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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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 여기에 간직할 거야.'
죽은 사람들 모두를 기억하고 간직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가까운 사람이 한사람만 죽었다해도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겪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것이다. 슬픔은 먼저 간 자의 것이기도 그리고 남은 자의 것이기도 하다.그런데 한사람도 아니고 '죽은자' 들을 찾아 다니며 '한발 늦는 남자' 인 사카쓰키 시즈토는 그들이 생전에 어떠했는지 보다는 그가 맞춘 규격 같은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 라는 그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면만 찾아 '애도' 를 해주려 노력한다.

다른이의 죽음을 애도하다 보면 그 죽음과 슬픔은 곧 나의 것으로 베어 들 것이다. 그가 어린시절 겪은 날개도 펴보지 못한 어린새의 죽음과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 할머니는 죽음앞에서 그에게 꼭 기억해 줄것을 약속했다. 할머니 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나 그가 관련하던 일의 소아병동의 어린이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죽음에 이르게된 정말 살아서 사회에 뜻을 펼쳐야 했을 '친구' 의 죽음과 그의 기일을 잊은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이 어쩜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 또한 '자살' 이나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길을 나서는 남자 시즈토, 그를 남들이 이해하기란 정말 힘들 것이다. 본인 또한 자신의 전부를 다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슬픔을 치유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치유하는 방편으로 삼은 '애도' 가 피해자가족들이나 그외 사람들에게는 '오해' 를 살만한 일이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한 행동일 수도 있다. 슬픔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지난해와 올해초엔 내게도 가까운 지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현실을 비관해서 세상을 등진사람도 있고 병으로 애석하게 보낸 사람도 있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갑자기 보낸 사람도 있다. 아직 내겐 그들이 이승에 있지 않다는 것이 가끔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올해초엔 작은아버지를 교통사고로 갑자기 잃게 되었다. 작년에도 몇 번이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이 모여 식사도 하고 내 카메라속에선 아직 그때 건강하신 모습으로 남아 계시기에 돌아가셨다고 생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보내드려야 하기에 편히 보내드리는 심정으로 받아 들이고 나니 꿈에서조차 꽃동산에 계신 작은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내 삶에서 그리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감정이 더 많았어도 시즈토가 애도하듯 좋은것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기억, 그것이 애도하는 방법인듯 하다.

죽음 이전에 존재한 삶, 어떤 사고로 죽음을 당했거나 죽임을 당했어도 신문이나 잡지 뉴스엔 고귀한 생명은 없고 그저 가십거리로 짧막하게 장식될 뿐이다. 그런 한줄 가십거리를 그는 기억하고 애도하고 잊혀지지 않게 그만의 방식으로 그사람을 확인해준다. 삶과 죽음은 어찌보면 일직선상의 것인데 죽음이후엔 우린 너무도 금방 잊어버려 기억을 못한다. 아니 꺼내어 들추어 내는것 자체를 '피해' 쯤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가슴안에 묻어 두거나 벗어나려는 그는 그런 '죄책감과 자신도 언젠가는 별 볼일 없는 사망자로 취급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애도' 를 계속해 나간다. 그런 그가 이상하게 비추어졌지만 마키노 고타로는 그를 만난후에 추악함과 음습함만을 찾아 다니던 것이 그에게 물들어 인간적인 기사로 바뀌고 그 또한 '애도' 의 일을 함께 행하려 한다. 남편을 살해한 유키요는 어떤가 부정적이며 사랑을 할 줄 모르거나 사랑을 나눌줄 모르던 그녀가 '애도하는 사람' 을 따라다니며 그녀 또한 그의 가슴에 간직되는 한사람이 되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야기는 말기암환자인 엄마 사카쓰키 준코에 촛점을 맞추고 싶다. 말기암으로 자신 또한 생명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신의 마지막까지 남에게 베풀며 가려 노력한다. 그의 아들 시즈토는 엄마의 영향으로 인하여 죽음이 아닌 '삶' 의 선택으로 애도의 길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하루하루 죽음에 임박하게 다가가는 그녀와 새생명을 탄생시킬 준비를 하는 딸 미시오,죽음과 삶은 너무도 닮은 모습처럼 그들은 똑같이 입덧을 하듯 하고 변비에 걸려 고생을 한다. 살아가는것과 죽는 것은 똑같다는 것을 그리며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이며 삶과 죽음 사랑은 우리 인간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린 살아 있기에 죽음보다는 '삶' 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 도 삶의 일부분으로 우리가 너무 빨리 잊기 보다는 좀더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부분,긍정적인 부분들은 기억해 준다면 나 또한 그런 죽음의 일부분에서 기억되고 남을 것이라는,언젠가는 잊혀지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베풀고 그런 존재로 기억된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특별함' 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날때 그랬던 것처럼 어떠한 죽음도 경중을 따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애도하는 사람' 먼저 간 자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그에게 아픔을 털어 놓으며 애도해 달라고 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뒤돌아 서는 사람들처럼 슬픔을 묻어 두어 배로 만들기 보다는 반으로 줄여 주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엠블런스가 지나면 기도를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소설이다. 뜻하지 않게 119구급차를 서너번 타는 일을 겪어서인지 그러지 않아도 구급차가 지나면 한번 뒤돌아 보는데 이 소설로 인해 어떤 이가 탔는지 모르지만 무사함을 빌어야 할 것만 같다. 

