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책읽기 365>에 실린 옥타비오 파스의 산문집이다.문정희 시인의 폼뿌가 대단하다.

이 책이 시론집이어서 한번 멈칫하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책읽기 365]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입력: 2007년 02월 11일 18:31:21
 
‘활과 리라’

옥타비오 파스의 산문집 ‘활과 리라’(솔)는 눈부신 문학의 피라미드이다. 그가 노벨상에 빛나는 시인이고, 이 작품이 20세기 스페인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산문이라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과 시에 깊이 천착한 한 거장의 사색의 절정으로 인간의 존재를 깊이 느낄 수 있다.

“시는 앎이고 구원이고 힘이고 포기이다. 시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는 이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다.”

어디를 펼쳐도 가슴을 치는 문구들이 튀어나온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도 이만큼 감동과 부러움과 질투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아니 질투라기보다 무력감과 자괴감이다. 이 책을 보며 비로소 한국문학이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이다. 그가 내리친 도끼로 정수리를 얻어맞으며 나는 내내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태어나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다.

나는 그가 살던 멕시코를 세 번 방문했고, 그때마다 아즈텍과 태양의 돌이 나의 피 속에서도 분출하는 착각을 느꼈다. 그는 우리에게 문학을 말한 것이 아니다. 시대와, 인생의 본질을, 생명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스페인어를 살과 뼈로 녹여 빼어난 한국어로 되돌려놓은 두 역자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문정희 시인·동국대 석좌교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인 2007-02-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진짜 명문이라고 하고, 후배가 꼭 읽어보라고 선물해줬는데... 쌓여만가는 책들.. 압박이네요. 퍼갑니다. 이번기회에 꼭 읽어봐야겠군요!

드팀전 2007-02-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뽐뿌의 사전적 의미가 그렇습니까? ...제가 쓰는 의미랑은 다르네요.^^
제가 쓰는 뽐뿌는 '소비를 조장하는 또는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뭐 이런 뜻입니다.제가 단어의 사회적 의미를 무시한건가요? 뭐 무시해도 별 상관없구.내가 가진 사전에는 뽐뿌라는 말 자체가 안나오니까^^....하여간 구두님 말씀은 대단히..아주 대단히 훌륭하다는 뜻이지요.뽐뿌의 강화입니다.
 

갑자기...홀연이...창졸간에...뜬금없이...베토벤 전집 폭풍이 불었다.엄청난 양에 엄청난 가격이다.

대략 40-60장의 베토벤 CD를 석장 정도 가격에 얻을 수 있다니....길거리에서 파는 리어카표도 아니고 기존의 주요 클래식 레이블의 폭탄공세다.연주자들은 이름없는 야인들이 아니다.클래식 듣는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는 1류 연주가들이다.

도대체 어째 이런일이 생겼을까?

아무래도 CD의 시대를 접고 PC음원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번 쎄게 팔아보자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음반 매장에서 선주문 받고 있는데 대략 입고일들은 3-5월이다.관심있으면 미리 주문해야 할 듯


독일 카스카드 레이블는 레코드 총수는 가장 많다.무려 87장 ,가격도 그중에는 비싼편 9만원대다.87장을 9만원이라하는데 비싸다고 하다니 써놓고도 좀 이상하네.거의 모든 베토벤의 곡,베토벤의 600여곡이 수록된다.헬무트릴링,미하엘 길렌 등 베토벤의 본거지 독일을 중심으로 연주단체들이 구성된다.대략 4월쯤 수입예정이다.

대표적인 메이저 클래식 EMI에서도 50장 짜리 콜렉션을 내놓았다.이건 3월쯤 입고예정이고 가격은 CD3장 가격.대략 6만원 안팎일 듯하다.(근데 이건 4장 가격에 가깝다)

음원들은 과거 EMI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음원들이다.

 클뤼탕스,오이스트라흐,바렌보임,리히터 등이 포진해 있다.이미 명반으로 소문이 나있는 음원들도 다수 포함된 듯 하다.

EMI시리즈는 모차르트,슈베르트도 이 시리즈로 내 놓았다.

