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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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가지 유산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떠나는 모험.렘브란트의 비밀,남겨진 유산,정화제독의 보물,대탈출.. 4부로 이루어진 스펙다클하면서도 작가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이 잘 들어나는 작품.하지만 스토리가 뻔한 면은 마이너스이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는 것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이와 유사한 <다빈치 코드>나 요즘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존스 4>를 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책내용.. 매력적인 여성인 핀은 미술품 경매회사인 메이슨 고드윈에서 '고객 자문역'으로 근무를 한다.하지만 늘 사장이 못마땅하다. 사장이 그녀를 평가하는 것은 '모델 같은 몸매와 길고 붉은 머리카락, 거기에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일랜드인의 얼굴-이것이 로널드가 핀을 평가하는 잣대의 전부였다.그녀가 지닌 미술 지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 12p 그런 어느날 그림 감정을 하러 스웨터와 러닝슈즈 차림인 데다 무릎께가 닳아빠지고 여기저기 얼룩이 진 청바지를 입고 있는 빌리라는 사람이 공작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하였기에 그녀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만다.
 
그녀가 회사에서 해고됨과 동시에 그녀에게 배달된 왕실 고문 변호사에게서 온 편지 한 통,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스타벅스 커피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 사무실에서 만났던 빌리를 다시 만난다.그는 사무실에 왔을때와의 차림과는 완전히 다른 말끔한 차림으로 나타나서는 그녀가 터킹혼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임을 안다며 자신도 변화사를 만나러 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둘은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피터르 부하르트가  둘에게 유산을 공동으로 상속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덜란드의 유명화가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과 암스테르담에 있는 대저택 그리고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근처에 있는 낡은 배 한척,하지만 이 세가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보름안에 세가지 유산을 모두 찾아야 한다는 것.
 
핀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닌 부하르트가 친아버지기에 그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것을 듣고는 의아해 하지만 받아 들인다.빌리와 핀은 빌리의 요트 '버스시트 플러시'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그들이 접한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은 모조품으로 밝혀졌지만 그 모조품 뒤에 숨겨진 진품을 찾아내고 암스테르담 대저택에 들러 집을 둘러 보던중 그 그림이 그려진 비밀의 방도 찾아 낸다.비밀의 방에서 찾아낸 해도와 비슷한 책을 들고 나서던 중 둘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들을 덮쳐 죽이려는 무리들과 만나 한바탕 싸움을 한다.
 
핀은 그 문구를 읽은 뒤 "나의 보물섬으로부터 탈출한다....그리고 바람에 대한 무엇인가가.... '벤티' ." 라고 풀이했다.빌리가 핀의 해석을 정정해 주었다. " 제 생각엔 '음악의 날개 위에 있는 나의 비밀의 보물섬으로 탈출한다'가 더 맞는 표현 같아요. '비밀의 보물섬'은 이 방을 의미하는 게 틀림없고요.' -159p
 
"칸이 전쟁중에 숨겨진 막대한 보물을 찾고 있다는 풍문이오." "그런 풍문이라면 수도 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소." -188p
"그들은 엄격한 무선 통제 하에 있었지만 칸이 수신한 정보에 의하면 그 잠수함은 1944년 1월 1일에 팔라완의 북동 해안에서 한 낚싯배에 의해 최후로 목격됐답니다." - 189p
 
한편 정화제독의 막대한 보물을 찾아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빌리와 핀은 부하르트가 남긴 세번째 유산인 바타비아 퀸호를 만나 그 배를 타고 부하르트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곳으로 향하던 중 무척이나 큰 태풍을 만나 태풍의 눈에서 벗어 나려던 중에 배는 난파되고 핀은 어딘가로 튕겨져 나가지만 목숨만은 건진다. 어느 섬에서 살아남게 된 핀은 섬을 둘러 보던 중 빌리와 핀이 이곳으로 온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삼년전에 이곳에 먼저 온 벤저민 윈체스터 교수를 만난다. 윈체스터 교수에게 이 섬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이 섬이 보물섬일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퀸호에 탔던 일행과 난파되어 이 섬에 원주민처럼 된 사람들과 만나게 되지만 원주민을 통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부하르트.
 
