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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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작년인가? 한 번 읽어보자 생각하고 펼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를 하고, 『열하일기​』를 쉽게 풀어 쓴 고미숙의 책으로 대신했던 적이 있다. 이 열하일기를 어린이 역사동화로 풀어놓은 책이 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창작으로 한양에서부터 의주까지의 일야기를 담고 있고 후반부에는 압록강에서 연경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서술자는 박지원이 아니라 장복이라는 종놈이다. 박지원의 눈으로 본 내용이 『열하일기​』라면, 박지원의 모습을 타자의 눈으로 보면서 쫓아가고, 함께 그 먼 여행길에 올랐던 종, 경마잡이, 역관 등의 시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재미난 스토리가 함께 하니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내가 우리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기' 혹은 '깊게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초등저학년인 아이와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 책도 그렇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길을 떠나 만나는 수많은 것들을 찾아서 깊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아동청소년용 『열하일기​』, 그리고 나중에는 진짜 『열하일기​』를 한번 더 읽어본다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복이다. 쌀 다섯 섬 때문에 아버지를 대신하여 연경으로 떠나는 소년이다. 어린 나이에 그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나, 뚱선비와 창대형이 있어서 가능했을 터이다. 함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양반이지만, 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박지원과의 여행은 소년 장복이가 성장하게 한다. 그런가하면 창대형은 열아홉 살 경마잡이 소년이다. 경마를 잡고 가는 이가 경마잡이다. '경마'는 남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가는 일 또는 그 고삐를 말한다. 박지원은 뚱선비로 나온다. 덩치가 크고 뚱뚱한 마흔네 살의 선비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조선에서는 게으르고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덩치와 함께 뚱선비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한양에서 의주까지 가는 동안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사신단이 가면서 머무는 고을의 모습에서부터, 강을 건너기 위해 모여든 나루터의 모습, 놀이마당의 모습 등 우리 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뚱선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은 남들과 다르다. 중국의 벽돌집과 수레를 보며 감탄하고, 벽에 쓰여진 이야기를 보고 베껴써오는 모습에서 이후의 박지원이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역사동화를 읽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역사책이 아닌 역사동화를 읽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허구와 사실이 함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박지원이나,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반드시 박지원이나 『열하일기​』를 사실적으로 다룬 책을 연이어 읽기를 바란다.


내용으로 보아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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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30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하일기 쉽게 풀어쓰기`를 읽어도 재미있을 테지만,
느긋하게 `열하일기 원전 번역본`에 도전해 보셔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
원전을 그대로 옮긴 책을 읽으시면
새로우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그득그득 누리시리라 믿어요~

하양물감 2014-12-30 22:1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어보고싶습니다. 아마 2015년에는 그러지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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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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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앞두고 샘터를 읽는다. 모처럼 여유로운 휴일, 남은 2014년을 되돌아보며 2015년을 ​계획해보는 시간이다. 월간 샘터는 2015년 1월호라고 요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편안하다.


 

 


샘터에세이에서는 도깨비 이야기가 나왔다. 복도깨비. 지금 아이들에게 도깨비는 어떤 느낌일 지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도깨비는 어수룩하고 잘 속아넘어가는 이미지이다.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어수룩하게 등장하는 도깨비지만, 밤이 밝아지고(수많은 조명으로 밝아진 밤은 옛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 듯하다), 김 밤을 즐길 여유조차 사라진 현대에서는 도깨비가 설 자리가 없어보인다.


아이와 함께 도깨비 그림책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tv와 전기를 끄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서 도깨비 이야기따위가 먹힐까했지만, 아직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다. 그래서 나는 이 에세이 한 편이 아이와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준 것 같다.
 

