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나고 정말 제대로 아프고 있습니다.

우리는 갈라설 수 없는 두 친구와 함께 삽니다.하나는 정신이라는 이름이고 하나는 몸이라는 이름입니다. 앞의 친구는 똑똑하고 사려깊지만 거짓말도 잘하는 약은 친구입니다.다른 하나는 좀 바보같은 구석이 있어서 몇 몇 감각들은 가끔 어뚱한데 잘 속기도 합니다.그러나 정신이라는 친구에 비하면 훨씬 덜 약습니다.둘은 분리할 수 없는 썀쌍둥이입니다.그러나 만약 하나를 살려야 한다면 어떤 친구를 골라야할까요? 멍청하지만 거짓을 말하지 않는-비록 속을 수는 있을지언정-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가장 약한 구석부터 아프다고들 합니다.제 경우에는 목이 그런가 봅니다.휴가 마지막 날부터 목이 칼칼했습니다.모래 한 스푼 먹고 난 듯 했습니다.결국 어제는 몸살기운도 있고 목도 너무 불편해서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가 말하길 '어이구...목이 상당히 많이 부었는데요.꽤 아프시겠어요'

와이프는 등에 담이 걸렸고 저는 목감기로 몸이 많이 불편합니다.이런 상황을 알리 없는 예찬이는 계속 안아달라고만 합니다.어제 제 상황이 너무 않좋아 보였는지 와이프가 일찍 자라고 하더군요.염치 없었지만 그 말이 고마왔고 책방 소파에 누웠습니다.그게 저녁 8시쯤이었지요.밤에 한번 정도만 깨고 아침 6시까지 계속 잤습니다.몸살기운은 좀 나아졌지만 목은 오히려 더 아팠습니다.목 안에 작은 구슬 하나가 들어 있는 느낌입니다.다시 병원에 가봐야 겠습니다.

이상하게 한 영화가 생각이 났습니다.이은주의 마지막 영화였던 <주홍글씨>...그다지 뛰어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오히려 이은주의 죽음으로 기억되는 듯 합니다.제가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이은주때문이 아닙니다.이 영화에 쓰인 음악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돌아서 입니다.

아마 이 영화하면 이은주가 재즈바에서 불렀던 코어스의 <only when I sleep>이 생각 날 겁니다.고음부에서 이은주 특유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녀의 본업은 가수가 아니었기에 이 노래가 원곡보다 좋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었습니다.언어의 영향도 있었겠지요.

코어스의 원곡인데...안드레아 코어가 보컬이지요.뮤직비디오에서만큼 감정흡입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이 곡이 생각난 것은 아닙니다.제 머릿 속을 맴맴도는 곡은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곡입니다 영화 시작 하자마자 한석규의 드라이브 씬에서 이곡이 흘러나옵니다.한석규가 이 곡을 따라부르기도 하지요.기억나시는지...^^

전 이 영화 <주홍글씨>를 이 곡 때문에 기억합니다.이 곡이 쓰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거든요.

오페라를 들으신 분들은 이 유명한 아리아에 저같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베르디의 <운명의 힘>중에 나오는 <pace pace mio dio>라는 곡입니다.영화 사운드 트랙을 봤는데 아마 레나타 테발디의 것을 쓴 듯 합니다.

레나타 테발디의 동영상이 앞의 전주부분이 좀 짤렸더군요.테발디에 못지 않은 몽세라카바예의 동영상도 올려봅니다.<운명의 힘>을 잘 불렀던 가수로는 흑인인 레온타인 프라이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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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8-3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미녀 그룹이군요 ^^ 그래도 전 이은주의 꺾이는 목소리가 좋아요-

드팀전 2007-08-31 14:13   좋아요 0 | URL
그냥 들으면 누군지 모르다가 그 꺽이는 부분에서는 이은주같지요.
아깝네요..너무 빨리 다른 곳으로 가서

바람돌이 2007-08-3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셔서 어떡한대요. 예찬이가 아직 아긴데 두분다 아프시니 큰일이네요. 하여튼 엄마 아빠는 아플 자격도 없다니까요. 빨랑 빨랑 병원가셔서 나으세요.

드팀전 2007-08-31 14:12   좋아요 0 | URL
오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못갈듯

mong 2007-08-3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코어스의 베스트는 언제나 OLD TOWN 이에요
그것도 라이브 버전 ^^
발랄하면서도 싸하게 씁쓸한 그 느낌...
가는 여름이 심술을 부리는지 요즘 저도 몸살 기운이 있어요

드팀전 2007-08-31 14:12   좋아요 0 | URL
코어스는 라이브 버전이 더 좋은것 같아요..
저 여자 너무 매력적으로 생겼어요..내가 좋아하는 스탈

비로그인 2007-08-3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풍요로운 아침을 맞았습니다.

드팀전 2007-08-31 16:42   좋아요 0 | URL
^^그러셨다면

마늘빵 2007-08-3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곡으로 연주했었는데, 영화를 안 본 저는 그때가 떠오르는군요.

드팀전 2007-08-31 14:11   좋아요 0 | URL
영화도 재미있었어요...

비로그인 2007-08-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은주씨 보고 싶네요.

