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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평점 :
제목을 읽을 때, 가끔 착각을 한다. 내가 읽고 싶은대로 읽어버리는 ^^
껌 좀 떼지 뭐를...껌 좀 씹지 뭐...로 읽었다... 껌 좀 씹는다하면,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흔히 불량학생이라 일컫는 아이들이 껌 좀 씹었지. 그래서일까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엉? 뭐야? 했다가 껌 좀 떼지(!!)였다는 사실에 혼자 웃어버렸다.
제3회 정체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미나가 주인공이다. 5학년이면 어떤 나이인가? 고학년이지만, 위에 6학년이 있어서 왕언니는 될 수 없지만, 아래 학년들 앞에서 폼 좀 잡을 수 있는 나이다. 미나는 학교 안에서 껌을 씹다가 매일 아침 교장선생님께 불려가 청소를 하는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벌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른 아이를 잡아와야 한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과는 별개로, 나 대신 벌을 받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학교 아이들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장선생님의 의도는 교내에서 껌을 씹는 아이가 줄어들고, 깨끗한 학교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겠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감시해서 데려오는 길이 가장 쉬운 길이기에 아이들은 자기 대신 누군가를 데려오기 위해 감시를 한다.
감시사회.
최근의 화두이지 않은가?
공적인 영역을 벗어나 나의 사생활마저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 누군가에 의해 고발 혹은 고소당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사적인 메시지 하나도 보내는데 조심스러워진다. 통제와 감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21세기가 원하는 창의, 창조성은 당연히 꽃을 피우지 못한다. 미나는 아침마다 벌청소를 하고, 누군가를 자기 대신 끌고 오기 위해 친구들과 후배들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 영 못마땅하다. 껌을 씹은 죄로, 벌청소를 하는 미나는 친구들로부터 또 다른 감시를 받는다. 즉, 미나가 나를 지목하지는 않을까? 미나가 어떤 아이를 지목해서 데려갈까를 살펴보는 친구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친구들 입장에서도 미나가 벌을 받고 있다는 것은, 미나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이다.
껌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더럽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껌을 씹은 후 길거리에 뱉은 껌이 사람들의 신발에 들러붙기도 하고, 길거리에 납작하게 붙어서 지저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껌을 씹은 후 깨끗하게 처리해서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역시 가장 쉬운 길을 택한다. 아이들 스스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학교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막강 권력이다. 그 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자꾸 작금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고민을 하던 미나는 자기 대신 누군가를 데려오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계속 껌을 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고나니 마음도 편해진다. 아이들이 교내에서 씹던 껌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껌으로 더러워진 교내를 청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이 그 일을 기분 좋게 함으로써 모든 친구들이 감시와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러한 미나를 보면서 껌을 씹고 아무데나 버리는 것에 대해 조심을 하게 될 것이고, 자기 대신 청소를 해주는 미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그걸 미나 스스로 생각해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생각꺼리가 많아지는 내용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그것이 때로는 사회의 이익, 공공의 이익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여 본질을 왜곡한 채 강제되고는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현재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그러한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이 책에는 <껌 좀 떼지 뭐> 외에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천왕봉>이라는 작품이 더 실려 있다. <껌 좀 떼지 뭐>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통하는 면이 있다.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라는 권력에 대항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치는 아이>에서는 전수 온 대학생들과 만난 승학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약간 작위적이긴 하지만 (특히 승현이 누나의 개입) 웃음을 되찾은 승학이의 모습이 반갑다. 그리고 <천왕봉>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시험문제를 보게 된 아이들이 산을 오르면서 쉬운 길로 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5~6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