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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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3인 딸애가 사달라고 하여 산 책이다.그냥 지나치면서 다음에 구매를 하여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것을 방학을 맞은 딸덕분에 읽게 되었다.그녀의 개인사를 노출하듯 자전적인 소설이 된 '즐거운 나의 집'은 책을 손에서 놓고 난 후의 느낌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그녀와 세 아이들과 고양이 두마리와 부대끼다 보다 조금만 읽고 손에서 놔야지 했는데 금세 다 읽고 말았다.
 
읽는 내내 큰딸 위녕의 나이가 고3이라 그런지 한참 사춘기이고 우리집 딸들과 비슷한 점도 있기도 하니 더욱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그녀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 소설이다.비록 아빠의 부제를 느껴야 하지만 유명한 소설가를 둔 엄마의 자식들로 그들도 나름 사회의 편견과 부딪히며 열심히 살고 있음을, 그녀도 싱글맘으로 남편의 몫까지 열심히 살고 있음을 살짝 엿본듯 하여 미루어 두었던 그녀의 책들을 이참에 다 펼쳐 들었다.
 
이 책은 위녕,그녀의 큰딸의 눈으로 바라보듯 써 내려갔다.위녕은 새엄마와 아빠와 동생 위현과 살다가 B시로 와서 엄마와 피와 성이 다른 두 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의 이야기다.아빠와 새엄마사이의 갈등,작가인 엄마는 자유분방하다면 아빠는 자로 잰듯한 반듯함에 질식할것 같던 삶이 엄마의 집에 옮김으로 해서 자신,위녕으로 다시 태어나듯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책만 읽으며 말 수가 적고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둘째 동생 둥빈,주말마다 아빠를 찾아가지만 얼마전부터 아빠의 소식이 뜸하더니 갑자기 날아온 소식,암이라 얼마 살지 못한다는 가슴 아픔.소년은 아빠의 죽음앞에 가슴에 맺힌 것들을 다 토해내지 못하고 사춘기를 맞아 엄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나 또한 사춘기의 두 딸을 키우다 보니 가만히 놔두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둥빈아빠의 죽음과 새끼고양이 코코의 죽음은 눈물나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양이 식구 밀키가 그 아픔의 자리를 메꾸며 다시 식구들은 건강한 웃음을 되찾기도 한다.
 
혼자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며 자신이 우여히 찾은 서점의 아저씨를 낙점하였는데 엄마의 새 애인이 서점의 아저씨라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지원군처럼 아저씨의 힘을 빌지만 그도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란것을 알고는 더 가까와 지는 위녕과 엄마,엄마가 아저씨와 바다 여행을 떠나는 날 위녕은 그동안 아빠와 새엄마에게 맺힌 것들을 풀어 놓으려 아빠를 찾는데 폭발하듯 아빠에게 쏟아내다 보니 문득 새엄마를 이해하게 된 위녕,그 중에도 엄마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뻐꾸기,꿩'을 찾기도 하여 울다가 웃다가...
 
둥빈과 제제 위녕 그리고 작가 엄마가 부딪히지만 서로 한가족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은 '사랑'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싱글맘도 사회의 한 형태이며 그녀와 아이들은 가족이기에 아빠의 부제라 해도 문제가 많은 다른 가족들에 비해 별반 이상할것이 없는 정말 '즐거운나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사춘기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고3을 어찌 이겨낼까 했지만 자신과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대로 지원을 하여 비록 엄마와는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좀더 성숙해질 수 있는 위녕을 보노라니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엄마처럼 아빠와의 거리는 좀더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아빠도 한층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고 남들의 편견보다는 어느 가정 못지 않게 세아이와 함께 뭉쳐 오뚜기처럼 쓰러지면 일어나 자신있게 서는 그녀의 '즐거운 나의 집'은 정말 눈물을 자아내면서도 뭔가 새로운 힘을 안겨주는 것 같다.
 
