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몇달 전부터 와이프랑 만원씩 모은거 하고 9월에 보너스 나온거 하고 합쳐서 외국에 나갔다 왔습니다.일단 와이프랑 저랑 여행가는데는 인색하지 말자는데 공감을 하고 있지요.아등바등 모아바야 그래봤자 벼룩이고...집이야 남들보다 1-2년 늦게 산다고 뭐 손가락질 받는 것도 아니고...시간만 나면 한시라도 젊었을 때 여행다니는게 저희둘의 생각입니다.

지난 겨울에 캄보디아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겼습니다.그래서 이번에는 좀 쉬러 가기로 했지요.인도네시아의 '발리'에 다녀왔습니다.발리에서 만난 한국여행객들은 대개가 신혼부부였습니다.그래서 저희도 허니문으로 알고 다들 그렇게 물어보더군요.ㅋㅋ 그냥 쉬러 왔다고 했습니다.외국애들은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 가족단위도 있고...또 연인들도 있고 그렇던데....

발리는 편안했습니다.산책도 다니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낮잠도 자고 책도 보고 시간이 너무 빨리가데요.(사긴도 몇장 있는데 그건 담에 ...)

문제는 잘 놀고 돌아오는 날 발생했습니다.귀국 비행기를 타는데 몸이 좀 으슬 으슬 하더군요.몸살이 오나보다 했습니다.일본 나리타 공항까지 6시간 30분....나리타 공항에서 무려 4시간을 기다렸지요..그리고 다시 1시간 30분을 비행기타고 부산공항.....이미 비행기 안에서 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답니다.

집에 도착하자 온몸에 열이 펄펄....결국 동네 병원으로 허부적 허부적 기어갔습니다.영양제와 해열제를 두병이나 맞았는데도 열이 40도에서 내려 가질 않았습니다.동네 병원 의사가 결국...조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밤 8시쯤 되어서 조금 큰 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동남아 여행 후라고 하니까 각종 검사가 시작되더군요.피뽑고 요도에 뭐를 확 꽂아가지고 요를 뽑아내고...결국 입원하고 말았습니다.1차 혈액검사 상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아직 잘 모르니까 좀더 봐야한다고 하데요.24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열이 37.5도 정도 까지 내려왔지요.주사약을 참 많이도 맞았습니다.항생제,소염제,진통제...ㅜㅜ 생전 처음 입원해봤는데 힘들데요.하루쯤 지나고 퇴원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맘이 불안해서 그냥 하루더 있었습니다.의사는 5일쯤 있었으면 하던데 전 내일 출근해야되고...만약 아프면 다시 들어온다고 말하고 사흘 째되는 어제 오후 퇴원을 했습니다.체온은 정상치를 찾았는데 목이 너무 부었습니다.흔히말하는 편도선 부근인데...목구멍이 꽉막혀서 침한번 넘길때 마다 온갖 인상을 다쓰고 있답니다.

그나마 아직까지 몸에 다른 이상은 없는 걸 보니...병원에서 걱정한 풍토병은 아닐 듯 싶습니다.

제가 노는 동안 이주의 마이리뷰가 당선 되었네요.예전에 몇번 받아서 이제는 안주겠지 했는데...축하해주신 알라딘님들께 한번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출근했는데...요령껏 피해다녀야겠습니다.이러다 다시 드러 누으면...ㅜㅜ

p.s) 즐거운 휴가의 기억이 병원입원으로 가물가물해졌습니다.오자마자 여행을 반추할 시간도 없이 병수발하느라고 고생한 사랑하는 와이프.....늘 고맙게 생각해요.다 낳으면 다시 재밌게 놀자구..더재밌게 놀아줄께께  ㅋㅋㅋ I LOV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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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요즘 뜸하시다 했더니 여행 다녀오셨군요. 집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립니다. 님의 리뷰는 매번 마이리뷰에 당선되어도 아깝지 않는 수준이십니다.

kimji 2005-09-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많이 놀라셨겠어요.
아무튼, 어서 쾌차하시길요. 이 좋은 계절에 아프다는 건 좀 억울하잖아요.
어서 건강 되찾으시라고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바람구두 2005-09-12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부럽...부럽...(아프단 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드팀전 2005-09-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ㄳ...님의 칭찬이 과분합니다.
김지님>오늘 남들은 덥다는데...전 덥다 춥다해서 긴 옷을 가지고 다닙니다.
바람구두님>보고싶었소이다.부럽긴....전 눈감으면 발리보다..병실이 먼저 떠오립니다.발리의 기억은 진짜 가물가물...아..40도의 뜨거움이 그모든걸 확 날려버릴 줄이야.ㅜㅜ

바람구두 2005-09-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오래 공을 들이다보니 드팀전님 같은 깍쟁이에게도 보고 싶었단 말을 다 듣네요. 난 얼마전에 스피커 바꿨습니다. ATC SCM 20에서 B&W 노틸러스 805로... 소리는 예전 것이 더 고급이지만 시원한 건 이 녀석이 좀더 낫더군요. 언제 사진 한 번 올리리다. 어서 빨리 비자금을 비축하시라...

드팀전 2005-09-1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노틸러스 805....요즘 B&W 모델중 가장 선호받는 그 모델...... 이야...ㅊㅋ ㅊㅋ
저두 인터넷 구경다니면서 사진 여러번 봤습니다.소리는 인터넷이 해줄 수 없더군요.ㅎㅎ 한푼두푼 모아봅시다.

2005-09-1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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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박민규...박민규...박민규..한다.한때 신해철이 교주로 나왔을때 신해철..신해철..해대더니....아무래도 프란체스카 시리즈 4쯤에는 박민규도 뱀파이어 가족으로 등장할 듯 하다.소설 별로 안보던 사람들도 박민규 소설 보면 재밌다고 난리다.<지구영웅전설><삼미슈퍼스타즈>...2타수 2홈런이다.조만간에 메이저리그뉴욕 양키즈팀에 스카웃되서 올드트래드포드 스타디움에서 레알마드리드의 앙리하고 스킨스게임을 할 것 같다.(어때 박민규 스럽지...ㅋㅋ )

박민규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이다.때론 그 즐거움이 약간의 황당함을 동반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황당함은 엽기라는 코드에 익숙한 인터넷 세대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기발한 상상력만 가지고 그가 교주노릇 하긴 힘들다.그에겐 그 스타일의 근저에 있는 무언가가 있다.그 컨텐츠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은 박민규 소설을 안팎으로 단단하게 만든다.

