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초등영재들의 수학공부법 - 수학동화로 원리 잡고 수학일기로 사고력 잡기
박정희 지음 / 상상너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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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녀교육과 학습법을 다룬 책들이 제법 많다. 나도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낸 아이의 학부모로서 조금씩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치동', '영재'와 같은 단어는 이 분야에서 빼놓지 못할 필수단어처럼 보인다. 이 책의 제목도 그렇게해서 나온 것일듯.

 

내가 내 의지로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책의 제목보다는 부제에 관심이 갔기때문이다. 이렇게 멋진 부제가 제목이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을까? 어쨌든, 대치동의 수학전문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우수한 수행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썼으니 제목과 내용이 따로 놀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치동'과 '영재'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다행인지 이 책의 저자도 부제의 '수학동화'와 '수학일기'에 중점을 두고 써내려간 듯하다.

 

우리집 아이는 또래에 비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이해력도 빠른 편이다. 책의 재미를 알고 있으며 읽어내는 속도나 이해력 측면에서도 부족하지는 않은 편이다. 학교에 들어간 이후 이제 겨우 1년인데 아이 입에서 '나는 수학을 못한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못한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기인데, 그리고 실제로 그리 못하지도 않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못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게 안타깝게 여겨졌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수학동화로 원리잡고 수학일기로 사고력잡기'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우리집 아이는 책 읽기에 부담이 없는 편, 게다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내용 이해도 빠른 편이라 잘하는 장점을 살려 어려워하는 수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초등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스팀'이니, '스토리텔링'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방식이 아닐까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얼마만큼 그 부분을 잘 살려 교육을 할까 하는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다.

 

수학문제집을 푸는 것만으로는 사고력을 강조하고 문제해결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수학 교육 트렌드에 대처할 수 없다'(p.21) 

수학이 추상을 다루게 되면서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를 배울 때 추상을 다루는 능력을 획득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추상을 다루는 능력을 수학에 적용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p.22) '

추상적인 개념이 등장하는 5학년부터는 문제를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학적추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언어능력이 좋아서 문제를 잘 이해했더라도 수학적추론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는 문제를 잘 풀었다고 생각하는데 답이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p.23)

"수학을 잘하려면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을 접하는 시간이 기본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수학을 잘하는 불문율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렇다고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아이들에게 하루에 몇 시간씩 수학문제집을 풀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며, 그 대안으로 수학동화책 읽기를 권한다.

 

나는 수학동화, 경제동화 등 동화 앞에 붙은 이러한 단어들에 거부감을 느껴왔다. 동화의 참맛을 알기도 전에 지식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러한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짐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아래의 내용 때문이다.

 

"읽는 능력이 먼저다"

 

최근 학교 교육에 도입된 스토리텔링 수학은 이야기를 통해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추론해서 그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줄거리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원리적 접근을 할 수가 없다. 그럼 그런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식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순수 창작동화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글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창작동화를 먼저 읽어야 한다. (p.32~33)

내가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 것은 바로 저것때문이다. 읽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제 수학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수학동화를 추천한다. 글을 쓰는 저자에 의해 재미있게 각색된 내용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지루한 내용을 흥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셈이다. 거기에 차분하게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 환경에는 부모가 자리한다.

 

저자는 왜 수학동화와 수학일기에서 답을 찾게 되었을까? 저자는 "수학동화를 읽고 수학일기를 쓰는 것이 아이들의 언어적 능력을 수학에 적용시키는 최선의 훈련"(p.51)이라고 하였다. 재미있는 수학동화를 통해 흥미를 높이고, 책을 통해서 풍부한 배경지식을 쌓고, 수학일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이다.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였지만 어떤 동화를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수학일기는 도대체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 책의 뒷부분은 저자가 직접 가르친 아이들이 읽은 동화와, 아이들이 직접 쓴 수학일기를 샘플로 보여준다. 수학일기는 잘 쓴 것과, 조금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수학동화를 함께 읽는 것 정도에서 그칠 것 같다. 수학일기 쓰기의 첫 단계까지는 잘 따라갈 듯도 싶다. 문제는 아이가 쓴 수학일기에 코멘트를 달아주고, 격려를 해주는 방법인데, 이것은 내가 더 공부해야 할 일이다.

