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역사
엘 피스곤 지음, 김명신 옮김 / 부광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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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리의 떠돌이 마초로가 미국 국경을 넘는다.제 2의 빌게이츠가 꿈인 그가 사막을 건너 만난 곳은 직업 컨설던트 카산드라 카레라의 상담소.엘도라도를 꿈꾸는 그에게 카산드라의 컨설팅이 시작된다.본격적인 컨설팅에 앞서 카산드라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알려준다.

<마로초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는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 역사책이다.만화는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정치만평을 생각하면 된다.한 컷 한 컷이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는 의미심장한 만화들이다.분량의로 보면 절반 정도는 봉건주의 부터 자본주의 성장기까지 다루어진다. 나머지 절반은 현 체제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탄생과 결과에 대해 그리고 있다. 옛날 이야기를 비교적 짧게 다루었다는 것은 저자의 눈이 현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부르주아는 구 체제를 전복할 진보 세력으로 존재하였다.그리고 그들은 다수의 평등과는 관련이 없이 일부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체제를 만든다.그게 바로 '자본주의' 라는 것이다.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하는 일관성을 갖고 있었다.부르주아 계급은 부가 두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노동과 천연자원이 그것이다.당연히 그들은 이 둘을 착취한다.거기에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술혁명은 대량실업을 낳게되고 노동자들은 더 적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된다.자원확보를 위해 자본주의가 택한 방식은 식민화 경제이다.그들은 대포와 군화발을 앞세우고 아시아,아프리카 등을 새로운 천연자원의 획득 시장으로 또 상품의 판매시장으로 활용한다.19세기에 들어서면 새롭게 재편된 시장의 헤게모니를 두고 자본주의 국가간에 갈등이 생긴다.세계 전쟁이 발생한다...1917년 자본주의에 대한 민중의 두려움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소련의 사회주의는 인간의 진정한 해방을 이루어낼수 없었다.자본가들은 그 체제가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관여치 않는다.그들은 소련의 관료들과 결탁한다.사회주의 국가들에는 독재 체제가 들어선다.그러나 그건 기업가들에게 상관이 없다.

만화를 읽고 있으면 자본주의 역사를 상영하는 단편영화관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그리고 문득 현재 체제에 묻어 있는 피비린내와 탐욕의 냄새에 코를 막게 된다.만약  책상에 앉아 있다면 발 끝을 땅으로 부터 떼어내고 싶은 충동이 들지도 모른다.

소련의 사회주의가 국가사회주의로 변절되었을 지라도 저자는 사회주의의 정신이 2차 세계대전후 자본주의의 문제를 바로잡는데 기여했다고 말한다.복지국가의 담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복지국가의 담론도 채 50여년을 버티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다.기업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노동계급은 추락하고 빈곤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다국적 기업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세계의 노동자여,포기해라'라고 말한다.미국은 터무니 없는 전쟁을 계속함으로써 자신의 경제를 끊임없이 돌아가게 만든다.

저자가 멕시코 출신이라는 것은 최근 한미FTA 협상을 멋드러지게 해치운 우리에게 상징하는 바가 크다.세계화라는 이름의 '야만적 자본주의'가 국민 경제와 그 영역 안의 사람들을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보여준다.세계화는 경제 식민화를 통해 국민국가의 틀을 흔드는 거대한 기획이다.그 흐름은 너무 거대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또 직접적이기 때문에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접근하다가는 함께 공멸의 수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물론 어찌 되도 기업가들과 일부 상류층은 문제 없다.)

저자는 '세계화가 두려운 사람들이여,단결하라' 라고 말한다.정말 궁금한게 이 점이다.한미 FTA 협상이 있을 때 나는 두려웠다.그 결과가 미칠 일상영역의 변화때문이다.심각하게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아니어도 자본의 힘의 논리에 질질 끌려다니며 회사가 시키는 데로 할 수 밖에 없는 강아지가 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정부의 FTA 홍보가 성공적이어서 그럴 수 도 있다.하지만 그 보다 발등에 불 떨어진게 아니니까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정답처럼 보인다. 최근에 어떤 사람은 그런 말도 했다 .