단편집 <카스테라> 역시 전작 <삼미슈퍼스타즈>의 주제의식의 선상에 놓여있다.그의 주제의식은 단연코 "속도에의 저항"이라고 말 할 수 있다.'속도에의 저항'은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며 근대화에 대한 반항이다.또한 남들의 시선에 대한 뿌리침이고 붕어빵같은 현대인들의 가치에 대한 돌팔매질이다.이를 형상화해내는 박민규의 주인공들은 그래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들이다.세상은 그들을 '낙오자' 또는 '무능력자'라고 한다. <너구리>의 과장이 그렇고 <기린>의 아버지가 그렇다.<펠리컨>의 사장,<갑을 고시원>의 김검사 역시 마찬가지이다.박민규의 주인공은 스스로도 주눅들수 밖에 없는 멀쩡한 소외자들이다.단편집<카스테라>전반부는 소외자들의 변신에 힘입어 동물농장이 된다. <너구리>의 인턴사원은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기 위해 상사의 동성애를 눈딱감고 허용한다.눈물이 난다.뿌연 목욕탕 김 속에서 너구리가 '다 안다' '다 이해한다' 는 이해와 동병상련의 눈길을 보낸다.강한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너구리의 세상에 주인공도 발을 내밀었는지 모른다.어느순간 주인공 역시 속도를 따라가는 인간이 되어보려고 하겠지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기린>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이다.온몸이 쪼개지는 아르바이트에도 답은 보이지 않는다.무능력한 아버지를 지하철안으로 푸시하는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인간이 짐짝처럼 변해버리는 지하철,조금이라도 늦지 않기 위해 늦어서 너구리로 변해버리기 전에 남들보다 빨리빨리 움직인다.그렇다고 인간세상에 답이 나올까는 의문이다.결국 모든 걸 버리고 잠적한 아버지는 너구리 대신 기린이 되었다.그게 기린이면 어떻고 너구리면 어떻고 대왕오징어면 어떻겠는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상황이고 또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동물과 인간 사이에 위치시키는 사회라면...

단편<카스테라>의 후반부는 변신의 황당함에서 조금 빠져나올 수 있다.<코리안 스텐더드>같은 경우는 박민규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신자유주의와 기득권화된 진보세력에 침을 뱉는다. 지금은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주인공.잘나가던 운동권 선배들은 하나둘 정치권에 투신하여 성공을 거둔다.또 일부는 강남에서 최고의 학원강사로 룸살롱 매니아가 되어 있다. 그중 농촌 공동체를 운영하는 한 선배로 부터 연락을 받는다.그나마 지양해야할 것을 지양하면서 살아온 선배이다.뭔가 귀찮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돕지 않는다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주인공은 그를 찾아간다.선배의 농촌은 다른 농촌마냥 망해가고 있다.특히 외계인들의 공격이 가장큰 문제였다.외계비행접시는 무엇인가? 냉전시대 미국헐리웃 영화는 외계시리즈로 돈을 많이 벌었다.어느 평온한 도시에 갑자기 외계인이 들이닥쳐 다 부수어댄다.항상 그렇듯 평화는 작은 소시민영웅의 활약으로 찾아온다.냉전시대 침략하는 외계인은 소련이었다.영화를 통해 소련의 존재가 늘 우리의 평화를 깰수있다고 프로파간다 했던 것이다.박민규는 이를 한번 쉽게 틀었다.이 단편에 등장하는 UFO는 그냥쉽게 생각해도 신자유주의 농업자유화 압력이다.옥수수도 털어가고 소도 배불려 터뜨린다.농촌은 그렇게 초토화된다. 특종을 위해 아무리 UFO를 찍어도 기록에 남지도 않는다. 우리의 현실도 이와 같다.아무리 농민들이 죽는다 죽는다 해도 TV팔기 위해 자동차팔기 위해 라고 덮어버린다.업체야 그렇다 쳐도 일반 서민들까지 그런 프로파간다에 넘어간다.그리고 그냥 그런지 안다.아니면 아무생각 않고 살던가....

<헤드락> 역시 자본주의 폭력에 대한 부분이다.물론 소설이 헤드락이라는 물리적 폭력의 대상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하지만 꼭 물리적 폭력만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부르디외의 상징폭력으로 이해하는것이 맞을 것이다.헤드락 학원이란 것은 상징투쟁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우리가 애들 윽박질러 공부시키고 학원보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들 이겨서 잘나가라는 뜻 아닌가.결국 상징투쟁의 승자가 되길바라며해 헤드락학원에 보내는 것이다.이러한 자본주의의 폭력은 대상이 곧이어 주체가 된다는 특징을 갖는다.지지리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졸부가 되면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한다.개구리 올챙이적은 죽어도 생각하지 못하는게 자본주의의 속성이다.그 시스템 안에서는 세상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못난놈은 더 괴롭혀야 직성이 풀린다.헤드락의 쾌감이 손끝에 남아있다.돈 주고 라도 헤드락을 해야한다.또 누군가는 헤드락 당한자의 모멸감에 이를 갈며 근육을 키운다.야...좋다.자본주의 동물의 왕국.폭력의 끝없는 순환이다.

박민규의 세상에 대한 시니컬함,소외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또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대한 연산을 자기식 '산수'로 돌리자는 주제의식...이런 것들은 간단명료하면서도 명쾌하다.그래서 즐겁게 읽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하지만 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있다.

