6월 3주 

                                           

6.16일 어제 보고 왔습니다. 별 기대없이 보게 되었는데 큰 감동을 받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에 대한 상세설명도 읽지 않았기에 영화에 대한 생각이 백지 상태였는데 많이 알게 되었네요. 한국전쟁때 이름없는 학도병으로 죽어간 이들이 삼천여명, 그중에 포항전투에서 71인이 11ㅣ시간 동안 연필 대신 총을 잡고 사투를 벌이며 목숨을 담보로 조국을 지켰던 이야기 입니다. 탑군(최승현)의 연기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았어요.강렬한 눈빛 때문일까요. 영화가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합니다. 차승원의 카리스마와 함께 빛났던 연기였어요. 그 현장에서 살아 남은 할아버지들의 증언이 있어 더 볼만한 영화이고 감동이 배가 되었던 영화랍니다. 적극 추천해요. 

 

 

 이 영화는 티비에서 한것을 영화로 한것이라 하는데 전 티비로는 본 기억이 없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영화로만 평하는데 영화 넘 재밌습니다. 화끈하고 화려한 액션과 함께 웃음을 빵빵 터트려주는 그들의 유머가 정말 더위를 싹 날려 버릴듯 화끈하게 웃고 나왔답니다. 괴짜들이 모인 A특공대,모든게 올A입니다. 웃음 액션 모든면에서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물론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넘 재밌게 잘 보았답니다. 강추. 

 

 

 

 

 <방자전>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얼른 보려고 합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작가의 한줄 상상력으로 탄생을 하는 것 같아요. '방자,그가 춘향의 남자였다.'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입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고전이 아닌 이시대에 맞는 새로운 버전의 '춘향전' 은 아닌가 생각하는데 내용이 무척 궁금하네요. 방자의 순애보를 만나러 빨리 영화관으로 가야 할 듯 합니다. 

 

 

 

 

 <섹스 앤더 시티1> 을 보았기에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한 영화입니다. 그들이 나이를 더 먹고 어떻게 변신을 했을까도 궁금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여자들은 가끔 이런 일탈을 상상하죠. 내가 해보지 못한것, 내가 꿈꾸지 못한 삶 등... 이 영화는 여고때터 오랜시절 친구로 지낸 친구와 함께 보았는데 여자들이 보기엔 딱인 영화인듯 해요. 빨리 보러 가려구요. 한동안 로망과 같은 영화에 잠시잠깐 빠져 현실을 잊으며 한바탕 웃으며 '행복한 일탈' 을 하고 오고 싶네요. 

 

 

 

 <엽문1> 을 보아서 이 영화도 기대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이달은 유난히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은듯 하여 이 영화까지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중국영화 간만이라 기대가 되네요. 

 

 

 

 

 

 '비' 의 '힢송' 이 주제곡으로 쓰여 관심이 가는 영화인데 성룡과 비가 만나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궁금한 영화입니다. 성룡도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데 화려한 그의 액션에서 웃고 즐겼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기회가 되면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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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 71-Into The F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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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인의 이름없는 학도병들의 감동실화 '포화속으로',2010



감독/ 이재한
출연/ TOP최승현(오장범), 김승우(강석대), 권상우(구갑조), 차승원(766부대장 박무랑)...


학도병들, 그들은 군인인가 아닌가... 그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그들을 기억하자.