'뭐 국가가 하는거에 그렇게 반대하지 맙시다.국가가 다 잘돼어야 우리도 잘 사는 거니까.그리고 실제 피해가 있는 분야도 있겠지만 9를 위해 1이 희생되는건 어쩔 수 없지요.요즘 세상이 그렇잖아요.'  회의 중에 발끈해서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반FTA인데요...만약 5를 위해 5가 희생되는 상황이면 어떡하지요?(사실 1을 위해 9가 피해본다면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죽여서 이야기했다)' ..

'뭐 그렇게 본다면 어쩔수 없지만 어쨋든 균형감각을 갖자구요.' 내가 보기에 이 친자본주의자이며 개발론자인 이 분은 사실 '신자유주의'가 뭔지 책 한권도 읽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경전이 있다.그 경전의 십계명은 이렇다.

"1.시키는 대로 하자....2.시키는 대로 한다 ...3.시키는 대로 하는것이 좋다...4.시키는대로 다시 한다...."

아인슈타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줄 서서 걷는데 머리는 필요 없다.그건 척추의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잘못 말했다.줄서서 걷는데도 머리는 필요하다.어떤 줄에 설 것이냐? 어떻게 따라가야 밉보이지 않고 오래 오래 충견이 될 것이냐? 대학 졸업후 회사 생활 10여년에 머릿 속에 고작 남은게 그것이라면 도대체 인생을 왜 사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줄서서 가는데만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어디 어제 오늘 일이냐만은 요즘은 그런 것들때문에 좀 지친다.(이것도 순환과정을 거쳐서 곧 회복될것이긴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는 '무사고는 죄다'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제발 제발...'왜 그렇지?' 라고 묻고 좀 살자.뭐든 좀 묻자.....WHY ?

<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쉬우면서도 핵심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이다.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단점은..자본가와 다국적기업,미국 등을 '악'으로만 묘사한다는 점이다.(삐라의 특성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똘이장군 생각난다.) 사실 '적'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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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4-30 22:49   좋아요 0 | URL
리뷰 참 좋아요. 드팀전님께서 추천하시는 책이라면, 당근 믿고 삽니다. 애들한테 읽혀도 좋을까요?

드팀전 2007-04-30 22:58   좋아요 0 | URL
ㅋㅋ..의식화 교육시킨다고 압박 받으실텐데...^^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세상을 떠났다.지난달 그라모폰지의 특집 <80살의 로스트로포비치>이었다.그의 마지막을 장식한 기획기사가 되어버렸다.그 기사를 본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의 부음이라 약간 놀랐다.

로스트로포비치는 거장의 시대를 살아온 거장 첼리스트다.그는 자신의 이름으로240여 곡을 세계 초연했다.그가 초연한 곡 목록만 살펴봐도 20세기 첼로의 역사를 쓰는 셈이된다.프로코피에프<심포니 콘체르토>쇼스타코비치<첼로 콘체르토 1번,2번>벤자민 브리튼<첼로 소나타,첼로 모음곡1번,2번>하차투리안 <콘체르토 렙소디> 등등...

그의 연주에 대해서는 호불이 갈린다.개인적으로도 로스트로포비치의 과도함이 부담스러워서 늘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잘스 이후 20세기를 대표하는 단 한명의 첼리스트를 꼽아야 한다면 로스트로포비치를 말할 수 밖에 없다. 말년에 그는 지휘자로 또 교육자로 많은 일을 했다,그러나 그는 첼리스트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의 전성기 시절 친구들은 이미 많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 시절을 상징해줄 수 있는 인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인다.그의 죽음으로 첼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굿바이 슬라바..!!  당신의 첼로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라모폰지 선정 <반드시 가져야할 로스트로포비치 음반 10장>

(마지막 10번째 음반은 <THE RUSSIAN YEARS>(EMI) 박스물(10장짜리) 음반이미지를 못찾았습니다.)

 

 

 

 

 

 

 

이건 그외에  그의 주요 음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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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4-2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히 이 기사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정말 훌륭한 첼로 연주가였는데....... 이제 그의 음악을 직접들을 수 없고 시디로만 들어나 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1.반자본주의(사무먼 토미)

2.문화정치의 영토(이진경)

3.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송두율)

 

 

밀려 있는 책도 늘어나는 마당에....지난 일주일 동안은 하루에 5페이지 씩 책을 봤다.아기 재워놓고 좀 읽다보면 잠이 스르르..

그래서 화장실에서 보려고 두 권의 만화책을 샀다.화장실에서 다 봤다.리뷰 쓸 시간이 없다.