 

 

 소니 BMG에서는 60장으로 콜렉션을 만들었다.가격은 6만원대.EMI보다 10장 많다.EMI보다 녹음은 최근 음원이 많고 지명도는 조금 낮은 연주자들이다.그러나 이건 상대적인 것 뿐이다.현역들의 음원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선수들 볼까...상대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걸 낮은 지명도라고 이야기하니 참 어색하다.

안너빌스마,요요마,데이빗 진먼,쿠르트마주어.....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내 판단 기준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베토벤 음반과 겹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뭐 이런 정도의 생각이다.

아무거나 택해도 억울한 건 없을 듯 하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그냥 사라 !! 클래식을 잘 안듣는 사람도 몇 장은 꺼내서 들어볼 때고 그리고 장식해놓아도 3장 가격 이상의 데코레이이션 효과가 있다.클래식 자주 듣는 사람은.. 이거 언제 다 듣나나 고민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베토벤 사진이 전부 똑같네.비극적 영웅을 닮은 베토벤.낭만적 영웅 신화로 태어난 베토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7-02-0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전 베토벤의 생가에 불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휴....

드팀전 2007-02-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아..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어쨋거나 선정적인 제목이 효과가 있나봐요?

글샘 2007-02-0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드디어 CD 시장을 덮을 준비들을 하는 모양이군요. 완존 덤핑 가격이네요. 50장에 5만원이면, 한 장에... 1천원? 정품이 그럴 정도면... 가수만 문닫는 게 아니라, 연주가도 문닫는 시대가 오는 거 아닌지 몰라... 덕택에 한 질 사야겠군요.^^ 클래식은 제가 가끔 듣는데, CD 수집은 마누라 취향이라서^^

달팽이 2007-02-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짜르트 기념음반에 이어 또 지름신을 불러야겠군요..

드팀전 2007-02-0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그렇긴 하지만....그래도 없는 음원 위주로 산다면 다른 옵션을 하나 더 갖는 거니까..일단 싸잖아요.ㅆㅆ
글샘님>아무래도 pc음원배포쪽으로 가는 듯 해요.이미 해외 유명오케스트라들이 직접 라이브 음원을 제공하고 있거든요.메이저 음반사도 시작하고 있고.압축 기술이 점점 발전 하니까 곧 그리될 듯 보입니다.서점 돌아다니는 재미가 없어졌는데 이젠 음반점 돌아다니는 재미마저 앗아가려는 듯....그래도 전 꾸준히.^^

전 사실 저런 전집류에 부정적인편이어서 사실 하나도 없는데요.이번 판은 질러도 괜찮을 듯 해요.연주가들의 네임밸류가 일단 과거 무더기 전집류와는 좀 차이가 있다는..

mannerist 2007-02-0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d시대가 끝나는 조종 소리로 들립니다 (딸랑~)
뭐 재미있던건... 저 타이틀 발매 한 일주일 전쯤 해서 모처에 진만 베토벤 교향곡 전집 중고 CD가 생각치도 못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몇 장 풀렸던 거죠. 이게 이 가격으로 나올 게 아닌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저 발매 소식을 듣고 그럼그렇지. 머리좋은 사람들. 하며 씨익- 웃었습니다.

yoonta 2007-02-0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스...나오면 당장 사야겠네요. 씨디가 아무리 사양이라도 클래식은 특성상 하이파이기기에서 감상했을때가 최선입니다. 세 전집 다 사는 것도 고려해봐야할듯..^^

kimji 2007-02-0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는 거겠지요? ^^
에, 클래식과 가까워지고 싶어요오오옷!

2007-02-09 0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2-0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정보들이 빠른거죠.다들 외국 사이트도 주기적으로 들어가서 보고 그러더군요.정성이 대단...별로 따라 하고 싶진 않구요.귀찮은데
윤타님>일단 음반사에서 1회 한정이런 식으로 선주문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늦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요.실제 그런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구하면 다 있을 법합니다.마이너레이블에서 소량 수입하는게 아니니까.

2007-02-10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8.15에서 5.18까지
박태균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이 내게 다가왔다.

