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그너 :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외 / DG (도이치 그라모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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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의 초기 오페라 중 하나이다.바그네리안들에게는 바그너 음악의 정점인 <반지><트리스탄과 이졸데><파르지팔>을 듣기 위한 선행학습쯤으로 여겨진다.대개 <방황하는 네델란드인><탄호이저><로엔그린>등이 기존의 오페라와 큰 차이를 갖지 않으면서도 후기 바그너의 전조를 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된다.이런 선행학습을 통한 음악듣기가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음악 듣기가  마치 태권도 승급심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물론 모차르트의 음악보다 바그너의 음악을 듣는데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인내가 요구된다.모차르트가 바그너보다 덜 된 음악가이기 때문이 아니다.바그너의 음악은 -그가 말했듯이-음악,문학,철학,신화학 등의 많은 정보를 한 접시에 담아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접시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음미하려면 어느 정도 예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편안함을 주는 감상중심의 음악팬에게 이런 공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그리고 공부하면서 들어야하는 음악이 꼭 훌륭한 음악감상 태도라고 생각치는 않는다.어떤 좋은 음악은 무도장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들어야 제 맛이다.또 어떤 좋은 음악은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와이퍼의 박자에 맞추어 들어야 최고다.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청취 방식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바그너의 음악은 공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대하며 귀찮은 음악'이다.사실 어떤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듣느냐는 질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예술'에 대한 가치관의 설정의 문제이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의 다른 음악처럼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곡이다.7년마다 한번씩 뭍에 오르는 유령선장 네덜란드인.그는 저주를 받아 바다를 헤매인다.저주의 족쇄를 풀 수 있는 길은 한 여인의 희생적인 사랑을 확인하는 길이다.바그너는 이 신화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꼇다는 것이 정설이다.바그너는 일종의 '모성컴플렉스'가 있었던 사람이다.그의 여성편력은 유명하다.바그너는 사랑에 굶주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자신과 동일시했다.그리고 바그너의 도피행각에 겪었던 항해의 경험까지 반영되었다.서곡을 필두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폭풍치는 바다'의 주제는 그래서 더욱 생생하다.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폭풍우 치는 바다의 그르렁 거림이 쟁쟁한 금관과 강력한 현악 앙상블에 의해 묘사된다.

이 DVD는 85년 바이로이트 실황으로 유명한 하리 쿠퍼의 연출이다.과거에 LD로 나왔을 때도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이미 20년전 연출이고 이후 새로운 프로덕션이 새로운 시대의 바그너 무대를 꾸며오고 있지만 쿠퍼의 실험적이며 설득력있는 연출은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는다.85년 하리 쿠퍼 프로덕션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인공은 단연코 젠타이다.이 공연에서는 리즈베트 발스래프가 젠타 역을 맡았다.그녀의 가창은 바그너 음악에 필요한 근기가 있으면서도 신화/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불안감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다.또한 촛점을 잃은 듯 한 눈빛,경계선 인격장애자가 가졌을 법한 광기가 그녀의 연기에 담겨있다.그녀의 훌륭한 가창과 연기는 하리 쿠퍼가 젠타의 분열적 성향에 연출의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젠타는 공연 내내 무대 좌측의 작은 철재 난간위에 서있다.가슴에는 신화 속 주인공인 네덜란드인의 초상화를 앉고 말이다.그녀는 단 한번도 그 초상화를 내려놓지 않는다.그녀는 무대 위에서 현실/신화 속을 오고간다.철재 난간 위에서 그녀는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온 아버지 달란트를 본다.저주받은 네덜란드인과의 거래도 지켜본다.선원들의 춤도 바라본다.또한 철내 난간을 내려와 들이대는 에릭을 거부하기도하고 네덜란드인의 존재를 믿는다고 놀림하는 동료들에게 멋진 발라드를 들려주기도 한다.하리 쿠퍼가 젠타를 무대에 계속 남겨둠으로써 생기는 효과는 훌륭하다.인구에 회자되던 선원신화와 원신화가 현실에서 재현되는 과정이 2중구조로 명확하게 보여지면서 또 무엇이 신화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모호하게 만든다.젠타가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드라마의 내러티브는 다른 말로 하면 젠타의식 속에 있었던 네덜란드인 신화의 반영이기도 하다.이런 생각을 계속 발전 시키다보면 무대의 내러티브가 젠타의 무의식인지 극중 현실인지 헷갈리면선 묘한 정서적 반향을 일으킨다.

