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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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눈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두려움 없는 경건한 마음이면 눈을 감고 있어도 그 빛이 보인다네.'
정말 책을 읽는 동안 한순간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소설이다.실화소설, 그런사람이 정말 있을까 할 정도로 '용준' 에겐 오롯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 밖에 없는 인생을 산 듯 하다. 하지만 현재도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도 있다. 가까이엔 내 이웃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반대로 부모가 아닌 자식이긴 하지만 십여년이 넘는 세월을 팔팔하던 이십의 그 꽃같은 나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부부가 있다. 그들은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가 한참 난리를 피울때 얼마나 큰 희망을 가졌었는지 모른다. 한줄기 빛처럼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교통사고 이후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정말 좋아하셨다. 다 큰 자식이 식물인간이고 그런 아들 때문에 아줌마는 한시간도 집을 비우지 못하니 살림은 뒷전이다. 온통 언젠간 깨어날지 모르는 아들을 위해 헌신을 하듯 모든 삶을 다 바치고 계시다. 여행한번 아니 하루의 반시간도 어디 마음 놓고 외출을 못하신다. 그런 아줌마의 가슴엔 알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듯 가끔 만나면 달관한 자신이 삶을 토로하며 한숨 짓는다. 그런 아줌마가 안되셔서 환자를 보살피는 것을 내가 배워 가끔 아줌마의 시간을 내 드리겠다고 말을 하니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부동반 여행도 가고 싶은데 평생 한번도 못가보셨다며 한숨을 지으셨다. 그래도 아저씨 아줌마는 늘 밝으시다. 긴 시간동안 환자는 욕창한번 걸리지 않고 버텨왔다며 자랑을 하셨다. 그분들에겐 이제 남은 삶은 그 아들이 전부가 된 것이다. 언젠가 희망이 함께 하길 바라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17년간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간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런 삶으로 인하여 자신은 '암' 이라는 치명적인 병이 갏아 먹고 있어도 그 또한 알지 못하고 고스란히 '죽음' 을 받아 들여야 했던 그사람, 용준아재가 내 가슴을 후려쳤다. 다른 무엇보다 제일 어려운 것이 '환자돌보기' 인 듯 하다. 집안에 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긴 병에 효자 없다' 라는 말처럼 우환이 들었다고 하기도 하며 가산을 탕진하기도 쉬운 일인데 '형인지... 아버지인지...' 모르게 집안 살림을 아버지가 되어 잘 이끌어간 한사람, 왜 하느님은 그를 그렇게 심한 벌을 내리시며 데려 가셔야만 했을까 의문이 든다. 그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다고,아버지만 위하고 가족만 위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죄일까. 

'철이 없어 인생이 별건 줄 알았어요. 옴치고 뛸 수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제야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책임지는 일이라는 걸 말이에요. 제가 옴치고 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건 무엇이 소중한 줄 몰랐기 때문에 엄한데 떠넘긴 제 답답함이었다는 것도요.'  아버지에 대한 책임,가족에 대한 책임,그리고 자신 또한 세 아이의 아버지라는 책임, 그토록 그에겐 무거웠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면 조금 수월했을것을 왜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려 했던 것인지,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려 한 그가 미워지기도 했다. 자신을 좀더 돌아보고 자신을 좀더 자유롭게 놓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는 그만큼 아름다운 사람이고 순수한 사람이고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사람인듯 하다. 

'욕심부리지 마, 뭐든 ,바다의 거친 파도는 파도처럼,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그처럼, 그렇게 저마다의 운명으로 사는 거야.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행복한 거라고는 당신이 얘기해 놓고서...' 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었을까. 정말 고개가 숙여지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내 아버지 또한 작년에 암선고를 받으셨다. 그순간에는 하늘이 무너지는듯 부모님을 뺀 가족 모두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했고 서로가 아버지를 위하기 위하여 나섰지만 아버지가 지금은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서인지 나부터 조금은 헤이해졌다. 안부전화 한통 제대로 하지 않고 가까이 계셔도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용준아재는 정말 대단한,내리사랑이 아닌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연적으로 '사랑'을 배우게 된다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가르침이다. 가족간의 사랑은 누군가 한사람 아프게 되면 더 깊어진다. 흩어진 모래알이 뭉치듯 '화합' 하여 난관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가족애가 더 깊어지고 서로의 사랑이 더 깊어진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것을 떠 안으려는 것은 무모하기도 하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듯 모두 함께 나눈다면 좀더 수월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데 혼자서 모든것을 떠안으려했던 그가 내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사랑은,효도는 이런것이라고...

