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도 브루크너의 음악이 나온다.해상에 배들이 몰려가는 비장한 장면에 브루크너 7번 2악장 아다지오가 흘러나온다. 이 음악은 브루크너가 바그너의 부음을 접하고 만든 음악이다,일명 바그너 튜바가 사용되는 유명한 악장인데...뭐 또 드라마에서 들으니 기분이 묘하더군.


예전에 아는 선배중에 산속에서 7년을 사신 분이 계신다.그분이 지리산 자락에서 해지고 어둑해져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브루크너의 7번 2악장을 즐겨들었다고 했다.그분 왈 "하....그 기분을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있겠나? "  나 역시 브루크너 교향곡중 8번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캬라얀의 이 음반은 정말로 아름답다.선율미와 녹음만 따지고 본다면 이 음반을 넘어서는 브루크너 7번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천천히 그러나 아름답게 침잠해가는 2악장을 들으면 카라얀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다. 특히 브루크너는 빈필의 연주가 맘에 드는데 아마 1악장부터 떨리는 그 유명한 브루크너 트레몰로의 갸려린 현악연주를 빈필의 현들이 완벽하게 연주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카랴얀의 후임으로 베를린의 수장이 되었던 아바도의 음반이다.그 역시 브루크너를 빈필과 녹음하고 있다.잘 세공된 연주로 따지자면 카라얀보다는 조금 거칠거칠한게 사실이다.하지만 이것도 카라얀의 연주가 너무 매끄럽기 때문이지 아바도의 음반이 투박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아바도의 연주에서도 빈 필의 현은 그 위용을 드러낸다.그리고 금관 연주에 있어서 카라얀보다는 조금더 뿜어내는 금빛브라스를 보여준다.특히 뛰어난 점은 전체를 관망하는 균형감인데 조금 빈 듯하면서도 모범적인 아바도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가장 최근에 세일할 때 구한 음반이다.일본의 알투스가 실황을 음반화해낸 것인데.이 음반에서도 한 브루크너 한다는 지휘자 요훔이 포디움에 섰다.이 음반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사운드의 무게감과 긴장감이다.다른 음반들과 비교해볼때 땅밑 100m는 더 깊은 곳에서 소리가 울려나오는 듯 하다.호랑이가 한걸음 한걸음 발을 떼듯 장엄한 연주를 보여준다.2악장에서도 바그너의 죽음과 연관된 죽음에 관한 이미지를 가장 무거운 톤으로 보여준다.로얄콘서트 헤보와 요훔의 그 무게감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 시노폴리 음반 자켓 그림은 같은데 형태가 조금 바뀐 일본수입판이다.


각설하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안타까운 독특한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의 브루크너 7번. 이 음반에서 시노폴리는 아주 느린 템포를 취하는 듯하다.하지만 실제로 카라얀의 음반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빠르다.물론 시노폴리판이 노박판이고 카라얀은 하스를 썻지만....요훔은 더 느리다.


시노폴리는 거의 종교적인 느낌으로 이 음반을 지휘한 듯하다.큰 진폭보다는 유려함과 신비주의적 연출에 더 신경을 쓴 듯 하다.이런 해석은 이 곡의 분위기를 더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물이 스며들 듯 곡의 이미지가 듣는 이의 가슴에 스며든다. 2악장에서도 카라얀의 음반과 대조되는데 카라얀의 죽음이 새로운 변용으로 가는 희열을 담고 있다면 시노폴리는 훨씬 종교적인 해탈의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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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1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봄 여행갔을때 빈에서 처음 접한 연주가 필라델피아 필 - 에센바흐의 브루크너 7번이었습니다. 1악장 도입부부터 여리게 떨리는 현악 트레몰로에 입석 구석에서 다리아픈줄도 모르고 다른 세계에 와있는듯한 환상이 들더군요. 이제껏 본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카라얀. 디테일 처리에 이양반 따라올 수 있는 사람. 정말 드물겠지요. 전에 4번 듣고 멍-해졌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봐도 말이죠.