네덜란드인과 젠타의 조우 장면은 현실과 신화의 경계에 서 있는 젠타의 분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아버지 달란트가 무대 뒤에서 검은 실루엣의 네덜란드인을 데리고 온다.그리고 자리를 떠난다.무대 뒤편에 다시 네덜란드인의 배(양손을 모은 모양을 한)앞에 달란트와 이야기를 나눈 네덜란드인이 나온다.(사이몬 에스테스가 이 역을 맡았다.흑인 노예같은 인상이다.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네덜란드인의 절규가 영화에서 본 흑인 노예의 절규처럼 현실감이 있다.) 결국 무대위에는  두 명의 네덜란드인이 있는 셈이다.어디가 젠타의 무의식속에서 나온 음성인지 어디가 아버지 달란트가 데려온 실루엣 네덜란드인의 목소리인지 구분이되지 않는다.또한 이것을 구분하려 하면 하리 쿠퍼의 연출이 의도한 바를 훼손하게된다.극중에서 젠타와 네덜란드인은 거의 서로를 바로보며 이야기하지 않는다.우리고 보고 있는 네덜란드인이 신화 또는 신화를 내재화한 젠타의 의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대개 여성의 희생을 통한 영원회귀라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방황하는 네덜란드인>도 그런 도식을 따른다.이 오페라에는 에릭이라는 젠타를 원하는 남자가 등장하여 일종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에릭과의 삼각관계는 결국 비극을 향한 전초가 되는 셈이다.하리 쿠퍼의 연출에서는 그런데 이 부분이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쿠퍼의 연출이 의도한 바는 그런 통상적인 비극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가창도 노련하고 카메라의 화면구성 역시 볼 만하다.간혹 막과 막의 연결을 위한 진부한 디졸브 화면이 눈에 거슬리기는 한다만 그정도는 눈감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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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도 한번 말했는데...요즘 즐겨보는 신문은 '경향신문'이다.(로쟈님의 페이퍼에도 경향신문 스크랩이 꽤올라온다.^^)창간 60주년을 맞아서 '공격적'(?)인 기사들을 많이 올리고 있다.최근에는 과감하게 1면에 서민생활/노무현의 정치올인을 나누어 편집해서 청와대를 자극했다.청와대는 인터넷을 통해 '하이에나식 보도'라고 경향신문을비판했다.6가지의 질문을 던졌고 경향신문을 한 면을 내어서 청와대의 비판에 반비판을 했다.어쨋거나 경향신문은 각종 기획들을 통해 그만 그만한 신문기사들과 다른 읽을 거리들은 제공해주고 있다..

회사에 도착하면 주로 한겨레,경향을 먼저 들고 온다.그 다음에 조선일보의 타이틀을 한번 읽어본다.'자식들 또 오바하네.'라며 조선일보의 악의성에 대해 일상적으로 '쯧쯧'하며 마지막으로 부산 지역 신문인 국제신문을 한번 스윽 읽어본다.큰 이슈가 있을 때는 각 신문들의 1면 선정 주제와 타이틀만 비교해 봐도 재미있다.

오늘 신문들은 1면 타이틀에 각양각색이었던 듯 하다.화물연대 파업철회 이후 큰 건이 없었다는 뜻이다.경향신문 1면 기사는 신선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30판 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배포시간마다 1면이 다를 수도 있다.인터넷 경향에 들어갔더니 아랫쪽에 기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신문을 그대로 옮긴다.이 기사는 현지르포 형식으로 1면을 비롯해 같은 날 신문 4,5면에 걸쳐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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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미얀마에 무기 수출 ‘야만의 커넥션’
입력: 2006년 12월 07일 18:27:07
 