우선 박민규의 말장난은 내개 전혀 신선하지 않다.그의 말장난을 이해하려면 최근의 대중문화를 좀 알아야한다.물론 몰라도 책읽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만은...박민규는 자신에게 엄청난 세례를 내려준 미국 대중문화에 패러디를 통한 경의를 표한다.최소한 경의는 아니라도 그의 의식속엔 69년 우드스탁이 아마 최고의 락 공연이었을 것이다.(박민규는 68년 생이다.) 박민규의 세대가 미국 대중문화의 피폭세대이니 이해는 간다.독자는 지미 헨드릭스가 누군지 알아야한다.우드스탁에서 쌩쑈를 하던 것 까지 알면 더 좋겠지."너 경험했봤니" (원제를 이렇게 한국말로 쓰니 가볍게 신선할지 알지?) 이런거라면 나도 자신있다. 딱정벌레의 "네 손을 잡고 싶어" 무지개의 "어려운 치료"  라디오 머리통의 "탈출용 음악" ...슬레이와 패밀리 스톤도 알아야하고 마빈게이의 '브라더 브라더"라고 시작하는 "도대체 무슨일이야"도 알아야 한다. 이 세대는 어찌나 미국 음악들을 많이 들어댔는지 당시 라디오에선 외국팝이 다 미국 팝은 아니다..라고 알아서 걱정해주면서 가끔 아말리아로드리게스나 조르주 무스카키의 청승맞은 노래들도 틀어주었다.그럼에도 역시 주류는 미국 대중문화였다.21세기 히피를 지향하시는 박민규 옹께서도 완전히 폭격받으셨다.박민규 옹의 스타일도 60년대 플라워 무브먼트 시절 미국 대학생들 하신 스타일과 똑같다. 박민규의 말장난-이걸 패러디라고 하자-은 2천대로로 넘어오면서는 유럽축구쪽으로 넘어간다. <야쿠르트아줌마>에는 핀투,콘세이상,피구가 등장하고 <헤드락>에는 헐크호건이 등장한다.조금 지나면 효드르와 크로캅이 등장하리라.라디오책 뒤의 평론가는 '이종격투기 어쩌구' '정크'어쩌구 했다.... <이러한 말장난-패러디-가 포스트모던의 특징인가? 특징이던 아니던 상관없다.난 별로 흥미롭거나 재미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했다.먼저 도연명과 고스톱을 치고 있던 네드베드에게 물어봤다. 네드베드 "박민규의 장난이 재미있니?" 그랬더니 옆에서 광팔고 죽었던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칸토나가 끼여든다. "우리이름 쓰는 것도 저작권 받아야되는 거 아니야?"  이미 두판을 내리꼴은 시꺼먼스 아베베가 맨발을 벅벅 긁으며 '나 이판 지면 일어날란다." 한다.그때 부엌에서 어기정 어기정 브라질에서 찾은 좋은 오렌지로 만든 쥬스를 들고 이번년도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 판타시아가 폴라압둘과 함께 들어온다. "따봉 드시고 하세요"  ...도연명이 눈쌀을 치뿌리며 "니네들 그렇게 떠들면 다 알카트라즈로 보내버린다"고 고함을 친다.그때 갑자기 알카트라즈가 눈앞에 나타났다.박민규가 친철하게 주까지 달아서 설명해준 잉베이 맘르스틴-영어명 잉위맘스틴-이 당시 보컬리스트 조린 터너를 데리고 기타를 철장으로 마구 던져버린다.

순간 논란 나는 조용한 성격의 에바케시디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지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라면 천천히 혼란을 정리하고 내개 답을 줄꺼야'  불행히도 케시디는 항암치료 받으로 병원에 갔다고 한다.대신 집에서 가정부로 있는 매염방이 뭐라 한마디 거들고 싶어한다.하지만 난 중국어를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결국 다시 고스톱 판으로 돌아갔다.밤샘 고스톱에 다들 지친 모습이다.그때 막 도착한 젊은 친구가 있었다. 낯이 익다.180을 넘는 키에 작은눈.얼굴에는 아직 소년끼를 벗지 못한 여드름.동양인이었다.나는 옆에 있는 사라포바에게 그 친구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그녀는 "제가 요즘 뜬다는 박주영이래요"한다.그래서 나는 말도 잘통할 것 같은 그 친구에게 "박민규 재밌나요?" 라고 물었다.한참 뭔 소린가 머뭇거리던 그가 .... 이렇게 말했다 ." 점점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구요.이기는 법을 알것 같아요." 

1절)타잔이 10원짜리 빤스를 입고 20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 ..아아아...

2절)타잔이 10원짜리 빤스를 입고 20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아아아...

3절)타잔이 10원짜리 빤스를 입고 20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아아아..

박민규는 앞으로 잘해야된다.한국 축구가 맨날 4강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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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08-31 10:08   좋아요 0 | URL
푸하하....드팀전님의 재주가 날로 승하니.... 제가 무척이나 즐거워지는데요.
결론에 올인하면서 제 결론 슬쩍 비추자면...
박민규는 앞으로 잘 할 겁니다. 맨날 4강은 아닐지 몰라도...
추천하고 갑니다.

kimji 2005-08-31 10:35   좋아요 0 | URL
유쾌하고 즐거운 리뷰입니다. 잘 읽었어요. ^>^
(바람구두,님의 문장을 받아서 따라해보자면) 박민규는 잘 해야 합니다. 맨날 4강은 못하더라도...

2005-08-31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1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9-02 16:4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카스테라 리뷰 중 가장 박진감있고 쾌활한 리뷰였습니다.
박민규는 앞으로 잘 합니다. 맨날 4강만 할수는 없어도...

kleinsusun 2005-09-05 08:08   좋아요 0 | URL
오호......드팀전님, 갈수록 리뷰가 재미있어지네요.
이 리뷰 읽고 당장 주문했어요. 물론 thanks to도 잊지 않았죠. 칭찬해 주세요.ㅋㅋ

박민규의 열혈 지지자들이 정말 많네요.
박민규,김영하 다 68년생들이죠? 드팀전님은?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리송함...

urblue 2005-09-07 11:01   좋아요 0 | URL
아,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즐거워지는군요. 감사. ^^

글샘 2005-09-07 11:38   좋아요 0 | URL
잘 읽었습니다. 박민규의 재주가 승한 데 비해, 저런 낱말들이 독자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 싶었습니다. 역시 박민규는 삼미에서 제일 멋있었지요. 한국의 축구가 2002년에 제일 멋있었듯이 말입니다.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2005-09-12 17:23   좋아요 0 | URL
다들 박민규에 거품을 무는군요..^^;;
 
독 짓는 늙은이 - 황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8
황순원 지음, 박혜경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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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형는 나의 직장상사였다.