이 소설은 일월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신 작은아버지와 작년 여름에 폐암선고를 받은 아버지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으며 읽은 책이다. 준코 그녀가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내 아버지의 앞날을 보는 듯 하여 눈물이 흘렀다. 너무고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슬픔은 내 가슴에 잠식되어 남아 나를 갉아 먹을지 모른다.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삶도 죽음도 그리고 사랑도 어느 누구에게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삶이 중요하듯 죽음 또한 그러할진데 그가 살아가는 세월동안 나눈 사랑은 또 어떨까. 누군가 기억해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 위하여 내 삷의 자세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페이지의 압박에도 감동적이면서 빨리 읽어나간 책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이런 소설 한 권 가슴에 품는 것 또한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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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 5기 신간평가단 문학 활동을 마치며 

 벌써 5긴신간평가단 활동을 마게 되었네요. 4기부터 참여하여 5기를 거치며 6기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4기는 처음이라 그런지 무언지도 모르고 뛰어 들어 정말 신나게 읽은 듯 합니다. 4기 활동을 해서인지 5기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리뷰 기간이 좀더 여유로워 책 읽기가 더 재미있었던 같으며 내가 알지 못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책이 배송되어 처음 책을 접하는 '신선함과 산뜻함' 을 맘껏 누릴 수 있기도 하고 다른이들보다 먼저 읽어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부풀기도 했답니다. 리뷰는 늘 써도 모자라고 맘에 들지 않고 부족하지만 그나마 참여하는데 의를 두고 '문학'에 뿌리를 내리듯 6기 또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합니다. 모처럼 시간이 허락한다면 계속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 신간평가단 덕에 일주일에 적어도 두권은 꼭 독서를 하게 되었다는, 계획적인 독서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 

모든 책들이 모두 좋았답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한 권을 뽑자면 창비세계문학 중 폴란드편 <신사 숙녀 여러분,가스실로> 입니다.흔히 접할 수 없는 문화권이며 문학을 접한것 같아 신선하기도 하고 단편들이 모두 좋았다는 것, 그로 인해 세계문학중 단편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랍니다. 

 

 

 

 

 

☆ 신간평가단 도서중 내 맘 대로 베스트 5 

 책은 가제본이었지만 나름 너무 좋았던 책. 리뷰를 쓰면서 대하소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에 삼한지 열권을 만나게 되어 정말 좋았으면 역사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기회가 된 책입니다. 

