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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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때문에 며칠을 고생하고 있다.약 먹고 병원 가보고 해도 별로 차도가 없다.3류 스티커 회사에서 만든 테이프는 떼어 내도 자국이 끈적 끈적 남는다. 이번 감기가 싸구려 테이프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주 크게 아프지도 않으며 끈끈하게 떨어지지 않는.... 가끔은 삶이 이런 싸구려 감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지루하며 끈적거리는 삶...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의 갈등과 해결에 눈을 처박고 있는 것은 삶의 점액이 그 안에서는 한번에 해결되기 때문일 것이다.순간의 몰입은 영원한 지루함을 잠시 잊게 해주니까.... 시지프스는 얼마나 타임아웃을 걸고 싶었을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나의 독서행위가 일상의 번잡함으로 인해 방해 받고 있을 때 들고 있던 책이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적절한 시간에 나와 만난 셈이다.사람의 인연도 때가 있듯이 책과의 인연도 때가 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시간도 좀 여유롭고 마음도 한가할 때 이 책을 만났다면 나는 또 다른 면을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나와 스밀라의 인연은 마치 나침반의 각침 처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꾸준히 앉아서 본 적이 그다지 많지 않다.책도 두껍긴 했지만 하루 20분 어떨때는 1시간..그러나 그 중  졸면서 비몽사몽 본 시간이 40분...다음 날은 앞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돼었는지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또 사건의 진행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이 앞에 언급된 듯 하여 다시 찾아보러 가는데 없는 시간을 쪼개야만 했다.그것도 귀찮을 때는 그냥 무언가 중요한 인물이겠거니 하고 넘어 가기 일수였다.특히 책의 2부에 해당하는 바다의 장은 그냥 그냥 사건만 쫓아 다녔다.우선 배라는 공간 구조가 내겐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아마 10%도 공간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스밀라가 음모를 밝히려고 배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데 내게 스밀라가 암흑의 공간을 헤메고 다니는거나 다름없었다.이렇게 되니 당연히 건성 건성 읽기는 가속도를  붙이기 마련.사건의 음모가 점점 밝혀지는 순간에 그다지 큰 마음 졸임을 느끼지 못했으니 추리소설로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의 인연이 결코 좋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처음부터 이 책을 건성건성하는 마음으로 본 것은 아니다.책 초반부는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덴마크 밤거리의 잿빛 분위기,그린란드의 하얀 설원...약간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차가운 정서 등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높여주었다.또한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던 여주인공 스밀라의 매력은 나 역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스밀라가 가진 여성성과 자연이 준 강인함.근대 소설이 여성에게 부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캐릭터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가 그랬고 <영혼의 집>의 여주인공들이 그랬다.가깝게는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역시 모성과 강인함이라는 두가지 요소들 동시에 가진 이상적 모습으로 그려졌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주인공 스밀라의 매력은 그녀의 모성과 강인함이 그린란드인이라는 소외자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비로와 보인다.그린란드는 이 책에서 문명에 대비 되는 자연,침략에 대비되는 평화를 상징한다.스밀라의 매력은 전적으로 그린란드인인 그녀의 어머니와 동토의 땅이 그녀에게 베푼 것이다.근대 세계의 성공을 상징하는 스밀라의 아버지가 평생 스밀라의 어머니를 그리워한것,또한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한 딸 스밀라에게 보이지 않는 사랑을 끝없이 베푸는 것들은 문명 세계가 가진 비문명과 자연에 대한 강박증적인 애정이다.이런 원시와 자연에 대한 애정은 근대의 독자들 역시 공유하는 것이기에 스밀라에 대한 애정의 감정은 무한 증폭하게 된다.