첫만남 부터 그는 좀 만만해 보였다.친근감 가는 동그란근 얼굴,둥근 안경,하얀색 남방과 청바지...묵직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아직 어색한 몸짓의 신입사원에게 편안해보이는 그의 인상은 적지않게 안심이 되었다.그로부터 몇 달이 흘렀다.서로 부대끼며 그에 대해 점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그의 필체가 아주 독특하다는 것.보통사람들은 왠만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고 그냥 돈을 꾸깃 꾸깃 넣어다닌다는 것,깜빡깜빡 잘하는 성격이라는 것.그리고 은근슬쩍 웃어넘긴다는 것.예를 들자면 이렇다.

"차장님,오늘까지 000서류 넘기라고 했는데 하셨어요? " "아...잊어먹었다.아휴..정말 난 왜 이러니..미안미안" ....  "오늘 00시에 000씨와 약속있는 거 아시죠?" "아..진짜...모르겠는데" "제가 어제 저녁에도 이야기 했었잖아요?" "아...그래 기억난다.미안 미안...아휴..."

그래서 난 그에게 제안했다."차장님 메모를 하세요 " ... "아!좋은 생각이다.진짜 그래야겟어"

며칠뒤..."차장님...그때 알려드린 전화 번호 좀 주세요" "어...여기있는데...어디다 적어 놓았더라.아 !찾았다.근데 이 메모지 안에도 뭐가 많이 적혀있다.이거니 ..아니야...이거...아휴..미안 미안"

그래도 S형은 결코 밉지 않았다.그에게는  권위적인 모습이  없었다.그는 스스로도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또한 타인에게도 그러했다.나의 직장 생활 초반은 그래서 거의 대학생활 비슷했다.물론 더 높은 아저씨가 가끔 딴지를 걸었지만 신입사원에게 불똥이 떨어져 봤자다.대개 왠만한 일은 S형이 다했기때문에 상사에게 욕먹어도 그가 다 당했다.그러면서도 늘 "난 진짜 서류랑 회의랑은 안맞는 거 같아." 이러고 만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것은 그가 내가 언젠가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나는 나이가 들어도 영혼이 자유롭고 생각이 유연한 '젊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그런데 불행히도 그를 만나기전까지 단 한번도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대학교의 복학생들만 해도 목에 힘주고 '야..내때는..'이런다.)내 교류의 폭이 좁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고 난 후에도 그를 제외하고 그런 사람을 만난적이 없다.

S형과 나는 잘 놀았다.

어떤 책을 보다가 "차장님..000 이거 봤어요" "아니" "이거 진짜 괜찮거든요." "그래..나두 봐야지" ... "차장님, 마음 답답한 가을에 들을만한 음악 뭐 없어요? " ..." 브람스 현악 6중주"...언젠가 S형과 술 먹다가 2차로 그가 좋아하는 화가 선생을 찾아 가기로 의기투합했다.그 화가는 부산 가까운 시골에서 비닐 하우스 화실을 쓰고 있었다.밤 11시에 전화해서 그가 막무가내로 보고싶으니 차 한 잔만 달라고 그랬다.그리고 출발.... 가다가 내가 뭐 하나 사가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우리는 꽃다발을 사기로 했다. " 무슨 꽃이 좋을까요?"  "뭐 대충..국화랑..." ..  "돈 주세요"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꼬깃 꼬깃해진 천원짜리 3장 꺼냈다. "야..미안한데..나 이거밖에 없다." ..."이그..차장쯤 되면 돈 좀 가지고 다녀야지 ..뭐에요" "그러게 말이다."..결국 내 돈 1만원 깨졌다. 그가 말했다."근데 꽃다발 포장말고 그냥 신문지에다 싸달라 그래.그걸 좋아할꺼야" .....결국 신문지에 싼 국화 한다발을 들고 시내에서 한 시간쯤 들어간 시골화실에 가서 화가선생이랑 잘 놀았다.나야 들러리였다.맘 속의 애인 만난 S형만 좋았다.

그는 '내츄럴 본 자유영혼'이다.아마 그가 정규교육을 받 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그는 중학교때 자퇴를 했다.(그의 자퇴이유는 언젠가 한 번 쓴 적이 있다)그리고 혼자서 책보고 껄렁거리며 놀았다.무전여행도 했다가 며칠 못 가서곧 포기하고 빈둥거리면 놀았단다.피아노 조율하는 것도 배우고 어깨너머 피아노도 배웠다.한 4-5년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책에서 본 사변적인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학구열이 생겼다고 한다.그래서 스물 넘긴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서 사회학을 배웠다.그리고 연애도 했다. 다른 학교 국문과 다니는 학생이었다.하도 그녀의 수업 도강을 많이해서 다른 학생들도 다 알았다고 한다.

어느날 교수가 '자네는 우리과 학생인가? 좀 나와보게' 그래서 S형은 교단까지 끌려나갔다.결국 이실직고를했다. "저기.. 이 과에 있는 00이 애인이라서 그냥 같이 몇 번 수업 들었습니다 ..교수가 웃더니 '그럼 이사람아. 수업료를 내야겠구만.노래 잘하나? 노래 하나 하고 들어가게"  S형은 결국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여학생들의 열광 어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물론 그녀와 결혼했다.그리고 이혼도..ㅋㅋ (원래 다 그런거다)

그의 첫번째 직장은 포항 바닷가 근처였다.그는 창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어느 초가집 방한칸을 얻었다고 한다.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었다.그의 말을 빌자면 밤에 눈을 감고 누우면 파도 소리가 방앞까지 와있는 듯 생생하게 들렸다고 한다.또 아침에 눈을 뜨고 방문을 밀면 푸른 바다가 눈앞으로 가득했다고 한다.몇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는 하던 일이 지겨워졌단다.왠지 머리로 하는 일말고 땀흘리며 몸으로 하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고 한다.그래서 사표를 내고 제주도로 갔다.제주에서 한 1-2년 살았다는데 아주 어려웠단다.난 농사를 짓다가 실패하고 영어 학원강사도 해보고 식당에서 일도 해봤단다.결국 제주 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와서 운 좋게도 원래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잡았다.그리고 몇년 후에 부산으로 내려와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S형과는 한 3년 정도 함께 일했다. 어느날인가 그가 잠깐 차나 한잔 하자고 했다.그러고 하는말.

