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1 - 신들의 나라에는 이야기가 넘쳐요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1
이주헌 지음 / 파랑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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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시관에 가서 명화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명화나 작품을 소개한 책을 읽게 된다. 그렇지만 무조건 어떤 작품을 들이밀기보다 아이가 관심있어하거나 연관이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실제 작품을 보는데서 오는 희열만큼이나 생생하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주제로 묶여있는 책이나, 비교와 대조, 그리고 이야기구성 등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미술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미술을 통해 감성적 능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춘 책"이며, "책 속에 담긴 정보와 지식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부담없이 그림을 보고 엄마, 아빠와 함께 그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나는 아이에게 이 책을 주었다. 우리집 아이는 지금 9살이고,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 속 그림을 통해 자신이 상상하고 있던 신들의 모습을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서 신화의 장면을 떠올리니 더 재미있다고도 했다. 한솔이보다 더 어린 아이라면, 텍스트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보다는그림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감이 자라는 미술관 1권은 신들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이 있다. 올림포스 산에는 신들이 살아요...라는 말로 시작하여 신들의 나라는 늘 이야기로 넘쳐난다는 말로 맺는다. 그 수많은 이야기가 화가들에게는 영감이 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신들은 인간처럼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 제우스는 번개를 가지고 있고, 독수리를 심부름꾼으로 두고 있다. 독수리나, 소, 구름, 백조, 금 비 등으로 변신을 할 수도 있다. 힘이 가장 강력하고, 변신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제우스다.

그런가하면,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여신 가운데 가장 높은 신이지만, 바람둥이 제우스때문에 늘 신경을 써야 한다. 눈치도 빠르고, 샘도 많을 수밖에 없는 헤라다.

헤라의 전차는 공작이 끄는데, 이 그림은 우리 아이가 유심히 살펴 본 그림이다. 공작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신화의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등장하는 소재에 대한 관심사도 그림을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제우스의 아들 아폴른은 올림포스 12신 중 서열 두번째의 신이라고 한다. 음...헤라가 두번째인게 아니었어? --;; 아폴론은 무서운 괴물을 용감하게 처치하기도 하고, 시와 예술을 좋아하는 신이기도 하다.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기도 하는 신이다.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인 아르테미스는 달과, 사냥, 야생동물, 활과 화살, 처녀성 등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님프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한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사랑의 장난을 쳤던 에로스는 사랑의 신이다. 큐피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아기같은 모습으로만 보아왔는데,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의 그림은 미소년 같은 느낌을 준다. 에로스도 사랑을 하는데 그 대상이 바로 프시케이다. 그리고, 에로스가 잠들면 사랑이 깨진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에로스를 그린 그림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에로스의 엄마가 아프로디테라는 것은 새삼스레 다시 알게 된 것이다. (!!)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데, 전쟁의 신 아레스를 좋아한다. 그런 아레스를 싫어하는 여신은 아테나이다. 아테나 여신도 전쟁의 여신이기는 하지만 아레나가 일으킨 전쟁을 막는 일을 하며 지혜롭다. 아래의 그림은 보자마자 클림트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미네르바(팔라스 아테나)이다.

이 책을 보면서 여러 신들의 모습을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실체가 없는 신들이다보니 이야기에 따라,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그려지는 모습이 달라지고, 표현의 기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에는 40 여명의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다양한 작가가 그린 다양한 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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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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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5월호 표지그림을 보면서 저 잠수함이 세월호였으면... 그래서 이제 바다구경 잘 하고 올라가노라고 쑤욱 떠올라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글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기력해지는 느낌. 요 며칠 사이에 그러한 무기력함이 늘었다. 봄날씨 탓일까? 큰 일 앞에 속수무책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 때문일까? 어쨌든 마음이 편치 않은 요즘이다.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일상어처럼 쓰여도 그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드라마 주인공이 연일 시간여행을 하고, 그가 들고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해도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다. 한국과 세계가 열광하는 가수의 노래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내게는 하림이라는 뮤지션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가 없다. 그는 "예술가는 사회적인 문제가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들고 일어나는 존재"(p.15)라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연대하여 폭력과 불의, 부정한 권력과 싸우던 시대는 흘러갔다. 하지만 하림은 아직 예술가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이론으로 무장한 학자와 운동가들은 할 수 없는 일, 재미있게 하고 남들과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인권운동이다."

