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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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나 그게 '마지막'인지 알지 못한다.

78년 첫 겨울 밤이었다.나는 아이였다.수확이 끝난 포도밭 길을 아버지와 걷고 있었다.신년 영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가끔 씩 켜져 있던 가로등이 훈훈하게 느껴졌다.새 해 첫날,나는 아버지께 그런 질문을 했다.

 "아빠 그럼 이제 77년은 다시는 안 오는 거야? " 아버지는 대답하셨다."그렇지.어제까지 77년은 끝났고 이제 78년이 된 거야.앞으로도 77년은 다신 오지 않아.우리 준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고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고 또 죽게되고..그래도 다시는 77년은 오지 않는단다.시간은 그런 거야.."

나는 거의 울 뻔 했다.그 때 까지  내게 시간은 하루 단위의 개념이었다.햇살이 비치고 그림자가 짙어지는 날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어제까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77년이 마치 피붙이처럼 느껴졌다.'어떻게 한 번 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단 말인가? 내가 살아가야 할 시간 동안 바늘 구멍 만큼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단 말인가?'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시간의 비정함에 몸서리가 쳐졌다.또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의 일회성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우리들의 시간은 늘  '시작'이며 '마지막'이다.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마지막'이라는 말은 나를 늘 두렵게 한다.다시는 오지 않는 '마지막'.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지난 후에 그것이 '마지막'이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나 잠언서에 나오는 '언제나 마지막 날 처럼 살아라'라는 말을 나는 싫어한다.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 '마지막'이 자기에게 어떻게 다가 오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어느 시인이 그랬던가, '거역할 수 없는 불행은 정전처럼 다가온다.'라고..어느 누구도 정전을 예상하지 않는다.심지어 한국 전력 공사 직원들 마저도.평온하게 TV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수 십장의 리포트를 타이핑하고 있다가 ...화장실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고 키득이고 있다가.....불행은 '정전'처럼 순식간에 다가와서 빛을 암흑으로 바꾸어 놓는다.그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제시한다.

그 안에 사람들의 삶이 있다.

우리는 이미지화된 죽음에 너무 익숙하다. TV를 켜면 사건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매일 몇 명씩 있다.그들의 죽음을 보며 우리는 그저 '저런 일이 다 있네' '안됐다.'라고 잠깐 신경을 쓰고 잊어버린다.그러나 불행의 뒷자리에 동석해서 사랑하는 사람들 보내야 하는 가족들에겐 참으로 엄청난 슬픔과 상실감이 기다리고 있다.그들에게 '마지막'은 예고 없이 그렇게 찾아온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이 가까운>의 주인공 오스카는 9.11 테러로 자상한 아버지를 잃는다.아이는 아버지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남긴 전화 메시지를 혼자 간직하고 있다.오스카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소년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그러면서 뉴욕에 살고 있는 무언가를 잃었음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소년은 죄책감과 상실감 속에서 아버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또 하나의 축은 오스카의 조부모들의 이야기이다.때는 2번째 세계 대전,오스카의 조부모들은 드레스덴에 살고 있었다.그들은 사춘기를 지난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오스카의 할아버지 토마스는 할머니의 언니 애니와 사랑하는 사이였다.어느 밤,하늘을 덮은 비행기들은 수많은 폭탄을 머리 위로 떨어뜨린다.오스카의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인과 그 여인이 잉태하고 있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를 잃는다.그의 시간은 거기서 정지해 버린다.그는 시간과 함께 말을 잃는다.드레스덴을 피해 건너온 미국 땅에서 사랑했던 여인의 동생을 만나고 그들은 존재와 무 사이를 오고 가는 사랑을 나눈다.하지만 할아버지 토마스에게는 상실의 아픔이 그의 모든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상실과 슬픔,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사람들은 슬픔을 겪게 될 때 주로 소통을 단절시킨다.세상과의 대화를 멈춘다.그의 슬픔은 그를 압도하기 때문에 세상과의 벽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높아진다.오스카의 할아버지 토마스는 실어증을 겪음으로서 그의 상실감을 온몸으로 느낀다.그는 과거의 아픔에 묶여서 어느 곳에도 머물 수 없는 사람이 돼어 버린 것이다.새로 태어난 아기와 그를 기다리는 여인에게도 다가갈 수 없었다.그는 부치치 못하는 편지를 통해 그가 버리고 온 세계에 대한 죄책감을 전한다.그의 편지는 소리 없는 글자가 되어 그와 같은 이름을 쓴 아들과 함께 잠든다.

