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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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십대나 사십대가 아니어도 십대건 이십대건 불안하지 않은 시대가 없는 듯 하다. 공부에 미쳐 있어야 할 십대를 지나 자기를 알아가고 자기로 우뚝 서야 할 시기인 '이십대' 하지만 이십대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십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청년실업' 이라는 말이니 힘들게 대학을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오지만 희망과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경우도 허다한 요즈음 비단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위를 봐도 제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조카는 희망에 부풀어 졸업장을 받았지만 전공과목을 살려 시험을 보기 위하여 다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점점 자신의 희망과 멀어져 가는 '성공'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재수정에 들어가 '도전' 이라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곁에서 보는 이모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안쓰럽기도 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때문에 한참을 고생하고도 주변인들 때문에 아픈 내색도 못하고 온 몸으로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있는 녀석에게 가끔 문화의 혜택을 누리도록 영화티켓을 나누어 주어 괜찮은 이모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 또한 그런 시기를 예전에 보냈고 이 책은 그런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기도 했으며 앞으로 일이년후면 이십대가 되는 딸들을 위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크게 스무 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일단락과 스무 살 불안의 두 얼굴이라는 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스무 살의 선택,운명을 만들어 가다와 스무 살의 고독과 놀이 그리고 친구와 욕망과 행복, 성공을 말하다. 마지막으로 스무 살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스무 살, 나는 누구일까? 나의 스무 살은 어떠했을까? 직업을 선택해야 했고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으로 위아래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라는 것을 배우며 때론 스무 살의 열정으로 '사표' 를 던지려는 맘이 지배를 하기도 했지만 먼 미래를 위해 나를 버려야 했던 사회생활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인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정말 변화무쌍한 이십대였다. 아무 준비없이 받아 들이고 막 부딪치며 현실을 접해서인지 좌절도 많았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해 가야 하는 방법도 터특했던 시기, 완전 불완전한 시기였다.

불안의 두 얼굴, 내 운명은 내가 만든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 내 운명, 그 운명의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가끔은 모험도 불사하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시기인 스무 살, 하지만 사회는 완전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습득한 공부만으로 성공과 운명을 좌우하듯 첫번째 선택한 길이 성공가도이길 바란다. 과연 그럴까? 무엇이든 불안의 중심에 서는 세대, 아직 완전하지 못하여 더 가치 있는 스무 살인데 연륜이 없는 그런 이십대에 우린 성공을 주입시키듯 이십대를 조련한다. 생산보다는 소비를 먼저 배우듯 하여 무엇이든 '최신형' 에 익숙한 세대이면서 소비를 위해 신용불량자도 감수하는 세대에게 안전한 길과 위험한 길중 선택을 하라면 어떤 길을 선택할까. 

