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 - 창작 판소리 동화 쑥쑥문고 80
김회경 지음, 오치근 그림, 이일규 감수 / 우리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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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소리 동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우리교육의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을 읽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전래동화라고 익히 듣고 알고 있는 흥부전, 심청전 등이 모두 판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본다면, 판소리의 형태는 우리에게서 낯선 것일지언정, 그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소리도 창작동화의 한 영역으로 넣어 창작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책에서는 판소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 수 있다.

판소리 창작동화이니 판소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듯하다. 이 작품은 글에 장단을 붙여 판소리로 부를 수 있게 지은 동화이다. 판소리를 하려면 일단은 소리꾼, 고수, 청중이 필요하다. 판소리 내용을 글로 적은 것을 '사설'이라 하니 이 동화는 사설에 해당하는 셈이다.

호랑이가 오누이를 쫓아가는 이야기하면 해님달님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등등...우리가 딱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면 창작동화가 될 수 없을 터.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인지, 호랑이같은 진짜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랑이 한마리가 오누이가 사는 집 앞에 와서 오누이를 불러댄다. 오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수수께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다가 엄마가 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려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하는 아이들, 문 안으로 쑥 집어넣은 팔에 털이 복실복실하다. 상황을 묘사하는 곳에서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된다. 중중모리였다가 휘모리였다가 자진모리였다가.

호랑이에게서 도망 나온 오누이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도망을 간다.

두엄더미 속에 숨은 오누이를 발견하지 못한 호랑이가 두엄더미를 푸는 농부아저씨 앞에서 거짓울음을 울며 아이들을 찾는다.

겨우 도망친 오누이가 산비탈 집에서 도움을 구하지만, 아주머니는 호랑이 말만 믿고 아이들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사실, 전래동화 속 오누이들에게는 이런 일은 없었지만, 도망가는 오누이를 보살펴주거나, 호랑이엄마로부터 보호해주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았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오누이는 부모 말을 듣지 않고 도망 나온 말 안듣는 아이들이다. 가정폭력에 병든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무관심, 혹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겨우 도망나온 오누이가 수수께끼를 내며 서로를 다독이는데, 그 내용이 실랄하다.

이웃 사람 하나 죽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 옆 사람 호랑이한테 물려 가든 귀신한테 잡혀가든 아랑곳 없어. 제 한 몸 잘 먹고 잘 살기 우선이요, 제 하고 싶은대로 하자드니 못된 짓 착한 짓 구분할 필요 없이 인정없게 구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요?

호랑이인지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고?
그 사람 호랑이 마음 가진 사람이오. 겉모습 사람이되 호랑이 마음 들어 있는 호랑이 같은 사람이지요.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도망치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수수께끼 속에 녹여내니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혹시 그런 호랑이 같은 마음을 가지 사람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람인지 호랑이인지 구분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할까? 뭐 이런 건 어른인 내 마음이고, 아이들은 어쨌든 오누이가 저 호랑이한테서 얼른 도망가기를 바랄 터이다.

살구나무 신령조차도 호랑이 말을 믿고 오누이를 내치려 하지만, 결국에는 호랑이의 본 모습을 알고 미안하다 한다. 우리는 이웃집 아이가 어떤 일을 당하든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저 아이 도와주다 내가 어떻게 될까봐 피하고 눈감았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오누이가 잡아먹히고 나면 우리 차례인것을. 남의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곧 남의 일이다.

호랑이 뱃속에서 살아돌아온 엄마와 오누이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었던 늑대처럼, 염소네 가족을 모두 삼켰던 늑대처럼 호랑이도 제 뱃속의 어미를 토해낸다. 진짜 호랑이가 잡아먹었던 어미인지, 호랑이같던 어미가 개과천선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호랑이의 탈을 쓰고, 제 아이를 못살게 굴고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어른들 소식이 들려온다. 오누이처럼 도망쳐 살아나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 책 속 호랑이는 전래동화 속 호랑이일수도 있지만, 어미의 탈을 쓴 호랑이 마음을 가진 어른일 수도 있겠다.