소설은 상실의 아픔이 서로의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작가는 소설의 구성을 겹꽃의 꽃잎 처럼 만들어 놓으므로써 소설 말미까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치 않는다.소설의 각 장은 분절된 듯 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가끔 소설의 화자가 누군지,앞의 장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뒤적여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집중력이 좋은 독자라면 나 같은 혼란을 겪지는 않을것이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이나 형식적 실험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다. 실험들을 구경하며 소설의 내러티브에서 잠시 쉬어가는 효과를 준다.'이게 뭘 의미할까? ' 잠시 퍼즐 조각을 쳐다 보는 느낌으로 보면 충분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드레스덴 폭격 장면이나 9.11 테러 당시 트윈빌딩에 갇혀 있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사실적이다.마치 눈 앞으로 공포의 현장을 끌어다 놓은 듯 하다.엄청난 폭발음과 정신을 놓게 만드는 굉음,흔들림,죽음의 사선에 한 발 걸친 생명의 두려움.그리고 그 순간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사람...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드레스덴 폭격 장면과 소설 끝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메시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그리고 집에서 가을햇볕을 받으며 아기와 브람스를 들으니 '산책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문자를 남긴 아내가 생각이 났다.또한 냉랭한 한반도의 상황을 보고 술자리에서 '확 전쟁이나 한번 나서 뒤집어져라.' 하는 주정섞인 목소리도 떠올랐다.그리고 또 한 목소리....

 몇 달 전에 목격했던 교통사고 장면이 떠올랐다.고속도로의 난간을 들이 박고 코란도 승합차는 종잇장이 되었다.119 구조대가 절단기로 문을 열고 피투성이가 된 운전자를 꺼냈다.승합차 안에는 널부러진 CD와 가족사진인 듯 보이는 작은 액자..... 어찌 어찌하여 차에 적힌 집 번호로 전화를 했다. 내게 운전자의 인상 착의를 확인하던 어느 중년 여인의 울먹이는 목소리.어머니인 듯 했다...맞는 것 같다는 대답에 전화기 넘어 커지는 흐느낌....

며칠 후 그 운전자는 죽었다. 저녁때 보자며 현관에서 손을 흔들었던게 그의 '마지막'이었을 것이다.아무도 그게 '마지막'인지 몰랐을것이다.그에게 어린 아이가 있었겠지.그 아이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에 될까?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을텐데...아빠 없이 자라며 외롭지는 않을까? 엄마가 재혼을 한다고 마음속에 상처를 받진 않을까?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가고 졸업하고 그랬을텐데..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누군가 나의 죽음을 나의 아내에게 알리게 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렵고 슬픈일인가? 그러나 사람들은 '마지막'을 알 지 못한다.설령 지금이 '마지막'일 지라도 우리는 빌어먹는 강아지처럼 운명 앞에 눈만 멀뚱 멀뚱  뜨고 있을 뿐이다.책은 너무나 진부하여 '진실'에 가까운 결론을 맺는다.'지금 사랑하라.'고..어린 아이들에게 포획된 메뚜기처럼 운명의 장난을 거역치 못하는 인간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다.부디 아이들의 주먹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일..그리고 사랑하는 일. 

나는 오늘 집에 한 다발의 꽃을 사들고 들어갈 것이다.그리고 아가와 아내를 꼭 안으며 '사랑한다'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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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6-11-24 19:24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우수리뷰 당당 1등하셨네요..ㅎㅎ 예전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역시 대단하시네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다락방 2006-11-24 19:43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드팀전님. 우수리뷰 1등이라니. 정말 멋져요! 물론, 리뷰도 멋지구요!!

