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브뤼노 몽생종 지음, 이세욱 옮김 / 정원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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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의 붉은 물마저 빠져가는 늦가을이다.리히터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있다.지난 일본 여행에서 운좋게 얻은 음반이다.건반이 낙엽위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따랑 따 따 라'..올가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게 리히터의 음반이었다.비록 디지털화된 CD의 피아노 소리지만 가을을 아름답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리히터로 인해 행복한 가을이었다.그러던 즈음 그의 책 한 권이 출판되었다.

<리흐테르>.스비아토슬라브 리흐테르....어떤 사람은 리히테르라고 읽고 어떤 사람은 리히터라고 쓴다.영어식 발음과 러시아 발음의 차이일 것이다.내게는 리히터가 편하다.그래서 그냥 계속 리히터라고 읽을 참이다.이 책은 리히터의 회고담과 음악수첩이다.유명한 아티스트들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던 브루노 몽생종이 리히터의 다큐제작 후에 발표한 책이다.이 책은 생각보다 두툽하다.나의 읽기 스피드로는 올해 안에 다 보기 힘들겠다 싶었다.하지만 책장을 넘기자 책읽는 속도가 악상기호로 치면 '점점 빠르게'로 바뀌었다.클래식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즐거운 책이 아닐 수 없다.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평전'형태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서점에 가면 글렌 굴드를 비롯하여 몇 몇 음악가의 평전집을 볼 수 있다.그 책들 또한 나쁘진 않다.한 연주자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곡 해석의 방향등을 이해하게 해 준다.또 기이한 행각들이나 주변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의 삶의 일부를 엿보는 즐거움도 준다.하지만 이 책 <리흐테르>는 그 이상이다.이유는 이 책이 리히터의 구술과 그의 메모에 의존한 책이기 때문이다.몽생종은 다큐멘터리 작가 답게 리히터와의 인터뷰와 수집했던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여 1인칭 시점의 회고담을 완성했다.그러므로 마치 20세기 피아노의 전설이 내 앞에서 담담하게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회고담의 생생한 나레이션은 평전이 갖는 현학성이난 인물에 대한 미화와는 다른 매력을 갖는다.그는 이 책에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과격하게 자신과 주변 상황들을 묘사한다.어떨 때는 극단적인 감정이나 언사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시작은 몽생종의 편저자 서문으로 문을 연다.몽생종이 리히터를 만나서 영화촬영을 허가 받는 과정이 재미있다.인위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리히터는 촬영이야기 자체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하지만 서로의 신뢰가 쌓이며 결국 암묵적인 촬영동의가 이루어진다.그럼에도 자연스러운 인터뷰와 앵글을 위해 몽생종은 카메라를 리히터의 시야에서 제거하는 지난한 촬영방법을 택한다.리히터는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침묵동의를 통해 촬영에 협조한다.정말 아쉬운 것은 리히터의 콘서트 촬영을 앞두고 서거한 일이다.감독의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까왔을 것이고 남은 기록을 볼 수 없는 음악팬의 입장에서도 두고 두고 아쉬운 일이다.

책의 1부는 리히터와의 인터뷰를 제구성한 회고담이다.음악팬들이라면 리히터의 생애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97년 리히터가 사망했을 때 <객석>을 비롯해 많은 클래식 잡지들이 그의 삶을 다룬 특집 기사를 실었었던 기억이 난다.그는 어렸을 때는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음악가였기때문에 어려서부터 재능을 보였다.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둘러싼 가족사는 파란만장하다.아버지는 독일계 러시아인으로 혼란의 시기에 총살당한다.그리고 어머니는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 인물과 재혼을 한다.리히터는 거의 20년 가까이 어머니와 의절하고 살다가 1960년대 서방세계에서 연주활동을 하며 다시 만나게된다.이 책의 6장<어두운페이지>에 이러한 가족사가 리히터의 시각으로 쓰여져있다.여기서 그는 의붓아버지뻘이되는 콘드라예프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리히터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중에 하나가 스승이었던 게리히 네이가우스였다.리히터를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시켜주고 퇴학의 위기를 넘기게 해준 것도 네이가우스의 공이다.네이가우스의 집안은 대대로 피아니스트로 명성이 자자하다.할아버지 게리히 네이가우스는  골든베이저와 더불어 러시아피아노학파의 기둥이었다.그의 아들 스타니슬라프 네이가우스 역시 피아노교육자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한다.또한 그의 손자 스타니슬라프 부닌은 쇼팽콩쿠르 우승자로 현재도 쇼팽연주자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리히터는 스승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그래서 그의 레퍼토리에 그 곡은 빠져있다.