 

일단은 저자가 추천한 도서로 아이와 함께 수학동화 읽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나누다보면 앞으로 우리(아이와 나)가 해야 할 것에 대해 알게 되겠지. 저자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부모가 낫다고 하였다. 무작정 학원으로, 무작정 문제집 풀기로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가 수학이라는 학문을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말일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 궁금증이 생기고 궁금증이 생기면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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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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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부산에서도 눈이 하루종일 내렸다. 그럼에도 쌓이지는 않았지만.. 눈이 날리는 걸 보면서 이 책 [쓰가루 백년 식당]을 보니 표지 그림이 마치 눈 쌓인 나무 같다. 벚꽃이 흩날릴 땐 벚꽃비보다는 벚꽃눈이 날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쓰가루 백년 식당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열린다. 일본의 벚꽃놀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봄이 되면 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많은 행사가 열리긴 하지만, 일본에서 벚꽃축제란, 사람들에게 추억은 물론이고 현재진행형의 기억을 남기는 듯하다.

 

그동안 매스컴이나 기타 자료를 통해 일본에는 백년 이상 된 가게들이 여전히 성업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나라가 상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이 한 고생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대를 이어 물려주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가게마다 원조니, 몇대째니 하는 간판을 거는 걸 보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쓰가루 백년 식당의 비결은, 맛있는 국물과 음식을 손님에게 팔겠다는 생각, 그것이 아닌가 싶다. 데쓰오가 아들 유이치에게 식당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들이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어쩌면, 이 식당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마음가짐을 다시 하라는 뜻도 있었던 것 같다. 선대가 물려주신 식당을 그 명성만 믿고 안이하게 운영을 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게를 이어온 그들만의 정신, 돈을 벌겠다는 장삿속이 아니라 뼈속까지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 좋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유이치는 쓰가루를 떠나 도쿄에서 풍선아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며, 자기보다 어린 후배들이 차고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청년이다. 그에게 꿈이 없었을까? 그의 꿈은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일본최고의 가게로 만드는 것이었다. 도시로, 도시로 떠나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년들이 어디 한둘이겠나? 풍선아트를 하는 것은 정식직장이기부다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 그가 우연히 만난 나나미는 같은 고향 사람이면서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고 있는 여성이다.

 

유이치와 나나미의 관계는 현실 속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의 만남과 대조적으로 식당의 창업자인 겐지와 도요의 관계가 펼쳐진다. 겐지는 발가락이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그를 늘 특별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고 응원해준 어머니가 있었다. 또한 겐지 주변에는 멋진 친구들이 함께 했다. 겐지가 도요와 결혼을 하고, 식당을 차리고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역할은 크다.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며, 그들에 의해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겐지가 도요를 만나 사랑을 이루는 것도 그러하다. 용기있는 자가 성취한다.

 

유이치와 나나미의 관계는 현대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모른 채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던 유이치에게 나나미는 자신의 꿈을 좇아 노력하는 여성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읽으면서 내내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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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루지 못한 꿈이라면
곧 이룰 꿈이 될 테지요.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매화꽃이 눈처럼 날리는
봄이 코앞이네요.

하양물감 2014-02-12 06:39   좋아요 0 | URL
네 그렇네요. 봄을 앞두고 계속 눈이 내리니 그것도 걱정입니다.
 
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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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학교를 펼치자, 학교사람들 소개가 나온다. 산신령 가문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되고,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이 많이 나온 집안에서 태어난 꼬마 산신령 귀선, 스스로 태어난 고아 산신령 장군,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두레, 빼빼 마른 모습때문에 빼빼라고 불리는 빼빼, 눈도 얼굴도 몸도 둥그스름해서 동글이라고 불리는 동굴이,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교장선생님, 부엌에 사는 조왕할머니, 가장 무섭고 엄한 변신술선생님, 그리고 식물학선생님까지. 이 캐릭터들을 보는 순간, 나는 한솔이가 보는 애니메이션 '꼬마신선 타오'가 생각났다.