드팀전 2006-11-24 22:18   좋아요 0 | URL
살면서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이벤트에 별로 기대하지 않아서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알라딘을 닫지 않으신 회사 상무님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최근에 각종 사이트들을 회사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 알라딘은 살아있거든요.쓴 시간을 보니 회사에서 눈치 보며 쓴 것 같은데....
.. ... 미진한 글에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시면 전 위축됩니다...왠지 몸이 경직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스럽기도 하네요.ㅜㅜ
어쨋거나 감사합니다.^^
오늘 만난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9.11때도 미국 소방관 아저씨들이 많이 고생하셨을테니까...그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네요.^^
그리고 축하해주신 분들께도...^^

행복희망꿈 2006-11-24 23:37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앞으로 좋은일이 더 많으시길 바랍니다.

마늘빵 2006-11-25 08:56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와~

비연 2006-11-25 13:19   좋아요 0 | URL
와!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6-11-25 18:16   좋아요 0 | URL
다시 한번 눈여겨 보며 리뷰 읽었는데 눈물날 것 같았어요. 이 책 저도 보아야겠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축하해요^^

kimji 2006-11-25 23:59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제가 다 기쁘네요!!! ^^

2006-11-26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 2006-11-28 18:55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리뷰네요. 1등 하실만 해요. 축하드려요!!! 리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거친아이 2006-11-28 23:16   좋아요 0 | URL
우수 리뷰란 이런 것이군요~읽고 나니 알겠네요^^
축하 인사가 늦었지만, 그래도 축하드려요. 리뷰 넘 좋네요.

ryuhwlove 2006-11-30 16:42   좋아요 0 | URL
서평 읽고 눈물이 그렁그렁하기는 처음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서평이네요. 서평 잘 봤어요.^^

자야 2006-11-30 20:50   좋아요 0 | URL
마치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모습이 빨리빨리 책장을 넘기고 있는 제게 반성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침흘린책 2006-12-01 10:01   좋아요 0 | URL
와~~ 정말 멋집니다...축하드려요~
 
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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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화 TV 시리즈 물 중에 <환상특급>이라는게 있었다.주말 저녁 때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조두진 작가의 <능소화>를 읽으며 그 중 인상적이었던 한 편이 떠올랐다.

어느 날 소년이 열병을 앓는다.같은 시각,300-400백년전 소년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 어느 소녀 역시 열병을 앓는다.(과거와 현재가 동일 시간 속에 형성되어 있다.) 생사의 기로를 오고 가던 다른 시대의 두 친구가 서로의 눈과 귀를 통해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물론 텔레파시 처럼 서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둘 다 내성적이었으며 진지한 아이들이었다.그 둘은 서로의 낯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느라 밤이 새는 줄 모른다.그러나 문제가 생겼다.소녀는 마녀 사냥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소녀가 현대의 소년으로 부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주변에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마녀가 씌웠다고 수근거리기 시작한다.'쇠덩이가 말보다 빨리 달리고 독수리 보터 커다란 새에 수백명의 사람이 타고 날아다닌다.' 이런 말들은 교구 내에 있는 목사에게 들어간다.목사는 호색한이였다.그 소녀에게 마녀감별을 한다면서 응큼한 수작을 부린다.소녀는 달아나고 분개한 목사는 소녀를 마녀로 매도한다.소녀는 감옥에 갖히고 곧 화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현대에 살고 있는 소년은 어떻게 해줄 도리가 없다.화형식 날은 점점 다가오고...소년은 도서관으로 달려간다.그리고 소녀가 살고 있던 시대의 지역 역사 책을 샅샅이 뒤진다.그 목사에 대한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화형식날 목사는 소녀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묻는다.소녀는 '나는 마녀가 아니다.하나님을 섬기겨 그분으로 부터 새로운 계시를 받았다.마을 어디 어디 나무 밑을 파면 목사가 몰래 암매장해놓은 시신이 있을 것이다.하느님은 그것을 알려주고 정의를 새우기 위해 나를 도구로 쓰신 것이다.'  목사는 당황하며 도망간다.