'나는 나다.그러나 정작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스무 살은 그런 나이다.'
자신의 최고의 무기인 젊음을 가진 나이, 젊음이 있기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이 올바르지 않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여 자신이 가치를 평가해 볼 수 있는 나이,  ' 나를 변화시키는데 두려움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죄수다. 그러나 나의 변화가능성을 믿고, 실천할 수 있음을 믿는다면 당신은 자유롭다.' 스무 살에만 국한된 말은 아닌듯 하다. 어느 나이이든 자신의 변화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변화가능성을 믿는다면 좀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스무 살 철학을 읽으면서 난 왠지 내 나이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지난 스무 살이 아닌 지금의 내 나이를 들여다 보고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듯 '도전' 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스무 살 철학은 비단 스무 살 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이를 아우룰 수 있는 철학이 담긴 솔직하고 명쾌한 이야기들이 많다. 작가의 풍부한 독서량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 나이에도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내 아이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철학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지식을 나누어 갖는 기분으로 읽으니 술술 재밌다.철학하면 괜히 무거운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싫어지는데 현실과 맞대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책은 온통 밑줄과 다시 읽어 볼만한 곳으로 간주하여 접힌 부분들이 무척이나 많게 되었다. ' 엄마, 나도 낼 모레면 이십대야.' 하던 딸에게 시험이 끝나면 읽어보라고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가 '하루키' 의 이야기인 '놀려면 하루키처럼 놀아라' 편에서 처럼 모르던 부분들도 알게 되니 하루키라는 작가가 더 좋아졌다. 건강유지를 위해 마라톤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창작 에너지를 얻었던 그의 작품들을 빨리 읽어보고 싶게도 했던 책이다. 스무 살, 되돌아 보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오류없이 무척이나 잘해낼듯한 나이이다. 하지만 불안전하고 오류를 범하기도 하기에 스무 살이 더 스무 살 다운 것을 알기에 그 나이를 지나온 난 내 아이들에게 스무 살에 대하여 이야기를 잘해줄 듯 하지만 그들이 불안전한 길을 간다면 못마땅하게 받아 들이는 세대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강요한다는 것은 그들의 길을 막는것 같아 스스로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 듯 하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라는 값진 말을 얻어 그 말 뜻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해 준 얻은 것이 많은 책이다.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이고 내 생활인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88만원 세대' 의 꼬리표를 붙이고 두려움속에 '도전' 이라는 선택을 한 조카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장 성공은 아니어도 미래를 내다보는 그녀의 스무 살 도전에 힘찬 응원을 해주고 싶고 젊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음을 말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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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클럽
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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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그녀의 책을 읽으려고 준비를 해 놓았는데 책으로는 아직 한권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읽은것처럼 내겐 친숙한 작가이다. <오만과 편견>은 영화로 만나고 그외 <엠마>도 언젠가 영화로 본 기억이 있는데 사실상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니 어쩌면 이 소설속에 나오는 ’제인 오스틴’ 이 그린 인물들을 이해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받아 들이는 ’제인 오스틴’의 작가적 가치가 우리보다는 더 하기에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데 작가나 작품들이 친근하지 않아 작품은 많이 읽혀지지 않은 듯 하다. 영화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듯 한데 영화도 보지 않았으니 작품은 낯설게 시작했다.

제인 오스틴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슬린’ 은 북클럽을 만든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만 읽는 북클럽. 한 작가의 작품만 고집한다는 것은 어쩌면 오류에 빠질수도 있고 편협될 수도 있다. 북클럽의 회원은 여섯명, 모두 여자로 구성하려고 했지만 조슬린이 키우는 개들을 데리고 애견대회에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그리그라는 남자를 북클럽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여 남자가 한사람 들어오지만 그는 누나들 틈에서 자라 지극히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순살인 버나데트는 더이상 거울을 보지 않는다. 첫번째 결혼을 한 남자가 정치인으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살았기에 그녀는 과감히 그 삶을 벗어나 자신을 찾는 삶을 살기 위하여 자유로운 삶을 산다. 실비아는 조슬린의 어릴적부터 친구로 그들과 함께 했던 남자인 대니얼을 조슬린이 좋아했지만 실비아에게 연결해줘 둘은 결혼후에 삼십년이란 세월을 살지만 이혼위기에 처해 실비아의 삶은 흔들린다. 그녀의 딸 알레그라는 동성연애를 하는 레즈비언으로 그녀와 함께 하던 작가지망생여자에게 자신의 비밀얘기가 활자화 되어 출판사로 향하게 되면서 그녀는 동성연애에 흔들리게 된다. 프루디는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지만 그녀의 삶 또한 온전하지 못하다. 

