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닭장에 들어온 검은 고양이 ㅣ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5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책이다. 프랑스에서 13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5권이 나와있다. 그 중 마지막 권이 바로 이 그림책이다. 크리스티앙 졸리부아는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다. 그때 인터뷰에서 "닭장은 닭들이 알을 낳고 살아가는 공동체 공간이면서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인간 사회와 닮았다"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닭장 안의 그들은 인간들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멍청한 사람을 닭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프랑스에서도 닭이라고 하면 멍청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그림책 속 닭들은 굉장히 똑똑하다.
“검은 고양이는 숫자 13이랑 똑같아! 불행을 가져올 거야.”

낚시대회를 하던 닭들이 검은 고양이가 들어있는 가방을 건져올린다. 검은고양이를 본 닭들은 불행한 일이 생길거라며 도망을 친다. 카르멘은 검은고양이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며 가까이 가는데, 오빠 카르멜리토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말을 한다. 그런 카르멜리토에게 카르멘은 미신을 믿는 오빠에게 한마디 하고, 그들은 검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자주 본다. 나와 조금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근거없는 미신이나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은 준다며 모두가 싫어하는 검은 고양이도 엄마고양이에게는 멋진 왕자님이었다. 엄마고양이와 검은고양이를 떼어놓는 것은 검은고양이를 불길하다고 생각한 인간에 의해서였다.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닭장으로 데리고 온 검은고양이를 카르멘의 엄마 아빠는 잘 곳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닭장에서 함께 지내게 된 다른 닭들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검은고양이 탓이라며 구박을 한다. 근거 없는 믿음에 의해 검은고양이를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닭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그렇지만 카르멘과 가족들은 검은고양이를 안아주고, 그가 고양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카르멘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검은 고양이는 어느날 독립을 하기로 한다. 같은 닭장 안에 살면서 검은고양이의 짓이라는 증거도 없는 일들을 모두 검은고양이 탓으로 돌려버린 닭들은, 그가 떠나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할까?



검은 고양이가 닭장을 떠난 뒤, 들쥐들이 쳐들어온다. 들쥐들이 오는 장면은 명화의 한 장면을 가져왔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바로 브뤼겔의 '눈 속의 사냥꾼'이라는 그림을 떠올렸다. 그 전에 뭉크의 절규를 그림 속에 표현하기도 했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

검은고양이가 떠난 닭장에 침입한 들쥐들.
그 들쥐들에 맞서는 것은 어느새 돌아온 검은고양이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딘가 누군가와 닮아있다.

들쥐들을 한 마리씩 해치울 때마다 전리품을 하나씩 챙기는 검은고양이.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장화신은 고양이였다. ^^

모두가 싫어하고, 이유없이 차별하고, 증거도 없으면서 나쁜 일을 꾸민 자로 모함하던 닭들이, 자신들을 구해 준 검은고양이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느끼게 하였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면,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책을 초등학생 쯤 되었을 때 읽었으면 좋겠다. 그도 아니라면, 또래집단이 형성되어 있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쯤 또 한번 작가는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