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인가 대학 동기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곤혹스럽다.결코 말이 없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그런 자리에 가면 의외로 할 말이 별로 없어진다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더 할 말이 없어지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면서도 스스로 낯선 상황에 처한다.

문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대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 크는 거 이야기하고 과거의 추억담들을 몇 가지 꺼내고 나면 별로 나눌 말이 없다.결국 이야기는 '돈' 이 화제가 되기 십상이다.누가 돈을 벌었네 부터 어떻게 하면 돈이 되네 ..또는 돈 벌기 쉽지 않네 등등 

사람 사는게 '돈'과 뗄래야 뗄 수 없다 보니 '돈'이 공통의 화제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그런데 온갖 부동산과 재테크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주로 듣고) 나면 허전하다.나를 더 허전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20대 초반 그들 얼굴이다.대개 과거의 모습에서 현재의 모습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이런 사실은 마음을 더 허전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다른 말로 하면 나는 지금의 그의 모습에서 머리가 세어버린 미래의 친구들의 모습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는 지금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분명하다.그들이 순순했다기 보다는 그들이 순수의 시대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아보인 것 뿐이다.이제 그들의 지난 날은 돌아올 수 없는 김광석의 목소리처럼 박제된 CD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물론 대학 동기들과의 대화 소재가 한정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의식해서 일 수 도 있다.즉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시선 속에서 상대를 스스로 일반화 시켜 버린 것일 수 도 있다는 말이다.소통의 빈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는 않다.더 잦은 만남을 갖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오늘 낮에는 대학 선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한때 운동을 좀 했던 선배다.나름 멋있었고 88만원 세대는 부러워 할 만한 거품 경제의 끝자락에서 대학 내내 시위만 하다가도 대략 기자가 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이다.그런 자리에 가면 기억나는 사람들의 근황과 얼굴과 이름을 매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의 근황을 한꺼번에 듣는다.결과적으로 그 자리에서 내 코는 오래 묵은 신문지같은 '운동의 향수와 후일담' 의 향기를 맡았으며 내 귀는 부서지기 싫어하는 자긍심과 현실의 불일치 사이에서 생기는 파열음을 들었다.

대학 다닐때 검은 양복에 갈라진 목소리,부서질 것 같지 않은 단호함으로 후배들을 독려하던 사람들.그들은 지금 청와대 어딘가에 있거나 다음 총선에서 어디 나온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있다.또 그걸 전하는 양반들 역시 나름대로 시장 군수쯤은 지독히도 괴롭힐 수 있는 자리에 있다.한 두 번 그들의 비리를 건드린 것을 마치 자신의 도덕성과 지사성이 지금도 저류에 깔려있다는 듯 행세한다.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 특성으로 부터 개인적 혜택을 보는 바가 더 크다.

예를 들어 오늘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는 선생님인 자기 와이프를 경남에서 부산으로 옮기기 위해 교육감과 직접 만나서 쇼부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또는 신도시로 편입되는 자기 집의 감정평가를 높게 받기 위해 자기가 일하는 언론사를 이야기하면서 함께 술 한잔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그 결과 -예를 들어- 보상되는 감나무 6그루가 16그루로 기록된다는 둥...

이런 이야기들이 부끄러움 없이 마치 자신들의 특권들을 전시하는 양 내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다.그건 그 사람이 뻔뻔해서가 아니다.이런 정도의 특권들은 '너희들도 다 보는 거 아니냐'는 내집단의 음탕함에 대해 씨익하고 서로 웃음을 나누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나는 이래 저래 비주류고 적응 못하고 있다.약간 심기도 불편하다 보니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인간적으로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오히려 그런 저런 너스레를 떨고 우하하 웃으며 공감하고 어깨를 두르렸던 사람들이 더 훈훈하게 기억될 것이다.

운동하던 선배들은 '저 자식 예나 지금이나 뭔가 센티멘탈한척 안 섞이네.세상 살면서 뭐 날카로운 의식이나 있는 놈인가?  지 멋대로 생각없이 살다 가것지' ..할 것이고,어울렁 더울렁 동기들은 '저거 또 잘난 척하네.뭐가 또 그렇게 까탈스럽냐?' 할 것이다.