생부인 부하르트에게서 숨겨진 보물에 대한 이야기와 이 섬의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섬에 남아서 원주민과 함께 한다는 것과 핀과 빌리가 이 섬을 탈출하는 법을 알려 주며 동굴에 있던 막대한 양의 보물이 아니어도 암스테르담의 저택에는 그 둘이 평생을 쓰고도 남을 보물이 있음을 말해준다.그들이 비밀의 방에서 보았던 문구가 이 섬을 나가는 방법이란 것을 알고는 생부가 알려준 대로 나가니 배가 한척 있어 퀸호에서 살아남은 선원들과 핀과 빌리는 이 섬을 탈출한다.
 
한편 대저택으로 돌아와 쓸모없는 집을 팔기로 하여 변호사를 오라고 한다음 둘은 집을 둘러 보게 된다. 대저택에 어울리지 않게 있던 하얀 페이트 칠이 되어 있던 벽을 허물어 보니 황금들이 숨겨진 것을 보고는 마침 대저택에 온 변호사를 쫒아 보내고 둘은 퀸호의 선원들과 함께 판타지 여행을 떠날 부푼 꿈에 빠지며 책은 끝이난다.
 
"이것이 바로 렘브란트가 감춰두고자 했던 거예요. 이 방 전체가 보물이었어요!" 핀의 말에 빌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제 판타지를 실행할 일만 남았네요. 7대양을 돌아다니며,TV다큐멘더리도 찍고 협찬도 받고요.헤어 젤은 꼭 포함시킬게요. 좋아요 앵무새 선장은 뺍시다." "맞아요.우리에겐 이미 일등 선장이 있어요. 1등 항해사도 있고 기관사도 있어요." 핀의 말에 빌리가 맞장구를 쳤다. - 408p
 
"솔직하게 말할 거예요. 이 집에는 렘브란트의 유령이 산다고.그래서 집을 팔지 못하겠다고요." -408p ㅡ 변호사를 쫒아내기 위한 말로 준비한 말중에 렘브란트의 유령이 등장..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보다는 낯선 지식과 만나게 된다. 작가의 해박함을 쫓다보면 핀과 빌리와 함께 모험을 즐기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영화 인디아나존스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미술관련 자문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라 그런지 미술에 대한 것이며 다른 분야의 해박한 지식들이 읽는 재미를 주지만 마지막에 뻔한 내용은 조금 극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태풍과 맞써 싸우며 태풍의 눈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장면도 기억에 남고 섬에서의 잠깐 동안 영화 <캐스트 어웨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불을 피우며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에 나선것 등이다.
 
렘브란트의 유령은 다방면의 흥미있던 이야기들을 조각보처럼 알맞게 짜맞춤한 듯한 기분이 든다. 주인공인 핀과 빌리는 외모며 모든것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고 위기때마다 위기를 벗어나는 능력과??트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며 낡은 퀸호를 타고 태풍과 맞써 싸우는 것이며 섬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등이 한편의 잘 짜여진 영화같다. 현대판 '보물섬'이라고 해야하나.. 처음엔 무척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읽을수록 너무 뻔하다면서도 괜찮게 읽은듯 하다. 아마도 다음엔 영화로 만날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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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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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내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로버트 카파 본명 엔드레 에르노 프리드만이지만 사진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하여 '로버트 카파'라는 가공의 미국인 사진가 행세를 하며 전장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을 언론사에 비싸게 판매를 한다. 헝가리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좌익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헝가리에서 추방되어 베를린으로 건너가 사진 통신사 보조원으로 일하던 중 재능을 인정받아 자잘한 취재를 맡기 시작한다. 그러다 12월 러시아 망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강연을 취재하여 찍은 사진들로 정식 사진가로 인정을 받는다.
 