" 야..나 인제 그만 둬야겠다.관리자가 내 적성에도 안맞는 것 같고..조직이랑 어울리지도 않고."  사표 수리되는데 한 달이 걸렸다. 그가 빠져나가고 난 다음부터 회사가 내겐 재미가 없고 진짜 회사가 되버렸다.다시 새로운 조직 인간들과 적응하는데 꽤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서울로 올라가고 1년 쯤 지난뒤 그를 만나러 갔다.저녁때 보기로 했지만 새로 시작한 일때문에 자꾸 미루어졌다. 그가 제안을 했다. " 야...우리집 경춘선타고 한 40분쯤 가면되는데 괜찮으면 같이 갔다가 내일 함께 나오자" 나는 그러마 했다. 우리는 10시 다 되어서 청량리 역에서 만났다.기차 밖은 캄캄했다.그래서 대학 시절의 경춘선 낭만을 느끼기 힘들었다.그와 함께 도착했던 역이 어느 역인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형수가 역 앞까지 남색 마티즈를 끌고 마중 나왔다. S형과 형수는 가는 동안 "집이 좀 후지고 불편해도 뭐라 하지마라" 라고 연신 이야기했다.

그가 사는 집은 논 사이에 있었다.개구리 소리에 귀가 아팠다.가로등 하나가 집 대문을 비추고 있었다.전형적인 촌집이었다.어떤 화가가 쓰던 집인데 몇 백만원에 샀다고 한다.집은 안채가 있고 대문옆에 광이랑 외양간이랑 사랑채가 있었다.마당에는 작은 평상이 하나 있었다.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꽤 늦게 잠이 들었다.사랑채 방에는 피아노랑 책들이 가득했다.그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봤던 책 배열 보다 훨씬 운치가 있었다.한 사람 누우면 달리 남는 공간도 없는 작은 방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개구리 소리가 좋았고 방에서 나는 책 향기가 좋았다.공기는 너무도 달콤했다.안채에서 S형이 물었다. "야..안 불편하냐?"

나는 '아니요' 라고 답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아직 잠들지 않았던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불편해서 못 주무시고 나오시는 거에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형...이집 너무 좋네요.별빛 보는게 얼마만인지..설레여서 잠이 안오네"  그가 말했다. "니가 그걸 좋게 봐주니까 좋은 거지....나두 여기가 나쁘진 않아" 나는 담배를 몇 개피 연달아 피우며 밤의 소리와 별빛을 감상했다.별빛이 따뜻했다.

 함께 놀던 시절, S형이 황순원 선생의 단편소설을 읽고 다녔다. 황순원 선생이 작고하신 즈음이었다.신문에 난 부고기사를 보고 책장에 박혀있던 옛날 책에 손이 닿았으리라..형은 그 때 바닷가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다녔다.출근 길에 덜컹이는 기차 안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책을 봤을 것이다.그는 "황순원 단편 소설 정말 좋아.예전엔 미쳐몰랐는데..이렇게 좋은 소설인지 최근에 알았어.왠만한 단편소설의 원형은 다 들어 있는 것 같아.너두 언젠가 기회되면 봐라.좋더라."

나는 그와의 인연이 오래 가리라는 믿음이 있다.그는 내 전 직장상사이자 동료이며 또 형님이자 친구이다.

"S형...소설 좋았어요.형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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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8-24 13:48   좋아요 0 | URL
이야....리뷰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그 선배 정말 cool한데요. 시골집 묘사가 뛰어납니당. 보이는 것 같아요.ㅋㅋ

근데...드팀전님,드팀전님은 정말 넘 웃겨요.
어쩜 그렇게 웃길 수가 있는거죠..... 자유롭고 분방한 영혼,호홋.
제 서재에 다신 댓글 읽고 넘 웃겨서 10분은 키득거린 것 같아요.

어제 와인이 달아서 홀짝 홀짝 , 꿀떡 꿀떡 마셨더니 오늘...힘드네요.

바람구두 2005-08-24 17:38   좋아요 0 | URL
슬픈....

드팀전 2005-08-25 09:04   좋아요 0 | URL
수선님>ㅋㅋ 쿨한건가요.....웃으라고 쓴 글 아니었는데..즐거우셨다니 다행이군요.
구두님>뭐 어쩌라구요? 말을 하다 말어...슬픈 감자탕? 슬픈 아롱사태? 슬픈 붕어빵?... 즐거운 금자씨,불친철한 미자씨,뺀질거리는 순자씨...슬픈..뭐가 도대체 뭐가?

픽팍 2006-04-02 10:30   좋아요 0 | URL
이 리뷰 정말 괜찮네요;;지금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읽다가 감기몸살이라머리가 아파서 기분전화하려고 리뷰읽었는데 완전 감동입니다요;;;하나의 단편 소설을 본 기분이에요 아 부럽다 글 잘 쓰는 사람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덥썩 물었다.한입 삼키면서 부터 '이거 봐라.이거 계속 먹어도 되는거야' 라고 되뇌였다.하지만 내 소화기의 자존심은 이까잇 녀석에게 굴복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그렇다면 가는 거지....예수님은 제자들 앞에서 물에 빠지지 않는 묘기를 보여주셨다.이론상 아주 간명하다.한발 빠지기 전에 다른 발 딛으면 된다.영화 <동막골>에보면 바보 강혜정이 이런다 .'나 참 이상해요.팔이 이렇게 마...악 빨라지면,발도 마...악 빨라지고..." 예수님도 왼팔 오른팔 열나 빨리 움직여서 발이 따라오게 했을 것이다.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았겠지.나 역시 이까잇 <일본야구>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손에다가 침바르고 열나게 빨리 넘겼다.다 넘겼다.

패잔병처럼 마루 한편에 쭈그러져 있는 <일본야구>를 보고 찍..한소리 했다.

까잇거....니가..까잇거..나를 ..까잇거....가지고...까잇거...거시기 할려는것 같은데...까잇거.. 머리에 왠 파리가 윙윙 도냐?

