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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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곳에나 부처가 있고 하느님의 얼굴이 있다". 도를 다 닦으신 분들이나 또는 아직 도에 이르지 못했지만 본인은 그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가끔 내 마음이 편안할 때는 그런 행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일종의 편안한 마약과도 같은 나른함.

세상이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다.하지만 적들은 있다.또한 적들은 아주 평범하고 때론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잠깐 생각을 놓으면 그 달콤함에 깜빡 정신을 잃기도 한다.비록 착하다는 평가를 듣더라고 그 달콤함에 오래도록 길들어 있다면 ....그저 평범하고 막막한 흰 벽일뿐이다.

이사의 말이 내게는 더 편안함을 준다.물론 가끔 패배주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다 그러니 니가 그냥 무시하라고.....

어제 오늘 파리들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 심기를 거스른다.그들이 앉은 자리 뒤에는 금연이라고 써있다.하지만 그 파리들은 부끄러움 없이 뻑뻑 담배를 피운다.사무실에서....  동물생태학에서는 그런걸 영역표시라고 한다는 데......즉 아무도 피우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지들이 그만큼 권력을 갖고 있다는 표시 같은 것이다.어제는 사장 파리가 그러고 오늘은 그 밑의 파리도 그러고...... 어떻게 보면 영역 표시하느라고 전봇대마다 오줌 질질 싸고 다니는 강아지들 같기도 하다. " 사무실은 원래 금연이지만...나는 여기서 최고니까 내 영역이니까 괜찮아"..... 파리들은 아무데나 오줌싸고 돌아다녀도 부끄러운줄 모른다.

며칠전 ebs 지식 다큐에서 5.18관련된 것을 봤다.요즘 가장 잘만드는 프로그램이 그 짧은 영상 다큐라고 생각한다.작년인가 올해의 실험정신 프로그램상을 받기도 했다는데.....수없이 봐왔던 5.18 사진들은 다시 봐도 코 끝이 찡하고 가슴을 누가 손으로 쥐어짜는 듯하다....길바닥에서 피 질질 흘리면 누워있는 사람,팔로 머리를 가리며 도망가는데도 쫓아오며 곤봉으로 두드려패는 군인....그 거대한 참혹극을 연출한 주인공 파리들은 감옥에 있어야하는데...비서들 두고 아직도 옛 가신들의 대접 받으며 거만하게 산다...파리와 그 추종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후안무치 파리들 안에 하느님이 있고 부처님이 있다고.......

개풀은 개가 뜯어 먹는 것이지 글 읽는 사람이 뜯어 먹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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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에서 바다로 향하는 기차가 지나간다
후루룩, 황급하게 면발을 집어넣는 고단한 입처럼
터널이 동해남부선을 빨아들인다
밤이 도계(道界)를 넘어간다
잔상으로 남아 있는 시린 차창
기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멀어진다
한바탕 눈이 퍼부울 것 같다
검은 산맥의 능선들이 뒤척인다


국군통합병원 나팔수가 홀로 자정을 밟고 있다
마우스 피스를 입에 대고 무슨 음정을 만든다
휘익, 어둠의 안쪽을 긁고 가는 한줄기 바람의 끝이 녹슨다
산악이 제 높이만큼 파 놓은 계곡보다
이 가을 밤이 훨씬 깊고 길다


돌연, 추락 직적에 생의 빛깔을 되찾은 선명한 나뭇잎들이
깊은 가을 밤의 맨 아래로 착륙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 쪽으로 좀더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지구가 한 칸, 자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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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밤 10시 가까이까지 일했다.즐겁게 하는 일도 아닌......뜬금없는 오더성 작업도 하나 있었다.팀원들이 다들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결론은 누가 그걸 하느냐로 이어졌다.내가 하겠다고 자원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가장 불만이 많고 가장 부당하다고 느끼는 내가 하겠다고 했다.다들 그거 안해서 좋은 듯...그래...그럼됐다....로 상황종료.