소녀는 풀려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소년에게 더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 교신을 끊기로 했다는 마음을 전한다.시간이 흐르고 모든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또 시간이 흐른다.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의 목소리를 듣는다.소녀는 소년에게 그 마을에 여전히 냇물이 있는 지 그리고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지 묻는다.소년은 그렇다고 말한다.소녀는 소년에게 "그 나무 아래 수풀을 뒤지면 평평한 돌이 나올 거야.거기를 찾아봐 내가 남겨 놓은게 있어" 소년은 400년전 남긴 소녀의 흔적을 찾으로 그 숲을 간다.그리고 거기 오래된 바위 한 켠에는 이런 말이 써있었다. '오래전 부터 당신을 사랑하는 친구가..'

<도모유키>의 작가 조두진의 두번째 소설<능소화>는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미라와 그 옆에 놓인 편지('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재로 한다.젊은 나이에 남편을 읽은 원이 엄마의 가슴 아픈 사연이 구구절절 남겨 있다.그 미라는 왜 썩지 않고 아직 남아 있던 걸까?또 같이 발견된 편지들 중 대부분은 삭아 없어졌는데 이 편지만은 왜 원형 그래도 보존되어 있던 걸까? 작가의 상상력은 한 사람의 사랑과 염원이 이를 오래도록 지켜나갔다는 쪽으로 발전한다.소설 <능소화>는 여기서 출발한다.

소설 <능소화>는 <전설의 고향>이다.소설은 액자 소설과 르포타주 양식을 취하고 있다.하지만 내용은 400년전 안동 땅에 살았던 응태와 여늬 이야기가 중심이다.신화나 전설에서 일반적인 장치들이 거의 전형적으로 이 소설에서 씌이고 있다.예언,금기,금기에 대한 저항,그러나 운명적인 만남,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슬픔..

'원이 엄마의 편지'를 능소화와 연결한 것은 작가가 우연히 능소화를 보았던 날 동행한 노선생님의 말에서 비롯된다. 그는 "능소화에는 어여쁜 여인이 꽃이 되어 님을 기다리며 담 너머를 굽어본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는 말을 남긴다.저자는 '원이 엄마의 편지'와 '능소화의 전설'을 엮어서 400년 전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사전에서 찾아본  능소화는 이렇다

 능소화(Chinese trumpet creeper )
금등화()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능소화는 하늘의 꽃이다.옥황상제의 정원에 있던 꽃이며 아름답지만 독이 있는 꽃이다.프로메테우스처럼 이 꽃을 훔쳐 인간 세상에 퍼뜨린 사람이 있었다.여늬다.물론 현실에서 인간의 몸으로 사는 여늬는 아니다.응태의 신탁은 소화꽃을 멀리 해야만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응태의 아버지 이요신은 모든 수단을 써서 응태를 지키려한다.또한 불길한 예언을 같이 안고 있던 여늬 아버지 역시 여늬를 불운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그러나 운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법.이 둘은 소화꽃 넘어 드는 담벽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설의 전개 과정은  <전설의 고향> 한 편을 본 듯하기 때문에 아주 친근하며 한편으로 식상하기도 하다.)결국 응태를 먼저 보낸 여늬 역시 능소화를 그녀의 무덤에 심게하여 다른 세상에서 응태를 만날 염원을 놓치 않는다.

한 여인의 사랑은 400년을 살아 남았고 능소화로 만발한다.

