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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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이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이 시가 나온 지 삼십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를 알리게 해준 이 시 '사평역에서'는 실제 '사평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그가 여행에서 보았던 세계를 꾸밈없이 표현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이 '소설가'라고 했던 것 때문인지 선생님의 도시락을 깔고 앉는 행운을 누리며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고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시간을 시를 위해 보내듯이 시를 썼던 그가 이십대 써 놓았던 '나전칠기'와 같았던 것을 '허드레 나무로 엮은 사과 궤짝' 처럼 다듬어 슬쩍 끼어 넣듯 신춘문예에 마지막날 응모한 것이 당선이 된 것이다. 사평역에서와 같은 시가 나오기까지는 '시간과 길'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가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을 허투로 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다시금 시로 재탄생시켜 놓는 것은 시라고 보기 보다는 한 편의 그림이나 이야기처럼 여행지에서 만났던 인연이나 이야기 풍경을 그려 놓고 있다. 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느낀것들을 솔직하게 뱉어냄으로 하여 우리가 쉽게 읽고 진실되게 느낄 때 그게 바로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검은 안경을 낀 여자는 완전히 그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그가 "아내가 좋아해요" 라고 말했을 때 움찔했지만 이번에는 가슴이 먹먹했다.그에게 아내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 아내 또한 앞을 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상상력밖의 일이었다. 둘은 길을 더듬어 목욕탕 앞길에서 왼쪽 길로 사라졌다. 달방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길.그가 가슴에 안고 오던 프리지어 꽃다발이 골목길의 입구에 싱싱하게 걸려 있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그가 능숙한 솜씨로 목욕을 끝내는 것을 조심스레 지켜보면서 나는 삶이란 그것을 가꿔갈 정직하고 따뜻한 능력이 있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어떤 꽃다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인에게 여행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그는 어린시절 자신이 여행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에서부터 여행을 풀어낸다. 아니 여행에서 만났던 인연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여행은 낯선 것과 만남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인 듯 하다. 낯선 곳에서 만났던 사람,말,풍경, 무엇하나 그에겐 소재가 되지 않은 것이 없다. 처음 만나며 나누었던 인삿말 한마디도 소중하다고 생각되면 되새김질하듯 하여 자신의 언어처럼 만들듯 익숙함으로 바꾸어 놓았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여행의 소중함이란 이렇게 말 한마디라도 주어 담아야 한다는 것을 들려 주는 기분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떠나보면 내 집, 내 것에 대한 소중함이 더 밀려 오겠지만 떠나보아야지만 다른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그것이 값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별볼일 없는 것이라 해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슴에 박혀 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길귀신은 내게 시의 신의 다른 이름이다.

그가 지상의 내 모든 여행을 따뜻이 지켜주었다......

 

삼십여 년 전 그를 있게 해 준 '사평역에서'가 시인으로 우뚝서게 해 주었다면 삼십년 후 그에게 이 시가 그를 발목을 잡는 시이기도 하다는,사평역에서 후에 그자리를 대신 할 어떤 뒷받침이 없었다는 말이 왜 가진 자의 욕심처럼 들릴까? 이렇게 한 편이라도 정말 멋진 시를 우뚝 세워 놓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많은 시가 더 유명했더라면,더 열심히 詩作을 했더라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세상에 나와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하고 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의 전작인 <포구의 기행>을 딸이 생일선물로 여행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선물로 사주어 읽게 되었다. 유독 포구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많다. <포구기행>을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이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이 책에도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 순천만 여수바다,와온 바다,여자도 등 그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한 편의 시에 담아 정성들여 쓰는 손편지처럼 수묵화처럼 담아냈다. 이런 따뜻한 편지나 글을 받아 본 다면 잊고 있던 마음의 고향을 찾은 것처럼 감성에 젖게 된다. 그런 시간이 이어졌다.책을 읽는 내내.