드팀전 2007-08-31 14:11   좋아요 0 | URL
전인권이 마약때문에 수사받아서..^^

2007-08-3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4-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드팀전님,전 아직 초보라 국내가수밖에는 몰라요.
이런 부끄러울데가.^^ 페이퍼 주소를 url에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이런 좋은 정보를 알려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오페라를 정말 '사랑'하시나봐요. ^^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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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공포영화다.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메노키오가 관뚜껑을 열고 벌떡 일어난다.월하의 공동묘지에서 박쪼개진 듯 나뉘어진 무덤에서 둥둥 떠나오는 소복귀신보다 리얼하다.세대간 소통을 위해서 좀 최근 비유를 쓰자.그렇다.이것은 <링>의 공포를 능가한다.(..이것도 오래되었나 ? ^^;.. 네!!)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는 링의 관절꺽기 귀신이 TV를 뚫고 나오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책장을 기어나왔다.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뚜벅 뚜벅 (# 음향효과..찌이이이익...)

도대체 관뚜겅 덮고 잘 자고 있는 방앗간 주인을 400년이나 흘러서 꺼낸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누구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를 깨웠을까? 그가 깨워낸 살아있는 좀비가 역사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박사는 알았을까?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는 '미시사'라는 새로운 역사학의 첫 단추를 끼운 고전이다.마치 탐정소설 같은 이 역사책을 읽다보면 왜 이탈리아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방앗간 주인을 깨워서 20세기에 되살려 놓았는지 알 수 있다.박사의 음모를 알고 싶은가?  진즈부르그 박사는 실로 엄청나다.그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공동묘지와 야산,또는 어느 산비탈에 뿌려진 모든 시체들을 깨워내려는 것이다.이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전지구적 카니발 아니겠는가? 

<치즈와 구더기>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았던 필부필남들이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즉 야산이나 공동묘지에 묻힌 사람들의 역사이다.이는 민중의 역사이며 나의 역사이기도 하다.진즈부르그 박사는 '종속계급'의 역사라고 말한다.이들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그래서 역사책은 언제나 '태정태세'와 '당파싸움'의 기록일뿐이다.그는'미시적'이라는 의미를 '현미경적 분석'이라고 말한다. 즉 갑오년 전쟁이 호미 들고 나갔다가 나주 부근에서 종적을 알 수 없게된 개똥이 아버지가 연구 대상이다.개똥이 아버지가 어디서 만든 무슨 브랜드의 호미를 들었는지..개똥이 아버지가 어쩌다가 거기에 휘말리게 되었는지..개똥이 아버지가 밥은 먹고 다녔는지..미시사는 개똥이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이다.사료만 있다면 CT와 MRI도 불가능할게 없다.진즈부르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하여 한 평범한 개인에게서 특정한 역사기간에 존재한 한 사회계층의 모든 특징을 어떤 소우주 (마이크로코스모스)속에서 추적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

그렇지만 민중들의 역사라고 하늘 아래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아니던가.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민중들의 역사라는 것도 지배계급의 역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독단적인 것은 아니다.진즈부르그는 바흐친의 '문화 상호간 교환모델'을 받아들여서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우주관과 그에 영향을 미친 지배계급의 문화와 사회적 변동을 읽어낸다.

메노키오는 16세기 이탈리아 동북부 프리울리 지방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방앗간 주인이다.그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으며 마을에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 존재였다.그렇다고 그가 무슨 정규 교육을 받은 엘리트는 아니었다.그는 1582년 종교재판소에 이단 혐의로 피소되었다.이후 투옥과 석방이 이어지다가 1599년에 화형에 처해진다.

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를 죽음으로 이끌어간 그의 우주관과 종교관에 대해 추적한다.은밀하고도 친절한 추적이어서 읽는 동안 이것이 역사서인지 탐정소설인지 헷갈린때가 있다.물론 이 추리소설에는 잔혹한 살인이나 얽힌 치정관계나 히치콕식으로 표현하자면 '맥거핀'같은 것들은 없다.조금 남달랐던 방앗간 주인의 뇌 속을 들어가보는 정도일 뿐이다.물론 그가 재판관에게 증언한 내용이 객관적 추적의 열쇠가 된다.그리고 하나는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들에 대해 유추한다.그의 머릿속에 악마가 돌아다니게 한 것.그것은 다름 아닌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책'이었다.

메노키오의 우주관과 종교관은 따로 길게 설명하지 않는게 나을 듯 하다.대략 이렇다.그는 유물론적이었으며 4대원소로 우주가 만들어졌다고 믿었다.이 책의 제목<치즈와 구더기>는 다름아닌 메노키오의 우주론이다.또한 그는 범신론적이었다.그리스도의 신성을 의심했으며 동정녀 마리아를 세속화시켰다.교회의 의례들을 무시했으며 복음서를 장사를 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겼다.관념적인 종교성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종교의 핵심으로 보았다.또한 종교의 다원성을 주장했으며 모든 신앙이 동등하다고 믿었다.