덥썩 물었던 <일본야구>와 나와의 한판은 나의 일방적 승리(?)로 끝이났다.'까잇거'와 '산만한 정신'으로 무장한 나를 '우아나 떨고 감상이나 떠는'<일본야구>가 이길 수는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하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다.22층 아파트를 다 내려와서 화장실 물안내리고 온게 생각날때 드는 기분이다.베이지색 변기 수영장에 동동 자유형에 배형까지 자제로 동동...에이 자꾸 눈 앞에 파리가 윙윙 돈다.

이 책을 덥썩 문것은 일부 알라디너들의 지대한(?)관심때문이다. 책 제목은 영화제목처럼 흔하다. 한번도 듣지 않았어도 어디선 가 들었던 것 같은 친숙함을 준다.그래서 이 책에 대한 알라디너들의 관심을 목격했을 때 나역시 부하뇌동했다.거기에 한동안 절판이었다는 것은 신비주의적 후광을 발휘하는 덕목이었다.내게 이 책을 클릭하게 만들었던 알라디너들은 단 한명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지 않았다.신중한 분들이라 말을 아끼고 있으리라.이런때는 돌쇠가 나서서 '까잇거...다 덤벼 보드라고....다 죽어불자..잉' 이렇게 나와야 한다.나는 트팀전에서 돌쇠로 서재명을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일본야구>의 스토리는 알 필요없다.그렇다고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단 스토리가 미친 언니 치맛자락 처럼 마구 날리고 있어서 촛점 맞추기 어려울 뿐이다.거기에 작가의 말장난과 독자를 향한 새디스트적 상상력은 줄거리를 '거시기' 하게 만든다. (주: '거시기'는 작가를 겨냥한 나의 복수다.) 줄거리를 애써 맞추려는 논리적인 사람들은 펜과 노트를 준비해서 앞뒤를 맞추어 볼 수 도 있다.다부지게 마음 먹고 달려들면 인물들의 관계와 줄거리의 맥락을 '거시기'해 버릴 수 있다.근데 '나의 게으름'은 그러길 거부했다.그러면서도 논리에 대한 교육받은 의식은 사건을 정리하고자 한다.준비없이 암산만으로 정리하려니 자꾸 눈앞에 파리가 윙윙돈다.앗..바로 이것이 <일본야구>가 나를 향해 준비한 공격패턴이군.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줄거리 따위는 대충 '거시기'해버린다.

소위 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더냐?  나의 생활의식은 모더니즘에 극히 구속되어 있다.하지만 90년대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포스트모던'은 내 의식의 범위를 약간 확대해놓았다.모든 영역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포스트 모던은 모던의 극복이나 모던 이후의 무었이 아니였다.지배적 양식인 '모던'에 대한 비주류적 실험이요 반성적 성찰이었다.이러한 심플한 정리는 주로 사회학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다.예술에서의 모던/포스트모던은 각 장르별 특성에 따라 소재의 변주에 따라 백화제방을 이룬다.소설의 포스트모던에 대해 내가 그다지 깊이있게 알지 못한다.하지만 대개 포스트모던 소설이라는 것들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소설 구조와 형식,문체를 휴지통에 처넣는다.전통적 소설에 익숙해져 있는 것에 대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성찰하게 한다.(이것 봐라 아는게 없으니 늘 모더니즘적 관점일 수 밖에 없다.괜찮다.내가 문학론 석사냐 박사냐...) 특히 언어에 직접적인 구속을 받는 소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언어해체와 커뮤니케이션 연속성에 대한 부정등이 빈번히 등장한다.언어해체라는 것은 결국 언어가 가지고 있는 자기완결성에 대해 '그까잇게 뭔데'라고 찔러보는 것이다.대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한다.'말을 논리적으로 하란 말이야..뭔뜻인지 알겠어?....그렇게 말하면 잘모르겠잖아...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이 모든 것들은 언어와 그 언어를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목적에 두고 있다.하지만 언어/커뮤니케이션이 그러한 목적에 종속된다는 것이 싫었나 보다.결국 언어/커뮤니케이션을 가지고 지랄발광을 한다. 비비꼬고 뱅뱅 돌린다.벽보고 이야기하고 때론 벽을 파고 이야기한다.문제는 이러한 놀이에 독자들이 '뭐 어쩌자고'이렇게 반응한다는 것이다.물론 평론가들은 신난다. 원고요청이 많아지고 술자리 안주 한판 늘어나니까.

이 책이  엄청난 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라이프니치가 등장하고 뭐가 뭐가 패러디대고 하지만 '그까잇거'같고 포스트모던의 우화속에 담긴 심오한 철학 이라는 둥 하면 퇴니스의 '1차집단''2차집단'만 가지고도 심오한 소설 수백권은 써내려 갈 수도 있다.1차집단의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2차집단내의 부적응..엽기적 살인사건..... 

 열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를 구현하기 위해 한신타이거즈 팀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우승했다는 객관적 사실도 부정된다.일본 야구의 구현을 위해 도서관에 다니고 정신병원에서 열변을 토하고 코푼 화장지를 뒤적여 자료를 정리한다.<일본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우아하고 감상적이어야 하는 그 일본 야구가 의미하는 바가 아직 명료치않다.의미를 찾으려는 것 자체를 보면 작가가 또 비웃을 지 모른다.'그렇게 당하고도 의미와 해석의 망령속에 있냐?' 그냥 일본야구나 구현하라구!친구야' ...이렇게 잘난 척하는 작가에게 일년내 좋은 햇살과 좋은 땅의 양분을 먹고 자란 고구마를 만났을 때 쩌쪽..남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참 거시기 해부네"

'거시기'하나로 살아온 리뷰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ㄳ....내 이 싸가지 없이 가벼운 이 책을 읽고 난후 황순원 선생의 단편소설집을 또 덥썩 또 집어들었다.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내가 중학교때 배운 그 <소나기>,TV문학관에서 재탕삼탕 하며 1시간여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던 그 <소나기> 그 불후의 명작이...고작 7장이었다.에이 까잇거....고작 7장이었나...7장이었다는 거 늘 알고 계셨던 분? 나만 몰랐군.까잇거...이래서 무식하면 하나씩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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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8-22 15:59   좋아요 1 | URL
제가 최근에 읽은 리뷰 중 최고의 리뷰입니다. 이런 리뷰를 쓸 수 있는 사람과 저는 많은 간격이 있는 거구,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가 되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저는 발전이 없는 걸까요...