삶과 죽음의 확률이 반반이라면 나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길을 택하겠다 -로버트 카파 1913-1954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정신을 일컬어 카피이즘이라고 한다.전장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며 전쟁의 참담함과 삶과 죽음을 리얼하게 전해준 카파,그는 그의 사진들속의 한 장면처럼 그의 즉음 또한 인도차이나전쟁을 취재하러 베트남에 갔다가 전선에서 지뢰를 밟아 폭사하고 만다.한장의 사진처럼 드라마틱했던 그의 삶을 살짝 옅보고 싶어 손에 쥐게 된 이 책은 처음부터 전율이 느껴진다.전장의 적나라한 사진들과 글이라 그런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필름들로 가득 채운 가방을 들고 런던행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나 자신과 사진기자라는 내 직업에 회의가 들었다.장의사나 해야 할 일을 내가 한 것 같아 역겨운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장례에 관계된 것이라면,이제부터 나는 장의사가 아니라 문상객 쪽에 서리라고 굳게 다짐한다. -47p
 
스페인내전,중일전쟁,2차대전 그가 누빈 전장에서 느낀 회의,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숨김없이 포착한다는 것에 대한 직업에 대한 역겨움이 그를 범인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총알이 빗발치는 찰나에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장에 다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그의 사진속에 있다.
 



특종은 운도 아니지만 얼마나 신속하게 전송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또 대부분은 거재된 다음날이면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을 즈음 병사들이 오하이오 주의 자기 집에서 이때의 트로이나 사진을 보게 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그때는 그랬지." - 108p
 
특종을 잡기 위하여 전장의 맨 앞에 나서고 신속하게 전송하기 위하여 발빠르게 움직였던 그였기에 누구보다도 전장의 솔직함을 일면의 이름으로 세계를 흔들지 않았을까.죽음 오열 분노 폐허 공포, 어느 소년의 죽음앞에서 그냥 오열하며 역사적 순간을 보냈다면 지금 이런 사진을 만날 수 있을까.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성스러운 소년의 죽음을 담아주었기에 그시대를 만나고 있는 것에 감사를 할 따름이다.모든 영혼들에 명복의 빌며...
 


더 높이 올라갈수록 시체와 시체의 간격은 점점 더 좁아졌다.나는 더이상 그들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정상을  향해 비틀거리며 올라가면서 나는 바보처럼 혼잣말을 되뇌었다.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서 흰 구두를 신고 흰 바지를 입고 걸아가고 싶어." 종군기자의 전쟁 노이로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148p




다음날 아침, 군의관과 나는 식사를 함께 했다.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수녀원장의 인솔을 따라 고아들이 열을 지어 교회 뜰 안으로 들어왔다.고아들은 행진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바로 '소년 파시스트의 노래'였다.커피를 앞에 놓고 잠깐 졸음에 빠졌던 군의관이 눈을 번쩍 뜨고는 큰 소리로 통역관을 불렀다. "수녀원장에게 가서 저 따위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해, 지금 나더러 미국 식량을 먹여가며 미래의 파시트르를 기르란 말이야? 즉시 대열을 풀고 보통 아이들처럼 노는 법을 가르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고아들 점심은 없다고 분명히 말해." -123p
 

 

 
그는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이자 그의 인생과 사진작업에 있어 그림자와 같은 존재인 '게르다'를 만났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진작가에서 보도사진가로 전환을 한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종군기자로 참가한 그는 106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라이프>암실직원의 실수로 대부분 소실되고 10장 정도만 남게 되는데 이 사진들은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설명을 달고 <라이프>지에 실렸다 한다.
 



