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단속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도 많다.하지만 가장 선명한 기억은 중3 졸업을 일주일 앞두고 전격감행된 전광석화같은 단속이 으뜸이다. 중3때 담임은 진짜 악명 높았던 s선생이었다.1년전, 학년이 바뀌면서 이제 같은반이 된 10반 친구들이 쪼르르 줄 서 있었다.각 반의 담임을 발표하는 중대한 조회였다.s선생이 3학년을 맡는다는 소문이 돌아서 3학년 전체가 다 긴장하고 있었다.그리고 1반부터 한명씩 새로운 담임의 이름이 불리워졌다.기다려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s선생의 이름. 결국 9반까지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3학년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우리 반이 가장 심란했다.결국 10반은 s선생에게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렸고 반대편에선 환희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렇게 중3이 시작되었다.
내가 학교를 다닌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었다.s는 애들을 거의 잡아가며 공부를 시켰다.요즘이야 일반적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여름방학 자율학습을 우리반만 했다.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방학땐 우리반 밖에 없었다.행여 자율학습에 결석했다하면 다음날 거의 죽음이었다.가중처벌인 셈이다.좀 논다는 녀석 하나는 며칠 결석을 하다가 2학기가 시작되어서도 나오지 못했다.공포가 그의 등교길을 잡아끌었을 터.결국 개학 보름후에 엄마를 대동해서 왔다.s 선생은 엄마앞에서는 네네...해놓고 엄마가 가시자 마자.애를 개패듯 팼다.오죽했으면 애가 맞다가 도망갔을까.도망간 녀석 잡아오란 고함소리에 뒤쫓아간 우리는 그 녀석의 다리통이 피범벅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두발 이야기하다 s선생이야기가 길어졌다.s선생은 고등학교 입시가 끝나고 애들을 풀어주었다.나름대로 무서울때 무섭고 풀어줄때 풀어주는 스타일이었던 셈이다.그래서 우린 다들 머리를 조금씩 기르기 시작했다.시험도 끝나고 학교도 별 할일 없던 시기였다. 어느날 1년 내내 우리반과 라이벌관계를 유지했던 국사선생이 수업에 들어왔다.그러며 하는 말. " 야...너희만은 이제 졸업 얼마 안남았다고 머리 너무긴거 아니야? "....그때 어느 녀석이 불쑥 나서며 말했다." 뭐 담임도 뭐라하지 않는데.....왜..." ...허걱...이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지 당시 아무녀석도 알지 못했다. 그 국사선생은 분기탱천해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올라갔다.쉬는 시간이 끝나고 담임인s선생이 차가운 얼굴로 들어왔다.그때까진 다 들 뭔일인가 싶었다.
s선생은 말했다."내가 너희들을 그렇게 봐 줬는데..너희들이 담임을 팔아...이 나쁜놈들...반장.가서 내자리에서 바리깡 가져와." ... "아.....이럴 수가" 원래 좀 얄밉게 말하는 국사선생이 교무실가서 실실 쪼개며 담임을 긁었던 것이다. "10반 애들은 졸업이라고 이제 개판이네.뭐..담임이 다 봐준다니까 나야 할말없지만.그래도 싸가지 없는 놈들.. 왈라왈가......"
번개 맞듯 시작된 두발단속은 중앙선 넘어 달려오는 자동차같았다. 다들 기준보다 머리가 길었으니 누구하나 그 벼락을 피해갈 수 없었다. s선생은 딱 머리 중앙부 부터 뒷머리끝까지 고속도로를 내었다.보통 10-15센티,좀더 머리가 긴 녀석들은 구렛나루 위쪽까지 농락당했다.어떻게든 조금 깍여 볼려고 머리를 뒤로 빼는 녀석들이 부지기수였다.하지만 그래봐야 머리통 한대 더 맞고 괴씸죄 가중 처벌 5센티 들어갈 뿐이었다.나는 담담해 당했다.
그날 방과후 전부 학교앞 이발소로 달려갔다.우리반 애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이발사 아저씨 왈 "요즘은 이렇게까지 단속하는사람은 없는데...좀 심했네." 그러면서도 갑자기 밀려든 코묻은 돈에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바리깡에 밀려본 사람은 안다.바리깡에 맞으면 바리깡에 짤린 머리 높이에 맞추어 다른 머리카락의 높이가 결정된다. 앞머리가 1센티도 안넘을 정도로 머리가 정리되어 버렸다.
영원히 남을 중학교 졸업식 사진,사진 속 우리 10반 아이들은 전부 교도소 동기들 처럼 되어 버렸다.무슨 바보들 마냥 히죽거리고는 있지만 졸업식때도 심란했다.요즘 처럼 모자들을 많이 쓰고 다니지 않아서 전부 밤톨 까놓은 머리를 하고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이 두발자유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부에서는 학생답게 라는 말을 하며 어느정도 단속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아마 알라딘에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다. 사실 이 동의에는 논리가 좀 부족하다.그저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라는 것 외에 무슨 논리가 있을까..학생들이 난해하게 하고 다니면 일부 어른들은 불편해 한다.하지만 눈이 그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신체의 자유에 대해 억누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모르겟다.두발 단속은 진짜 전근대주의적인 일제의 잔재이다.학생들의 개성은 억압하고 오로지 통제에만 목적을 맞춘 발상이다.그럼에도 그게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니 그것이 학생답게라는 온화한 표현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그리고 나는 그게 옳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두발단속은 당장 중단되어야한다.그럼 학생들 머리는 어떻게 하냐구... 어느 정도 기준을 둬서 하자구.....내 듣기에 다 똥이나 변이나다. 그냥 지들 맘대로 하게 내버려둬라.염색을 하던 지지고 볶던..... 올드보이 선생님들 답답하실 거다.애새끼들 머리가 지맘대로 부루스를 쳐대니 저걸 어떻게 하고 싶어 미치시겠지....하지만 참으시라 충고한다. 그게 역사가 흘러가는 거대한 흐름이다.막힌 것은 뚫리고 끊긴 것은 이어지고 네모난 것은 둥그러지고 멈추어선 것은 움직이는....이 자유의 거대한 흐름을 내 시절엔 하지 않았다고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잠깐은 그럴수 잇을 것이다. 사투리로..우짜둔둥 막아서 지금 두발단속을 옹호하는 현역선생들이 눈에 흙들어가기 전 까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때까지라도 한번 막아보시던지...... 다음날 다 염색에 지랄발광 폭탄머리로 조문갈터이다.
헌법 권리 유린하는 두발 단속 즉각 철폐하라!! 철폐하라!!
## 권리가 유린당해도 묵묵히 당하고 그런지 알고 살았던 선배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우리학생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귀여운 것들.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