아버지의 그 모든것을 고스란히 '존재' 하게 하려 했던 그, 고향사진관은 그렇게 고향의 사랑방이 되고 아버지가 이 땅에 존재했음을 일깨워 주는 장소이면서 우리에겐 우리자신을 뒤돌아 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야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 도 떠올랐다. 오래된 추억의 장소인 사진관을 끝까지 지키려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진솔하게 묻어났던 소설이 잔잔하게 '고향사진관' 함께 오버랩되어 슬픔이 밀물처럼 내 가슴에 밀려들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아버지' 의 모든것 이었기에 그에겐 힘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었던 그에게 희순씨,그의 아내는 정말 '지기知己' 였던 것 같다. 아내의 변함없는 내조가 있었기에 그 또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말 그들은 '효부,효자' 로 명색이 없지만 그 또한 마다했던 그들이었으니 소설로나마 재탄생 되었다는 것이 정말 다해한 일이다. '어깨를 나란히, 두 손을 꼭 잡고, 희마한 가로등 불빛에 비슷한 그림자를 길게 끌며, 걸음조차 똑같이, 골목길을 타박타박... 밤하늘의 별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으로 느끼며... 아픔을 위로하고, 고민을 달래주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사랑의 이야기를, 정겹게 도란도란... 아! 참으로 아름다운 부부였다. 친구였다. 지기였다. 그쯤이면 무엇도 부럽지 않을, 아니 더 이상의 위로가 무엇이 있을 텐가!' 부부도 오래살면 닮아 간다더니 서로에게 수줍음이 많았던 그들은 어느새 이십여년의 삶속에 똑같이 닮아간 삶을 살았다. 혼자서 아버지를 지킨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 그를 무던히 뒷수발 들어주던 아내가 있었고 그런 부모의 사랑을 내리사랑으로 받은 아이들이 있었고 그리고 친구와 가족이 있어 긴 시간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슬프고도 가슴 따듯한 소설을 만나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던 '고향사진관' 좀더 내 아버지의 남은 삶동안 좀더 잘해드리고 그동안 미루며 못해 드렸던 일들 해드리고 싶다.다음에 후회하지 않을 그런 '사랑'을 아버지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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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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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행복하세요.'
행복에도 조건이 있을까? 그렇다면 '행복' 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일명 하버드대 공부벌레들의 인생보고서로 그들의 인생전반에 걸친 72년간의 추적한 '삶의 보고서' 라니 그 방대한 세월에 대해 정말 경의를 표한다. 한사람의 인생을 통틀여 들여다 본다는 것은 희 노 애 락을 모두 볼 수 있고 불행과 더불어 행복이라는 기준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행복도 또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얼마전에 보았던 작은 섬나라가 생각난다. 오세아니아군도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 확실할지 모르지만 그나라의 사람들은 교육을 많이 받은것도 아니고 재산을 많이 가져서도 아니다. 겉으로 들어나는 물적행복이 아닌 '정신적 행복,마음이 행복' 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들은 천혜의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에 만족하면서 더 바라기 보다는 '지금' 바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서인지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이었다. 