흑백 TV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실내 안테나를 이리 저리 돌렸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던 주사선을 줄여야 했다.토요일 오전,10시. TV에서 애국가가 끝나면 나는 미국으로 초대되었다.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미국 만화들.한국 TV가 주말의 웃음을 제조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시간,AFKN은 심심해할 미 8군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을 위해 만화를 융단폭격했다.영어를 알아 듣지 못한 것은 답답했지만 그다지 큰 장애는 아니었다.미국 만화가 끝나고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나올 때 까지 TV를 붙들고 있었다.나는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듣기 좋았다.축축 처지는 애국가보다 행진곡 풍의 멜로디가 흥겨웠고 노래 아래 깔린 그림들은 더욱 멋졌다.미국 독립전쟁 그림,탱크와 비행기의 행진 장면,자유의 여신상,러시모아 국립공원의 큰 바위 대통령얼굴,달에 착륙한 암스트롱....  나중에는 피아노 건반으로 그 멜로디를 누를 수도 있었다. "솔미도미 솔 도.. "

<우방과 제국,한미관계의 두 신화>를 읽다가 문득 미국과 나의 첫번째 조우가 떠올랐다.이 책은 <한국전쟁>에서 대중적이며 균형감 있는 접근법을 선보였던 박태균 교수의 한미관계사책이다.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한미 관계를 바라보는 지향점을 명백히 보여준다.우리 사회는 미국을 둘러싼 두 가지 '신화'가 있다.하나는 미국을 동맹을 넘어 '혈맹'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을 '제국주의 식민 모국'으로 보는 신화이다.전자는 수구보수 세력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이다.후자는 80년대 사회구성체논쟁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했을 정도로 주요주제였으나 지금은 그런 식의 도그마화된 규정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물론 아직도 실제로 그렇게 믿지도 그렇게 분석하지도 않으면서 '미제'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그저 레토닉이나 배설의 언표 정도로 받아 들이는 편이다.

저자는 한미 관계를 '동태적'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미국의 세계 전략이라는 '작용'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반작용'의 틀 속에서 상호관계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박태균 교수는 한미 관계가 정상적인 두 국가 사이의 외교 관계를 넘는 '특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이러한 '비정상성'의 외부적 요인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전략을 한반도에 강요한 것이다.내부적으로는 역대 정권의 '비정통성'을 들고 있다.정권의 창출의 정통성 부재와 정권 내부의 불안정성을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풀어나가는 방식들이 역사적으로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만들어 내게 된 필요충분조건이다.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한미관계를 시대순으로 기존 몇 가지 모델로 언급한다.먼저 미군정시기의 한미 관계는 제국과 식민지 관계로 규정한다.50년대는 보호자-피보호자,60년대는 중심국-주변국 관계이다.70년대는 규정하기 모호할 만큼 사안별로 다양화된다.물론 박태균 교수의 입장은 한미관계사가 기존의 이론들을 포괄하는 역동적 모델임을 상정하고 있다.

대학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자.내가 대학들어가서 현대사를 공부하며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미군정기부터 한국전쟁 까지의 시기였다.특히 모스크바 3상회의와 신탁통치안에 대한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과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고등학교때는 '민족주의자들은 반탁,소련의 사주를 받은 공산주의자들은 찬탁' 으로 배웠다.물론 이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스크바 3상회의의 전체적 의도와 신탁통치안의 현실성에 대해 일방적으로 앞뒤 꼬리떼어낸 것이긴 하다..당시 동아일보는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특종보도했다.그리고 한국 언론사에 길이 빛날 왜곡보도를 한다.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는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미국은 즉시 독립주장,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고 기사를 작성한다.이어서 12월 28일 조선일보는 박스기사를 통해 '독립전쟁을 시작하자'라고 선동한다.

