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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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편지에 담긴 情..
 
옛 조상들은 지금처럼 손쉽게 말을 전할 수 있는 전화기나 핸드폰이 없기에 몇달씩 걸리며 배달이 되는 '편지' 로 자식에게 이르는 말이나 가르쳐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정성을 들여 붓글씨로 나눈것 같다. 이 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한 편지라고 해도 될 만큼 딸보다는 아들들에게 전한 편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화가 있었다면 간단히 전하고 말 말들이 몇번을 다짐하듯 쓴것을 보면 예전 어르신들이 사랑방에서 시간을 그냥 보낸듯 한데 그런것도 아닌것 같다. 지금 강남엄마들의 치맛바람처럼 자식 교육에 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채찍질을 한것을 볼 수 있어 흐뭇하기도 했다.
 
자식들 교육이라면 의례히 아버지보다는 지금도 '열성엄마'들에 의하여 아이들이 엄마의 작품이 되기도 하여 '알파맘,베타맘..' 이니 하는 말들이 있는데 책의 글들을 보면 어머니들 못지 않게 아버지들 또한 자식교육에 평등하게 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식들이 책을 잘 읽고 글쓰기를 잘하고 있는지 붓과 종이와 먹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활이 궁핍하니 아껴서 쓰라는 둥, 박지원의 편지글에는 그의 세세한 마음이 나타나기도 하여 미소를 머금고 읽게 되었다. 손수 고추장을 담아 아들에게 보내고 끼니때마다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체면을 차리느라 그런면을 하지 않았을것 같은데 호탈함과 함께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가며 적어나갔고 당부했다는 것이 '부정'을 강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손주에 대한 사랑도 깊게 나타기도 하고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며 남자들이 잘 표현하지 않을것 같은 부분들이 편지마다 세세하게 나타나 있어 그들도 인간이며 한사람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지난해에 읽은 '친구 같은 아빠 되기'의 작가 김대중씨는 공부하는 아들에게 날마다 편지를 썼다고 했는데 그부분이 무척 와 닿아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편지보다는 날마다 긍정의 힘을 안겨줄 문자라도 보내주라고 슬쩍 말해준적이 있는데 우리가 쉽게 문자나 메일에 익숙해져 오랜동안 써 오던 아날로그식 편지를 언제 써 보았는지 우체통은 어디에 존재하는지조차 잊고 지내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나 또한 한동안 결혼과 함께 내 안에 쌓인 '화'를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주며 풀어나가곤 했다. 편지는 처음엔 짧았는데 점점 길어져서 나중에는 화풀이나 넋두리처럼 되어 그만두게 되었지만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글로 풀다보면 말로는 싸우게 되는 것도 쓰는 순간에 풀어지게 되기도 하고 읽다가 녹아나게도 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나 아줌마들에게 글을 쓰는것을 장려하기도 한다. 여자들이 결혼생활을 하다가보면 알게 모르게 우울증을 앓게 되기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편지글들은 짧막하지만 선인들의 '마음' 을 들여다 본것 같아 좋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고 '논어'등은 몇번을 읽어 암기하도록 당부하는 말들이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인 공부인데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남이 올려 놓은 지식을 클릭과 검색으로 끝내려고 한다. 나의 노력이 없는 공부는 어느 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내 아이들에게도 늘 말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쉽게 얻으려 한다.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어? 하며서 되물어 올때면 그래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하지만 실천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모든 일은 어버이 뜻에 따르라.' ..이황의 편지중
세월은 물같이 흘러가고,젊은 시절은 머물게 할 수가 없다.' 백광훈의 편지중에서
너희 셋 모두 <맹자>를 읽었느냐> 배움은 정밀하게 따지고 살펴 묻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너희가 일찍이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고, 의문이 생기기 않으므로 물을 수가 엇는 것이다. 이와 같다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유성룡의 편지
나는 이 같은 근심과 번뇌 속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책을 보며 날을 보내느라 일찍이 쉬지 않았다. 다만 잡다한 손님이 괴로울 뿐이다. 너희 또한 책 보기를 그만두지 않도록 해라. 이것이야말로 인간세상의 지극한 맛이니라.만약 이 맛을 알지 못한다면 장차 세상을 피해 손속에 들어가더라도 근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리가 활짝 열리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이식의 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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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 나를 이기는 습관
무카이다니 타다시 지음, 김영식 옮김 / 브렌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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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 삶에서 ’인내’해야 할 부분들이나 일들은 무척이나 많은것 같다.나 자신부터 다스리지 못한다면 ’화’를 불러오는 일들이 많기에 인내하자 하면서도 잘 안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여인들에게 인내란 ’귀머거리 삼년,벙어리 삼년..’ 하며 운운하던 시집살이부터 닳고 닳도록 들어도 들어오지 않는 말들이 ’왜 나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만 참으며 인내하다 보면 전화위복,새옹지마가 되기도 하며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나면 알게 된다.
 