 

 

 

 창비세계문학집중 폴란드편, 흔히 접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을 접하면서 낯선 문화이지만 가슴 뜨겁기도 하고 감정을 감추지 못할 그런 작품도 만났다는 것. 

 

 

 

 

 

 개구장이 현비의 우문현답에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던,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을 한번 더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책.  

 

 

 

 

 

 

 '연을 쫓는 아이'와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신선하면서도 17세 그들의 성장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책. 

 

 

 

 

 

 

 김용택님의 마지막 수업처럼 그가 평생 아이들과 함께 한 삶이나 섬진강을 발판으로 한 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길이다 처럼 좋은 말씀들 너무 감동적이었던 책. 

 

 

 

 

 

☆ 신간평가단 도서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에서 '내 인생의 길' '사람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큰 책은 없다./ 사람이 길이다./ 내 생에 아이들이 나의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따랐다./ 이 세상의 처음도 끝도 사람이다.'  중에서 '사람이 길이다' 라는 말,정말 가슴에 와 닿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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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그 자리



☆ 봄비,봄비,봄비...
봄비 때문에 맘이 심란하다
봄비 때문에 울집 초록이들 초록이 더 짙어졌다
봄비 때문에 산행도 못갔다
봄비 때문에 나들이를 못하고 창가에 섰다
봄비 때문에 차 한잔 더 마신다
봄비 때문에...
봄비 때문에...


봄비 때문에 정말 울집 초록이들이 더 짙어지고 활짝 폈다.
화단의 군자란은 정말 활짝 피었다.
이제 올라오는 꽃대도 있지만 나온 꽃대들은 거진 다 폈다.
화려한 군무를 보듯 날마다 녀석들 마주함이 기쁨이다.

은행나무의 새순은 언제 이렇게 '은행잎'이 된것인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녀석들 보며 봄을 느낀다.

녀석들이 있어 봄비가 와도 외로움보다는
녀석들이 화려함에 기분이 좋다.
봄비를 핑계로 차 한잔 진하게 우려
창가에서 녀석들과 함께 함이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다.


2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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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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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누군가가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 내 추도사를 써 주겠나?' 한사람의 추도사를 쓴다는 것은 그사람을 얼마만큼 알아야 가능한 일일까. 한사람에 대하여 모든것을 다 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어린시절부터 다녔다고 하지만 그에겐 믿음이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런 그에게 그가 다니는 유대교 회당의 랍비인 렙은 추도사를 써 달라고 부탁을 한다. 왜? 자신이 선택된 것일까? 작가의 전작인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에서도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데 이 책 또한 인생을,삶을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것인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 안에 모든것을 쥐어 잡는 것이 뜻 있는 인생인지 자기 손 안에 쥔것을 남에게 모두 베풀고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인지 답을 전해주고 있다.

그가 만난 두사람, 헨리 코빙턴과 앨버트 루이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이며 유대교 회당의 랍비로 기독교의 목자의 길을 걷는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헨리 코빙턴, 그의 삶을 돌아보면 먹느냐 먹히느냐,강자가 약자를 무참하게 짓밟는 세계에서 강도짓과 마약 감옥살이를 하면서 결코 평탄하지 않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하나님에게 자신의 남은 삶을 바친 남자, 구멍뚫린 교회에서 자신의 삶에 구멍을 메우듯 가난하고 마약에 찌들고 사회에서 뒷골목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베풀며 자신의 죄를 씻어나가는 목자인 헨리, 그의 진심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없어 선뜻 자선을 베풀지 못했지만 낡은 교회의 지붕에 뚫린 구멍에서 비로소 진실을 본 작가는 그와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 을 선사한다.