지난 10월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을 때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도 같이 기뻐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그같은 가치를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 독재정권인 미얀마와 한국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일들은 한국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외환위기때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한 한국 기업이 군부의 총칼로 민중을 탄압하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불법으로 무기를 수출함으로써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의 폭압에 일조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6일 미얀마(버마)에 포탄 생산설비와 기술을 불법으로 수출한 협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44년째 군사독재를 하는 미얀마는 비민주적 통치체제와 극심한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다.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군사정권에 반대하거나 민주화 운동을 해 투옥된 정치범의 숫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1,300명을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 정부의 공공지출 중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에 이미 45%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런 미얀마 군사정권에 위장계약서, 암호사용, 개인계좌 이용 등을 통해 무기공장을 통째로 팔아넘긴 것이다. 국제민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돕기보다 경제 이익을 위해 군부를 돕는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정권의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망명, 민주화운동을 하는 아라칸 민족협의회 공동설립자 니니르윈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정권과 사업을 하려면 사업체결 때, 개발이익 발생 때, 계약연장 때 등 3번의 ‘공식적 뇌물’을 주어야 한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대우인터내셔널의 위험한 불법행동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정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석유공사의 후원으로 미얀마 북서부 해안 A-1광구 사업권을 따내 상업성 있는 가스를 개발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중국·인도와 가스 판매협상을 하고 있다. 가스개발로 인한 막대한 이익이 군부정권에 넘어가게 되는 것은 물론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운반할 경우 미얀마 군부가 해당 거주자를 강제이주시킴으로써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핀란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미얀마 인권문제에 대해 간여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니니르윈은 “한국은 아시아의 기대에 걸맞게 아시아 인권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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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12-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경향이 요즘 가장 다이나믹하고 사기충천입니다. 무슨 동기부여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고, 기사는 저도 아침에 전철에서 읽었습니다.^^

마법천자문 2006-12-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키스탄, 버마 인민들의 인권은 무시하고 북조선 동포들의 인권만 걱정하는 뉴라이터는 편협한 민족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 벗어나라! 뉴라이터 전사들은 당장 파키스탄, 버마 대사관 앞에서 분신으로 항의하라! 항의하라!

끼사스 2006-12-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되읽고 있는 오에의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에 실린 중편소설이 생각나는 상황이군요. 젠(善)이란 이름으로 자칭하는 열혈운동가는 어린이용 완구에 살상용 폭탄을 장착한 뒤 '환상(幻像? 環狀?)의 루트'-정부와 미군이 암묵적 비호하는-를 통해 한국전에 이어 월남전에도 수출하려는 순수악(惡) 사업가를 고발하고자 동분서주합니다…. 이미 인도차이나 반도 민중을 향한 정치군사적 폭력에 가담한 바 있는 한국이-비록 기업 차원이라곤 하지만 정치외교적 빌미를 제공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이런 더럽고 야만적인 커넥션에 연루돼 있다니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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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원은 아파트 발코니다.크고 작은 몇 몇 개의 화분이 나의 정원의 전부다.결혼 전 총각 때 키워온 화분 중에서 아직 건재한 녀석들도 있다.그러나 대개는 결혼 후 새로 들여다 놓은 녀석들이다.나의 화분 관리는 나의 인간관리만큼이나 즉흥적이다.평소에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애정이 있는 척 바라본다.게을러야 잘 키울 수 있다는 화분들이야 나의 호들갑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그러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녀석들은 무척이나 반갑게 나를 맞이 한다.이러한 '무신경과 과대관심의 반복'은 식물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애정표현 방식이다.가끔은 와이프가 이미 물을 준 화분에 또 물을 주어서 아이들을 시들시들 하게 만들기도 한다.이 무지몽매한 애정표현으로 몇 몇 녀석은 이미 저 세상으로 보냈다.화분에서 앙상해져 버린 식물들을 걷어 낼 때는 마음이 아프다.화분을 정리하고 나면 곧 잊게될 죄책감도 느낀다.