그들은 모여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과 그 속의 주인공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의자를 비워 놓듯 독자에게 나머지 부분을 넘긴다. 오만과 편견이나 엠마 그리고 설득등 작품들을 논의 하다가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들의 지난날의 삶이 나오면서 제인 오스틴이 주변 인물들에 관심을 가진 작가였듯이 작품에서 현실의 북클럽 회원들의 삶이 한 명 한 명 들어나면서 조슬린은 제인 오스틴과 같은 인물이 되어간다. 꼭 제인 오스틴에 국한되어야 할까. SF소설을 즐겨 읽는 그리그가 조슬린을 만나고 제인 오스틴으로 옮겨 왔듯이 그리그를 만나고 조슬린은 우연하게 SF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책은 문자화된 단어의 견고성이라는 측면에서 위대하다. 당신은 변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읽는 것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은 언제나 그대로다. 좋은 책은 처음에는 놀랍다. 두 번째는 덜하다.’ 소설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 나간다. 작가와 작품에서 국한되었던 북클럽회원들이 다른 류의 소설을 접하게 될 수도 있고 읽는 것도 변하지만 삶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처럼 조슬린은 그리그란 인물에 대하여 탐색을 하듯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관심이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리그의 누나를 만나면서 그가 조슬린을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버나데트, 당신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해피엔드를 믿어요?’ 책을 읽으며 혹은 자신의 삶에서 해피엔드를 믿어야 할까. 해피엔드를 믿으면 그대로 실행이 되듯 조슬린은 그리그를 만났고 실비아는 대니얼과 관계가 다시 회복되었으며 버나데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이루었고 알레그라도 또한 동성연애자와 관계를 회복했고 프루디도 그녀의 남편과 좋은 관계로 돌아갔다. ’우리는 오스틴을 우리 삶에 받아 들였고,이제 모두 결혼했거나 데이트하는 중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습관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것이다.’ 라고 말했듯이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을 빌어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소설’ 이다. 그저 책이라는 문자화된 견고성으로 만났던 그들이 제인 오스틴을 받아 들임으로 하여 그들의 삶은 변했다. 아니 다른 책을 읽었어도 변했겠지만 오스틴의 말처럼 그들은 사랑하는 습관을 북클럽을 통해 배우듯 하여 더 나은 ’해피엔드’ 로 거듭나기 위하여 변신을 꾀하였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모두 읽었다면 좀더 재밌게 읽었을 소설인데 그녀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고 얇팍한 지식으로 읽어서일까 처음엔 별 재미를 못 느끼다가 읽어나갈수록 빠져든 소설이었다. 어느 한 작가나 책에 국한되어 독서를 하기 보다는 폭넓은 독서를 하는것이 더 낫다는 것으로 해석을 하며 이 기회에 ’제인 오스틴’ 의 작품들을 더 늦추지 말고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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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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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인 <굴라쉬 브런치>, 제목에 들어간 '굴라쉬' 라는 단어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등장한다. 체코 전통 수프로 우리나라의 육개장 비슷한 맛이란다. 그녀는 와인을 좋아하여 별명을 '비노' 라 부르는 여인과 함께 동유럽 독서여행기를 떠났다. 떠나기전 책과 영화로 먼저 나라들을 둘러봐서일까 내가 알거나 읽었던 책도 등장을 하지만 알지 못하는 작가나 책이 많이 등장을 한다. 그런면에서 독서가들에게는 새로운 책이다.

다른 여행기에 비해 이 책은 그나라를 둘러보기전에 미리 앞에 책속에 좋은 글 부분과 사진이 등장을 한다. 먼저 '맛보기' 처럼 차려진 밥상처럼 사진과 글들을 읽다보면 통통 튀면서 발랄하고 때론 엽기적인 반전과 비유를 하는 그녀의 글솜씨에 놀라게 된다. 번역가여서일까 글맛이 참 좋다. 솔직한 표현들은 가끔 읽어나가며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여 그녀의 솔직한 성격을 들여다보게도 한다. 여행기 중간쯤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서리담, 정말 한참 웃었다. 어느 농가에서 채소와 사과를 서리를 하고 우리식으로 밥을 하고 비빔밥을 하여 맛있게 먹고는 디저트로 서리를 해 온 사과까지 깔금하게 드시는 식성,정말 감탄이다. 그런 이야기를 꾸밈없이 책에 넣는 그녀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함에 더 끌린 책이다.

