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여행자 -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의 이야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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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여행이고, 여행이 생활이 되어버린 날들, 내 생에는 아무래도 가닥이 없고 입장이 없다..


그를 만난것은 EBS테마기행 멕시코 편에서 였던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지기님인 러브님께서 보내주셔서 사진먼저 훑어보게 되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눈높이가 어디인지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다 마주친 남당리 국화빵 아저씨, 우리고 가끔 가는 곳이라 그런지 익숙한 지명에 스쳤을 아저씨의 풀빵 사진에 잠시 눈을 먼저 멈추었다.그곳 서해에서 어쩌면 작가와 스쳤을지도 모르고 그가 밟고 지나간 길을 내가 걸었을지도 모르는, 여행은 누군가의 뒤를 밟듯 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추억만 간직하고 오는 것 같다.

<여행>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나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놀던 때부터였을까.. 그런것은 아닌것 같은데 유독 요즘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농담삼아 아이들에게 나중에 나중에 자리에 없으면 여행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아이들이 목적지를 적어 놓고 가라고 한다. 한참 사춘기 딸과 고입문제로 지칠때 혼자서 여행을 하고 픈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뿌리가 박혀 있기에 어쩌지도 못하고 마음만 방황하던 시기에 여행이란 더 깊게 파고 들어온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작가는 나를 대신하여 생활여행을 하며 사진과 함께 글로 자신이 만나고 헤어지고 자신이 존재했던 공간을 꾸밈없이 털어 놓아 솔직한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 좋았다. 그가 뿌리를 내리지 않은 여행자이기에 다른 사람을 더 솔직하게 볼 수 있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모든것을 담는다는 것은 거짓이리라.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담는다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내 안에 담겨진 것을 표현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고 다 같은 느낌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같은 사진이 나오는것도 아니지만 여행을 생활하 하였기에 그 어느 순간에도 훌쩍 자신을 버리고 다른 공간을 담을 수 있고 잠시 머물렀던 공간의 소중함을 뼈에 사무치듯 깊게 느꼈으리라. 떠나봐야 내 자리의 소중함을 알듯이 그가 방황하며 여행을 일삼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외로움과 고독을 깊게 느끼는 것 같다. 그가 떠난 자리마다 남아 있는 외로움이 느껴져 그의 방의 작은 창마져 소중하게 느껴지는, 수족관처럼 다가왔으리라.

내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보면 자연의 소중함이 더 절실히 느껴지고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더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어느 여행가의 말처럼 여행을 하다보면 풀 한포기,돌 하나, 어느 촌로의 혼잣말처럼 내 뱉는 말속에도 스승이 있다는 말이 그의 발걸음 속에 들어난다. '하루 살면 하루 고통이지라..' 라는 말처럼 <하루>라는 그 단어에도 많은 뜻과 욕심을 내포할 수 있음이 내 자신을 비우게 만든다. 어느 행복한 사람의 아궁이에 쓰인 '북풍아 불어라..' 라는 글귀처럼 북풍이 불어야 불이 잘 들이고 등이 따시울 수 있음으로 그에겐 북풍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가끔 내 일상을 벗어 버리고 낯선 곳에서 익숙하지 못한 속에서 뜻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고 떠나야 만나는 것인데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닌것은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고만 하고 살아서인것 같다. 욕심없이 그처럼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된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일까... 책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지만 모든것이 다 행복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름의 고통이 존재하기에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구절초 하나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는 곧 일상을 버렸기에 여행이라는, 모든 이가 다 누리지 못하는 세상을 담을 수 있으리라. 그의 눈으로 바라본 여행은 한편으로는 쓸쓸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만족이 있어 나름 함께 하다 보면 떠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라 했는데 하나를 버리고 두개를 주워 담는 그가 그래도 내겐 승리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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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 변화와 희망의 퍼스트 레이디
엘리자베스 라이트풋 지음, 박수연 외 옮김 / 부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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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그들의 힘...
 
올해 정말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미국 제44대 대통령 오바마,그는 케냐의 아버지를 두고 있으면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떠오르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당당한 여인, 미셸이 있어 그의 당당함이 더욱 돋보인듯 하다. 오바마가 그랬듯이 미셸도 그의 가정환경처럼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음이 우리에게 더욱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다.
 