드팀전 2004-09-2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았겠다. 전 언제쯤 그래볼 수 있으려나...흑흑흑
 

가을이 오면 브람스 음악이 잘 들린다.그의 내향적 성격답게 그의 음악은 보수적이다.과격한 양식의 변화도 없으며 또 축축처지는 낭만적 기질도 없다.그의 낭만성은 다분히 절제되고 귀족적이다.펑펑울기보다는 남몰래 고개를 들어 흘리는 눈물이다. 그의 소심증은 베토벤에 대한 컴플렉스에 기인한다.존경이 컴플렉스가 되기도 하는 법.그는 나이가 들어서야 첫번째 교향곡을 내놓게 만들었다. 바로 당대 유명한 지휘자 한스폰뵐로가 " The 10th "라고 했다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이다.브람스는 교향곡을 4개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전집을 갖기가 다른 작곡자들보다 쉽다.^^  네 곡이 모두 매력이있고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연준다.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아마 1번일 듯 하다.


 

 칼뵘의 전집과 비슷한 시기에 재발매되어 경합을 벌였던 음반이다.독일레퀴엠까지 수록되어 있다. 줄리니의 연주는 늘 중용을 지키며 여유로운데 그러다보니 선율의유장함은 좋으나 선율의 명확성과 구조의 튼실함에서는 금새 귀에 들어오진 않는다.하지만 빈필의 여유있는 현악은 가을에 듣기 좋은 편안함을 만든다.아...조금만 더 땡겼으면 좋으련만.

 

카랴얀은 몇번에 걸쳐 브람스를 녹음했다.60년대 녹음이 검은 자킷에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잇는 음반인데 당시 최고의 브람스 1번으로 쳤다.90년대 음반은 보랏빛 스펙트럼이 있는 자킷인데 훨씬 탐미적인 연주이다.내가 처음 들었던 카랴얀의 브람스도 90년대 음반이었다.

이 음반은 70년대 음반인데 평론가들중에는 그의 다른 녹음에 비해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많다.카라얀의 금관 다루는 솜씨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 그게 베를린 금관주자들의 능력인자 카라얀의 조형술인지 알아내기 어렵다.내 생각에는 후자인듯.... 이 음반에서는 홀수 보다 짝수교향곡이 더 나은 듯하지만 1번 역시 이름값하는 연주임에는 틀림없다.



과거 최고의 명연으로 알려진 샤를르 뮌시의 녹음이다.긴장감이 높은 연주인데 반해 금관에서 조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그리고 마지막 악장에서 확 부어버리는 느낌이 요즘 연주에 비해서 조금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아....드디어 푸르트뱅글러다.이 사람의 브람스는 웅혼하다. 음질은 요즘 연주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둔중하고 결코 빠르지 않으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마지막 악장에서는  종료1분 남겨둔 유도선수처럼 모든걸 퍼부어준다.듣고 나면 시원하고 "이래서 푸르트뱅글러구나"하는 마음이 들게ㅣ한다. 개인적으로 푸르트뱅글러 음반중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다.

 

 


 

비운의 지휘자 귀도 칸델리다.이사람이 살아있었으면 아바도,클라이버등과 한판 했을텐데. 이 사람은 상당히 구조를 중시 여기며 연주한다.틀이 딱잡힌 연주다. 시간 비교를 해보지는 않았으나 느낌상 빠르고 직선적으로 연주한다는 인상이 강하다.아무래도 토스카니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것 같다.