술 판을 엎을 만큼 혈기가 왕성한 것도 아니고 대놓고 논쟁을 벌일 만큼 열이 뻗치지도 않는다.그래저래 내가 속한 공간에서 늘 비주류 인생이다.동문회에서는 동문회대로,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알라딘은 알라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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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7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께서 '변절'이라고 표현하셨던, 그 88만원 세대의 전형이군요. 드팀전님 심기가 많이 불편하셨겠습니다. 그래도 비주류가 낫지 않겠습니까?

드팀전 2008-01-07 10:22   좋아요 0 | URL
^^ 뭐 변절이라는 거창한 말까지야.그냥 거기서 머무는 것이지요.제가 가장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너 거기서 멈추었구나'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날의 훈장을 가지고 현재의 도덕성을 위장한다는 겁니다.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 마지막 구절이 생각나네요.

바람돌이 2008-01-07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다 관두고 알라딘은 알라딘대로가 걸리네요. ^^;; 알라딘 주류는 누군가????
방금 깨달은건데요. 제가 지금까지 계속 만나는 대학친구들(뭐 선배도 있고 동기도 후배도 있죠)중에 뭐 저렇게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인간이 하나도 없는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재테크니 뭐니에 관심있는 인간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얘기를 아무도 안한다는것도 다행이고요. 대학이 별볼일 없는데여서 그런가? ㅎㅎ

드팀전 2008-01-07 10:28   좋아요 0 | URL
^^ 알라딘은 주류고 비주류고 그닥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치만 또 보이지 않는 선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제가 비주류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알라딘에서 소외시키는 짓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적을 두고 있으돼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소통을 도모하지만 소통으로 부터 거리를 두고 철수하는 방식.
바람돌이님의 인간관계가 재미있군요.좋아 보인다고 해야지 좋을텐데..꼭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게 접니다.^^ 그렇기때문에 바람돌이님은 저같은 묘한 감정을 경험하시고 거기서 무언가 챙기실 기회가 줄어드신 것이잖아욥..

조선인 2008-01-0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그건 아니죠. 우린 이미 끼리끼리 놀고 더 이상 껄쩍지근한 대화를 나누게 될 대상과는 소원해진 거 아닐까요?

드팀전 2008-01-07 10:31   좋아요 0 | URL
워낙 층이 다양하고 관심사가 넓다보니 ...우리라는 말을 짓기도 어렵습니다만.걸쩍지근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맞는 말인 듯 합니다.무언가 자기가 스스로 깨우쳐서 얻기 전까지 타인의 말에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는게 어른들 아닐까 싶습니다.그 동안 알라딘에서 보여진 그 껄쩍지근한 대화들이 전개된 방식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구요.아마 오프라인이 더 나을겝니다.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자기주장만 서로 하다가 마는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바람돌이 2008-01-07 23:11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과 조선인님한테 한방 맞은 기분!! ㅎㅎ
근데 그 한방이 별로 불쾌하진 않군요. 다만 현재의 제 삶의 방식을 정확히 짚었다는거에 약간 당황했다고 할까요? 이전에 너무 많은 인간관계를 벌려놓았던 경험일까요? 지금은 그냥 제 본성대로 이렇게 살고싶네요.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겟지만.... 여기서도 남의 말을 듣기도 하고 수긍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버리지 않는 즉 변화는 하지 않는 저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군요. ㅎㅎ

마늘빵 2008-01-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왜욧. 제가 있잖아욧.

드팀전 2008-01-07 10:34   좋아요 0 | URL
아프님이 있어도..어쩔 수 없잖아요.^^
우산을 들고 가도 비에 맞을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튜브를 들고 가도 수영장에서 물먹을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면허가 있어도 접촉사고를 낼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보던지..^^