그렇다면 그들보다 교육도 더 받고 가진것도 더 풍부하면서 유아기는 물론 노년기도 섬나라 사람들 보다 더 풍족한 하버드대를 나온 이들은 모두가 행복할까? 그럴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행복하다면, 이 보고서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과 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은 또한 그런면에서 재미를 준다. 70여년을 살아온 인생보고서를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0세에는 천명을 알고, 60세에는 귀가 순해지고, 70세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노화는 쇠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지평을 확장하고, 인내심을 강화하며,무의식적 방어기제를 성숙시키는 과정이었다. 성공적인 노화는 곧 성공적인 생존이며, 다른사람을 받아들이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연히 이 책을 읽는 중에 친구에게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행복하니... 지금 넌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니..' 내 대답은 '지금 충분히 행복해. 남들이 보기엔 물질적으로 부족해 보이긴 해도 내가 하고 싶은것들,독서하고 여행하고 산행하고 즐기고 하면서 내 맘대로 하고 살으니 충분히 행복해.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아닐까.어제도 오늘처럼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해. 내일 비록 어떤 일이 있어도 아직은 행복해.'  비록 내 나이가 인생을 많이 산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행복하다고 느낀다.더 많이 가져서라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가족이 모두 함께 하고 오늘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행복하다. 두번의 큰 사고라면 사고를 당하였다. 남들은 사고의 이야기를 들으면 '죽음' 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사고였다. 하지만 난 어느 한부분 뼈가 부러지는 행운을 얻으며 살아났다.불사조처럼... 그리곤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은 덤이고 감사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난것도 행운이지만 내가 산것도 행복이다. 내가 살아남으로 하여 가족이 느꼈을 위기를 묘면했기에 행복이고 아이들에게 아직은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 행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하니 아픔도 잠시 입원중에도 아프지 않은것처럼 웃고 다녔다. 모두가 내가 그런 큰사고를 당했다고 생각을 못했다.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을 하니 현실이 행복 그 자체였던 것이다. 

'긍정적인 유년기가 부정적인 유년기보다 한 사람의 미래를 훨씬 더 강력하게 예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을 보아도 긍정적인 유년기를 거쳤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부정적 보다는 인생을,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는 내 삶의 진로는 유년기에 결정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물론 어린 시절이 어느정도 인생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이 책에선 '평생 교육' 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노년기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 뇌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늙는 것은 쇠퇴가 아니라 성장이라고 하는 말과 통한다. 

성공적인 노년에 이른 비결은 '정답이 없다는 걸 알더라도 소크라테스처럼 끝없이 진리를 탐구하라,최고의 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늘 말하듯이 '회색 뇌세포'를 움직여라.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일하고 사랑하라.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사랑하고 돌보라.우울할 때 말고는 절대 지난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마라. 이겨내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 미래를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이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하고 끝까지 진리를 탐구하라.' 은퇴를 하면 흔히 모든것에서 손을 놓듯 자신의 삶에 브레이크를 건다. 하지만 은퇴도 삶의 일부분이고 '은퇴 이후 윤택한 노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배움을 통해 맛보는 즐거움은 노년의 심리적인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잠시 뿐만이 아닌 노년에 더 중요한듯 하다.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은 뜻밖의 행운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인생의 정답이 없듯이 행복에도 조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정답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하여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고 무언가 끊임없이 노력을 하며 배우고 익히고 유머너스라게 친구나 가족과 어울리며 친목을 도모하고 사랑을 하라 라고 하지만 우리는 행복의 조건을 물질로 더 많이 기준을 두고 값어치를 따진다. 하지만 정신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행복이 노년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의 삶에서 보여주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생산적인 희망'을 가지고 산다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도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이 다 끝나갈 무렵,피로에 지쳐 발걸음은 점점 더 느려지겠지만 시작점에 서 있을 때보다는 목적지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딱히 '행복의 조건' 이다 라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부정적 보다는 긍정적으로 어느 한순간 포기보다는 끊임없이 배우려는 희망적인 교육에 대한 노력과 가족과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봉사등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며 유년기가 불행했다고 해서 노년기가 불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지 의지에 따라 삶은 변화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행복의 조건도 행복도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자신안의 삶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겠다는 것을 배우며 문득,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내 몸의 한부분 안좋아 수술을 해야 하지만 그것도 당당히 받아들이고 나니 한결 수월해진다. 그마져도 내 삶의 일부라면 당연하게 받아 들이며 더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한 간이역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좀더 내 삶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보려 한다. 그런면에서 '행복의 조건'은 큰 힘이 되었다.