체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에 더 집착이 되는 나라일까. 그녀는 그녀속에 잠재해 있고 도시에 잠재해 있는 프란츠 카프카를 프라하에서 만난다. 열아홉의 카프가가 '프라하는.... 이 작은 어머니는 맹수의 발톱을 가지고 있다.' 라고 했다지만 그녀는 ' 프라하는 고독을 강요한다. 그런데 그 고독이 짭조롬하니 맛있다. 안주가 없어도 술맛이 난다.' 라고 표현했듯이 난 그녀의 프라하 여행에 괜히 덤으로라도 끼고 싶은 생각이 난다. 산책가였던 카프카가 거닐었던 프라하를 회색빛이건 고독을 간직하고건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에게 삶이 '감탄과 두려움의 대상.' 이었듯이 내게 프라하는 '감탄' 의 대상이다. 

어느 책에선가 '여행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다.' 라고 했듯이 그녀의 여행 또한 낯선 사람과의 낯선 만남이 즐거움이거나 혹은 조란의 형처럼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이기도 하다. 그래도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신선함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얼마동안 여행다운 여행을 아이들 핑계로 해보지 못한 내겐 모든것 그 자체가 부러움이다. 거기에 맘이 맞는 여자들과의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한번 누려보고 싶다. 언젠가 티비에서 '크로아티아' 가 나온적이 있다. 코발트빛 바다가 너무도 멋진곳이었던 그곳, 그곳에서 두발을 바다에 담그고 있는것 그 것만으로 행복일듯 한데 그녀들의 통통 튀는 여행을 뒤쫓다 보면 그 옆에 한자리 끼어 있는 기분에 무알콜 맥주를 마신 기분이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여행, 그 단어의 발음만으로도 흔들리는데 동유럽, 많이 접하지 못했거나 낯선 단어들을 접하다 보니 나도 훌쩍 어디론가 봄꽃 나들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만 같다. 살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것이 정말 오래되었다.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어릴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데리고 다녔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사춘기에 접어든 녀석들은 부모와의 여행을 달가워 하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는 것조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이 이제 기숙사에 들어가고 우린 십팔년만에 둘이서 훌쩍 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주말에 말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랜동안 그 낯선공기를 잊고 살아온것도 같고 잠깐의 나들이에 만족하며 살았던 삶을 뒤돌아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말처럼 여행도 '허기' 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행동처럼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이 품을 떠나고 무언가 허전함에 낯선것으로 새로운 공기로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훌쩍 낯선 나라,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조차 다 가보지 못한 곳들이, 가보면 너무 멋진 곳들이 너무 많다. 여행은 떠난다는 것보다 떠나기전 그 단어의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흔들림이 더 설레게 한다. <굴라쉬 브런치>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책들이 있고 가끔 내가 본 영화들이 등장하는 여행이라 더 좋았던 책이다. 거기에 솔직 담백한 그녀의 고백처럼 묻어났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이 그녀들이 멋지게 서리를 해 맛있게 비벼 먹은 밥처럼 내게도 너무 맛있는 비빔밥이 되었던 책이며 여행기다. 그녀의 여행기와 함께 했던 책들과 영화들을 좀더 관심있게 살펴 보는 것도 여행후의 여운처럼 누려볼 수 있는 뒷 맛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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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서커스
천운영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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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은 몸 안의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전해져왔다. 소스라치게 놀라 옆에 않은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입을 벌린 채 서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 눈은 형 목에 그어진 흉터로 향했다.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서커스, 그것이 진짜 서커스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첫만남의 느낌이 좋다. 동생의 앞에서 재주넘기를 잘하던 형, 그 형은 동생의 박수에 더 멋진 재주를 보여주려다 전선줄에 목이 걸리면서 목소리도 잃었고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지 못한 형을 데리고 중국신부를 맞기 위하여 여행을 갔던 그들은 서커스 구경을 한다. 위험하면서도 솟아 오르고 그런가 하면 어느새 땅 가까이 내려오는 서커스를 보며 어쩌면 그들의 위험한 인생을 보듯 곡절많은 서커스에 취한 형의 목에 선명한 흉터, 형을 책임지던 윤호는 그곳에서 그와 형의 맘에 맞는 신부감을 만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형수 될 사람, 그 서커스 하던 여자랑 닮은 거같아. 작고 예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쇠소리처럼 이상한 바람빠진 소리를 내는듯한 형의 목소리, 그는 목소리와 함께 인생을 잃었다. 맘에 둔 남자가 있었지만 한국이 속초로 떠난 남자를 그리워 하는 해화, 그는 윤호형제와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엄마가 챙겨주는 꽃밥통을 안고 부천의 어느 오리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식당에 시집을 오게 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당뇨로 한쪽발을 절단하였지만 그녀에게 남은 삶도 얼마되지 않는다. 해화가 시집을 오고 그녀는 시어머니에게서 엄마오 같은 느낌을 받으며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지만 동생 윤호는 그녀에게 쏠리는 맘때문에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성이듯 형부부의 주변인물로 산다. 그런 동생이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타고 보따리 장사에 나서고 어머니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여 배롱나무밑에 묻히고 나니 형은 그에게 남겨진 그녀를 잃을까봐 동물적이며 험난하게 변해간다. 그녀를 손목이나 발목에 전선으로 묶고 잠을 자기도 하고 그녀를 엄마여기며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사는 것도, 여기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도 싫습니다..... 한판 서커스를 끝내고 난 기분입니다. 이젠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서커스 짓거리 말입니다.’ 어느날, 해화는 그 집을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 하지만 그녀에게 남겨진 삶은 험난하기만 하다. 중국에서도 이방인이었고 한국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그들의 삶은 속초로 내려온 그녀의 남자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연하게 윤호는 그를 만나 그의 동생도 만나고 해화의 친구도 만나기도 하지만 형의 여자이기에 다가가질 못하다 그녀의 가출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가출이후 급격히 변한 형,그런 형을 데리고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다 문득 느낀 형의 존재, 자신을 떠난 형을 그리워 하는 동생. 하지만 어느날 형은 다시 동생에게 돌아온듯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을 안개가 덮힌 바다에 던져 자유로운 삶은 얻는다. 

