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맨발
송수권 지음 / 고요아침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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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의 아내를 위한 참회록...


작가의 글을 안것은 그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그의 시였다. 아내의 병때문에 절필하겠다는 작가이기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에 대하여는 아직 관심밖이라 읽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었다. 아내의 병때문에 아내를 다시 돌아보게 된 남편의 모습같아 애절하면서도 잘 되기를 바래 보았는데 그후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잘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학력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그의 말처럼) 교수가 되었고 시만 고집하며 쓰게 똥지게를 지며 뒷바라지한 아내가 있어 오늘의 그가 있는 듯 하다. 거기에 아내의 병때문에, 아니 억소리 나는 병원비때문에 절필을 하려 했던 것이 하나 더 추가가 되면서 그와 아내가 제자와 스승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차이가 그리 문제되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여중생 제자와 스승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다 결혼을 하였으니 세간을 피해 그들은 섬으로 돌며 묻혀 지내야 했던 삶이 아내를 더욱 고달프게 만든것 같다. 거기에 동생의 죽음에 따른 방황, 그 모든 것들이 시가 되고 시어가 되어 좋은 시들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아내를 위한 참회록처럼 1부는 <하늘돌>이란 부제로 2부는 아내를 위한 시들이 모인 <애절한 사부곡>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것은 모두 아내의 몫이라며 벽에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그가 똥지게를 지며 수박농사를 지었던 아내에게 늘 맨발이었고 병상에서도 맨발인 아내의 거북껍질 같은 맨발을 쓴 가슴 먹먹하게 하는 그이 사랑이 시에 모두 녹아 있다.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 몸체는 뒤집히고 짧읁 앞 발바닥은 꺾여 /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두 눈 딱 감고 / 감은 눈꺼풀 위에 깍지낀 손 얹은 채 /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손사래 밑으로 / 두어 방울 눈물이 침상 밑으로 /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매패의 키 조개처럼 갈라진 / 발바닥 / 천하를 주유하고 온 부처님의 / 맨발바닥. //   -아내의 맨발 .2 

자신으로 인하여 공부를 더 하지도 못하고 가정을 이루고 고생만 하였던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단감빛 피를 수혈받아가며 억소리나는 병원비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겠다며 사라져 자신을 아프게 했지만 가족의 골수가 맞아 이식 수술을 기다리며 무균실에 들어간 민달팽이같은 머리로 등신불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에서 표현하지 못한 모든 사랑이 그이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사람 마음도 절절하게 하니 어찌 맨가슴으로 읽을까.. 몇 번을 눈물을 훔치며 읽다 꼭 남편이나 힘들다고 하는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시어 하나하나가 괜히 나온것이 아닌 세월이 녹아 있고 아내의 정성이 녹아 있음이 엿보이는듯 두어번을 읽게 만들었다. 

아내가 없으면 가스불도 잠그지 못하고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견우 직녀보다 더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는 <끈>이 그들사이엔 매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늘 함께 하는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보다는 당연함으로 살기에 바쁜데 반쪽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더 깊게 느끼게 해주고 ’절필’이 아닌 더 왕성함의 기회가 된 듯 하여 다행이다.  이 책의 시와 수필이 그에게 큰 희망이고 용기가 되었듯이 나도 희망 한 줌 충전해 보는 기회가 되어 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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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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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사랑과 고향을 소개하는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책...