 

 


나는 손진책씨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김성녀씨는 잘 안다. 잘 안다는 것이 개인적 친분이 아닌 이상 그녀의 연기와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는 정도겠지만. (한때는 윤문식이 김성녀의 남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 내가 그녀를 잘 알게 된 건 바로 마당극때문이다. 마당극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알았다. 정치적인 것에 대한 무관심으로 아는 것이 전혀 없을 때 마당극은 나에게 세상을 다시 보게 해 주곤했다. 이야기 중에 윤석화나 박정자처럼 살지 못하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녀들을 하나의 선상에 두고 연극배우로 묶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관객들이 제법 될 거라 생각한다.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연극계에 들어섰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본다. 김성녀가 뱃속에서부터 연극인의 끼를 물려받았듯, 그들의 아이인 손지형씨도 그럴 거라 생각된다. 우리집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북바이북 서점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몇 번 접했다. 사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중소 서점의 동향을 살펴보는 기사들이 가끔 나오곤 한다.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은 그 책이 비싸더라도 사서 읽는다. 물론 같은 조건에서 좀 더 저렴하다면 그쪽을 택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한 몇년 간 나는 인터넷서점을 이용해왔다. 도서정가제 이후 오프라인 서점을 찾을거라는 전망도 보이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온라인 서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인터넷서점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런 서점이 있다면 어떨까? 한번쯤 들러보고싶지 않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책이 있다면 구매도 할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서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맥주를 좋아하지 않으니 이 서점에 갈 일은 그닥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나의 관심을 끄는 컨텐츠가 결합된 서점이 있다면 나는 그 곳으로 갈 것 같다.


지금의 동네서점들이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습관적으로 온라인 서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컨텐츠다.


 

 


이 글을 읽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나는 그냥 유도선수다. 장애인 유도선수도 아니고 비장애인 유도선수도 아니다. 나는 그냥 유도선수다. 

 

 

 


이 기사 나도 본 적이 있다. 어지간해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실시간 방송으로 볼 일이 없는 터라 인터넷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런데 서민 교수의 "그런 전문가는 없다"라는 글을 읽어보니, 그렇네. 얼굴만 보고 기생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방법은 없다. 기생충 진단은 대변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마지막 한 줄이 나로 하여금 슬그머니 웃음짓게 만들었다.


인터넷 뉴스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편집되고 왜곡되어 전달되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서민교수는 그냥 물어 볼 말이 없어서, 그리고 예능프로그램다운 농담이라고 던진 말인데 얼굴만 보고 기생충 감염여부를 알아봤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니 말이다.


 

 


엔젤투자자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자금이 부족한 초기 신생기업의 장래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될만한 아이템을 가로채거나,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다. 결국은 대기업만 거대해지고 중소기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허덕이는 구조가 되고 있다. 엔젤투자자가 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올해도 아시테지 축제는 계속된다. 여름과 겨울 두번 열리는 걸로 아는데, 2015년 1월에도 서울아시테지겨울축제가 열린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공연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서울까지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작년 겨울에는 아시테지 축제에서 두 개의 연극을 보았다. 아이를 위해 서울까지 가는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년 그렇게하기란 쉽지 않다. 아시테지 축제가 지방에서도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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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8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바이북 말고도 페북에 오프라인 서점 공식 페이지가 여러 개 있어요. 정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요.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좋은 오프라인 서점들이 서울에 있어서 그저 사진으로만 바라 볼 뿐입니다. 샘터를 읽으면서 새해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014년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숲노래 2014-12-28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무는 올 한 해와 함께
다가오는 새해도 기쁘게
여러 가지 아름다운 책들과 함께
누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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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동안 서재의 달인과는 관계없이 살았다.

2008년이후 6년만에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었다.

페이퍼도 잘 쓰지 않고,

인기많은 글을 쓰지도 않으니

이런저런 조건에서 늘 안맞더니...

뭐, 이것도 감투라고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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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12-19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하양물감 2014-12-19 23:27   좋아요 0 | URL
2008년에 한번하고 이번에 하네요.