 

詩란 무엇일까? 저자의 삶을 옭아매듯 그의 삶을 온통 한 길만 달려가게 만든 詩란.누군가는 인생은 소설이라 했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모든 것들은 그에게서 '시'로 승화되는 듯 하다.어느 바닷가에서 만난 이국의 여인이나 그녀와 도라지꽃, 처음 만난 이의 문패와 그 집 앞에 있는 오래된 나무에 걸린 새집에 있는 말들이 모두 시어처럼 그에게 와서 꿈틀 거린다. 삶의 모든 시간들이,여행에서 만났던 시간 공간 그 속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를 시에 가두기 보다는 이렇게 행과 행 속에 감추어 두었던 말로 되살아나 더 공감이 간다. 그가 건져 올리려던 시어들보다 소중한 인연,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값지게 다가오는 것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놓고 보면 시처럼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겨울의 어느 시간 순천만에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순천만 뿐만이 아니라 와온 바다도 여자도도 질퍽질퍽한 뻘밭에서 캐 올린 찰진 조개살처럼 삶의 여정이 담긴 시어처럼 만나게 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싶어졌다.어느 한 시공에 갇혀 있기 보다는 자유롭게 삶을 여행하듯 인생을 여행하듯 풀어낸 진실한 여행이야기와 그 속에서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가 어느 시간보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시란 그런 것 같다.한 줄의 언어로도 마음을 데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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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눈구경하러 뒷산으로,겨울맛보러 가자

 

 

어제 이곳은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하루종일 눈이 내려고 오후부터는 많은 눈이 내려 퇴근길이

무척 혼잡했을 듯 하다.그렇기에 옆지기도 다른 때보다 사십여분 늦게 들어 왔는데 다른 이들은

더 많이 걸렸다고 한다. 모두가 하루종일 내린 눈에 거북이걸음이었으니...하지만 난 이런 눈이

반가우니.뒷산에 갈 수 있다는,아니 가고 싶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심난한 하루를 보냈다. 가지도

못하면서 괜히 앞 뒤로 왔다갔다 바깥 풍경만 쳐다보기만 할뿐 나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일찍 밖을 보니 정말 상큼하고 맑으며 얼른 뒷산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거기에 친구가

베란다창으로 보이는 뒷산풍경을 찍어서 보내주니 나도 울집 뒷산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마구

마구 퐁퐁 솟아 나는 것이다.그래서 얼른 산에 갈 준비를 했다. 해야할 일은 잠시 미루어 두고.

 

 

 

 

 

 

지난 일요일 영인산 산행을 갔는데 넘 힘든 것이다. 십일월 가을여행 때 체력을 너무 소모한 덕인지

아님 내가 다시 저질체력으로 변한것인지.암튼 요즘 너무 뒷산 산행을 하지 않아 바탕인 체력이 방전

이 된 듯 해서 뒷산 산행을 춥지만 자주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눈이 내려주니 설레임에 더

산에 가고 싶은데 미끄러질까봐 걱정,추울까봐 걱정...시작하기 전에 이건 원.그래도 용기를 내서 따

뜻한 메밀차 보온병에 담고 따뜻하게 모자 쓰고 조끼까지 껴 입고 파카를 입고 나섰다.아이젠과 스

틱은 기본으로 챙기고 장갑은 왼손은 두꺼운 것 오른손은 손가락 장갑을 끼었다. 핸펀으로 사진을 찍

어야 하니 요게 또 문제다. 스마트폰장갑을 하나 사던가 해야지 손이 시려워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는.

산의 초입에 들어서서 스틱을 꽂아 놓고 아이젠을 하고 장갑을 맞추어 끼고 모자도 귀마개를 내려서

귀를 덮어 주었다.그랬더니 바람이 코와 턱만...춥지도 않고 딱 좋다.

 

 

 

 

눈이 내려 바람이 차고 상큼해서일까 지난 일요일보다 덜 부대끼고 몸도 가볍다.눈이 내려서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생각보다 더 잘 올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내가 아닌듯.