뭐가 이상하냐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시라..메노키오의 시대에는 종교재판소에 끌려갔어야 마땅하다.메노키오는 자신의 종교관과 우주관을 저자거리에서 이야기하고 다니다가 고발당했다.종교재판 과정에 메노키오는 자신의 신념을 종교재판관들에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최소한 말귀를 알아먹는 엘리트들을 만나서 신나게 토론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종교재판관들 방앗간 주인 주제에 이단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들어볼 만한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메노키오에게 관심을 보였다.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의 주장들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가 읽었음직한 책들과 만났음직한 사람들을 따라간다. <신곡>,<성서의 약술기>,<멘더빌의 기사>,<코란> 등등이 유력하게 추정된다.또한 당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던 루터파의 교리,재침례파의 교리등의 영향을 추정한다.그렇지만 메노키오는 종교재판과정에서 그의 모든 이단적인 생각이 '자신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그리고 진즈부르그 역시 메노키오의 이 주장에 공감한다.메노키오가 몇 몇 금서들을 읽었고 또 몇 몇 위험한 인물들을 만났지만 그의 주장은 그의 것이라고 말한다.왜냐하면 메노키오는 읽엇던 책을 의식했던지 의식하지 못했던지 왜곡하고 단순화시키고 재구성하여 자신의 가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즉 그가 읽었던 책이 그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즈부르그는 이러한 '왜곡을 통한 재구성'에 주목하며 이에 영향을 준 것들로 농민들의 급진주의와 농민적 물질주의를 예로 들고 있다.그는 메노키오의 독자적이 사고방식이 지금까지 역사학이 소홀히 여겨온 민중문화의 전통에서 나온것이며 이러한 사고가 지족적이고 심층 구조적인 민중문화의 토대에 바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치즈와 구더기>가 우리에게 부여해주는 상상력은 실로 대단하다.지나가는 사람 하나 하나가 역사가 되어버린다.역사에는 수많은 개똥이 아버지들이 있었고 메노키오들이 있어 왔다.단지 우리들의 인식 영역 밖에서 살다가 사라져 버렸을 뿐이다.이들의 존재감이 느껴져서 가슴이 묵직하다.그리고 한가지 더 마을을 뻑뻑하게 만든 것...

메노키오의 재판과정을 보면서 나는 우리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종교재판'을 떠올렸다.우리에게도 수많은 메노키오들이 있지 않았던가...그들이 살아나기를

"과거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은밀한 목록을 함께 지니고 있다.....물론 과거가 완벽하게 기록될 수 잇는 것은 인류가 구원되고 난 연후이다.다시 말해서 구원된 인류만이 그들 과거의 하나하나를 남김없이 인용하게 될 것이다.다시 되살리는 과거의 한순간 한순간은 그날,즉 최후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날의 일정표가 될 것이다.".......발터벤야민

 ## 무화과나무님께 감사를..그리고 보다 학술적인 글을 원하시는 분들도 무화과나무님의 리뷰를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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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8-28 16:41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신 덕에 도킨스의 새책이랑 번갈아 읽고 있는데
그게 또 신선한 재미가 있더라구요 ^^

드팀전 2007-08-28 16:55   좋아요 0 | URL
<만들어진 신>을 보고계시는군요..^^
종교를 과학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듯이 저의 무신론도 과학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안보고 있는데 ^^ 사실 밀린 책들이 많아서요
전 무신론자인데.. 문학적으로는 범신론자이기도 하구요...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적 관념론이 사회에 끼치는-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악영향에 대해서는 "모든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라는 말에 가끔 고개를 끄덕입니다.물론 갑의 약이 을의 독이고 바이스벌사 하기도 하지만..^^

2007-08-28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8-28 21:19   좋아요 0 | URL
최근에는 별로 보지 않는데 그래도 그분의 책을 너댓권은 읽었던 듯 합니다.
역사학계에서는 포스트모던적 접근으로 분류하는 편인 듯 합니다.제가 전공이 그쪽이 아니라 정통한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읽기는 좋지 않을까요...난해하게 쓰는 편은 아니니까
저도 말씀하신 그 책을 제일 처음 읽었습니다.그 책은 동시대 한국지형 안에서 고민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이후에 나온 책들은 한국적 근대 형성지점인 구한말로 갑니다.그리고 오리엔탈리즘 문제와 동아사아 문제로 넘어오시더군요.이 모든 것들에 대한 기본축은 '근대'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글샘 2007-08-29 12:02   좋아요 0 | URL
현대의 지성이란 것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암것도 아닌 것들의 연합체겠죠.
요 책은 재밌을 것 같아서 보관함에 잘 넣어 두었습니다.^^

드팀전 2007-08-29 17:33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연합체라...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뉘앙스상은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듯 합니다.미시사를 한단어로 이야기해야한다면 결국 '개체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듯 합니다.역사에서 '개체'의 합이 '전체'는 아니지요. 또한 구조나 제도 등의 거대담론의 영향에 무게감을 덜다보니 그 지점에서 비판이 될 수 있겠네요.
 

회사 생활을 10년 했습니다.올해 휴가는 장기근속 휴가로 9일동안 쉴 수 있었습니다.내일이 그 마지막 날이 되겠군요.인생을 10년 단위로 정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알았습니다.10년 동안 제게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

#1. 지난 10년 동안 저를 키운 8할은 '외로움'이었습니다.키케로의 글 중에 '인간은 가장 외로울 때 가장 자유롭다.' 라는 말이 기억납니다.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고속도로 위에 '외로움'을 흘렸습니다.때로는 지나가버린 철길 위에도 '외로움'을 던져 놓았습니다.저의 외로움은 제가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아마 제가 가족들과 서울에서 함께 살았다면 이런 기회를 갖진 못했을 겁니다.