소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구분상 추리소설이다.한 아이가 지붕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그 뒤에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그리고 이를 추적해가는 과정에 조직적인 방해를 받는다.뭔가 대단한 음모가 있었던 것이다.추리소설의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그다지 스피디하지는 않다.대신 스밀라의 관념적인 해석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그 공간을 채운다.사건 중심의 전개를 바라는 독자에게 분명히 후자가 전자를 방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사건은 스밀라를 살해하려는 범선 화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높인다. 스밀라가는 몰래 문제의 선박에 동승하게 된다. 이 후 사건의 진행이 좀 치밀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모두 그녀를 감시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염탐은 비교적 순탄하게 풀려간다.중요한 서류들도 비교적 쉽게 쉽게 확보한다.몰래 잡입도 너무 쉽고 탈출도 그다지 조마조마 하지 않다.물론 마약 문제로 슬쩍 맥거핀을 쓰기도 하고 또한 스밀라에 대한 테러로 긴장감을 높이기는 한다.하지만 스밀라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소 뛰어다니는 장면에서 왠지 액션 주인공으로 바뀌는 듯 현실감이 희미해져 간다.

두꺼운 책 분량에 비해 얇은 인연을 맺을 수 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름대로 맺은 인연의 깊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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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달 2006-03-14 16:39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식초가 테이프의 흔적을 없애는 데 좋답니다..그런데 감기는?? 암튼 빨리 가뿐해지시길..
 

어제 저녁, 회식 자리가 있었습니다.

부서 통폐합으로 자리이동이 있었지요.(조금 있다 출근하면 책상 옮겨야 됩니다.)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직으로 밀려나는 사람들도 있고 ...전반적으로 저희 팀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수고 했다.또 열심히 하자....뭐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자리였습니다.술 들이 조금 들어가고 현재 저와 함께 일하는 차장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이동을 보니 전부 후배님들만 보내게 돼서...마음이 좀..."

멀리 있던 부장님은 취했습니다.말을 끊더니

 "그래 내가 다 보냈다.그래도 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분위기가 좀 까칠해졌습니다

차장이 한 말은 부장이나 위의 선배들도 마음 한 구석에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어떻게 보면 그 밑바닥의 것들은 건드리지 않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차장은 겸연쩍어하며

"미안하다.보내게 돼서.조금만 참아라....역사는 앞으로 움직인다.조금 만 기다려다오.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또 IMF때 살생부에 들어서 -그 당시는 그 선배도 연차가 별로 안돼었죠-2년간 쉬었다가 다시 복직한 선배는 바깥에서 커피 한잔 나누며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쯥...미안하다.마치 IMF때  후배들 중심으로 쫓아낸...그 때 생각난다"

부장은 잔뜩 취해서

"단단해지자.반드시 살아남을 거다.진짜 열심히 할꺼다.다 살아남자"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습니다.

저와 함께 가는 후배 녀석은 감정이 좀 북받쳣는지 눈물을 그렁였습니다.원망의 감정도 있었겠지요.또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에 화가 나기도 했을겁니다.

8명이 타 부서로 배치됩니다.그 팀에서도 저희는 직급상 거의 바닥 수준입니다.이래 저래 치일게 불보듯이 뻔합니다.그래서 저도 사실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이제 타 부서로 가면 더 단단하게 스스로를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왜냐구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옮겨간 사람들이 제대로 못한다면 미안한 마음으로 보낸 이들에게도 쪽팔린일이고 또 아무런 배려도 기대할 수 없는 눈총들로 부터도 쪽팔린 일입니다.

또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그동안 동일 직종 내에서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유지되온 조직에 있었습니다.어떨때는 선배가 대신 싸워주기도 하고 또 막아주기도 했지요.그러다 보니 선배들의 비합리적 모습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나서서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부장이나 팀장들에게도 같은 동류의식에 묶여 있어서 크게 저항하지도 못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습니다.비겁함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여러가지로 반성합니다.책을 보고 글을 쓰고 진보를 자청했지만 제가 가진 공간 안에서 얼마나 그것들을 구체화 했는지 반성합니다.꼴보기 싫어서 문을 닫고 그 놈들은 늘 그러니까 창을 내렸습니다.내 안의 옮은 생각은 나날이 늘어가지만 내 공간-특히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직장과 일-에서 나는 어떤 싸움을 했는가 반성합니다.그냥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진보와 변혁을 이야기한 건 아닌가 반성합니다.