미군정의 견제로 뒤늦게 입국한 김구를 중심으로 하는 임정은 '반탁'의 정점에 있었다..남한 내에서 좌익과 중도세력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미국은 신탁통치에 긍정적이었다.우선 한국인의 자치 능력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또한 중국 국민당이 우세한 45년 상황에서 미소영중이 신탁통치를 하면 자유주의 세력이 숫자적 우위를 구성하고 한반도 내에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었다.미국은 남한 사회내에서 우익 세력을 양성하고 좌익 세력에 탄압을 가하기 시작한다.그러나 신탁통치 안에 대한 우익의 절대반대는 미국을 난처하게 만든다.힘을 실어야 하는 우익에서 미국의 전략에 반대하고 나섰고 뺨때리고 싶은 좌익계가 미국의 의도와 같은 방향으로 향했기때문이다.결과적으로 미소공동위원회는 성과를 얻기 힘들었으며 남북이 각각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박태균 교수는 이 사건을 미군정이 한반도내의 내부적 정치 역동성에 전략을 바꾸게 된 첫번째 사안으로 꼽고 있다.

모스크바 3상회의를 필두로 한미 관계는 끊임없이 갈등한다.갈등은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미국의 대외전략변화에 따라 수시로 증폭된다.미국의 기본적 전략은 일본을 지키기 위한 한반도 개입이었다.일본이 패전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50년대 중반 이후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역할론이 또 하나의 중심전략이 된다.이는 미 행정부가 받고 있던 재정부담과도 관련이 있다.4.19 당시 미국의 태도는 미국의 남한내의 정치 상황에 대한의 기본 입장을 보여준다.즉 미국은 제 3세계 정책을 펼때 민주주의와 반공독재 사이에서 고민한다.미국은 이 두마리 토끼를 쫓지만 국민들의 반대로 더이상 독재정부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들때 미국은 민주주의의 손을 들어주게 되지만 그 전까지 한국의 독재체제는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유지된다.

60년대 미국의 대외정책은 로스토우에 빚지고 있다.근대화론으로 대표되는 로스토우의 논리는 경제성장을 통해 체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도 양보될 수 있다고 본다.(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세대들의 일관된 정서와 같다.)특히 로스토우의 논리중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저개발국가에서 과도기적 단계를 효율적으로 거치기 위해 군대를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보았다는 것이다.마치 5.16 군사 쿠데타를 예견하는 듯 보이는 이론이다.

이 책에 나오는 5.16 군사 쿠데타 부분은 마치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 진지하다.쿠데타를 제압하겠다는 유엔군 사령관과 미국 대사,'올것이 왔다'이를 계기로 정계 개편을 꿈꾸는 윤보선 대통령,쿠데타 상황에 대처해야함에도 숨어버린 장면 총리, 윤보선을 권좌에 계속 두면서 쿠데타정권의 도덕적 정당성문제를 넘어가려한 미 국무부.박태균 교수는 3,500명으로 성공한 쿠데타의 뒤에 미국의 역할보다 한국 정치인들의 무능이 있다고 지적한다.

60년대 중반이후  한미관계의 중심은 '베트남전 파병'이었다.60년대초 권력 기반이 아직 불안했던 박정희는 쿠데타 주체세력과 미국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절대권력의 위치에 오른다.박정희가 전투병 파병을 강행하게 된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하면 첫째 한일협정 체결로 인한 국내여론 악화의 돌파구였다는 점,둘째 64년 주한미군과 한국군 감축계획에 대한 반대,셋째 베트남 특수를 통한 경제활성화 등이다..미국은 베트남전이 장기화되어가면서 국내여론과 재정압박에 고민하게 된다.결국 한국군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또 아시아국가의 참여라는 홍보용으로도 적당했다고 본 것이다.박정희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임을 더욱 부각하고 싶어했다.일본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중요성 수준으로 한국의 입지를 확인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그러나 박태균 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마지노선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시작한다.요즘말로 하면 오바하기 시작한 것이다.이 오바는 결국 대미 관계의 전략의 부재와 한미관계에서의 학습효과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68년 1.21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사건과 푸에블로호 사건은 한미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다.박정희는 대북 보복공격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한다.또한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해결을 위한 미북간 비밀협상에 배제된 것에 분노를 표한다.한국이 베트남을 빌미로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고 파악한 미국은 '너희들이 베트남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겠다면 우리도 남한에서 미군을 빼내겠다.'라는 상황까지 이르게된다.당시 미국은 북한을 통제하는 것보다 남한을 통제하는데 훨씬 많은 공을 들인 형태가 되었다.박태균 교수는 파병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정부의 전략이 오판이었음을 지적한다.