눈이 내려서 그야말로 고요하다.바람이 쌩쌩 겨울나무를 흔들고 있고 그 때문에 가끔 눈이 떨어져

내리고 투덕 투덕 어디선가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뿐 고요하고 깨끗해서 좋다. 눈이 내렸어도

누군가 부지런한 이가 많이 다녀갔는지 발자국이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눈길에서는 조심 조심 가야

한다고,누군가 내 발자국을 이정표 삼을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그런데 난 누군가의 발

자국을 따르기 보다는 사람들이 밟지 않은 곳을 밟으며 올랐다. 먼저 누군가 밟고 지나간 곳은 눈이

녹아서 진흙탕길이다. 눈을 밟고 오르는 편이 더 나아 그랬더니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참 좋다.

 

 

 

 

 

 

 

어제 눈이 정말 많이 내렸나보다.십센티가 넘게 쌓여 있는 듯 하다. 오늘도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맑은 하늘이라 더 좋다.눈이 내린 후 파란 하늘이면 정말 멋지다. 아무도 밟지 않은 햐얀

눈이 쌓인 곳을 밟으며 내 발자국을 찍어 놓고 잠시 숲에 정지한 듯 가만히 숲의 소리를 들어 본다.

고요함도 좋고 두 뺨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이 정말 좋다.상쾌하다. 가슴속이 다 후련해진다. 산에

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산의 초입에 들어서서 미끄러울까봐 산은 오르지 않고 둘레길만

걸어야지 생각을 했다.그러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다니..하는 생각이 들어 올랐는데 역시나 오르

길 잘했다.미리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서두르지 않고 걸으면 괜찮은데 미리 걱정을.

 

 

 

 

 

 

붐비지 않아서 좋고 더렵혀지지 않아서 좋고.나무가 낙엽을 떨구어 내고 빈가지를 하얀 눈이 채워

져 따뜻해 보인다.하얀 솜옷을 입은 나무들이 바람에 하얀 눈을 털어 내면 다시금 눈이 내리는 듯

한 풍경을 자아낸다. 눈이 내리니 울동네 풍경도 다르게 보이고 하얀 눈이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든다.

또 다른 시선을 안겨준다.

 

 

 

 

 

욕심내지 않고 올랐더니 더 금방 정상에 오른 듯 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는데 자꾸만 뒤에

서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오르다 잠깐 뒤돌아 보면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리지.

하고 뒤돌아보면 나 혼자다. 모자에 있는 귀마개를 했더니 소리가 더 분산되서 들리는지 자꾸 누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겨울이 따라오나. 정상에 서서 한동안 시원한 공기로 몸속에 가득 충전해 본다.

시원하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전부 하얗게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울동네도 눈으로 덮여 다른 공

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들고 이제 본격적인 겨울인양 난 잠시 서서 겨울을 본다.

 

 

 

 

 

 

늘 뒷산에 오면 망설인다.산 하나만 타고 말아야지 하다가 정상에서 하산길로 내려오고 나면

다시 이어지는 작은 산에 또 가고 싶은 것이다. 뒷산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한바퀴 돌고 나면

한시간정도 천천히 돌면 넉넉하게 잡아도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요한다. 그래서 운동하기 딱

좋은데 요게 또 게으름모드이면 오기 싫은 것이다. 한번 오면 자꾸 오고 싶은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보면 체력도 떨어지고 뒷산도 힘든 저질체력이 되고 만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내려서일까

정말 가뿐하게 두 산을 모두 걸었다.사람이 지나간 곳은 벌써 눈이 녹고 있어 질척질척,그래서 더

눈이 쌓인 길을 걸었더니 느낌이 더 좋다.

 

 

 

 

눈오면 꼭 한번 해보는~~ㅋㅋ

 

 

 

 

 

작은 산에서 오는 길 둘레길로 오는데 아가배,돌배나무에 돌배가 매달려 있다. 하나를 따서 보니

속이 까맣게 익은 채로 있어 입에 넣고 먹었다.어릴 때 산밭에 아버지와 함께 하서 많이 따먹던

것인데..이젠 추억만 남고 아버지는 곁에 없으시니 아가배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아가배를

따고 찍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며 크게 기침을 해서 깜짝 놀랐다. 지나간다고 표시로 한 것 같은데

난 이런 소리에 정말 크게 놀란다. 남겨진 시간은 나 혼자,아가배와 함께 나도 겨울 이 시간 속에

추억 한자락 저장해 본다.

