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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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너무나 봄스러운!! 책을 만났다.

다시, 봄!

 

 

 

2014년 우리의 봄은 어느 해보다도 사건사고가 많은 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슬픔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이 어쩜 그리 딱 들어맞는 날들이었는지. 다시는 이런 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봄은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을 말한다.

 

 "봄은 한 해의 시작이요, 아침은 하루의 시작, 새로운 시작은 희망을 말합니다. 겨울에 죽지 않고 살아난 만물이 이제는 생명을, 희망을 말할 때입니다. 살아남은 것들은 희망을 맞이할 당당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시 새봄에 새로운 힘을 얻고 새 희망을 맞이합니다" (p.49)

이 아픈 봄날을 다시 만나는 날,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장영희선생님의 글뿐만 아니라 눈길을 사로잡는 화가 김점선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묘한 어우러짐, 그러면서도 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여 글과 그림 모두 눈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투병중에도 끝까지 작품활동을 했던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본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아픔과 시련이 언제까지나 계속 되리라는 절망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산다면, 정말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장영희와 김점선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끝까지 그 삶을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하한다.

 

수많은 생명들이 꽃다운 나이에 사라졌다.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살아있음을 고마워해야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차오르는 그 두려움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들 역시 부모에게 형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그런 봄, 2014년의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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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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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읽고 있는 작은 잡지지만, 이번호는 느낌이 달랐다.

어찌보면, 5~6월의 황금연휴들,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 선거에 월드컵까지 할말이 정말 많은 달인데, 그 누군들 주저리 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맘이 들까? 그만큼 충격의 시간이었고, 슬픔의 시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그래서 잊어서는 더더욱 안 될 그 일이 의혹의 꼬리를 잘라내지 못하고 자꾸 숨어들어간다.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들이 유언비어가 아니라 진짜 그럴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뭐 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연이어 터져나오는 사건사고들이 정말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한다.

월간 샘터 6월호도 전체적으로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 편집으로 보여진다.

 

 

 

 

동료들을 살리고 싶은 소방관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것은 생사를 넘나드는 환경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구하고 남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겹쳐져서이기도 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수백명의 목숨을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서이기도 하다. 자신이 앞장서서 지켜주고 방패가 되어야 할 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아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저 소방관같은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곧 있을 선거에서도 자신의 안위와 명예를 위해 출마한 사람들보다는 진정으로 시민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 뽑혀야 할텐데... 걱정만 늘어간다.


 

 

 

촌에서 온 그대... 나에게도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촌이라는 게 뭔가? 도시가 촌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람들은 '촌'사람을 무시한다. 내가 서울에 한 1년 정도 있었을 때, 같이 일하던 어떤 사람이 나보고 촌에서 왔다며 놀렸다. 부산에서 온 나에게 금산에서 온 그 사람이 그렇게 놀렸다. 하긴 내 친구는 고등학생 때 서울로 전학갔는데 "아버지가 고기 잡으시니?"하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내가 부산은 한국의 제2의 도시이고, 적어도 금산에서 온 사람한테 들을 말은 아니라고 했더니, 그 사람 왈 제2의 도시 다 필요없고 서울에서 가까우면 도시고 멀면 촌이란다. 어이상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 사람뿐이었을까? 서울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부산은 여전히 촌일 뿐이다. 이 꼭지의 글들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면 지방사람의 한탄으로 비칠까 그냥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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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2 - 파리를 조종하라! 초록도마뱀
알리 스파크스 지음, 로스 콜린스 그림, 김난령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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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위치 1권에서 거미로 변신했던 조시와 대니는,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페티포트는 자신의 실험일지에 조시와 대니를 스위치 프로젝트 실험에 끌어들일거라고 적어놓았는데, 2권에서 성공하게 된다.

거미로 변신했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파리"다.

아이든 어른이든 곤충에 대해 호불호가 가려지는데 파리나 쥐와 같은 동물은 좋아하지 않거나 혐오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병균을 옮기거나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시와 대니는 1권에서, 그리고 2권에서 갈갈이와 킁킁이 (쥐)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파리로 변신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마을에서 열리는 정원가꾸기행사에 참여하기로 한 조시와 대니의 엄마는 작년 우승자인 밉살스러운 이웃때문에 속이 상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척하면서 슬슬 약을 올리는 샤프부인. 거기에다가 그녀의 아들 타퀸은 공부를 잘해서 샤프부인의 자랑거리기도 하다. 정원가꾸기든, 아이들 공부자랑이든 샤프부인의 행동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처음 페티포트를 만났을 때도 조시와 대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웃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괴상한 괴짜라고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조시와 대니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페티 포트가 자신의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하여 조시와 대니는 또다시 페티포트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들은 두번째 변신을 하게 된다.