10년 동안 제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저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데 언제나 힘이 되어준 분들입니다.그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제가 나무처럼 자랄 수 있었습니다.저의 인간관계가 그닥 넓지 않기때문에 앞으로도 그들과의 인연을 놓지 않을 겁니다.당신들의 애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2. 이제 저는 서울이 낯섭니다. 서울이 현기증납니다.어제 개워놓은 토사물을 아침에 바라보는 마음으로 하루 동안의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강남으로 압구정으로 그리고 홍대앞까지...예전에 서울 살 때도 그다지 많이 가보지 않았던 곳들입니다.그래서 더 낯설고 어색했겠지요.도로를 녹이는 태양을 받으며 지나가는 차들을 봤습니다.머리통을 옥죄고 있는 날이 선 건물들을 보았습니다.구름의 보송함을 가려 버리는 스테인레스 스틸의 딱딱함이었습니다.보편적인 의미에서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젊은 여자들을 보았습니다.절반은 진짜 명품 선글라스를 또 절반은 짝퉁을 쓰고 거리를 내것인양 활보했습니다.온통 퍼져있는 분내에 저는 어지러워졌습니다.지하철을 타고 압구정에서 홍대를 향했습니다.반으로 접은 '조선일보'를 열심히 보고 있는 중년의 여인.조선일보의 기획기사인 'our asia'... '나는 네 살 때부터 돌을 깨었어요' '나는 이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어느 네팔 소녀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자본의 분내가 진동하는 곳에서 돌냄새가 코끗을 찌르는 네팔 어느 시골마을로 오거니 가거니 하면서 목적지까지 갔습니다.

먹고 마시고 ...저는 그곳에 있었지만 그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저는 저를 종이에서 오려낸 네모 조각을 만들었습니다.저는 그 도시에서 행복하지 않았습니다.조금도..

10년을 타향에서 살면서 서울로 다시 올라가려고 무척 노력했던 적도 있습니다.어느 순간 그런 계획은 접었습니다만  서울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하지만 하루 동안의 서울나들이에 저는 스스로 선언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저는 서울을 싫어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부산이 서울보다 결코 낫지는 않습니다.이 곳도 어딜 가나 자동차와 살벌한 건물들과 우격다짐의 경상도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서울의 날카로운 이해관계가 누그러진 대신 내집단의 의리를 강조하는 비상식적인 온정주의가 만연합니다.서울에서 엘리트들이 지배하고 있는 곳을 이곳은 지역 토호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저는 이 곳에서도 결코 내집단인 적이 없었습니다.앞으로도 어떤 집단을 만들지는 못할 것입니다.저의 만남은 언제나 고구마뿌리 같았습니다.제게는 친한 그룹을 뜻하는 '패밀리'라는 것이 없습니다.저의 만남은 언제나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었고 앞으로도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접착력이 약한 '포스트 잇' 같은 부산에서의 10년이 지나갑니다.부산살이에서 얻었던 것은 제가 '지역적 타자성'에 대해 눈떴다는 것입니다.이런 작은 깨우침은 좀 더 범위를 넓혀 더 큰 '타자성'에 대한 이해의 단추가 되었습니다.부산이 제게 준 것은 이것입니다.

#3. 지난 10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밤을 새워도 끝이 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많은 생각이 있었습니다.생각 속에 생각이 들어갔습니다.그러나 생각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습니다.이제 또다른 10년을 생각합니다...바람이 움직이듯 움직여야할 때가 되었습니다.계획과 열정에서 먼지를 털어내야 할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던 과거 직장상사가 계십니다.그 형님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전 그분과 같은 면도 있고 또 다른 면도 있습니다.우리 둘은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전 그의 자유로움을 사랑합니다. 그의 자유로움은 세상으로부터의 일탈이었으나 새로움을 창조하지 못했습니다.그는 영혼이 자유로운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입니다. 영혼이 자유로운 것 하나만으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분이고 제겐 존경을 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청출어람'이어야 합니다.제가 가야할 길이 그가 만들지 못했던 지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마천의 '사기' 에 나오는 글입니다.

"불비즉이 일비충천 불명즉이 일명경인" .....울지 않으매 곧 그럴뿐이요 한번 울면 하늘을 찌르고 울지않으매 곧 그럴뿐이요 한번 울면 모든사람을 놀라게 한다.

제가 붕새가 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날아보지 않고는 제가 새인지 가축인지 알 수 없습니다.제가 닭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남은 10년이 되었으면 합니다.몇 번 지붕에서 뛰어내려 발목이 부러지더라도 지붕 위에서 너무 무서워 몇 번을 돌아 내려오더라도.....10년 뒤에 지금보다 더 자라서 또 다른 제가 되어 있기를 기대합니다.