요즘 집에 있는 화분 중에 요주의 대상은 '벤자민'이랑 '파키라'이다.신혼 초에 화원에서 사온 녀석들인데 최근 관리불량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요주의 대상목록에 올라와 있던 '고무나무'는 어젯 밤 마지막 잎을 떨구었다.고무나무의 주민등록은 말소 되었다.(고무나무의 명복을 빈다.못난 주인 만나서...ㅜㅜ)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을 가져오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단순히 물만 맞추어 준다고 잘 크는 것이 아니다.빛,토양,습도,환기 등등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 관리해야 될 것은 너무나 많다.결국 '식물우기'에는 아이를 돌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타샤의 정원>의 주인공 타샤 할머니는 1년 내내 아이를 돌보듯이 그녀의 정원 속 자식들을 돌본다.봄이 늦은 버몬트의 숲 속에서 겨울나기는 그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구근들이 눈 속에서 잘 견디는지 너무 많은 눈 때문에 뿌리가 썩어버리는 것은 아닌지...그녀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정성과 땀을 아끼지 않는다.그녀의 정원 속 자식들은 그녀의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동화 같은 풍경을 선보인다.아름다운 장미와 함박 웃음을 띤 백합,정원의 배경이 되는 옅은 붉은 빛의 돌능금나무.....모든 꽃과 나무들이 그녀의 땀을 먹고 조화롭게 자란다.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보고 있으면-비록 사진이지만-눈이 휘둥그레 해진다.자연이 만들어 놓은 멋진 색의 조합과 부드러운 붓터치에 눈이 큰 호사를 한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가꾸기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는 것은 그녀의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정신이다.지금 타샤 할머니의 연세가 90임을 생각한다면 정말 본받고 싶은 삶의 태도이다.그녀는 동화 속 정원을 꾸리기 위해 해마다 예쁜 구근들과 씨앗들을 얻는다.그녀는 아름다운 것들을 얻기 위해 끈임없이 정보를 얻고 연구한다.그녀의 몸이 갸녈프지만 건강한 이유는 정원일의 노동때문이며 정신이 건강한 이유는 이러한 정열때문이다.그에 비하면 나의 화분가꾸기는 너무 건성이다.모든 일에는 '인과의 법칙'이 적용되는 법.논리적으로도 나의 화분들이 시들 시들해지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다시 한번 너무도 단순한 진리를 깨우친다.사랑은 세상의 모든 것을 키운다는 진리....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보면서 상상 속으로 나의 정원을 그려본다.누구나 그런 꿈을 꿀테지만 나 역시 아파트살이를 마감하고 싶다.어렸을 때 살았던 마당이 있는 집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어린 시절 우리집 화단에는 덩쿨 장미와 목련,홍매화가 아름다웠다.) 아파트는 집이 아니다.아파트는 사는 공간일 뿐 결코 집이 될 수 없다.집은 정서의 공간이며 기억의 공간이어야 한다.그런데 콘크리트 닭장 같은 아파트는 그런 향기를 머금을 수 없다.그저 포름알데히드나 시멘트 독같은 것이나 내뿜을 뿐이다.마당 있는 집에 사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타샤 할머니처럼 꽉 들어찬 정원을 꾸미고 싶진 않다.타샤 할머니의 정원은 유성페인트로 칠한 정원같다.아름답긴 하지만.그녀의 정원에는 너무 많은 꽃들과 나무들,풀들이 어우러져 있다.꽃잔치 속에 파묻히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조금 여백을 둔 정원을 만들고 싶다.우리나라의 수묵화가 그러하듯이 빈 공간이 보이는 그런 정원이 좀 더 여유로와 보일 듯 하다.마당이 조금 크다면 와이프가 좋아하는 느티나무를 심고 싶다.봄날의 반짝이는 잎새와 가을단풍이 예쁠것이다.여름철에 붉은 꽃이 예쁜 배롱나무도 여러 그루 심고 싶다.8월이 되면 뜨거운 햇살 아래서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유실수도 몇 그루 심고 싶다.따먹지 않더라도 작은 나무에 몇 개의 사과,몇 개의 살구,몇 개의 감이 열리면 아이가 나무에 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워 보일 것이다.연보랏빛 수국도 몇 그루 심어 놓고 싶으며 날렵하여 아름다 붓꽃도 가꾸고 싶다.담장 밑으로 부용꽃과 접시꽃도 심을 것이다.키작은 패랭이도 군데 군대 심어 놓으면 예쁠 것이다.