다시 신발끈을 질끈 묶습니다.

이제는 내 안으로만 향했던 투쟁의 날을 바깥으로 돌립니다.또 내 안에 있는 칼 날도 다시금 풀무질을 합니다.

어제는 집에 돌아와서 음주태담을 했습니다.

볼록한 와이프의 배에 손을 대고 말했습니다.

"아가...네게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날을 세우련다.제대로 싸워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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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드르 블로끄였나요. "설사 미래를 보지 못할지라도 / 오늘에 대해선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서" 마지막 시구가 늘 걸려요. 신발끈 서로 엇갈리게 묶으시면 아니 되십니다. 화이팅!^^

파란여우 2006-03-1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투하러 나가는 전사처럼 마지막 말이 비장하구려..
거 인생 뭐 있다고 넘 비장하게 살지 마요.무섭잖우.
아참, 신발끈 매고나면 철없는 강아지도 조심해야 한다오
꼬리를 치며 다가와 신발끈을 물어 흐트려 놓는다니까요..^^

kleinsusun 2006-03-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비장해지네요.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는거....참 쉽지 않은 일이예요. 이 헉헉한 세상에서 말이예요. 하지만....믿어요.드팀전님은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실꺼라고....
힘내세요.홧팅!!!

드팀전 2006-03-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신발끈 잘 맺습니다.,.짜잔
파란여우>나무는 가만히 있으려는데 바람이 도와주지 않는다네요.제가 하는 일이 조직 내에서 또는 조직 외에서 손을 많이 타는 거라서...시키는데로 하면 그냥 갈 수도 있지만 양심이 좀 상하죠.개들은 조심하겠습니다.개들은 물어줘야돼 아..그
수선님>네...좀 외롭고 피곤한 일일겁니다.하지만 나이들어 돌아봤을 때 옳았다고 믿을 수 있을 겁니다.어차피 다 지나가는 것...

돌바람 2006-03-1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모잠비크 출신 그룹 Eyuphuro의 2001년도 재기작 Yellela에 수록된 Masikini를 듣는데 어젯밤 한 분이 함께 가시겠다고 메모를 남겨주셨어요. 참으로 감사하더군요. 여기에도 걸어놓습니다. 마음이 마음에게 이렇게 와닿습니다. 단 한 분이면 어때요. 기운이 나는 걸요. 혼자 있자니 힘들었던 게지요. 저도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이런, 십오 년 만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Yellela - (2001, Riverboat)


드팀전 2006-03-1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안나와...
 

1편에 이어서....   곧 노후 대비를 해야 되는데.뭘 할까 요즘 고민이다.정말 바람같아서는 서울에 있는 '풍월당'같은 거 하나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그게 돈도 많이들고 또 돈도 안됀다.꿈을 빨리 깨야겠지만 ...노년 대비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는게 가장 우선인데...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돈이 안된다.이 현실의 모순을 어찌 해야 하나? 칼받이들이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한다.주변 사람들은 위로인지 격려인지 한마디씩 한다.나는 베토벤이나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바흐의 푸가의 예술이다.이번에는 악기가 4대의 비올이다.비올은 첼로의 원형쯤으로 보면 된다.<세상의 모든 아침>에 수록된 음악들이 대개 비올음악들이다.비올은 첼로 보다 음폭이 좀 작은 대신에 부드럽고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비올 역시 고악기이다 보니 고악기들이 가진 옛스러운 울림이 상당히 매력적이다.같은 현악기류인 현악 4중주와 비교하면 동종악기간의 음역차이 때문인지 악기간 분리도는 조금 떨어진다.현악 4중주가 모던하고 건축적인 느낌은 준다면 비올 4중주는 조금 더 우아하고 회화적이다.음반 자켓이 마치 바흐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길 같다.