나는 왜 자꾸 이 호랑이 이야기가 그렇게 읽히는지...

판소리 장단에 맞춰 읽어보니 속도감도 있고, 상황과 분위기도 느껴진다. 글로 표현된 문학이지만, 거기에 소리가 입혀지고 장단이 끼어들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는 듯하다.

내용도 형식도 알맞게 자리를 잡은 책이다.



책에는 호랑이와 오누이 이야기말고도 요깨동굴 이야기가 한 편 더 있다.

랩풍으로 읽어가는 부분도 있고, 판소리의 형식을 살려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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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짜면 곱빼기 주세요! 샘터어린이문고 46
하신하 지음, 이작은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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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짜면은 뭘까? 표지그림을 보자니 짜장면같은데...
첫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그림이 나온다. 짜장면과 짜장면 위에 올려진 구름들..
저 구름들이 꿈일까?

꿈이 없는 아이를 위한 꿈짜면 출시!
한 그릇도 배달됩니다.

수리는 아직 꿈이 없다.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도 없고, 그저 아이들과 장난치고 떠들고 노는 게 일이다.
아이들 별명을 지어서 놀리고, 놀렸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시무룩해지는 아이.

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를 생각나게 한다.
그때도 아이들의 별명들도 대부분 이름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것들로 지었던 것 같다. 내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부르는 것에 바르르 화를 내고, 그 재미에 또 별명을 불러대던 장난꾸러기들.

수리의 행동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전 초등학교 밴드에서 동창들을 보았을 때 그 아이들도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기억되고 기억나게 했다. 별명은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이름인 셈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수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멋지고 폼 나는 꿈을 이야기하는데... 수리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친구들의 꿈도, 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꿈=직업 이라는 공식이 어쩌면 정형화되어버린 듯하다.

문득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꿈은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주 포괄적이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고, 그걸 듣는 아이들도 좋아했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좀더 자라면서는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가르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리의 엄마는 의사선생님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짜장면을 만드는 아빠는, "아무거나"라고 대답을 한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두고 뭘 할지 고르는 장면이 딱 떠오른다. 뭐 먹을래? 하고 물었을 때 아무거나 라고 답하는 게 질문자의 속을 얼마나 터지게 하는지는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그렇지만, 거기 있는 음식이 어떤 게 맛있는지, 어떤 게 좋을지는 먹기 전엔 모른다. 결국은 남들 먹는 거 따라 먹거나, 돈에 맞춰 결정할 수밖에.

우리가 꿈을 가질 때도 그렇다. 내가 장래에 뭐가 될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지, 또 어떤 일을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는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게 하거나 직업을 소개하는 것이 유행한다. 그런데 뭔가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직업을 권하고 있다.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하는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 책에서 그런 걸 발견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책이라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나는 백년가게의 백년할머니의 일을 도와주면서 수리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년가게의 할머니는 가게에 앉아서 동네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옷수선을 해준다. 수리가 배달을 하러 갔을 때 슈퍼의 아저씨는 딱 알맞은 토시라며 좋아했고, 약국의 약사선생님은 옷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하였다.

수리가 배달을 하면서 어떤 일을 했을 때 상대가 즐거워하거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의사선생님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 아프고 병들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이 나았을 때 보람을 느낄 것이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리한 업무로 인해 뭔가가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런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하고 있는 일들이 즐겁지도 않고, 그 일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만족을 느끼기 힘들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혹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기 자신은 또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하는 것을 좀더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수리도 그런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기를 바랐다.

백년할머니는 가게에서 늘 자신의 일만 하고 밖으로 나와보지를 않는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어디 마법의 성에 살고 있는 마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할머니는 자신에게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주신다. 그렇지만 할머니도 행복하신 건 아니다. 멀리 있는 손자 얼굴을 보고 싶지만, 방해가 될까봐, 자신이 가면 불편해할까봐 망설인다. 그 망설임을 지켜보던 수리가 할머니를 동네 놀이터로 모시고 나온다. 할머니는 오랫만에 바깥 나들이를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도 바뀐다.