오바마에 관한 책을 사두고 읽지를 못해 미셸에 대한 책을 먼저 선택하여 읽게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약간 부족한 면도 있다. 그들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런지도 모르기에 어쩌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다음 책에 대한 발판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대통령 취임식때 그녀가 입은 노란색 드레스,오바마가 다시 미국에 일군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 아직도 뇌리에 가득차서 선명하기에 이 책은 더욱 그 영상을 진하게 만들어 준것 같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험난한 길을 걷지 않았다면 미셸이 그녀의 힘이 아닌 그저 영부인만의 자격으로 오바마의 곁에 섰다면그녀의 이름이 이렇게 크게 부각되진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서건 당당하고 거침없는 말쏨씨와 솔직함의 밑바탕이 되는 그녀만의 능력이 있기에 그녀가 더욱 당당하게 빛날 수 있음을, 그리고 그녀가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그들이 선거를 어떻게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지 인터뷰와 매스컴에 들어난 그녀를 서술해 놓은 듯 하다. 직접 <미셸> 이 썼더라면 더욱 극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이 경제적 빈곤에 서 있을때 그들을 구제해 준것은 오바마가 저술한 <책> 덕분 이었고 그런면에서 이 책 또한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그들이 대통령이 되고 영부인이 된것 보다도 여성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 교육까지 모나지 않게 하려는 그녀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오바마가 선거유세를 하며 가족을 지키려 무던히 애썼고 그런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 그들의 가정이 더욱 소중하게 보인듯 하다. 어린시절 불우하게 자랐기에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부부의 인간적인 면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지만 작가의 사심이 가끔 들어나 있어 사족과 같은 이야기들이 글의 흐름을 흐트려놓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미셸을 알기에 조금은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고 어떤 자신감을 심어 주어 노력하게 하는것이 좋은지 나를 돌아보게 했다.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하지 말아라. 무엇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아버지가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항상 노력합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에게 늘 해준 말에 답하듯 그녀는 항상 노력했다는 것이 정말 본받을만 하다.그런 노력덕분에 지금의 미셸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녀를 퍼스트레이디보다는 두 딸이 엄마로 한 가정의 아내로 그녀를 볼 수 있는 심미안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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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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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자신이 사귀고 있거나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가 바쁘다고 핑계를 대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덜 가져도 여자들은 자기가 사랑하고 있다고,사랑한다고 믿기에 '무조건 기다'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심각한 오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여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남자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콕 집어 그 사랑에서 헤어날 것을 조언해 준다.
 
책은 상담내용과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들이 처한 <사랑> 공식에서 무언가 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한 여자들이 남자인 상담자에게 <그렉>에게 보낸 쪽지의 내용만으로 그녀들이 사귀고 있는 남자의 본심을 신랄하게 꿰뚫어 그 사랑,연애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자, 새로운 상대를 찾을것을 조언한다.여자가 믿고 있는 남자의 본심은 그렉의 평으로 본다면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다' 는 결론이다.
 
지금 연애를 하고 있거나 혹은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꽤 괜찮은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결혼을 하여 자리를 잡고 있어서인지 그렉의 조언이 고개를 끄덕여지게 만들었지만 그리 큰 공감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십대의 여성들이라면 한번 읽어본다면 좋을듯한 연애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듯 했다.
 