하늘바람 2014-12-19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워요

하양물감 2014-12-19 23:2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은 저보다 더 많이 하시지않나요? 저는 서재기네스에는 하나도 올라간게 없거든요

하늘바람 2014-12-20 02:29   좋아요 1 | URL
저도 달인 되었다네요.
저는 요즘 도통 책이 머리에 안들어와서

숲노래 2014-12-19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책삶 일구셔요~

하양물감 2014-12-19 23:29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함께살기님 덕에 요즘 댓글 좀 답니다. ^^

수이 2014-12-19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러운걸요. 하양물감님 :)
2015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양물감 2014-12-19 23:29   좋아요 0 | URL
오마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니데이 2014-12-19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좋으시겠어요.^^

하양물감 2014-12-19 23:30   좋아요 0 | URL
서재 옆에 엠블렘 하나 붙었을 뿐인데도 기분은 다르네요.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4-12-23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되세요~

하양물감 2014-12-24 08:17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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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기말고사가 끝난 날 저녁에 나에게 한 말이다.

"엄마, 나도 문제집 풀고 싶어."

 

한솔이는 지금 2학년이고,

그 동안 중간고사 기말고사 해서 1학년 때 4번, 2학년 때 4번

이렇게 총 8번의 시험을 쳤다.

점수는 95와 100,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초등참고서 관련 평가단을 하면서 수학문제집을 풀었던 2개월 정도를 빼면,

한솔이가 학교 공부를 위해 문제집을 푼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친구들은 학습지도 하고 문제집도 풀던데 나도 하고 싶어."

"그래? 그러면 매일 학교 갔다 오면 꼬박 꼬박 한다는 약속을 하면 사 줄게."

 

그러겠다고 해서 문제집을 구매했다.

3학년 올라가니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이렇게 4과목.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아이니까 잘 하겠지.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자기 스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니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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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12-18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멋져요.

하양물감 2014-12-18 14:54   좋아요 0 | URL
원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것이 제 철칙이라^^

cyrus 2014-12-18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발적 공부는 좋아요. 스스로 공부하는 자녀를 믿지 못해 더 잘하라는 의미로 문제집을 잔뜩 사준다면 오히려 아이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질꺼예요.

하양물감 2014-12-25 11:2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이의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이에요.
문제집 같은 걸 안사주고 스스로 하게 놔뒀더니 자기가 좀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스스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아이라...믿고 기다리는 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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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 -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법
김성태 외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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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당신의 말>을 읽었다. 말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할까?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누가 말을 잘 하더라?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의 내용이 잘 전달된다는 것이고, 전달하는 말의 내용이 논리적이어서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내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말은 정말 청산유수인데 주워담을 말이 없거나, 헤어지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시간은 웃고 즐겼지만, 공허함이 남는다. 말이란 것도 글과 같아서 시간을 들여서 듣거나 읽을 가치가 있을 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난 이 주 정도 이 책을 읽었다. 한 자리에 앉아서 정독할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동시간을 이용해 한꼭지씩 읽어나간 책이다. 실용서적인 측면이 강해서 '말' 중에서도 '면접'에 치우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면접관을 움직이는 말솜씨라면, 일상대화에서도 충분히 그러하리라 여겨지니, 활용해봄직하다.

 

 

1.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

 

"면접을 잘 보는 기술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당신 자신의 삶을 보여 주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내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런 삶이 담긴 이야기가 그 어떤 위인의 명언보다 더 깊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P.27)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싶을 땐 서점에 가자. 아동문학 코너로 가서 동시집을 꺼내 보자. 동시집을 넘기는 순간 울컥할 것이다. 그 '울컥'을 누군가에게 말해 주자, 울림은 공유되어야 하니까." (P.34)

 

"풍부하나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간략하되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는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우가 말한 글쓰기의 비법이다. 말하기도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한 글자를 빼도 괜찮은 말은 쓸데없는 말일지 모른다." (P.40)

 

 

2. 불순물을 걸러 낸 말하기

 

"말의 기본은 '콘텐츠'이다. 언변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사람의 생각이다. 언변의 감동은 짧고 얕다. 좋은 생각은 특정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깊고 오래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 (P.52)

 

아, 정말 그렇다. 실컷 말을 했는데, 생각나는 건 하나도 없고, 공허함이 남았던 것은 바로 알맹이 없는 말들의 홍수 속에 휩쓸려 다니다가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글은 말과 다르게 논리의 순서가 눈에 확연히 보이기 때문에 논리가 없으면 짜임새가 엉성해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자주 하게 되면 선명하지 않게 흘러가던 생각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말을 할 때 특정 주제에 대해 글로 써 봤던 내용을 떠올리면 쉽게 훌륭한 콘텐트로 사용할 수 있다." (P.64)