소설의 소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아마 앞으로도 이 소재는 여러 장르로 또 여러 상상력이 첨부되어 생산될 듯하다.그러나 이 매력적인 소재를 요리하는 방식에 있어서 조두진 작가의 요리법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아니 너무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밍숭맹숭하다.<도모유키>에서 보여준 작가의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고찰이 아무래도 <능소화>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듯 하다.물론 모든 작품을 첫 작품의 틀안에서 쓸 필요는 없다.하지만 <도모유키>이후 작가의 새로운 작품 대해 갖은 기대에 비하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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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30 19:20   좋아요 0 | URL
전 도모유키도 기대에 못 미쳤거든요. 시도도 좋고 시작도 좋은데 끝이 다부지지 못하단 느낌이 들어서요. 이 책은 관심은 가는데 선뜻 읽고 싶은 충동은 안 들어요^^;;;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중국의 세기
조너선 D. 스펜스 외 지음, 콜린 제이콥슨 외 사진편집, 김희교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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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는 크기가 LP 디스크 만하다.그리고 무겁다. 헬스 클럽에 있는  2KG 아령 생각하면된다.실제 집에 있는 체중계에 달아 봤다.(정확히 1.8KG정도다).그런데 표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같은 무게 아령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표지는 악어 등가죽 처럼 딱딱하다.중고등학교때 이런 책으로 선생님에게 머리통 맞으면 아마 두개골 함몰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늠름한 용모를 자랑하는 이 책,회사에 책 들고 다니는 나 같은 이들에겐 저주다.만약 이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회사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아마 주변 사람들이 한 소리 씩 다 했을 것이다.

"오..요즘 할랑한가 보지.책도 보네(지들은 할랑할 때 컴퓨터 눈빠지게 보면서) ", "겨드랑이에 굳은 살 박히겠다.뭔 책이 그렇게 크냐?", "그래..중국이 요즘 괜찮지.중국 가서 사업하게? " 고로 이 책은 단 한번도 내 출근길의 동반자가 된 적이 없다.이렇게 큰 책들은 적들에게 나의 정보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지하철에서 이 책을 보겠다거나 ,흔들리는 출근길 버스 안에서 폼잡으려고 이 책을 보려는 분이 계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보기실 바란다.옆에 서 있는 사람 허벅지를 책의 모서리가 찔러서 연신 사과의 멘트를 날려야 할지도 모른다.또한 여자 분이라면 이두근 쪽으로 알통 하나 쯤 생길 지도 모른다.진짜다.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편>은 중국이다.근대 초기의 무기력을 딛고 '용트림하는 사자'로 변한 이웃 나라.청 왕조의 멸망 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근현대사를 다룬다.예전에 우리나라 신문사에서 가끔 발간하곤 했던 <대한민국 보도사진집>처럼 이 책에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생생한 사진들이 중국 역사의 한 면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때론 사진 한 장이 어떠한 긴 설명보다 압축적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해준다.홍위병들의 하얼빈 시장 이판우를 삭발하는 3컷의 사진은 당시의 비극을 무엇보다 잘 설명해준다.가위를 잡은 어린 소녀 홍위병의 신념에 찬 모습,목에 '흑방의 단원'이라는 팻말을 걸고 고개 숙인 이판우,그리고 그 뒤에 인자하게 걸린 모택동의 사진,홍위병에게 절을 강요하는 청년의 당찬 표정.... 그 외에도 양계초 가족의 근대화한 생활 양식의 변화.중국 최초의 헐리웃 스타 안나 메이 웅의 일상적인 모습,숙청된 평전과 함께 모택동의 원본사진과 평전이 지워진 수정본 사진...유명 정치인들의 모습외에도 대약진 운동과정에서 민중들의 모습,좌우 갈등의 희생자들 모습등 역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진들이 꽤나 많이 수록되어 있다.