이 책에는 중국의 고전에 근거를 두면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로 들어 놓아 이해하기에 좋은데 다만 일본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일본의 일들을 예로 들어 가끔 문화적차이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예로 들어준 ’중국고전’들은 참 좋은 내용이 많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화만 낸다고 모든 일들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함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긍정을 하게 만든다.
 
책은 1장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인내, 2장 인간관계의 괴로움이 해소되는 인내,3장 능력있는 사람이 되는 인내, 4장 스트레스를 쌓지 않는 상사의 인내,5장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인내, 6장 돈을 불러오는 인내, 7장 인생을 편히 사는 인내로 나뉘어져 있다. 책을 먼저 펼쳐 들면서 5장부터 읽었다. 내가 지금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가족이기에 가족편을 읽고 나니 좀더 아이들과 남편에게 더 잘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드는 돌맹이보다 말없이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자.’ 不患人知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떠도는 돌맹이’인지 ’말없이 빛나는 다이아몬드’인지는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지만, 어느 쪽이 되고 싶은지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다.처음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딸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빛으로 빛이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다이아몬드는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어떻게 내가 갈고 빛내는지에 따라 내 값어치는 달라지는 것 같다.
 
팀이 이겨야 개인도 살아난다. 地利不如人和(형세의 이로움은 인화에 미치지 못한다.) ’아무리 유리한 장소에 진을 치고 있어도 인화가 없으면 적에게 이길 수 없다’ 이 말은 ’어떤 거목도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나무라도 많이 모이면 울창한 숲이 된다.’ 한사람의 우수한 인재보다는 한사람 한사람이 ’화’로써 업무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 ’공격적인 인내’라고 풀이하고 있다. 나무가 홀로 있으면 나무지만 작은 나무라도 모여 있다면 숲이 된다는 말이 참 좋다. 맨 위의 자리도 밑에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이루어진 자리이기에 자기자신이 이익보다는 밑의 이익도 함께 다스려야 내게도 돌아온다는, 더 넓게 본다면 ’나눔’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것 같다.
 