작가의 <은비령>을 얼마전에 읽어서인가 이 책은 더 가깝게 다가온다.거기에 삼년전 봄방학때 큰딸 초등졸업기념으로 강릉여행을 다녀와서일까 더 가깝게 와 닿으며 지난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책의 겉표지만 봐도 <헌화로>의 바다와 산이 만나는 아름다운 길이 있는 사진만으로도 문득 바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삼년전 우리의 여행은 삼척의 <죽서루>와 <환선굴>을 거쳐 강릉으로 향했다. 모래시계공원 근처에서 일박을 하며 해돋이를 보려 했지만 일기가 좋지 않아 아침 초당순두부로 만족해야 했다. 모래시계공원과 정동진역구경,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곳들을 들르며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경포대에서의 매서운 바람때문에 모자를 꾹꾹 눌러쓰고 푹 움츠린 모습으로 추억을 간직해야만 했다. 그리고 중학수학여행때 가보았던 곳 오죽헌을 다시 들러보며 다시 세세히 기억하려 담아 왔던 기억도 나고 <선교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언제 꼭 한번 연꽃이 필때 <활래정>을 다시 찾아오자는 약속을 했지만 아직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여행에서 보아서일까 거실에 모여 가족들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첫부분이 괜히 여행을 떠나기전 우리집 풍경처럼 낯설지 않음으로 시작되어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누군가 가족중에 여행지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한가지 더 추가된다. 문화 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먹거리나 그외 다른 지식들이 있다면 지식보따리를 싸들고 가듯 하면 보물찾기처럼 여행지의 맛을 더 느낄 수 있어 좋다.

이 책은 ’강릉여행’ 할때 이젠 필수로 챙겨야할 책이 될 듯 하다. 전문저인 여행서 보다는 무언가 빈듯하면서도 중요한 것만 딱 갖추어 놓은 것처럼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할것들을 잘 챙겨 놓았다. 책에 소개된 모든 볼거리외 먹거리를 소화해 낸다면 좋겠지만 한가지만이라도 깊게 각인될 수 있는것을 느끼고 본다면 강릉에 대한 추억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초당순두부를 먹는다든지 대관령 옛길을 타본다면 그 길의 아름다움과 구비구비의 맛을 느낄 수 있기도 할 것이며 대관령의 바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풍력발전단지’ 를 보았다면 강릉하면 하얀 풍차같은 풍력발전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곳에서 몇십년을 살았다 해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하여 세세한 것들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발로 걷다 보면 한 곳 한 곳 여행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고 숨을 쉬고 있는 곳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고향사랑이 담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은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것, 낯선것을 새로 만나는 즐거움이라 했듯이 너무 많이 채우거나 많은 것을 원하기 보다는 눈이 즐거운 사진으로 먼저 ’강릉’을 즐기고 짐보따리 한귀퉁에 공간이 남는다면 이 책을 가져가면 더 좋은 것이다. 다시 강릉을 찾게 된다면 바다열차를 타고 싶다. 우리가 여행할때는 없던 보물이었는데 여행후에 생겨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으로 인하여 고향의 소중함과 자연의 소중함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을 더 소중히 지켜 후손에게도 아름다움을 전해주어야 함을 느껴보며 몰랐던 ’하슬라’ 를 적어본다. 동예에서 고구려 땅이 되면서 하슬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강릉엔 예스럽게 이 이름을 쓰는 단체와 모임이 많다. 시내에도 ’하슬라로’라는 길도 있다. 그 ’하슬라로’ 도 한번 걷고 싶다. 

-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강릉의 진산이자 서쪽 관문인 대관령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MW급이다. 어림잡아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 강릉시는 ’경포’ 와 ’단오제’, ’금강소나무’를 강릉의 삼대명품으로 꼽고 있다.
- 바다열차: 손을 내밀면 바다가 손에 닿을듯 가까이 있다. 바다열차는 이 길을 달려 강릉에서 정동진을 거쳐 동해와 삼척으로 나아간다. 
- 선교장:조선 사대부가의 상류 저택으로 왕이 아닌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 99칸짜리 집이다. ’선교장’ 이라고 한 것은 이 동네가 예전 경포호수를 배르를 타고 건너다디던 ’배다리 마을’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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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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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진실로 올바른 갱생이란 무엇인가..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이라 읽고 싶었지만 조금 미루었다. 하지만 손에 들고는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인 <샤라쿠 살인사건>을 읽었을때도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한가지 사건을 잡아 들고 보니 줄기를 잡고 뽑은 감자처럼 줄줄이 달려 오는 보이지 않는 사건들, 진정 어느것이 진짜 실체의 사건이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면서 하나 하나 파헤쳐 가는 기법이 잘 짜여진 한 장의 천처럼 읽는 재미와 ’생각’ 해 봐야할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진정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할 것인가.. 만약에 히야마가 쇼코가 예전에 범죄를 저질렀던 여자라면 과연 그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선택을 했을까? 더불어 사랑과 결혼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14세 미만인 소년범이라 하여 그들의 미래를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인이라 해도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해야할까? 어느 편에 서서 피해자편인지 가해자편에 서야 하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살인사건은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이 몇년전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람은 얼마 다치지 않았지만 차는 폐차를 시키는 큰 사고였는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보험사측은 가해자편을 옹호하듯 사고당한 자가 불쌍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고 말았다.이 소설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불현듯 났는데 히야마,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피해자이면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고통을 온몸으로 감수해야만 하는 그에게 엄마를 잃고 남겨진 딸에겐 누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지, 법은 가해자 우선처럼 그들의 범죄를 합법화 해주고 있는것과 같다. 

