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전해주는 초록이들



☆ 밖에는 눈이 쌓여 있는데 집안은 봄이 온 듯 하다.
베란다의 군자란 화분에는 저마다 하나 두개의 꽃대를 날마다 조금씩
쭉쭉 올리며 개화를 서두르고 있다.

아젤리아는 흐드러지게 피어 화단을 화사하게 해주고 있고
부겐베리아도 시클라멘도 바이올렛도 화사함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행운목꽃향기가 집안을 진동하던 것이 어제일 같은데
벌써 꽃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올해 좋은 일들을 가져다 주려고 두개의 행운목꽃이 피었는지 모르겠는데
새해 벽두부터 행운목이 피니 기분은 넘 좋았다.

하지만 올겨울이 추위가 호되긴 호되었던지
베란다의 바이올렛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
녀석들을 잎꽂이 하여 몇 번 새로 꽂아 보았지만 허사였다.
날이 풀려 따듯해지면 녀석들 부터 챙겨야겠다.

군자란 꽃들이 모두 개화를 하면 얼마동안 녀석들 화려함에
녀석들 보는 재미로 하루를 보낼듯 한데
그 화려한 날이 기다려진다.

20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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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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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셔터 아일랜드, 2010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테디 다니엘스), 마크 러팔로(척 아울), 에밀리 모티머(레이첼 솔란도)...


환상일까 진짜일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전기울타리와 절벽으로 이루어진 아무도 빠져 나올 수 없는 섬에서 누군가가 없어졌다. '레이첼' 아이 셋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그녀가 사라졌다. 이상한 메시지만 남겨 놓은채.그녀의 존재를 캐기 시작하며 섬에 대한 비밀이 하나 둘 들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죽은 아내와 관련이 있는 주인집 남자가 이 섬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테디, 그는 이상한 환상과 편두통에 시달리며 몽환적인 환상과 갇힌 섬의 비밀과 마주한다.

죽은 아내와 레이첼의 관계는, 그리고 섬의 등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행해지고 있는 것일까.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살인자들의 섬>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았기에 긴장감을 놓지 않고 영화에 빠져 들 수 있었다. 한시도 집중하지 못하면 영화를 놓칠듯 영화는 긴장감 있게 잘 만들어졌다. 테디가 느끼고 있는 것이 환상인지 진실인지 착각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팽팽하던 이야기는 무언가 일이 일어날 듯 하는 순간에 끝나 버려서인지 서운해 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치면서 약간은 지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2008> 에서 만났던 디카프리오는 그때보다는 약간은 만들어진 몸이라 다행하기도 했다. 그 영화에서 그는 한벌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으로 연신 화면속을 달렸는데 이 영화에서도 단벌과도 같은 옷으로 화면을 누비며 <타이타닉>을 벗어난 성인역으로 거듭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모습으로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내리거나 강풍과 폭우속을 연신 누비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바디 오브 라이즈> 보다는 이 영화의 그가 더 나았던 것 같다.

'자네라면 어쩌겠나? 괴물로 살아가겠나, 인간으로 죽겠나?'
정신이 병들면 모든 것을 잃어 버린듯 그 또한 괴물과 마찬가지의 인간이 되었다. 그에게 진실이란 무엇이며 진정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을지. 영화를 보고 원작을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다.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책들을 좋아하는데 영화도 좋았지만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영화보는 내내 모든 사람들이 영화에 집중하느라 극장안은 조용했다. 영화가 끝난 후의 표정들은 반반 나뉜듯 하다. 마지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화는 더 흥미로워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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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이야기 - 時設: 시적인 이야기
한강 지음, 우승우 그림 / 열림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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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에서다.무언가 섬뜩하면서도 다 읽고나면 그녀의 이야기가 이해 되었던 뇌리에 강하게 남는 소설덕도 있지만 그녀의 아버지 '작가 한승원' 때문에 그녀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다 만난 소설 <붉은 꽃 이야기>는 '인연' 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갔다가 동생이 이쁘다고 한 '영가등' 과 누나인 선아가 따라가게 된 '붉은 등' 은 그들의 삶이 다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절에 갔던 인연으로 인하여 끝내 탈속을 하고 마는 선아, 동생의 죽음을 자신의 탓이라 여겨 자신안에서 끝내 털어 내지 못하고 부처님의 안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이 소설도 독특하면서도 이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부처님 오신 날에 가족이 모두 절에 가서 등도 달고 맛있는 비빔밥도 얻어 먹고 탑돌이및 연등행사에 참여한 기억이 있어 이 소설은 더 와 닿았나 모르겠다. 딱히 부처님을 믿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처님 오신 날엔 절에 가서 가족의 건강을 위해 등을 다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우연히 시작되었다. 나와의 인연 또한 조금은 깊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소설은 더 내게로 온다.