유명한 작가와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 아니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을 읽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면서도 눈물 콧물을 자아내다가 웃음을 가득 안겨 준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 행복했다. 그녀는 작가이기 이전에 세아이의 엄마이며 여자이고 그리고 우리 이웃이며 내 자신일지 모른다. 아이들의 성이 다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빠가 없어도 가족은 가족이다. 혼자이 힘으로 아빠의 몫까지 다 이루어내며 어느 아이 하나 모나지 않게 바른 길로 키운다는 것이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러면서 어려움이 있을때 큰딸과 맥주한잔 하며 마음을 터 놓는 부분은 부럽기도 했다.아직 울집 딸들은 든든한 엄마의 지원군이 못되고 있는것 같아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하며 읽어 나갔는데 아빠와 엄마의 두 가정에서 부유하듯 하던 위녕이었기에 더욱 엄마를 이해하고 두 동생을 받아 들이며 철이 든것 같기도 하다.위녕이라는 큰딸이 있기에 그녀에게 더 힘이 되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사회의 편견과 색안경을 벗어 버려야 함을,아빠의 부제인 가족도 가족의 한 형태이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으며 가족을 그냥 가족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공지영표 소설인것 같다. 그녀가 작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고 모성애가 있어서 가족이 지탱해 나갈 수 있고 더 강해진것 같다. 부딪혀서 안되면 즐기라고 하듯 그녀 또한 그녀의 시골집 마당에 돋아난 잡초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강요하지 않음에 무언가 자신이 느끼게 하는 작가만의 뚜렷한 주관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엄마의 강요가 없기에 더욱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 존재 하나 하나에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랑의 존재로 부각시켜 가족이,가정이 더욱 튼튼해지게 만든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는 책이다.그러면서 딸이 나를 바라 보았을때 과연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춰질지 한번 생각케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듯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거듭나기 위하여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겠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그건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거야' ㅡ 51p
 
사랑의 결핍은 그것이 다시 채워짐으로써도 치유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줌으로써도 치유된다고 했다. ㅡ158p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 p.179

위녕,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세상에는 많은 서열이 있고 많은 점수가 있어. 네가 잘하는 것,그랫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것, 그걸 하면 돼... 대신 열심히,그리고 즐겁게....   ㅡ224p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 사람들. --- p.272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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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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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 그의 이름만으로 구미가 당기는데 그의 나이 76세,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의 백과사전식 지식이 총망라한 것과 같은 형식의 백과사전적이며 삽화가 첨가된 소설이라 읽는 종종 보는 재미가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처음엔 조금 딱딱한듯 하면서도 갸웃뚱 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밋밋한것 같지만 심장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역행성 기억 상실증을 앓으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솔라라에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백과사전적 기록들은 모두 기억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 얌보,밀라노의 손꼽히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는 고혈압으로 인하여 쓰러졌다가 깨어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몽땅 잊은 상태이다.자신의 아내인 파올라나 고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시발라에 대한 기억들이며 딸이나 손주들에 대한 기억들마져 모두 잃어버렸지만 자신의 이름대신 이름과 관련한 세계문학의 유명한 문장들이며 그가 토해내는 것들은 에코 자신의 지식을 말해주듯 백과사전을 펼쳐든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고서점에 가서 시빌라를 보고는 무언가 아내가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있을듯하여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그의 의문에 대답하듯 결혼을 앞두었다는 시빌라의 말을 듣고는 아내인 파올라의 권유로 어린시절을 보내었으며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솔라라로 여행을 떠난다.솔라라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하고 2차대전을 피하여 2년여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는데 헌책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온갖 수집품들이며 얌보의 어린시절의 물건들이 다락방이며 예배당에 잘 보관되어 있다.장난감, 판화, 만화, 동화, 통속 모험소설, 고전소설, 대중가요, 교과서, 파시스트들의 정치 선전 등 온갖것들을 망라하여 아말리아와 잔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탈리아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대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종이로된 기억'일뿐 자신이 느끼는 생생한 기억이 아닐뿐더라 무언가 '신비한 불꽃'이 일듯 하지만 얌보의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는다.그러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소녀 '릴라'가 있었다는 사실과 '벼랑골'이 스쳐 지나간다.벼랑골에서의 남다른 기억을 찾아내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소녀의 얼굴은 기억이 날듯 하면서도 가물가물 하다. 그러면서 잔니로 부터 들은 그녀의 이야기,그녀가 18살이 되던 해에 죽었다는 자신의 생애동안 찾던 여인이 영혼이 되었다는 것에 그 소식을 듣던 날 얌보가 쓰러졌다는,그러면서 더이상 솔라라에서 찾아낼것이 없다고 여기며 솔라라를 떠나기로 한 마지막 날 지성소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세익스피어의 초상'. 그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고 엄청난 충격에 그는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지만 다시 코마상태에 빠져든다.
 