자신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맘에 품었던 여자도 떠나고 어머니도 떠나고 형도 떠나고 발해사를 연구하던 여자의 남자도 떠나고 그에게 남겨진 것은 없다. 화려한 서커스가 끝나고 외로움과 어둠만이 남은 것처럼 그에게 남겨진 빈껍데기 같은 삶, 잘가라 서커스. 우리의 삶이 한판 서커스 같다. 소설은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는데 단순한듯 하면서 인생의 오묘함이 깃들어 있어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리 단순하지만도 않다. 남자와 희망을 찾아 한국에 온 해화와 발해사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빚을 갚기위해 한국에 와 노동자가 된 해화의 남자,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그들이 잡으려던 희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인호와 윤호 형제 또한 한판의 서커스와 같은 인생을 살다 간다. 한판 걸지게 놀지도 못하고 인호는 슬픈 삶은 마감하고 모두가 떠나가도 난 후의 덧없는 세월만 붙잡고 있는 윤호의 삶은 또 어떠할까? ’어째 이제 옴까’ 해화의 구수한 연변 말씨와 함게 등장하는 이방인들, 그들의 삶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 경제의 밑바탕을 버티고 있는 그들은 사회에서 너무 천대를 받고 자신들의 삶을 ’천대’ 에 저당잡히고 살듯 변변한 삶이 없다. 해화 그녀가 형의 곁을 떠나지 않고 좀더 자신의 삶으로 받아 들이며 가족을 만들고 이방인이 아닌 삶을 살기를 바랬는데 그녀도 윤호형제도 모두가 슬픈 삶, 하지만 작가를 알게 된 괜찮은 소설이었다.