이 영화이전에 한때 감동의 쓰나미를 전해주었던 <태극기 휘날리며> 가 있어서 이 영화는 글쎄, 하며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 미디어에 나도는 이런저런 이야기 이전에 영화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 엔딩 자막으로 나오는 그때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할아버지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는 이야기에 발길이 멈추어짐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영화가 그냥 실화라는 이야기로 끝나나 했는데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나와 내려가다 다시 빈자리를 찾아 않아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없는 학도병, 그들이 지켜낸 조국 좀더 값지게 '오늘' 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학도병 그들은 군인인가 아닌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쟁에서 밀려 가던 우리군,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 대장과 그외 부대원들은 낙동강 사수를 위해 모두 떠나고 총한발 쏘고 군인이 되고 전쟁경험이 있는 오장범을 중대장으로 하여 71명의 학도병들은 포항을 지키기 위하여 낡은 학교에 남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오합지졸, 0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여 학교 근처에도 못간 깡패 갑조는 중대장 오장범과 계속적으로 부딪히고 의견이 일치를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리중에 대장이 두명이 있는 셈이다. 그들은 군인이라기 보다는 무슨 '소풍' 을 나온것처럼 그야말로 전쟁과 총부리가 코앞에 닥쳐 왔음에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젊은 혈기만 남발을 하다가 급기야 눈앞에서 인민군과 마주하게 된다. 어제의 그들은 버려야 살 수 있는 현실,그들은 군인인가 학생인가?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군인' 의 폐기로 똘똘 뭉치는 그들이 큰 일을 해 내기로 결의를 다짐한다.

조국앞에서 하나가 된 '학도병들' 
그야말로 더이상 밀렸다가는 부산앞바다에 '풍덩' 빠질 위기에 놓인 우리군,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을 친 그들에겐 '조국' 이 있다. 조국앞에서 하나가 되어 '포화속으로' 목숨을 담보로 뛰어 들게 된 학도병들의 이름없는 죽음이 너무도 안타깝게 펼쳐진다. 71인이 11시간동안 그곳에서 물러섬이 없이 지켜 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들이 있지 않나싶다.평균나이 18살, 그들이 지금까지 연필을 쥐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총이 그들이 목숨을 지켜 줄 것이다. 혈전이 시작되기전 장범은 어머니께 편지를 쓴다. 다른 학도병들은 모여 웃고 떠들고 있는데 한쪽에서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을 생각하며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쓰는 장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엔 총 한발 제대로 쏘지 못하던 그들이 인민군과 함께 하여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기로에서 피 튀기는 혈전을 거듭하며 진짜 '군인' 으로 거듭난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더 비장함으로 똘똘 뭉치는 그들이 마지막 죽음을 담보로 사선을 넘으며 서로를 지켜주는 장면은 뭉클함을 넘어 울컥 무언가 쏫아내게 한다.

우리는 그들을 반드기 기억해야 한다.
2101년 6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가슴에 감동의 쓰나미를 한번 더 전해 줄 영화 <포화속으로>는 故 이우진 학도병의 편지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TOP 최승현이 분한 '오장범' 은 그를 대신하는 인물로 분한 것이다. 탑의 강렬한 눈빛이 이 영화에서는 놓칠 수 없는 포인트가 되었다. 강렬하지만 어머니께 편지를 쓰는 섬세함이나 대장의 죽음을 옆에서 목격했기에 학도병들의 중대장 역할을 하지 못할것 같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사선을 지켜내고 동료를 지켜내기 위하여 마지막까지 '목숨' 을 놓치 않았던 그, 그의 연기는 누구보다 이 영화에서 뛰어났다. 인민군 제766부대 대장 박무랑으로 분한 차승원의 카리스마와 탑의 눈빛이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포인트인듯 하다.

차승원,권상우,탑,김승우 네 남자의 카리스마가 함께 어우러져 영화는 감동이었다. 박무랑 그는 인민군 대장이지만 학도병인 그들을 군인이라기 보다는 학생으로 간주를 하는 날카로움 속에 인간미를 보여준다. 반면 강석대는 학도병들만 남겨 놓고 왔기에 그들을 나몰라 할 수 없음을,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마지막까지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한 그곳만 남겨진 채 그들은 지켜내질 못한다. 인간애가 넘쳐 났던 그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가짜 학도병이었던 구갑조는 그 전투에서 진짜 학도병이 되어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지만 그 또한 자신을 지켜 낼 수 없었다. 네 남자의 자신에 맞는 색깔이 잘 들어났던 영화로 이름없이 죽어간 한국전쟁에 희생된 학도병 삼천명에게 받쳐지는 영화가 아닌가 한다.
 