#4 이제 곧 다시 일상으로 복귀입니다.약간의 몸살을 앓을 듯 합니다.하지만 어떤 몸살이든 낫지 않는 몸살은 없습니다.휴가가 제게 준 것들...지난 시간이 제게 준 것들...다시금 고운 흙이 되어 제 뿌리에서 저를 더 키우기 위해 영양분을 공급해주리라 믿습니다.그 고운 흙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좋은 나무가 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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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27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드팀전 2007-08-28 16:3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앞으로도 좀 더 고생해야겠지요.^^

바람돌이 2007-08-28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10년 청출어람 하시기를.... 비장하네요. ^^ 직장생활 12년차인 저도 이제 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저같은 경우 인간이 워낙 단순한지라 뒤돌아보는 일을 잘 못하거든요. ㅎㅎ

드팀전 2007-08-28 16:34   좋아요 0 | URL
그래야될텐데요...지난 10년은 정말 호수의 물풀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전부 이야기 할 수 없음이 ...^^

2007-08-28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8-28 16:34   좋아요 0 | URL
제가 못자게 만들었나요.^^... 1시 10분쯤 잤습니다...

비로그인 2007-08-28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곳에 10년 동안 있는 게 어떤 것일지.. 전 까마득합니다.

드팀전 2007-08-28 16:35   좋아요 0 | URL
10년 동안 있다보면 앞으로 10년을 생각하게 되지요...
언제 한번 뵈요.^^ 제가 찾아갈까요.사무실도 아는데

2007-08-2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8-28 16:37   좋아요 0 | URL
지가 원래 좀 '부유'해요..그렇다보니 재미있는 일들,의미있는 일들,상처받은 일들,상처 준 일들이 많아져요...지금도 다른 층위의 '부유'중일지도 모릅니다...

짱꿀라 2007-08-2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울에서 30년간 살아봐서 아는데 참 살동네 못됩니다. 희뿌연 연기, 사람들의 얼굴엔 생동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핏기가 쭉 빠진 사람처럼 시체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도 이제 서울을 떠난지 10년째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8년쯤 되었네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올라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답니다. 지금도 가끔씩 서울 출장이 있어서 올라가는데 매번 올라갔다 오면 느낀 것은 허탈감뿐입니다. 10년간 고생하셨습니다. 행복하소서. 글 잘 읽고 갑니다. 역시 드팀전님은 글쟁이로 남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드팀전 2007-08-28 16:41   좋아요 0 | URL
산타님...와..저랑 거의 유사한 패턴이시네요...^^
글쟁이는 안되구요..공부는 좀 해볼까 합니다.아기때문에 당장은 힘들겠지만..

마노아 2007-08-2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자서전의 맨 앞장에 실린 서문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또 어떤 감회가 있을까요. 미리부터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팀전 2007-08-29 17:37   좋아요 0 | URL
별것 아닌 일상의 소회를 너무 과장해서 썼나봅니다...10년차 휴가기간동안 노는 것만 하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너무 허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하루 동안 혼자 있을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생각들이 어떤 종류의 결실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저 역시

kleinsusun 2007-09-0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직장생활 10년했는데...
드팀전님의 글을 보니 울~컥하네요.
또... 그 시간 동안 옆에서 지켜봐준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사실 휴가 중 제주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휴가 중 일부는 제주에서 또 일부는 청주에서,하루는 서울에서,이제 마지막 며칠은 부산에서 보냅니다.하지만 이번 휴가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제주였지요.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보낸 하루도 의미있었습니다.(서울에서의 하룻밤은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제주도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입니다.처음은 대학교 2학년때 친구들과 텐트들고 갔었습니다. 한 6-7년전쯤에는 겨울에만 두 번 다녀왔습니다.휴가를 얻어서 서울가려다가 그냥 마음이 바뀌어 제주비행기로 바꾸었지요.혼자서 돌아다닌 2박 3일이 너무 충만했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은 아기 예찬이와 함께 바다 건너간 첫번째 여행입니다.부산에서 비행기를 타니까 조금 허망하더군요.정말 비행기 뜨고 음료수 한 잔 마시자 마자 멀리 한라산이 보였습니다.아이가 처음 타는 비행기 여서 무척 걱정했는데 갈때는 비행기 안에서 잤고 올 때는 지지배배 거리면서 잘 놀아 주었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은 많이 돌아다닐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지요.3박 4일을 있었는데 별로 간 곳이 없습니다.첫 날 함덕 해수욕장에 들렀고 둘째날 절물 산림욕장,서귀포 시까지 드라이브,세째날 비자림과 섭지코지...하루에도 다 돌만한 거리들이지요.하지만 그냥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돌아 다닌 곳이 없는 만큼 오고가며 바라보았던 제주도의 풍광이 더 마음 속에 깊이 남습니다.낮은 초지대와 작은 오름들,한라산을 중심으로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와 구름의 변화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은 사실 <바람스테이>라는 펜션입니다.와이프가 <인간극장>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길연씨와 범준씨가 주인공입니다.<인간극장>이 방송될때 이 분들은 무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책도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간 젊은 부부들입니다.방송 이후에 이들은 무주를 떠났습니다.그리고 다시 보금자리를 잡은 곳이 제주도 조천읍 와흘리입니다.전원마을에 펜션을 하면서 또 <바람도서관>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작은 방 두개가 전부인 정말 작은 도서관입니다.이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참 바쁘게 만들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이 곳에 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습니다.이번 여행이 예찬이 첫 돌 기념여행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휴가 사흘째 되는 날 나무를 심었습니다.배롱나무입니다.저와 와이프가 좋아하는 나무인데 주인장인 길연씨도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고 해서 수종을 고르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범준씨와 때마침 여행온 두 분의 후배님과 함께 마당 한 가운데 '예찬이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예찬이가 여름아이이고 배롱나무가 여름에 백일동안 꽃을 피우는 나무이기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나무는 저희가 직접 제주도에서 골랐습니다.