일을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을 보살폈던 누이, 그런 누이의 눈을 벗어나 이웃집의 공사장에 갔다가 발에 못을 찔리면서 죽음에 이르는 나이 어린 동생, 그 동생은 끝내 다음해 절에 피는 붉은 꽃을 보지도 못하고 하얀 꽃이 되어 떠나고 만다. 그런 동생의 죽음을 털어내지 못하고 그 안에서 헤매이던 그녀가 찾아 간 곳은 동생과 함께 갔던 절, 그 절에서 비로소 새로운 삶으로 붉은 꽃이 되는 이야기. 한편의 동화 같기도 하고 한편의 짧은 영화 같은 이야기가 부처님 오신 날이면 이제 늘 곁에 남을 듯 하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더니 그녀의 인연은 가슴이 아파 팔월이면 절마당에 피는 상사화처럼 오누이의 못다한 사랑이 잔잔히 떠오를 듯 하다.

'치켜 깎은 머리의 소녀가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자신의 몸뚱이만한 굵기의 나무 기둥에 상체를 기댄 채 약간 위쪽의 먼 곳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눈에 깃들인 것은 멍한 백일몽 같기도 했고, 알 수 없는 그리움 같기도 했다. 그것은 은사스님과 원주 스님이 외출한 뒤, 후원의 일을 마치고,다릴 옷들 다리고 쓸 마당 다 쓸고 나서 그가 오후 시간을 보내곤 하던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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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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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도 힘이 있다,천지를 뒤흔들 힘이.
다도에서 절제의 미를 추구했던 ’센 리큐’, 짧으면서 강한 사랑의 여인이었던 조선여인에게 마지막 한 잔의 차를 끓여준것이 인연이었을까 그의 다도에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며 그녀의 모두가 늘 담겨져 있다. 일본의 다성이라 불리는 센 리큐의 이야기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들이 일본의 것보다는 이도다완이며 조선여인 그리고 그녀가 말해준 ’무궁화’ 며 그녀의 유품인 ’녹유 향합’ 등 그들의 것보다 우리것이 ’최고’ 로 나와서일까 더 흥미를 가지며 읽게 된 소설이다.

그가 추구한것은 아름다움일까 두려움일까.
모든사람들의 눈에는 리큐가 추구하는 것이 ’아름다움’ 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절제의 미를 추구한 것은 아닌가.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가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미의 극치를 보여준 그를 적대적인 눈으로 언제나 늘 지켜보고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권력에서 최고인 그가 미에서 최고인 리큐를 제거하려했던 밑바탕을 이룬 ’녹유 향합’,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마지막 유품을 억만금과도 바꾸지 않고 마지막 자신의 생명과도 바꾸지 않았던 리큐, 세상에 두마리 호랑이가 존재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두려워 했던 남자 리큐, ’리큐라는 사내를 어떻게 보나? 내 보기에 그 사람만큼 여러 얼굴을 가진 사내는 없어.정중한가 하면 오만하고, 섬세한가 하면 바사라보다도 막돼먹었거든.실로 자유자래라 종잡을 수 없건만,어느 얼굴의 시선을 따라가도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나오더군. 그것이 도무지 이상야릇하다는 말이지.’ 그는 그랬다. 어느날은 동백이 아직 피지 않을것을 원하고 어느날은 활짝 핀 것을 원하고 한송이 나팔꽃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정원의 모든 나팔꽃을 따는가 하면 그에게 있어 ’미’ 는 어쩌면 완벽을 파기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나왔는지 모른다. 다른이들은 많은 치장과 넓은 다실을 원했지만 그는 겨우 두어사람 앉을 만큼의 공간과 한사람 겨우 구부리고 앉은걸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면 족하다 했다. 모두에게 미를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 남들보다는 독특하면서도 미를 보는 다른 눈을 가지고 태어난 그,그가 히데요시의 먹잇감이 되어 활복을 하는 그날부터 하여 소설은 거꾸로 그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그가 어떻게 다성이 되었는지.