 

 

 

 

 

 

산행을 마치고 따뜻한 메밀차 한 잔 따라서 마시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이다.

내가 산에 들어설 때도 날이 좋았고 눈도 내리지 않아서 산행하기 정말 좋았는데 마치자마자 눈이

내리다니.혼자 산에 있는 시간이 넘 좋아 신날새의 해금 음악을 틀어 놓고 따뜻한 메밀차를 마시며

잠시 이 시간을 혼자 즐겼다. 완전한 겨울나무로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 오늘은 내가 겨울

나무가 되어 눈을 맞은 것처럼 이 기분 뭘까? 눈이 내리면 겨울산은 이렇게 뒷산이라도 몇 번 올라

야 설레임이 줄어 드는데 겨울맛을 보았으니 한동안 여운이 길게 갈 듯 하다. 미끄러울까봐 넘어질

까봐 미리 걱정하고 포기하려 했는데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잘 오르고 내리고 그렇게 또 한페이지

겨울이야기를 간직하게 되었다.오늘도 눈예보가 있었고 많이 내린다는데 내일도 뒷산 예약을 할까.

암튼 산에 오니 상쾌하고 시원하고 맘 속이 다 후련해지는 깨끗한 기분 넘 좋다.이래서 또 겨울산을

찾는가보다.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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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식객 -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
SBS 스페셜 방랑식객 제작팀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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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는 '먹는 것' 이 정말 중요한 일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먹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건강은 '밥상'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그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고 했다.더불어 우리가 건강한 밥상을 만들려면 부활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네 오래된 정사와 같은 '장독대'가 살아나야 한다는 말을 대안스님 강연에서 듣고 무척 공감했고 나 또한 장을 담아 먹고 싶지만 아파트라 시골에서 가져 온 것들 보관조차 힘들다. 냉장고에 겨우 조금씩 넣어 두고 먹는 입장이라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는 무엇을 물려줄지 걱정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아 먹어야 인공조미료에서 벗아날 수 있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 수 있다.그런가 하면 음식의 베이스가 되는 조미료가 건강하다면 '재료' 또한 좋아야 할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재료일 것이다. 예전에는 먹던 것들도 인스턴트와 외식에 길들여지다보니 안먹는 그저 '잡풀'로만 알고 있다. 약초나 그외 식물에 관한 책들을 보다보면 먹지 못할 것들이 없다. 대부분 먹을 수 있는데 우린 그저 잡초로 간주하고 있는데 '자연요리가 임지호' 를 따라가다보면 먹지 못할 것들이 없다.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 이름 모를 풀들도 다 존재 이유가 있다. 척박한 산골마을 주변에 피어 있는 이 풀들은 모두 산골마을 사람들을 위한 보양식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하기에 다름 아닌 그곳에 피어 있는 것이다.

 

자연요리가 임지호에 관심이 있었는데 SBS 방송을 챙겨 보다가 더 푹 빠져들게 되었다. 그의 요리에는 '레시피'가 따로 없고 요리에 모든 것의 경계가 없다. 그릇이며 조미료며 재료등 모든 것들이 그저 자연이고 자연스럽다. 그러니 먹는 이도 감탄에 감탄을 하며 먹고 또한 정성이 깃들어져 더욱 감동을 하며,세상에서 단 하나 자신만을 위한 요리를 먹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그보다 이 스페셜을 보면서 그가 '어머니'에 못다한 사랑을 음식보시로 모든 길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하고 있는 진정한 마음을 느껴 더 감동을 하며 보았다. 음식이란 혼자 먹기 보다는 맛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둘러 앉아 맛있게 먹으며 음식에 대한 추억을 쌓을 때가 더 맛있다. 그래서 어린시절 식구들이 모두 둘러 앉아 시골집 앞마다에서 멍석을 펴고 두레밥에 둘어 앉아 먹었던 친정엄마의 그 모든 음식들이 고스란히 모두 맛있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는가 보다. '음식은 추억이다.' '음식은 치유다' '음식은 만남이다' '음식은 소통이다' '음식은 미래다'

