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청소년 현대 문학선 8
김주영 지음, 정현주 그림 / 문이당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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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멸치는 제일 작지만 고래보다 크고 의젓하며,강직하고 담대한 어족이다.그리고 내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몸체로
일상을 살면서도 알을 밴 흔적만은 감추는 은둔자의 삶을 산다..

<홍어>에 이어 읽은 멸치는 홍어에서는 아버지의 부재였지만 이 소설은 어머니의 부재이다.집을 나간 어머니, 어머니의 부재로 인하여 외삼촌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된 아버지, 그는 포수이지만 사냥을 나가서 돌아올땐 언제나 빈손이다. 그가 포획한 것은 토끼새끼 한마리 여지껏 그의 아들도 마을사람들도 구경을 하지 못했기에 그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어머니의 집나감과 동시에 아버지는 외가댁을 자신이 차지하고 외삼촌은 내 쫓듯 하여 배가 다른 외삼촌은 유수지근처에 움막을 짓고 산다. 그는 염소 한마리와 함께 살면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도통 모를 정도로 그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본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열네살의 대섭은 어느날 동네친구들과 쥐불놀이를 하다가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하여 쥐의 몸에 휘발유를 묻히고 성냥불을 그었던 것이 학교 옆 사택의 창고를 태우는 불을 내고 만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이미 창고는 타서 재가 되었기에 그는 외삼촌의 움막으로 피한다. 어머니가 떠난 자리엔 이웃마을을 여자가 드나들며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려 하는데 대섭은 그녀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움막으로 가져다 주는 도시락을 받아 먹기는 하지만 그녀와의 마주침은 피한다.

외삼촌과 움막에서 지내며 유수지 주변의 자연에 눈을 뜨는 소년, 너구리 굴이며 새를 관찰하는 일이라든가 외삼촌의 일상을 좀더 가까이 접해가는 소년의 눈에는 외삼촌과 아버지의 관계며 집에 드나드는 여인의 관계등 자신이 풀 수 있는 방법으로 풀고 싶어 아버지가 외삼촌과 함께 사냥을 가기로 했다며 외삼촌과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은 진짜처럼 받아 들여지고 아버지와 외삼촌 그리고 소년은 멧돼지 사냥을 나가게 된다. 멧돼지 사냥을 성공한다면 그 소문에 어머니가 돌아올수도 있다는 소년의 생각, 하지만 사냥의 성공률은 아버지의 천식으로 볼때에 성공율이 낮지만 외삼촌을 믿어본다. 유수지 주변의 동물들의 동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외삼촌, 그를 믿고 사냥에 나선 아버지와 그외 사람들.

외삼촌의 동물적 감각에 의해 멧돼지를 사냥하게 되지만 아버지가 맞추었다고 생각한 부위가 아니고 멧돼지는 총을 맞아 죽은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죽어 있다. 그리고 멧돼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외삼촌. 마을에서는 멧돼지 사냥의 성공으로 축제분위기이지만 소년은 유슈지 외삼촌의 움막으로 외삼촌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외삼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년은 유수지 물 속으로 잠수 하여 들어가 외삼촌의 흔적을 찾아 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러던 그의 눈에 멸치떼가 보인다. 

내게 있어  아버지라는 명사에 묻어 있는 상념은 불안감이었다. 어머니처럼 어느 날 문득 내 곁을 속절없이 떠나 버릴 것 같은 매몰참이 아버지의 표정에서도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설득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혀에 있는 것일까.아니면 눈이나 귀에 있는 것일까.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강물은 흘러가도 본래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강의 미덕을 잃어버린 탓이다. 그러니까 강은 흘러가는 그대로 두어야 온전한 강의 모습을 지탱한다.

