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와 내 동생 비룡소 창작그림책 46
선현경 글.그림 / 비룡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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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 작가의 [이모의 결혼식]을 꽤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중간에 [이모의 결혼식]과 [엄마의 여행가방] 책이 등장하기도 하니, 반갑기도 하다. [판다와 내 동생]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가 "엄마, 동생이 있으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까 같아. 다들 동생만 좋아하잖아"라고 말하였다. 음, 동생이 태어난 것에 대해 건가? 하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쳤다.

 

중국에 사는 외숙모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동생들밖에 없는데, 드디어 사람동생이 생겼다며 기뻐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집이 이렇지 않을까싶다. 애완동물을 형제삼아 지내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비록 친동생은 아니지만 사촌이나 외사촌쯤 되어야 형제관계가 성립한다. 어른들은 "사촌도 필요없고 내 형제가 최고다"라는 말을 종종 하신다. 그러면서 동생보기를 원한다. 시대가 다르고, 외동아이들이 많은 지금 어쩌면 내 형제가 아닌 사촌, 외사촌형제들과 형제관계를 돈독하게 하면서 오히려 희미해진 친척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쨌든, 나는 동생을 보기위해 중국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기가 궁금해하는 판다도 직접 볼 생각을 하며 들떠있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판다라는 동물, 그리고 실체를 알지 못하는 동생이라는 존재. 어쩌면 이 두 가지가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이나 그림으로만 보던 판다에 대한 환상이 그대로 유지될지 실망을 할지 모를 일이고, 동생이 있으면 내가 잘 보살펴주고 데리고 놀겠다는 그 결심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이라는 배경이 있기에 중국의 문물과 문화를 그림을 통해 넘겨볼 수 있다. 대도시인 베이징에서 만난 풍경과, 베이징 속에 남아있는 옛 도시 후퉁, 그리고 외삼촌이 살고 있는 청두에 간다. 한솔이도 이 그림책을 보고 난 후에 국물이 있는 만두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기차 의자 밑에서 자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 등 중국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청두에서 보았던 티벳족의 깃발을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동생.

내가 보기엔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말도 안통하는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뭐가 그리 예쁜지 다들 동생만 보고 나랑은 놀아주지 않는다. 당연히 심술이 날 것이고, 동생이 아니라 궁금한 판다나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보고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동생인데, 내가 아닌 동생에게만 쏠리는 관심은 아무래도 심기불편하게 만드는 법이다. 화가 난 내가 심술을 부린다고 비닐봉지를 흔들었는데, 이게 의외로 동생의 웃음소리를 이끌어내고, 잘 웃고 예쁜 동생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만 관심이 쏠릴 때, 나보다 예쁘지도 않은 것 같고, 울기만 하고, 말도 안통하는데 나보다 그 동생이 더 관심의 대상이 될 때 당연히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까. 나도 동생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되지 않는 한 질투와 시기는 당연한 순서일 듯하다. 우연히 동생이 웃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귀여운 동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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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 마! 녹색연합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깃대종 3
박지훈 그림, 녹색연합 글, 박병권 감수 / 웃는돌고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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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자연과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그렇게 파괴해놓고, 나중에 가서야 그걸 되살리겠다고 아둥바둥되는 것을 보면, 눈앞의 이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인간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될까?

 

녹색연합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 깃대종 여름 편 "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 마"를 읽고 있는 동안 텔레비전에서는 밀양 송전탑 공사로 몸싸움이 한창이다. 원전을 돌리기 위해 송전탑 공사가 꼭 필요하다는데, 그 송전탑 밑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그들 역시 보상금을 받고 그곳을 떠나면 그나마 내 집이라도 갖고 농사일하며 살던 사람들이 도시하층민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원전을 돌리기위해서는 꼭 그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어쨌든 소재는 다르지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들면 땅을 팔아 이득이 생긴 몇몇을 제외하곤 그 돈으로 도시에 나가 살 땅은 물론이고 농사로만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할 일도 잃어버리게 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인해 살 집을 잃어버린 도시하층민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도 그곳에 살던 원주민은 그곳에 들어가 살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만들어버린 이 시골 땅에서도 분명 이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반대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하늘다람쥐라는 천연기념물의 보금자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하늘다람쥐든 원주민이든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그림책은 시작부터 항의의 푯말이 세워진 들과 마을을 보여준다.

 

 

이 조용한 마을에도 뭔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동수는 또래아이가 없는 시골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들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에게 물도 시간맞춰 떠나드릴 줄 아는 아이이다. 동수는 친구가 없지만, 조금 모자라는 용식이삼촌하고 같이 놀기도 싫다. 용식이랑 같이 올라간 숲에서 동수는 하늘다람쥐를 만난다.