'노년은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평원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걸어온 발자취마져 사라져버렸다. 그저 그곳에 할 말을 잃고 놀란 채로 서 있을 뿐이다. 스무 살 이후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 막막함과 공포에 질린 채로 말이다!' - 언론가 故 마빈 베럿이 78세 노년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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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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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는 나에게 슬픔과 함께 ,생애를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청춘의 광채와 위로를 주었다. 사실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는 것을 잠깐 미리 만났었다. 하지만 난 종이책을 더 좋아하기에 두어번 읽다가 그만두었다. 그때 작품의 제목은 ’살인당나귀’ 였으니 ’은교’ 라는 이쁜 제목의 이 작품을 보고는 다른 작품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 작품이 맞다. 작가 박범신의 작품으로 내가 읽은 것은 93년 절필선언을 하고 용인의 외딴집에서 칩거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썼던 <흰소가 끄는 수레>를 비롯하여 ’세상이 화안...해요’ 라는 첫말이 잊혀지지 않는 소설 <나마스테> 그리고 형제가 히말라야 빙벽인 ’촐라체’ 를 등반하며 새로운 삶을 만나는 <촐라체>를 거쳐 김정호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었던 <고산자> 까지 읽었지만 그의 또 다른 몇 권의 소설들은 아직도 날 기다리며 내 책장에 꽂혀 있다.’은교’는 전작들과는 다른 작가의 노련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70세의 노인과 17살의 풋풋한 소녀의 사랑이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이 작품에서 ’사랑은 무죄’ 라고 말한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고 그 사랑을 바라보며 자신안에 충만이 간직하는 것으로도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린 사랑이라 하면 소유하고픈 욕망,갈망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적요 시인의 자신이 가지기엔 너무 아름다운 풋풋하고 여린 17살의 은교를 바라보는 충만한 사랑은 작가의 연륜이 빚어낸 아름다운 도자기 한 점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이적요 시인과 은교의 사랑에 질투와 욕심을 불러 일으키는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 그는 이적요 노시인과는 다르게 ’은교’ 라는 사랑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가볍게 가진다. 감히 노시인은 아까워 손한번 대기 힘든 사랑에 그는 너무도 당연하고 당당하게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아끼면서 정교하게 빚어 놓은 사랑을 한순간 짖밟듯 다루는 제자 서지우의 난폭함에 ’살인’ 을 다짐하는 노시인, 그는 끝내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그 사랑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은 어쩌면 ’시詩’ 에 대한 오마주 같은 작품이다. 노시인의 등장으로 인하여 많은 詩가 등장을 하고 얼마전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애너벨 리,싸늘하게 죽다> 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작가의 노련함을 만날 수 있은 작품으로 연륜이 묻어나서 이전의 작품들도 좋았지만 더욱 물씬 풍기는 작가의 맛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인듯 했다. 노시인이 죽고 일년후에 발표하라는 이적요시인의 마지막 노트, 은교와의 사랑도 들어 있지만 제자 서지우를 자신이 죽였다는,세상에 알려지면 지금까지 시인의 명예에 흠집을 낼 내용들에 Q 변호사는 어찌할줄을 몰라 난처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한은교를 사랑했다는 것과 서지우를 죽였다는 이적요 시인의 고백은,관능적이다.’ 라는 한마디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이 관능적이면서 강렬할것을 미리 암시한다. 

한은교,17살의 그녀는 노시인에게는 ’쇠별꽃’ 이며 ’너의 머리칼이 나의 이마와 어깨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명주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듯했다. 또다른 새벽이 오는가. 온몸의 죽은 세포들이 새벽 봄풀처럼 깨어 일어나고 있다고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죽은 세포마저 잠 깨우는 그런 존재이다.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는 그에게 ’은교’ 란 새로운 생명이고 사랑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했던 사랑을 지우에게 빼앗김으로 인해 무너져 가는 노시인, 그런 시인의 사랑과 문학적 능력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려 했지만 자신은 감히 뛰어 넘을 수 없었던 스승의 사랑과 능력앞에 무참히 무너진 제자 지우, 하지만 은교는 지우와 이적요시인의 사이에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무너졌는지 모른다. 

’나는 녹음된 너의 목소리를 열 번쯤 들었다. 늙은 매화 붉은 잎이 연방 강물로 투신하는 모습은 봄꽃보다 더 이뻤다.’ 작가의 표현은 대담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고 그리고 날카롭다. 금방이라도 예리한 칼날에 베일것처럼 날 선 표현들은 곳곳에서 기다리고 예기치 않게 독자를 맞이한다. 그가 ’은교’ 라는 젊음을 표현하는 말들이나 이적요 시인을 표현하는 ’늙음’ 의 표현들 또한 예리하다. 중간세대인 서지우, 욕망을 채우려는 욕심과 자신의 문학적 무능력에 방황하는그의 모습 또한 작가의 포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랑’ 에대한 인간의 내면,이중성등을 작가적 연륜으로 잘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다. 