善遊者溺 善騎者墮(선기자익 선기자타),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물에 빠지고, 말을 잘 타는 사람은 말에서 떨어진다. 자기자신을 너무 기만하기에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물을 얕보게 물에 빠지고 말을 잘 타는 사람은 승마를 얕보고 덤벼들다가 낙마를 하니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실패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아는 것도 짙고 넘어 가는 것이 실수와 실패를 하지 않는 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늘 ’빨리빨리’를 외치던 내게 잠깐 ’잠시 그늘에서 쉬어가자.’ 는 말처럼 ’여유’를 부리며 앞과 뒤를 생각하게 한다. 자고 일어나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 그동안 빠르게 달려만 오던 우리에게 먹거리부터 요즘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듯 ’슬로푸드’가 건강에도 좋다고 하듯이 빨리하는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놓치는 면도 많으리라는 가르침이 새해를 시작하고 뭔가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조급하던 생활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었다. ’급할수록 천천히’ 라는 말처럼 올해는 좀더 ’인내’하며 모든 일들을 좀더 넓게 바라보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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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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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이 프로를 보기 위하여 시간을 비워두듯 하면서 즐겨 보는 프로이다.내가 모르던 알지 못하던 지구촌의 곳곳을 누비며 소외된 곳의 가려움을 긁어주듯 속시원하게 보여주고 풀어주는 이 프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혼자보기 보다는 사춘기 딸들과 함께 보려 애쓰지만 아직 녀석들의 과심은 지구촌으로 뻗어 나가기에는 부족한지 즐겨하질 않는다. 하지만 책으로 나와 방송을 보지 못한 딸들에게도 보여 줄 수 있고 나 또한 보지 못한 부분이나 그외 다른 부분들을 읽고 볼 수 있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중국을 뜨겁게 했던 대지진, 베이징 올림픽도 있었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막바지에 뜻하지 않게 일어난 대재앙 쓰촨성의 지진은 한동안 이슈를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들이 행운의 숫자라고 하는 8이라는 숫자가 대지진에서는 불운의 숫자가 되고 말았다.5월 12일을 더하면 8이 된다는 모프로의 서프라이즈를 보면서 아이러니 하기도 했던 대지진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가족을 찾아 먼 거리를 걸어서 지진현장까지 찾아온 이야기며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보도 되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했던 중국 대지진, 그들은 올림픽에 앞서 대재앙을 덮어두기 보다는 이슈화 하여 더 빨리 복구에 나선것 같다. 미리 예견하지 못한 인간의 무지가, 어쩜 인간이 만들어 낸 대 참사일지도 모를 재앙인 쓰촨성의 살아남은자들의 슬픔이 빨리 복구되길 바란다.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덮치고 지나간 미얀마의 대재앙.. 이 프로를 보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취재진들이 어렵게 들어간 피해현장엔 시체들이 그냥 널려 있어 가슴을 아프게도 했지만 피해가 너무도 커서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기나 할까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정부의 눈가림식 대응과 중국의 대지진과는 반대로 쉬쉬하는 대응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이 방송이후도 얼마전에 보았는데 아직도 복구는 커녕 하루하루가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 그들이 농사를 짓던 대지는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 염분때문에 농사도 안되고 정부의 눈가림식 대응에 그나마 이제서 자신들의 힘으로라도 복구에 나서려 일어선 사람들이 희망적으로 보였다.
 
아이티의 진흙쿠키편에서는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듯 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쿠키처럼 만들어 그것을 사먹기도 하고 만들어 파는 사람들. 엄마부터 아이들까지 가난하기에 진흙쿠키로 연명하다보니 그들의 뱃속은 기생충에 감염이 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진흙쿠키에 의존하는 현실.지구촌의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 버려지는 쓰레기통을 뒤져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먹을것이 없어 진흙쿠키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기업의 대량생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아픔은 중국의 e-쓰레기마을, 우린 신제품이 나오면 핸드폰이며 그외 다른 문명의 이기들을 얼마 지나지 않은 것들을 생각도 없이 바꾸기를 생활처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쓰레기로 어딘가에 버려지고 그 쓰레기로 생활을 하기도 하고 그 쓰레기때문에 더이상의 생활이 어렵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더이상 낭비를 생활화 할까. 재활용을 몇 프로 한다든가 좀더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더 오래쓰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텐데 늘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니 쓰레기를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것에 매혹이 되어 내것에 대한 애착이 없이 버려기를 습관처럼 한다. 하지만 e-쓰레기 마을을 보거나 읽는다면 신제품을 찾기전에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방송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프로이면서 지구촌의 문제들이 먼 거리의 문제같으면서도 곧 나의 문제임을 제시해 준다. 세계화,지구촌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문제로 시끄러운지 그리고 곧 그것이 어떻게 나에게 되돌아 올 수 있는 문제인지 되짚어 볼 수 있어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방송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노르웨이 지상 낙원 교도소나 스웨덴의 석유없이 살 수 있는 방법등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문제이고 우리나라 역시 그런 대안을 생각해볼 문제이기에 긍정을 하며 읽었다. 바로 내일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의 창을 넓게 해준 <W>  참 고마운 프로이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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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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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으로도 다 채우지 못한 소녀의 비극적 열정..
 