 

 

 

페티포트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을 이용하여 자신의 프로젝트에 스스로 참여하게 만든다. 지난번 거미가 되었던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엄마의 정원에 산울타리 새가 모두 사라져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된 사실인지를 밝혀낼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기때문이다. 페티포트가 아이들을 구슬리는 장면은 아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거미나 파리로 변신만 한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이야기에 머물 것이다. 거미가 되었을 때는 거미의 특성을 이용하여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파리의 특성을 이용하여 샤프부인의 집에서 정보를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페티포트의 잃어버린 큐브를 하나 되찾음으로써 이야기는 한발짝 더 진전한다.
 

 

 


파리로 변신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은 역시 이번에도 갈갈이와 킁킁이이다. 아마도 6권까지 계속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갈갈이와 킁킁이는 샤프부인을 교란시키기도 하고, 정원가꾸기 심사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2권에서는 페티포트 부인이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잃어버린 큐브 조각들, 그 큐브 조각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조시와 대니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6개의 큐브 중 2개의 큐브를 찾은 페티포트는 과연 큐브를 모두 찾아낼 수 있을까? 

 

* 이 책은 2학년인 딸아이도 재미나게 읽고 있는 책이지만, 4학년 아이들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글밥이 적은 책에서 장편으로 넘어갈 때 권해주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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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2 - 영웅들은 모험을 좋아해요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2
이주헌 지음 / 파랑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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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자라는 꼬마미술관 2번째.

신화를 좋아하는 한솔이가 1권을 본 후 연달아 보게 된 2권.

이번에도 역시 신화 속의 인물들이다. 1권이 신이라면, 2권은 인간이다.

서양미술에 있어서 신화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제공했던 것 같다.

 


우선 영웅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작품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신화 속 영웅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작품과 설명을 함께 보고 읽다보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신화를 어느 정도 읽거나 아는 아이라면 작품들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잘 모른다면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 영웅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니 신들과 만날 수 있었을 것이고, 신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았을까?



두번째는 영웅은 모험을 좋아한다.

신들이 내린 시험에 들거나, 신들의 장난에 걸려들거나 하지만, 그들의 모험은 계속된다.

신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양상도 있지만, 신에 다항한 인간의 말로를 볼 수도 있고,

신을 이기는 인간도, 그리고 신들의 지혜를 이용하여 위험을 해결하고, 모험을 통해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신화의 나라에 영웅이 많은 것은 무엇때문일까?

책에는 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작은 소제목처럼 붙어 있는 문장들은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하다.

신화에서 인간의 이야기, 허약하고 나약하기보다 모험을 좋아하고 능력이 뛰어난 인간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사람들로하여금 구전될 수 있는 힘을 갖는 듯하다.



이 책에는 신들과 관계를 맺어 온 영웅들이 등장한다.

헤라클레스는 단연 앞에 올 만하다.

힘이 센 영웅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어릴 적에 뱀을 맨손으로 잡기도 하고, 헤라의 젖을 빨다 흩뿌려진 젖은 은하수가 되기도 한다. 사자를 잡거나 머리 아홈달린 괴물도 물리치고, 저승사자도 물리치는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는 죽어서 하늘의 별자리가 된다.



이렇게 인간이지만 죽어서 신이 되기도 하니 영웅은 영웅이다.


친절한 영웅 페르세우스는 바다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지던 안드로메다를 구하기도 하고, 메두사를 처치하기도 하는 영웅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테세우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페가수스를 타고 다니는 잘생긴 영웅 벨레로폰은 모험을 즐기는 영웅이다. 다만 그는 기고만장해진 끝에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초라하고 비참하게 살다 죽기도 한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전쟁에서 힘과 지혜를 발휘하지만, 결국은 독화살에 뒤꿈치를 맞아 죽는다. 오디세우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꾀를 내어 위험에서 벗어나는 인물이다.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작품들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신들의 이야기와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이 책을 통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토리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니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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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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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많은 직업이 있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 중 몇개나 될까?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거기에 미쳤다. 물론 이 책은 직업을 소개하는 책도, 진로고민에 빠져 있는 청소년을 위한 책도 아니다. 살아져가는 전통시장들이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을까? 100년 200년 전통을 가진 시장들이 대형마트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런데 저자의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비주얼 머천다이저. VMD라고 불리는 이 직업을 저자는 '상품가치연출' 전문가라고 이야기한다. 소상공인 맞춤 VMD라는 영역을 개척하였고, 수많은 쪽박가게를 대박가게로 거듭나게 하였던 그녀가 세계일주를 하며 40여 개국 150 여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를 둘러보고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VMD라는 직업도 생소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음에도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보러 떠난 그녀의 자세는 배울 것이 많다. 자신의 능력과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자 했던, 그리고 자신의 분야를 더 전문적으로 무장시킬 수 있는 경험을 하러 떠난 그녀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지금의 나 역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다.