’다도를 잘 아는 귀인은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사람을 초대하고 또 초대받아 동좌하더라도 명인을 받들듯 공경해야 한다.’ 진심을 다해 차를 끓였던 남자 리큐,그가 지닌 녹유 향합도 그가 연출하는 다실의 분위기도 모두에게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자신의 진심을 다해 ’최고의 차’ 를 끓여 내는 그,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더 사명을 가졌던 그가 목숨처럼 간직한 여인과 녹유 향합은 모든 이들의 눈과 마음을 멀게 만든것 같다. 자신의 것을 지킬 줄 알았던 그가 지키지 못했던 여인때문에 그자신 죽음에 이르는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모두 깨집니다.깨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
만약에 그가 일찍 녹유 향합을 깼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목숨처럼 아꼈던 녹유 향합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 않으려 했던 그, 죽음으로 대신 자신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지켰던 남자, 그런 남자의 곁에서 껍데기 같은 그를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그의 아내는 마지막 순간 녹유 향합을 깸으로 해서 자신의 원통함을 달랜다. 리큐 자신이 그 녹유 향합을 일찍 깼더라면 아마도 그 또한 범부에 지나지 않았을것이다. 그가 아름다움을 깨지 않고 지켰기 때문에 다성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을 지켜려 했던 남자 리큐와 아름다운 것을 손에 넣으려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던 히데요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날마다 마시는 ’한 잔의 차’ 가 다시 보인다. 다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난 내 방식대로 날마다 기분에 따라 차를 마시고 늘 식사후엔 보약처럼 커피를 즐겨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좀더 다도의 깊이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차 한 잔에 사랑과 인생이 담겨 있던 리큐, 그를 통해 새로운 차의 세계를 경험해 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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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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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신은 침묵으로 나에게 벌을 내렸어요.지금까지 우리를 연결해주고 결속시킨 것은 바로 말이었죠.'
<새벽 세시,바람이 부나요?>의 후편이다. 전작에서는 에미와 레오는 온라인상에서만 메일을 주고 받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레오가 보스턴으로 가기전에 극적인 만남을 하려고 하지만 에미는 남편의 말을 듣고는 만남을 포기한다. 아니 자신의 현재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런 그들이 다시 메일을 쓰기 시작했고 다시 주고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돌아온 레오에겐 '파멜라' 라는 여자가 있다. 에미를 가슴에 간직한 그는 자신의 심장안에 에미를 꼭꼭 숨겨 두고는 '팜'을 만난 것이다. 

에미 또한 예전과 별다르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지만 레오가 보스턴으로 떠났던 빈 시간동안 에미에겐 더 깊은 레오게 향하는 마음이 생겼다. 서로 자신들에서 벗어나려 했던 두사람은 둘에게 자꾸만 둘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느끼고 오프라인상에서 만남을 시도한다.한번의 짧은 만남 이후 살짝 스친 '점'을 영원히 간직하는 순진한 레오, 만남이후 레오는 팜에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에미 또한 남편과의 사이에 거리가 멀어진다. 아니 레오가 그녀에게 남편이 그들의 메일을 모두 읽었고 자신을 만나 에미에게서 떨어져 달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자신은 누구에게 속한 물건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것' 이라는 것을.

'어쨋든 당신은 내게서 사라질 수 없어요. 내 안에 당신의 너무 많은 것이 간직되어 있거든요. 나는 그걸 언제나 재산으로 여겨왔어요.' 이 남자 레오 어쩌나. '라 고메라 섬'에 여행을 간 에미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일곱번째 파도' 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복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라면서 자기와 일곱번째 파도에 몸을 맡겨 보자고 하지만 레오는 그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잔잔한 파도를 이야기 한다. 

레오의 사랑의 위기 그리고 이별, 파멜라와 잘 되어가던 레오는 어느날 에미의 존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고 팜은 그 일로 그의 곁은 떠나게 된다. 이별을 맞은 그는 에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진심' 임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보지만 그녀 또한 가족과 여행을 갔다. 남편과의 다시 재충전의 여행으로 착각한 레오, 하지만 남편과 이혼한지 반년이 넘었다는 에미의 말에 그들은 서로를 받아 들인다. 

이 소설 역시 메일로만 쓰여졌다. 하지만 글로 표현된 각자의 감정, 글 속에 감추어진 감정과 글이 주는 힘에 대하여 이 소설 또한 큰 힘을 발휘하며 아름답게 너울진다. 글로만해도 얼마나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파고 들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은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도 그들과 한편이 되어간다. 그들의 사랑에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소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전작을 읽고 얼른 구매를 해서 그들의 뒷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과연 인생에서 '일곱번째 파도' 는 언제 올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보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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