코마상태에서 자신이 모아 놓은 '안개'에 대한 자료들처럼 지난 기억들은 안개처럼 모호한 상태로 그의 삽화와 더불어 만화와 같은 형태로 이어진다.그토록 찾던 여인 '릴라'의 얼굴이 나타날듯 하지만... '그런데 계단 꼭대기로 옅은 잿빛이 퍼지더니 현관문을 가려 버린다.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건듯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올려다본다. 왜 태양이 검게 변하고 있지?... 그가 찾고자한 기억은 모호한 상태로 끝을 맺는다.
 
에코는 자신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들과 수집품들을 그가 창조해낸 인물 '얌보'를 통하여 역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통하여 지난날을 다시 되집어 나가듯 이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 모두 쏟아낸듯 하다.이 소설은 그러니 에코 자신의 지난날을 보여주는 자서전적인 소설이다.하지만 너무 책에만 일관된 것들이 나오다보니 지루한 감도 있고 너무 나열식인 문제점도 있다.자신의 지난날 텍스트가 모두 책,그리고 책이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에 매료되었던 나는 겉표지의 '움베르토 에코의 최후의 걸작'이라 했지만 에코의 최후의 자서전처럼 그가 읽어 나갔고 그가 수집한 수집품들을 찾기 위하여 솔라라의 다락방과 예배당을 뒤진 기분이 들었다.부주제처럼 나왔던 '안개'속에 빠졌다 나온것처럼 뭔가 끝맺음이 깔끔하지 못한 에코를 본것 같아 조금 아쉽다.하편 중반부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삽화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었다.그가 제목을 만화책에서 따왔듯이 이 소설은 만화로 끝을 맺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다른 '장미의 이름'을 기대했던 기대감이 사라졌다.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며 그가 어린시절을 이렇게 방대하게 정리를 해 놓았는데 나의 어린시절은... 하면서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가며 자기자신에게 '신비한 불꽃'을 일으켜 보라는 충고처럼 책은 그렇게 다가왔다.그 불꽃을 찾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듯이...
 
 
'깊은 코마에 빠진 뇌는 활동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지만 외부에서 나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내 뇌가 화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뇌는 과학의 현 수준에 맞춰 평평한 뇌전도를 보여 주고 있지만 과학이 인체에 신묘한 기능에 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파가 평평하다 해도 내장이나 발끝이나 고환으로 사고 작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내면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 500p
 
마틴 이든은 <알게 된 순간에 앎을 끝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아직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지 않았고 죽어 가는 사람들보다 유리하다. 나는 깨달음을 얻고 무언가를 알아 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의식하기까지 한다.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ㅡ 524p
 
이제까지 내가 추억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대체로 안개와 연관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안개 역시 내 삶이 한바탕의 꿈이었음을 말해 주는 징후였다. 삶이 한바탕의 꿈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ㅡ 683p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심술궂은 귀신에게 속아 허깨비를 보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음에도 마치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현실인 것처럼 행동한다.그래야 계속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ㅡ685p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면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다시 종이로 된 기억에 의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만화 속의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 나 자신의 로아나 여왕을 생각하는 것이다.내 마음속의 로아나 여왕은 훨씬 숭고하다.그녀는 부활의 불꽃을 간수하고 있다.돌로 변해 버린 지가 아무리 오래된 시신이라도 이 신비한 불꽃이 닿으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ㅡ687p
 