몸이 고될 것 같다.그러나 생각만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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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2-23 20:5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식물 키우기에는 아이 기르는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죠. 그런데, 화분에 식물을 기르는 일은, 아이를 가둬키우는 것 만큼이나 식물에게 잔혹한 일이라 생각해요. 흙에 심어주면 식물은 어지간해선 안 죽거든요. 화분과 흙. 그것이 고아원과 부모 정도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연말연시 잘 보내시길~~~

ghwngo 2008-01-30 08:46   좋아요 0 | URL
하하, 고무나무의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다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어제 필름2.0 인가...하여간 영화잡지를 보다가 기사를 복사해왔다.

타이틀이 24시간 무료개방,온라인으로 만나는 포토 갤러리...이런거였는데 ..관심있으신분들은 들어가봐도 좋지 않을까

매그넘 (www.magnumphotos.com) : 보도 사진의 레알마드리드.35만점의 사진

존카플란(www.johnkaplan.com) 다큐멘터리사진작가,산업화와 근대의 이면

유다유조(www.uzo.net) 일본의 포토저널리스트,아시아 중남미 인물사진,위안부 할머니사진

션 커넌(www.seankernan.com) 나무 사진,클로즈업의 매력

앤드류 에클스(www.andreweccles.com) 유명인물 사진

라이트 레드베터(www.ewrightledbetter.com)쿠바인들의 모습

조이 테네슨(www.tenneson.com) 접사사진의 예술

마르쿠 라데스마키(www.markkuphoto.com) 과장과 역설의 극대화

그레고리 콜버트(www.ashesandsnow.org) 자연과 사람 ,책<인생 수업>의 표지

리웨이(www.liweiart.com) 험난한 작업과정을 통해 얻은 사진

자크 골드(www.zachgold.com) 광고패션 사진

에드 카시(www.edkashi.com) 다큐멘터리 사진,광고사진

닉 나이트(www.showstudio.com)쇼 스튜디오 사진

샌드 스코글런트(www.sandyskoglund.com) 대상과 공간의 미장센

 

....더 있는데 치기 힘들어서..ㅜㅜ 옆에 설명은 잡지에 나온 글 중 몇 몇 단어들로 소개를 대신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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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알라딘 리뷰 대회 1등 먹으셨어요. 무려 상금 100만원! 축하합니다. 대박이에요^^
 

구름이 낮게 드리운 아침입니다.떨어진 낙엽이 작은 회오리를 감으며 유령처럼 발끝에서 맴돕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최근 정치인들이 자주 보입니다.차기 대선 유력후보들입니다.대연합론에 정신없는 여당 인사는 거의 없습니다.주로 한나라당 인사들입니다.박근혜,이명박,손학규...고건 등등.아마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들 중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사람이 차기 대권을 잡을 듯 보입니다.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은 어느 줄을 서야할지 지금 무척 고심중이라고 합니다.학연,지연,당내 인맥등을 통해 이들 후보들 역시 지역 유력자들을 끌어 모으기에 여념없습니다.