범준씨가 '예찬이 배롱나무' 명패를 하나 달아주기로 했습니다.사실 명패가 있으나 없으나 이 나무 한 그루로 인해 '제주'가 이제 의미를 가진 도시가 되었습니다.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지요.이제 저희는 TV에서 제주도 관련 뉴스를 보면 이 나무를 생각할 것입니다.제주도로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면 아마 이 나무의 안위를 걱정할 것입니다.이번 여행에 있어서 단 하나의 이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예찬이 나무심기'였습니다.

마지막날 '바람스테이'를 나오면서 예찬이를 업고 배롱나무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주도에서,바람스테이에서,건강하게 쑥쑥 잘자라고 있어.몇 년 뒤에 다시 왔을때 반갑게 만나자."

저희는 예찬이가 조금 더 크면 다시 제주도에 이 곳을 찾을 생각입니다.그때는 예찬이와 제주의 아웃도어 라이프도 즐길수 있겠지요.

제주도에서 별로 다닌 곳이 없었지만 처음 가본 비자림 숲은 너무 좋았습니다.그동안 제주 여행에서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저와 와이프가 또 숲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찬이의 아토피에도 좋을 듯 했습니다.길연씨가 추천해주기도 했지요.

정말 아름다운 숲이었습니다.숲에 들어가면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숲의 어둠속에서 간혹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은 눈부시게 밝았습니다.

 

 

 

 

 

예찬이는 비자림 에서 풍욕도 잠깐 했습니다.^^ 기저귀 갈아 입히다가 그냥 벗겨서 놀았지요.

저희가 비자림 속에서 '환상적이다'를 되뇌일때 어떤 가족들이 지나가면서 이러더군요 .

'도대체 여기 볼께 뭐가 있다구..어휴..그나마 저기 저 큰 나무 '새천년 비자나무'...응 저거 하나 있어서 사진은 하나 찍을 수 있겠네' 라며 시끌 벅적 비자림에서 가장 오랜된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 

사실 저희들은 그들의 무식함 앞에 통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겨우 백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이 거대한 생명과 시간의 걸작품 앞에서 오만을 떨다니요.그들이 숲을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경탄하고 감동해야만 했습니다.그 숲을 이룬 햇살과 광합성과...오래된 시간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 백만의 생명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원하는대로 빨리 사진이나 찍고 가길 바랬습니다.
'새천년 비자나무'라고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하더군요.
800살 정도된 나무라고 합니다.
나무가 오래되면 정령이 깃든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정말 산신령 중에서도 짬밥먹은 산신령 나무일 듯 합니다.

벌목꾼들은 예전에 오래된 나무를 자를때는 먼저 제사를 지냈습니다.그리고 나무 자른 밑둥에는 걸터앉지 않았다고 하더군요...신령은 믿지 않아도 좋지만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로움을 알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도대체 여기 볼 께 뭐가 있냐니요?"

제 마음에 담아온 제주도 풍광은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거기에는 풍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입니다.제주의 슬픈 역사도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제주도 하면 휴양지만 떠올리는 것도 것은 무지의 소치이지만 제주하면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4.3 만 떠올리는 것도 강박증입니다.

저는 제주에서 저의 시선이 낮아져서 좋았습니다.제주에서는 모든 것이 수평선을 그리워하며 아래로 향합니다.그 낮아져 흐르는 제주의 선.제게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 그리움을 담을 수 있었을까요? 제주의 평평하면서도 낮게 흐르는 그리움의 선들은 팔리고 있는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제가 본 것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기때문입니다.제주를 사랑한 김영갑 사진작가의 사진이 보편성을 이끌어내기야 하겠지만 제가 느낀 정서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도 95번국도(동부산업도로) 제주에서 표선방향으로 코끼리 랜드를 지나 5분정도 가다보면 도로 오른쪽에 <야연>이라는 눈에 잘띄지 않는 간판이 보입니다.생뚱맞은 제주 전통가옥입니다.길연씨가 추천해준 식당이었습니다.비빔밥과 고동죽(제주말로는 다르게 불렀습니다)이 있더군요.맛은 보통 이상이었고 식당의 정취는 최상이었습니다.감잎으로 걸레질한 윤이 나는 마룻바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너스...햇빛 잡는 아기 예찬이/어딘가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듯한 아기예찬이 옷벗다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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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8-27 09:59   좋아요 0 | URL
아버님이 젊으시네요...사진을 많이 찍진 않았습니다.실제 휴가가 휴가라기 보다는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있기였으니까..
조금 더 커서 오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바다에서 함께 석양을 맞으며 카누도 타고...뭐 이런 것들...^^