어떻게 보면 수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별명 짓는 걸 좋아하는 수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한다. 그것도 이제는 들어서 기분 나쁜 별명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이름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다른 직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늘 문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진영이도 자신의 꿈을 찾는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자, 수리 아빠가 면을 봅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직 꿈이 없다고? 괜찮아! 짬뽕이 좋은지, 짜장이 좋은지는 많이 먹어 봐야 아는 거니까!" 라고.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자신의 꿈을 찾는 일, 그리고 그 꿈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을 많이 경험하길 기대한다. 지금은 막막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더라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꿈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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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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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무엇때문일까?

보이지도 않는데, 무엇을 어떻게 찍었다는 말일까?

나의 의문은 확인해보고 싶다는, 그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인사이트캠페인.

나는 처음 들어보았다.

이 책을 보고서야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 아이들도 세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찍을 수 있구나.

흔한 인증샷이 아니라, 마음을, 생각을, 사랑을, 바램을 표현하는 이런 사진도 있구나.

나는 계속 혼잣말을 되내었다.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우리집 아이도.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인증샷을 남기는 편이고, 우리집 아이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찍는다.

내가 찍는 사진은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그닥 없어보인다.

그저, 찍어야하기 때문에, 남한테 뭔가 보여주기 때문에 찍는다.

우리집 아이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찍는다.

적어도 지금은.



이 아이들은 무엇을 찍고 싶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찍고, 자신이 찍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이들은 찍는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찍는 것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 만지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들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찍는 것 자체가 좋아서이다.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해 이미지를 저장한다.

그 이미지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이 아이들은 본다.

우리가 그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 찍는데 멀두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찍는다. 그러니 그 사진에는 수많은 마음이 찍힌다.

이야기가 찍힌다.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지만,

그 감각때문에 사진은 이야기가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

 무엇을 써야 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눈을 감고 상상하게 한다.

소재를 던져주고, 그 소재를 중심으로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소리를 담고, 빛을 담고, 마음을 단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면 어떨까?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이 책에 있는 사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가?

 


 

 

 

 세상을 찍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찍고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사진을 통해 나를 드러낼 수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

 

 

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궁금하고, 얼마나 알고 싶을까?

그런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전해지는 사진들이다.

 

 

사진을 찍는 일이 쓸데없고 쓸모없는 일이라 하여도,

찍는 이와 보는 이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창이 되어준 것 같다.

그러니 이것이 어찌 쓸데없는 일이고, 쓸모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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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 '이상봉'이라는 분이 있어요. 이분은 <안녕 하세요!>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맹인학교 아이들과 '사진부'를 만들어서 오래도록 사진을 가르치고 찍는 일을 하셨지요. 나중에 이상봉 님이 쓴 책도 찾아서 함께 살펴보셔요. 그러면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며 사진찍기'를 한결 널리 헤아려 보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하양물감 2014-02-28 14:47   좋아요 0 | URL
네 챙겨서 보겠습니다...^^;
 
샘터 2014.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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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3월호 표지의 개나리색이 참 화사하게 보인다.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처럼.

 

특집 제목이 유달리 눈에 띄었던 것은 아마도, 얼마전에 지나간 내 생일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지만, 누구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전자가 아닌 후자인 경우.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의 방학을 이용해 큰맘먹고 올라갔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시간을 잠깐 보내고 왔었다. 아무래도 이런 서울투어가 가능한 버스 정보는 알아두는 게 좋을 듯싶다.

서울 사람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서울에는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과 공간이 정말 많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것,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것, 각종 전시와 공연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가끔 서울에 가게 되면, 왕복차비와 오고가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서울에 도착해서는 쉴틈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럴 때 낯설고 복잡한(상대적으로) 교통과 환경은 봐야 할 것을 놓치게 만들고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좋은 정보인 것 같다.