 

아마도 꼬마신선 타오를 본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대치해보자면, 귀선은 슈잉, 장군은 타오, 두레는 샤오밍, 빼빼는 홀펭, 동글이는 똥펭, 단군교장선생님은 대신선 라오, 조왕할머니는 부엉할머니 등등. 게다가 신선학교와 산신령학교니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가하는 데서 차이를 찾아야 할 터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꼬마신선 타오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이름도 그런 느낌이라면 산신령학교는 우리 나라를 무대로, 우리의 옛 이야기와 설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연오랑 세오녀가 나온다던가, 선녀와 나무꾼의 딸이 나온다는 식으로.

1권에서는 당연히 이 이야기를 끌고 갈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선이가 달봉이가 된 사연, 꼬마 산신령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될 선생님들, 그리고 연오랑 세오녀를 통해 한국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인 일본까지 진출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있는 일본에서의 모습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야기를 아껴둔 것 같기도 하다. (아, 만약 그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이 에피소드는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벌거숭이(산삼)와 도깨비들의 등장 등 이야기 곳곳에 관심을 끄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변신술을 통해 힘겨루기를 했던 꼬마산신령들의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익히는 장점도 있다. 빼빼와 동굴이의 역할은 달봉이, 장군, 두레에 비해 미미하다. 그렇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과 힘이 아니라 선대의 배경으로 큰소리쳤던 달봉이가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변화할지, 가진 것 없는 장군이가 산신령학교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장점을 키워갈지, 인간과 선녀 사이에서 태어나 산신령학교에 간 두레가 그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해갈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나 설화를 충분히 잘 녹여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쑥쑥 성장해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나갔으면 한다.

 

아이는 책을 재미있어했다. 내용이 조금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타오이야기랑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은 아이를 이야기에 쉽게 몰입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익숙함에 그치지 않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로 생명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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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태어난 아이가 '고아'라고 나온다면...
좀 거석하네요.

우리 옛이야기도 무척 넓고 깊으니
하양물감 님 말씀처럼
그 넓고 깊은 품을 고이 안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양물감 2014-02-04 20:34   좋아요 0 | URL
아, 고아라는 단어가 느낌이 그렇긴한데요. 어쨌든 부모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 같아요. 자연에서 스스로 태어난 아이거든요.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샘터어린이문고 42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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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송송의 이야기 세번째.

나는 앞의 두 이야기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세번째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앞의 책 두 권도 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각 권을 순서에 맞게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흐름, 재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9살이 된 한솔이는 이 책을 읽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재미있다고 한다. 앞에 등장인물 소개가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마녀가 되고 싶은 송송이와 송송이의 엄마가 그린 고양이 오디가 나온다. 송송의 엄마는 열일곱살에 복숭아를 먹고 송송을 낳은 만화가이다. 엄마가 그린 만화 속에 있는 고양이가 바로 오디이다. 까만 고양이라서 오디라는 이름이 붙은 것같다.

 

처음에 등장인물 소개를 읽으면서 왜 마녀네 고양이는 모두 까만색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도 까만고양이가 나오고, 마녀 위니에도 까만고양이가 나온다. 마녀와 가장 어울리는 고양이는 까만고양이? ^^;

 

학교친구들이 학원에 가거나 1등만 바라며 살아가는 모습과는 달리 송송은 마녀가 타는 빗자루를 갖고 싶은 여자아이다. 나중에 송송과 함께 마녀축제에 가게 된 해리, 피노, 키오도 구슬이나 딱지, 그리고 아는 척하는 오빠를 골려주기 위한 약을 구하고 싶어한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기만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이 친구들은 그런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즘 아이들도 딱지 좋아한다. 옛날과 달리 플라스틱 딱지라 나에게는 생소하긴했지만, 그들 나름대로 딱지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딱지놀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게임기나 휴대폰이긴 하지만 말이다.