요즘 영화화 되어 개봉되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바쁜 일들이 많아 보질 못했는데 책에서 어떤 내용에 맞는 일들이 영화화 되었는지 궁금하다. 많은 경험담들이 나왔는데 사실상 배우 '스칼렛 요한슨'에게 관심이 많아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아직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고 내가 읽은 책과 영화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극찬한 책이라 하여 무척이나 관심도 가져었는데 내가 이미 연애의 선을 넘어 결혼생활도 어느정도 단계에 오른 상태라 그런지 오프라가 극찬할 정도의 공감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있고 나 또한 내가 생각하는 <오류>를 지나 결혼을 하였기에 책을 읽은 후 영화는 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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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걷다 -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떠나는 섬 여행
강제윤 지음 / 홍익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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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나는 인간은 ’동물’ 이라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다시 말하자면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일훈<모형 속을 걷다>
언제부터일까 국내여행중에서도 유독 ’섬여행’을 해보고 싶어 우리나라 유인도에 대한 자료가 모여 있는 것을 포스팅해 놓았던 적이 있다. 가족과 가끔 여행을 하다보니 유인도이면서 조금 크다 싶은 섬을 돌아보는 여행도 꽤 괜찮은것 같아 가족들 의견을 물어보니 좋다고 하여 07년에 통영 비진도에 오월 황금휴가를 기해 가려고 계획을 해 놓았는데 아뿔싸, 산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모든것은 수포가 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섬이라고 가본곳이 여수 돌산도의 ’향일암’ 이었다. 그것도 야밤에 긴가민가 하면서 들어가서 겨우 모텔잡아 짐 풀고 저녁먹고 잠자기 바빠서 섬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거제도> 그리고 <외도>에 들어가며 <지심도>를 가려 했지만 뱃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는 설명을 들으며 지나는 것으로 만족했다. 거제도에서 <소매물도>와 <매물도>도 그냥 눈으로 만족하며 돌아 나왔다. 그리곤 간곳이 가까운 <간월도>와 유람선을 타고 유람한 <난지도> 07년 10월에 <신안 증도>를 갔다. 민박을 잡아 일박을 하리라던 예정은 섬에 들어가서 보니 한바퀴 돌아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여 올라오며 더 많은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그래도 그 한적함만은 잊지 못한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혼자서 걸어서 여행을 하니 그야말로 <섬>이 자신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것 같다. 가족이나 여럿이 모여서 섬에 들어간다면 세세하게 섬을 둘러 보기에는 의견이 맞지 않을것 같다. 우리는 조용하고 순수함 보다는 시끌벅적하고 때가 묻은 세상에 어울려지내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때론 섬여행을 가면 심심하기도 하고 얼른 뭍으로 나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도 하다. 섬에 들어가면 익숙지 못한 심한 바람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뭍보다는 부족한 것들이 많으니 쉽게 이용하던 슈퍼도 드물고 무엇하나 쉽게 구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짐을 풀지를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때론 모든것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모르고 <고립>의 시간속에 파묻힐 수 있는 섬으로 가고 싶은 생각은 문득 문득 든다.

작가는 섬에서 태어나서인지 섬생활에 익숙해 보이는 것 같다. 육지와는 동떨어져 있어 그야말로 노인들만 긴시간을 지키고 있는 듯한 섬, 그들은 그곳이 자신들의 세상이기에 그곳을 벗어나 생활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다. 섬노인들은 섬에 맞추어 섬이 된듯한 생활이다. 이 책에서 섬에 대한 여행정보를 얻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 섬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질박함이 녹아나 있고 작가의 단절된 문화에 대한 지식과 섬에 대한 역사를 비롯해 <섬>으로 남아 주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가끔 만나는 섬을 닮고 바다를 닮고 달을 닮고 섬노인들을 닮은 그의 시가 가슴을 울린다. 

한번쯤 이렇게 미련없이 모든 것을 비우고 떠나고픈 생각이 간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행은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이며 비우는 연습이라고 했던가. 그는 우리나라 유인도 500여개 중에서 3년만에 100여개의 섬을 여행했다고 한다. 그 안에 아직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 섬을 담아 두며 더이상 섬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다. 섬도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며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곳이며 더이상 육지화 되어 섬으로의 역활을 망각하는 것보다 섬으로 남길 바라는,섬으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섬의 보물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릴 것이 또한 두렵다’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섬의 길은 시작이 없고 끝도 없다. 길은 섬 안의 어느 곳으로도 열려 있으나 섬 밖의 어느 곳으로도 닫혀 있다.’ 
배에서 첫발을 섬에 내딛는 순간은 모든 것들이 내게로 열려 있다. 섬은 곧 내 앞에 잡을 듯이 있고 한뼘밖에 되지 않는것 같아 작은 것들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다. 그곳이 ’삶’이라 생각하며 여행을 했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도 있으련만 기대보다 시시함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면 바다가 길을 막는다. 배가 없이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도 없고 그렇게 유일하게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수단인 배를 선착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별별 생각들이 다 든다. 내가 살지 않고 더군다나 낯선 단어인 <섬>은 자신의 가슴을 쉽게 풀어 헤치지 않는다. 섬을 떠나는 배에 올라타고서야 비로소 <섬>이 보인다. 아쉬움에 점점 그 크기마져 작아져 한 점이 되고 만다.그 아쉬움을 만나러 섬여행을 하고 픈 것일까.