 

두 명의 나무꾼이 있었다. 한 명은 하루 종일 나무를 베고 가끔은 야군도 하면서 열심히 하루에 14시간을 일했다. 다른 한 명은 하루에 8시간만 나무를 베고 일찍 퇴근했다. 20년 뒤 하루에 8시간 나무를 벤 사람과 하루에 14시간 나무를 벤 사람 중 누가 더 성공해 있을까?

단순 노동시간으로 따진다면 당연히 14시간씩 일한 사람이 더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년 뒤 더 송공한 것은 8시간만 일한 사람이었다.

 

-중략- 

8시간만 일하고도 성공한 기업가가 된 사람은 자신만의 숲에 갇히지 않고 더 넓은 숲을 보러 떠나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접 모험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책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했다. 그는 시간 활용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일할 시간, 도끼를 갈 시간, 낯선 도끼를 찾아다닐 시간을 적절하게 잘 분배해서 인생 전체를 설계한 것이다.  (p.8)

저자 역시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나무만 베는 나무꾼'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는 세계에서 모르는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p.9) 잠깐 멈춘 그녀는 1년 간의 세계일주를 떠났고, 세계의 전통시장을 돌아본다. 1년간 보고, 만나고, 경험한 것들을 풀어내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각 시장의 특징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여 표현하고 있다. '대체불가능한 시장을 보다, 성공계산기를 뺀 사람들이 만든 시장, 부족함을 함께 채우다, 아날로그 감성에 편리함을 더하다, 보여주는 진열에서 체험하는 진열로, 나는 시장에 놀러 간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눈으로 알게 하라, 사이즈를 파괴하라, 시장건물 문화유산이 되다, 시장에도 상상력이 필요해, 과학적 진열의 첫째 조건" 등등등.

 

저자가 페인과 영국의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자신들이 파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시장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p.20)이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가는 것은 1차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것을 인터넷이 대신해주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인터넷에서는, 대형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시장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산을 오르는 힘듦과 불편함을 알고 있음에도 산에 오르는 것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혹은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절 대 느낄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마찬가지. 시장에 가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판매기능만을 가진 대체가능한 시장이 될 것인가? 스토리와 재미, 경험을 공유하는 대체불가능한 시장이 될 것인가?"(p.25)

 

스페인 마드리드 산 미구엘 시장을 찾은 저자가 부산의 야시장에 대한 코멘트를 했다. 산 미구엘 시장에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저자는 이곳에서는 모든 식재료를 1유로에 파는 '한입음식이 주류였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각종 크기의 선물용 포장상품도 함께 팔고 있었다. "단돈 1유로를 내고 일단 맛보게 한 다음 백 유로를 쓰게 만드는 것이다."(p.52) 부산의 야시장은 다른 나라의 야시장 문화를 본떠 만들어졌다. 그런데 부산에 살고 있는 나도 그곳과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잘 가지를 않는다. 특별한 야시장 먹거리가 있다는 말도 없고, 비싸다는 말만 들려오기 때문이다. 야시장이라는 형식을 빌려왔다면, 내용은 달라야한다. 밤에 문을 연다는 것을 빼고 무엇이 다를까?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것을 쉽게 먹어보고싶어하도록 만들어야하고, 그것을 먹는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야 한다. 그러한 방법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할 듯. 저자가 둘러 본 세계의 시장은 물론이고, 이렇게 우리의 시장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책에서는 서점도 다루고 있다. 인터넷서점의 확장으로 인해 동네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관계와도 다르지 않다. 서점의 단순 기능을 파괴한 일본의 츠타야 서점, 없는 책 빼고 다 있다는 미국의 스트랜드 서점, 재고나 파본 도서를 판다는 독일의 조커스 서점, 오페라극장을 서점으로 변모시킨 엘 아테네오서점 등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책을 읽다보니, 살아남은 전통시장들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것, 그곳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적용이 가능하다. 나는 강의를 계획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한다. 그런데 좀 괜찮다싶은 강의는 금세 다른 곳에서도 따라하고, 똑같은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사람은 한정적인데 동일한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생겨나다보니 강좌가 폐강되는 일도 많다. 경쟁력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캠든 마켓을 둘러보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보다 특별한 점을 극대화하라" (p.104)

 

독일의 함부르크 어시장, 영국의 코벤트가든, 그리스 플라카 지구의 상점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장이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첫 느낌을 강렬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 즉, 그곳에서 놀게 하라는 것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구매도 늘어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도 그러한 점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 그것이 도서관 내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고, 문화공연을 통해 한 권의 책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 책이 재미있으면 또 다른 책을 들게 하는 것.

 

이 책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그 내용은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응용가능한 것들이다. 물건을 팔든, 서비스를 팔든, 지식과 정보를 팔든 간에 기본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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