최근에 모 신문에서 샘플조사를 했습니다.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을 모집단으로 해서 그들에게 질문을 한 것입니다.다음 대선에서는 어떤 정당을 지지하겠느냐? 그 중 누구를 찍겠느냐? 등등....정당 지지에서는 조심스럽게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듯 합니다.특이한 것은 대선후보 중 꼽는 사람은 이명박이 많았습니다.이명박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는 잘 읽지 않아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들 중 대다수는 개혁정부에 실망을 크게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잘라말하면 '개혁..그까짓거 해봐야 별거 아니더라' 라는 실망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국민의 염원을 얻어 시작한 '참여 정부'가 지난 4년동안 우리 역사에 가장 크게 남긴 오점을 평범한 서민들에게 '개혁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제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개혁실망증후군'이 들립니다.이들 중 다수는 샘플조사에 응했던 사람들처럼 지난 대선에서 제 옷깃을 잡고 '기호 2번'을 외쳤던 사람입니다.저는 그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제 정치적 신념을 따랐습니다.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그러나 개표 결과를 보며 노무현후보가 이회창후보를 극적으로 제치던 순간에 속으로 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또한 보수언론들의 어처구니 없는 공격에 노대통령의 처지를 안타까와 해주었습니다.대통령 탄핵 사건이 터졌을 때는 분노했습니다.제가 노무현을 아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제게 노무현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도덕적인 보수 정치인'일 뿐입니다.그가 가진 한계라는 것이 처음부터 너무 명확했습니다.또한 그를 만들었다는 386정치 세력에 대해서도 사실 회의적이었습니다.단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진보'가 '일상의 진보'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입니다.몇 몇 정치엘리트를 국회로 보내는게 정치진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거기에 개인적으로 알던 정치권으로 투신한  몇 몇 사람들의 모습까지 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무현을 '개혁의 잔다르크'로 여긴 분들이 많습니다.그래서 노정권의 실패는 '개혁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노무현은 현실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제고를 요청한  '이라크 파병''한미FTA '를 졸속처리 했습니다.또한 탄핵을 구원해준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복귀하자마자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들과의 '대연정론'을 흘리고 다녔습니다.임기내에 하늘이 두쪽나도 잡겠다던 부동산가격.결국  투기의 마지막 단계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지난 주 한겨레21은 <부동산거품 붕괴론 >을 들고 나왔습니다.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투기꾼들만 죽는게 아닙니다.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이후 회복에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정책 실패와 무능이 확연함에도 노무현은 '보수언론과 일부 투기세력' 탓만을 하고 있습니다.노사모의 어떤 분은 여전히 노무현을 지지한다면서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가 문제이고 그 '기대심리'를 갖고 있는 모든 국민들이 다 죄인이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이 또한 얼핏 보면 그래 보입니다.그런데 '기대심리'는 자본주의의 발전 동력입니다.노무현은 반자본주의론자가 아닙니다.당연히 자본주의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합니다.그리고 재산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립니다.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기대심리'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탓하는 것이아니라 이상한 '기대심리'가 생기지 않도록,또는 그 '기대심리'가 가진 이익과 현실에서의 이익 사이의 적절한 조정점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그걸 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이젠 보수언론뿐만이 아니라 진보적이라는 신문에서도 두드려맞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쪽으로 갔습니다.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노무현의 실패'를 '개혁의 실패'로 생각하고 허무주의나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입니다.'어차피 개혁 해봤자...이제 개혁을 건 그딴 말은 믿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쉽게 개혁의 이상을 재단하고 창고 깊숙한 곳에 쳐박아 두지 말기를 바랍니다.'개혁의 이상','진보의 이상'이라는 것은 언제나 먼 길이었습니다.민주화 시기부터 그 이후에까지도 더 절망적인 상황이 있었습니다.물론 적이 눈 앞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어두운 터널을 견디어온 근기가 '개혁과 진보'에는 필요합니다.'철학의 빈곤'과 '현장성의 부족'이 자칫 허무주의나 패배주의로 자신을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합니다.노동자나 농민은 TV속에서 시위 하는 사람들로만 기억된다면 분명 현장성이 부족한 것입니다.그들의 손에 끼인 기름때와 주름골로 흐르는 땀방울이 나의 것과 같은 것임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물론 그들 보다 전 편안하게 살고 쉽게 일합니다.저는 그들을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보니 쉽게 등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일상에서 그러한 '현장성'을 찾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10년전 아님 20년전 농활을 떠올려보시고 TV 속에 나오는 늙은 농부의 하소연을 나의 일처럼 들어본다면 또 달라질 지도 모릅니다.

먼나라의 전설적인 게릴라가 인간은 꿈의 나라에서 내려온다고 했다지요.개혁과 진보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람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소박하지만,우리 사는 사회가 1% 더 많은 사람을 보듬어 앉고 우리 사는 사회가 1% 정의로와 진다면 그게 '개혁과 진보' 아닐까 싶습니다.우리 사회는 아직 그늘 진 곳 1% 씩 개선해야할 곳이 떨어지는 빗방울 만큼 많습니다.그렇다면 개혁의 깃발이 쉽게 내려져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낮은 구름이 땅에 닿을 듯 한 날씨네요..

뒷자리 / 도종환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는 남을 수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 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 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 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 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에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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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11-2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06-11-2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희망이 보입니다. ^^

blowup 2006-11-2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종환의 시에 눈물이 찔끔.

클리오 2006-11-2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종환 씨. 저 시 전 첨 봐요... 글과 어울려 참 좋네요... 조심스럽게 제 비공개 공간으로 퍼다놓을께요... 허락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