1.마초로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서점에서 정말 오랜만에 산 책)

2.하룻밤에 읽는 문화연구

 

 

둘 다 아주 재미있다.<문화연구>는 짧지만-또 짧아서-쉽지않은 내용이다.바람구두님의 리뷰를 참고.!!

<세계화에서 살아남기>는 정치만평을 가지고 자본주의 역사와 최근 신자유주의의 문제,전쟁과 미국의 관계등을 잘 그렸다.작가가 멕시코 사람이다.즐겁게 볼 수 있는 의식화 교재로 최고다.!! 고등학생들이나 나몰라 대학생들..별 생각없이 '왜'라고 묻지 않는 어른들에게 삐라를 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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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4-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라를 뿌리자!가 제일 맘에 드네요. ㅎㅎ
근데 저도 안봤는데 일단 보고요. ㅎㅎ

달팽이 2007-04-2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 권 담아갑니다.
애는 잘 크나요?
 

어제 밤 10시 넘은 시각,예찬이를 재우러 와이프가 방에 들어간 사이 핸드폰 벨이 왕왕울렸다.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전화란 말인가? 애써 재운 예찬이가 깰까봐 아픈 허리는 잊어버리고 허겁지겁 핸드폰을 열었다.솔직히 짜증이 났다.이제 좀 쉬려는데....조용조용 화장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친구였다.

'어...그래.늦은 시간에 왠일이냐?'

'응..잘지내지...철수(가명)가 이달말에 MBA간다고 그래서 그 때 한번 보자고'

'그렇구나.(도대체 그것 때문에 야밤에 전화를 하냐.곰탱아..뭐 대단한 일이라구)..근데 요새 애들은 왜 MBA가면 연락안하다가 다들 한번 보자고 그러냐? 몇년전에 영철(가명)이도 그러더니..뭐 유새하는것도 아니고.그래봐야 자본주의 노예상하려는 건데..(웃기는 놈들.그냥 조용히가면 되지.안보던 친구들 다 찾고 난리야.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환송해주러 갈일도 없는데...요즘 천지에 깔린게 MBA인데...푸훗)

'음...그러냐..잠깐 기다려' ....친구가 전화를 바꾸어주었다.

'어..나 철수다.잘지내지'

'(허거덩)..오..그래.오랜만이야.미국 간다매.어디로? 아이 데리고 가냐? 다니던 회사는? 어...그래,그래.내가 올라갈 수야 있겠냐...음..나야 촌에서 그냥 저냥 지낸다.야...무슨 지역유지야? 그건 다 옛말이고..우리 회사이야기는 아니다...그래,그래...2년쯤 걸리냐.갔다와서 한번 보자...'

대학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술을 먹고 있었나보다.

그 멤버들은 대학 1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다.함께 당구를 배우고 함께 미팅도 나가고 함께 공강시간에 하숙집에서 50원짜리 고스톱도 쳤던 친구들....그런데 2학년 때부터 내가 조금씩 그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연애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요샛말로 코드가 조금 달라서였다.나는 다른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들대로 또 비슷한 취향의 친구들을 영입(?)했다. 나는 비교적 소속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어서 여기 저기 끼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거래(?)하는 그룹이 있긴하다.

 부산에서 10년 살다보니 친구들과의 교류가 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아마 많은 친구들을 동시에 만난 것이 3년전 나의 결혼식때였던 것 같다.그 이후 다른 친구들의 집들이니 그냥 번개니 해서 서울에서 모임은 있었지만 내가 갈 수는 없었다.거리상의 문제말고도 나의 까탈스러움도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내가 기억하는 친구들은 대개 10여년전의 이미지에 고정되어 있다.간혹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너무 다른 세계에 있구나 하고 씁쓸할때가 있다.그런 일이 잦다보니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닥 즐겁지만도 않다.

전화를 끊고 나서 와이프랑 강냉이 먹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친구들 내려오면 집에 와서 술먹어.재워줄께'

'싫은데...'

'왜...자기는 이상하네'

'글쎄....좀 귀찮고... 내가 신경써줘야하는게 부담스럽고 그래'

'그럼 자기 친구 중에 자기랑 맞는 사람은 누구야?'

'글쎄...00, @@ 이 정도..근데 그것도 요즘은 모르지' (진짜 까다롭긴 한가보다.)

'자기랑 요즘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바람구두' 아니야?'