 

운신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 병수발을 8년째 하고 계시다는 할아버지의 순정이 아름답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쉽다.하지만 두 사람이 오랜 세월 서로 바라보며 한 몸처럼 아껴주는 사랑은 쉽지 않다. 그런 사랑은 기적이 된다. 감자,하귤, 양외잎,백년초꿀,치자꽃이 전부였던 오후의 간식공양으로 나는 작은 기적을 배운다.

 

그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면 모든 자연이 다 먹기리고 우리 몸에 좋은 기운을 주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고 지나치지 않는다. 길 가에 있는 이끼 풀 한 포기 모두가 음식의 재료가 된다. 할머니들은 '그걸 어떻게 먹누?' 라고 하시지만 음식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정성과 노력을 보면 정말 맛나게 드신다. 정해져 있지 않은 레시피지만 그의 머리속에서는 아니 마음에서 우러난 음식은 하자의 '선물' 이 되어 화려하게 탄생한다. 인공 조미료를 감미하지 않고 그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밑간을 하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결코 화려하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내지만 그가 만들어낸 음식들은 정말 화려하다. 그 속에 '잡초'의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정성과 오랜 연륜이 묻어난다.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우리가 '먹지 않는 것' 이라고 간주하고 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렵고 아토피로 혹은 편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쉽게 마트에서 살 수 있고 외식으로 쉽게 한 끼 해결하는 현실이 점점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옛날에는 몇 가지 나물을 아는가가 며느릿감을 가늠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없는 살림일수록 식구들 먹여 살릴 지혜를 가진 여자가 필요했다. 없으면 없을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와 지혜가 생긴다. 스스로 궁리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또 방법을 찾으면 실제로 무궁무진한 해결책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식구들 먹거리를 챙기다보니 나 또한 음식과 요리와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야생화며 식물에 관심을 갖다보니 정말 다니다 이게 무슨 맛일까 하고 꽃을 따서 먹어 보기도 하고 찾아서 무슨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읽어보게 된다.그래야 내것이 되어 한번이라도 더 찾게 된다. 하지만 쉽게 인공조미료나 쉬운 것들에 길들여져서 건강한 식문화로 가족을 접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주부들은 매 끼니를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쉽게 외식으로 한끼 해결할 때가 제일 편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하여 마트에서 사는 재표비와 외식비를 따져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의 건강이 내 손에 달렸다면 아마도 그런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지 않을까.

 

이제는 식재료의 이동거리를 줄여야 한다. 멀리서 생산된 먹을거리에 무에 좋을 게 있을까.일단 신선도가 떨어진다. 신선도를 억지로 유지시키려고 방부처리를 하거나 수확 후 농약으로 아예 목욕을 시키기도 한다. 그런 식재료를 가져와서 아무리 세척을 한들 이미 본래의 것을 잃어버리고 화학물질로 칠갑을 했으니 우리 몸에 좋을 턱이 없다.

 