쇼코의 죽음은 전초전인것처럼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 하지만 법은 그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하고 나선다. 하지만 피해자인 히야마는 힘든 날들을 남겨진 딸 마나미 때문에 잘 견뎌 나가던 중 소년B가 그의 가게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살해됨으로 인해 4년전 죽은 그의 아내 쇼코의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며 그가 용의자로 올라서게 된다. 소년B의 죽음이후 소년C의 열차사건이 다시 일어나고 히야마도 사건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조사해 나간다. 점점 들어나는 사건과 사건의 실체는 쇼코의 어릴적 사건까지 파헤져 들어가게 되고 그녀가 저지른 사건까지 알게 되면서 점점 가닥을 잡아 나간다. 서두르지 않고 독자와 함께 풀어가듯 사건을 파헤져가는 작가, 쇼코의 유품처럼 남겨진 만화경과 통장에 담긴 비밀이 풀리면서 소년법의 가해자측도 피해자측도 아닌 중립에 서 있던 누쿠이를 만나면서 마지막 열쇠를 푼 히야마, 그는 소설로 소년법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덮어두려 했던 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는지 또 그 소년법을 악용하여 얼마나 큰 범죄들이 저질러졌는지, 그들은 갱생이 아닌 범죄를 은폐하여 더 큰 범죄를 저질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해야 할 것인가? 모두가 법을 악용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런 예로도 법이 악용될 수 있고 충분히 그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가해자의 인권도 소중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말해주는 소설이다. 티비 뉴스를 보며 굵직한 사건들에서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가려주는 행위는 가해자의 인권이 우선인지 우리가 알권리가 먼저인지 참 의심스럽다. 히야마처럼 자신이 아내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을 인터뷰처럼 그들을 정말 죽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당연히 가질 수 있고 한번쯤 내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픔을 한번 겪은 피해자들은 그의 말처럼 또 다시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기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가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다고 하였다고 그가 용의자가 될 수는 없다. 탄탄한 구성과 끝까지 독자를 배신하지 않고 믿음직스럽게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치밀함이 좋았던 소설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들은 정말 탐이 난다. 죄를 덮어두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을 강조한 마나미의 목에 걸려있던 <만화경> 속을 들여다 본것 같은 느낌을 준 소설이다. 

’소중한 사람이 생명을 빼앗은 자를 밉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소중한 사람이 당한 것과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분을 억누르고 있지. 이 이상 소중한 것을 잃고싶지 않으니까. 범죄 피해자는 평생을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것라고,그렇게 말해 줬다네.’

히야마가 강하다고 감탄하며 부럽게 생각했던 쇼코의 열정 넘치는 눈도 한 꺼플 벗겨보면 절박한 마음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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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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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사랑해도 될까요...