'그런가...꼭 그런건 아니구.또 직접 만나서 노는 사이가 아니니까...거리를 두고 글로만 만나니까 그렇지.그러고보니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인터넷에서 실체없이 글로만 아는 사람들이 친구들보다 더 코드가 맞다고 느끼니까 말이지.'(진짜 그렇다.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 이야기가 잘돼는 것은 불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음...그래도 나랑 요즘 가장 잘맞는 사람은 자기인것 같아.^^ '

뭔가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바람구두에게 저작권을 얻어서 문화망명지 부산지점을 하나낼까?  충성서약도 하지 않았으니 (^^) 프렌차이즈를 해 줄리 만무하다.그렇다면 지난번에 모였던 알라딘 부산멤버들을 꼬드겨서 독자브랜드를 만들까...아니야....아니야...다들 취향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달라서 그것도 쉽지 않아.회사에서 애들 꼬셔서 뭘 하나 만들까......

에이 귀찮다.....당분간 그냥 가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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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4-2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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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생각하지만, 쉽지 않지요.
더군다나 애기랑 알콩달콩 사는 재미와, 종일 아이에게 시달린 아내에게 봉사하다 보면 하루는 너무도 짧습니다.^^ 재밌게 사세요. 가장 잘 맞는 아내랑~~

마늘빵 2007-04-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프 모임을 추진하세요.

마노아 2007-04-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이 이렇게 유머러스할 줄 몰랐어요^^ㅎㅎㅎ

드팀전 2007-04-2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무흣....'봉사'라고 하면 무언가 해주는거잖아요.저희 와이프는 그런 언술에 대해 무척 열받아한답니다...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는게 왜 봉사냐는거죠..^^ 당연히 해야하는걸 '봉사''..해준다' 라고 말하는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맞는 말인거 같아서 요즘 주의한답니다.그래도 가끔 ''자기야 뭐 도와주면돼..' 이러고 있습니다.
아프락사스님>오프 모임...글쎄요.가끔 한번 씩 만나는 거야 뭐.
마노아님>그랬습니까 ?? 제가 온라인에서는 별로 재미있지 않아요.그렇다고 오프라인이라고 재미있는건 아니지만.. 즐거우셨다면 감사^^
 
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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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처음 만난 것은 십 여년전이다. 학과 사무실에 서가가 하나 있었다.초등학교에 있는 학급 도서관 같은 성격의 것이다.전공서적들과 맑스,현대사에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었다.<소비의 사회>는 마르크르,엥겔스,레닌 속에서 하얗게 할딱이고 있었다.

책의 표지가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표지가 그대로인 것 처럼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에 대한 나의 이해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소비의 사회>는 보드리야르의 저서중에서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고 한다.(그러나 이 '쉽다와 어렵다'는 상대적인 가치이다.)  그러나 그건 보드리야르 전문가들의 입장에서이다.그래서 지금도 결코 쉽게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단지 십 여년전보다 두께가 두꺼워진 '지식의 먼지'로 인해 좀 더 뻔뻔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는 점,또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으로서 '소비'문제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정도 일 것이다.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문장을 건너면서 보드리야르의 '전복적 사고'와 '혜안'에 감탄한다는 것이 그것이다.수 십년전에 만든 비틀즈의 앨범<페퍼상사의 고독씨 클럽밴드>을 지금 들으면서도 감탄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1부 <사물의 형식적 의례>에서는 '사물의 풍부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관심이 간다.소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는 당연히 '풍부함'이다.'사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언제나 자본주의의 미덕으로 칭송되어왔다.탈북자들이 바라보는 대형 할인 마트의 풍성함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승리였다.또한 그들의 벌어진 입을 바라보는 자본주의 시청자들에게 역시 승리의 도취감이 발라진 마취제를 쳐넣었다.자본주의가 승리 했는지 공산주의가 승리했는지 알 길 없지만 '풍부함'이 승리를 거둔 것 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자본주의의 풍부함은 생산의 신화를 통해서 완성된다.갈브레이스의 주장을 빌어 보드리야르는 '생산된 것은 생산되는 순간 신화가 된다'는 '생산의 신화'를 맹렬히 비판한다.생산이라는 것은 통계적 장치를 통해 사회가 발전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그러나 실제 생산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파괴'가 선행되어야한다.즉 풍부함을 넘어서는 풍부함은 '낭비'라는 형태로 생산의 바퀴를 돌리고 있다.보드리야르는 교통사고를 소비사회의 가장 큰 해프닝으로 꼽고 있다.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일게다.교통사고 나면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참 많다.즉 교통사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란 것이다.교통경찰 먹고산다.렉카차 회사도 먹고산다.병원 응급실도 교통사고 없으면 쫄쫄 굶는다.또 재수없어 사망자 나오면 장례식 장도 좋은 일이다.자동차 회사는 좀 더 안전한 차를 만든다고 하고 가격을 높일 것이다.부품회사들도 더불어 좀 먹고 살만해진다.좀 극단적으로 말했지만 교통사고라는 단순한 파괴 행위는 사회의 부가가치를 여러측면에서 많이 높여준다.생산성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통계상의 체계는 '사회적 비용'이란 것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GNP의 수치만으로 성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과 파괴'의 직접적인 거래관계 한 가운데 '소비'가 위치한다.이러한 소비는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의 소비는 '유도된 소비'이며 '생산성의 명령'에 복종하는 소비라고 말한다.