요리도 생각을 조금 바꾸고 내가 조금 힘든 것을 참아가며 인내하다보면 더 좋은 먹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 내가 천연조미료로 준비하는 것은 귀하고 좋은 것이 아니다. 마른새우를 사서 대가리가 있는 것을 떼어내어 그것을 갈아서 '새우가루'를 해 놓고 국물멸치에서 떼어낸 멸치대가리와 부스러기를 갈아 '멸치가루'를 만들어 놓고 바닷가에 놀러 가게 되면 마른 반찬거리와 미역 다시마 그외 것들을 조금 넉넉하게 사 온다. 편다시마로 만들어 놓고 음식에 대부분 다시마를 넣어 먹고 부스러기는 갈아서 국물요리나 볶음요리에 쓴다. 실천하다보면 쉽다. 쉬운 것에 길들여지기 보다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주부들의 생각이 깨어야 한다. 그가 우리 주변의 재료로 차려내는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는 그야말로 가슴에 묻은 아들을 생각나게 하고 먼저 간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줘 정성 한 접시를 먹고 따뜻한 에너지를 충전하여 미래로 나아가게 한다.그의 요리는 기적이고 생명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인간과 똑같이 제 나름의 해석을 갖고 있다. 그것은 땅에 대한,우주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며 몸으로,생김으로,색으로 다표현된다. 온 산의 풀이 약이다. 자연이 만든 밥상이 우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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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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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정말 덥다 덥다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거기에 장마가 정말 대단했다. 입추도 지나고 처서인지만 아직도 덥다. 우리나가가 아열대성 기후로 들어서서 '스콜'이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소리도 나오고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접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나가다보면 겨울이 그리운데 그렇다고 겨울이 오면 또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사람이란 정말 간사해서 추우면 더운 것을 원하고 더우면 추운 것을 원한다. 해가 나면 비가 오길 바라는 것과 같이 그래서였을까 덥길래 겨울 이야기와 같은 이 책을 꺼내들고 사진만 죽죽 넘겨 가며 보아도 정말 시원하고 좋은 것이다. 난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하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추운것을 잘 이겨내지 못하지만 눈을 좋아해서 눈이 오면 밖을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져 혼자서라도 뒷산에 올라가 설경을 담곤 하는데 직접 눈으로 보는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은 어떨까 정말 기대되서 얼른 읽어 나갔다. 정말 이쁘고 멋진 사진집이다.

 

프롤로그에서 처음 글로 접한 '중독', 하얀 겨울을 보고 있으면 정말 힘들지만 중독일 될 듯 하다. 피요르드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중세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된 뭔가 장중하면서도 눈과 함께 하는 몽환적인 느낌에 기다리는 자에게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오로라'까지 정말 중독이 아니고는 북유럽의 겨울을 만나기 힘들 듯 하다.하지만 이곳은 모든 여행자들이 떠나가기라도 한 듯 텅텅 빈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그런 가운데 무언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준 듯 하다. 게스트하우스에 주인장도 없고 여행객도 없고 혼자서 텅텅빈 게스트하우스를 혼자 독차지 하고 과연 맘 편히 잠이 올까? 한편으로는 그런 시간을 언제 또 누려볼까? 난 여행할 때 여행객들이 북적북적한 곳보다는 한적할 때를 더 좋아한다. 가끔 으스스 하면서도 한적함에 더 많은 것을 담고 사유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많으면 밀려 다니며 덜 보고 덜 느끼는 듯 하다.하지만 몇 시간씩 달려도 주유소도 가게도 보이지 않는 한적함에 영어가 아닌 자국어를 너무 사랑한다면 여행객들은 힘들지 않을까.

 

북부 지역 역시 가는 곳마다 숨 막히는 절경의 연속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다 싶었다. 생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이 어디 별스러울 수 있을까. 세상은 그저 다 비슷비슷한 것들로 만들어져 있을 뿐인데,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달랐다.꽁꽁 언 땅에서 김이 올라오고,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는 섬, 게다가 실수로 조금만 더 북으로 나아가도 빙하와 맞닿을 듯한 이곳에선 고립된 채로 오랜시간을 견뎌온 고독의 냄새가 났다.

 

그가 발을 옮긴 곳은 아이슬란드,핀란드,러시아,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이다. 많이 들어 본 나라도 있고 많이 들어봤어도 잘 모르는 곳도 있는데 사진을 보며 읽어 나가다 보면 몰라도 빠져 든다. 인공온천인 '블루라군' 사진을 보니 정말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환적인 색의 온천에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데 이곳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온천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겨울의 황량함 보다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서일까 여유가 느껴진다.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고 여행객도 그렇고 모두가 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설경속의 여유가 더위를 날려준다. 이런 겨울은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기 보다는 남의 것을 훔쳐 보는 것이 더 재밌다.