첼로 소품집이다.타이틀이 음반의 느낌을 대변한다.<첼리스트의 휴일> 윌리엄 드 로즈라는 젊은 첼리스트가 연주한다.첫곡 프레스코테발디의 토카타,쇼팽,라흐마니노프,다비도프 등의 작품들이 첼로로 편곡되어 있다.이 음반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서 어디 선물하기에 좋을 듯하다.첼로 소리는 너무 유려하여 얄미울 정도다.음반 제목처럼 어느 휴일 낮 시간 살랑 살랑 일렁이는 커튼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듣는다면 좋을 것 같다.한가지 단점이라면 지나친 낭만성이 문제라면 문제가 되겠다.

 


유리케인의 말러 편곡음반이다.이 음반을 클래식이라 해야 할 지 재즈라고 해야할지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분명히 클래식은 아니다.하지만...재즈라고 하기에도 좀 ....  이 음반에는 말러 교향곡,가곡들이 한 곡마다 다른 느낌으로 편곡되어 있다.전체적으로 아방가르드 재즈 스타일에 가깝다.하지만 불협화음만 이어지는 아방가르드와는 다르다.유리케인의 편곡상 가장 큰 장점은 말러 음악들이 내포하고 있는 보헤미안적 성격,군악대적 성격등이 전체적으로 잘 살아나있다는 것이다.클래식의 기본 선율만 가져다가 재즈화하는 음반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말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겁게 들을 수 있다.너무 고지식하지만 않다면..

 앞의 음반이 좋아서 또 다른 유리케인음반을 구매했다.이번에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다.연가곡을 기본 틀로 하고 몇곡 마다 현악 4중주를 배치시켰다.이 음반은 말러 음반 만큼 과감한 변용을 취하지는 않는다.대신 형식상의 실험이 재미있다.몇 곡은 락 오페라를 듣는 듯 하다.또 어떤 곡은 음악을 배경으로 일본어 시 나레이션이 들어간다.어떤 곡들은 블루스와 유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말러 편곡에서 보여주었던 아방가르드적 성격을 조금 희석한 대신 대중성을 조금 높였다. 첫곡 아름다운 5월에 가 마치 뮤지컬 처럼 들리다니....

요즘 듣는 음악이 좀 지루하다면 한번 튀어보자.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 클라리넷 4중주단의 클라리넷 음반이다.클라리넷은 재즈와 클래식에서 두루 두루 사용되는 활용도가 높은 악기이다.이 음반에는 클래식주자들이 거쉰,번스타인,로저스등의 유명한 곡들을 4중주로 편곡해서 들려주고 있다.곡들이 많이 알려진 것들이어서 조금 신선함은 떨어진다.하지만 익숙하게 들리던 곡들을 클라리넷 4중주로 듣는 것도 재미있다.물론 이들이 재즈적인 성격의 곡을 연주했다고 스윙감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그 부분은 이 단체가 만들어진 태생적인 한계 때문으로 돌릴 수 있다.클래식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재즈음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그 스윙감이란 부분만 뺀다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익히 알려질 대로 알려진 쇼팽의 녹턴.너무 유명한 음악은 연주자에게 부담이 될 듯 도 하다.비교의 대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대개 연주자는 그들이 다른 곡을 연주하던 스타일대로 쇼팽을 연주한다.폴리니는 딱딱하고 객관적인 녹턴을 루빈스타인은 출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감상적인 쇼팽을 들려준다.이반 모라벡은 깊은 산 속에 소리없이 흐르는 쇼팽의 녹턴을 들려준다.녹턴이 가진 낭만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추적추적거리지 않게 깔끔하다.과장된 울림도 자제하고 있으면 루바토도 중용적으로 사용한다.익히 명반으로 알려진 음반.이름 값을 한다.