 

며칠 전 우리 도서관에 왔던 녀석이 읽고 있던 책이 '나무도둑'이었는데 순간, 밤손이가 나오는 '나무도령'과 헷갈려서 실수를 할 뻔 했다. 옛 이야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특집은 '생일'이다. 결혼 전에는 그냥 일상적인 것이어서, 그러니까 당연히 끓여주는 미역국과 팥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던 생일이 결혼과 함께 내가 내 손으로 준비해서 먹어야하는 날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함께 사는 어른들, 남편, 아이의 생일밥은 챙기게 되지만 정작 나 자신의 생일밥은 차리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내 생일에 일주일쯤 앞서 시어머님 생신, 그 일주일 앞이 시아버님 생신이다보니, 아무래도 마지막인 그날은 챙기지 못하게 된다.

이 특집을 읽다보니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싶다. 생일이 누구에게나 기쁘고 즐거운 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려니 도 닦는 기분이 든다. --;;

 

반짓고리 상자를 보지 못한 지 꽤 되었다. 우리집에는 이것이 없다. 그러니까 나와 남편, 아이가 사는 이 집에 말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있었던 저런 반짓고리. 구멍난 양말을 꿰매고, 단추를 달고, 고무줄을 넣던.

문득, 옛날 우리 엄마의 반짓고리를 떠올리게 한다.

 

통하였느냐를 읽다보면, 딱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마련한 코너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도, 개그프로그램도 거의 보지 않는.

우리집 고정 채널은 뉴스프로그램이다. (--)

그래서 이런 유행어가 나오면 잠시 띵~!해질 때가 많다.

우리집 아이도 학교 친구들이 이런 유행어를 쓰는 것을 듣고 따라쓰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따라 쓸 나이가 아니라 그저 웃고 말지만, 솔직히 계속 듣다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유행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건 좋지만, 과한 사용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아는 어떤 회사에서는 칼퇴근 엄수를 지시한다. 퇴근시간 이후에 회사에 남아있으면 감점대상이다. 물론 야근이 꼭 필요한 날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근무 시간 내에 효율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집에 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보내며 충전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난다.

 

 

이번 3월호는 생각을 하게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호의 주제나 이야기들이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많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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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생일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서울은 숲이 없기에
그나마 문화시설이라도 잔뜩 놓아서
사람들 마음을 달래야 하리라 생각해요.
서울에는 문화시설은 많지만
막상 느긋하게 쉴 공원이나 숲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찾아가기도 어려워요.

아아, 우리 집 아이들 구멍난 옷을
반짇고리 찾아서 기워야겠군요 @.@

하양물감 2014-02-28 14:4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숲이 없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나마 문화시설도 있고, 바다도 있고, 숲도 있고, 볼거리, 놀거리 있는 곳은 해운대라는...뉴스에서 보이는 고층빌딩과 이국적인 풍경은 해운대지요. 부산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꿈꾸는섬 2014-02-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양물감님 생일상은 다른 사람이 챙겨줘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식구들 생일상 차려주신만큼 하양물감님의 생일상은 다른 사람이 챙겨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어머니나 남편이 조금만 신경 써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저흰 제 생일엔 남편이 다른 건 안해도 미역국은 꼭 끓여주거든요.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더라구요.
지나간 생일말고 이제부터는 앞으로 다가올 생일엔 다른 식구분들이 챙겨주셨으면 좋겠네요.
누구나 저마다 특별하든 평범하든 우리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을 축하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하양물감님 축하드려요.^^

하양물감 2014-02-28 14:4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결혼 초기엔 그래도 시어머님이 부러 챙겨주시더니...언제부턴가 싹 잊어버리셨네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내 생일 내가 챙겨먹기 참 거시기해요...