한국 전쟁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주한 미군 감축 전략을 취한다.70년대 닉슨독트린과 지미 카터의 데탕트 시대에 수면에 떠오른 미군 철수론은 파장이 컸다.박정희는 또 한번 '벼랑끝 전술'을 쓴다.핵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고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맛이 간 민족주의자들은 이 시점을 한국의 위상을 당당히 보인 것이라고 아직도 그리워한다.한때 신문광고 해대던 <무궁화꽃...>인지 뭔지도 그런 내용 아닌가 싶다.최근에 북핵이 문제되니까 김정일을 감금하고 밥굷기는 소설도 하나썻다고 한다.소련과 군축도 논의되고 개입전략보다는 현상유지전략을 택한 미국이 이걸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그러고 보니 30년정도의 시차를 두고 미국은 남한핵문제와 북한핵문제를 다루고 있다.핵을 둘러싼 아이러니다.이 책을 보면 현재 미군 재배치와 상시기동군 운영 전략이 그다지 새롭거나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아주 오랜 시점부터 연구되어 온 것이고 미국은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차근 차근 진행하고 있던 것이다.

<우방과 제국>을 보면 보수 언론이 즐겨쓰는 '한미동맹강화'라는 것이 지난 역사에서 그렇게 순탄치 않았음을 그리고 또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한미관계는 출렁이는 바다처럼 단 한번도 평온했던 적이없다.그럼에도 마치 한미관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상과제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저자는 한미관계의 갈등원인이 미국측에 있음을 우선 밝힌다.무리한 세계전략을 추진하는 제국이 가진 한계이다.또한 한국정부의 부적절한 대응도 지적된다.일부에서 이 부적절한 대응을 '민족주의'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결코 민족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그 때 그 때 정권차원의 안보가 중심이었던 것일뿐이다.마지막으로 한국민들 사이에 미국에 대한 신화가 지적된다.한국 사회의구성원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당연히 받아들인다.거기에는 '사회진화론'이 자리잡고 있다.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우리가 이라크에 젊은 이들을 보낼때도 파병론자들의 논리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 그것이었다.파병에서 어떤 특수를 얻을 수 있을까? 못해도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질 테니 떡고물은 있겠지? 그걸 현실론으로 받아들이고 그 토대 위에 논리의 탑을 쌓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그리고 그 논리의 현실적 이득과 그 논리의 기계적인 정합성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어떤 이득이고 어떤 평화이고 어떤 국가인지가 중요한 것 아닌가? 논리의 토대가 인류애와 평화에 있지 않다면 그 많은 삼단논법과 통계수치,미래 예측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스스로 억압하는 또는 억압받는 민중임을 알고 그 땅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걸 잊고 멋진 이론과 논리와 통계로 무장한 자신을 엘리트라고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우방과 제국,한미 관계의 두 신화>는 정치외교 영역에서 한국에 늘 존재하는 미국을 보여준다.이것과 함께 우리의 일상성 속에 우리의 문화 속에 ..유행하는 말로 우리의 '아비투스'속에 존재하는 미국은 또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게된다.

P.S) 이 책은 대중적 역사서를 지향한다.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마치 <제3공화국><제5공화국>하는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책에는 8.15부터 5.18까지 한미관계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80년대 부분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7-02-08 10:39   좋아요 0 | URL
^^.... 미국은 5분거리에 있었는데 미군은 차타고 15분쯤 가면 있어요.하야리야 부대라고..얘들도 곧 이사가요.그런데 왜 이렇게 길게 썻대,나는.
재미있게 읽었으면 압축해서 써야하는데 머리쓰기 싫어서..^^ 반성

kleinsusun 2007-02-11 21:19   좋아요 0 | URL
와우.....정말 긴 리뷰~ ㅋㅋ
정말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맞죠? 보관함에 넣었어요.^^

