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 한 주에 한 권 文史哲 독서법
최효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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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한달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이런 문장 하나도 참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새해. 뭔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10단위 나이.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후딱 지나가버렸다.

 

마흔 쯤 되면 세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살고 있을거라는 나의 생각은 마흔이 되면서 여지없이 부서졌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세상공부를 좀 해봐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고전 읽기에 뜻을 두었다. 그런데 너도나도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어떤 책을 먼저 손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아니, 사실은, 내 나이 마흔과는 별개로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어 어린이책에만 몰두하여 지낸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나를 위한 독서에 조금 더 힘을 쏟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고전읽기 독서법에 관한 책들로 가볍게 움직여본다.

 

내 머리 속에 [고전]이라 함은 늘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막상 읽어야한다는 생각만 한 채 시작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이것. 그동안 비슷한 류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내 나이에 왜 이런 책을 읽어야하는가 하는 동기를 부여받고자 선택했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꼭 성공해야겠다는 거창한 다짐을 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분명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이 되살아나고 풍부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프롤로그에서)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나는 나보다는 아이를 위한 책읽기에 주력해왔다. 물론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이가 제대로 독서습관을 가질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내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틈틈히 나의 즐거움을 위한 책읽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 책은 경서, 사서, 문학, 교양에 따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고전]을 재미없는 것으로 여겼던 것은 아마도 그 책을 읽었던 그 때 내가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였을 거라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낌이 다르고 다가옴이 다른 것처럼, 아마도 고전 역시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한 주에 한권씩 읽기를 할 수 있도록 나누어 책을 소개한다. 물론 저자가 시키는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온전히 한권을 다 읽어내기에 한주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거기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 소개하고 있으니 제법 많은 양의 책이다. 매주마다 주제같은 문장 하나가 있어서 내가 원하는 주제를 골라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될 듯하다.

 

나는 경서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경서는 한편으로 미뤄두고 문학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문학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선택, 고리오영감, 김약국의 딸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리어왕, 말테의 수기, 시학이다. 이문열의 선택은 개인적으로 별로 유쾌하지 못한 감정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학은 전공과목 필독도서여서 읽었고. 지금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없는 걸로 보아 다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일 듯하다. 여기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금 '레미제라블'로 문학 읽기를 시작했다. 유행을 따른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읽고싶은 동기부여가 된 책이니만큼 긴 분량의 소설이지만 끝까지 읽어내리라 여겨진다.

