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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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백 살까지는 시간이 있지. 소설도 주제보다는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쓸 생각이야.' 
마치 소년처럼 보이는 사람이,곧바로 노인의 목소리로 말했다. "What! are you here?". 화자와 히카리가 산책길에 우연처럼 만난 친구 고모리 다모쓰, 그들은 친구이지만 가깝지 않았던 사이이다. 그런 그가 30년 전 갑자기 사쿠라 라는 여배우를 데리고 와서는 그녀를 위한 '시나리오'를 써줄것을 부탁한다. 도쿄 공습때 전쟁 고아였던 그녀를 폐허 속에서 자신들의 죄과를 치르는 단 한 사람의 미국인에 의해 영화배우가 되고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어린시절 찍은 <애너벨 리> 에 대한 마지막 부분이 그녀를 오랜동안 붙잡으며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사쿠라는 그녀가 찍은 <애너벨 리> 라는 작품때문에 고통에 시달리지만 그녀를 주인공으로 찍으려던 영화가 무산되면서 화자인 작가는 글 쓰기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쓸 생각' 이라며 그나름 고통의 나날을 보낸 것이다. 그런 그에게 30여년이 흐른후에 그 우여한 만남이 있었던 지난날처럼 고모리를 다시 길에서 만난다. 그는 30여년전에 시도하다 그만둔 작품을 다시 하자며 사쿠라가 지난날 그 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으로 보냈으며 시간이 흐른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녀의 심한 우울증이 치유되어 다시금 영화에 도전하게 된 사실을 말해준다. 그 또한 전립선 암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을 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사쿠라라는 여배우가 하려는 배역은 화자인 작가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여 이 작품은 작품속에 또 다른 작품이 등장하는 격이다.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와 함께 한다. 포의 작품과 사쿠라가 연기한 <애너벨 리>는 작가에게도 사쿠라에게도 인생을 흔드는 작품이다. '흔들리는 것은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라는 말처럼 사쿠라는 그 작품에서 무언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작가의 어머니나 할머니는 가부키로 전후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온 여인들이기도 하다. 사쿠라가 기억하지 못하던 부분들을 고모리가 찾아 내어 무삭제판을 상영해줌으로 그녀가 받아 들이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받아 들이고 아픔을 치유해 더 강한 힘으로 다져저 '메이스케' 역을 당차게 소화를 해 내고 그녀의 노래 소리를 듣고 작가는 치유를 받는다.

이 작품은 50년 동안 소설 쓰기만 한 작가가 '문학에 대한 오마주' 이기도 하단다.그래서일까 등장하는 작품들과 작가들이 많다. 그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내가 알지 못하는 작품들과 작가들이 나오고 이야기의 앞부분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난감했다. 반정도 읽어 나가니 '아하' 하면서 내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오기를 갖고 읽어 내려갔다. 왜, 애너벨 리가 싸늘하게 죽었을까? 포의 시를 영화한 작품에서 그녀는 죽은 연기를 했고 그녀 자신 과거로 인해 죽은 인생처럼 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그녀가 원하던 작품을 다시 하는 치유의 소설이기도 하고 작가인 화자 또한 그녀로 인해 두번이나 치유의 도움을 받는다. 소설은 무척이나 까다롭다. 