한편의 연애편지를 읽은 느낌이랄까, 연애할때의 그 짜릿 짜릿함을 다시 느낀 듯 하면서도 잔잔한 서정시를 읽은 듯한 느낌도 들고 느리면서도 완성도 있는 연애의 결정판을 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진 소설이다. 그는 라디오 구성작가와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서인지 자신이 하는 직업을 잘 표현해 냈다. 라디오 피디 이건과 작가 공진솔의 느리면서도 아픔이 있지만 가슴을 싸아하게 만드는 연애와 사랑은 눈물을 머금게도 했다가 그들 모두의 해피엔드라 그런지 괜히 다 읽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행복감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십여년 동안 한여자를, 애인이 있는 여자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면 그 남자의 가슴에 다른 사랑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을까... 사서함 11ㅇ호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여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이건, 풋사랑은 어설프게 겪어 보았지만 아직 사랑다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작가 공진솔 그들은 그녀의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고 연결된다. 그녀가 맡은 꽃마차의 새로운 피디로 온 건은 그녀의 다이어리를 몰래 훔쳐보면서 그녀를 알게 되고 그렇게 서서히 그녀에게 스며들어간다. 그녀 또한 그에게 좋은 감정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들과는 다르게 십년이 넘는 연애를 하고 있지만 바람같은 남자이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라 김선우와 박애리의 사랑은 연결될 듯 하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런 그들 옆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건, 그를 바라봐야 하는 진솔. 이 사랑을 선택해야 할까 말까.. 하지만 진솔은 건보다도 더 자신의 사랑을 믿기에 그에게 '사랑한다' 고 고백하고 만다. 그들의 사랑에 연결다리처럼 그들 사이엔 팔순의 건의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그들의 사랑에 가교 역할을 해주고 떠나신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과는 다르게 혼돈의 사랑을 하고 있는 건을 떠나는 진솔, 그녀가 떠나도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건. 그들은 아픔을 겪고 혼돈을 겪고 더 단단한 사랑을 얻게 된다. 선우와 애리의 사랑 또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들만의 세상속으로 떠난다. 

이 소설은 그들이 만났던 시기와 연애를 했던 기간이 내가 옆지기를 만나고 결혼을 하던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서인가 더 집중하며 읽었다. 그때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보듯 건과 진솔의 사랑에 가슴아파하기도 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다가 이쁘게 결실을 맺어가는 사랑을 보고 휴.. 하며 한시름 놓게 되는 흡족함까지 우리의 사랑을 엿보듯 그들의 사랑을 읽어내려간듯 하다. 라디오 작가라서 그런가 문체가 참 맘에 든다. 30대, 어찌 보면 사랑을 하기엔 조금 늦은듯하고 유부녀 유부남을 보았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의 세대인듯 하면서도 그들만의 사랑방식이 참 이쁘게 연결되어 가슴 따듯하게 읽을 수 있다.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주는 연애소설이라 권태기의 마흔에게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언제 이런 가슴아픈 사랑을 겪어 보았나 하고 다시 그 사랑을 느끼며 간접경험을 하다 보면 내 사랑을 더 단단히 할 수 있을것 같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며 추억하며 읽을 수도 있고 그들의 사랑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 기분이 들어 영상을 그려보며 읽을 수도 있어 좋은 소설, 감성을 적셔주어 행복했던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찻집, 비가 내리면 입구가 열리는 그 찻집에 들러 대주차 한잔 따듯하게 마시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유성우가 쏟아지는 소백산을 오르고 싶게도 만들기도 하며 눈에 덮힌 한적한 시골에서 둘이서 눈싸움을 하며 구르고 싶게 만드는 소설, 건의 소심한 사랑인가 하였지만 내 사랑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에 매료되게 하는 작가의 능숙함이 엿보였던 소설이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알게 되길 은연중 바랐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난 뭐랄까.. 어쩐지 용량이 꽉 차버린 느낌이어서, 사람도 그게 가능하다면 한 번쯤 포맷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요.깨끗하게 가슴 탁 트이면서 숨쉴 수 있게..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기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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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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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는 문득 이 세상의 주인은 유령인 것 같다는 말을 툭 내뱉었다..
유령들은 집요하고 끈질기고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기세등등할 테지...