최근에는 자주 듣지 않았는데 오늘 이 글을 쓰다보니 퇴근후에 들어야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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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15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할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교향곡 0번으로 쳐도 괜찮을 듯 합니다. 올여름 여기 중독되서 살았답니다. 가을엔 브람스. 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저녁 먹을 때 들은 반트의 고지식한 1번 즐겁게 들었답니다. 제가 또 가지고 있는 건 번스타인과 빈필의 연주인데 조금 과장을 붙여 말하면 스테레오판 푸르트벵글러와 흡사하더군요. =)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의 때묻은 革命을 위해서
어차피 한마디 할 말이 있다
이것을 나는 나의 日記帖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中庸은 여기에는 없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한번 熱老한다
鷄舍건너 新築家屋에서 마치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쏘비에트에는 있다
(鷄舍 안에서 우는 알 겯는
닭소리를 듣다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닌된다)

여기에 있는 것은 中庸이 아니라
踏步다 죽은 平和다 懶惰다 無爲다
(但 [中庸이 아니라]의 다음에 [反動이다]라는
말은 지워져있다
끝으로 [모두 適當히 假面을 쓰고 있다]라는
한 줄도 빼어놓기로 한다)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니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사실은 담배를 피울 겨를이 없이
여기까지 내리썼고
日記의 原文은 日本語로 쓰여져있다
글씨가 가다가다 몹시 떨린 漢字가 있는데
그것은 물론 現政府가 그만큼 惡毒하고 反動的이고
假面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196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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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4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9-1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제는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데가 내 고장이라고 생각한다'.(<낙타과음> 중)
저는 김수영의 균형감각이 너무 좋습니다.^^
 
만연원년의 풋볼 - 오에 겐자부로 소설문학전집 7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름대로 책이나 CD를 사며 얻은 경험이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있을 때 구하자!" 이다. 음반매장에 가면 손에 몇장을 고른 후 하나씩 뺀다.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한다. '다음에 1순위로 사야지' .그러나 그 다음이 되면  소량 수입된 수입CD들은 매장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 아믈랭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2번이 그런 예이다. 음반매장에 전화해보면 다음번 주문에 올릴게요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 런지 알 수 없다.

오에겐자부로의 <만년원년의 풋볼>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몇 년 전 서점 일본 문학 코너에서 겐자부로의 전집을 보았다.서점 진열대 밑에 쪼로록 숨어있었다.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과 이 책을 동시에 들고 고민하다가 한 작가의 책을  한번에 두 권사진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 도로 진열대에 꽂아 놓았다.몇 주 후 다시 가본 서점, 겐자부로의 전집은 종적을 감추었다.소문없이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도 오래도록 품절이었다.그러다 몇달 전, 알라딘에서 이 책을  얻었다.(지금 보니 다시 또 품절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츠카모토 신야의 영화<쌍생아>의 그로테스크함을 계속 떠올렸다.마치 일본 귀신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강한 색채를 담고 있는 글이었다.한문장 건너 계속 이어지는 겐자부로의 메타포는 소설 배경의 선명성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또 그러한 강렬한 묘사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의식을 팔레트에 섞어 놓은 기괴한 물감처럼 펼쳐보여준다. 하지만 개별 장면의 묘사와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그로테스크함에 비해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는 낮게 깔린 어두운 먹구름을 연상시킨다.금새라도 천둥번개가 치고 광풍이 휘몰아쳐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위기감과 긴장감이 페이지 사이를 휘감아 돈다.첫장면 부터 시작되는 폐쇄적 느낌,그리고 이구아나의 껍질을 만지는 듯한 불쾌감에 대한 묘한 호기심, 이 두가지 요소는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이다.