한동안 품절상태이던 팻 메스니의 라이브 녹음이다.ECM과 게펜 시절 인기있었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안타깝게도 그의 대표곡인 <Are you going with me>는 빠져있다.사실 팻 메스니음반 중 가장 구하고 싶은 것은 <rejoicing>음반이다.이 음반의 주인공은 팻 메스니가 아니라 폴란드의 재즈가수 안나 마리아 조팩이다.팻메스니가 피처링해준 형태가 된다. 하지만 그 음반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아마존에서도 높은 가격이다.그 둘이 연주하는 are you going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한번 찾아보시길...anna maria jopeck

 


케틸 비요른스타의 음반이다.어떤 이들은 재즈의 생명은 스윙이라고 말한다.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음반은 재즈가 아닐 수 도 있다.재즈 트리오 편성의 뉴에이지 같다고 할까? 하지만 북유럽재즈는 그 출발선이 미국재즈와 다르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북유렵의 재즈는 미국 재즈보다 훨씬 지적인 느낌을 준다.기후 때문일까 음악에서 차가운 바람느낌도 난다.첫곡 부터 인상적인것은 퍼쿠션의 소리다.마치 음악과 상관없다는 듯 멀리서 들리는 퍼쿠션 소리는 피요르드를 헤치고 인간의 마을에 소풍나온 겨울 바람을 연상시킨다.조용하고 지적이다.



이 음반 역시 한동안 수입이 안돼서 구하기 힘들었다.키스자렛의 쾰른 라이브 녹음.키스자렛은 한동안 클래식도 기웃 거렸다.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개인적으로 생각해도 키스자렛은 쾰른 콘서트에서 보여준 지적인 재즈스타일에 훨씬 어울린다.

피아노 한대로 보여주는 키스자렛의 매력이 이 음반에 가득하다.임프로비제이션 역시 난해하지만은 않다.

 

   그나 저나 내일은 사무실 이사해야된다.무슨 특공대도 아니고....남의집 서자처럼 대여섯명이 옮겨간다.안봐도 눈에 뻔하다.일은 무지하고 서자 취급받고......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겠지만....이래 저래 칼받이들이다.불쌍한 SCV들....열나 일만하고 안될때 몸빵으로 막고....ㅜ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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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2006-03-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케인의 말러 들어보셨군요 ^^ 흐흐 좀 기괴하다라고 해야할지 원...
제 취향은 좀 아니더군요. 그나저나 3월도 음반 지름신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네요. 우리나라의 클래식 시장은 워낙 협소해서, 함께 즐기시는 분도 적구요. 많은 사람이 즐기기에는 공연관람료도 너무 비싸구, 클래식에 입문하기에는 참 그 문턱이 높죠. 저두 풍월당 같은거 해보고 싶은데요 ^^

보르헤스 2006-03-1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이나 메탈도 좀 들어줘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재즈나 클래식만 듣게 되네요. 기회되시면 좋은 락이나 메탈, 팝 음반도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mannerist 2006-03-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나 보르헤스님 같은 분들과 연합해서 음악감상실 하나 차리시면 어떨까요? 강남 아줌마부대의 허위의식만 잘 자극하면 먹고 살만도 하지 싶은데요. ㅎㅎ

전 요즘 야수아키 시미즈 CD다 모은 기념으로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듣다가 핸슬러 바흐 전집 내키는대로 듣고 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 5번이랑, 이런저런 협주곡이 귀에 잘 들어오더군요. 악기만 달리 한 BWV 1056 여러 가지 버젼이야 더할나위없구요. 드팀전님도 가지고 계시는 굴드/골슈만이 제 귀에 가장 잘 들어오긴 합니다만 바이올린도 좋아요.