이제 비로소 잔니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그의 말대로 나는 평생에 걸쳐 어떤 여자와 만나든 릴라의 얼굴을 찾고자 했장면을 연기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렸다.그 장면이 나에게 영원히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아마도 그 때문에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ㅡ 679p
 
 
이 책이 에코의 마지막 책이 아니길 바란다.전작들처럼 그의 유머와 해박한 지식이 잘 들어난 다음 작품이 곧 나와주길 바랄뿐이다.이 책을 읽다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그 작품들에서 에코의 진면목을 다시 만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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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여러분 반올림 14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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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두 딸을 두고 있기에 날마다 녀석들과 싸움아닌 싸움으로 시끄러움이 그치지 않기에 제1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녀석들과 제2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 좀더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이벤트에 신청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책이 배달되어 왔다.우리집은 그러니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가 셋이다.
 
나 또한 사춘기 시절엔 당차고 반항적이며 내 고집을 많이 부렸지만 지금의 아이들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다.가정형편에 어느 정도 편승하며 부모의 말을 어기면서도 받아 들였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도무지 부모보다는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워 모든것을 자신의 잣대로 저울질을 하니 감당이 안된다.거기에 학교에서 배울 공부를 학원에서 미리 선행을 하기에 학교는 건성이고 학원공부에 더 치중을 하는가하면 미디어의 발달과 부모의 치맛바람에 휘날려 다니느라 더욱 날카롭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주관이 뚜렷하고 거세다.그러니 구세대와 신세대의 만남엔 마찰음이 통과의례처럼 되었다.
 
몸집이 커지니 당연히 생각도 커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듯 반항을 한다.아직 이성이 완전하게 자리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부모를 바라보기에 이해의 폭이 좁기도 하지만 그런 반면에 밟으면 깨지기 쉬운 살얼음과 같기도 하다.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잘 설명해주면 눈물을 보이는 여린 병아리처럼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그런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자는 시간도 없이 공부와 수행에 매달리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게 살고 있지만 그 존재들이 제일 잊혀져 가고 있는것 같다. 그런 반면에서 청소년 문학이라는 점에서 제일 반갑고 높게 점수를 주고 싶다.하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이야기가 있는 듯 하기도 하여 반감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용돈으로 할머니의 마늘을 몽땅 산다는 것은 약간은 비약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약기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아파 하는 혜리를 잘 감싸주는 현서를 만날때는 가슴이 따듯해졌다. 요즘 이혼은 흔한 이야기며 그로 인한 가정의 파괴로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친구를 나몰라라 하지 않고 감싸주는 마음 따듯한 현서를 만나니 그게 바로 중학생 인것 같으면서 이성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하게 몰라 친구로 있는 그 상태가 웃음짓게 만든다. 또 한 친구,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친구중에 감초처럼 행동하는 준호,친구들 중에는 그런 친구가 꼭 한명씩은 있다.그런 친구가 나중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작가에게도 그런 친구가 기억에 남았던것 같다.여기에 등장하는 중학생들은 지금의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수행이나 공부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그저 일상적인 면을 보는 것 같은 일상적인 언어들로 그들을 표현해 내려 하여 무거움은 없고 <젊은 느티나무>나 <어린왕자>를 생각나게 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하이틴 소설이 참 많이 유행했던 것 같다.지금은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런류의 소설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성장기를 거치는가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은 커버리는 것 같다.제일 감성적이며 사춘기 시절의 독서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대입이나 고입에 시달려야 하기에 다이제스트 식으로 훑고 지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책이라는 점에서 우선 딸들에게 읽히고 싶다.책이 배달되고 막내인 중2 딸이 먼저 읽기는 했지만 뭔가 읽은 후의 소감은 자신들의 언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갭을 발견한 모양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좀더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책은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기에 단절이 오고 어긋남이 오는데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보고 대화를 한다면 내가 지나온 길인 그 시절의 아이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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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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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우리문단의 큰 별인 박경리선생님이 작고하고 고인이 남긴 유고시들 39편이 한데 묶여 시집으로 나온것이다.제목에서 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했듯이 작가는 욕심없이 한평생을 살아온것 처럼 마지막 길에도 훌훌 털고 가신듯 하다.팔십평생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농부처럼 땅을 일구며 원고지와 만년필을 벗하여 지낸 겸허하게 보낸 그의 생이 우러러 보인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산다는 것 중에서 -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옛날의 그 집 중에서 -
 