앨버트 루이스, 유대교의 랍비인 처음엔 랍비의 길에 패배감을 안고 뒤돌아섰지만 다시 도전한 랍비의 길에 들어서 평생을 그 길에서 많은 이들에게 믿음을 주었던 사람, 하지만 그도 이젠 마지막 가는 길을 남겨 놓고 자신이 하던 일을 작가에게 의례를 하여 마지막 추도사를 부탁한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렙의 삶은 평범하면서도 언제나 노력을 한다는 것, '미치,신앙이란 행동의 문제라네. 얼마만큼 믿느냐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도 중요한 거야.' 믿음도 중요하지만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것을 깨우쳐준 렙은 자신이 왜 이 세상에 와 있는지 잘 안다고 말한다. '남에게 베풀기 위해서,하나님을 찬미하기 위해서,자신이 속해 있는 이 세상에 감사하기 위해서..' 그의 아침 기도는 ' 주여,오늘도 제 영혼을 다시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니 정말 배울점이 많은 이다. 우린 남에게 베풀고 감사하기 보다는 내 욕심을 채우기 바쁘게 산다. 자신의 욕심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그 욕심에 치이며 사는이가 많은 반면 그 욕심에 지배를 당하고 살기도 한다. 베풀며 감사하는 삶, 간단한것 같으면서 행동에서 제약을 받는 정말 평범한 삶을 왜 우린 실천을 못하는지,아니 나 자신부터 그런 삶과는 멀게 살고 있는지.

렙은 폐의 종양때문에 하루하루 죽음에 길에 가까이 접근하며 살고 있다. 폐암, 몸이 늙어 그의 몸의 종양도 더디게 성장을 하며 그와 함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 그래도 늘 노래와 웃음으로 사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나의 친정아버지 또한 작년 여름에 폐에 종양이 있다는, 폐암 선고를 받으셨기 때문이다. 그가 폐암이란 것을 알게 되는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나도 모르게 흘러 한참을 진정한 후에 읽기 시작했다. 친정아버지 또한 나의 전화에 늘 웃으시며 괜찮으시다고 말씀 하시는데 렙과 아버지가 오버랩 되어 더 가슴에 와 닿게 읽었다. 모든 이들의 앞에서 믿음을 주고 우러러 보는 존재였던 그가 그의 자리에서 물러서 아래로 내려오며 평범한 자리에 서서 남은 생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설 줄도 알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도 알고, 8년 동안 그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일부분 그의 삶에 근접해 그를 볼 수 있음은 자신이 알고 있던 랍비보다는 한사람의 평생을 들여다 본 삶이 더 값졌으리라 본다. 

우린 가끔 그사람의 '단면' 만을 보고 그사람의 모두를 평가하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헨리의 지난날을 보면 그가 목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 것이지만 그런 삶을 살았기에 그들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을 더 감싸줄 수 있었으리라 본다. 렙 또한 자신안에 새롭게 둥지를 튼 '암덩어리' 마져도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마지막 그 순간까지 노래를 하듯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음이 자신을 비울 수 있는 '태어날 때는 두 손을 꼭 쥐고 있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두 손을 펴고 죽는다네.' 하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쳤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것을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지붕에 구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구멍, 슬프고 불행한 일이 거센 바람처럼 몰아쳐 들어오는 구멍 말이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에서 '타인은 미래에 만날 가족' 이라 표현했듯이 이 책에서 그는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아무리 수렁에 빠진 삶이라 해도 지붕에 뚤린 구멍처럼 언젠가는 그 구멍을 메울 수 있는 '희망' 의 존재로 희망의 연결고리로 거듭날 수 있다는,아직 포기하기에 이른 삶이라 말해주고 있다. 그런 위치에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보다는 나보다 못한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비우며 사는 충만한 삶에 대하여 성찰을 하게 한다. 누군가 나의 추도사를 쓴다면 그는 나를 어떻게 표현할까? 나는 누군가에게 한 점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인지, 날마다 맑은 날만 살 수 없는 삶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감사하며 베풀며 사는 삶을 배워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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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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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한평생을 함께 한 섬진강 선생님이며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님의 시와 글 그리고 아이들의 시심이 가득한 때묻지 않은 글이 봄날처럼 따사롭고 향기로워 너무 좋았다. '내 인생의 길' 을 옮기자면 '사람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큰 책은 없다./ 사람이 길이다./ 내 생에 아이들이 나의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따랐다./ 이 세상의 처음도 끝도 사람이다.'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이 길이다' 그 말을 실천하듯 아이들 속에서 웃고 시를 쓰고 울고 인생을 함께 한 그의 삶이 잃어버린 고향의 향기를 전해주는 듯 하여 너무 감동적이게 잘 읽었다.