'궁전 모양이나 화려한 성모양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여관 건물들,마천루처럼 솟은 건물들은 껍데기뿐인 빈 상자처럼 보였다.그것은 허상이었다. 잠시 쉬었다 가는,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버릴 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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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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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살다 보면 백마디 말보다 침묵이 효과적일 때가 더러 있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이제 막 시작된 자신의 사랑에 대하여 침묵해야 하는 19살의 학생, 자신보다 연상인 아름다운 영어선생님과의 순수한 사랑을 갑작스런 영어선생님의 죽음으로 인해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사랑을,침묵의 시간으로 대신하는 소설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는 듯 했다. 사랑의 가장 절정인 순간에 선생님의 죽음으로 인해 '순수하고 애절함' 이 더 배가 된 소설은 <소나기>의 좀더 성장한 주인공들을 연상케 하는 소설로 소년의 절절함이 얼마동안 내 안에 침잠해 버려 애틋함에 목이 말랐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사람과 관련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하게 된 영어선생님 슈텔라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집에 가서 주위를 몰래 살피기도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사랑,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십대의 남자와 사랑을 아는 여자인 이십대의 선생님의 사랑은 어쩌면 금단의 사랑이다. 학교에 그들의 사랑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누군가 한사람은 떠나야 한다. 하지만 시작된 사랑만으로도 그들은 너무 행복하고 충만해 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 너무도 짧고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갑자기 당한 사고로 인한 슈텔라의 죽음은 크리스티안에게는 '침묵' 이다. 자신의 가슴안에 간직해야 할 사랑은 어쩌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그 사랑을 토해내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할 것만 같은 여린 소년에서 어른으로 막 발을 떼어 놓기 시작한 크리스티안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할 듯 조마조마 하다.

'자식 일이라는 게 그래. 어떤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기도 하고,어떤 때는 그냥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하기도 해.' 그들의 사랑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듯 하지만 사진 한 장을 놓고도 그의 엄마는 예리하게 아들이 사랑을 하고 있음을 간파한다. 그런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와 아버지, 아들이 독립을 서두르는 것을 눈치채고 지원군처럼 그런 아들을 믿어보려는 아버지는 그에게 일을 맡기기로 약속을 하고 그를 따르던 이웃의 소냐는 그에게 '호박' 선물을 가져와 호박속에 있는 곤충을 살펴보고는 그들의 사랑을 짐작한다. '나뭇진이 굴러떨어질 때 모르고 그 밑에 있다가 같이 빨려 들어갔나 봐. 그래서 저 둘은 영원히 이 호박 속에 함께 있게 된 거야.' 모기와 딱정벌레가 호박속에 영원히 갇히게 되었다. 모기와 딱정벌레처럼 크리스티안과 슈텔라도 '사랑' 이라는 굴레에 갇히게 되었지만 그 사랑은 영원하기 위함인지 그녀를 죽임이 데려간다. 

'크리스티안, 사랑은 따스함을 머금은 물결이야.'
그녀 슈텔라가 죽지 않았다면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알고 모든 이들의 지탄을 받았을까. 아님 아름다운 사랑으로 연속적인 사랑으로 진행이 되었을까. 그녀는 여행중에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받아 들이는 문장의 엽서를 보내온다. 하지만 그 엽서보다 늦게 도착한 그녀의 죽음은 크리스티안을 사랑을 자신안에 가두게 만든다. 선생님의 추모식에서 영정사진을 슬쩍 훔침으로 해서 자신의 사랑으로 만들려 했던 행동이 교장선생님께 들통이 나고 조촐한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하지 않고 추모식에만 참석하겠다는 크리스티안, '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기 떠가는 꽃들이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 위안이 되리라는 것을.' 사랑의 굴곡을 지나 이제 더 다부진 영혼으로 성숙해 나가는 그, 그에게 사랑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에 대하여. 누구나 가슴에 묻어둔 사랑 하나쯤은 있을 터인데 아프면서 절절한 사랑은 끄집어내기 보다는 가슴안에 묻어 두어 더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그런 사랑 한편에 깊게 빠져있다 나온 것 같은 소설, '어쩌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침묵속에 머물고 지켜져야 할지 모릅니다.' 청춘과 사랑이 맞물려 더욱 애절하고 침묵하고 싶은 사랑에 잠시 흔들렸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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