"그는 슈만과 스크리야빈을 아주 멋지게 연주했다.또 쇼팽의 협주곡 E단조와 베토벤의 황제는 어떤가?이 두곡의 연주는 너무나 경이로워서 나는 언제나 이 곡들을 내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는 것을 스스로 삼갔다"

리히터의 인간적인 낭만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는 리히터와 주변 음악가들의 관계이다.리히터가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2부 음악수첩에는 짧은 메모 형태로 그 내용들이 들어있다.또 그의 회고담 속에도 여러 음악가들과의 관계가 사실적인 표현으로 수록되어있다.예를 들어 작곡가의 경우 리히터는 프로코피에프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그래서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또한 벤자민 브리튼과는 평생의 좋은 인연을 맺기도 한다.반면 쇼스타코비치와의 관계는 좀 대면대면 했다고 기록한다.첫만남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이루어졌으며 몇번 그의 곡을 동료들과 연주했지만 인간 쇼스타코비치와는 가까와지기 어려웠다고 한다.

연주가로서 리히터의 에밀 길레스에 대한 비난은 아주 사실적이다. 에밀 길레스는 네이가우스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이다.하지만 리히터는 길레스를 시샘이 많아서 주변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특히 길레스가 네이가우스와의 관계를 부정한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빌어 크게 비난한다.네이가우스가 그일로 죽는 날까지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리히터는 말한다.그외에 카라얀 역시 리히터와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명반으로 알려진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의 경우 로스트로포비치-카라얀,오이스트라흐-리히터의 구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카라얀은 협연자들의 재녹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앨범사진 찍기나 강요한다.그 유명한 표지 사진에 대해서 리히터는

"그 사진을 보면 카라얀은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고 우리는 바보들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얼마나 역겨운 사진인가!"라고 말한다.

로스트로포비치의 경우 그의 탁월한 능력과는 별개로 그가 과시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해 눈을 흘긴다.반면에 리히터가 최고로 인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대표적으로 지휘자 푸르트뱅글러,므라빈스키, 카를로스 클라이버,성악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마리아 칼라스 등이 그들이다.특히 카를로스 클라이버에 대한 리히터의 칭찬은 엄청나다.그의 음악수첩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찬란하도록 완벽하다.이보다 나은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먼저 클라이버를 칭찬하고 싶다.이 기적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의 행운을 부러워하리라. (클라이버가 지휘한 요한슈트라우스 <박쥐>를 본 후) 

마침내 제대로 된 <라 트라비아타>를 보았다.카를로스 클라이버는 <라트라비아타>를 있는 그대로 발견했다.이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기쁨을 느꼇다(클라이버 지휘 베르디<라트라비아타>를 본 후)

리히터는 기본적으로 자기연주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는 완벽주의자다.그래서 그가 스스로 한 녹음에 만족을 표한 것은 몇 장 되지 않는다.헨델키보드 녹음이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녹음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반면 불만족스러운 녹음은 부지기수다.특히 명반으로 알려진 드보르작의 <피아노 협주곡>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정말이지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카를로스는 너무나 세심했고 나는 경직되어 있었다.그 바람에 드보르자크 특유의 매력과 단순성을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평론가들과 음악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리히터의 자기기준이 엄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음악팬들의 부화뇌동 때문일 수 도 있다.비슷한 예를  언젠가 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명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유진 오먼디가 지휘한 이 곡의 명연중에 하나로 알려져있다.하지만 이 곡은 조율이 되지 않은 피아노로 연주를 했다는 것이다.당시 호로비츠의 피아노조율사의 증언이다.그럼에도 최고의 명연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음악팬들의 부화뇌동인 듯 하다.