'사쿠라' 라는 배우가 '애너벨 리' 영화를 찍을때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여 인생을 허비하는 부분은 얼마전에 읽은 권지예 작가의 '4월의 물고기' 에서 서인이 몽유병이 걸려 남자를 만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모르는 부분과 닮아 있다. 그녀가 자신의 아픔을 보고 듣고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 소설은 어찌 되었을까. 사쿠라나 화자 또한 삼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지난날을 이겨내고 그 아픔까지 받아 들일 수 있는 '그릇' 이 되기도 하여 <희망> 적인 소설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물음의 답처럼 'Are you here?', 지금 여기가 아닌 '아직 여기' 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히카리' 때문에 그의 작품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데 이 작품에도 그의 아들 이름이 등장을 하니 그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듯도 하고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 읽은 것이 없어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힘들었기에 이 기회에 그를 주목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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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1 - 소설 안중근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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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우리 문단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작가 이문열에 의해 재탄생한 <불멸>,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음'  이란 뜻을 지닌 '불멸' 이란 그가 서른해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우리들 가슴에 살아 숨쉬는 듯 '불멸'의 생을 살고 있어 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작가의 책인 <시인>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그동안 다루어진 김삿갓 보다는 다른 각도에서 다룬듯 하여 약간은 지루할 수 있었지만 재밌게 읽었었다. 이 작품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어쩌면 너무도 잘 안다고 하여 잘 모를듯한 '인간 안중근'을 다루고 있어 두권이라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양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 않나 싶은 생각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가 인간 중근에게 다가가는 것이 급하지 않고 서서히 다가서면서 거대하게 비추어졌던 그 보다는 그도 한사람의 아들이며 가장이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국민이었음을 잘 다루었지 않았나 싶다. 좀더 세세하게 다루기 위해 자료들을 나열해 놓아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가까운 면은 있다. 1권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중근보다는 그의 아버지 '안태훈'이란 인물을 다루면서 서서히 중근에게 옮겨 온다. 해주에서 살던 그들이 청계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글을 하는 선비보다는 상무정신에 더 치중을 한다. 맏아들이었음에도 아버지는 그런 그를 말리지 않는다. 명성황후의 시해사건,단발령,아관파천등 소란스런 세상사와 맞물려 급변하는 외세에 급물살을 타기도 하는 그들, 아버지는 천주교의 힘을 빌기도 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가며 가족들에게도 세례를 받기를 권한다. 맏형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례를 받지 않고 중근을 비롯하여 모두가 세례를 받기도 하고 지방 토호세력이었던 아버지에겐 '천주교' 는 다른 세상을 열어 주었다.

'꽃 한 송이에 목숨을 건 게 부끄러워 그리 말했으나 중근이 목숨까지 돌아보지 않고 다가가려 했던 것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 그것으로 표상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일로 중근이 드러내 보인 것은 경박이나 성급이 아니라,지고한 가치를 향한 자기투척의 용의였으며, 죽음조차 잊게 하는 아름다움에의 탐닉과 몰입이었다.'  한참 팔팔한 나이인 혈기 왕성할때 그가 만난 나라 안팍의 급변화는 물결은 그에겐 강물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처럼 '자신만의 힘' 이 되어준것 같다.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던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을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망하기는 했지만 그가 펼친 교육사업등은 어쩌면 '아버지의 터전' 에서 갈고 닦은 밑바탕이었을지 모른다. 

청계동과 중근은 천주교가 열어 둔 길을 따라 근대사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조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단발령의 시행으로 상투를 자르고 양인들의 것이라 여기던 '천주교' 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 지역민들을 교인으로 만드는데 발벗고 나서듯 했던 그들, 예배당을 짓고 그들의 말을 배우기도 했지만 하다가 입에 맞지 않으면 그들이 거꾸로 우리말을 배울것이라 믿었던 그, '한때 사람들은 대한제국을 이름만의 제국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그 눈물겨운 실체를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절명을 앞둔 5백년 조선왕종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몸부림에 함께 요동치며 변하는 세상과 더불어 청계동과 안태훈 일가도 가늠되지 않는 시대로 떠밀려 나아갔다.' 변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시대의 급물살.조선왕조의 멸망과 함께 아버지 안태훈의 죽음은 그에겐 큰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싶다.

'아무래도 시절이 심상치 않다. 더는 청계동에 숨어 일문을 온전히 지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게 되었다. 세월과 함께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아버지 안태훈은 숨어서 급물살을 탔다면 그는 세상과 맞서서 싸우며 변화에 적응해 가려 했던 인물같다. 을사늑약과 함께 나라를 구하는 길처럼 그에게 각인된 '이등방문' 은 그가 해결해야 할 당연시 받아 들여진 숙제였음을 말해준다. '적이 달라지면 싸우는 방식도 달려져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이제 더 이상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어찌보면 작가 이문열은 너무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인물을 표현하려고 하여 지루함을 줄 수 있다. 역사소설이면서 재미를 더해주는 책들도 많은데 그는 재미보다는 <진실과 인간적인 면>에 더 촛점을 맞추어 그가 다루는 인물과 지금의 내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너무 거대해서 '인간 안중근' 보다는 그의 후광에 더 열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이 책은 인간 안중근을 만나는 것 같아 좋았다. 안중근을 통해 그의 아버지 안태훈과 그리고 그 시대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 같아 관심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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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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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시대, 나아가 조선시대의 정치적 행위와 역사서의 행간을 읽고 채우는 흥미로운 역사 읽기가 가능해졌다.