 

사시사철 기차여행에서는 봄에 떠나기 좋은 여행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올해 5월과 6월에는 긴 연휴가 있어서 누구나 봄철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고, 각종 축제와 행사도 이 기간에 집중되어 있다. 관광열차에 대한 소식은 들은 바 있으나 평소 기차역에 가면 붙어있는 관광열차 현수막을 그냥 흘려보고 지나가듯, 구간구간 관광열차 상품이 있는 줄 몰랐다.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여행길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상화박물관은 샘터를 읽을 때 찾아서 읽게 되는 꼭지이다. 이번에는 쥘리 마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교양있는 상류층 집안에서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집을 드나드는 환경에서 살아온 쥘리 마네의 인생은 어땠을까? 쥘리의 일기에는 뛰어난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지가 나온다. "그것이 행복한 경험이기도 하려면 본인 역시 뛰어나거나 아니면 아예 멍청해야 한다." 모든 걸 다 가진 것같은 그녀에게도 그러한 환경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이번 5월호 샘터에서는 몇 가지 줄을 그어 둔 부분이 있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우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음과 의지에 의해, 그리고 '행동'에 의해." 

 
​누군가 내게 물었다. 기적을 믿느냐고. 나는 기적을 믿는다. 아니, 보았다.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삶을 이어주기 위해 늘 깨어 있으며 묵묵히 연구하는 것,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이 기적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2014년 샘터삼 수상작들이 실렸다. 동화부문 당선작 "착한 어린이를 위한 설명서"
정말, 지금의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걸까? 이 동화를 읽는데 그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찾아내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우리는 착한 아이가 되기를 가르치지 않았는가, 시키는대로 할 것, 어른들이 안내하는 대로 할 것.
이 동화에서는 착한 어린이보다 행복한 어린이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결말이 뻔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읽히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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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 - 198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5
돈 우드 그림, 오드리 우드 글, 조은수 옮김 / 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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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우드의 그림책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도 있겠지만, 뒤늦게 보게 된 이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원서와 함께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선생님께서는 원서를 통해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번에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도 원서를 함께 보게 되었다.

 


임금님은 왜 꿈쩍도 안하는걸까?

표지에서는 커텐 뒤에 숨어서 얼굴만 내민 임금님이 보이고, 신하들이 임금님을 나오게 하려고 꼬우는 장면이 보인다. 표지를 넘겨 처음 만난 쪽에서는 위와 같은 그림이 보인다. 성 곳곳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들을 찾아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았다. 성 맨 위에는 누군가가 뽀얀 김을 내면서 목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신하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한 남자(?)가 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누구일지, 저 위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을 한 다음, 다음 쪽을 펼쳤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소년의 모습, 그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물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과 창 밖으로 여전히 하얀 김을 내보내며 목욕하는 남자가 보인다. (사실은 내가 임금님이 목욕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그림책을 처음 펼친 아이들은 목욕이라는 것을 바로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 옷을 벗은 채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성 위의 남자가 목욕을 하는 거라면, 이 소년은 목욕물을 들고 올라가는 것이다. 수도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시대의 모습일 것이며, 어린 소년은 자기 몸보다도 더 큰 물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고된 노동 중이다.

 


그 소년은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 큰일 났어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 누가 임금님 좀 나오게 해 주세요!"

그렇다, 저 벌거벗은 사람은 임금님이고, 저 어린 소년은 임금님의 목욕물을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간 것이다. 소년에게는  임금님이 목욕통 속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큰일이다. 당연히!!

아침부터 목욕통 속에 들어가 앉은 임금님.

신하들은 전투를 할 시간이라거나,점심을 먹을 시간이라거나, 낚시를 갈 시간이라거나, 가면무도회를 할 시간이라며 임금님을 불러낸다. 그런데도 임금님은 목욕통 속에서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다. 임금님의 목욕통은 전장이 되기도 하고, 식당이 되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하고, 무도회장이 되기도 한다.