오늘 아침 7시에 출근했다.아마 내일 모레는 새벽이 되어야 퇴근 가능할 듯.....못된 성질 부려서 덤쓴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이것도 내가  허수아비들과 싸우는 방법이다.몸이 좀 피곤한게 당당하지도 못한 꼭두각시 되는 것 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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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림자가 없다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릿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노르망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
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집안 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
「건 힐의 혈투」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을 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
수업을 할 때도 퇴근시에도
싸일렌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있다
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 그림자가 없다

하…… 그렇다……
하…… 그렇다……
아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
응응…… 응 …… 뭐?
아 그래 ……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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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아렌트가 그랬나..악의 평범성....김수영의 이 시를 보면 웃고 있는 내 안의 적이 보인다.난 아니야라고 하는 그 언어 속에 들어 있는 악이 보인다.선량한 아버지의 비굴한 굴종이 보이고 인자한 어머니의 속물적 욕심이 보인다.믿음직하고 착하고 남에게 폐끼지지 않는 생각없는 애새끼들의 웃자란 건강함도 보인다.

시인이 열심히 외치고..그림자가 없다고 외치는데.....그래 태고 이래 달라진게 뭐 있냐고 니 말 다 맞다고 그래 그래 하는  .... 착하고 믿음직하고 사회의 모범이 되며 삐뚤어지지 않고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며 남들처럼 열심히 살고 있고 사서 고생하지 말라는 ...그러고 있는 그 적 새끼들을 변기통에 넣고 물 내리고 싶다.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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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도 담아갈게요. 불쑥 들어와서... ^^;
 

참새떼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들고 감꽃들이
새소리처럼 깔려 있었다

아이들의 손가락질 사이로
숨죽이는 환성들이 부딪치고
감나무 가지 끝에서 구렁이가
햇빛을 감고 있었다

아이들의 팔매질이 날고
새소리가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치잉칭 풀리고 있었다
햇살 같은 환성들이
비늘마다 부서지고 있었다

아아, 그 때 나는 두근거리며
팔매질당하는 한 마리
구렁이가 되고 싶었던가
꿈자리마다 사나운
몰매 내리던 내 청춘을
몰매 속 몰매 속 눈 감는 틈을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햇살이, 빛나는 머언 실개울이 환성들이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익는 흙담을 끼고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가뭄타는 보리밭 둔덕길을 허물며
팔매질하며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감나무 푸른 잎새 사이로
두근거리며 감꽃들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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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이란 시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그 감빛 선명한 이미지와 귀를 울리는 햇살 소리,아이들 소리에 읽고 있던 책이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졌다. 감탄,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비가 오고...일은 진척이 없다....비에 젖은 산빛이 예쁘겠지.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대청마루에 기대앉아 이런 시 한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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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라는 말

잊혀진 것들은 모두 여가 되었다
망각의 물결 속으로 잠겼다가
스르르 다시 드러나는 바위, 사람들은
그것을 섬이라고도 부를 수 없어 여라 불렀다
울여, 새여, 대천어멈여, 시린여, 검은여......
이 이름들에는 여를 오래 휘돌며 지나간
파도의 울음 같은 게 스며 있다
영영 물에 잠겨버렸을지도 모를 기억을
햇빛에 널어 말리는 동안
사람들은 그 얼굴에 이름을 붙여주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사라져버리는 여도 있다
썰물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그 바위를 향해서도 여, 라 불렀을 것이다
그러니 여가 드러난 것은
썰물 때가 되어서만은 아니다
며칠 전부터 물에 잠긴 여 주변을 낮게 맴돌며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이던 새들 때문이다
그 젖은 날개에서도 여, 라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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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봤을 때....이청춘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어도>를 생각했다.언젠가 TV에서 본 그 섬은 평소에는 바다 밑에 있다가 폭풍이 치거나 하면 잠시 머리를 세상에 보인다고 한다.물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보다 오랜 시간을 존재해왔다....바닷가에 있는 그 작은 바위들을 여라고 한단다. 어느 흐린 오후 바닷가에 앉아서 물 밑에서 살짝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그 바위들을  바라보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든다....심연에 가라앉은 상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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