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이는 이제 아홉살이다.

내 나이 먹는 것만큼이나 깜짝 깜짝 놀라는 게 아이가 나이 먹는 것이다.

이제 아홉살이니 한솔이와 나의 단독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안고

어제는 한솔이와 아빠가 무주 스키장에 가고, 나는 삼랑진 숲속도서관 토끼와 옹달샘에 갔다.

아빠 회사에서 1년에 한번 저도 가족동반이 가능한 1일 여행을 가는데, 그게 어제였다.

한솔이가 태어난지 8년만에 처음으로 따라가게 되었고, 나는 결혼 10년차지만 아직 한번도 간 적이 없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은 삼랑진에 숲속도서관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는데, 숙박이 가능하여 가끔 가게 된다. 어제는 한솔이 없이 홀가분하게 삼랑진으로 갔다.

 

그러나 새벽 4시에 출발한 한솔이가 무주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엄마가 보고싶다는 문자와, 전화, 영상통화가 걸려왔고, 스키를 타는 동안은 잠잠한가 싶더니,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자 또 울먹이면서, 혹은 징징대면서 문자와 영상통화폭격.

저녁 8시. 결국은 엄마가 없으면 안된다는, 아빠의 "집에 왔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받은 후, 삼랑진 기차역으로 출발. 밤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기차가 없어서 약 2시간 가량을 기차역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작은 역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텅빈 대합실은 춥기만 했다. 그곳에서 읽은 책은 최재천의 과학자의 서재. 8시에 기차역으로 나온 건 뒷풀이를 위해 음주가 시작되던 시간이라, 더 이상 지체하다간 차편이 없어 술이 들어가기 직전의 참여자에게 부탁하여 그 차로 기차역에 온 것이다. (운전을 못한다는 건 이래서 여러모로 불편하다. 대중교통에 의지하기에는 시골마을은 교통불편지역이다)

 

 

과학자의 서재를 읽은 것은, 급하게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책을 골라나온 것. 아, 그런대로 속도감 있게 읽힌 책이었다.

 

기차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에도 아무 것도 표시되지 않은 삼랑진 기차역에서 홀로 책을 읽으며 기다리기를 두시간. 부산가는 기차를 탄건 10시 40분. (이 기차가 9분이나 연착을 했다.) 부산에 도착한 건 11시 20분이 다 된 시각.

 

스키장에서 돌아와 한솔이가 부산역에 도착한 건 11시경. 어쨌든 시간은 맞았고, 우리는 집으로 함께 들어왔고, 샤워를 한 후 12시 30분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올해도 엄마와 한솔이의 독립은 불가능한걸까? 이제는 웬만하면 우리 따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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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김용택 선생님의 글쓰기 학교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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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해보면 아이들은 꼭 한마디 씩 한다. 바로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말이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뭘 써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주제를 던져줘도, 소재를 던져줘도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그냥, 쓰라고! 네 생각을 써 봐" 이렇게 말할 것인가? 비단 아이들에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어른들도 글 하나 써달라고 하면 꼭 나오는 말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김용택 선생님이 임실 마암분교 아이들이 쓴 작품을 예를 들며 글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자기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그 글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쓰는 글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게 올 수 있도록해야 글이 써진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사람들이 하는 일 네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처음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무너가 거창한 글쓰기의 방도를 알려주는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구구절절 설명이 많은 글일거라고. 그런데 책을 받아 든 순간 빈 여백과 큼지막한 활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순간 당황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쓴 작품을 읽고 저자의 설명을 읽고,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이것만큼 간결한 글쓰기의 방법이 또 있을까싶다. 어른들이 읽고 활용해도 좋지만, 아이들 스스로 읽고 글쓰기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2부에 보면 글쓰기를 안내하는 글들이 나온다. 목차의 소제목들은 김용택 선생님이 전하는 글쓰기의 방법이 드러난다. 글쓰기는 나의 생활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이다. 관심을 가질 때 모든 것이 자세히 보인다는 말은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볼 때 무엇인지 알게 되고,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도 되고 내 것이 된다. 아는 것이 내 것이 될 때 지식이 인격이 되고, 아는 것이 인격이 되어야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계를 맺으면 갈등이 일어나고, 갈등은 조화로운 세상을 꿈군다. 조화로운 생각을 꿈꿀 때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 글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고, 감동을 주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부딪히고 글쓰기를 해 온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아이들에게 글을 써 보라고 할 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턱대고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저자는 내 나무를 가지라고 했지만, 도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 가져오라고 하고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써야 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쓸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무엇을 쓸 지 생각이 정리되면,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말은 글이 된다.