 

 

친구가 없는 동수에게 하늘다람쥐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하늘다람쥐만 그러할까? 동수에게는 이 숲과 마을이 모두 친구요 동무였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했다.

 

 

그런 동수네 마을에 공사차량이 들어오고 골프장 공사가 시작된다.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도 없애야 하고, 잔디를 키우기 위해 농약도 엄청 친다는데, 그곳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은 물론이고 동수와 같은 사람들의 터전도 사라지는 셈이다.

 

 

사람들은 개발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누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그런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안다. 시골 땅 팔아서 도시에 나와 그래도 내 집갖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는 것을. 결국은 그들은 그냥 이대로 살면 내 집에서 내 밥벌이하며 살 수 있기 때문에 떠나기 싫은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곳에 사는 원주민보다는 개발논리가 이기곤 한다.

 

 

오로지, 하늘다람쥐의 집이 없어지는 것때문에 그렇게 반대하는가?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도 살지 못한다.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동물들의 집을 없애면서까지 산을 깎고, 땅을 파고, 길을 내어야하는가? 더군다나 전국에 넘쳐나는 골프장들을 두고 골프장을 또 새로 짓는 이유는 뭘까? 남들이 잘된다하면 똑같이 따라해서 지역의 특수성도, 특화된 산업도 없는 똑같은 공장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것일까?

 

축제도 베끼고, 산업도 베낀다. 너도나도 돈되는 일이라면 똑같이 몰려들어 세금을 축내곤 그것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살 땅도 잃고 터전도 잃은 힘없는 동물과 사람들의 삶을!!

 

 

이 시리즈는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의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의 탐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같다. 다분히 교훈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다가도 이런 책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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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서재에 들어와 발자국 하나 남기고 또 휘리릭 사라진다.

뭐가 바쁜지 이웃 하나 돌아볼 여유도 없이, 마치 리뷰 하나 올리는 게 의무라도 되는 양 글을

써놓고 후다닥 나가기 바쁘다. 그동안, 그랬다.

 

모처럼 여유를 찾아본다.

어젯밤에 일찍 잔 덕분이다.

요 며칠 계속 초저녁잠이 쏟아지고, 안자던 낮잠도 잔다.

어떤 이는 몸이 원하는대로 해주라고 말한다.

그런데 머리속은 복잡하다.

몸이 원하는대로 잠도 자주고, 머리도 안쓰고, 푹 쉬어주고싶은데,

몸 따로, 마음 따로, 몸 따로 논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낫다.

흐린 날씨가 마음을 조금 가라앚혀주는 듯하다.

사놓고 쌓아 둔 책이 책장 속으로 밀려 들어가 이제는 있는지 없는지도 구분이 안된다.

다시 한권 한권 찾아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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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0-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양물감님, 서재는 조용하지만 서재 주인께서는 늘 바쁘고 열심히 살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가끔 소식 남겨주시면 더 반갑게 들러서 읽어보곤 합니다.
이번 주말엔 저도 아주 몇주일치 잠을 다 몰아서 잔듯 합니다.

하양물감 2013-10-06 18:27   좋아요 0 | URL
와우^^ hnine님, 고마워요. 이제 소식 좀 자주 남기려구요. 이웃방문도 좀 하고..
그동안 일이 좀 많았어요. 일하는 곳에서의 공적인 일도, 내 개인적인 일도..
조금은 정리가 될 듯합니다.
 
좀비펫 4종 세트 좀비펫 시리즈
샘 헤이 지음, 사이먼 쿠퍼 그림, 김명신 옮김 / 샘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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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한솔이가 좀비펫 시리즈를 사달라고 했을 때, 엄청 망설였다. 내가 좀비라는 캐릭터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인데, 나에게 좀비란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좀비 열풍이라 할만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난 그것도 영 탐탁치 않았었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이다.

 

한솔이가 좀비펫을 본 건 바로 부산어린이책잔치에서였다. 전시된 책 중에 하나였고, 1권 정도는 다 읽은 상태에서 나머지 책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건성으로 응, 하고 대답하고 말았는데, 아는 지인의 아이도 그 책을 읽고싶어했다. 그래서 사서 한솔이 읽고 그 친구에게 주면 되겠다싶어서 구입.