드팀전 2007-02-11 22:34   좋아요 0 | URL
제가 역사책 읽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또 현대사는 재미있어 하다보니...
어쨋거나 재미있고 유익한 책은 맞습니다.^^
 

도올 김용옥 “盧정권 5년 역사적으로 의미”
입력: 2007년 01월 31일 18:25:48
 
도올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교수·59)가 참여정부에 대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5년”이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영어로 읽은 요한복음’ 강좌 설명회에서 “노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우리 시대를 잘못 리드한 대통령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노정권 5년을 너무 각박하게 평가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 역사는 5년간 분명히 진보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떨어져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노정권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마귀’ 소리를 많이 들어 더 이상 교회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교회는 조직력에 의존할 게 아니라 매주 일요일마다 감동적인 설교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목사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좋은 신학서들을 출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교회가 건물만 짓는다”고 비판하면서 “기독교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본래의 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부터 EBS의 어학사이트(www.ebslang.co.kr)를 통해 요한복음을 소재로 영어강의를 펼치는 김교수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영어실력이 나보다 낫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김우창 교수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장 5형식과 단어공부, 원서독해’가 영어 실력의 비결이라고 밝힌 김교수는 “김우창 교수는 깊이 있는 독해지식이 누구보다 풍부한 분이고, 반기문 총장도 시골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라며 최근의 회화중심 영어공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 김교수는 스스로를 “이 시대 마지막 골동품”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히랍어 원전과 개역한글판(1952년판), RSV(Revised Standard Version) 성경 등 3권을 두고 ‘근본적인 성서주의에 입각해 요한복음을 해석했다”며 “일생을 걸고 학문적으로 상당히 중후한 작업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

어제 조선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아주 빠른 시기에 우리나라를 '우향우' 할 수 있게 해준것이 노무현의 선물이라고 했다.국민들은 이제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것에 속지 않는다는 취지였다....좌파정권(노무현이 왜 좌파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이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결국 빈부격차를 벌렸다.늘어난 빈민층은 좌파의 선동에 더욱 동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그 분의 주장은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솔직히 뒤통소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빠악...소리가 날 정도로.나도 노무현을 썩 좋아라 하진 않지만 말은 좀 되게 이야기를 해야지 하여간 이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조금 귀찮더라도..어제 칼럼 보시면 된다.옮기러 조선일보 들어가기도 귀찮아서...양해해주시길.

김용옥의 기사 중에 재일 귀여운(?) 부분은 자기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두번째로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귀엽지 않은가? ...첫째 자리는 김우창 교수에게 양보했다.^^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의 귀여움이다.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출신이며 요즘 파업중인 잡지의 전 편집국장인 어떤 소설가에게도 나는 가끔 그런 느낌을 받는다.그의 장점은 세상에 겪을 것 다 겪어 봤다는 현장의 자신감이다.또 젊은 시절 부터 날렸던 뛰어난 문재와 이것 저것에 얾매이지 않는 바람같은 자유주의....그를 시원시원하게 만든다.(한쪽에서는 '마초'라는 별명도 얻었다.) ....'협객'같지 않은가.나름대로 좋아하는 분들은 '문단의 협객'으로 대접하는 것 같다.나는 언론사의 편집국장이 조직내에서 얼마나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도제식으로 교육받는 한국 언론조직에서 그는 가장 윗대가리에 있는 파워다. 애써 써온 기사 원고를 보는 앞에서 박박 찢고도 당당하게 '니 글이 글이냐? 초등학교만 나와도 이 정도 한다.그냥 사표내고 동네 슈퍼나 해라.이 @@이야.이딴 걸 기사라고.." 이것보다 100배정도 심한 말을 해도 밑에있는 애들은 크게 게기지 못한다...특히 김훈같은 실력좋은 대기자가 호통을 치는데 뭐라고 할것인가? "그런 얼마나 잘쓰는지 한번 보여주시요" 라고 할까? 실제 써보면 김훈이 나을 테니 안 붙는게 낫고...이도 저도 할 것 없이 고개 팍 숙이고 술잔이나 기울여야겠지.그럼 김훈 국장은 '마..다 그런거야.그러면서 크는거야.우리때는..'이러면서 또 살짝 위로해준다.