 

어려운 말로 가득찬 글쓰기책보다 글쓰기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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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그동안 쌓아 온 노력과 그 과정은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을 본다. 그래서 어느 누군가가 특히 의외의 인물이 어떤 혜택을 받게 되었을 때,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그의 행동이나 생활에 전혀 문제를 삼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그것이 그 사람의 본질인양 떠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입에 저렇게 오르내리겠지 라고.

 

요즘 느끼는 것이 많다.

남 얘기는 하지도 말고, 내 얘기도 속에 담아 둘건 담아두자고.

 


 

오늘 새벽 3시, 한솔이가 아빠와 함께 스키장에 간다고 집을 나섰다.

한솔이는 태어나서 스키장이란 데를 처음 가본다.

부산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눈이 많은 곳에 가는 것도 드문 일이다.

방금 전화가 왔는데, 엄마가 보고싶다고.

엄마 없이 외출을 가끔 하는 편이지만, 그렇게 멀리까지는 처음인지라 한솔이가 마음이 그렇나보다. 어쨌든, 창 밖으로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니 거의 다 간 것 같다.

오늘 하루 신나게 놀다보면 엄마 생각 하지 않겠지?

신나게 놀다 오거라.

 


 

책을 반품하는 바람에 마일리지가 마이너스가 되었다.

마일리지 생기는 족족 적립금으로 바꾸는 통에...흐미...

작년 한해동안 제법 많은 책을 샀고, 올해의 첫 주문을 오늘 했다.

나의 유일한 쇼핑중독은 책 살때만 드러난다. 

지갑은 가벼워져도 마음만은 묵직하다. 좋다. 새 책들이 얼른 도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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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귀신 앙괭이의 설날 알콩달콩 우리 명절 4
김미혜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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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귀신 앙괭이는 내가 어렸을 때 설날이 되면 어김없이 어른들이 들려주었던 이야기이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그게 앙괭이라는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신발귀신이 온다 혹은 야광귀신이 온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건, 내가 어렸을 때는 신발귀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믿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신발을 꽁꽁 숨겨두었고, 혹시나 내 신발을 가져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했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면 눈썹이 희게 센다고 했던 기억도 있다. 설날 아침에 눈썹을 하얗게 칠해 놓아 깜짝 놀랐던 적도 있는 데, 요즘 아이들도 그런 걸 믿는지는 모르겠다.

 


소원이는 새해아침에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할아버지께 덕담도 듣고 떡국도 먹는다. 예전이나 요즘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새해 아침이다. 설빔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고, 세뱃돈의 액수가 커진 것 정도가 달라졌을까?



정월 초하룻날 밤에 와서 신발을 신고 가버린다는 앙괭이의 이야기를 들은 소원이는 울상이 되지만, 할아버지는 체를 걸어두면 밤새 앙괭이가 그 구멍을 세다가 그냥 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소원이는 체를 걸어두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뒤척인다. 새로 산 예쁜 신발을 앙괭이가 훔쳐 갈까봐 걱정을 하던 소원이는 멋진 생각을 해내는데...



바로 앙괭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편지 내용을 보니 정말 아이답다.

이 편지를 보니 우리집 아이가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에게 꼭 쓰는 편지가 있는데 그것이 생각난다. 산타와 루돌프의 존재를 아직 믿고 있는 우리집 아이도 앙괭이 이야기를 믿을 것 같다. 이번 설날이 오기 전에 이 책을 함께 읽고 우리도 앙괭이한테 편지를 한통 써야할 것 같다.