만약에 레아의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가 재혼이으로 세실의 빈자리를 채워 주었더라면 레아와 그의 아버지 반 블리에트가 비극으로 치달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편견보다는 이 책에 대한 독특한 그의 심리묘사에 매료되어 있게 되었다. 철학자라 그런지 심리묘사가 대단히 뛰어나다.
 
레아, 그녀가 여덟살때 엄마 세실을 잃고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만난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따라갔다가 바이올린에 빠져들게 된 소녀 레아, 그런 소녀의 옆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바이올린과 그녀의 열정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다가가지 못했던 아빠 반 블리에트. 소설은 독특한 형식으로 전직 의사였던 아드리안 헤르초크가 옛일을 회상하듯 써 내려간 한 가족의 바이올린에 얽힌 비극사를 심도 깊게 다루었다.
 
아드리안도 딸과의 관계가 소원하였기에 블리에트의 이야기가 더 다가온듯 하다. 하지만 블리에트의 이야기로 인해 자신의 딸애대한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나싶다. 엄마를 잃고 바이올린의 만난 레아는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준다. 그런 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아빠,자신의 딸을 감싸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하고 바라보듯 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부정.마리 선생님에게 빼앗겼듯이 다비드 레비에게 다시 딸을 빼앗기듯 하다가 그의 결혼으로 돌아온 딸의 공허함을 채워주기 위하여 값비싼 바이올린을 장만하기 위하여 연구비로 몰래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 주지만 그녀가 원한것은 최고의 바이올린이 아니었다. 다비드 레비와의 관계가 끝나고 돌아왔을때 좀더 감싸주고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아버지의 마음,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딸과 아빠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기어코 딸도 최고의 바이올린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들여다 보는 아버지. 모든 것을 잃고 그가 설 자리마져 업다는 것을 느끼고 그도 비극을 택하는 이야기인 레아는 섬뜩하면서도 작가의 인간 내면을 거울로 들여다 보듯 섬세하게 묘사를 하여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한곳을 향한 열절이 이런 비극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좀더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게 했던 레아.
 
아버지와 딸들에 얽힌 이야기라 그런지 왜 다가가지 못하고 옆에서 망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에게는 딸이 아빠가 다가가기엔 너무 먼거리까지 달려가지 않았나싶다.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정신적으로는 비성숙한 딸, 그런 딸에게 빈자리를 음악과 찬사로 채우다 보니 청중의 찬사가 사라진 빈자리의 공허함을 다시 채우기란 너무도 커다란 무게였기에 그를 감당하지 못한 레아는 죽음을 택한듯 하다. 우리가 가끔 접할 수 있는 연애인들의 자살을 보는 듯한 소설, 그런 딸과 아빠가 좀더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비극에 이루렀을까 하는 문제점을 제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면서 그의 다른 작품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난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다시 앞부분을 조금 더 읽어 보았다. 그랬더니 소설이 완벽하게 겹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 들면서 아하~~ 하게 되었다. 소설을 덮고 난 느낌은 얼음위를 살살 조심조심 걷다가 짱, 하며 얼음이 깨진듯한 느낌이 들던 소설이다.
 