 

송송은 마녀축제에 가면서 착한 일을 한다. 그 일은 바로 힘든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어려움을 겪지만, 착한 일을 하거나 남을 도와줌으로써 신물(?)을 얻어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패턴을 그래도 담고 있어서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다는 것은 이야기를 읽을 때 속도감을 부여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스토리지만,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자신의 상상이 맞는 것을 보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송송도 피를 한방울도 먹지 못해 배고파하는 벼룩을 위해 하루동안 자신의 몸을 빌려주고 노란 동백꽃을 얻고, 힘들게 팥죽을 젓고 있는 할머니를 도와주고 수수께끼의 힌트를 얻는다. 그리거 함께 가게 된 친구들과 힘을 합쳐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송송은 마녀의 빗자루를 받게 되는데, 그 빗자루도 완성된 빗자루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키워야 하는 빗자루다.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바로 성취하는데서 오는 기쁨도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기쁨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재미가 있고 교훈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게 하는 것 같다.

 

꼬마 마녀 송송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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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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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 자주 보인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고양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생활의 필요에 의해 고양이를 많이 키웠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개로 대체되는 듯했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길고양이 신세가 되어 음식쓰레기통을 뒤지는 녀석들만 자주 보였다. 최근에는 고양이가 다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이것도 인간의 변덕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이 책은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기억과 추억에 의지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물론 사라의 죽음 뒤 로라와 조시의 관계가 줄기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프루던스가 가진 사라와의 추억이 그 매개체가 된다. 프루던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프루던스의 마음은 전달이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사라와 로라 사이에 있었던 그 사건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엄마 사라와 로라 사이가 왜 틀어지게 된 걸까? 인간관계란 희안해서 아주 큰 사건으로 인해 더욱 단단해지는 관계가 있는가하면,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소원해지기도 한다. 사라와 로라 사이에 일어났던 그 사건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며 책을 계속 읽어가게 된다. 프루던스는 사건 이후에 사라의 집에 와서 살게 된 고양이라 프루던스도 어쩌면 그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을 좇아 일을 하게 된 사라. 사라와 애니스의 우정도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인간관계이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가치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 애니스는 사라의 가치 뿐만 아니라 조시가 자신의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도움을 준다. 특별히 뭔가를 해서가 아니라, 존재하며 공감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존재이다. 애니스에 대해서는 프루던스도 많이 알지 못한다. 오로지 프루던스에게는 사라만이 있을 뿐이다. 로라에게도 직장상사인 페리, 남편인 조시, 그리고 이웃집에 살던 만델바움씨가 그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아주 오랫만에 김춘수의 '꽃'을 라디오에서 들었다. 학교 때 배운 시라 그다지 감흥이 없는 시지만, 참 묘하게도 그 느낌이 와 닿은 하루였다. 프루던스에게 사라 역시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길고양이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텐데 프루던스도 사라를 만난 추억을 가졌고, 삶의 의미를 가졌다. 사라는 프루던스가 자신의 음악을 되찾아준 고양이라 생각한다. 로라의 집으로 온 후 마음을 열지 않던 프루던스가 로라에게 사라와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보여주고, 사라와 로라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그는 사라진 사라를 로라에게서 되찾는다.

 

사라와 로라의 관계가 깨진 그날의 사건, 개발논리에 의해 사라진 사람들의 보금자리, 아니, 집이라는 대상보다도 더 무가치하게 취급되었던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그들의 삶을 단돈 250달러로 계산했던 사람들의 행동은 지금도 이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현실이 겹쳐지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헤옴을 느꼈다.

 

반려동물이라고도 말하는 개나 고양이,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가종 동물들에게 사람들은 애정을 준다. 현대인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사라에게 프루던스가 그러했듯이, 만델바움씨부부에게 허니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외로움을 견디게 해주는, 때로는 살아가는 힘을 주는 그들이다. 나는 책에서 한 남자가 고양이의 죽음과 함께 자기 생도 다 끝나버렸다고 한 사람이 로라의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소원해진걸거야라고. 그런데 그 인물은 만델바움씨였다. 가족이나 친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형제보다 더 그들의 삶과 가까웠던 인물. 물론 거기에는 로라와 고양이 허니와의 추억도 포함이 된다.

 

초반부에는 책을 읽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탄력을 받아 펼쳐진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만으로 읽어도 좋고, 개발논리에 밀려 삶의 터전과 살아갈 가치를 잃은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그런가하면,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 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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