은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자신의 가슴안에 품는 것만으로 너무 가슴 아픈 사랑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저질른 살인이 아니었지만 살인을 계획한 것만으로 살인이라 인정해야만 했던 이적요 시인의 마지막은 처참하다. 하지만 원조교제와 같은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함으로서 ’은교’ 는 더욱 빛이 난다. 자신의 오래된 코란도를 ’당나귀’ 에 비유 했듯이 그 자신이 늙은 당나귀처럼 노련함을 작품의 곳곳에서 발휘함으로 외설스럽지 않은 노인의 풋풋한 첫사랑을 들추어 보듯 아름다움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남자에게 연애는 감각으로부터 영혼으로 옮겨간다.’ 라는 말처럼 은교의 가냘픈 ’손’으로 시작된 사랑이 자신의 영혼을 지배하게된 사랑으로 번진 소설 ’은교’ 는 작가의 또 다른 사랑관을 만나듯 경이로웠다. 서지우가 남긴 노트와 이적요 시인이 남긴 마지막 노트의 이야기가 맞물려 가며 엉킨 실타래가 풀려 나가듯 하는 이야기는 그의 표현처럼 ’고요한 욕망’ 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문득 문득 소설을 읽으며 ’노마지지’ 를 보는 듯,작가가 풀어낸 또 다른 사랑과 인생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생의 마지막에 너를 통해 만나 경험한 본능의 해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인생,나의 싱싱한 행복이었다. 그게 바로 나 이적요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또 다른 어떤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는 작품을 들고 나올지 정말 기대된다. 그가 풀어내는 사랑도 인생도 우리 삶의 한부분인데 그의 연륜이 묻어나서일까 그의 손을 거치면 감칠맛 나며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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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한번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다른 여행이 아닌 <걷기여행>. 세계3대 걷기여행코스로 많이 알려진 '산티아고 가는 길' 로 순례자들이 걷던 길이 삼십여일 혹은 오십여일로 자신을 찾는 걷기 여행으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는 길로 알고 있다.  

 한 곳 한 곳 들르는 곳마다 '도장' 을 받고 알베르게에 묵는 걷기여행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 동지애를 느끼고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듯 하다. 크리덴셜 카드에 도장이 하나 둘 채워질 때 마다 자신의 이룩했다는 성취감 또한 대단할 듯 하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렇게 대단한 일도 없었지만 한번 '대단한 일' 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여행을 꼭 한번 누구에게나 권해보고 싶다. 요즘은 이 길을 걷고 온 여행객들이 많은지  이 길을 경험한 여행기 또한 많다. 어느 책이 좋은지 어느 책이 나뿐지 보다는 그들의 경험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산티아고' 지금 힘찬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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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여행의 로망-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고선영 지음, 김형호 사진 / 시공사 / 2010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11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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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진짜 가수 박기영의 진짜 여행
박기영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05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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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정동락 지음 / 쿰란출판사 / 2010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05월 06일에 저장

신과 함께 가라 산띠아고 가는 길
변정식 지음 / (주)니키앤프랜 / 2010년 4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0년 05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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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저 가는 거야, 또 가는 거야.'
이 책을 읽기전에 '산티아고 가는 길' 에 대한 다른 책을 한 권 읽었고 스페인 순례자 길에 대한 여행다큐나 그외 다른 책들에서 접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까 처음 그 길에서 받은 느낌보다는 약간 덜한 감동이었다. 그 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중세의 건물들이나 곳곳의 문화 혹은 생활 등을 언젠가는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삶이 나이를 먹고 떠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삼십일 혹은 사십일 어떤 이는 오십일을 이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더 빨리 단기로 혹은 속성으로 길을 걷는다면 시간이야 자신이 조절하기 나름이겠지만 '걷는다' 는 의미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 를 만난다면 속성 보다는 '느림' 으로 맘껏 시간의 여유를 가져보며 '노란 화살표' 만 따라가기 보다는 알베르게나 주변의 풍광도 함께 즐기며 걷고 싶어졌다. 그런 여유를 갖는 다는것도 어쩌면 큰 행복이겠지만 긴 시간동안 '자신과의 싸움' 에서 걷는다는 의미는 어쩌면 '시간의 단축'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 에서 믿음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속에 있는 '하느님' 을 만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타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던가 아님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접하기에 약간은 껄꺼로울듯도 하지만 이 길이 워낙에 '순례자들의 길' 이었고 '자아찾기' 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할 듯 하다. 