2부 <소비의 이론>은 보드리야르의 소비론의 핵심이다.여러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먼저 '풍부함'에 대한 의견을 계속 이어간다.소비사회에서 '풍부함=행복'으로 이해된다.보드리야르는 이것이 평등의 신화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행복을 입증하기 위해 '계량화'를 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어째되었든 '행복'은 사물과 기호로 측정될 수 있는 복리,물질적 안락함으로 표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그래서 75평 사는 사람이 24평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해 보이거나 행복에 가까운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다.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은 어떻게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소비의 이상에서는 제외된다.청담동 뷰티크 샵에 가서 가난한 날의 행복에 대해 읆어?..매장 직원들이 안습할 것이며...그 분이 나가신 후에는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소비의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배제된다.보드리야르는 '수치'에서 눈길을 거두고 '해석'하라고 주문한다.소비 사회가 풍부함으로 인해 평등을 주느냐 불평등을 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즉 성장을 통해 더많은 사람이 풍부함에 접근할 기회를 갖는 다는것은 거짓이라는 것이다.보드리야르는 경제성장의 중심에 자립잡는 것은 '왜곡의 과정이며 성장의 구조와 진정한 의미를 주는 것은 왜곡비율'이라고 말한다.부의 절대량에 상관없이 '성장은 불평등에 의존한다'.

흔히들 '소비'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말한다.그러나 나의 욕구가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다.그냥 그게 좋아서...그냥 그게 예뻐서...그냥 믿음이 가서.... 이러한 욕구의 무의식화는 사실 '생산성의 욕구'이다.길게 말해 불필요할 만큼 단 한마디로 정리가 된다. '욕구의 조건지어짐' 이 그말이다.이것은 '차이화'라고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개성화'라고 하는 것들이 체제의 완벽한 그림 안에서는 조건지어진 욕망의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리바이스 501을 입을지 '캘빈 클라인'을 입을지 고를 자유뿐이다.그래봐야 청바지인데 그걸 입고 스스로 개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개성을 사랑하는 젊은 층들이 거리에서 보면 전부 유사한 개성으로 몰개성화된다는 것은 '기성품 사회'의 증거이자 '욕구의 조건지어짐'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의 핵심 개념은 '사물의 기호와 차이'이다.포스트모던의 대표학자 보드리야르가  후기구조조의자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이다.현대 사회에서의 모든 것들은 '기호'로 교환된다.그냥 쉽게 이해하면 '타워펠리스'라는 말은 '기표'이고 '타워펠리스'라고 할 때 그걸로 상징되는 부가 '기의'가 된다.각그랜저는 과거 '부'의 상징이었고 요즘은 '깍두기'의 상징이다.이게 다 '기호'다.그 내용에 해당하는 기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언어가 그렇지 않은가...소비 사회의 사물들 역시 사물의 사용가치는 점점 탈취되고 '기호'로서 작용한다.그런데 '기호' 놀이는 혼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청춘의 기억을 함께 나눈 고물 티코 자동차가 있다고 치자.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동차지만 '기호' 놀이에서 '티코'는 '싸구려 경차'이거나 '아줌마들 수퍼 갈 때 타는 차'이다.'기호'에는 '타인과의 공유'가 필요하다.그게 요즘 대통령도 좋아하는 '코드' 라는 것이다. 기호가 이해되려면 '코드'가  맞아야 되는 것이다.국내 명품들로 설명하면 아주 쉽다.국내에 명품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품목들은 대개 누구나 알만한 '대중명품'이다.왜 있지 않은가? 불가리,팬디,까르띠에 등등.... 진짜 소수만 아는 명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가격도 가격이지만 그걸 해도 아무도 모른다.코드의 확산이 안되있으니까 그게 짝퉁인지 명품인지 뭔지 알게 무엇인가.대한민국의 명품은 '대중명품'으로 '코드화'되어 있다.