'홍씨 집안에서 모은 정조의 글씨가 대략 1천 6백 폭에 이르렀다... 이렇게 정조는 달필에 속필로 편지를 써서 친족이나 신하 들과 왕래하며 주변 인물을 끌어 안고 정보를 교환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비밀편지를 교환하며 막후에서 정국을 조율하는 방식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편지광인 정조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정조어찰>, 한 신하에게 보낸 편지가 무려 350여통이나 발견이 되었다니 대단하다. 정조의 시대를 '문화부흥기' 라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시대에 문화가 왜 그리 찬란했는지 알겠다. 밤낮 독서와 친족및 신하들에게 편지쓰기를 열심히 했던 그가 독서를 너무 하여 눈이 안좋았다니 알만하겠다.

정조어찰, 원손시절에 쓴 편지는 '예' 자가 붙어 '예찰' 이라 한단다. 임금이 되어 쓴 편지는 '어' 가 붙어 '어찰' 원손시절부터 편지를 즐겨 쓴 그가 남긴 편지는 정말 대단하다. 외가댁인 홍씨 집안에 보낸 편지들을 혜경궁 홍씨가 한데 모아 놓은 것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빼앗겼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으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 빼앗아간 문화재는 양심적으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편지쓰기'나 '독서'에 치중하고 편지로 정치도 조율하고 친족간에 친목도 다지고 신하와의 거림감도 좁힌 그를 보니 무척이나 '인간적인 군주' 였음이 분명하다.

심환지, 어찰은 대부분은 후일을 없애기 위해 되돌려주거나 태워 없앴을 터인데 이렇게 많은 편지를 그것도 받은 날짜와 시간등을 세세하게 구분하여 모아 놓은 신하 또한 대단하며 그의 정치적이며 인간적 뚝심을 알만하다. 이런 대단한 편지가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다는것 자체가 우리에겐 정말 '보물' 과도 같으니 역사를,정조와 그 시대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사진상으로 보여지는 글씨도 달필인데 그 많은 편지를 쓰려 했다면 정말 글을 잘 썼을것 같으며 작은것이라도 신하들과 나누려는 정조의 인간됨을 잘 보여주고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조는 높은 수준의 글솜씨를 자랑하는데 특별히 편지에서 솜씨를 잘 발휘했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은 결코 쉽게 도달할 수준이 아닌데 정조는 국왕으로서 유래가 드물게 탁월하다. 문학적으로도 우수하여 작품성이 뛰어난 편지가 곧잘 눈에 띈다.그렇기 때문에 정조어찰은 정치사 사료로서 비중이 매우 높은 동시에 문학과 서예, 궁정문화와 생활사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도 조명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의 삶 전부가 편지로 이어진것 같은 편지들,죽기 13일전 쓴 마지막 편지에서 그가 언급했듯이 그는 이미 병이 깊었던듯 하다.그 전에도 자신의 병을 표면하 하기도 했지만 한때 <정조의 독살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가 쓴 편지는 자신의 죽음을 내다 보는 듯 하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추측으로 난무하던 것들을 짧막한 편지들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신하와 농사 지은 쌀 몇 말을 나누는 정감어림이며 유머까지 있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이모티콘을 쓰듯 '껄껄' 이란 단어를 즐겨 썼다는 것이며 '인간 정조' 를 보는 것 같아 읽는 동안 참 마음이 따듯해졌다. 지금시대를 살았다해도 조금도 모자람없이 나라를 잘 다스렸을것 같지만 자신이 자주 언급했듯이 '다혈질과 태양증' 으로인해 자신의 삶을 단축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가져본다. 정조어찰은 한사람의 정치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이면서도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등을 읽을 수 있으며 우리가 그동안 놓쳤던 부분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어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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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가제본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삼한지 세트 - 전10권
김정산 지음 / 서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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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사람이 살아간 별 같은 흔적을 더듬고, 민족사에서 훌륭한 족적을 남긴 선조를 찾아내어 영웅으로 만들고 섬기는 일은 뒷사람의 당연한 몫이자 민족 전체의 저력을 키우는 초석이며 지름길이다.'  역사소설은 읽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것도 어려운데 쓰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까. 백여년의 역사를 십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비로소 독자의 품으로 온 <삼한지>, 이런 대하소설을 만나는 것은 독자에겐 기쁨이다. 한동안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그리고 박경리의 <토지> 등으로 대하소설을 읽는 맛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국민을 독서로 끌어들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대하소설 보다는 한권으로 된 책들이 더 호응을 얻는 것 같고 이런 류의 책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을 하여 기피하는 것 같아 아쉽다.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이 역사인양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요즘 티비 드라마로 사극이 각광을 받으면서 한동안 <서동요> <주몽> <이산> <선덕여왕> 등 많은 작품속에서 살아 있는 듯한 역사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바람의 화원> 은 그야말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작가적 상상을 실제 역사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은 세밀하면서도 인물들을 잘 다루어져 읽는 맛도 있고 삼한의 역사를 좀더 쉽게 풀어 청소년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듯한 작품이다.