<라이프>의 표지를 장식한 한 장의 사진 ' 어느 인민전선과 병사의 죽음'으로 인하여 카파는 보도사진가로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다.참호를 뛰쳐 나온 스폐인 인민전선파 측의 한 병사가 날아오는 기관총탄에 맞아 양팔을 벌린채 쓰러지는 장면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지난 세기에서 가장 뛰어난 전쟁기록사진으로 평가 받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드라마틱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 연출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전장을 누비며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의 사진들만큼이나 그의 삶도 굴곡진 삶을 살다가 간것 같다. 모국의 언어보다는 사진을 택해 그가 표현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삶과 죽음의 갈림길이며 전쟁과 평화처럼 전장속에 그가 존재하지만 평화속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던 듯 하다.사랑하는 여인마져 전장에 빼앗기고 그도 전장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얼마나 질곡의 삶인가. 하지만 그가 남겨준 위대한 유산처럼 그의 이름으로 남겨진 '로버트 카파의 영원한 사진들'은 다시는 우리의 역사에 전장의 상흔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였다.
 
이 책을 읽은 후에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로버트 카파가 찍은 폐허의 사진속과 똑 같은 장면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장면속에서 주인공이 살아 나와 폐허가 된 도시속을 절뚝이며 걸어가는 장면은 눈물겨웠다.전쟁으로 인하여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얻기도 한다.하지만 그 속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간 불쌍한 영혼들은 한장의 사진으로 남겨지지도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린다.생명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 그는 사진으로 그 모든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간것 같다.사진을 좋아하는 내겐 더욱 깊은 의미를 던져준 그의 사진들,책을 덮은 후에도 내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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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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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琴兒 피천득,그를 만난것은 중학교 국어교과서인가 '인연'과 '서영이와 난영' 이를 통한 너무도 맑고 깨끗하면서도 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담긴 '부정'을 생각케 해주었던 수필들이다.그의 수필이란 수필에서도 잘 나타나있듯이 그가 글을 쓰는 마음,자세,깊고 오묘한 맛이 잘 들어나 있다
수필..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수필은 난이요,학이요,청초한 몸맴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수필은 청춘의 글이 아니요,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니아요,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17p
수필은 독이다. 소설가나 극작가는 때로 여러 가지 성격을 가져 보아야 한다.셰익스피어는 햄릿도 되고 폴로니아스 노릇도 한다.그러나 수필가 램은 언제나 찰스 램이면 되는 것이다.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다.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친구에게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18p
수필은 솔직한 글이며 친구에게 받은 편지와도 같은 글이라고 했다. 마음을 탁 터 놓고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가듯이 그저 내마음이 가는 대로 솔직하게 쓴 글, 그의 수필들을 읽고 있으면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거짓이 아님이 분명히 들어난다.
 
어릴적 읽었던 글이 다시 읽고 싶어 그의 수필집 '인연'을 사들고 가만히 보니 옛날 생각도 난다.중학교 국어시간에 서영이와 난영이란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셨던 국어선생님도 생각이 나고 '인연'이란 글에 나오는 '아사코'라는 일본 여인 이름도 생각이 나고 풋풋하던 내 사춘기적 생각도 함께 묻어나서 더욱 좋았다.그시절엔 한국단편소설이나 세계문학집등 책에 빠져 정말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었던,책이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는데 어느새 살면서 삶에 때가 묻은것인지 너무 책을 멀리하며 살아왔다. 솔직함을 잃어버린 시간들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얼마나 처세를 잘 하고 살려고 책방에 들러 가끔 떠들어보는 책들은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많았던것 같다.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린왕자처럼 길을 잃고 헤매인것 같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름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이나 조각을 들여다볼 때, 잃어버린 젊음을 안개 속에 잠깐 만나는 일이 있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나의 기쁨의 하나는,글을 통하여 먼발치라도 젊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젊음을 다시 가져 보게 하는 것은 봄이다.
-28p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믈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어느덧 짙어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진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34,35p
 