hnine 2014-02-2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사진 자리가 엑스 표시로만 나타나고 사진이 안보여 궁금했는데 지금은 보이네요 ^^
월간 샘터는 제가 아주 오래 전에 정기구독하기도 했던 잡지여서 지금도 애정이 남아있어요. 제가 대학생때라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채봉 작가님, 그리고 소설가 한강, 김윤덕 기자 등이 모두 편집자 칼럼에서 눈에 익은 이름들이었지요. 대학로 샘터 사옥도 기억나고요.
한솔이가 좀더 크면 엄마 생일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을거예요. 그리고 옆구리 찔러서라도 생일은 가족들 축하를 받으시면 좋겠어요.
겨울이 생일이시군요. 가까운데 계시면 케잌과 차라도 함께 하고 싶은, 제 마음이라도 전달합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하양물감 2014-02-28 14:46   좋아요 0 | URL
hnine님, 저도 샘터를 보면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참 오래된 잡지지요. 개인적으로, '샘터'와 '작은것이아름답다'를 즐겨보는 편이랍니다.

생일이란거 별것 아니다싶다가도 가끔 욱하고 올라올때가 있어요^^ 고마워요~
 
샘터 2014.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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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3월호 표지의 개나리색이 참 화사하게 보인다.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처럼.

 


특집 제목이 유달리 눈에 띄었던 것은 아마도, 얼마전에 지나간 내 생일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지만, 누구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전자가 아닌 후자인 경우.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의 방학을 이용해 큰맘먹고 올라갔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시간을 잠깐 보내고 왔었다. 아무래도 이런 서울투어가 가능한 버스 정보는 알아두는 게 좋을 듯싶다.

 

서울 사람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서울에는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과 공간이 정말 많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것,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것, 각종 전시와 공연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가끔 서울에 가게 되면, 왕복차비와 오고가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서울에 도착해서는 쉴틈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럴 때 낯설고 복잡한(상대적으로) 교통과 환경은 봐야 할 것을 놓치게 만들고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좋은 정보인 것 같다.



며칠 전 우리 도서관에 왔던 녀석이 읽고 있던 책이 '나무도둑'이었는데 순간, 밤손이가 나오는 '나무도령'과 헷갈려서 실수를 할 뻔 했다. 옛 이야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특집은 '생일'이다. 결혼 전에는 그냥 일상적인 것이어서, 그러니까 당연히 끓여주는 미역국과 팥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던 생일이 결혼과 함께 내가 내 손으로 준비해서 먹어야하는 날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함께 사는 어른들, 남편, 아이의 생일밥은 챙기게 되지만 정작 나 자신의 생일밥은 차리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내 생일에 일주일쯤 앞서 시어머님 생신, 그 일주일 앞이 시아버님 생신이다보니, 아무래도 마지막인 그날은 챙기지 못하게 된다.

이 특집을 읽다보니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싶다. 생일이 누구에게나 기쁘고 즐거운 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려니 도 닦는 기분이 든다. --;;

 

 


반짓고리 상자를 보지 못한 지 꽤 되었다. 우리집에는 이것이 없다. 그러니까 나와 남편, 아이가 사는 이 집에 말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있었던 저런 반짓고리. 구멍난 양말을 꿰매고, 단추를 달고, 고무줄을 넣던.

문득, 옛날 우리 엄마의 반짓고리를 떠올리게 한다.



통하였느냐를 읽다보면, 딱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마련한 코너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도, 개그프로그램도 거의 보지 않는.

우리집 고정 채널은 뉴스프로그램이다. (--)

그래서 이런 유행어가 나오면 잠시 띵~!해질 때가 많다.

우리집 아이도 학교 친구들이 이런 유행어를 쓰는 것을 듣고 따라쓰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따라 쓸 나이가 아니라 그저 웃고 말지만, 솔직히 계속 듣다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유행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건 좋지만, 과한 사용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아는 어떤 회사에서는 칼퇴근 엄수를 지시한다. 퇴근시간 이후에 회사에 남아있으면 감점대상이다. 물론 야근이 꼭 필요한 날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근무 시간 내에 효율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집에 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보내며 충전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난다.

 

이번 3월호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호의 주제나 이야기들이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많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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