드팀전 2005-08-23 07:36   좋아요 1 | URL
지나친 겸손은 삐리리에요.ㅋㅋ
이런 것도 리뷰인가? 별로 파악된게 없고 리뷰 한칸은 채우고 싶고...그 사이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죠.내가 어디 보고서 내는 것도 아닌데...리뷰에 페이퍼를 쓰던 페이퍼에 리뷰를 쓰던 자동차가 두바키(퀴의 오타..근데 바키도 괜찮은데..)로 가던 뱀이 땅꾼을 잡던...아무런 신경쓰지 않아서 좋은 알라딘 세상!! ㅋㅋㅋ 좋다.가는거야....

kleinsusun 2005-08-23 10:30   좋아요 1 | URL
드팀전님, 리뷰 넘 재미있어요.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절판되었을 때 사려고 웅진에 전화도 하고 그랬었는데 새로 나왔네요. 저도 주문했어요.ㅋㅋ
근데...소나기가 7장이었는지 저도 몰랐네요.
7장 텍스트로 그렇게 많은 TV 문학관 및 청소년 상영물을 만들었군요.호홋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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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지루하다는데 나는 동양고전에 관심이 많았다.몇자 안되는 글의 함축성이 좋았다.그 깊이를 다 알수는 없으나 넘겨짚은 이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거기에 어디가서 몇자 읊어주면 그럴싸 하게 보였다.대학들어가면서 당연히 그쪽 관련 수업을 찾아들었다.그래봤자 결국 교양수업 몇개 일 뿐이니 고전에 대한 나의 이해가  남들 보다 뛰어나다 말할 수는 없다. 대학가서 웃겼던 건 비슷한 고전강독을 서너차례들었다는 것이다.지금 그 강의 명들은 기억나지 않는다.대개 <동양 사상의 이해> <동양문화사><중국 정치의 이해> 뭐 이런 것들이었다.그런데 이 강의가 전부 신영복 교수의 <강의>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수업들이었다.<동양사상의 이해>야 그렇다 치자.이름이 그럴싸 해서 들었던 <동양문화사>강의. 첫 시간 교수님은 "동양문화의 핵심은 중국이다.그리고 중국 사상의 근원이 형성된 곳은 춘추전국 시대 즉 제자백가의 시대이다."이런 말로 한 학기 강의의 개괄을 하셨다.그리고 한한기 동안 신영복 교수 <강의>의 목차와 유사한 수업이 진행되었다.더 웃긴건 <중국 정치의 이해>였다.나는 처음에 문화대혁명,모택동,주은래,등소평 ...뭐 이런 거 나오는지 알고 수업신청했다.그런데 왠 걸.또 첫 수업시간에 강사는 "이 강의는 사마천의 <사기>가 텍스트이다."라고 하는 것이다.그리고 한 학기 동안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만 한참 했다.당연히 논어,맹자,한비자 이야기가 빠질리 없다.중간 고사는 서울대 출판부에서 나온 한자 많이 쓰여있는 <사기 열전> 독후감이었다.결국 비슷 비슷한 강의를 세차례나 들었던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열심히 듣지 않았다는 것과 땡땡이가 많았다는 것.제대로 배웠다면 훨씬 좋은 리뷰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을.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신영복 교수는 그의 학문적 깊이와 개인적 경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품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분이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벅찬 감동과 충격은 아직도 남아있다.뿌연 안개같은 실타래를 시퍼런 칼로 두동강 내는 느낌이었다.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또한 다시금 풀무질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해주었던 글이다. 이 책 <강의>에서도 신영복 교수의 선명함은 드러난다.실천을 가장 우선시 하는 그의 현실적 세계관과 변혁을 위한 끝없는 자기성찰이 돋보인다.그는 단순한 어구풀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그는 동양 고전을 우리의 현실과 새로 만들어야 할 세계에 이입 시킨다.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고전,바로 이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제자백가의 사상을 하나 하나 따로 짚어 말할 바는 아닌 듯 하다. 동양 고전을 읽는 신영복 교수의 독법에 대한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이 책은 단순한 강독이 아니기 때문이다.책 서문에서 신영복 교수는 분명히 자신의 독법을 밝히고 있다.그것은 '관계론'이다. 신 교수는 유가,도가,법가등 이곳에 등장하는 사상의 한 구절 구절을 인용하며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말하고 있음을 강조한다.'관계론'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존재론'이다.신영복 교수는 유럽 근대사의 구성원리가 '존재론'에 있다고 밝힌다.즉 존재론적 구성원리는 개별 존재의 실체성을 부여하고 그 개별 존재들이 사회안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합리와 이성에 기댄다는 것이다.반면 동양 사상의 근원은 '관계론'으로 규정한다.동양사상의 근원이 되는 고전들은 공통되게 인간성 함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나와 타인,나와 자연,나와 사회라는 관계망을 대전제로 하는 철학인것이다.주역의 효를 예로 들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효는 득위해야 좋은 것입니다.양효라고 해서 어떤 자리에 있거나 항상 양의 성질을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개별적 존재에 대해서는 그것의 고유한 본질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러한 개별적 본질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깁니다.이는 동양적 전통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주역 이외에도 저자는 논어,맹자,노자 그리고 불교의 연기론까지 거론하며 모든 것이 '망'이라는 관계를 다루고 있고 그 중요성에 대한 담론들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관계론'에 대해 저자가 중요시하는 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가장 큰 문제 제기는 상품자본주의 사회에 있다고 하겠다.대개 소비자본주의라는 말을 쓰는데 비해 저자는 상품자본주의라는 말을 사용한다.이 상품 자본주의는 서구식 근대화를 의미한다.저자는 '관계론'이라는 동양의 가치관을 이용하여 서구 자본주의 근대화의 폐해를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대개의 리뷰어들과 서평들이 신영복 교수의 글에 대해 딴지를 걸지 않고 있다.글의 내용과 그의 알려진 인품을 고려하면 쉽사리 딴지걸기가 쉽지 않다.나 역시 신영복 교수의  <강의>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굳이 비판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 꼬투리 잡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사실 내가 생각하는 바와 조금 다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보는게 나을성 싶다.