그는 오월에 태어나서인지 오월과 봄 그리고 신록에 대한 예찬이 많다.그런 의미에서 그의 글들이 더욱 깨끗하고 백자 항아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맑음이,청자 항아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고귀함이 묻어나는지도 모르겠다.그의 수필을 대하고 있노라면 한폭의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읽은 문장을 다시 소리내어 읽어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음미해 보아도 넘 좋은 어감,읽는 사람의 마음이 깨끗해지는 숲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여성의 미..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눈, 낭랑한 음성,처녀다운 또는 처녀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민활한 일솜씨,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건강한 여인이 발산하는,특히 젊은 여인이 풍기는 싱싱한 맛,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 나타나는 윤기,분석할 수 없는 생의 약동,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 43p
 
요즘 우리 여성의 미의 기준은 외모,특히나 s라인이나 44사이즈를 강조하는 요즘 세대들이 읽으면 어디 하나 미인이란 구석이 없을듯 한데 글 만으로도 힘과 생동감이 넘치며 금방이라도 맑고 쾌활한 미인의 웃음소리가 파란 하늘에 울려 퍼질 듯 하다.다이어트로 인하여 생생한 생명력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생명력이 죽어 있는 듯한 그러면서 성형지상주위처럼 너도나도 비슷한 외모와 옷 모양새,싱싱한 맛이 없는 윤기 없는 얼굴, 하지만 글만으로도 생동감이 넘친다.글 속의 그녀가 금방이라도 맑게 세수를 하고 뛰쳐 나올것만 같다.
 
금반지.. 나에게는 세 가지 기쁨이 있다.첫째는 천하의 영재에게 학문을 이야기하는 기쁨이요,둘째는 젊은이들과 늘 같이 즐김으로써 늙지 않는 기쁨이요,셋째는 거짓말을 많이 아니하고도 살아 나갈 수 있는 기쁨이다.이런 행복한 생활을 해 오기에는 내조의 공이 큰 바 있다. -87p
 
표현이 부족한 남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몇 줄로 아내를 감동시킬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리요.작가는 아내에게 특별히 잘 해주며 일생을 살지는 안했지만 예전에 반지를 두 번 산 일이 있는데 그 반지들을 팔아 생활에 보탬을 하며 반지가 줄어가며 나중엔 금반지에서 은반지로 바뀌어 반짇고리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는 10년 근속 기념품으로 받은 금반지를 아내가 결혼반지 삼아 끼고 다녔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했다.그의 수필들 속에는 많이 가져서 부자가 아닌 마음이 부자라서 부자이며 행복이 묻어나는 글들이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초대... 내 책들이 집에서 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책,영감을 주는 책,의분을 느끼게 하는 책,그저 재미있는 책,스피노자의 전기는 나를 승화되는 경지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있습니다.위버는 나보고도 무도회에 오라고 합니다. 스트라우스는 나를 비엔나 숲 속으로 데리고 갑니다.한밤중 총총한 별들은 저 아득한 성좌星座 그리로 나를 초대합니다. - 249p
 
문득 '초대'란 그의 수필을 읽으며 그가 나를 작가의 수필세계로 초대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마음을 비우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의 백자와 청자 같은 맑은 수필속에 몸을 담가 나 또한 백자 비슷하고 청자 비슷한 몸으로 재탄생 된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의 수필을 읽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깨끗해졌으니 혼탁함에 물들어 금방 맑아지지는 않겠지만 그의 수필은 잠시 혼몽함에 빠져 있던 내게 신선한 유약이 되었다. 유년의 기억속에 머문,때 묻지 않은 시절에 정말 감동적으로 읽은 것들을 다시 읽어보는 맛도 괜찮은듯 하다. 그의 수필집 '인연'을 만난것은 올해 나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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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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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의 산중일기는 선답보다는 작가와 독자의 선문답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그의 다른 에세이집 '꽃밭'에서는 가족 특히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듯 하다. 산중일기도 처음엔 크리스찬인 그가 절에 가서 쓴 에세이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글 속에 진솔하게 녹아나 있는 진주는 가족인듯 하다.특히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며 부처아닌 부처가 아내라는 이야기,먼 길을 돌아 비로소 자신의 둥지에서 진실을 찾은 듯한 이야기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눈에서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참우정이 아니다.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18p
화두처럼 던져진 말이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 함께 잠시 주저 앉아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린 흔히 눈으로만 보려하지 마음으로 보려하지 않는다.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이고 진실된 마음은 뒤로 물러난지가 오래되어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곱씹어보게 한다.
 