글샘 2008-01-0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처럼 대놓고 동창회같은 패거리 문화에 아예 끼질 않는다면 모르되, 비슷한 환경에 놓이지 않을 수 없지요.
동창이랍시고 술마시고 하는 얘기들이라고는 '밥벌이의 구차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뻐기기에 가깝지요. 하긴 그런 넘들이나 모여 끼리끼리 친목을 다지는 모양입니다만...
드팀전님의 '떼'가 다시 발동하셨군요. ^^
'순수'가 지향하던 '운동'은 이제 다시 '권력'과 손을 맞잡은 꼬락서니를 볼 때, 저는 이오덕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 전우익 선생님 들을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교장도 되고, 종지기가 되고, 농부가 되었지만, 정신만은 형형했던 그 분들의 삶을 말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일기 보면... 웃음도 나요. 찬장의 고등어 자반이 썩어서 버리며 아내랑 다투는 이야기들... 큰 정신은 올곧게 살고, 그러면서 날마다 이 비루한 세상에서 허우적 대는 것이 '삶'이 아닐까요?
권정생 선생님이, 쥐새끼랑 자는 것도 포근했다...는 말을 하시는데, 얼마나 쓸쓸함이 짙게 묻어나는지요.
이제 '떼'는 가끔만 쓰시고, 진지한 리뷰로 독자들에게 감동도 주시는 것이 어떨는지...
어차피 알라딘이야 책읽은 이야기 나누는 쪽이니 가벼운 만남이기 쉽지만요.
머리만 커지고, 손발은 하염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는 일,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드팀전님의 진심은 '떼쓰기'보다는 좋은 리뷰로 읽는 이들의 독서를 이끌어 주는 방식으로도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드팀전 2008-01-07 14:41   좋아요 0 | URL
저는 떼를 가끔만 썻답니다.^^
그런데 제가 가끔 그런 생각하는 거 아세요.이오덕,권정생,전우익 선생 역시 트렌드가 아닐까 하는 거? 좋게 보면 '삶의 바른 길을 안내해주는 지표'로서의 역할인데..왜 하필이면 그 분들이 이 시대에 '바른지표'라는 '상징'으로 책 읽는 분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요.
아..네..물론 저도 그분들의 삶의 존경합니다.그런데 존경 한다고 존경만 계속하고 회의하지 않아야 한다면 이 분들 역시 '천국의 황우석'같이 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같은 논리 함정에 들어서게 되지요.
이런 회의가 불경하고 떼쓰기라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떼를 쓸 참입니다.그게 대학 동기든 맑스든 권정생이든...

리뷰로 독서를 이끄는 방식은 제가 알라딘과 관계 맺는 방식과는 별로 상관이 없기때문에 그렇게는 못할 듯 합니다.오히려 탱스투 몇 백원에 '누가 했을까'를 잠깐 생각한다면 솔직한 말이겠구요.탱스투는 꼭 리뷰가 좋거나 해서는 아니잖아요? 이미 어떤 리뷰의 조각이라도 읽어 본 사람은 이미 그 책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는 거지요.제 리뷰가 크게 타인에게 유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저는 제가 글을 쓰면서 제 머릿 속에 사분오열되어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용도로 또는 제 생각을 문자로 남기면서 스스로 선언하는 효과로 리뷰를 쓸때가 훨씬 많답니다.

오예...제가 길게 쓰니까 댓글이 길어 보이네요.인기페이퍼 마냥.다 낚인거지 뭐 !!

2008-01-0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1-0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히 주류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으신 거 아닌가요?=3=3=3

드팀전 2008-01-1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맞는 것 같아요.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비주류가 되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되고 싶지도 않고....무언가 되고 싶은 것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다는게 되고 싶어요.^^ (죽는것 밖에 없겠군.그러면 주검이 되나..켕)

비로그인 2008-01-1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검이라니요. 자우림의 오렌지 마멀레이드처럼 상큼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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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많이 읽지도 못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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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5 01:25   좋아요 0 | URL
본건 치즈와 구더기 하나고,
관심가는건 슬럼, 지구를 뒤덮다랑 혁명을 팝니다
한해가 또 가네요. 하는 일없이 나이만 먹는듯.... 오늘 크리스마슨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모를려나요? 즐거운 하루돼세요. 안 즐거워도 즐거워지세요. ^^

마노아 2007-12-25 12:01   좋아요 0 | URL
아, 잊지 않고 별찜해 둡니다. 유익한 리스트가 될 거야요. 드팀전님 메리 크리스마스~

바밤바 2008-02-01 02:37   좋아요 0 | URL
오늘 도서관에서 자본주의 역사강의란 책이 눈에 뜨이길래 왜그런지 했더니 드팀전님 블로그에서 본거 였네요. 알게 모르게 삶에 많이 영향을 미치시는듯. ㅎ
 
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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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마지막 책을 고를 때는 망설이게 된다.마치 어물전에서 놓인 고등어를 고르며 이것 저것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처럼.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쌓여 있는 책들 속에서 머뭇 머뭇 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책들이 아우성이었다.마지막 구명정에 타려는 것 처럼 제 각각 자기가 승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시끄러워.' 귀를 막고 소리들을 떨쳐냈다.결국 삼 천년 가까이 묵직하게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있었을 <일리아스>를 마지막 구조자 명단에 올렸다.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득의만만하게 킬킬 거렸다.