민물에 살지 않는 멸치떼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멸치 떼는 내장까지 환하게 들여다보일 만치 투명했기 때문에 물결 위로 떼 지어 내려앉는 햇살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햇살이었을까.. 외삼촌과 아버지의 합작으로 인하여 멧돼지 사냥은 성공을 거두고 외삼촌의 작살로 인하여 그도 큰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아버지를 위하여 멧돼지를 죽여주고는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 외삼촌, 그 둘 사이엔 '소년의 어머니' 가 자리하고 있다. 외삼촌과의 관계를 의심했던 아버지와 아버지 옆에 어머니가 있는 것을 온전한 사랑으로 여겼던 외삼촌의 관계는 사냥의 성공으로 인하여 모두 풀어진 것일까.. 소설은 모호함을 남겨주며 민물에 살지 않는 멸치떼를 등장시켜 아직 소설이 끝나지 않은 것과 같은 여운을 독자들에게 남겨준다. 하지만 유수지 주변의 아름다움과 작가 특유의 우리말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쓰는 문체는 정말 그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느낌이 뭐랄까 무언가 유수지 깊은 곳에 가라 앉은 무언지 모를 앙금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여운을 따라 '작가의 '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보았다. 작가는 멸치에 대한 그의 느낌을 세세하게 표현해 놓았다. 이 소설 또한 그 멸치를 바라보는 작가의 느낌처럼 모든 것이 '작가의 말'에 함축되어 담겨 있듯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면서도 알을 배면 '은닉' 한듯 보이지 않는 모호함이 잘 들어나 있는 말이 그가 표현한 '은둔자의 삶' 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외삼촌의 주거지였던 움막과 유수지, 유수지 그 심연에서 멸치떼와 함께 하나가 되어 노니는 소년의 모습이 경이롭게 보이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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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청소년 현대 문학선 1
김주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이당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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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것은 사람들이 가오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홍어' 였다. 언제나 부엌 문설주에 너부죽하게 꿰어 매달려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있던 말린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홍어포 한 마리였지만,그것은 어머니에겐 내가 아홉 살 되던 해부터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로 대신될 만한 건어물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인 <객주>에서도 보면 우리말사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낯설기도 하고 곰삯은 맛이 나는 우리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간혹간혹 만나게 되는 잘 쓰지 않거나 잊혀져진듯한 우리말들이 작가만의 묘미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홍어, 그 홍어를 부엌 문설주에 걸어 놓아 언제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처럼 집나간 남편을 대하듯 하던 홍어가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린 날 밤 낯선 여자가 부엌에 들어서 잠을 자면서 홍어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어머니는 남편이 집을 나간뒤로 바깥 출입을 할때도 소복을 단정히 입고 나간다. 삯바느질로 집안이 생계를 이어나가던 어머니와 열네살의 아들 세영에겐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로 이렇다 할 일이 없던 집에 지난 과거를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듯 12월 3일에 어머니가 이름을 지은 '삼례' 가 들이닥치면서 부터 어머니와 아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삼례가 읍에 드나들면서부터 삯바늘질 거리가 늘어나기도 하여 좋았지만 그녀는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가고 만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그녀의 등장으로 인하여 어머니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그녀에게 정을 주었던 어머니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많이 실망을 한다.

그로부터 낯선 여인이 아이를 업고 와서는 '호영' 이라는 아이를 놓고 달아나기도 하고 그들의 옆집에 사는 알듯 모를듯 하는 남자의 정체 또한 묘하다. 호영이가 들어옴으로 하여 어머니는 장에 나가 수탉과 함께 암탉 두마리를 산다. 닭이 나은 알을 호영에게 먹이려는 어머니, 그런 수탉을 옆집 개인 누룽지가 물어 죽이면서 옆집 남자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고 바느질 일손이 덜기 위해 들인 아줌마와 옆집 남자와의 묘연한 관계. 어머니는 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어 외삼촌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어느날 외삼촌이 온다며 부산하게 집안을 정리하기도 한다.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하여 아버지가 근처에 있거나 집에 올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세영,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세간살이도 정갈하게 다시 정리하고 집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고치고 아버지 맞을 준비를 하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 오시고 그날밤에 눈이 소복히 내린 아침, 불현듯 어머니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마음은 무엇이었까. 간간히 읍에서 술집에 있던 삼례를 찾아가 그녀에게 술집에서 벗어날 돈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자신의 외가 친척이라 하며 거두어 주었던 삼례를 찾아간 것일까. 모호하게 보였던 세상은 소년의 사팔눈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소설은 모호하게 끝난다. 하지만 소설속의 풍경은 어린날의 추억을 되살려 주기에 만족스러우며 옛 사진을 들추어 보듯 흑백사진처럼 펼쳐지는 풍경들은 그 영상만으로도 좋은데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가 한몫을 하여 더욱 좋다. 다른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 알듯 모를듯한 애매함이 서려있기는 하지만 특이하면서도 참 아름다운 소설이라 좋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처럼 늘 부엌에 걸려 있던 홍어, 삭힌 홍어의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맛이 이 소설에 들어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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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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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보고 '우린 당신을 도울 수가 없어요. 당신은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우린 여기서 매일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이곳의 현실이에요..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뛰어난 연기자. 한국의 여인상, 어머니상,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자, 행복한 사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끝 모를 허무감만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않다면! .. 연기자 김혜자씨, 그녀의 고집은 대단하다. 한방송국만 30년에 한 CF만 20년이 넘게 하여 기네스북에도 오랐는데 그 모두가 자신을 잘 표현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가 찾은 기아와 가난이 난무하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사진과 글로 만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이 책을 읽기전에 그녀가 다녔던 나라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들을 먼저 만서일까 글이 더 와 닿는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을 다른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이나 <신도 버린 사람들> <마리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등의 책들과 그외 다른 책들에서 많이 다루어지기도 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듣기도 하고 보면서 '나눔'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지만 어머니의 모성애가 있었기에 그녀의 눈물이 더 값지게 다가온다.