 
 기차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 여행 중에서 -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바느질 중에서 -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써 내려간 시들이 가슴에 깊게 박힌다. 외할머니 어머니 천성등 자신을 뒤돌아 보는 시들에 자신이 살아온 팔십평생을 고스란히 담아 버리고 비운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짠 하다. 팔십평생 글을 쓰며 여행도 글 속에서 하고 자신의 삶을 바느질 하듯 글로 다 풀어 놓은 우리문단의 큰 별,위대한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마지막 시편들이 작가의 뒷모습을 비추어주듯 고운 바느질로 이렇게 우리앞에 나와 더욱 기쁘기도 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프며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고 싶을때 언제 어디서나 들여다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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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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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그래도 우리 아이가 어제 물어보고 왔는데, 샤라쿠라고 합니다."
"사루라요?"
"아니 샤라쿠요. 즐거움을 그린다는 뜻이래요."
"어휴, 저렇게 잘생긴데다 그림까지 잘 그리니,정말 딱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도수샤이 샤라쿠..일본 에도시절 1794년 5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단 10개월동안 활동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인물,하지만 그가 남긴 140여점의 그림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그의 작품상의 특징이나 시대상으로 보면 그가 김홍도라는 설이 있다. 당시 정조는 일본 정벌을 하려 하였고 그가 첩자들을 일본에 보냈으며 김홍도가 대마도에 잠입하여 지도를 그려 정조에게 바친 점들이 그를 샤라쿠라고 믿게 만들고 있다.하지만 이 책은 샤라쿠를 '신가권.. 혜원 신윤복' 으로 가정하고 있다.당시 김홍도는 나이가 오십대정도이며 그는 연풍현감을 맡고 있었기에 그의 제자라고 사료되는 신윤복을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가 첩자 훈련을 시켜 일본에 보낸 간자로 보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가권, 그는 김홍도의 임금인 정조앞에서 자신은 잘 그렸다 싶은 그림을 그렸지만 임금은 자신의 그림은 쳐다보지도 않고 김홍도만을 칭찬하자 자신의 그림을 임금앞에서 찢어 발기듯 한다.그런 그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의 목숨은 김홍도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데 죽을것을 안 가권은 뒷골목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듯 하여 기생 아취에게 넘겨지게 되는데 아취는 그를 김홍도에게 넘긴다.
 
당시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는 부모를 잃었지만 일어도 잘하고 여러모로 똑똑한 영재라는 아이를 거두고 있었는데 가권의 곁에 영재를 두어 그를 보살피면서 일어를 가르치게 한다.모나면서도 자신에 차 우쭐하던 그의 성격은 김홍도의 수업을 받으면서 둥글어지게 되고 그림솜씨 또한 일취월장을 하여 스승을 능가하게 된다.첩자로서의 마지막 단계까지 거뜬히 통과한 가권은 마침 정조의 일본 정벌에 필요한 에도 지도를 그리기 위하여 영재와 함께 대마도를 거쳐 일본으로 밀항을 한다.
 
빈털털이처럼 둘은 행색이 초라해도 가권의 그림솜씨로 위기를 모면하며 에도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일에 도움이 되는 출판사이며 밑천을 장만하고 자신을 위장하기 안성맞춤인곳 쓰타야 사장을 만나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야쿠샤에를 그린다. 그가 그린 그림은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독특한 그림이었으며 그가 그린 그림을 여러장 찍어낸 판화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가 그는 화가로 명성을 얻으며 살인사건과도 연결되게 된다.
 