이 책의 가장 내밀한 부분은 2부에 해당하는 음악수첨이다.거장이 남긴 이런 종류의 메모는 여태까지 들어본적도 본적도 없다.그런 측면에서 이 메모는 자료적 가치는 물론이고 읽는 재미입장에서도 최고다.음악 수첩에서 리히터는 그가 참가했던 공연이나 들었던 녹음들에 대한 짧은 평가를 싣고 있다.이 메모를 보면 리히터가 오페라의 현대적 연출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또한 현대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이 메모에서는 현재 맹활약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또한 그가 반복구에 철저하지 못한 걸 배격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글렌 굴드의 바흐연주를 좋아하면서도 굴드가 반복구를 빼먹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개한다.그가 특별히 관심을 보인 젊은 아티스트들은 졸탄 코치슈,안드레이 가브릴로프,올레그 카간,나타샤 구트만 등이다.(이제는 정상에 있는 아티스트들이다.)리히터는 이들 대부분과 협연하기도 한다.반면 부정적인 평가를 보낸 아티스트들도 있다.대표적으로 폴리니가 그렇다.

폴리니는 슈베르트의 작품을 프로코피예프나 20세기의 다른 작곡가들이 쓴 작품처럼 연주한다.

폴리니는 연주스타일이 힘차고 때로 영웅적이기까지 하며 더없이 정확하고 기교가 뛰어나다.하지만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최신 유행만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한마디로 '금속으로 주조된 쇼팽'이다.

라두루푸의 리사이틀에 대해서도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에는 모든 것이 미리 계산되고 계량되어 있어서 뜻밖의 기쁨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전혀없다.마치 커다란 쟁반에 한꺼번에 차려내온 식사와 같다"

또다른 거장인 미켈란젤리에 대해서는 조금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어쨋거나 악보를 광신적이다 싶을 만큼 정확하게 재현한 것은 분명하다.미켈란젤리는 말 그대로 완벽주의자다.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광신적 태도와 악기에 대한 극단적인 엄격함은 상상력의 비상을 가로막고 작품에 대한 진정한 애정의 표현을 방해한다.하지만.........누가 명인을 심판할 수 있으랴...  (드뷔시 전주곡집 1권 녹음을 듣고)

기돈 크레머와 마르타 아르헤리치에 대해서는 독설을 가한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회였다.하긴 놀랄 일도 아니다.이들은 리허설도 하지 않고 바로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니 말이다.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좋은 연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그저 수치스러울 따름이다.이런 태도로 예술에 임하는 것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이들이 그렇게 행동해도...결과는 엄청난 성공이다.

리히터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다.특히 그의 방대한 레퍼토리와 음악의 성직자 같은 고결한 모습은 요즘 연주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그렇다고 그의 연주가 늘 최상은 아니다.그의 메모에서도 보여지듯이 그는 즉물적인 연주를 싫어했다.그것 나름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리히터는 영적인 에네르기가 충만한 연주를 좋아했고 본인도 그런 연주를 최고로 쳤다.그의 연주를 실제로 볼 수 없었음이 너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리히터의 슈베르트 마지막 소나타..폴리니의 냉혈같은 연주도 때론 들을 만하다.브렌델의 소박하면서도 지적인 연주는 진지해서 좋다.머레이 페라이어의 낭만적이고 풍부한 음향을 머금은 연주 역시 즐거움을 준다.하지만 오늘은 리히터가 최고다.느리면서 강하고 굵은 울림이다.에너지와 충만한 감성. 슈베르트.... 리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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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26 16:42   좋아요 0 | URL
흑... 늦었다. 영문판 번갈아 보면서 천. 천. 히. 쓰는 와중에 선수 치시다니. ㅜㅡ
근데 쓰시는 김에 이세욱님의 노고에도 조금은 언급해주시지 그랬어요. =)