 올 연말은 무척이나 방학이 그립다.생각해보니 흔히 고전이라고 알려진 책들을 본 것은 주로 방학 때였다.<삼국지>,<수호지>,<사기>,<플루타크 영웅전>,<그리스 로마 신화>. 내가 처음으로 <일리아드/오딧세이>를 본 것도 겨울 방학 때였다.긴 시간이 지나 천병희 교수의 두꺼운 <일리아스>를 펼쳐드니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 없었던 방학 때가 사무치게 그립다.쉬는 시간 학교 휴게실에서 사먹던 야채 호빵에 대한 그리움처럼 말이다.방학이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방학 때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내게는 엄살로 보인다.'우리 것만 좋은' 게 아니라 방학은 직장인들의 영원한 로망이다.법적으로 주어진 휴가도 눈치보며 써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말이다.

 그리스 서사시는 결국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이다.사실 트로이 전쟁은 신들의 전쟁에 가깝다.신들이 두는 체스판의 말들처럼 영웅들이 울다 웃다 한다.그렇다고 인간이 아무런 숭고함이나 자유의지도 없이 목줄 매단 강어지 마냥 종속된 존재들만은 아니다.그들은 때로 신을 위협하기도 하고 운명에 초연하기도 하다.초연함이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생의 모순의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 아니던가.여기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요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상투적 모습이다.조금 좋게 말하자면 부여된 역할에 대한 완전성이다.물론 이들도 실수를 하고 질투와 미망에 사로잡힌다.그거야 신들도 마찬가지다.그러나 필멸의 인간임에도 영웅들은 끝까지 영웅성이라는 고고함을 잃지 않는다.

주인공 아킬레우스만 보자.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이 인간은 오만방자 천하무적이다.그리스인이든 트로이인이든 그가 최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 인간은 아가멤논의 모욕에 완전히 삐쳐서 동족들의 죽음은 나몰라 한다.결국 불끈하고 창을 들고 일어서는 것도 파트로클로스라는 친구이자 시종의 부고를 듣고 난 다음이다. 아킬레우스의 사적 분노는 또 오바의 극치를 이루어 신들로 부터도 경계를 받는다.뛰어나지만 막무가내 같은 이 인간은 야수와 인간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철학자 김상봉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에서 이를 인간이 가진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완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아킬레우스의 극단적 성향은 또 하나의 인간에 대한 전범이 되는 것이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해서 <일리아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영웅들은 죽음이라는 필멸의 운명 자체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아폴론에게 속은 감이 있지만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헥토르 역시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이들에게 운명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것이기에 그것이 예정에 따라 집행되길 기원할 뿐이다.때로는 운명의 여신은 선택지를 준다.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는 운명을 선택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편안한 길 보다는 짧고 길이 남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다.결국 그것도 다 예정된 제 팔자일지 모른다.재미있는 것은 영웅들에게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는 것이 신들 조차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데 있다.신들의 초월성을 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그리스 서사시의 영웅들은 그 초월성 앞에서 운명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한다.김상봉 교수는 정신의 힘으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죽음을 초월하는 영원한 가치에 닿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사실 대개의 모든 영웅신화들과 최근의 영웅스토리 영화들까지 이와 유사한 정서를 담고 있다. <일리아스>는 모든 그것들의 원형이 되며 수 천년 전 그리스인들이 지향했던 신과 다르지 않은 인간 정신의 고고함을 담아내고 있다.

 <일리아스>의 가장 명장면은 사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도 아니고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기사도 정신도 아니다.마지막에 있는 프리아모스 왕이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간 장면이 첫 손에 꼽힐 만하다.