하나하나는 불확실 하지만 서로 짝을 맞춰 나가는 동안 차츰 어떤 전체적인 형태가 완성되는,조각난 그림을 맞처 가는 퍼즐게임처럼 나는 '가족'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때그때의 조각난 생활을 맞춰 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인생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퍼즐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58p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중점적인 내용같다. 아니 우리에게 말하려는 핵심은 '가족'의 소중함 같다. 산중일기는 그의 조각난 퍼즐들이 산사에서 하나하나 짝을 맞추어 가면서 '가족'이라는 완성된 실체로 거듭나는 것 같다. 인생을 이젠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서서 바라 본 뒤안길에 소중한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고 딸이 있고 손주가 있고 그리고 자신이 있는 것을 깨우쳐 가는 정갈한 에세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를 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은 만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88p
 
인생은 어차피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인생의 길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는 '아내만 한 친구가 없다.' 고 했듯이 내 앞에 심청이가 아침저녁 수발을 들고 오가는데도 나는 공양미 300석을 따로 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 심청이가 누구라도 좋다. 내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면 어서 눈을 번쩍 뜨고 그 사람의 눈동자에 지그시 내 눈빛을 맞추고 싶다. - 180p
아내만 한 친구가 없다고 했듯이 반드시 이 부분은 옆지기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나 또한 옆에 있는 사람이 늘 함께 할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고 있으니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이다. 더 늦기전에 눈빛을 맞추며 살아야겠다.
 



산으로 갈 수 없으면 산이 내게 오게 할 수 밖에...
요즘 자주 산을 오르다보니 하루라도 산에 가지 않는 날은 병이 날것만 같은 때가 있다.그런 날은 예전에 산에 다녀온 못 찍은 사진이라도 보며 그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고 작은 꽃들과 눈마주침이라도 한다.그러고 나면 조금 마음이 가라 앉기도 하고 내 안에 산을 들여 놓은것처럼 기분이 좋아질때가 있다.바로 이 책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내 안에 산을 들여 놓는,산중의 조용한 산사에 와서 모든것 내려 놓고 간만의 여유를 즐기는 기분을 준다. 글과 사진이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하지만 고요함이 베어 있는 사진들이 있어 내 안에 산을 들여 놓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ㅡ 친구들이 모두 나보다 훌륭하게 보이는 날,
이날은 꽃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하고 노닌다. - 91p
 
ㅡ 우리는 모두 눈으로 사물을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쩌면 모두 눈 뜬 장님들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마음의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 176p
 
ㅡ 개성을 만드는 것은 화장이 아니다. 옷이 아니다. 색이 아니다. 쌍꺼풀 수술이 아니고 헤어스타일이 아니다.유행이 아니다. 지워지지 않는 개성을 만드는 일은 자신의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 211p
 
ㅡ 나를 죽이지 않는 한 모든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굳이 그의 말을 우격다짐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생에는 돌아가는 것보다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그것이 죽음의 공포든 불안의 허망이든. -222p
 
ㅡ 지금 곧바로 집으로 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도 거꾸로 신은채 뛰어나와서 맞는 사람이 있을 걸세.바로 그분이 부처님이라네..
부처님은 집 안에 있다. - 246p
 
삶은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 296p
나는 요즈음 그만 놀고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내가 살아온 담장 너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거기 지난 삶의 마당에 한 잔의 찻잔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얼마 남지 않은 찻물이 햇살에 반짝이며 한 점의 눈부신 빛을 반사하고 있다. -302p
 
무언가 자조적인듯 하면서도 자기성찰이 깊게 베인듯한 에세이다.그러면서 덤으로 독자에게 여유를 안겨준다. 일상을 내려 놓고 편안히 앉아 그가 따라 놓은 듯한 찻잔을 집어 들고 그와 함께 차를 마시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가 던진 '화두'를 곱씹어 보면서 내 안의 부처를 찾고 보다 진실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만든다. 산에 가지 않았지만 그가 산을 선물한 기분이다.
 