'전쟁은 안된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안 된다.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
전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함으로 인하여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여자들과 어리아이들이다. 그녀가 책에도 언급했듯이 부자나라와 전쟁을 한다면 더 나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피해가 더 크다. 부자나라와 전쟁을 하여 크게 보도가 되면서 그들이 실체가 들어남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어 그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많아 진다면 다행이지만 잊혀지거나 복구되지 않은 피해현장에서 더 처절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절망일까. '집으로 가는 길' 에서도 소년병들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 소름이 돋는 전쟁의 참혹함을, 내전의 현실을 마음 아프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의 소년병들의 이야기와 함께 참혹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울렸는지 가슴이 아팠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겠고 금방 전달이 되는 사람도 있겠고 죽을때까지도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1만원이면 여기 이 아이 한 명을 한 달을 먹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만 먹여서 살려 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살아갈 테니까요.. 그렇지 않고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우리 모두의 범죄 행위입니다.' 많은 것으로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 잔의 차> 에서도 느꼈듯이 그녀가 한 '사랑의 빵저금통' 의 힘은 컸으리라 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오는 빵저금통, 그때는 무심하게 넘겨 버렸던 적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후회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집 막내는 '엄마 내가 만원을 내면 그 돈이 금방 가난한 아이들에게 갈까..' 하며 용돈으로 모은 돈중에 만원을 빵저금통에 넣던 기억이 난다. 더 보태줄까 하다가 딸아이의 정성만으로 채우길 바라며 보냈던 기억, 그 일만원이 한 아이를 살렸을까.

울고 싶어도 너무 배고프고 힘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들, 자신은 죽어가면서 음식물을 받아 입으로 꼭꼭 씹어 죽어가던 동생의 입에 넣어주어 동생은 살리고 자신은 죽은 형의 이야기며 너무 굶어 입천장이 다 허물어진 아이, 엄마의 빈접을 빨아야 하는 아이들. 어디 한두명의 이야기일까. 사진속 아이들은 밝게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내 주머니만 채우려 하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책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것인가. 내게 주어진 한 순간 한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내 마음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십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녀가 한 일들을 어찌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과 감동은 그녀의 몫으로 그녀의 가슴에 저장되어 있겠지만 그녀가 풀어 놓은 짧은 글과 사진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은 잘 전해져 무언가 나누어 주어야 할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반면에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인간의 삶의 조건이 최고로 좋아진 세상이지만 수천만 난민들의 처절한 고통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나눔' 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한개로 99개를 채우기는 쉬워도 나의 99개에 한개를 채우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하나씩 덜어내어 '나눔'을 실천한다면 먹을 것이 없어 풀로 연명하거나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것이다. 이제는 눈과 마음을 돌려 이웃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며 살아야할 것 같다.  '바미얀의 석불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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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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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견디겠어,소니... 참을 수가 없어.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해.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어떻게 집집마다 다니며 구걸을 하냔 말이야.발루타가 우리의 권리라고? 맙소사! 그들이 음식을 어떻게 던지는지 본 적 있어? 개처럼 살 권리 따위는 원치않아. 나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원한다고... 


달리트,불가촉천민인 다무는 인도의 어느 신분계급에도 끼일 수 없는 천민인 절대적인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 듯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려 한다. 하지만 개만도 못한 인간, 불가촉천민인 그들이 물을 먹기만 해도 그 물이 다 오염된듯 하다고 하여 개에게도 먹이는 물을 그들은 근처에도 못가게 하는 그런 존엄성이 땅에 떨어진 계급제도에 다무는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조상대대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받아 들이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다무의 방식은 먹혀들지 않고 난관에 부딪힌다.