 언젠가 집에 갔을 때 아버지와 케이블 TV에서 하는 영화<트로이>를 보게 되었다.영화를 보시던 아버지가 그 장면에서 "야..저 왕이 진짜 멋있구만.."이라고 짧게 말씀하셨다.아마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영화<트로이>에서는 명배우 피터 오툴이 세상의 가장 큰 비극을 겪은 프리아모스 왕 역 맡았다.이 장면은 영화에서는 그 과정이 짧게 그려진다.그러나 <일리아스>에서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질질 끌고 다니는 장면에서 거대한 슬픔에 울부짖는 프리아모스의 모습이 묘사된다.그의 울음과 절규가 들리는 듯 하다.책에서는 헤르메스의 도움과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다.물론 영화<트로이>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영화 <트로이>와 <일리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의 존재'와 '신의 부재'의 차이이다.영화에서의 '신의 부재'를 좋게 봐준다면 -또한 일리아스를 읽는 한 독법으로도 가능한-신의 존재가 인간들에게 내재된 것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는 것이다.그리스 서사시의 신은 분명히 인간성의 한 측면으로서 읽힐 수 있기때문에 무리한 해석은 아닐것이다.단지 생태와 북어의 차이 같이 영화<트로이>와 서사시<일리아스>가 차이가 있다.(북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생태의 싱싱함이 늘상 한 수 위다.)어쨋거나 트로이를 두고 양편으로 갈라서서 싸우는 신들의 모습을 만날 수 없으니 영화로서는 포기해야 했던 부분이 너무 많았을 것이다.(그런데 사실 내게 영화 <트로이>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각의 독재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책을 읽다가 아킬레우스가 나오면 왜 금발의 브레드 피트가 떠오르고 파리스가 나오면 왜 올란도 볼룸이 들판을 뛰어다니냐 말이다.그 허튼 영상이 식탁 위를 찾아다니는 파리때처럼 잦아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프리아모스의 슬픔은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움직인다.우리는 삶의 여러 부문을 두고 갈등할 수 있으며 또한 폭력과 반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나는 '위선적인 공감' 보다는 '위악적인 갈등'이 훨씬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가 무난하게 묻어가는 무임승차를 도모하는 반면 후자는 요즘은 부정되기도 하지만 변증법적인 결과물들을 낳아서 세상을 움직인다.'갈등'을 한센병 환자처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또한 늘상 통합과 화해를 강조할 필요도 없다.세상에는 함께 있을 수는 있으나 섞일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이를 '관용'과 '화해'의 정신으로 억지로 묶어 놓으려는 갸륵한 마음은 때로는 진실을 허위로 덮거나 폭력이 될 수 있다.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프리아모스와 아킬레우스의 공감과도 같은 신의 피조물로서의 '측은지심'이다.서로 적이 될 지언정 인간임을 망각하지 않는 야수가 아닌 '인간'의 마음 말이다.실제 있었던 이야기였는지 누가 꾸며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전쟁과 관련된 우화가 생각난다.

학도병으로 아들을 보낸 어머니가 있었다.어느 춥고 무서운 밤, 집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어머니가 두려워 하며 문틈으로 보니 거기에는 거지꼴을 하고 꽁꽁 얼어붙어 있는 북한군이 서있었다.그는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낙오한 소년병이었다.어머니는 그를 두려워 하지 않고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다.그리고 다음 날 그들을 쫓아온 군인들도 돌려보냈다.며칠을 쉰 다음 그 소년병은 본대를 찾아서 북으로 올라갔다.그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자신의 아들의 적일 수도 있는 나를 살려주고 진짜 어머니처럼 잘 대접해 주었느냐고 물었다.어머니는 처음에 무섭기도 하고 내 아들을 해코지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있다 그 마음을 풀게 되었다고 말했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이 행여 자네처럼 북쪽 어딘가에서 낙오되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면 내가 이렇게 자네에게 해준 것 처럼 자네의 부모나 또 아니면 그 누군가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네를 돌봤다네...조심해서 올라가게나" 라고 말이다.