그 다음 관심은 철학이다. 주변 분들이 논어, 대학이나 중용을 언급하시는 걸 들어보면 구구절절 좋은 말이고 반성할 말인데 예전에는 왜 그리 재미가 없었는지, 읽고싶은 마음조차 없었는지. 아마도 학교 한자시간에 배웠던 한자풀이에 얽매여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라면 세상을 보는 시각과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만 있고 실천하지 못했던, 인문학 읽기, 고전 읽기에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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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are you? 이순신 - 우리 시대의 이순신을 말하다
혜문 지음 / 작은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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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것들은 최근에 불거졌던 김연아동상이나(김연아 동상이라 부르는 것도 찜찜하지만) 이외수의 감성마을, 박지성로(동탄 지성로)와 같은 현존인물과 관련된 것들은 물론이고, 별주부전과 같은 고전문학, 작가나 예술가들의 문학관, 기념관 등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를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 혈세가 낭비된 곳도 있다. 그 판단이야 어찌되었건 유명인의 유명세를 통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심보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이순신'을 다룬다. 이순신이라는 인간의 삶이 아니라, 그를 표현하여 세워놓은 동상을 둘러 싼 논란을 다룬다. 이순신은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존경해마지않는 성웅인데, 그를 기려 세운 동상은 왜 문제가 되는걸까? 저자는 부당하게 반출된 불교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했고, 우리 민족의 문화재를 약탈해간 일본을 상대로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해왔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정작 국가는 뒷짐을 지고 서있거나, 일본의 눈치를 본다. 왜 그럴까? [조선왕실의궤]를 되찾아왔을 때도 가장 기뻐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걸 국가적 경사로 홍보하면서, 우리의 주요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에는 왜 적극적이지 못할까? 아니,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이루었다면 같이 기뻐해야 할 국가가 왜 남의 집 일인양 뒷짐지고 바라보는 것일까?2012년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0년이 되는 해였고, 임진왜란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 중 단연코 최고는 이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이순신을, 아니 이순신만을 기억할까? 저자는 박정희 군사 정권 시절 국가적 차원의 성웅화 작업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국가가 나서서 '이순신'을 영웅화했고, 시대가 시대니만큼 언론도 국가가 원하는 대로 '성웅화'작업을 했을 터이다. 국가가 영웅화한 이순신, 국가가 외면한 조선왕실의궤환수작업. 이 둘 사이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아직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이순신장군하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장군이고, 승리를 이끈 장군이다. 그런데 그가 일본식 칼을 차고 있다거나, 일본식으로 꾸며진 정원에 둘러쌓여있다거나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또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이 조선식 갑옷이 아니라면? 그의 실제 모습과는 다른 얼굴이라면? 수많은 혈세를 쏟아부어 여기저기서 만들어낸 거북선이 엉터리라면? 우리는 이순신을 우리가 수없이 보았던 이순신 동상으로 기억한다. 그 시대의 기록물에 남아있는 내용만으로, 이순신의 모습을 복원해야하니 실제인물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미지는 비슷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글로 쓰여진 단서보다, 동상으로 제작된 형체를 실체로 기억한다. 나는 이순신이 정말로 강인하고 근엄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호인형인줄 알았다. 내가 본 시각적 이미지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저 시대에는 저런 갑옷과 저런 칼을 썼구나 했다.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면 그 동상의 모습으로 그려낼 것이다. 그만큼 시각적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순신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면? 저런 갑옷을 입지 않았고 저런 칼을 차지 않았다면? 그것을 이순신 동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치 김연아를 하나도 닮지 않은 동상을 김연아동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저자는 이순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의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와 관료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리고, 대중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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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붓]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절판


읽어 본 그림책 중에 중국작가의 책은 손에 꼽을만큼 적다. 영어권 그림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본그림책이다. 게다가 중국작가가 그린 중국그림책은 더 적다. 이 그림책도 이야기는 중국이야기이지만 그림은 한국작가가 그렸으니 한국그림책이다. (이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그림책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기한 붓은, 홍쉰타오의 <신필마량>이라는 동화를 그림책으로 그려내었다. 홍쉰타오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서 <신필마량>을 썼다고 한다. 전래동화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특징을 이 그림책 역시 모두 가지고 있다. 한없이 착하고 선량한(게다가 외모까지도 그러한) 주인공과, 자기욕심만 채우고 주위를 돌아볼 줄 모르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조연(게다가!! 외모까지도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악당스러운)이 등장한다. 그리고 당연히 마량은 신선의 도움을 받고, 악당인 원님은 마량을 괴롭히다 벌을 받는다.



등장인물의 행적과, 줄거리는 전래동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나는 그림작가가 인물을 너무 정형화해서 그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착한 얼굴을 하고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정말 따스한 품성을 지닌 사람도!!

마량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지만, 집이 가난하여 붓을 살 수는 없었다. 물론 종이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마량이 바닥에 새를 그리고 있으면 새들이 날아와 구경을 하고 있을정도니,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멋진 붓으로 커다란 종이에 원님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이 장면은 마량이 바닥에 나뭇가지로 새를 그리는 장면과 비교가 된다. 마량도 저런 멋진 붓(종이)이 있다면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마량에게 신선이 나타나 붓을 전해주는데... 마량은 붓으로 바위에 닭을 한 마리 그렸다가 그 닭이 살아나는 것을 본다. 그리고는 배고픈 아이들에게는 밥을, 힘들어하는 농부에겐 소를 그려준다. 자기자신의 부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그려낼 수 있는 붓을 가졌음에도 마량은 남을 위해 그 붓을 사용한다.