드팀전 2005-11-27 08:59   좋아요 0 | URL
빨라도 상안줍니다.ㅋㅋ...번역자의 노고에 대해서는 님이 언급하세요...ㅋㅋ 뭐 번역에 대해서 잘 알지못하니까...
평전이 아니어서 좋았어요.아마존을 찾아보니 루돌푸 제르킨 책도 있고 클라우디오 아라우 책도 있더군요.특히 전 아라우 책에 관심이 갑니다.아라우 역시 클라우제라는 좋은 스승밑에서 공부를 했지요.특히 클래식의 불모지였던 남미 출신이고 레퍼토리 역시 상당히 넓습니다.현대 음악쪽은 별로 관심을 안가지긴 했지만...전 아라우 책이 나오면 사고 싶은 맘은 있는데 영어로된거 사전 찾아가며 볼 정도의 여력은 없습니다.ㅋㅋ

todundleben 2005-11-29 18:44   좋아요 0 | URL
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리히터 아저씨는 굴드 아저씨를 무지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ㅎㅎ

드팀전 2005-11-30 09:22   좋아요 0 | URL
처음뵈요.서재명이 인상적이군요.글렌 굴드의 바흐에 대해 좋게 평가했던 걸로 기억되는데요.음색도 높이 평가했고..단 한가지 굴드가 반복구 지시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분개했다네요.꼭 굴드뿐이 아니라 반복구를 지키지 않는 연주자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많이 있더군요.

MANN 2006-01-16 02:20   좋아요 0 | URL
잘 읽었습니다. 리히터 정말 좋아하는데... 리뷰를 보니 이 책이 마구마구 읽고 싶어지네요.

강호 2006-01-16 11:30   좋아요 0 | URL
이세욱 선생은 이제 경지에 오른 느낌.

강호 2006-01-16 11:36   좋아요 0 | URL
2005년에 읽은 최고의 번역서였습니다.
 

또 시작되었다.나는 또 소수자가 되었다.괜찮다.언제나 그랬다.대선때 비판적 지지세력이 파병때 국익우선주의가... 내 주변엔 그들이 늘 다수다.난 늘 이상한 놈이되고 정신못차린 이상주의자가 된다.아직은 철없고 어린.... 이번에도 그랬다.

가뜩이나 시청률이 저조한  MBC는 황교수 보도로 쪽박차게 생겼다.인터넷을 한번 봤는데 애국주의자들이 MBC를 곧 폭파시켜버릴 분위기다.대개 논조는 크게 두개다.첫째...어떻게 우리나라 천재과학자가 하는 길에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발목을 잡냐.둘째...서구 보수언론들이 생명공학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딴지를 거는데 거기에 동조해주냐. 여기에 한국놈들은 안돼 부터 너는 매국노다...까지 다양한 욕설과 폭력이 등장한다.MBC광고주들도 광고를 막는다는 보도가 있었다.실제 그렇게 집행될지는 모르겠다만.

여론조사의 60% 이상이 연구원 난자사용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글쎄...난 여기서 테러당하고 싶지 않다.테러가 무서운게 아니라...귀찮다.난 테러리스트들이 귀찮다.

이번에도  '국익'이다. 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악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잘보면 옥의티가 있다.

'국익'앞에 '보편'은 설 곳이 없다.'민족'앞에 '윤리'는 설 곳이 없다.

일본우익을 왜 욕하나? 그냥 서 있는 입장이 달라서 욕할 뿐이다.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왜 욕하나?그냥 우리가 피해자이기 때문일 뿐이다.가해자였으면 또 말이 달랐겠지.우리는 백의민족,단군의 후예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잔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가장 순수한 우익꼴통이다. 

MBC는 매국노가 되었다.시청률은 더 떨어질 것같다.괜찮다.떨어지면 나아지는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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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1-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바닥을 박차고 오를 날도 오겠죠.
정말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들 때문에 무서운 나라입니다.

BRINY 2005-11-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일본 우익이나 우리나라 우익이나...서로 닮아서 싸우는 거 아냐?하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제가 이런 말 하면 '댁은 일본유학파니까 친일파?'하는 식으로밖에 반응 못하는 사람들은 또 뭔지요.

깍두기 2005-11-2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익 싫어하는 사람 여기다 댓글 다는 거 맞지요?
다른 덴 몰라도 알라딘엔 많아요^^

드팀전 2005-11-2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교과서가 무서워요
BRINY>맞습니다.일본우익과 한국우익은 닮아있습니다.그리고 단순하기까지..
깍두기님>그렇습니까.제가 첨이라 잘몰라서..전 국익도 좋아요.단 보편과 상충된 국익,보편보다 앞서는 국익 이런게 너무 만연해서....