실상 삶에는 표지석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삶은  정해진 방향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가 걸어간 길에는 <정>이 묻어 난다. 섬사람으로 자라서인지 섬사람속에 유난히 잘 비집고 들어가 자기의 자리를 만든다. 그렇게 바다도 되고 바람도 되고 길도 되고 다 허물어진 절터가 되었다가 이름없는 무덤이 되었다가 해변을 걷는 백구가 되었다가 붉디 붉은 동백이 되었다가 다시금 그 자신으로 돌아온다. 동물과 짐승의 차이는 ’동물은 움직이는 것’이라 하여 걷기를 택했다는 그가 부럽다. 그만이 누렸을 섬에서의 자유와 외로움이 사진과 글에서 떠나지 못하게 잡는다. 자유롭게 발길 닿는 대로 그가 걸어 갔을 섬여행에는 ’자유와 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해야 될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그의 생각이 한자리 깊게 파고 들어 있어 더 좋다. 인생의 스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내 이웃에 있다는 것을, 자식을 걱정하는 팔순의 노모에게서 삶의 나침반 같은 이야기를 듣을 수 있고 아직 식지 않은 정이 남아 있는 따스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섬여행 언젠가는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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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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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욤 뮈소의 작품들을 모두 읽었는데 비슷한듯 하면서도 작품마다 다른 특색으로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것 같아 흥미롭다. 이 책 또한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가 전작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작가는 그것이 그가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는 함정임을 알아차린다. <과연 운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어느 순간에 맞추어 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하여 내 삶은, 내 운명은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끝까지 읽었다면 작가는 인명은 제천이란 것을 알려주듯 <정해진 운명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직업들이 있다. 전작들에도 나온 의사, 어린소녀, 운명, 사고,사랑,상처,치유.. 이야기들이 비슷하게 얽히는것 같으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룰에서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게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꼭 그만의 방식으로 치유를 하고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그의 책들을 읽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운명>이란 시간속 여행을 하는것 같아 흥미롭다.

이 책의 내용은 할렘가의 정신과 의사인 에단은 지난시절 고아로 친구인 지미와 함께 살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오던 중,그들이 생일파티를 하고 그녀의 여자친구인 마리사가 그에게 고백할 것이 있어 생일파티를 준비해둔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 그가 사라진 것이다. 지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와 아이를 위해 결혼을 하여 살고 그녀의 딸인 제시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던 중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을 타게 된 에단은 방송으로 인하여 유명인사로 부유층이 되어 있고 운명의 날, 방송후에 자신의 사무실에 들러 사진을 찍다가 대기실에 있던 소녀가 자살을 하면서 그의 운명은 꼬이게 되고 만다. 

자신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운명은 다시 눈을 떠보면 요트에서의 아침으로 다시 시작이 된다. 아름다운 여인은 옆에서 잠이 들어 있고 그의 차는 심하게 쭈그러져 있고... 전날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요즘 그의 생각에서 비롯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비틀어진 하루를 다시 원상복귀하려 노력하지만 한가지 일을 처리하면 다른 일은 다시 엉클어지고 만다. 그렇게 세번의 시도끝에 사랑하는 여인인 셀린과의 사이도 회복하고 <운명의 하루>가 끝날 즈음 그는 다시 죽음과 부딫히고 그의 심장은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살리고는 운명의 마침표를 찍는다.

에단, 그는 정신없이 하루를 뛰어 다니며 자신의 잘못된 운명을 수정하려 여러모로 생각하며 발더둥쳐 보지만 커티스의 <당신이 하려는 그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는 말처럼 운명을 이길 수는 없었다. 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도리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인생에서 정말로 낙담할 순간이 찾아올 때 인간은 혼자야. 사랑이 떠나갈 때도 혼자고, 이른 새벽 경찰이 들이닥칠 때도 혼자고, 의사에게 암선고를 받을 때도 혼자고, 죽을 때도 혼자고..> <때때로 죽음은 하나의 경계일 뿐이지요. 생의 끝자락과 또 다른 생의 시작, 그 사이의 경계말입니다.> 작가는 죽음과 운명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곳곳에 숨겨 놓았다. 작품속의 에단처럼 마지막을 알고 있다면 미리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죽음은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기에 겸허히 받아 들이기에 더 힘든것 같다. 마지막부분,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속에 안주한 사랑, 그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 살아 있을때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듯 하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남편의 친구가 산행중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소식을 접했다. 책에도 나오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한 일들이 그 일과 겹쳐지며 몹시 괴롭게 했다. 현실에서도 고인을 좀더 빠르게 이송을 했다면 다시 심장을 뛰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해진 운명이 거기까지인지 불리한 일들이 계속적으로 일어나 결국엔 심장을 멎게 만들었다. 삶과 죽음의 차이는 <심장이 뛰느냐, 안뛰느냐>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나의 왼쪽 가슴이 갑자기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작가가 독자를 이끄는 필력도 대단하지만 그의 소설에 탑승한 순간, 그와 함께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 그의 작품을 계속 접하게 만드는것 같다. 운명의 마지막 날을 뒤집는다 해도 마지막엔 내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함을 운명에 저항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본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내 삶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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