소설에는 세가지 시대가 등장한다.민중봉기가 일어났던 1860년대,그리고 대동아전쟁 당시, 마지막으로 일본내 좌우대립으로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이다.주인공과 그의 아내,그리고 동생 다카시는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며 현재 삶속에서 살아 있는 지난 과거의 암울함을 찾아간다.마치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1860년대 봉기의 우두머리였던 증조부 동생의 삶과 조선인에게 맞아 죽은 S형의 행적이 현재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그리고 이 사이를 유유히 흐르며 유전되어 온  것을 찾아낸다.그것은 바로  '폭력'과 '공포' 이다. 전후 일본을 휘감고 있던 폐전국으로서의 우울함,단 한방으로 모든걸 끝장내는 핵 피폭의 공포,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일본 사회에 대한 두려움. 전후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잔재해 있는 무의식적인 공포는 오에 겐자부로의 글을 따라 명치시대부터 다시 재구성된다. 물론 겐자부로도 결국에는 희망을 말하고 싶어한다.하지만 그 희망에 큰 기대는 없다.주인공 일행이 고향 마을로 향하게 되는 이유중에 하나는 바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때문이다.알코올 중독인 아내와 아이를 버린 죄책감과 친구의 엽기적인 죽음(머리에 붉은칠을 하고...겐자부로는 단 한번도 친구의 자살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며 죽음의 묘사로 친구의 죽음을 말한다.)으로 무기력증에 걸린린 주인공에게 동생이 건넨 유혹의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그리고 소설 말미 모든것이 파괴된 상황에서 다시금 아내가 남편에게 건내는 말 역시 그 <기대>이다.물론 주인공은 그것이 녹녹하지 않음을 알지만 수동적 순응을 한다.오에 겐자부로 자신이기도 한 주인공은 그러한 순응을 통해 불안감이 가득한 미래로 나아간다.

소설 속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은 동생 다카시이다.그의 삶의 편린 자체가 죄의식과 폭력,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으로 가득차 있다.어떻게 보면 일탈적이고 매저키스트적 인간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러한 위악적 자기학대를 통해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은 자기 통일성이었다.타카시는 자기정체성을 얻기 위해 과거 민중봉기의 지도자 였던 증조부의 동생과 동일시 작업을 펼쳐나간다.마을의 청년단을 만들고 카리스마적인 행동으로 슈퍼마켓 천황의 권력에 도전한다.그러나 그의 작업은 퇴폐적인 낭만성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자기 파괴적이다.그는 천황에게의 도전을 통해 마을에 만연한 패배주의의 그늘을 걷어내는데 일시적 성공을 거둔다.하지만 그에게 더욱 중요했던 것은 죽음을 통한 자기 통일성의 확립이었을 뿐이다.그의 죽음또한 책 서두에 나온 친구의 죽음처럼 그로테스크하다.그 둘은 죽음을 통해 <진실>을 완성한다.미성숙한 영웅의 비극적 죽음처럼 그들은  자기 희생이란 제의를 통해 자기완성을 이룬다.

그의 죽음에는 어떠한 면에서 순수한 영웅의 모습이 있다. 탈출구가 없는 암울한 세계 하에서 한 개인에게 더 가까운 것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통한 구출'이다. 애써 이것을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인생은 어차피 도덕 교과서가 아니고 '좋은 생각'류의 잡지가 아니기때문이다.평범한 일상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억의 조작과 편의주의적 망각, 폭력에 대한 굴복과 음험한 상상을 하는가?  정체성 같은 것은 이미 난지도 쓰레기 위를 뒹근지 오래되었다. 자신의 순결한 내적 통일성을 위해 날카로운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추락의 끝자락까지 내려가 보길 두려워하는 보통사람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는 낯설고 기괴할 수 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근친상간,일탈,군중의 폭력성...이러한 요소들이 소설 전편에서  숨을 쉬겠다고 헐떡거린다.불편한 소설이다.하지만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이런 말을 해야할 때가 올것이다.

         ...."진실을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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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cat 2004-09-14 16:07   좋아요 0 | URL
쌍생아를 뜻하지 않게 두 번 봤는데, 그때마다 드는 느낌이란 게 어릴 적 <전설의 고향> 볼 때의 똑 그것이더군요. 비록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는 온 몸이 곤두선 느낌...추천하고 갑니다.

마녀물고기 2004-09-14 16:21   좋아요 0 | URL
세 번째 단락, 소설 전반에 대한 사유님의 느낌 묘사가 꽤나 매력적인 리뷰네요. 그런데 오후, 품절이라니..
 