하루(春) 2005-11-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악 ^^

비로그인 2005-11-2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분위기는.. 거의 황 교수가 십자가를 짊어진 듯.. 하지만 머지 않아서 황 교수는 다시 연구를 시작하겠지요. 일종의 부활이라고 해야 되나.. 암튼 그 땐 지금보다도 더, 황 교수는 신이 되어 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질지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윤리의 'ㅇ'자도 꺼냈다간 바로 생명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죠... 아, 난자 기증이 하나의 의무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난자를 기증하지 않는 여성은 황 교수의 연구에 반대하는 매국노다 라는 여론이 들끓으면...;;;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겠지요. 다수가 외치기에 정상적인 거 같지만,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폭력.
연구를 위한 난자는 넘쳐날테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난다면 절망을 머금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많은 이들의 마음에 희망이 솟구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것도 물어서는 안 되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몸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통제력을 잃을 것이고(지금까지도 많이 잃어왔지요. 가족계획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출산대란 이야기하면서 어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거의 없죠..;; 그냥 돈을 얼마 주고 어쩌고 저쩌고..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 그 원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이기적이네 어쩌네.. 쳇--+)... 전 그 과정이 너무 무섭네요. 이번 일에 열내는 분들 중 평소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사람이 얼마나 될지, 황 교수의 연구가 어떠한 것인지 그 정확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욱- 해서 뭣 모르고 일어나신 분들도 꽤 될 듯 싶어서..;;)

아무튼 국가를 위해서 건배..-_-;

드팀전 2005-11-27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우석 교수 인터뷰 중에서

황교수는 이날 “(연구할) 당시에는 그저 눈앞의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며 “한 템포를 늦추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이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본인 스스로도 겸허히 인정하는 부분인데도....어제는 방송국 앞에서 촛불시위를 했다나요.그것도 자유니까 할 수는 있지만...황교수말처럼 성찰은 하고 있는건지.
 

어제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남명 조식과 관련된 책이 며칠전에 도착해서 책장에 쌓여있는데....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시집인데....혹해서 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몇 장 열어봤는데...글쎄....과연.... 이게 지금 내 취향일까?

 

 

이건 내 취향이 확실하다.

생각보다 책이 두껍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한시들을 모아놓았다.

그러고 보니 중국 한시집은 몇권 보았는데 우리 한시는 별로 경험이 없다.

매너님이 올해의 책으로 꼽았던 리히터(리히테르) 책이다.

이 책도 생각보다 두껍다.몽생종의 서문도 무지 길다.책의 절반은 리히터의 음악수첩이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이런 류의 책이 드물기 때문에 올해의 책으로 뽑힐 만하다.

클래식팬들에게는 가뭄에 콩나는 책이다.

 앞의 세권의 책은 알라딘 님들의 리뷰 및 추천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어떤 분들이었느지는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즐찾하는 분들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순전히 내 개인적 관심에서 샀다.신문 리뷰에 조그맣게 실렸던걸 오려왔다.

사진집이며 책제목은 <또 하나의 한국인>이다. 혼혈문제를 다룬 사진집이다.사진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

이 또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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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2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제가 뭐랬어요. 그나저나. 맨 앞장의 편집자 이메일 보셨어요? 그거보고 괜히 기대하고 있답니다.

rserkin@hanmail.net

혹시나 하고 아마존 뒤져보니 루돌프 제르킨 자서전이 있덥디다. 기대를. =)

하이드 2005-11-2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글렌굴드 책도 one of '가뭄의 콩' 이 아닌가 싶습니다. ^^

드팀전 2005-11-2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ㅎㅎ...제가 리히터를 좋아하니까.....그리고 자료자체가 상당히 귀한거라서 더 그런 듯 합니다.음악가의 개인수첩이라.....솔직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혀있더군요.호로비츠.폴리니.카간...그리고 자신의 녹음에 대한 감상들....
하이드님>그랬군요.살펴봤는데...평전이데요.평전이라...평전....

mannerist 2005-11-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니에 대한 견해가 대단히 흥미로웠구요. 마빡 찔러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과 완벽함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던가요. "그시대에는 쇼팽을 혁명아로 생각해야했다. 서글픈 일이다." 의외였던건, 드보르작의 피아노 협주곡 레코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후회스러워했던 것도 그렇고. 혹시 좀 더 지나면 그의 미발굴 골드베르크 변주곡 레코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 했었는데, 굴드의 연주를 들으며, 이 어려운 곡을 내가 죽기 전에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아쉽게 기대를 접었죠. 좌우간. 올해의 책 서서히 골라봐야겠어요. 전체부분은 이 책으로 확정이고, 소설은 '내 이름은 빨강'과 '위대한 개츠비'사이에서 진동중, 사회과학은 '파시즘'과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드팀전님은?