앙괭이는 신발을 가지러 왔다가 할아버지가 걸어놓은 체의 구멍을 세기 시작한다. 옛날 이야기에서는 밤새 이 구멍을 세다가 앙괭이가 돌아가는데, 이 그림책 속 앙괭이는 구멍세기를 포기한다. 이유는 바로, "새해에는 못하는 일 하지 않기로"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안되면 되게 하라, 혹은 도리 때까지 하라"고 하겠지만, 역시 시대가 변하니 생각도 달라진다. 요즘은 "못하는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잘하는 일을 더욱 잘하게"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앙괭이는 숫자 세기를 포기하고 바로 소원이의 신발을 신고 달아난다.



똥 밟았다는, 구린내난다는 신발을 신고 신나게 세배를 다닌 앙괭이. 그래도 마지막에는 소원이의 신발을 돌려주는데, 요런 앙큼한 나뭇잎 답장을 하나 남긴다.



옛날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확장시킨 그림책이다. 전통의(?) 야광귀신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앙괭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앙괭이이다.



끝에는 설말과 관련있는 정보가 들어있다. 설차례, 세배, 덕담, 떡국, 설빔, 그리고 설날의 놀이와 풍속까지. 아이와 함께 설날이 되기 전에 함께 읽어 볼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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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펫 5 - 초조한 토끼의 요구 좀비펫 시리즈 5
샘 헤이 지음, 사이먼 쿠퍼 그림, 양숙현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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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펫 다섯번째 이야기.

앞의 네 권을 모두 읽은 터라 다섯번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어른의 시각에서 이런 예측가능성은 집중도 떨어지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런 예측 가능성도 하나의 재미가 되는 모양이다.

 

좀비펫 시리즈의 좀비펫들은 우리나라의 은혜갚은 동물들과 관련 있는 전래동화들과 닮아있다. 자신의 한을 풀어 줄, 혹은 자신을 도와 줄 상대를 찾고, 끈질기게 요구한다. 좀비펫들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데 있어서 예의가 없는 편이다. 좀비가 된 상태에서 시간이 급박하기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문제를 일으킨다.

 

이번 좀비 펫도 마찬가지다. 초록색 눈에 기워놓은 배.

 


이 녀석의 등장은 전편의 마지막에서 예고되었다. 그림자로 혹은 자신을 알리는 하나의 흔적으로.

전편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해주는 컷을 통해 앞서 만났던 좀비펫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들 좀비펫은 하나같이 자기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끈질기게 괴롭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길러주고 사랑해주던 주인을 위해서이다. 어쩌면 애완동물을 많이 키우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을 주고 애정을 기울인만큼 이 아이들도 너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장난감 대용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친구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플러피는 피로 얼룩지고 늘어진 귀에는 묻어뜯긴 자국이 있는 토끼이다. 등장하는 좀비펫들의 모습은 예쁘고 깔끔한 동물의 모습이 아니다. 모두가 갑자기, 억울하게, 우연히 죽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자신의 주인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오해를 풀거나 하는 것이다.



 

플러피는 올리비아가 잃어버린 목걸이가 잔디밭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주려다가 여우에게 물어뜯겼다. 급히 수술도 받았지만 죽고 말았다. 올리비아의 언니가 목걸이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기 전에 올리비아가 목걸이를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플러피는 자기 대신 목걸이를 찾아달라고 요구한다. 언니의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말이다.



 

플러피의 요구를 들어주던 조는 벼룩시장에서 금속탐지기를 사고 그걸 이용해 목걸이를 찾는다. 이웃집 올리비아와 만나게 된 조.



 

목걸이를 찾은 후 플러피는 사라진다. 사라지기 직점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올리비아와 조의 인연에 대해서이다. 이 시점이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조금 달라지는 부분이다. 조가 부적을 얻고 좀비펫들을 만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 이야기가 5권까지 쭈욱 이어졌는데, 조에게 여자친구가 생길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인연으로 올리비아가 존재할 지 궁금해진다. 열한살 조와 일곱살 올리비아의 이야기도 기대를 해 볼만하다.



 

이번에도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좀비펫의 등장을 알리는 흔적이 발견되며 끝난다.

초록색 깃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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