글샘 2007-08-27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 여름엔 돈이 없어서... 제주도를 못 가고 책만 한 권 읽었습지요. ㅋㅋ
내년엔 수학여행이라도 따라가야지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가면 시력이 확 좋아진단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안경 안 벗어 보셔서 모르시죠?
저는 제주도 비자림가서 큰 비자나무를 보던 날 저녁에, '이곳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다가 일본에서 천년도 넘은 삼나무 그림을 보고,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의 신령스러움을 모르는 인간들... 그들을 자연이 어떻게 볼까요... ㅎㅎㅎ
가소롭게 보겠죠?
아가들은 가분수 머리에 옷이 걸려도 예술이네요^^(가분수?에서 깜짝, 놀라지나 않으셨남?)
아~ 내일이면, 아니 오늘 아침이면 개학인데, 왜 일케 제주도가 가고 싶답니까???

드팀전 2007-08-27 10:01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는 수학여행을 제주로 가는군요.전 설악산 다녀왔는데..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보셨군요...저도 일본 큐슈 지방에 약 1주일 정도 있었던 적이 있는데 ..오고가면서 봤던 거대한 숲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식생이 우리와 다르기도 하겠고 또 잘 가꾸기도 했겠지요.

바람돌이 2007-08-27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다녀오셨군요. 저도 갈때마다 더더욱 좋아지는 곳인데.... 여름날 아이들과 놀기에도 더없이 좋은 바다와 멋진 풍광들.... 그리고 4.3답사로 갔었던 또다른 제주도의 모습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생각나는건 그 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하던 몇몇 제주도 사람들의 정겨운 얼굴까지 같이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마지막의 예찬이 사진은 예술이군요. ㅎㅎ

드팀전 2007-08-27 10:02   좋아요 0 | URL
일본 여행은 즐거우셨나봅니다...
제주도도 여기 저기 공사를 많이 하더군요.조금의 불편함을 자연스러움으로 남겨두어도 좋을텐데...

라로 2007-08-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마지막 사진이 고개만 좀 더 들고 있으면
진주귀고리의 소녀네욤~.ㅋㅎㅎㅎㅎ

드팀전 2007-08-27 10:03   좋아요 0 | URL
^^ 조금 더 찍고 싶었지만..녀석이 하루 보채서...

짱꿀라 2007-08-2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제주도 재미있는 시간 보내시다 오셨군요. 복귀하셔서 이야기 남겨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예찬이가 이쁘게 커가는 모습보니 참 마음이 즐겁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드팀전 2007-08-27 10:07   좋아요 0 | URL
^^ 저는 아직 휴가중입니다...수요일에 회사에 나가야하는데...벌써 걱정이네요.정말 나가기 싫습니다.
노는게 제 적성에 가장 맞나봅니다...

향기로운 2007-08-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곳에 다녀오셨네요. 제주도에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예찬이의 나무도 인상깊고 마지막 사진 네장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아직 어려서 제대로 된 휴가는 아니셨을테지만, 예찬이가 아빠의 기록을 보면 훗날 감사하다고 할 것 같아요. 두루두루..^^

드팀전 2007-08-27 21:58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꼭 한번 다녀오시길...무척 사랑하게 되실겁니다

프레이야 2007-08-2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 참 좋지요. 그곳에서 발가벗고 풍욕을 했으니 시원상쾌했겠어요, 예찬이요..
배롱나무는 가늘고 매끄러운 줄기가 상당히 단단하고 꼿꼿하지요.
예찬이나무가 예찬이와 함께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예찬이, 크면서 조금씩 나아지길...
드팀전님, 휴가 마저 즐거이 보내세요. ^^
제주의 모든것들은 수평선을 그리워한다는 글귀가 콕!

드팀전 2007-08-27 21:59   좋아요 0 | URL
한가지 걱정이 제주의 바람입니다.바람이 많은 곳이어서 ...나무가 잘 견디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ada 2007-08-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연, 범준 씨 부부는 차라리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적으로 참 좋으신 분들일 것 같긴 한데, 매스컴에 보여진 부분은 좀.. 까칠하게 보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시원한 휴가 보내고 오셨군요~

드팀전 2007-08-27 22:01   좋아요 0 | URL
전 그 분들에게 미디어적인 환상을 갖지 않습니다.그 분들은 그냥 좋은대로 살면서 먹고 살길 고민하시는 분들일테죠...수익 사업들이 잘 돼어야 할텐데..

혜덕화 2007-08-2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여행하면 생각나는 것이 한라산의 아름다운 숲입니다. 아이들 어릴 때, 여기저기 손잡고 다녔지만 휴가 마지막 이틀은 갔던 숲을 다시 가서 한나절을 숲속에서 있다 오는 것이었으니까요. 아기는 금방 커버린답니다. 저는 요즘 우리 중학생 아이를 보면서, 어느 틈에 이렇게 커버렸을까, 잘 때 가만히 쳐다보고 미소짓는답니다.아기의 아름다움을 잠시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찬이도 배롱나무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길..._()_

드팀전 2007-08-27 22:02   좋아요 0 | URL
아이가 커가면서 제가 늙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늙는 것에 대한 자세를 생각합니다.또한 다시 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그 화창하고 맑은 날들...

