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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잔잔한 감성과 여유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의 눈빛이 좋은 루앙프라방...
목요일, 내가 이 책을 받은 것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에 <목요일의 루아프라방>을 만난 기분은 남달랐다. 작가의 다른 도서들은 안 읽어 보았지만 매체에서 소개된 책이 좋다는 평을 듣고는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다가 만나게 된 이 책은 느낌이 정말 좋았다. 잔잔한 감성이 녹아 있어 여행서라고 하기 보다는 시집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작가가 소개한 사진들에는 행복한 미소와 함께 호기심 어린 눈빛들이 가득하여 사진을 보는 재미도 더해주었다.
라오스의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도 얼마 되지 않고 별다를것 없는 작은 도시라는 루앙프라방, 하지만 말이 주는 어감이 참 좋은 도시이듯 작은 곳이지만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천국' 에 비유를 했다. 무엇에서 무엇이 있어 이곳을 천국과 같다고 비유를 했을까. 그리고 머물고 싶어할까 하며 궁금증을 가지고 작가의 눈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가고 싶어지고 한달여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다. 모든 것들이 넘쳐서 행복한 것이 아닌 다 가지지 못해도 내가 가진것만으로도 넘치고 여유로워 행복한 사람들의 미소를 만나고 싶었다.
루앙프라방으로 떠나는 여행가방에 든 것 부터가 참 좋다. 에시이,시집,사진집,연필,엽서, 카메라, 지도 한 장.... 삶을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멋진 꾸러미가 있을까. 그리고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할까... 50리터짜리 행복한 삶에 나도 살짝 끼어 갈 수 있다면... 그는 루앙프라방에 가서 <시간의 실체와 마주했다> 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시간의 실체와 마주했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가 전해주는 사진과 글을 읽다보면 나도 덤으로 그 시간의 실체를 만나는 느낌이다. 우리는 시간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만 루앙프라방에서는 모두가 아니다. 여유롭고 평화롭고 넉넉해질 수 있다니 가보고 싶어진다.
'아, 이곳을 떠나기가 너무 싫어. 여기는 천국이야.'
천국과도 같은 곳 루앙프라방의 목요일,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시간의 실체와 만나기도 하고 산책과 낮잠과 여유로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을 전해주는 듯 하다.그가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골목길과 창문, '가끔 생각한다. 아름다운 골목과 만났을 때 하염없이 걸어서 모퉁이를 돌아 골목 긑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자신을 닮은 창문을 하나를 갖기 위해 시간을 고스란히 바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러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겨우 골목길이나 창문을 만나기 위해 갔다면... 하지만 사소한것들이 행복하게 다가온다면 그건 이야기가 틀려진다. 늘 보던 일상의 것들이 이곳에선 색다르게 다가온다. 여유로움이 묻어 있어서일까. 그리고 그 골목에서 우연히 만나는 행복한 사람들, '고맙기 나도 폭포에 가고 싶었던 참인데 뭘. 그리고 오늘은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초이, 너 때문에 나는 기분이 두 번 좋아졌어. 우울했던 네 기분이 좋아져서 내 기분이 한 번 좋아졌고, 네가 내게 고맙다고 말해 줘서 다시 한 번 기분이 좋아졌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면 나도 그만큼 기분이 좋아지지.그게 나의 건강법이야.' 우리가 잃거나 혹은 잊고 지낸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은 상대를 기분좋게 해주는 말한마디에서도 그 느낌이 다르다. 그의 감성때문일까.
'루앙프라방... 참 사랑스러운 이름이죠? 루앙프라방 하고 발음했을 때 입에서 번져나오는 부드러운 파동, 가슴속으로 새벽 거리의 맑은 공기가 차오는 느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정.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끝없이 이어지는 휴식, 타인에 대한 배려와 미래에 대한 기대... 루아프라방이란 이름에는 이 모든게 포함되어 있는 것만 같았어요.' 이 구절을 읽고는 나도 소리내어 몇 번이고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하고 되뇌어봤다. 정말 어감이 참 좋은 이름이다.그 이름만으로도 행복이 전해져온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인생의 정면을 관통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내 삶이 문득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작가의 감성이 시처럼 녹아 있어 더욱 감성적이게 하는 루앙프라방, 비오는 목요일에 읽으면 더욱 좋을 듯한 책이며 여유를 찾고 싶고 가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함께 하면 좋을 책이다. 만약에 여름여행을 떠난다면 내 배낭엔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이 한자리를 차지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참 행복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