한편 에도에서는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살인사건에서 시체를 그리던 샤라쿠는 범인이 야차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만났던 인물이며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하고 일왕의 교서를 찾기 위하여 하시모토의 집에서 화사로 병풍을 그려주면서 그의 보물창고에서 일왕의 교서를 찾아내기도 한다.그러다 만난 우도,그는 끝까지 그를 지키려 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자신의 신분을 화사로 위장을 하면서 밤마다 에도 거리를 걸으며 완성한 에도지도,하지만 신분이 탄로나 에도지도가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조선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일본의 닌자가 된 오이란인 사유리,그녀덕에 에도지도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들의 꿈같던 하룻밤도 결국은 그녀가 마지막 죽음으로 일관하자 그는 그녀를 '미인도'로 남겨 놓는다
 
에도지도도 일본왕의 교서도 간자의 역할을 잘 이행하고 돌아오지만 교서는 진본이 아니고 원래 진본이 없었다는 말이 있기도 했지만 일본 정벌을 하려던 정조가 갑자기 의문사를 하였기에 모든것은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므로 샤라쿠도 다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미완의 이야기다.신윤복 하면 춘화로 한시대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천재적인 화가이면서 당대 김홍도와 그들의 예술이 꽃 피울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정조가 있었기에 이시대 문화코드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어찌보면 '바람의 화원' 과는 다르면서도 그 책에서 감추어졌던 일부분을 논해 놓은듯 하고 암튼 지금까지 전해지는 뚜렷한 기록이 전무후무하기에 이런 좋은 작품들이 탄생되어지지 않았나 싶다.
 
역사의 기록이 좀더 남아 있다면 소설도 좀더 확실한 결말이 있었을텐데 역사에 남은 그들의 기록처럼 소설은 미완처럼 끝이나서 조금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샤라쿠라는 인물이 김홍도이건 신윤복이건 우리 조상인것은 분명한듯 한데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신들의 역사 뿌리가 흔들리니 자신들의 역사로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는 EBS에서 조선의 위대한 화인 -신윤복 편을 방송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다시 재조명하니 춘화가 아닌 현실을 신랄하게 비꼬면서도 위트가 넘치고 명암이 뚜렷하여 작품에 빠져들게 하면서 김홍도 그림에서는 없는 배경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을 보며 어쩌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사의 화가들보다도 더 천재적이면서도 위대할지 모르는데 사실이 감추어지고 왜곡되어 진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덤으로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독자로서의 바램이다.우리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도 문화코드로 멋지게 성공 할 수 있음을 더 많은 작가들이 탐구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림은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게 아니네.사의 즉 그 대상이 나타내는 뜻을 살펴 그리는 것일세.'
'사물을 보는 눈을 익히게. 사람의 내면을 보게.그러면 자네의 그림은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뜻을 이루게 될 것이야." - 58p
 
'도공들은 유약을 바른 도자기가 불의 오묘한 조화로 구워지는 것을 보고 불의 기운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네.그렇다면 화공들은 물의 기운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지. 그렇지 않은가?' -66p
 
'선배의 그림을 임모하는 것은 단순히 그림 기술을 익히라는 뜻만은 아니네.화원이 가져야 할 자질을 기르기 위함이지.선배의 그림중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긋나는 붓질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그대로 그려낼 만한 마음의 여유와 인품,관용? 되는 것은 아니야.수많은 여행과 독서 경험을 통해 마음이 풍부해지고 너그러워지면 붓은 저절로 따라붙는 걸세.' -68
 
'그의 마음은 빈 벼루처럼 늘 허전했다.그런 가권의 마음에 단원이 물을 붓고 먹을 갈아 채워준 것이다.' -70p
 
'넌 그림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림이 무엇이라고 배웠지? 진정한 그림이란 대상의 참을 그리는 거다.초상화라는 것도 그저 닮게 그리는 것으로 족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까지 그려내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거야.'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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