드팀전 2006-03-1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님>락,팝등도 듣긴 하지만 ...요즘 것 보다는 옛날꺼 찾아듣는 편이라,,
매너님>망하기 딱 좋습니다.아줌마들 허위의식 자극 하는 것도 박종호 사장처럼 좀 매끈하게 생기고 외제차 타고 다니고 '사'짜 하나 달고 있고...수시로 유럽다니고 그래야 먹히죠.우리같은 SCV 들은 백날해봐야...그냥 혼자 놀 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시절이 하수상하다.인사이동과 부서변경... 짬밥 어린 넘들끼리 칼받이된 느낌이 든다.나도 그 무리중에 하나.다음 주 부터는 다른 성격의 일을 해야 한다.영 마음에 들진 않지만 ....길게 보면 다 하늘 아래 어줍잖은 일들이리라.... 앞으로 시간이 안날지도 모르고... 이제 음반 살 돈도 빈털털이.

하늘은 그래도 파랗고 음악은 여전히 영혼의 깊은 곳에 닿는다.


라모의 <영감의 교향곡>이다.라모는 바흐와 동시대에 프랑스에 살았던 궁정작곡가이다.그가 만든 곡 중에 영감의 교향곡이란 곡은 없다.지휘자인 마크 민코스키가 라모의 오페라,관현악곡,서곡등에서 교향악적 성격이 있는 곡들을 발췌해서 교향악적인 배치를 한 것이다.교향곡이 가진 전체의 통일성보다는 바로크적인 교향시처럼 들린다.민코스키의 실험은 상당히 성공적이라 보여진다.악단이 들려주는 라모의 곡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바로크적 우아미와 현대적 의미의 모던한 미를 동시에 느낄수 있게 해준다.SACD가 일반 CD플레이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지만 왠지 음향이 더 섬세하고 좋게들린다.그냥 느낌이겠지

 
시간을 좀 건너뛰어 막스 레거다.레거는 20세기까지 살았던 작곡가이다.하지만 현대음악의 시대에 살면서 고전적인 기법을 사용했다.흔히들 신고전주의라고도 말한다.레거는 과거 유명한 작곡가들의 곡을 변주해서 제 2의 창작활동을 한 것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에 영향을 받아 자곡한 3개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이다.원전악기 연주자인 피터 비스펠페이가 19세기 첼로를 이용하여 연주했다.연주는 바흐의 무반주곡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춤곡의 느낌은 많이 떨어진다.하지만 그다지 난해하지 않다.또한 3곡 사이에 짧은 로망스나 아리아들을 배치해서 음반듣는 즐거움을 더해준다.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들어볼 가치가 있는 곡이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안 가스티넬이라는 첼리스트의 연주다.이 음반은 프랑스내에서 아주 좋은 판매를 기록했다.평론가들의 평가도 우호적이었다.안 가스티넬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과거 거장의 연주가 가진 깊은 울림은 없다.대신 정확하고 서정적인 흐름에 더 중심을 둔다.따라서 로스트로포비치류의 음반에 익숙해있으면 좀 심심할 수 도 있다.하지만 귀를 크게 열고 현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연주자에 대한 최근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이후에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수록하고 있다.익히 알려진 곡들을 여유롭지만 빈틈없게 연주한다.조금 더 개성이 있었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


멘델스존의 8중주.연주단체는 윌리엄 크리스티와 함께 연주하던 앙상블 익스플로네션이 맡았다.이 곡은 멘델스존이 16세에 만들었다고 한다.말끔한 연주다.유복한 젊은이의 예의 바름이 곡 전체에 묻어 있다.8중주의 최고봉은 슈베르트다.슈베르트의 8중주와 전체적인 밝음은 비슷하다.하지만 이 곡은 슈베르트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슈베르트 8중주가 밝음이 가진 그림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면 이곡은 그런 명암의 대비가 깊지 못하다.그리고 또한 절실하지도 않다.하지만 앨범 자켓처럼 어느 봄날 창가의 햇살을 바라보면서 듣는 다면 최고의 음악이 될 듯 하다.