균열 없는 내면을 체험하는 것, 그건 우리가 수은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기술로 모든 균열들을 즉시 수정해 제거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런 기술은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더욱 완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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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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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시끄럽던 <신윤복이 남자냐 여자냐..> 라는 문제를 놓고 역사 왜곡까지 들먹이며 역사에 단 두줄로 남아 있는 신윤복의 기록보다는 그의 세밀하면서도 금기시한 색들로 잘 표현된 그의 그림들이 더욱 그가 누구인가를 묻게 한 것 같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바람의 화원>을 소설로 무척 재밌게 읽었고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 이정명이라는 작가가 소설을 이끌어 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에 점수를 주며 무척 인상깊게 읽었기에 영화 <미인도>와 신윤복을 그린 다른 책인 <색 샤라쿠> <샤라쿠 살인사건>등 읽어서인지 이 소설의 느낌은 작가가 욕심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너무 진도가 많이 나가기도 했고 신윤복이란 인물을 다루기 보다는 '조선의 화원'을 다른듯한 느낌이 강했다.
 
타 소설을 경계하는 듯한 문구로 독자들을 현혹하기 보다는 내용에 더 충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가 오랜기간동안 조선회화사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바람의 화원>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접했을 그림설명 사진들과 이야기이 많이 겹쳐 글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너무 많아 소설을 썼다기 보다는 조선 회화사를 늘어 놓은 것처럼 정리되지 않은 듯한 난해함이 문득 문득 느껴져 소설에 좀더 치중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소설 신윤복이라고 했지만 신윤복보다는 표암 강세황과 그의 제자로 나오는 김홍도가 중점적으로 그려진 이야기에 그 주변의 화원들을 줄줄이 엮어 놓은 듯한 느낌에 신윤복을 좀더 들어내 주길 바랬던 나에겐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전의 히트인 <바람의 화원>이나 <미인도>를 보고 역사를 왜곡이라 했지만 이 소설에 나와 있는 사도세자와 헤경궁홍씨에 대한 이야기며 정조가 생각하는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들은 역사스페셜에서 만난 이야기와는 약간은 다른듯하여 그런 현혹성 문구보다는 이 책 또한 소설이니 소설로서 자신감을 더 들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윤복이 '열혈남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윤복을 열혈남아로 보기엔 조금 미흡하다. 작가가 말하려한 그가 남자라는 것은 어린시절 동무였던 송이와의 사랑과 도피행각이 나오니 남자인것은 확실한데 좀더 반듯하게 그려주길 원했던 신윤복 이야기는 김홍도에 가려 어설프게 등장하고 마감한듯 하여 책을 덮으면서도 약간은 씁쓸하다.너무 과한것이 병이 된것처럼 <신윤복>이라는 아이콘에 따라 붙어 함께 이어진 김홍도나 샤라쿠등 독자들이 알만한 내용들을 나열한 것 밖에 안된듯한 느낌이다.
 
제목을 조선의 화원, 이라 칭했다면 좀더 다가가는데 편견이 서지 않았을것 같기도 하다. 이름난 화원과 작품사진들은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신윤복의 여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인,선이 굵은 작품들도 괜찮았는데 작가의 욕심으로 인해 소설은 소설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역사의 두줄로 그의 모든 것을 유추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 시대를 완벽하게 그려내려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 소설 역시나 신윤복 그를 알기엔 부족하지 않았나싶다.
 
 
눈에 보이는 것을 잡기와 기예로 그려내는 놈을 환쟁이라 한다. 천박하다는 말이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그대로 읊어내는 놈을 시생이라 한다.천박한 글쟁이라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쓰는 놈을 서생이라 한다. 천박한 쥐새끼라는 말이다. 진정한 예술은 그 속에서 모순을 그려낸다. 모순된 세계, 그 모순된 세계를 진실하게 보는 자, 그를 진인이라 한다. 진실로 세상의 풍광을 그릴 줄 아는 자이기 때문이다. 진인이 되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는 법. 개심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세계를 볼 수 없으리라. 개심을 초과하는 자만이 우주의 풍광을 볼 수 있으리니 그때 그릴 수 있으리라.지을 수 있으리라. 쓸 수 있으리라.너는 개심을 초과하지 못했으니 시에만 전념하라는 말이다.
 
진정한 예인이란 잡초 같은 것이다. 쓰러지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면 된다. 그리고 그 바람을 그리면 된다. 바람을 그려라. 그 바람을 그려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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