'고작 80년에 불과한 중국 삼국시대는 국경을 넘고 대를 이어 무섭게 전파되는데 수백 년간 이 땅에 존재했던 우리 삼국시대는 여전히 사료와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조차 어려웠다.'  삼국지 세트는 어느 집 책장에나 꽂혀 있고 한두번 읽어본 사람들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책들은 요즘 들어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일제 강점기에 그들의 손에 의해 오류에 빠진 역사를 수정하기 보다는 그대로 학습되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좀더 쉽게 역사를 풀어 쓴 이런 류의 소설을 만난다는 것은 '희망이고 기쁨' 이다. 얼마전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를 보면서 그를 아이콘으로 만든 그들을 부러워했다. 우리 역사속에도 그보다 더 큰 인물들이 많지만 우린 눈치를 보고 있는 역사인듯 하여 씁쓸하기도 했다. 

역사속에 잠자고 있는 영웅호걸들의 잠을 깨운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문장과 말법에 좀더 신경을 썼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요즘 책들을 읽다보면 유행하는 말들이 그냥 적나라하게 쓰여진 책들도 있는데 순수 우리 문장에 가깝도록 썼다는 것은 작가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주영의 <객주>를 읽다보면 우리말인데도 모르는 말들이 정말 많이 등장을 한다. 우리말사전이라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잘쓰지 않는 우리말들이 쓰였음에도 소설은 감칠맛있고 서민들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다. 작가의 뚝심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이 또한 작가의 고집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한동안 책읽는 재미에 빠지게 했던 '삼한지' 세마리의 용이 서로 각축을 벌이며 좁은 한반도에서 싸움을 벌였으니 얼마나 많은 영웅들과 백성들이 희생양이 되었을까하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소설은 영웅뿐만이 아니라 민초들 또한 세밀하게 그려주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고 인물들의 특징을 잘 묘사해 재미를 더해 주었다. 한사람의 일생을 정리하는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백년의 역사인 삼국과 나라외 인물들까지 다루었으니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까. 이런 대하소설은 읽고나면 괜히 작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력에 비해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읽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함을 낳게 하는 삼한지, 국력이 강해지는 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 배우고 익히고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기회가 되면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대하소설은 언젠가 다시 한번더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간다. 우리의 역사이지만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에 책을 만나 '삼한' 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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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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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닮아서 숲에 깃들어 사는지, 숲에 살아서 숲을 닮아 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붉은 색과 가까이 하면 붉게 되고 검은 색과 가까이 하면 검게 변한다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녀였던 그녀가 '하늘을 향한 곰의 배'의 형상을 한 곰배령에 깃들어 살면서 그녀와 세쌍둥이도 함께 곰배령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았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살면 추억이 많아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17년동안 곰배령의 자연과 함께 한 그녀들은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을까? 그것도 시골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녀가 집을 짓고 민박을 하면서 손수 호미를 들고 밭을 일구고 보신탕을 끓이는 모습이란, 하지만 그런 삶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로망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부를 위해서라면 땅값으로 원만한 삶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자연과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택했다. 처음부터 모두를 잘할 수 없었듯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삶을 일구어 나갔겠지만 자연과 더불어 시골에서 살자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 모든것을 감내해준 세쌍둥이가 대견하기도 하다. 하나도 키우기 힘들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셋을 키우며 일군 삶이라 그녀의 삶을 더한번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 또한 사춘기 딸을 둘이나 키우고 있어 애로점을 잘 알고 있기에,하지만 딸들이 크면 엄마에겐 큰 힘이 되고 동지이면서 친구이기에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에도 그녀에게 세 딸들이 이젠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사람,나무,함께 어우러져 향기로운 빛이 되소서.'
상량식에 쓴 문구가 인상적이다. 몇 해 전부터 뒷산을 시작해서 낮은 산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서 시작했는데 산은 잘 오르지 못하지만 산에 가면 힘이 났다. 나무가 있고 철마다 꽃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소리 물소리 여유를 안겨주는 산이 내겐 보약같은 존재가 되어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산에 가면 나도 작은 나무가 되듯 너무도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삶에 큰 힘이 되어서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자연가 함께 하는 삶을 살자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갑자기 우회전을 하기엔 용기가 필요한 듯 하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발 붙일 곳이 있다면 이젠 그런 삶을 행해보고 싶다.