어느집이나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하지 않은 집은 없을 듯 하다. 내 가까이에도 아버지를 비롯하여 친척분들이 그때 겪은 전쟁의 상흔으로 인해 삶이 그리 평탄치 못하게 살다 가신 분도 계시고 지금도 그 아픔을 겪고 계신 분도 있다. 하지만 60년이란 세월은 우리를 망각의 강을 건너게 하였고 내가 겪지 않은 아픔을 가슴 깊이 간직하기란 싶지 않음을 이 영화를 통해 한번 상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하며 지켜내려 했던 조국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나 또한 '오늘' 을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영화를 처음엔 그리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는데 마지막엔 정말 감동의 쓰나미에 밀려 울컥했다. 할 수 있다면 내 아버지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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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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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할 겁니다.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헤어질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일 겁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신경숙의 '짧은 소설' 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연작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단편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는 작품들은 읽다보니 정말 작가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기쁨,슬픔,애환등 간결한 글속에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라 더 깊게 가슴을 헤집는 듯 하다.

그녀가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하기전 여기저기 썼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하는데 일반적인 작가의 소설보다는 이런 단편들을 읽다보면 작가를 좀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좀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글들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상대는 나일수도 있고 혹은 당신일수도 있고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담아져 있어 어떤 글은 읽다가 한참을 웃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J, 8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J라는 글자가 익숙할 것이다.이선희의 'J에게' 라는 노래 때문에 한동안 입안에서 'J'를 외치며 유행처럼 느끼던 알파벳 'J' 는 모두의 일상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글자가 되었다. 짧은 소설은 첫이야기부터 웃음과 눈물을 '빵빵' 터트리게 한다. 통화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야기속 J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부의 삶이 녹아 있는 짧은 글이지만 가슴이 아리다. 시인과 거지, 동네마다 그런 사람이 예전에는 한사람씩 꼭 있었다. 정말 세상을 등진 시인처럼 그런 사람이 있어 가던 길을 붙잡던 그때 그들, 지금 어디로 갔을까. 셀로판지에 대한 추억,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짧은 이야기속에서 어릴적 무척이나 젊었던 나의 아버지를 본다. 하교길에 늘상 교문앞에와서 기다리며 막내를 자전거 뒤에 태어고 가는 것이 행복인양 하셨던 아버지,지금은 팔순이 다 되어 등고 굽고 큰병과 싸우고 계시니 좀더 잘 해 드려야겠다. 눈만 크게 뜨면 돼,정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한때는 초등입학전의 조카들을 돌보는 때가 있었는데 막내조카가 아이들이 골목에서 말썽을 피우면 '이모가 대신 나가봐' 하며 이모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꼬마의 말이 너무 이뻐 한참을 웃었다. 울지 마라,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해외파견으로 돈을 벌러 가던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훈훈함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 이쁜놈아, 괜히 울아버지 생각이 났다. 작년에 큰병을 얻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처음으로 하시게 되었는데 막내인 나의 손을 꼭 잡으시며 힘을 얻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덧니아가씨, 순수할것만 같았던 그녀가 축구광으로 생긴 덧니라니 읽다보니 반전에 혼자 웃었다. 토끼와 거북이,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정말 재밌다. 정말 예전에는 조회시간에 쓰러지는 나같은 사람들이 한둘은 있었다. 이 단편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시원하게 속을 비웠다.전망 좋은 벽장,담장이 허물어져 부엌이 다 보이는 집이지만 그래도 남에겐 정말 혼자쓰기 큰 방에서 사는 시 쓰는 그녀가 행복해 보인다. 그녀는 예뻤다,가슴 뭉클한 이야기. 다리 한 쪽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가 좀더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이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눈물 두스푼의 이야기.