조너선 스펜스와 안핑 친의 역사 서술 방식은 비교적 간략하며 핵심적인 것 만을 집어 내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쉽게 쉽게 중국 근대사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다.번역도 평이한 편이다.한가지 좀 곤란한 점은 인명에 대한 표기이다.우리는 한자 문화권에 있기때문에 대개 중국인들의 이름은 우리식으로 읽는데 익숙해 있다.말하자면 마오쩌둥이나 떵샤오핑 보다는 모택동,등소평이 익숙하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책의 인명은 전자를 따르고 있어 기억을 되짚어서 매치 시켜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대학 다닐 때 중국사와 관련된 강의를 즐겁게 들었다.기말 시험 대신 중국 근대사와 관련된 리포트를 내는 것이 있어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한자이름에 익숙해 있었다.장학량,주덕,임호,이입삼,호요방...물론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 쯤 뒤에 달린 <찾아보기>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한자표기가 되어있었다. 괜히 머리 굴리느라 고생했구나 스스로 탓했다.요즘은 강택민보다 짱저민 하는 식으로 쓰는게 대새이긴 하다.그러나 관습의 힘은 생각보다 좀 강하기 때문에 한자어라도 넣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다.

중국의 역사를 둘러 보면 우리 나라와 유사한 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물론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나라와 미국의 영향 하에 자본주의를 건설한 나라가 같은 양상을 띄지는 않을 것이다.단 외적 조건들 중에서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먼저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경험이다.이 과정에서 좌우 이념적 분파가 형성된다.그리고 내전을 겪는다.또한 장기 집권 과정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민주주의의 목을 죈 것 까지 유사하다.둘 다 전근대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농촌 사회를 근간으로 하였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으로 유사한 측면도 발견하게 된다.현재 1중국 2체제를 택하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와 유사하다.우리의 분단 역사가 반쪽짜리를 극복하고 북한의 역사 마저 우리의 역사로 수용하게 된다면 중국 근대사와의 유사점은 더욱 많이 찾아지게 될 듯하다.물론 그날이 오려면 멀었지만 말이다.

중국 근대사에서 사실 가장 재미 있는 부분은 1,2차국공합작 과정,대장정과 모택동 집권시 권력 쟁투과정이다.역사적으로 가장 혼란스럽기도 했던 시기이지만 읽다보면 마치 한편의 정치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진진해 지기 까지 한다.모택동 시기에 있었던 하방운동,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4인방,등소평의 7전8기 등등...... 21세기 미국을 견제하는 유일한 제국 중국,경제는 자본화 하지만 정치는 사회주의를 유지한다는 이중전략을 쓰는 중국.이들의 현재의 모습은 수많은 정치적 굴곡의 결과이다.현대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명 그들이 지나온 터널과 그 터널 속에서 민중 개개인에게 내재화된 가치들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지금 우리에게 중국은 거대한 잠재력과 후진화된 생활 태도로 이미지화 되어 있다.현대의 중국은 우리에게 몇 개의 단어로 수렴된다.사회 전반에 걸친 만연한 부패,극심한 빈부 격차,저임금의 노동력,Made in china =질 낮은 저질 상품,유해한 농수산물..그러나 성장가능성이 가진 두려움...

한 두권  중국 근대사를 읽었던 대학 시절,버스 안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동양사학을 전공하던 친구였다.아는 체 하느라 '문화대혁명'에 대해 뭐라 뭐라 이야기 했다.그 친구는 자신도 그것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너무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이야기를 해서 단편적 지식으로 떠벌였던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한 권의 짧은 책으로 중국 근대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단지 그들이 걸어 온 길을 TV 다큐멘터리 보는 심정으로 스르륵 훑어보기에 이 책은 여러모로 훌륭하다.그리고 또한 비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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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30 11:11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책이 무겁고 크다는 이유로 딴지 거시는 분들이 많은데, 책이 무겁고 크면 안되나요? (라고 딴지 걸어봅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영국편만 살까 했는데, 아무래도 나머지 3권이던가 4권이던가 나오면 함께 구입해야겠어요. (30% 세일! 30% 세일!)