음반-_-의 경우는 더 난감합니다. ㅎㅎㅎ

드팀전 2005-1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권있습니다.리헤테르도 올해 다 읽을지 모르지만 좋은 책이고...팩스턴의 <파시즘>은 뛰어나지요.어차피 올해 최고를 고르는게 룰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꼭 1권 고를 필요는 없잖아요.ㅎㅎㅎ
이 책보다가 보관함에 넣어놨던 리히터/가브릴로프 가 연주한 헨델 키보드곡집을 주문했습니다.오래전에 보관함에 넣어놨었는데 그동안 아무도 그 음반들을 안건드리기에 계속 여유부렸죠.오늘 도착했답니다.리히터의 음악수첩에도 보면 그 음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그 전에 예당에서 나왔던 리히터의 헨델 키보드연주는 녹음상태가 흡족하지 않았는데...이번에는 괜찮겠지요.그리고 매너님이 좋아하신다는 귄터반트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도 함께 도착했습니다.브루크너 9번은 줄리니의 연주가 워낙 뛰어나서 사실 다른 음반에는 관심이 별로 안갔습니다.줄리니의 빈필연주와 시카고오케스트라 연주 둘 다 있는데...빈필이 매끄럽긴 합니다.반트가 이 연주에 대해 무척 만족했다는 음반사 홍보를 보고 샀는데 이제 들어봐야죠.
 

11/22 화.한겨레 문화면

계간지 <창작과비평>과 <황해문화>가 나란히 한국 진보개혁진영의 발본적 각성과 전환을 촉구했다. 두 계간지는 <진보평론> <문화과학> 등과 함께 한국 진보세력의 한 축을 대표하는 잡지다. “더이상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자” 등 도발적 선언과 성찰을 담았다. 이런 상황 자체가 2005년 겨울, 한국 진보세력의 주소를 웅변한다.

<황해문화> 겨울호는 ‘민주화시대에 민주주의가 없다’를 제목으로 뽑아 관련 논문 6편을 특집으로 다뤘다. 현재에 대한 시선은 한결같이 비감에 젖어 있다. “과거 독재세력이 민주주의를 파편화시키고 과거 민주화세력이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참담한 ‘과거주의’ 사회”(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라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그 한복판에 민주주의 문제가 있다. 20여년 이상, 진보개혁진영을 대표했던 ‘민주주의 담론’은 총체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 가운데 어느 것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실현됐다’는 사고방식이 문민정부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는 이를 “사회적 적대의 성격이 ‘다원적 적대들이 응축된 민주주의 적대’에서 ’다원적 적대들의 활성화’로 변화했다”고 표현했다. 단순히 민주주의 문제만으로는 한국 사회의 복잡한 갈등과 적대를 다 담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성찰의 목소리도 높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민주화의 환상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나, 이제 민주화라는 말은 그만하자”며 “빛바랜 민주화 담론,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잠시 뒤로 밀쳐놓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짚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진보의 이름으로 환원했던 낡은 습관과 구호를 버릴 때가 왔다”고 밝혔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는 1987년의 흥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논의는 결국 민주주의 담론의 근본적 재구성으로 모였다. 기본방향은 분배·평등·생태 등 사회적 정의의 실현으로 모인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새로운 자립·자치·생태적 전환 및 성찰의 민주주의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박승옥) “형평·공생·정의·지속가능성·연대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김동춘) “6월 항쟁에서 분출된 민주주의적 에너지를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는 평등주의적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정태석)

<창작과비평>도 겨울호 머리말에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적 개혁세력은 이상은 원대하나 책임감이 결여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발본적 반성과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진보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깊은 자성 속에 지혜를 모으고 운동성을 회복할 국민적 통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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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대비평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계간지 겨울호 섹션...