이 책은 영화를 위한 책으로 집필이 된 책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고야의 삶과 그 시대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의 역사등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고야>라는 책을 구매를 하긴 했지만 4권이 아닌 아직 1권밖에 소장하지 않아 이것으로 만족하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고야의 삶보다는 종교재판소의 로렌즈 신부와 이단자라고 하여 잡혀 들어가 15년여동안 감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갇혀 있던 불쌍하고 안타까운 이네스의 삶이 스페인의 혼란스런 역사와 버무려져 스릴감 있게 읽을 수 있다.

고야는 궁정화가로 왕이나 그외 초상화를 잘 그린다고 소문이나서 부유층들의 그림을 그려주며 살고 있는데 어느날 그의 화실로 로렌즈라는 신부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와서는 고야가 그리고 있던 ’이네스의 초상화’를 보게 된다. 그녀의 18번째 생일선물로 그의 갑부아버지인 상인 토마가 부탁한 초상화를 보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엮이고 만다. 

18번째 생일잔치를 집에서 하라는 엄마의 말을 안듣고 오빠들과 처음으로 외출을 하여 시내를 나갔다가 그녀는 이단자라고 몰려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그녀가 종교재판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상인 토마의 집은 쑥대밭처럼 뒤집어진다.많은 재물로 그녀를 구출해내려는 아버지 토마의 계획에도 끄떡없는 로렌즈, 심문에 넘어간 그녀를 생각하며 토마는 로렌즈에게 그와 비슷한 육체의 아픔을 주며 집안에서 심문을 하며 어처구니 없는 각서에 서명을 하게 한다. 고문에 누구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로렌즈를 비롯한 종교재판소에서는 그녀를 내보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일로 인하여 로렌즈는 수도복을 벗고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때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혼돈의 시대였기에 전쟁속에서 그들의 삶은 한치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왕이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고야는 궁정화가로 자리매김을 하여 그의 위치는 든든하지만 딸 이네스를 종교재판소에 뺏긴 토마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그의 아내도 일찍 죽게 되고 그의 오빠도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도 급기야 전쟁통에 죽고 만다. 겨우겨우 풀려난 이네스는 정신병을 얻어 그녀가 감옥에서 로렌즈와의 사이에 가지된 딸 ’알리시아’를 찾는다. 내 아기를 찾아 달라는 말에 고야는 그녀의 아기를 찾아 나섰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스페인으로 오게된 로렌즈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딸 알리시아도 겨우 만나게 되지만 그들의 질곡의 삶은 파란만장한 역사처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엇갈리고 만다. 정신병원에서도 치료가 되지 않은 이네스는 겨우 고야의 집에 머무르며 생활을 해 나가지만 ’아기’에 집착을 한다. 다시 정권은 바뀌고 로렌즈는 역사의 재물이 되어 처형되고 그가 처형되는 순간, 그 장소에는 이네스도 그의 딸인 알리시아도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는 고야도 있었지만 하나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가끔 어떤 얼굴에서는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첫눈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하나의 정물이 아니라 눈앞에 삶의 한 조각으로 나타났다. 그럴 경우 그가 추구하는 것은 형태의 정확성이나 비율이 아니며 유사성조차도 무시되며 오로지 생명 그 자체를 그리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불가능을 구추하고 화폭에 생명을 담으려고 했다. ..

프란시스 고야, 혼돈의 역사 속에서 <진실>을 담아내려 했던 그가 이 소설속에서 표현된 듯 하다. 옆에서 그에게 다른 사람들의 맘을 붙잡도록 그림에 더하거나 거짓으로 그리라는 충고를 했지만 자신만의 믿음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려 노력하고 그 시대를 잘 반영하듯 전쟁의 잔혹함이나 바닥에 떨어진 인간의 처절한 생명력을 표현해낸 고야, 그의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흥미가 생겼다. 좀더 집중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책이 아닌 영상으로 표현된 <고야의 유령>을 보고 싶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라지만 그들이 영상으로 처리하려 했던 표현이 약간 부족한 면도 있지만 역사와 맞물려 있는 로렌즈와 이네스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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