시골이 고향이라 그런가 나 또한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을 여기저기에서 공감을 하여 혼자사 '피식' 하고 웃기도 하고 아이들의 글에서 감동을 먹어 눈물도 찔끔거리니 옆에서 있던 남편이 책을 읽는 날 살짝 들여다 보며 무슨 내용이길래 그러냐하며 묻는다. 책의 한부분을 읽어 주었더니 그도 웃는다. 할머니가 선생님은 맛동산 여섯개를 주라고 했다며 선생님 앞에서 맛동산 봉지를 쭉 뜯어 여섯개를 나누어준 제자, 때묻지 않은 동심이 나를 웃기고 울리기도 한다. 도시에선 감히 생각지도 못할 웃지못할 일들이 여기저기 갑자기 튀어 나오는 옆집 개처럼 나를 붙잡는다.

언젠가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동남아쪽 여행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았는데 그쪽의 관광이 마을을 살린 사례를 고향에 접목해 보시려던 것이 언뜻 기억나는데 아마도 섬진강변 고향을 빼 놓고는 말을 할 수가 없을 듯 하다. 모두가 나이들면 떠나는 고향을 한평생 그 고향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게된 거목인 아이들을 가르치신 선생님이 참 존경스럽고 그런 분 밑에서 배움을 전수받은 제자들이 한편으로는 부럽다. 그의 시와 글에 등장하는 제자들은 누구보다도 큰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가 있어 더 아름답고 유명해진 섬진강, 한반에 두명 세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며 한명밖에 없어 심심한 날 쓴 글이 씁쓸함을 전해준다. 

우린 경쟁을 가르치는 공교육의 울타리안에서 인간적인 어떤 본성을 잃어 버리고 살아가는 다른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며 늘 전쟁터와 같은 속에서 꿈나무들의 꿈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런 현실과는 다르게 무언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깨우치고 가르치고 함께 나누게 했던 존경스런 분, 아이들 속에서 섬진강변에서 모든 것들 속에서 '시가 내게로 왔다' 하며 시심을 불러 일으켰던 작가의 때묻지 않은 시심과 동심, 우리가 잃어버렸던 태고적 순수함을 이 책에서 잠시 나누어 가지게 되어 다행으로 여겨며 푸근한 어머니와도 같은 섬진강과 한평생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 일구시는 그의 어머니와 조부나 편부밑에서 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인 섬진강변 아이들과 그런 섬진강을 닮은 작가 김용택님의 글이 봄햇살처럼 따듯하게 마음을 데워준다.

'교사는 가르치면서 배운다. 가르치면서 배우지 않으면,교사가 아니다.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은 가르치면서 반성하는 것이다. 바르고 정직한 반성은 자기를 키운다.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자기에게 가르친다. 그게 교육이다. 교육은 자기 교육인 것이다.' 경종을 울리는 그의 글이 가슴에 박힌다. 신비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2학년들, 마음은 이슬처럼 맺혔다가 이슬처럼 꺼질 줄을 알고 사회과학적이 용어들이 통하지 않는 2학년 개구장이들, 그들의 편린을 살짝 들여다 보며 내 오랜 기억속의 그때로 돌아가 추억여행에 젖어보게 했던 책, 눈과 귀 마음등 모든 것이 열리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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