'필녀를 통해 나는 낟알 하나의 의미를 익혔으며.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이 바로 식구라는 사실을, 그리고 밥솥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녀의 삶의 대모쯤 되는 필녀라는 필례라는 곳의 혼자몸이신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이웃과 함께 하며 모르는 것은 지역의 할머니들이나 선배님들께 배우며 고쳐 나가는 더불어 사는 삶, 김장배추를 놓고도 딸들과 유성우를 보기 위해 새벽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르는 행복, 어디에서 그런 행복을 찾을 것인가. 이쯤에서 그녀만이 누리는 행복에 살짝 부러움이 일기는 하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훔치듯 했으니 그것만으로 족하다.은비령의 유성우는 작가 이순원의 <은비령>에서 너무 행복하게 읽어서일까 언젠가 꼭한번 그런 시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을 가져 보았었다.

'사춘기가 겨울과 봄 사이의 환절기라면 갱년기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환절기야. 너희가 아침노을이라면 엄마는 저녁노을,ㅡ러니까 엄마도 너희처럼 몸과 마음에 변화를 느끼는 시절이란거지,그러니 우린 더더욱 서로 돕고 살아야겠지.'  울집 딸들도 사춘기 운운하며 저희들을 이해해 달라고 늘 말한다. 세여자가 사춘기에 사추기라  늘 시끄러운 우리집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엄마와 딸은 늘 '친구' 갚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그녀들의 복닥거림에 미소가 절로 나오기만 한다. 딸들이 있어 그녀의 곰배령 뿌리가 더 든든한듯 하다. 

천상 그녀는 곰배령의 도라지꽃이다. 적응력이 뛰어남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어준것 같다.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 생활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더 유익하면서 풍요로운 삶으로 윤택하게 발전시키고 다른 이들까지 곰배령을 찾게 만들어 주었으니 곰배령의 똑순이인 그녀를 롤모델로 삼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불평하기 보다는 개척해나가다 보면 행복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이십여년 되는 곰배령 삶의 모두를 볼 수는 없지만 지금의 행복을 가져다 준 지난날의 실패와 고난도 살짝 엿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숲해설가로 약선요리등으로 자신을 발전시켜나가는 그녀의 뿌리인 곰배령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을 선사받은 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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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2010-03-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란님, 딸을 키우는 마음,산에 깃들어 사는 마음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어주시고 리뷰를 남겨주신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고맙고요,

대학만 가면 다 되는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결혼만 하면,
아이만 낳으면 다 되는 줄 알고 살았던 시절,
산에만 들어가 살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고요.
올해 고 3인 세 아이를 두고 사는 제게 선배 한 분이 일러주셨습니다.
"부모노릇도 대학만 졸업하면 다 되는 줄 알지?
시집, 장가만 보내면 다 되는 줄 알지?
아니거든!!!!! "
선배가 아무리 정신을 차리라고 해도 저는
귀로는 들으면서 지금은 마음으로는 안 들려요.
미리 알고 싶지 않아요.^^

ㅎㅎ 저는 요즘 책 한 권 나오면 무지개 나라에 살게 될거란 꿈을 꾸고 있지요.
이꿈을 깨면 저는 또 다른 꿈을 부여잡을테지요.(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사는데 저는 꿈 한개는 있어야 겠어서 그냥 이 무지개 꿈속에 머물고 있답니다.^^

전원생활의 꿈,제가 간혹 나누어 드릴 수 있어요.
우리 동네에 멋진 곰취가 나왔다고 소문을 낸다거나
곰취장아찌를 담그는 방법이라든가,
쑥이나 질경이로 쉬운 효소를 만드는 법이라든가,
뽕잎을 넣어 마음이 안심이 되는 밥짓기라든가
뱀딸기화분이 무척 아름답다던가,
쑥대줄기로 김밥발을 만들수 있다던가,
머위꽃, 찔레꽃이 지금 한창이라던가 ...
등등 ...

눈 내리는 일요일 오후, 제가 수다가 떨고 싶은가 보아요
후후, 잔무가 태산같은데 마음은 자꾸만 한가함을 찾아가네요.
서란님께서 올려주신 리뷰 '곰배령, 자연과 닮은 그녀의 건강한 삶 엿보기'
저희 세쌍둥이네 풀꽃세상 홈피(www.jindong.net) 풀꽃사는 이야기방으로
모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