그의 에세이 꽃밭엔 김점선 선생님의 그림이 있었다면 '산중일기'에는 사진작가 백종하의 고즈넉하면서도 禪이 담긴 사진이 있어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그의 표지의 말처럼 '나는 삶보다 숭고한 종교도 가족보다 신성한 경전도 알지 못한다.' 이 한마디에 모든것들이 담겨진듯 하다. 가족보다 소중한 것이 또 어디에 있으랴.가족이 있어 그가 새롭게 태어났듯이 가족이 있어 진실된 삶이 되지 않았을까.가족을 한번 더 깊게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 글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한 그외 모든것들이 가족으로 비롯하였음을 한번더 생각하게 되고 되돌아 보게 만드는 화두가 된 책 산중일기,여유가 그립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을때 한번 더 읽어볼만한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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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떠남과 만남' 여행이란 일상에서의 떠남이고 새로운 것과의 만남이랄까.작가가 의도한 주제에 근접한 답인지 모르겠지만 나 나름의 해석이라면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이 책을 펼쳐든것은 그가 떠난 남도여행을 살짝 엿보고 싶었고 나 또한 그런 여행을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내 안에 꿈 꾸고 있기에 책을 들었다.첫 페이지에 그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그려진 남도여행 지도는 내 부러움의 목표물로 충분했다.모든것을 뒤로 한 채 그저 걷기와 히치하이킹으로 새로운 사람과 사물과 풍경과 그외 모든것들을 만나고 픈, 나 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누구나 간직한 꿈일지 모른다.
 



내 모든 일상을 잠깐 접은 채 베낭 하나 둘러 메고 떠난것은 보통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십여년에 한번씩 자신에게 한달간의 쉴 여유를 주는 작가는 이십여년 근무한덕에 두달간의 자신만의 여유 시간을 가지고 남도 여행을 떠난다.구례에서 시작한 남도 여행은 잠깐 잠깐 들른 여행지가 있어 나름 더 옆에 한자리 끼어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벚나무가 즐비하게 늘어 선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따라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이곳 저곳 발길 닿는대로 들러 쉬고 싶을때 쉬며 정말 섬진강을 제대로 즐기면서 여행하고픈 소망,그 마음을 대신하기에 이 책은 약간의 내 소화제 역할을 한듯 하다.
 



목적지를 정하고 하는 여행은 웬지 넥타이를 매고 하는 여행처럼 답답하다. 하지만 목적지보다는 발길이 가는 대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여행하는 자유여행이 여행다운 여행인듯 싶다. 그러면서 누군가 흘리고 간 여행의 뒷이야기를 살짝 주워 드는것도 맛인듯 하다.해안가를 거닐다 만나는 굴 캐는 할머니들이며 누군가 모래사장위에 써 놓고 간 '나의 신부,영원히 사랑한다.' 등의 흔적에서 무언가 빈 존재감을 주워 드는 맛도 남다를 듯 하다.여행은 그냥 눈으로 즐기는 여행도 있지만 내 지식의 창고에 쌓인 고리타분한 것들을 꺼내어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 가면 짜맞추며 다니는 지식여행도 즐거울 듯 하다.나 또한 여행을 하기전에는 그곳에 대한 사전지식을 검색하고 프린트해서 들고 다니면 찾아보기도 한다. 작가만큼의 넘치는 지식은 아니어도 벌교하면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꼬막 소화다리' 등 연상할 수 있는 그러면서 무언가 하나 확인하듯 하는 여행,새로운 것의 만남이다.
 