지하철 Jimmy Fantasy 2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을 들으며 리뷰를 쓰고 있다.바흐의 음악과 왠지 지미의 <지하철>의 그림들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의 계단처럼 오르막 내리막을 왔다갔다 하는 바흐건반 음악의 특징 때문일까?  아니면 이 책의 원제목인지 ( 혹은 부제인지 ?) "sound of colors" 라는 말때문일까? 책장을 넘기다 보니  바흐의 상승음계에 따라 한 여자 아이가 계단 위 상상의 나라로 들어간다.또 그 아이가 바흐의 하강음계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으로 따라 내려간다.   

전주곡과 푸가2번의 제 1 전주곡 -"나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방향을 잃고 말았다"

  검은 굴 속 같은 지하철 안에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어디론가 간다.신문보는 아저씨,또 그걸 넘겨 보는 백발의 아저씨,첼로를 든 자매,곰 인형을 들어올린 사람,고민이 많은지 아님 치통을 앓는지 볼 한 쪽에 손을 대고 있는 젊은이.그런데 우리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어디갔지 ???  아 저기 뒤편에 그녀의 우산이 손잡이에 걸려 있네.사람들 속에 파묻혔구나.^^

전주곡과 푸가3번의 제2 푸가  -"어릴 때 말할 줄 아는 물고기를 키워 함께 바다밑을 잠수하고 낮은 목소리로 비밀을 속삭이는 꿈도 꾸었지"

소녀의 머리털이 한올 한올 떠올랐다.푸른 돌고래와 초록 돌고래가 동심원을 그리며 소녀와 원무를 추고 있다.주변의 눈이 동그란 물고기들로 줄을 맞추어 그들의 원무에 동참한다. 지하철 입구가 목욕탕 타일처럼 푸르다. 고대 등위에 누워서 썬탠을 하는 소녀.백사장 위의 썬탠보다는 고래등 모래사장이 훨씬 낭만적이다.소녀의 눈에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구름은 아직도 신비하게 여겨질까?"

전주곡과 푸가 5번 제1 전주곡- "어쩌면 우리도 작은 새처럼 훨훨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녀의 손이 6개가 되었나?아니 빨리 휘드르고 있구나.100개도 넘는 창문들을 배경으로 소녀가 날아간다.글렌굴드의 손가락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주곡과 푸가 8번 제1전주곡- "이 도시 속에서 나는 끝도 없이 길을 잃고 헤맨다"

앙상한 가을 숲이다.계단이 뫼비우스 띠 처럼 이어진다.내려간 길은 결국 올라간 길이돼고 올라간 길은 종착엔 내려온 길이 된다.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소녀는 어디로 가고 있나. 전주곡이 흐느적 거린다.앞선 곡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이 방향을 잃은 음표들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푸가의 대답이 기다려진다.하지만 푸가는 더 무겁고 더 난망하다."계속 차를 잘못 타고 또 잘못 내린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의 지하철이 회색 승강장의 소녀에게 바람을 일으키며 제 갈길을 간다. "그래서 안개 자욱한 진흙밭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도 많이 있다."

전주곡과 푸가 9번 제1전주곡 - "나는 비밀의 화원에서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꼬마병정을 찾았다."

소녀는 그네를 타고 글렌굴드와 바흐도 함께 건반위에서 가벼운 그네질을 한다. 잘 차려입은 병정인형이 물끄러미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내게도 어린 시절 커다란 인형이 있었는데.크기가 과장하면 1미터쯤은 된 소녀봉제인형이었다.외할아버지가 일본에서 가져다 주신 인형.어린시절 그 인형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몇장 있다. 그런데 그 인형은 어디로 갔을까? 이미 세상을 떠난 건가?

전주곡과 푸가 10번 제1전주곡-"혹시 저를 위해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창가에서 시 한 수 읽어주실 분은 안계신가요?"