그녀 나이 65세,20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하루 20km 씩 몇 시간씩 길을 걷는 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또한 지금 그렇게 행하라고 하라면 자신없어 포기하고 말 것이다. 가까운 산행을 가도 난 무거운 배낭을 메지 못한다.내가 메고 가는 가방의 무게는 '삶의 무게' 처럼 내 어깨를 누리고 나를 잠식하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과 건강과 용기도 물론 아직은 없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대단한 용기이고 시작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누렸던 모든것을 벗어 버리고, 유서까지 남기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 여행이었으니 혼자가 아닌 둘이서 떠난 여행이고 자신은 첫번째 길이지만 동행자에겐 세번째 길이라 경험이 풍부하다면 당연히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내가 주체가 되어야 할 여행에 누군가의 힘에 의해 타동사처럼 끌려 가는 여행은 진정한 자신의 목적이 아니기에 자신에게 더 화가 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자주 동행자에게 거론 되는 '불만' 은 어쩌면 자신에게 보내는 불만처럼 처음엔 거슬렸지만 어느순간, 하느님과 마주하고 자신만의 여행으로 삼아 동행자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여행이 인생은 긴 마라톤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앞질러 가던 동행자가 어느순간 그녀의 뒤로 쳐지고 모든 것을 내버리듯 한 자신은 가뿐함으로 앞질러 갈 수 있음이 진정한 '자아찾기 성공' 처럼 작가가 찾은 희망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했다.

오랜시간동안 걷다가 보면 정말 자신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긴 산행에도 너무 힘들거나 지치고 내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이 될 때 그자리에서 모든것을 포기하고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모든것은 '내 탓이요.' 처럼 모든것이 '사랑이고 희망이고 내 세상' 처럼 내게 안겨들때가 있다. 그런 맘에 나도 가끔 걷기의 일부분으로 산행을 한다. 그 순간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음을 앞으로 살아갈 날의 에너지처럼 그날들이 전부 내 삶의 앙금이 될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을,인생에서 너무도 값진 시간을 경험하고 오시지 않았을까 한다. 

그 길에선 내가 전에 무엇을 했건 어느 지위에 있었건 필요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방안에 든것조차 무거워 하나하나 비워 나가고 버리는데 내가 전에 지녔던 지위와 성공등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 살아갈 삶의 가방의 무게는 어느정도여야 살아갈 수 있을가? 하는 문제를 제기해 주는듯 하다. 그동안 줄기차게 쫓아 왔던 자신의 성공가도도 그 길에선 필요없다. 절실히 필요하다면 배고픔과 잠자리와 아픈 상처를 소독할 수 있는 약정도일터 우린 어쩌면 삶에 필요없는 사치품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음식, 극도로 간소해요. 옷차림, 옛날 순례자들은 단벌이었어요. 잠자리,물론 불편하죠. 그나마도 얻지 못하면 노천에서도 잘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을 고생스럽다고 여기면 이 길을 걸을 필요가 없어요.'  '순례자의 길' 을 걷는데 더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 와 내가 있는데. '산티아고는 길이며, 숲이고, 낙엽이며,바람이다. 길과 숲과 낙엽과 바람이 성당이다.' 조금 아쉬운점은 인용구처럼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데 방향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 들이 가득찬 사진이 아쉬웠다. 함께 했던 자연경관이나 그외 주변의 풍경이나 성당등 좀더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 사진이 있었다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길에서 하느님을 만난것도 좋았고 자신을 찾은것도 좋지만 독자를 위한 볼거리가 약간은 부족한것 같아 아쉬웠지만 이런 값진 여행을 떠나는데는 '나이도 필요없다' 는 것을 알려주는 용기를 주는 책으로 보여진다. 타지에서 아프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다. 강골이 아닌듯 하신데 그 긴 걷기여행을 무리없이 잘 마무리 하시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삶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아직 그 길에 서보지 못했지만 여행기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한 간접경험을 한듯 하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순례여행을 떠나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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