목욕통 속은 임금님이 해야 할 일들로 가득찬다. 임금님의 표정은 신나고, 즐겁다. 그러한 목욕통 안에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하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내게는 매법 목욕통으로 그러한 물건들을 날라 무대를 만들어주는 소년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각 장면에서는 목욕통이라는 틀을 깨고 속을 들여다보면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전쟁터에서는 누가 나와 있는지, 임금님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연못에는 어떤 물고기와 곤충들이, 그리고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화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신하들이 임금님에게 할 일을 알려주고, 목욕통 속에서 즐기는(?)동안 소년은 여전히 일을 한다. 커텐을 걷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소년의 고민-임금님이 목욕통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신들이 어린 시절 목욕통 속에서 했던 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한솔이에게 너도 어릴 때 물에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았어, 라며 경험을 공유해준다. 그러면서 그림책 속의 소년은 아마도 엄마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라고 얘기했더니 엄마도 내가 목욕통에서 빨리 나오기를 원했어? 라고 물어온다. 그럼~!!





하루종일 임금님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고생한 것은 신하들도 왕비도 아니고, 내 눈에는 소년으로 보인다.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소년이다.



목욕통 속에서 놀고 있는 사람은 임금님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대치시켜 살펴보면, 우리집의 임금님인 아이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 아이들은 자기가 왕인양 행동한다. 모든 걸 다 해주는 소년같은 엄마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떤 일을 할 때 그것만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책을 읽거나, 자기 방에서 놀때라고 답을 하였다. 만약 엄마가 너에게 그것을 그만 두라고 하고 나오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물어보았다. 아이의 대답은 책을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아직은 오로지 그것만 하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끄는 영역이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림책에 그려진 내용만으로도 이야깃꺼리가 무궁무진한다. 거기에 인물과 장소를 바꾼다면 함께 읽고 있는 아이와 대화를 나눌 내용도 많아질 것이다. 이 그림책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그만 두려하지 않는 아이와 함께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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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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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족보라는 재미있는 제목에 무슨 얘기일까? 궁금해졌다.

 

구렁이는 파충강 뱀목(유린목) 뱀아목 뱀과에 속하는 뱀으로 "굵(굵다)+엉이 -> 굴겅이 -> 굴헝이 -> 구렁이" 로 변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의 뱀 종류에 비해 "굵은 류(類)"라는 의미의 말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보면 구렁이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우리 주변에 구렁이가 많았다는 말이다. 구런이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옛 이야기 속의 구렁이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작은 동물이나 인간을 괴롭히거나 원한 맺힌 모습으로, 때로는 신성한 동물이나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동물로. 작은 설치류 동물을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듯하다.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 되고 있지만, 크고 힘이 쎄서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남획되기도 한단다. 먹이를 먹고 일광욕을 꼭 해야 하므로 큰 바위 위나 나무 위에 늘어져 있는 구렁이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뒤에도 가끔 날이 따뜻해 지면 굴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겨울잠을 잘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인천연안의 덕적도 인근 굴업도라는 섬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이야기 속의 나는 잠을 자다가 갑갑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는데, 마치 가위에 눌린 듯한 모습이다. 그를 감싸고 있던 것은 구렁이였다. 집에서 구렁이라니! '나'는 아파트에 살다가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아이이다. 뭐, 그렇다고 산밑에 있는 단독주택에 이런 구렁이가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우리 집도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인데, 구렁이는 본 적이 없고 지네 정도? 하하하.

