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 마! ㅣ 녹색연합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깃대종 3
박지훈 그림, 녹색연합 글, 박병권 감수 / 웃는돌고래 / 2013년 9월
평점 :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자연과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그렇게 파괴해놓고, 나중에 가서야 그걸 되살리겠다고 아둥바둥되는 것을 보면, 눈앞의 이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인간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될까?
녹색연합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 깃대종 여름 편 "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 마"를 읽고 있는 동안 텔레비전에서는 밀양 송전탑 공사로 몸싸움이 한창이다. 원전을 돌리기 위해 송전탑 공사가 꼭 필요하다는데, 그 송전탑 밑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그들 역시 보상금을 받고 그곳을 떠나면 그나마 내 집이라도 갖고 농사일하며 살던 사람들이 도시하층민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원전을 돌리기위해서는 꼭 그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어쨌든 소재는 다르지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들면 땅을 팔아 이득이 생긴 몇몇을 제외하곤 그 돈으로 도시에 나가 살 땅은 물론이고 농사로만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할 일도 잃어버리게 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인해 살 집을 잃어버린 도시하층민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도 그곳에 살던 원주민은 그곳에 들어가 살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만들어버린 이 시골 땅에서도 분명 이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반대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하늘다람쥐라는 천연기념물의 보금자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하늘다람쥐든 원주민이든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그림책은 시작부터 항의의 푯말이 세워진 들과 마을을 보여준다.

이 조용한 마을에도 뭔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동수는 또래아이가 없는 시골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들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에게 물도 시간맞춰 떠나드릴 줄 아는 아이이다. 동수는 친구가 없지만, 조금 모자라는 용식이삼촌하고 같이 놀기도 싫다. 용식이랑 같이 올라간 숲에서 동수는 하늘다람쥐를 만난다.

친구가 없는 동수에게 하늘다람쥐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하늘다람쥐만 그러할까? 동수에게는 이 숲과 마을이 모두 친구요 동무였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했다.

그런 동수네 마을에 공사차량이 들어오고 골프장 공사가 시작된다.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도 없애야 하고, 잔디를 키우기 위해 농약도 엄청 친다는데, 그곳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은 물론이고 동수와 같은 사람들의 터전도 사라지는 셈이다.

사람들은 개발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누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그런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안다. 시골 땅 팔아서 도시에 나와 그래도 내 집갖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는 것을. 결국은 그들은 그냥 이대로 살면 내 집에서 내 밥벌이하며 살 수 있기 때문에 떠나기 싫은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곳에 사는 원주민보다는 개발논리가 이기곤 한다.

오로지, 하늘다람쥐의 집이 없어지는 것때문에 그렇게 반대하는가?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도 살지 못한다.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동물들의 집을 없애면서까지 산을 깎고, 땅을 파고, 길을 내어야하는가? 더군다나 전국에 넘쳐나는 골프장들을 두고 골프장을 또 새로 짓는 이유는 뭘까? 남들이 잘된다하면 똑같이 따라해서 지역의 특수성도, 특화된 산업도 없는 똑같은 공장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것일까?
축제도 베끼고, 산업도 베낀다. 너도나도 돈되는 일이라면 똑같이 몰려들어 세금을 축내곤 그것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살 땅도 잃고 터전도 잃은 힘없는 동물과 사람들의 삶을!!

이 시리즈는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의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의 탐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같다. 다분히 교훈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다가도 이런 책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