드팀전 2005-11-2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해문화가 있잖아요.힘내세요..근데 우리동네 서점에는 잘 없더만요.

2005-11-23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가의 아틀리에 - 장욱진 그림산문집
장욱진 지음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에는 장욱진의 그림이 한 점있다.

그러나 너무 놀랄 것은 없다.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복사본 그림이다.이 그림과의 인연은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원룸 빌딩 9층에 살았다.13평짜리 원룸에 침대,책상,옷걸이가 가구의 전부였다.아마 원룸살이의 기본세트 아닌가 싶다.침대에 누우면 마주보이는 하얀 벽이 을씨년스러웠다.뭔가 필요했다.해답은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구해졌다.서울 본가에 갔다가 우연히 지하상가 액자점을 어슬렁 거렸다.거기서 엽서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장욱진의 그림을 보았다.몇 만원인가를 주었다.투명한 아크릴 액자속에 그림은 평화로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그림을 사들고 삭막한 원룸 벽에 걸었다.햐얀 벽면에 땡그렁하고 장욱진 그림 한 점만 걸렸다.집에 국화 한 다발 사서 꽂아 놓아 본 원룸생들은 알 것이다.몇 천원 밖에 안하는 국화가 집안 분위기를 한동안 바꾸어준다는 것을...  그림 속에는 장욱진 작품에 수시로 등장하는 대상들이 전부 들어 있다.아마 유명한 그림일게다.그 제목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복사본 그림은 이렇다.초록빛 나무 속에는 새들 대엿섯마리가 찌르릉 찌르릉 지저귄다.나무 왼쪽 위로는 마지막 남은 붉은 홍시마냥 옅은 태양이 걸려있다.나무 아래 바둑판처럼 네모난 멍석이 깔려있다.멍석위에 앙상한 숯처럼 까만 사람 세명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그 아래로 네발 달린 강아지가 어슬렁 지나간다.그림은 안정감이 있으면서 평화롭다.과감한 생략과 기호화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 여름날 시골마을 어귀가 그려진다.동네 큰 나무아래 흰옷입은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올해 농사이야기도하고 서울간 자식 이야기도 한다.이웃 마을 김영감 손자 낳은 이야기도 한다.매미의 왱왱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산 위에서 불어온 여름바람이 흰 마고자의 열을 내리고 살며시 돌아나오는 소리도 들린다.어느 집 담장너머 콩국수 면발 물에 헹구는 소리도 들린다.장욱진의 그림을 한참 보고 있으면 마치 그 그림속이 내 고향인 듯  오만가지 소리와 향기.그리고 풍경이 마음속으로 밀려든다.

<강가의 아틀리에>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책 100권' 중 하나로 뽑혔던 책이다.그림 산문집이라는 말처럼 책에는 글보다 그림이 많고 그림보다 여백이 많다.여기 올라온 글들은 화가 장욱진 선생이 6-70년대 잡지나 신문에 기고 했던 것들이다.주로 장욱진 선생의 신변이야기들,그림과 관련된 생각들,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문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글의 내용이 깊은 울림을 갖지도 않는다.화가는 그림으로 승부하는 사람이지 글로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국립박물관장이었던 김원룡 선생은 장욱진 선생을 두고 '붓만 빼았으면 그자리 앉은 채 빳빳하게 굶어죽을 사람'이라고 했다.한가지에 미쳐야 일가를 이룬다는 말이 그에 다르지 않을 것 같다.장욱진의 그림에서 보이는 단순소박함이 유치하지 않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내공에서 기인한 것일게다.어떻게 생각해보면 장욱진의 그림은 유치원때 한두번 그려본 그림같기도 하다.사람은 머리에 손발만 갖춘 모습이다.동물들도 입체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그냥 네발 또는 두발이 성냥개비처럼 땅에 닿아있다.장욱진은 자신이 심플하다라고 말했다.그의 그림은 보면 그의 삶이 정말 심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설령 그의 삶이 번잡한 일상에 치였을 지라도 그이의 영혼은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을 것 같다.