솔직히 아직은 혼자하는 여행을 해보지 못했기에 작가가 느꼈을 여행간의 외로움이나 그리움 등은 경험해보지 못했다.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뿐만이 아니라 그가 말한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함께 있다 혼자 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마침내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또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23p  살다보니 그런 감정들을 이제는 조금은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늘 함께 있다 출장이라도 가서 혼자 있게 되면 빈자리가 무척이나 허전하고 옆에 있어야 편안함을 느끼듯이 혼자만의 여행을 한다면 옆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작가는 여행중에 섬진강변에 버려진 빈 병 하나를 보면서도 진리를 깨우치듯 일깨워준다.
ㅡ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 마라.슬픈 사람만 와라.자기를 잃은 사람만 와라.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 29p
비단 슬픈 사람만 섬진강에 갈 수 있는것도 아니요,자기를 잃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요,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갈 수 있는것이 아니련만 괜히 글귀처럼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질 듯 하고 내 자신을 잃을것 같으며 푸른 강물에 내 자신을 두고 올것만 같다. 압록을 여행할때 이른 아침에 일어나 섬진강물을 바라보았을때의 느낌이 그러한듯 하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내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싶었지만 물음표의 더욱 깊게 내 가슴을 파고 든듯 했다.말 없이 흐르는 물이건만 유독 섬진강물이 왜 화두같은 의미로 던져지는지. 다시 꼭 찾고 싶은 섬진강이 작가때문에 의미가 더 늘어난듯 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엔 설레임이 후반부에 들어서면 수도를 하고 나온 수도승처럼 무언가 한자락 철학을 걸머쥐고 온것 같은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를 한다.그것은 아마도 비우고 새로운 무언가로 채웠기 때문에 신선한 지식이 파고 들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ㅡ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135p
 
ㅡ 작지만 전통적으로 지은 한옥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보면 어쩌할 수 없는 토종인가 보다.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흙이 그리워지는 것이다.살면서 흙이 좋아져야 비로소 죽을 수 있다. 흙 속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야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 261p
 
인생은 길이다.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다.그러나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천촌리의 길처럼 솔잎이 깔려 있고 동백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길일 수도 있다.나도 인생의 어느 부분인가에 솔잎이 깔리고 주위가 꽃이 가득한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고 싶다. -266p
 
책을 읽어나가보니 작가와 함께 홍주를 한잔 하며 작가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기분이다. 그 길 위에는 떨어진 솔잎도 있고 동백꽃도 있고 나뭇잎도 있고 누군가 먼저 걸어간 발자국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주워 들으려 하지 않고 그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는 다면 괜찮을 듯 하다.여행을 할때는 어느 한 곳을 목표로 가는 것보다는 어느 지역을 정하고 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유명한 곳을 점을 찍듯이 들리다 보면 남는 것이 없다. 천천히 느림이 미학을 느끼며 누군가 놓치고간 부분을 챙겨보며 구석진 민박집 방에서 외로움도 챙겨 들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며 울컥 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한번 꿈 꾸고 싶다.사진은 작가가 아닌 사진작가 윤광준의 작품으로 실려 있다. 작가의 감정이 묻어 있는 작가의 사진이었다면 하는 바램도 가져 보지만 포토에세이처럼 여행의 별미처럼 가끔 만나는 사진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간접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인듯 하다.
 
'떠남과 만남' 이 책에서도 누군가는 실망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모자란 2%를 채웠을지 모르지만 한 줄 내가 잊고 있었던 아니 모르고 있었던 글귀 하나 소중하게 건져 올린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내가 소중하게 주워든것은 '인생은 길이다' 그 길로 떠나고 그 길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떠나고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떠남과 만남이 있어 한번 그 길 위에 홀로 서고 싶은 간절함을 내게 안겨준것 같다.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작가처럼 오롯이 내모든것으로 채우는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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