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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실수한다
민성원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12월
평점 :
엄마라서 실수한다라는 말이 뭘까? 최근에 내가 많이 느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인 것 같다. 엄마이기에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의 육아와 자녀교육 성향에 따라 무조건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머리가 좀 크면 자기생각과 다른 엄마의 방식에 반항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엄마는 모든 것이 자기 탓인양 자책을 한다.
엄마의 선택이 실수가 아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정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함을 느꼈다. 저자의 생각은 내가 원하는 아이 교육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명문대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그만큼 지원할 경제적 능력도 없다. 어쩌면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엄마들이고, 뿌린 만큼 거두기를 원하는 엄마들을 향한 쓴소리이다. 그렇다고 나같은 엄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단은,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특목고 열풍을 들여다보자. 어느 정도 상위권에 든다고 하면 다들 특목고를 바라보고, 특목고에 간 아이는 대단히 우수한 아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특목고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고로 전학을 하거나, 늘 상위권이던 아이가 중하위권밖에 되지 않는 특목고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아이에게는 집중하지 않는다. 왜? 내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닐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교육이 진로와는 떨어져서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로를 결정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므로 아이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다. 즉,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해 아이가 꿈꿀 만한 직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긍적적인 노출이다"(p.24) 긍적적인 노출을 통해 아이 스스로가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엄마의 역할이다. "아이의 성향과 능력을 잘 아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떤 직업이 어울릴지에 대한 엄마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적합한 직업을 판단하기까지 그 과정을 공유하여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p.25)
저자는 선행학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내가 세심하게 읽었다. 현재 우리집 아이는 초등 1학년, 공부에 대한 부담이 없고, 또래들보다 언어능력도 어느 정도 탁월한 것 같다. 다만 수학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다른 집 아이들은 벌써 초등입학 전에 덧셈 뺄셈은 기본으로 하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다들 저렇게 일찍들 시작하는데, 너무 안해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 자리수 더하기를 하면서도 학교에서 배운대로 가르기와 모으기를 열심히 한 다음에 답을 써내는 내 아이가 조금은 답답하게도 여겨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선행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언어쪽이 발달하여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가니 그 부분은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조금 더 어려운 단계로 나가도 괜찮겠다. 수학은 학교 아이들 평균 정도로 따라갈 수 있을만큼 복습를 시켜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배우고 있어서 학교 수업에 꽤 집중하는 편이다.
학원선택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 다 가는 학원에 무조건 보내면 안된다는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가는 학원에 누구나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대치동 학원가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나에게는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다만 대치동 학원에 보낸다고 모든 아이가 성적이 좋아지지 않듯, 학원 선택에 있어서도 아이의 성향과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업과 관련이 있는 학원은 아니지만 피아노학원을 보내면서 내가 느낀 것도 이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이의 현재 능력과 성향을 잘 살펴보는 것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쓴 저자의 말에 100% 공감하고, 그 말에 따라서 우리 아이도!! 라는 생각보다는 충분히 많은 교육상담과 교육컨설팅을 해 온 저자의 말을 참고로 할 필요는 있다. 나는 이 책이 내게는 아직도 먼 이야기 같았던 고교선택, 대학입학과 같은 지금의 교육현실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능 9개월을 앞두고 무슨무슨 전형은 폐지가 되고 그 말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나의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아이의 진로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는 나무가 되려면 뿌리를 잘 뻗어야 한다. 내가 몰랐던 바를 요목 요목 잘 정리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