 이것이 인간의 마음 아닌가? 다음 날 '적을 숨겨준 부역자' 라고 어머니를 끌고가서 고문하는 것은 무엇이될까?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북한' 좋게 말한다고 하실 분이 있으니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밝힌다.) 전쟁이기때문에 반인륜적인 학살도 명령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 인간인가 저항권을 주장하며 불복하는것이 인간인가? 개인의 선택과 사회적 선택이 늘 같은 과정과 결과를 낳을 수는 없다.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 수 천 년 동안 수 억 만명의 마음을 움직였을 <일리아스>를 읽으며 먹고 사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추신> 한 해 동안 여러분 감사했습니다.제 날카로움에 베이신 분들께도 사과와 감사를 드리구요.좋은 글로 저를 1센티씩 키워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또한 제가 물렁 물렁 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던 제 주변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사회적,역사적 상황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강철이 단련되는 것은 모루 위에서라는 말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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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5 01:39   좋아요 0 | URL
올 한해 참 우울한 한해였던것 같네요. 특히나 그 피날레가...
하지만 절망은 희망을 위해 반드시 거칠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이기도 하죠.
올 한해 정리 잘 하시고 내년에 희망을 가지며 우리 만나요.
(근데 방학이 나름 힘들다고 하는건 엄살 맞아요. ㅎㅎ 제게는 책을 그래도 맘껏 읽을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고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낼수도 있는 황금같은 날인걸요. 이번 겨울에는 책 말고도 공부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아 연수도 두가지나 신청해놓았는걸요. 우리나라 불화의 이해 하고 미술상담치료법 하고... 만만치는 않지만 이렇게 뭔가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는것도 방학이니 방학이 있어 행복한거죠. 대한민국이 이런 인간다운 생활과 인간다움의 재충전을 위한 휴가라는 개념이 생기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가 최소 일년에 한달정도의 휴가는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싸워야죠... )

드팀전 2007-12-25 10:53   좋아요 0 | URL
대선때문에 그렇게 우울해할 필요까지야...오래전 부터 예상했던 거 잖아요.전 최소한 최장집 교수 말처럼 그것도 민주정치 체제하에서는 나올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해요.오히려 그걸 막겟다고 무리하게 달려들다가 더 민주적 가치들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여당은 야당이 되어서 이제 견제의 정치를 잘 하시고 의석수 유지도 힘들어보이는 민노당은 절차탁마하면서 한국 정치가 돌이킬 수 없는 선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방학 잘 보내세요.

ghwngo 2008-01-30 08:43   좋아요 0 | URL
리뷰보다 추신이 더 멋있군요. 1센티의 성장 부분이요. ^^* 책 따라 처음 들어와본 블로그인데, 정말 읽을거리가 풍성해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너는 너의 정치를 할 것이고...나는 나의 정치를 할 것이다.

... 

나는 춤추러 이 곳에 온 게 아니다.나는 싸움을 하러 왔다.

우리는 싸운다.

너의 정치가 나를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나를 꺽을 수 는 없다.

...

내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자기연민의 설사' 는 이번 주 까지만 해라.

아무도 널 토닥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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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노래 불러줄 사람이 있었던 때는 희망이 있었을때죠
역사는 때때로 아니 좀 더 자주 퇴보한다.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드팀전 2007-12-2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지금도 희망이 있는 겁니다...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면 보이지 않을뿐이지요.그래서 걸어야되나 봅니다.
 

내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임시 공휴일일게다.그렇지만 나는 내일 일하러 나와야 된다.아마 평소보다 더 늦게 까지 일을 해야 할 것같다.

나는 내일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투표해야 하는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듯이 투표하지 않는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객관식 1-12번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물론 내가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은 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셈이다.

BBK 동영상이 터져나왔지만 현재 판세를 뒤엎기에는 거의 불가능해보인다.정작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대선 이후 차기 총선을 두고 있을 이합집산이다.이회창이 선전을 하고 정치일선에 복귀하게 되면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할 듯 하다.거기에 대선 후 '팽' 당할 가능성도 있는-또는 BBK의 도덕적 책임을 물으며 스스로 벗어날지도 모를-세력이 있는 박근혜가 이회창과 손잡으면 웃기는 보-보 구도가 되는거다..이렇게 되면 이제 현재 신당과 민주당,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등이 어거지로라도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그러면서 "보수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총선 승리가 필수다'라고 또한번 소몰이를 해갈 것이다.헤게모니갈등은 그 이후다.우리에겐 가장 편리한 '집단지도체제'가  있다.최고 위원들 한자리 씩 차지하고 다시 한번 '진보'의 사탕발림을 해댈 것이다.민주노동당은 열외다.

이번에 투표하지 않기로 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정치가 객관식이 아니다' 라는 것을 좀 이야기하고 싶어서다.정치는 사람들의 관계다.정치는 소통의 형식이다.이것은 상호적이어야 한다.그런데 우리들은 대개 정치를 투표 동작으로 한정한다.기호 1-12번 중 누굴찍을까? 하는 정도다. 반복적 일상을 살아가면서 일종의 정치 이벤트를 정치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한다.그러니까 쉽게 정치에 실망하고 좌절한다.정치를 손에서 놓는 것은 마지막 구조선의 마지막 밧줄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다.