내가 꾸민 거지만  거의 이랬을거다. 이걸 인간적인 걸로 볼 수도 있고 저런 상황이 싫을 수도 있다.어쨋거나 난 그의 협객기질을 보면서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김두한'이 생각났다.김두한도 시원시원하지 않던가.국회에 분뇨도 던지고..세상에 두려울 것 없이 자유분방하게 살고... 그런 모습이 드라마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김훈의 시원함과 김두한의 시원함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깡패와 문학인을 비교했다고 명예훼손되지는 않겠지.무언가 모르게 김훈의 권위와 김두한의 권위는 비슷한데가 있고 그 시원함에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그리고 시원함에 가려진 '생각의 토대'에 대해서는  막힘없는 자신감에 가려쉽게 가려진다는 것도 유사하다.어쨋거나 다 내 취향은 아니다.난 비권위적인 사람들이 좋다.나랑 즐겁게 놀 수 있었던 내 과거 직장 상사이자 지금은 형님인 그 분 처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7-02-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단해요. 이 사람. 정말 언제나 열정에 가득찬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드팀전 2007-02-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에요.부럽지요.나같으면 피곤해서 못할텐데...
한대수 아저씨하고 공연음반도 냈었지요.

글샘 2007-02-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지만, 온라인으로 해서 다행입니다. 돌선생, 얼굴 보는 거 별로 유쾌하지 않거든요. 잘난체는... 뭐라도 한 우물 죽자고 팠으면 좋겠어요. 일년 다니다 때려치운 주제에, 무슨 신학대학 수석 입학 운운은... 재수없어!

달팽이 2007-02-0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독선과 자만심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통쾌함도 있지요..
드팀전님 말대로 나하고는 스탈이 다르지만 그래도 좋게는 봐줄수 있을 듯...

게으름뱅이_톰 2007-02-02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분이세요, 하여간 ^^
 

*이 책 아직 못봤는데 보고 싶어진다.보관함에 책은 쌓여가고...

[책읽기 365] 박제가 ‘궁핍한 날의 벗’

입력: 2007년 01월 31일 18:27:13
 
합종연횡의 계절이 왔다. 어제의 적군이 오늘의 아군으로, 오늘의 벗은 내일의 원수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잡는 것이며 12월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변신도 받아들일 태세다.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나 외에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한결같음의 위력, 맑은 영혼이 그리울 때는 박제가 산문선집 ‘궁핍한 날의 벗’(태학사)을 든다. 이 책에서 궁핍은 물질적 가난이자 희망 없는 시절에 대한 배고픔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백동수 등은 종로 백탑(원각사지 10층석탑) 아래 모였다. 시를 짓고 노래하며 춤을 추지만 그들을 위로한 건 시문이나 가무가 아니다. 함께 분노하고 함께 취해가는 벗의 눈망울이 하루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다.

그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맹세했다. 초발심을 잊어버리지 않기, 제도의 권위에 눌리지 않기, 관례를 혁파하고 하루하루 새로운 정책들을 주장하기. 정조 등극과 함께 그들에게도 기회가 왔다. 이룬 것도 있고 더 큰 절망이 찾아들기도 했지만 백탑파의 삶은 변절이나 배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께 늙어간 멋진 벗들이 서로의 삶을 살폈기 때문이다.

신문을 가득 채우는 말들의 상찬이 의심스러운가. 국가지도자로 나서려는 그들의 벗을 살펴보라. 궁핍한 시절을 같이 이겨낸 오랜 벗들이 그와 어깨 걸고 있는가. 아니면 지난 시절 풍광은 모조리 사라지고 멋진 오늘과 더 멋진 내일만 홀로 그려내는가. 독불장군이 새 역사를 열어가기는 어렵다. 정조 시절에도 또 21세기에도.

〈김탁환/소설가·KAIST 교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