드팀전 2006-09-30 11:51   좋아요 0 | URL
무겁고 커도 됩니다.안될게 뭡니까? 밑에 읽어보시면 아실텐데...
저처럼 회사에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는....이런 단서가 있습니다.^^
 

<진보개혁의 위기> 기획시리즈에 이어서 최장집교수의 노정권에 대한 비판 기사가 실렸어요.요건 다이제스트판이고 몇 장 넘기면 두 면에 걸친 대담내용이 나오더군요.최교수의 비판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는 없지만 (과거  정권에 대해 포용적인)... 적확한 표현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mbc 100분 토론에도 대통령께서 나오신다는데...그냥 가만 계시는게 나을 성 싶은데..아!! 그리고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 드려야 되는데.지난 대선때부터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개혁리더라고 믿고 계신분"들께는..이 기사를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냥 계속 믿으시면서 한나라당 수구 꼴통들 때문에 노정권이 헌신짝 되었다고 믿으시면 됩니다.속편안하시게...

최장집교수“盧대통령은 개혁리더 아니다”

입력: 2006년 09월 28일 08:10:02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면서 “따라서 남은 임기 동안 갈등적인 이슈에 더 이상 손대지 말고 비갈등적인 이슈, 합의가 충분히 되어 있는 일상적인 관리 수준의 것만 다뤄야 하며 그것이 국민의 의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교수는 창간 60주년 특집을 위해 지난 19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 의사에 순응하지 않으면 노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재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교수는 “노대통령이 개혁을 한다며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도하면 안 된다”면서 “노대통령이 그럴수록, 그 내용이 좋든 안 좋든 관계없이 국민들은 단지 노대통령이 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하려 들고, 결국 갈등만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정부는 보수파가 집권했을 때보다 더 과격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노정부 정책의 특징을 사회구조를 신자유주의로 바꾸는 ‘보수혁명’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지지했던 세력과 노무현 정부를 구별해야 한다”면서 민주세력이 노정부와 결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개혁성에 대해 “처음부터 개혁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비전, 아이디어를 가졌던 리더나 정치세력이 아니었다”면서 “처음에는 개혁적이었는데, 나중에 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은 다 모이라는 민주세력 대동단결이 핵심 담론이 되었지만 이제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느냐, 민주주의에 찬성하느냐는 정치적인 경쟁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개혁 대연합 같은 민주세력 대동단결론은 민주세력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억압적 담론이자, 노무현 정부를 진보세력과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민주세력이 어떤 경제, 어떤 사회를 만드느냐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민주주의 내용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하는 게 진정한 개혁”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보수 재집권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는 게 민주세력의 전략이라면 그것은 공포의 동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정당이 항상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다시 집권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에 대해 “언젠가는 이양받는 게 합리적이지만, 대통령이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국민의 반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를 구시대 보수의 대단결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구식 정치 게임의 룰을 갖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치를 했다”면서 “그러나 노대통령은 정당을 발전시키기보다 해체하는 경로를 택했으며 정당을 소외시키고 정치를 폄훼하는 등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결과로 분석했다. 반정치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운동의 문화’가 정치를 도덕화하려 하고, 그 결과 정당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가 활성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당체제가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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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09-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경향신문을 자주 봅니다. 생동감이 느껴져서요. 기사와 인터뷰 전문은 안 그래도 퇴근길 전철에서 읽었습니다.^^
 

다들 알고 있다 시피 올해는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일입니다.제 차에 상처난 부분을 가리기 위해 은빛 글자를 몇 개 사서 MOZART250 이라고 붙였습니다.

이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기념비적 사건은 모짜르트 22개의 오페라를 전부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이번달 <객석>에 보면 자세한 기사가 나옵니다.그리고 올해 말 부터 이 공연 DVD가 출시된다고 하니까 기대가 무지하게 됩니다.그렇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피가로의 결혼>은 내년이 돼어야 나온다고 하니 조금 아쉽긴합니다.<객석>의 평가를 보면 무대는 물론이고 유럽 최고의 가창단이 모였다고 하더군요.요즘 미모로 각광받는 네트레브코가 수잔나 역할을 했습니다.역대 최고의 미녀 수잔나가 아닐까 ^^

www.mozart22.tv 는 짤츠부르크 공식 tv정도 되나?? .여기 들어가보시면 라이브 실황등이 하이라이트로 있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많이 있습니다.dvd 나오면 돈지오반니.마술피리.피가로..는 꼭 구매할 듯 합니다.

모짜르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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