4장으로 나뉘어 있는 44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가슴 따듯하기도 하고 때론 눈물샘을 마구마구 자극하기도 하면서 우리 이웃이거나 혹은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긴 이야기로 써도 참 좋은 내용이 될 소재들이 많다. 짧은 소설 속에서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껴 본다.때로 삶이 각박하다거나 버겁다고 느낄 때 한 편 씩 읽어본다면 희망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다분하다. 김치를 담고 몸이 조금 피곤할때 이 책을 잡았는데 피곤이 싹 가시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한참을 웃고 가끔은 눈물 한번 찔끔하고 나니 감정청소가 다 된 듯 하다. <엄마를 부탁해> 나 신작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라는 작품들이 이런 짧은 소설을 발판으로 나오지 않았나싶다.짧은 소설속 이야기들을 읽고 있다보니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해 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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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나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새벽의 나나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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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아직 수쿰빗 소이 식스틴의 비밀을 공유할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아프리카로 가던 중에 들른 태국에서 만난 전생의 아내라고 생각되는 창녀 플로이, 그녀로 인해 레오의 여행계획은 여지없이 수정되고 말았다. '예닐곱 권의 두꺼운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여가며 공들여 작성한 것이었다. 완벽한 것처럼 여겨졌던 그 일정에는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너무 철저하게 짠 나머지,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잘못될 경우 모든 게 통째로 무너지고 마는 구조였던 것이다. 애초에 완벽한 여행 일정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완벽한 여행 일정이 없듯이 급 수정된 여행 일정처럼 그의 삶 또한 변화시킨 나나, 그곳엔 창녀도 있고 그외 그녀들과 함께 하는 비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 로 얽혀 삶을 살아 가고 있다.

오백년전 쯤에 자신의 아내였을것 같은 여자가 지금은 식스틴에서 창녀로 있다. 그녀가 쌀국수를 먹는 엿모습을 보고는 그녀의 전생을 본 듯 하여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플로이는 레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은 서로의 주변만 돌 뿐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몇 달을 살아간다. 레오가 왜 그곳에 머무르려 했을까?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창녀 플로이를 위해 닭튀김을 가져다 주려 하다가 계단에 있는 도마뱀 비슷한 것을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동물과 대화를 하는 그, 그는 갓태어나 그 계단밖에 보지 못한 도마뱀을 죽일 수 없어 계단에서 구르고 만다. 그로인해 다리의 인대가 늘어나고 깁스를 하고 창녀들과 함께 그곳에서 오랜시간동안 머물면서 아프리카 여행을 꼭 하겠다고 다짐을 해 보지만 그의 주머니는 창녀들에 의해,아니 그가 전생의 아내였다고 생각하는 플로이에 의해 무참히 털리고 만다. 모든것을 다 잃고나서 불현듯 한국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하는 그,한국에서의 삶 또한 만만하지 않아 여섯명이 탄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가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남고 그는 다시 나나로 향한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가 젊은 시절 관계했던, 그의 방황하는 시절과 같은 나나의 창녀촌 생활에 다시 물들어간다. 

'수쿰빗 노천 국숫집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오는 플로이에게 끌렸다. 거기에는 그녀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외에도 낯선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젊음의 낭만 어린 치기, 또 무리한 일정으로 고단한 행군을 하는 배낭여행자 특유의 외로움 같은 것이 한데 섞여 있었다.'

'타이는 자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태국에는 온갖 자유가 넘쳐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실 자유,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자유, 온통 벌거벗고 다닐 자유,부모님 말씀 안 듣고 까불 자유, 각종 마약을 할 자유, 그러다 체포되어 감옥에 갈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자유도 지금 당장의 이 순간을 허비할 자유보다 달콤하지는 않다.' 레오 그가 누린 자유가 '순간을 누린 달콤한 자유' 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렇게 창녀들과 어울려 살고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점점 자신을 잃어가면서 나약해지고 의지박약해지는 모습에 플로이에게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일기도 했지만 그 거리의 사람들처럼 '오늘 하루 만족' 하는 삶도 삶이고 자유이다. 서로 관계하면서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질긴 인연처럼 살아가는 잡초같은 그들,그들에게도 새벽이 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쉽지 않은 작가라 생각하던 것이 점점 그를 좀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거리와 창녀들의 삶은 그가 깊이 있게 파고든 노력의 흔적처럼 세세하다.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전작처럼 그들과의 비루한 삶이 세밀하여 그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 장편이라 하는데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인듯 하다. 삶은 어디에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되는 것이고 '지금 사는 인생이 내 몫의 최선이라 믿고 싶어.' 라는 말이 가슴에 박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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