나는 이번 대선에 놀러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대신 매일 매일 사는 일상에서 '정치'를 실천하자.역사는 불행히도 아주 소걸음으로 지나간다.때로는 산과 냇물과 조잘거리느라 더디오는 봄날처럼 여기저기 기웃 기웃 거리면서 간다.근거없는 낙관을 말하지는 않겠다.분명히 삶은 더 고되질 것이다.결혼 후 1인당 가처분 소득이 학생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처럼 말이다.그렇지만 다리가 달린 모든 것들은 땅을 딛고 뛰어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놓은 것.그것 만큼 우리가 이루어낸 것이다.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갈 것이다.그러니 당신들은 이제 그 쓸모없는 '자기연민' 에 침을 뱉어라. 

투표하지 않는 다른 이유는 '민주노동당'때문이다.나는 아주 먼 미래에 이 정당이 지금의 근본정신을 잊지 않으며 집권하길 바란다.현실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연정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갑의 입장에서 끌어안길 바란다.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번에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지 않는다.다른 후보에게는 더더욱...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작지만 희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그러나 이제는 다시 한번 다듬질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마치 다져놓은 흙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풀보풀해지듯이 그런 시점이 되었다.민노당은 이번 대선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내부개혁과 새로운 지지기반 확충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된다.나는 앞으로도 이 당을 계속 지지할 것이고 또 지지율이 높아지기를 기원할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거창한 비유를 쓰자면 울면서 마속의 머리를 쳐낸 심정으로 냉정하게 민노당의 뒷통수를 갈기고 싶다.

김상봉교수가 그랬다나.."슬픔이 슬픔으로 건너가는 것이 정치다" 라고...맞는 말이다.

신도시의 아파트촌에 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개 아빠가 중형차 이상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남자가 마티즈를 타면 이상하게 생각한다.그건 여자들이 타는 차 이기 때문이다.그 동네 아이들은 1만원 받아서 맥도날드에서 모임갖는게 어색하지 않다.그렇기때문에 부모에게 쉽게 1만원을 요구한다.철수도 영희도 다 그러니까....

슬픔이 슬픔으로 건나가기 위해서 당신도 정치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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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2-1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민주주의는 멀어보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속의 이념이 성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합종연횡등과 같은 야합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선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념따윈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행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국민들이 묵시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정치판은 철새들이 또다른 철새들을 양산하는 부끄러운 현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판세를 볼 때 차기 대통령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후보가 될 것이 뻔해 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정치판의 향후 문제를 떠나 그가 한 모든 거짓말을 국민들도 인정해 주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들은 "모든 것을 국민들이 표로써 진실을 밝혀 주었습니다." 12/20부터 그들이 하게 될 말이 아닐까요?
이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라도 저는 투표를 할 겁니다.

드팀전 2007-12-19 09:42   좋아요 0 | URL
그렇게 하세요.^^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할겁니다.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웃기셔'라고 하세요.

바람돌이 2007-12-1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선이 없을때는 차선이라도... 아니 최악보다는 차악이???
하여튼 맘같아서는 투표장 가는 발을 꽁꽁 묶고싶지만, 아마도 전 가긴 가겠지요. 다른건 전혀 기대가 없고요. 민노당이 이번 대선 이후 좀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기만을 바랄뿐입니다.

드팀전 2007-12-20 18:07   좋아요 0 | URL
차선이라도까지는 어떻게든 타협해보긴 하지만 최악보다 차악은 이상하게도..
총학생회 분위기는 이 참에 좀 탈피해야될 것 같아요.이런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좀 더 쿨해져서 대중적 외연을 넓힐 수 있길 바래요.

비로그인 2007-12-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이번 대선에 투표도 안하는 게 차라리 정상이지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훅.

드팀전 2007-12-19 22:17   좋아요 0 | URL
글쎄요...그럼 투표 한 사람은 비상식적인 사람이 되니까 ..동의할수는 없네요.너무 슬퍼마세요..

느티나무 2007-12-1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똑똑해 보이십니다.(반어 아니구요..) 전 투표하고 왔고.. 결과보고 속상해서 전에 읽은 한겨레21의 글, 서재에 복사해 올리려고 왔다가 드팀전님 글 봤어요. 글이 참 서늘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