 

 


 

우리 옛 이야기를 보면, 흔히 이런 동물들이 우연히 인간에 의해 목숨을 건지거나, 목숨을 잃은 후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숨을 건진 구렁이는 당연히 은혜를 갚기 위해 왔을테고, 목숨을 잃은 구렁이는 복수를 위해 왔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나"는 다행히도(!!) 구렁이의 목숨을 구해 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구렁이가, 우연히 '나'에 의해 목숨을 건지긴 했다쳐도, 왜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와 그 부모, 또 부모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한걸까? 그것은 구렁이가 언젠가부터 자기 말고는 다른 구렁이를 본 적이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 어쩌면 자신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구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이 구렁이에게 '스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스스는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잘 있나 보러갔다가, 무너진 산과 새끼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음을 본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생태계를 마구 훼손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비춰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훼손이라는 생각없이 그저 예쁘고, 보기 좋게, 그리고 편하게 바꾼다고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이고, 그 변화는 그들을 살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만약에 눈 앞에 구렁이처럼 큰 동물이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순전히 인간에게) 동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잡아들이고 죽이는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진 동물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 옛 이야기에 구렁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개체가 우리 주변에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마치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호랑이처럼 구렁이도 그런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스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족보를 만들어주면 떠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고, '나'는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기로 한다. 제일 처음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구렁이에 대한 책을 빌려 보는 것. 구렁이가 무엇인지 알아야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요즘 아이들이라면,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을 법하나, 역시 이야기는 이야기? 이 아이는 도서관에 가서 뱀에 관한 책 두 권을 빌려 온다. 우리 아이들도 이 점은 본받았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인터넷검색을 하면 내가 위에서 구렁이에 대한 정보를 적었듯이 내가 검색한 딱 그 내용만 알게 되지만, 관련 책을 읽다보면 더 넓고 깊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의문에 답할 수 있는 많은 책들이 도서관에, 혹은 서점에 구비되어있다면 더 좋겠지.



 

구렁이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는 구렁이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내가 구렁이를 알아가는 동안 스스는 인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엄마가 벗어놓은 옷들, 옷장에 걸어놓은 옷들을 커다란 구렁이가 벗어놓은 허물로 착각한 스스의 행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이다.

스스는 나에게 구렁이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구렁이가 나오는 우리의 옛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냥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구렁이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은혜갚은 까치 이야기에 나오는 구렁이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뭐든 빨리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조급증을 꾸짖기도 하고,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자연을 훼손시키고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스스로 구렁이에 대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만든 구렁이 족보의 마지막 구절이 그러하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이 비단 구렁이 뿐일까? 얼마 전에는 순천만에서 1급수에서만 살고 있는 수달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인간의 탐욕이 담긴 수많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낚시터에서 잡은 물고리를 훔쳐가는 나쁜 도둑으로 몰리고 있는 수달이었다. 아마도 그건 수달이 아니라 비슷한 다른 종류일 것 같은데.... 어쨌든, 그들이 거기서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훔쳤다면 그것 또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았았을까? 역지사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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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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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이 들어있는 책이다.

묵상잠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나,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정서적으로는 불교에 가까운 터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열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쯤 읽어볼 만하다 여기는 것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고, 그 말이 우리 삶에 또다른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한장 한장 읽어본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사진에 마음이 동하여 한참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글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물론, 내 마음에 아무런 물결을 일으키지 못하는 페이지도 있다. 나의 상황, 나의 감정적 상태에 따라 많은 부분이 정해진다.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아니라 한 문장, 한 편의 시가 마음에 와 닿을 때라야 의미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언제였더라, 칼릴지브란의 시가 꽤나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저 인생이 랄랄라 즐거울 때여서 그랬는지 그 시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오늘에서야 마음 한 편이 찌르르 해옴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달라졌음일 테다.

 

 


한 편의 시를 읽어본다.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람할 수 없으므로.

 

세익스피어 소네트 89 중에서

 

누군가를 미워한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어디 한 두번이랴만은, 최근에 그것도 아주 최근에. 미워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이었다. 밉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밉게 보였다. 그 사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여감을 느꼈다. 결국은 남을 미워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란 걸 새삼 다시 알게 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다면 어떨까? 내 자신이 그런 상대라면. 미워하는 사람도, 미움을 받는 사람도 매한가지로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랴. 그저 허허 웃고 말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울림을 그다지 많이 받지 못했다. 다만 몇 부분에서 공감을 했을 뿐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약간의 거부감도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은 말씀들이 가슴에 많이 남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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