장욱진의 그림 속 인물들은 기호에 가깝다.자코메티가 떠오른다.실존주의 조각가라는 자코메티 역시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실체를 최대한 단순화시켰다.그의 사람들은 그래서 모두 앙상한 뼈만 남은 사람들 같다.존재의 본질이 외연에 있지 않다는 것인가? 하여튼 장욱진의 인물들도 모두 앙상하다.하지만 같은 기호로 남은 인간이지만 장욱진의 그림 속 사람들은 훨씬 풍요로와 보인다.아마 인물들이 무언가와 관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관계의 대상은 대개가 태양.나무,개,한옥집 등등 우리 자연과 삶의 모습들이다.그래서 장욱진의 그림은 단순하고 본질적이어도 결코 외롭지 않다.또한 그의 작품들은 동양에서 바라보는 인간적 가치의 본질을 보여준다.이러한 보편성은 그의 표현이 갖는 한국적 터치를 통해 특수성도 확보한다.이 책에 있는 삽화들은 불가의 달마도나 선화를 연상시킨다.많은 여백과 단순한 붓터치는 보는 이에게 많은 상상을 요구한다.장욱진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그림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하다.그는 말했다.

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자기를 한곳에 몰아 세워놓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아무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괴로움의 눈물을 달콤하게 해주는 마력을 간직한 것이다.회색빛 저녁이 강가에 번진다.뒷산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장욱진의 그림 속 세상에 기호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석양이 수면을 쓸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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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21 16:03   좋아요 0 | URL
증말? 복잡해 보이는데... ^^;;

드팀전 2005-11-21 17:38   좋아요 0 | URL
TT 잠깐 그렇다는 거죠 켁켁....평소 삶은 좀 복잡한거 같아요.휴..오늘도 왜이리 심사가 복잡할까...그러니 단순해지고 싶은 거겠죠.그것도 몰랑?

sandcat 2005-11-22 13:11   좋아요 0 | URL
내공이란 말, 참 많이 쓰이지요.
하긴 어디서는 내공을 주고받기도 하덩구만요.
내공이란 무얼까, 그건 다름아닌 "내 마음의 자유" 같은 것.
누구를, 무엇을 만나도 자유로운 ...

우리집에는 벽에 걸렸다던 그림이 그려진 철제 저금통이 있어요.
밑에 동전 빼는 구멍이 따로 없어 얼마 안 넣었지만.

"아무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가 맞나요?

드팀전 2005-11-22 13:23   좋아요 0 | URL
켁켁...뭔가 빠진 듯 한데.. 책 뒤에 장욱진 선생이 쓰신 글이거든요.뭔가 이상하긴 한데...쓰다가 빼먹은 것 같네요.집에가서 찾아봐야함돠..ㅋㅋ

파란여우 2005-11-22 21:15   좋아요 0 | URL
장욱진 그림 슬라이드 6장 있습니다.
가끔 햇빛 찬란한 날에 그것을 비쳐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죠
생활인으로서의 장욱진은 빵점!! 그림쟁이로는 성공!!
리뷰어로서의 드팀전은 기죽이는 얄미운!!!^^

2005-11-2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1-23 11:03   좋아요 0 | URL
파란여우님>뭐...예술가가 다 그렇지 ... 하여간 희안한 인간들이라서 적응이 감당이 안돼요.그쵸? 칭찬에 감사드립니다.근데 제가 리뷰를 얼마나 무성의하게 쓰는지 보신다면 실망하실 거에요.회사에서 컴퓨터 켜놓고 마치 일하는 듯 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그래도 왠지 눈치가 보여서 ..지나가다 누가 '뭐해..'이러면 화면을 밑으로 쑥내리길 반복합니다.그러니 다쓰면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올려요.다른 님들이 오타를 지적해주시거나 집에서 다시 한번 볼때 오타나오거나 말도 안돼는 문장이 나오면 그때 그때 수정합니다. 좀 깊이 생각하고 문장과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러면 이게 또 스트레스가 되서 원래 의도에 어긋나게 될 듯 합니다.즐거운 서재질을 위해서는 그냥 쓰려구요.오타나 비문이 나오면 그때 그때 이야기해주세요.이미 각오하고 있으니까 그때 그때 고치렵니다.찾아보면 무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