 

우선 언제가도 한번 말했지만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 '관계론'강화라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우리사회는 관계의 그물망이  지나치게 촘촘하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관계가 신교수가 말하는 관계성의 인식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다.그가 말하는 관계라는 것은 자연과 인간,인간과 인간의 거시적이고 형이상학적 관계성에 대한 이해를 뜻한다.그것이 속도와 소비로 집약되는 현대의 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관계성의 회복을 통한 소외의 극복이라 볼 수 있다하지만 문제는 그 관계성의 회복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어떠한 형태로 변형되는 가를 살피는 것이 또한 땅에서 하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의식적인 면에서 전근대적 양상을 많이 따르고 있다.굳이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단 전근대적 보수성이 관계망의 형태를 띠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양상을 띤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신영복 교수는 현재 우리사회의 개인들이 분자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맞는 말이면서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가장 분자화 되어있다고 보는 젊은 층을 예로 들어보자.그들이 제멋대로 인 것 같지만 대개는 보수적 가부장제 하에 종속화 되어 있다.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의식의 전근대성은 여전하다.가족중심주의와 혈연중심주의가 그들 분자화되어 있는 개인에게도 내재화 되어있다.또한 사회를 나가보자.탁 까놓고 이야기해서 지방대 출신으로 아무리 능력좋아도 대기업 사장되기 힘들다.여러가지 기회의 차별도 있겠으나 우선 학연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그 학연이라는 것은 무었인가.관계망이다.부정적인 관계망이며 망국의 네트워크이다.그런데 그 내부에서는 상호이익이라는 원만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앞서서도 말했지만 신영복 교수의 관계망이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그는 늘 낙관적인 미래를 말하고 희망을 전파하기에 이러한 변질은 나의 우려이자 노파심일 수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개인은 약하고 집단은 힘이 세다.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의 개인은 혼자 있으면 다 바보가 된다.그러다가도 몇몇이 모이면 목소리가 커진다.우리 몇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게 없다는 식이 된다.통속적인 예는 길거리에서도 볼수 있다.조금 확대하면 이는 집단주의 정서와 곧바로 연결된다.신교수의 네트워크가 늘 낙관적인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그것은 폐쇄적 집단주의 성향을 띤 관계망으로 발전되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묵자의 예를 들어보자.이 책에서 묵가는 겸애와 반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아나키스트적 공동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거기에 계급적으로도 하층계급이 주를 이루었기에 괜히 민중적으로 보인다.그래서 그런지 어떤 분들은 묵가의 사상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묵가의 진보적 속성이 현재 벌어지는 우리사회의 이슈들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몇몇 구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이다.

(묵가는) 실천의지를 추동하기 위한 장치로서 귀와 신의 존재를 상정하고...

 ...강고한 조직과 엄격한 규율을 가진 집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묵가는 방어전을 펴기 위해 축성을 하고 방성기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종이에 부적을 써서 그걸 가지고 적을 이길 수도 있다고 믿었다.귀신의 존재를 실재적으로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일부에서는 묵가를 일종의 사교집단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이것은 당대에도 비주류였고 유가전통에서도 어긋나기 때문에 후대가 탈색시킨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그리고 그 시대적 상황에서 부적이니 귀신이니 하는게 가능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한다.동학 또한 그러한 신비주의가 있었으니 말이다.그렇다면 개인의 의지는 철저히 배재된 집단자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살길이 있었으나 거자의 신념을 위해 묵가의 민중들은 생사여탈권 마저 넘긴 상태가 된 것이다.옛날에는 의를 지키기 위해 다 그랬다고 말할 수 있을까.지금보다 신념과 가치가 존중받았던 시대였으니 가능했을 수도 있다.즉 이러한 비판도 현시대적 관점이라는 것이다.하지만 한 개인의 생명은 그때나 지금이나 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묵가의 사상은 분명이 현대에 돌아봐야할 여러 가치들을 제공해준다.하지만 묵가의 이러한 사교적 모습,또는 작은 병영사회적인 모습에 대해 저자는 그다지 알려주지 않는다.묵가라는 집단 관계망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희생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인가.

 

또한 이 책은  강의의 편의상 그랬겠지만 너무 도식적 구조를 많이 따르고 있다.즉 이분법을 피한다고 하면서도< 서구=존재론=상품자본주의=부정의 대상/ 동양=관계론=화동의 사회=복원의 대상> 과 같은 대립구도를 시종일관 사용하고 있다.신영복 교수는 이를 당파성으로 설명한다.하지만 강의의 편의상이거나 또는 당파성의 필요에 의해서라 하더라도 이런 이분법적 대립각은 너무 용이한 길을 찾으려는 편의주의적  설명이라는 혐의를 받기 쉽다.

 

이렇게 딴지를 걸었지만 정당한 비판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다.앞에서도 말했지만 읽으면서 생겼던 몇 몇의 의문과 주관적인 감상을 옮겼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 더 급박하게 필요한게 무었인가를 두고 내 견해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우리사회에 더 많은 '개인'이 필요하다고 본다.우리사회가 압축근대의 암호를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사회 각 영역을 지배하는 것 역시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전근대적 불합리성이 너무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또한 대다수 개인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역시 부정적 관계론의 그림자이지 싹수없는 개인의 존재감이 아니기 때문이다.물론 고전이 현대에 요구하는 것이 개인의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주의의 근원도 이러한 자기성찰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신영복 교수의 <강의>는 관계론이라는 틀(당파성)을 가지고 읽어낸 한 가지의 길일뿐이다.고전의 바다는 넓고도 넓다.퍼담아도 퍼담아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도 한다.나 역시 한바가지 쯤 퍼 담고 싶은 바람은 있다.하지만 아직은 형편없이 부족하다.스스로의 길을 만들 수 있을 날은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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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8-14 12:39   좋아요 0 | URL
아...<동양문화사>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저희 학교에 결석 초과하면 F주는 FA라는게 있었거든요.1학년 과목인 <동양문화사>를 FA맞고, 4학년 때 재수강한 생각이 나네요. 뭘 배웠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저도 동양고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데.....드팀전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