재화와 차이화된 기호로서의 사물의 유통,구입,판매,취득은 오늘날 우리들의 언어활동이며 코드인데,그것에 의해서 사회 전체가 의사소통하고 서로에 대해 말한다.이것이 소비의 구조이며 그 언어이다.

차이라는 것은 소비에 있어서 가장 큰 동력이다.부르디외는 차이를 '구별짓기'로 설명했다.하지만 차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화되는 경향이 있다.한때 차이를 나타내는 상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나 소나 다 하게된다.그렇게 되면 애초 그룹은 또다른 차이를 위해 다른 블루 오션으로 건너간다.즉 차이는 차이 상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부르디외는 차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차이화의 구조적 논리가 있으며 이 논리가 개인들을 개성화된 것으로 즉 서로 다른 것으로 만들어낸다.그러나 이것은 자신을 개성적인 존재로 만드는 행위에서조차도 개개인이 순응하는 일반적인 모델과 하나의 코드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그는 차이화를 위한 경쟁을 '유희적인 추상경쟁'이라고 말한다.

3부 <대중매체,섹스 그리고 여가> 에서는 소비사회와 대중문화 사회의 상호관련성에 대해 설명한다.중요한 개념은 '르시클라주'이다. 재교육,재학습 등으로 번역된다.보드리야르가 제시하는 예를 들면 조금 더 쉽다.전원 형태의 자연이라는 것이 좋은 예가 될 듯하다.흔히들 전원주택으로 재개발된 자연을 실제의 자연과 구분하지 않는다.전원 생활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실제 자연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그럼에도 그 둘은 혼재되어 미디어 속에 비춰지고 또 인간의 무의식속에 교육된다.자연은 원래 본원적이고 특수하면 총체적이다.하지만 현대인의 의식 속에 자연은 부정적인 모습이 거세된 상태의 것이다.보드리야르는 '유통과정에 재투입된 자연의 기호의 소비된 모습'이 르시클라주된 자연이라고 명한다.유행은 문화의 르시클라주이며 건강검진은 의료의 그것이다.

이외에도 광고,키치,팝아트,매스 미디어 등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시선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유효한 구석이 많다.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는 소비의 대상으로서의 육체는 몇 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몸짱신드롬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많은 문제를 던진다.관리된 나르시시즘과 기호와 유행의 피부를 입고 있는 현대인은 자신의 육체를 사물하하고 있다.실제 자본에 포섭되는 형태를 갖고 있으면서도 육체의 해방은 인간의 해방이라는 이름을 쓰고 이용된다.육체와 관련된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본원적인 총체성을 읽은 성의 문제까지 확대된다.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강박증 걸린 최근 TV 프로그램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면 <육체>와 관련된 장만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소비의 사회>는 결론에서 문학적이게도 부와 명예를 위해 악마에게 자신의 거울이미지를 판 <프라하의 학생>의 예를 든다.상품과 교환가치를 중심으로 둔 자아는 결국 자아에게서 소외되고 사물은 복수한다.보드리야르는 말한다. 소외의 극복은 불가능하다.왜냐하면 소외는 악마와의 거래의 구조 그 자체,상품사회의 구조 그 자체이기때문이다.<프라하의 학생>은 소비의 유희성이 점점 소비의 비극성으로 변해가는 소외를 보여준다.중세 사회가 신과 악마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었다면 소비의 사회는 소비와 그 저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반소비주의 역시 소비사회에 포섭되는 것을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보드리야르는 예리한 분석에 비해 적절한 대안을 이야기 해주지 못한다.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답답해질 수도 있다.'소비의 하얀 미사를 걷어치워라' 라고 외친다고 소비사회로 부터 달아날 수 없다.하지만 보드리야르에게 모든 공을 넘길 수는 없다.학자의 몫은 거기까지 일 때가 많다.

진정한 고민은 지금부터이고 나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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