자신에게 행운이 따른것처럼 우연찮게 만난 사헤브에게 영어를 떠듬거릴 정도로 배우게 되고 어린 나이에 그에게 시집을 온 소누는 12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도 그는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인간으로 그녀를 받아 들인다.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는 반면 자신도 <교육>에 큰 몫을 두고 신문읽기며 좀더 다른 불가촉천민들보다는 깨이려 노력한 다무, 그들은 행운처럼 12년만에 아들을 얻게 되고 부터 육남매를 얻을 수 있었고 막노동부터 바바사헤브의 연설과 그의 신분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하게 여기는 사상에 맘을 두고 그에 관련된 잡일도 마다않고 했지만 가난은 벗어날 수 없던 그가 철도회사에 들어가게 됨으로 하여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신분제도앞에 늘 가로막혀야 현실앞에서 자신의 대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굴레를 자식대에서만이라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들의 교육에 남다르게 열정을 기울여서인지 맏이부터 잘 되어 그는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해 끝내 암에게 자신의 삶을 정복당하면서도 막내의 공부를 더 중시여긴 다무, 이 책은 그의 막내 아들이 쓴 자신의 아버지와 엄마인 다다와 소누가 걸어온 가족사를 쓴 이야기이다. 그 가족사에는 인도의 신분계급이 잘 들어나 있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가난과 싸우는 불가촉천민들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신도 버린 사람들', 그들이 모시는 신이 그들을 버리기도 했지만 그들 또한 신을 버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신분때문에 자신들이 그토록 열성을 가지며 모시던 신을 버리고 불교로 전향하는 사람들, 제목에는 이렇듯 두가지 뜻이 담겨 있다. 그들도 신을 버렸고 신도 그들을 버렸으니 신을 버리고 나서 비로소 '인간' 으로 거듭난 사람들이다. 계급이 인간보다 중요할까? 어느나라나 전통과 관습이 있지만 이런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옭아 매는 '법 아닌 법' 속에서 지금도 덫에 걸린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조선시대의 계급사회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어느 나라는 여성들의 조혼때문에 태아사망률과 여성인권이 짖밟히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인도의 신분계급은 무척 엄한것으로 아는데 그런 계급사회를 무시하듯 불가촉천민이었던 다무의 막내아들인 자다브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가 되었으니 신분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가 그만큼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에 굴하지 않고 개척하려 무던히 애썼던 아버지 다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운명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우리 손에 달린 거라고..' '아이고 아들아, 우리는 마하르야.물을 건드릴 수 없어. 그랬다간 물을 더렵혔다고 벌을 받게 된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거기서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지..' '우리는 언제까지 납작 엎드려서 지내야 하나요? 우리는 그 사람들의 사원에도 들어가지 못해요.그들의 우물에서 물도 못 마셔요..' '불교에는 성직자 계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사람도 없어... 엄격한 규율도 없어. 가슴과 신심만 있으면 돼.'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고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카스트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다는 두려움을 버렸고, 우리를 용감하게 키웠다.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 

다무 역시 조상들이 해 왔던 그대로 자신의 신분을 받아 들이고 그대로 살았더라면 자식의 대에서 지금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나올 수 없었으리라. 무엇보다 자신은 가진것이 없지만 '배움' 에 늘 열려있는 귀와 눈을 두고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이 넘치게 가졌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이루려는 인내가 있었기에 그토록 단단한 철벽같은 인도의 신분계급을 벗어나 VIP가 될 수 있었으리라. 그의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불가촉천민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고 자신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으며 살아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고 가난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루려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 다무, 그가 자식들에게 안겨준 자유와 희망이 한동안 내 가슴에도 물결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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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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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급 공무원 2009

 

스틸이미지

 

감독/ 신태라

출연/ 김하늘(안수지), 강지환(이재준)

 

 

그녀의 직업을 묻지 마세요...그의 직업도...

 

 

애인 재준을 만나거나 소개팅에서 조차도 그녀의 직업은 여행사직원이다. 재준의 전화가 걸려오면 늘 그녀는 '여기...울릉도야..' 하는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 하지만 거짓말은 현장에서 바로 들통이 나지만 재준은 그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 또한 재준의 직업이 무엇인지 모른채 만나다 헤어지자는 말에 울며불며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떠나고 없다. 삼년 뒤, 다시 돌아온 재준을 우연찮게 만난 수지는 국제 회계사라는 그의 직업을 믿지만 어딘지 이상하다.

 

산업 스파이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지, 반면에 러시아 스파이를 잡으려던 재준은 계속해서 현장에서 부딪히게 되고 급기야 자신들의 일에 관련된 사람들로 지목되기도 한다. 사랑하지만 자신들의 직업이 들통날까봐 숨겨야 하는 연인들, 그들의 속고 속이는 연애가 눈물겹도록 재미난 영화이며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 준 강지환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게 보았는데 역시나 실망을 안겨주지 않아 좋았던 영화이다.

 

7급 공무원으로 분한 김하늘, 그녀의 연기 역시 다른 영화들 보다는 괜찮은것 같다. 액션과 달콤한 연애가 겹쳐지고 웃지 못한 그들의 부딫힘이 곁들여진 코미디가 가미되어 보는내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영화이다.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더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고 '영화는 영화다'로 신인상을 받은 강지환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던 영화. 김하늘의 연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맡은 배역이 고난도 액션도 있고 통쾌함을 주어서인지 코미디로 만나는 그녀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 스토리도 괜찮고 눈을 시원하게 하는 액션씬도 좋았고 맘껏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어 좋았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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