 

그래서, 작가들은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며칠 전 김영하 작가가 힐링캠프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들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예전에 어느 강연에서도 했던 주제였던 것 같은데, 감성근육을 키우기 위해 독서를 하라고 말하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깊게 다가왔다. 작가가 생각한 내용을 글로 풀어 다듬었으니 그걸 말로 표현하는데 막힘이 없었던 것 같다.

 

3. 매력을 어필하는 말하기

 

"대화를 할 때 평소 자신답게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그 모습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살짝 수정하는 것이다." (P.85)

 

 

4.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대안'은 얻어 내고자 하는 것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대안'은 내가 원하는 후보군들 중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이다. 특히 내가 아쉬워서 부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몇 가지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를 상대가 고르게 되고 그에 따라 협상을 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P.138)

 

이런 상황은 사회활동을 할 때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문화관련 콘텐츠를 가지고 제안을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여러 가지를 배운다. 제안서를 보면 항상 두 세가지의 대안을 갖고 와서 제안을 하고 그 중에서 하나는 성사를 시켜가는 곳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제대로 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이러한 협상 능력이 외교에서도 발휘가 되길 바래본다.

 

5. 면접에서 빛나는 말하기

 

첫인상은 면접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는 영향을 많이 끼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초두효과'라고 하는데, 처음 제공된 정보가 이후에 제공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르는 용어라고 한다. (P.178참고) 나 역시 첫인상에 따라 사람을 많이 판단하는 편인데 그게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보다.

 

첫인상에서 나에게 불쾌한 인상을 주었던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다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심해야겠다.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사로잡은 지원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표정이 밝거나, 당당하고 풍부한 성량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질문 이딩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괄식으로 대답을 하며 시선은 적극적으로 처리하며 다른 지원자에 대한 매너를 잊지 않는다. 참고 하면 좋겠다.

 

 

6. 토론에서 공감을 얻는 말하기

 

"토론에서 필요한 매너는 딱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둘째는 내가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P.192)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것이 지켜지는 토론을 보지 못했다. 특히 정치인들의 토론, 그게 토론이냐?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것이지. 토론이 토론답지 못하니 보는 사람도 그 토론을 봐야 할 이유를 느낄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이 토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해봤자 그것이 제대로 청중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토론도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되지 않는 토론자, 토론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자기 말만 쏟아내는 토론은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장담컨대, 상대편을 이길 생각으로 말을 하면 토론에서 진다. 말하려는 태도보다 들으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래서 토론자는 청자에게 잘 듣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P.194)

 

7. 청중을 사로잡는 말하기

 

"'인지부조화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에 대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에 더욱더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청중의 눈높이를 알아야한다." (P.223)

 

비단 말하기에만 국한되는 말일까? 말하기든 글쓰기든 청중이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표현은 당연히 전달되지 못한다. 눈높이를 맞추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8. 말솜씨를 키우는 말하기

 

나는 말을 잘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강의할 때만큼은 설명을 아주 잘 한다는 말은 들어보았다. 내가 잘 알고 있고,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을 전달할 때는 어디에 강조를 두어서 말해야 하고, 무엇을 예로 들어서 하면 될 지 느낌이 온다. 내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하는지, 그냥 듣고만 있는지, 듣지도 않고 딴짓을 하는지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하기의 전략을 수정한다. 내가 준비한 것과 청중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수정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 또한 수많은 연습을 거쳤기 때문이다. 내가 말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글로 정리를 해두는 편이다. 글로 정리 한 것을 훑어 본 후 다시 키워드를 선택한다.

 

누구에게나 말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하기도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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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16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말을 못 할 만한 사람은 없으리라 느껴요~

하양물감 2014-12-25 11:27   좋아요 0 | URL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의견교환을 통해 확장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보는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말에 진심이 없다면 전달이 안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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