 토요히코 사토.일본인 류트 연주자다.류트는 기타의 할아버지 뻘되는 악기이다.14현정도가 일반적이라고 한다.이 음반에는 류트로 연주하는 바하와 바이저의 곡이 들어있다.류트의 울림은 기타 보다 우아하고 고답적이다.늦은 밤 차 한잔을 들고 바흐의 샤콘느를 따라가는 류트 소리를 듣고 있으면..... 토요히토 사코는 오래전 부터 유럽 원전악기 대가들과 녹음하고 교류했다.일본의 클래식시장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한때 일본은 콩쿨에서 돈발라서 명성을 얻는다고 얼마나 비웃었던가.하지만 그런 노력말고도 서양음악의 내밀한 곳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노력도 함께 있었다. 편안하게 듣기도 좋고 또한 악기의 음색을 느끼기에도 좋은 훌륭한 음반이다.


바흐의 푸가의 예술. 서양 고전 음악사에서 가장 난해한 곡중에 하나로 이름나있다.이 곡은 바흐가 악기 지정을 하지 않았다.그래서 현악4중주,기악합주가 이 곡을 연주하는 주를 이루고 있다.물론 건반악기도 빠질 수 없다.악기지정의 자유로움과 푸가가 만들어 내는 화음의 조화에 여러 단체가 이 곡을 녹음했다.이 녹음은 리코더 4중주판이다.4대의 음역이 다른 리코더가 만드는 화음은 아주 매력적이다.눈 내린 겨울 산사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며 이 음반을 듣고 싶다.조금은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바흐 음반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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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3-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회사 짤린 건 아닙니다.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거죠.7명쯤 동시에 이동입니다.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윗사람들이 짬밥순으로 보낸 인상이 강합니다.아니라고 해도 결과가 그러니 .... 다른 팀에 가서 다른 일을 해야하니 나원 내 영역도 아니고....
 

1-2월에 많은 음반을 구입했다.최근 들어 가장 많다.너무 많아서 다 올리기도 버겁다.그중에서 진짜 귀에 팍팍 들어 오는 음반들이다.









 

 

 







 

 

 

1.그리그 서정소품집- 스비아토 슬라브 리히터

2.멘델스존 무언가- 발터 기제킹

3.모차르트 레퀴엠-레너드번스타인

4.말러 교향곡 7번-레너드 번스타인

5.비발디 성모승천을 위한 저녁기도-리날도 알렉산드리아

6.바흐 푸가의 예술-켈러 콰르텟

7.헨델 메시아-윌이엄 크리스티

훌륭하다 훌륭해.이런 재미에 클래식 음반을 사모은다.전부 별 다섯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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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2006-02-2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철지난 음반이 많네요 ^^ 번스타인의 레퀴엠도 그렇고,,, 크리스티의 메시아 음반이 많이 땡기네요

드팀전 2006-02-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지나도 좋은 건 좋은거죠 ^^ 대중가요도 아닌데 철지나도 상관없궁..번스타인의 레퀴엠은 처음 들었습니다.판본자체가 즐겨 듣던 칼 뵘이나 헤르베그의 쥐스마이어판이 아니라 1970년대 등장한 바이어판이어서...감정이입만을 보자면 최고더군요.레퀴엠이 또 달리 들리는...번스타인의 말러 음반은 말러 7번때문에 또 샀어요.7번만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다른 음반들은 예전 거 그대로 다 나오는데 이상하게 7번은 없어요.처음 들었던 아바도의 시카고 녹음이 7번 입문이었지요.근데 귀에 확 들어오진 않더군요.그래서 쿠벨릭의 오디트사의 라이브 녹음을 샀는데 그것도 역시(말러 7번은 말러 음반중 귀에 잘 안들어오는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결국 말러 7번과 친숙해지게 된건 미하엘 길렌의 똑떨어지는 연주였습니다.길렌 덕분에 말러7번과 가까와졌지요.조금 들리고 난 다음에 가장 맘에 드는 7번은 번스타인입니다.하지만 그 음반에 있는 번스타인의 5번과 6번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크리스티의 메시아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성악진이 훌륭합니다.과장도 없고..만약 구할수 있으면 리히터의 서정소품집을 강력히 추천합니다.몇달전에 수입되었을때 1주일만에 전부 품절되어버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