책이 사방에 가득 찼다.소녀가 창틀에 기대어 붉은 하늘을 본다.볼수 없다.글렌 굴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조그맣게 뭐라 하더니 소녀의 주문에 답한다. 음음음....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허밍은 자신을 위한 시이다. 그녀를 위해 시 한수 읽어줄 낭독 실력이 못되는 나는 그녀에게 바흐의  음악을 들려준다.붉은 노을을 닮은 전주곡과 푸가 12번. 한 음 한 음 노을 빛과 어우러져 붉은 빛이 짙어진다.종래에는 잦아드는 피아노 소리처럼 푸른 어둠이 내릴 것이다.

전주곡과 푸가 15번 제1전주곡."삶이란 이렇듯 예측하기 힘들어.우리 다같이 맘껏 노래나 부르자!"

모자쓴 코끼리가 춤을 춘다.펭귄은 일렬로 서서 쭉 미끄러져가고 곰돌이들이 탬버린으로 분위기를 맞춘다.돼지는 어느새 피겨스케이팅을 배운걸까.토기의 의상은 요즘 유행하는 줄무늬 스트라이프이다.

전주곡과 푸가 19번 제2 푸가 -" 나는 우울한 도시를 방황하며 열심히 찾아본다."

사람들이 길을 건넌다.비틀즈의 앨범 같은 표정이다.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소녀만 다른 방향이다.저멀리 또 전철이 지나가도 그런 소녀을 바라보는  눈만 내민 소녀는 결국 나비가 찾는 꽃밭을 찾을까? 가끔 꽃집이 없는 도시를 생각해본다.난 퇴근길에 무었을 사 갈 수 있을까? 과일도 봉지에 담아 줄 때는 낭만적이었지만 지금은 검은 비닐이라 맘에 안들고...그나마 계절마다 마음이 동할 때 제철 꽃을 담아 가는 즐거움도 꽃집이 없다면 사라지겠지.꽃집 아저씨 아줌마 고맙습니다.좋은 꽃 좀 떼놓으세요.

전주곡과 푸가 24번 제2푸가-" 이제 나는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나는 애써 찾이 않아도 모두 볼 수 있으니까요."

소녀가 멀리 나가나보다.지하철이 도시 외곽형인거 같다.띠 하나 더 둘렀을 뿐인데.소녀가 미소를 띠운다.글렌굴드도 1집은 이제 다쳤다고 이제 밥먹고 또 하자고 마지막 곡에 힘이 들어갔다.열심히 딩동거린다. 하늘은 황금빛이고 길가에 가로수 잎이 깃발처럼 나부낀다.글렌굴드가 하도 힘있게 두드려서 나뭇잎이 다 떨어지겠다.

p.s)

연주는 끝이 났다.내가 원래 좋아하는 류의 책은 아니다.아포리즘에 대한 지겨움정도가 그 이유일게다.이 책에 나오는 글 역시 그런 종류중의 하나여서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다.하지만 그림은 너무 예쁘다.처음 볼때 예쁘다 였는데 다시 한장 한장 넘기며 주변 사물에 까지 시선을 미치니 더욱 맘에 든다. 그림책 보는 재미는 그런 건가 보다.앞으로도 진짜루 좋은 그림책 있으면 추천좀 해주시라.(그림 책 너무 비싸서 함부로 살 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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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2 10:45   좋아요 0 | URL
너무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멋진 그림이 내걸린 듯한
리뷰네요.^^

비로그인 2004-09-12 16:58   좋아요 0 | URL
'지하철'을 사 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이 음악도 함께 들어야겠어요!

비로그인 2004-09-13 17:12   좋아요 0 | URL
제가 반성하는 사유님 서재에 한번 낙서를 했었군요... 기억력 빵점... 아일랜드의 식상한 부분이 뭔가 있는데, 했는데 벅벅 긁어주셨군요. 그래두 아일랜드만한 드라마가 없어서리... 저는 감지덕지...포기않고 기회닿는대로 보려구요...스타일은 스타일대로 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 작가도 홍상수같이 같은 걸 반복해서 지루하게 하는 일만 없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