 

겨울은 겨울 그대로의 묘미가 있는 듯 하다. 여행객이 없어 불편한 점은 있어도 설경이 주는 피요르의 아름다움이 얼마전에 본 '설국열차' 를 보는 듯한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동 거리며 기다려도 꼭꼭 숨겨두듯 잘 보여주지 않는 오로라,그것을 핀란드에서 잠깐이지만 만난 그 희열은 아마도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간접적으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데 오싹 오싹 하면서도 왜 끝까지 가고 싶어지는지,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보다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기대되는 것은 뭘까. 오로라 뿐만이 아니라 소설 속의 그곳도 만나보고 멋진 여행을 많이 했지만 역시나 여행은 낯설고 멋진 풍경도 좋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일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이를 다른 곳에서 반갑게 만나기도 하고 카페에서 만났던 이를 또 다시 찾아게 만나게 되는가하면 헤어졌던 이의 목소리마져 반갑게 들려오지 않을까.

 

시원하면서도 정말 멋진 구경을 한여름에 하니 더 좋다. 겨울여행은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정말 힘든 여행일텐데 덕분에 시원한 여행을 했다. 추운 겨울만 담은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아름답고 삭막함 보다는 풍성함이 느껴지는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여행이었다. 요즘 북유럽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더 찾아 읽고 있는데 얼마전에 읽은 <스노우맨> 생각도 나고 타우누스 시리즈도 생각나면서 그가 러시아에서 찾은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주는 여운도 있지만 <전쟁과 평화> 라는 영화가 더 생각나는 것은 뭘까. 이 책은 겨울에 봐도 정말 좋을 듯 하다. 겨울에 보면 겨울이 주는 그 묘미를 또 다시 느낄 듯 하다. 여름엔 시원하게 읽을 수 있고 겨울엔 그 아름다움을 더 느끼며 볼 수 있는 북유럽의 겨울이야기다. 겨울에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그가 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나 또한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잊지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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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식감이 좋은 콜라비파프리카김치

 

 

지난주 금요일에 돌산갓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콜라비 두개 들은 것이 990원,파프리카 두개에 990

원이길래 사 온 것이 있는데 물김치를 담을까 샐러드를 할까 하다가 콜라비와 파프리카를 넣고 김치

를 담기로 했다.콜라비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아삭아삭해서 샐러드나 김치를 담아 먹으면 좋다. 즐겨

먹지 않았는데 한번 먹어보니 괜찮아 가끔 사서 먹고 있는데 이번에 김치는 어떤지 한번 담아 보았다.

 

 

*준비물/콜라비 2개,파프리카 2개,양파1개, 그외 양념...

 

*시작/

1.콜라비는 위와 아래를 잘라내고 잎이 있던 부분도 깔끔하게 잘라내 준 후 깨끗이 씻어 준다.

2.콜라비는 납작하게 썰어 주고 파프리카와 양파도 알맞은 크기로 썰어 준다.

3.고추가루,까나리액젓,새우젓,다진마늘,생강가루,연근가루 그외 양념을 넣고 버무려 준다.

(묵혀 두고 먹기 두고 금방 먹으면 좋을 듯 해서 조금만 담아 바로 먹기 좋게..)

 

 

연근가루를 한숟갈 넣어 준다.. 김치가 금방 시어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처음 담아 본 콜라비파프리카김치인데 담아서 금방 먹어도 아삭아삭 괜찮다. 간이 약간 덜 베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뜨꺼운 밥에 아삭아삭 콜라비파프리카김치와 주말에 담은 돌산갓

김치와 함께 그리고 어묵탕과 고등어조림과 함께 하니 맛있다. 딸들이 객지에 나가 있으니 이런것

하나를 먹어도 늘 걸린다. 녀석들 겨울에 오면 맛있는 김치 많이 담아 함께 먹어야 할 듯 하다. 

돌산갓김치만 있어도 밥한그릇 뚝딱인데 콜라비파프리카김치를 담아서 함께 먹으니 아삭아삭

기분 좋은 밥상이다. 요거 한번 먹어보고 자꾸 담아 먹을 듯 느낌,아직은 아삭하니 맛있다.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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