마늘빵 2007-08-2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빛이 정말 예술입니다. 저도 한번 제주도 가보고 싶군요. 요샌 제주도를 수학여행으로 간다던데. -_- 난 언제 가보나.

드팀전 2007-08-27 22:04   좋아요 0 | URL
똑딱이로 저 정도 나온 것은 카메라도,저의 능력도 아닙니다.말씀하신 빛 덕분이지요..태양이 만들어주는 것에 덕 좀 보았습니다.

mong 2007-08-2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찬이, 아이고 토실토실 구여워라~
문득 제주도 물빛이 그립군요

드팀전 2007-08-27 22:05   좋아요 0 | URL
아이가 크면 얕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함께 노를 젖고 싶습니다.아이가 좋아하겠지요
 

오늘부터 휴가에요...

제주도를 예찬이와 다녀올 생각이에요.비행기를 잘 타줘야 할텐데..

사흘동안 정말 아토피가 완전히 사라지고 정말 뽀예져서 "이제 끝이구나" 하며 기대했는데...어제부터 다시 또 올라오네요.ㅜㅜ

제주도는 여러번 가봤기때문에 이번에는 많이 돌아다니려고 하진 않을 겁니다.그냥 펜션에서 바람쐐고 있다가 저녁무렵에나 슬슬 돌아다닐까 합니다.

인간극장에도 나왔던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와이프가 이 사람들 약간 팬이어서- <바람도서관 펜션>에 머물 생각입니다.원래 지리산 쪽에 있다가 제주로 내려간지 이제 몇 년되나보더군요.펜션 한 칸을 도서관으로 만들어서 이용자들로 사용하고 이웃주민들도 놀러오는 공간으로 만들었더군요..

제주에서 비행기로 청주 처가에 가서 며칠 있을 생각입니다.

그 중 하루는 와이프님께서 윤허하여 주셔서 서울로 친구들 만나러 갑니다.사실 제게 진정한 휴가는 이 하루 뿐일지도 모르지요.ㅜㅜ

이제 오후부터 짐싸야 합니다.아기가 있으니 초대형 여행가방을 동원해야할 듯 해요.

휴가갈때는 언제나 어떤 책과 음반을 들고 가느냐로 고민하는데...아직 음반을 고르지 못했지만 책은 며칠전 부터 읽던게 있어서 그걸 들고 가면 될 듯합니다.사실 올해는 어떤 책을 가져갈까 그닥 고민할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처음부터 이 책으로 낙점되었거든요.^^ 휴가 시작할때 부터 읽으려다가 그새를 못참고 먼저 책장을 넘겨서 이미 절반은 넘어갔어요.

제주에 함께 갈 책은 카를로 긴즈부르크의 <치즈와 구더기> 입니다.무화과나무님의 리뷰와 극찬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감사를..)

절반 가량 이미 읽었는데...중간 평가요? ...정말 재미있습니다.왜 이제야 이렇게 좋은 책을 읽었지하면서 저의 과문함을 탓할 정도입니다.

무화과나무님의 극찬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어쨋거나 제가 올해 읽은 책중 베스트 안에 들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 끝으로 한 마디만 하자면 이 책의 위대함은 형언할 수 없다. 그가 우리에게 던져준 지적 영감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값진 영감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것이다(물론 이 여행은 험난하고 지루한 여행, 때론 위험한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의 한 켠을 진즈부르크가 받치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든든하다. 이에 그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때문에 이 같은 여행이라면 또한 즐겁고 좋지 아니한가! "  

...................... (무화과 나무님의 리뷰 중에서)

휴가 아직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은 휴가지의 동반자로 삼아도 좋을 듯 하구요..푹푹 치는 여름날..16세기 방앗간 주인이 책장사이로 뚜벅 뚜벅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 드려요...^^

일주일간 알라딘을 끌지...아님 간간이 들어올지 아직 고민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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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시구요^^ 간간히 소식 전해주세요~

글샘 2007-08-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끄고 다녀 오세요. ^^
진정한 휴가는 모든 걸 오프시키는 게 아닐까요?

mong 2007-08-1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인사하시면서도 책을 골라주시는 저 자상한(?) 마음씨
크크
주문할 책만 만들어 주시는군요!

비로그인 2007-08-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쉬세요~ :)

마늘빵 2007-08-1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쉬다 일주일 뒤에 들어오세요. :) 좋으시겠다.

마노아 2007-08-1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습해서 아토피가 잠시 진정됐나 봐요. 예찬이도 휴가 잘 즐겼으면 좋겠네요. 드팀전님 푹 쉬다 오셔용~

하루(春) 2007-08-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부럽습니다.

코코죠 2007-08-1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신뢰하는 두 분이 추천하시니 당장 사야겠다

짱꿀라 2007-08-1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시구요. 좋은 추억 만들고 오세요.

프레이야 2007-08-2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스트레스 날려버리고 푹 쉬고 오세요..

느티나무 2007-08-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부터 휴가랍니다.^^ 근데, 휴가 끝까지 집에서 뒹굴건데...드팀전님 보니까 좀 부끄럽네요. 멋진 휴가 보내십시오.

라로 2007-08-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셨나봐요~.^^;;;(뒷북)
프로필이미지 바뀌신거보구 쓩~~하니 달려왔어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