 

한솔이에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았다. 결론은 '좀비'라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펫'에 무게중심을 옮기면 생각꺼리가 많아지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좀비란 것이 죽어서 죽은 자의 세계에 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고 있는 존재이다. 여기 나오는 좀비펫들도 죽었지만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애완동물들을 말한다. 우리 나라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들도 이런 종류인데 이름만 다르다뿐 하는 행동은 똑같다. 귀신들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 억울함을 풀어달라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귀신이야기들의 주요 얼개라면, 이 좀비펫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좀비가 된 애완동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억울하게 죽었고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거나, 남아있는 가족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위해 누군가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조'다. 조는 찰리삼촌으로부터 죽은 자의 신이라는 아누비스부적을 선물로 받고 그에게 오는 좀비펫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뚱뚱한 햄스터 덤플링은 전기청소기에 빨려들어가 죽었다. 붕대 감은 고양이 피클은 강이지에게 쫓기다 차에 치여 죽었고, 강아지 덱스터는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고, 피즈는 변기에 빠져 죽은 금붕어이다. 이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한두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이야기이다. 보통의 이야기가 애완동물과의 교감을 다룬다면, 이 책은 애완동물들과의 헤어짐, 그 중에서도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헤어지는 경우이다. 애완동물을 떠나보낸 주인의 입장은 물론이고 갑자기 그들을 떠난 애완동물들의 입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죽음이란 것은 어린이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형제 자매보다도 애완동물과ㅣ 더 교감을 나누고 사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은 물론이고 인간보다 자연적인 수명이 훨씬 짧기때문에 언제나 먼저 그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상황에서 애완동물의 죽음은 충분히 이야기나눌 가치가 있다. 또한 인간에 맞춰진 환경에서 애완동물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싶다. 그러한 상황을 문제해결을 해나가면서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좀비라는 이유로 이 책을 멀리했다. 좀비라는 이름에서 오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은 그저 죽어서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떠도는 한많은 애완동물의 영혼이다. 물론 자신의 급박한 상황때문에 조를 난처하게 하고, 조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문제만 해결해달라고 하는 좀비펫들의 행동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급박하고 절박한 사정은 있기마련이다.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그들은 편안하게 이 세상을 떠나지만, 조는 또다른 좀비펫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조가 이 상황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4권에서도 끝나지 않고 '다음 권에 계속'이라는 문구가 나왔으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의 입장도 고려하는 좀비펫들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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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와 다람쥐 큰곰자리 10
채인선 글, 김효은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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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와 다람쥐를 막 읽고 나서, 아이의 자신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떨 때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보통은 자신이 한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도 당당해질 수 있다. 그 다음은 결과는 그리 좋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과정에 대한 칭찬과 보상에 의해 자신감을 갖기도 한다.

 

민지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특히 찰흙으로 요것저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민지는 가구세트 만들기에 도전을 했다. 민지의 바람은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p.3)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지의 작품들은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왜 만들었는지 이유도 모를 것 같은 작품만 나온다. 새로 만들기로 한 민지는 창틀 아래로 작품을 툭 밀어뜨려버린다. 그런 민지의 작품을 하나하나 챙겨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다람쥐네 가족이다.

 

민지가 만든 작품들은 민지의 마음에는 하나같이 부족하고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람쥐네 집에 가서 본 민지의 가구들은 다 제각각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글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지는 다람쥐와 이야기를 하고, 다람쥐네 집에 들어가기 위해 몸이 작아지고, 다시 몸이 커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다람쥐와의 의사소통이 신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를 일들이 아주 많으니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어찌보면 참 교훈적인 이야기전개라 식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약간의 환타지적인 요소가 있어서 다람쥐네 집으로 우리도 자연스레 따라들어갈 수 있다. 민지가 만든 작품들은 시계 바늘이 없거나 약간 찌그러지거나 하긴 했지만, 다람쥐네 집에서는 각각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가구가 된다. 민지의 작품만 그러할까? 우리가 가구를 가구라고 여기는 것이 그것이 자신의 쓰임새에 충실할 때이다. 민지가 가구세트를 만들면서 가구의 쓰임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완벽하고 예쁜 작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작품을 만드는 데에만 매진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민지의 작품은 결국은 생명이 없는 미니어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민지가 쓰임새를 생각하며 다람쥐네 집을 꾸미듯이 자신의 가구들을 재배치해본다. 그러자 자신이 만든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학업이나, 취미생활까지-에 목표의식이 없다. 목표라고 하는 것 역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보니 만드는 과정도, 그 결과도 자신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게 된다. 또한 그와 함께 남의 눈에 비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이 뭘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의식이 자리잡지 못하고, 계속 주눅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민지의 작품이 다람쥐들에 의해 생명을 얻고, 민지는 자신의 작품들이 쓸모있는 가구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과 결과물에 대해 멋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초등학생이 된 한솔이는 요즘 그림 그리기에 한창이다. 주제가 있고 자기만의 표현양식이 있다. 그 작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행동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엄마가 보기에는 못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한솔이는 자신있게 이건 무엇이다라고 보여준다. 그러한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누군가의 이목이 나의 행동에 분명히 제약을 가져오며 그것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자신의 만족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남의 이목만 좇는다면 앞으로 남은 너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한솔아, 난 지금 너의 모든 행동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단다. 너도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자신을 갖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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