그런가하면, 역시나 우리의 원님은 당연히 자기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금덩이를 그렸지만 똥덩이가 되어버리고, 돈나무를 그렸지만 뱀나무가 되어버린다. 오로지 자기 욕심을 위해 그림을 그리니 그 욕심에서 나는 냄새가 똥보다 더하고, 그 욕심이 사악한 뱀보다도 추악하다.

원님은 자신이 그림 그림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자신의 욕심때문이라 깨닫지 못하고 마량을 시켜 황금산을 그리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뻔히 눈 앞에 보고도 그것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더 많은 죄를 짓고, 더 많은 오만과 오기를 부린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자멸 혹은 파멸이다.

황금산으로 가기 위해 파도가 세어지고 고칠어져 자신이 탄 배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오로지 황금!! 황금만을 부르짖으며 나아가는 저 욕심가득한 얼굴을 보라. 그가 황금산에 닿았다한들, 황금만 갖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학을 타고 날아가는 마량. 마량은 신선이 되어 날아간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으로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어서, 자신이 그 욕심때문에 얼마나 추악해져가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권선징악의 주제야 전래동화가 가진 특징 중의 특징이 아닌가. 그 느낌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이고, 섬세하고 예쁜 그림이 눈길을 자꾸 멈추게 만드는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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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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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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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중에 태풍을 만나 금씨상단의 대상주이자 엄마인 금기옥이 실종되고, 그의 딸 홍라는 상단을 되살리기 위해 집안에 내려오는 비상금(?)을 들고 교역에 나선다. 홍라는 어머니가 일구어놓은 상단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자 상단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자신이 왜 상단을 지키고자 하는지, 왜 그 위험한 길을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금은 엄마의 상단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홍라는 자신이 왜 교역을 떠나는지,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마다하고 굳이 험한 길을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홍라가 주인공이지만, 홍라의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은 주변 인물들에 의해서이다. 태풍에 배가 난파되었을 때 홍라의 곁에 있었던 호위무사인 친샤와 별을 보는 월보, 그리고 홍라의 재산을 노리는 섭씨영감의 아들 쥬신타, 홍라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비녕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제각각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놓은 꿈,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을 알바 없는 - 홍라의 첫 이미지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딸이자,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아가씨이다- 혹은 알아야할 이유도 없는 홍라가 함께 길을 떠난다.

 

홍라는 발해사람이다. 발해는 개방적인 나라여서 고구려의 후손이라 칭하면서도 그들끼리 폐쇄된 나라를 구성한 것이 아니라 주변 소수민족을 아울렀던 나라이다. 게다가 이러한 개방성은 교역에서도 드러나는데, 발해의 유물을 살펴보면 서역과의 교역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홍라가 교역을 위해 떠나는 길은 그 옛날 발해사람들이 교역을 떠났던 그 길이다. 일본도, 신라도, 압록도, 영주도, 거란도가 발해의 다섯개 교역로인데 홍라는 압록도를 따라 등주로 간다. 중국의 비단이 주로 교역상품이었던 실크로드(비단길)처럼 발해의 주거래는 담비가죽이었고, 그 길을 담비의 길이라 불러야한다는 주장도 있을만큼 왕성한 교역이 이루어졌다.

 

홍라의 여정에서 이러한 발해의 문물이나 교역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중요한 작품배경이자 소재로 등장한다. 서역의 은화가 사용된 흔적을 보여주는 소그드 은화, 십자가를 건 삼존불인 발해삼존불이 그러하다.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역사동화이기에 이러한 것들이 배경이자 소재로서 잘 활용되고 있다. 홍라라는 존재는 역사속 실존인물이 아니지만, 홍라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재들은 모두 발해의 역사를 재현해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발해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도 좋았지만, 홍라를 비롯한 작중 인물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그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홍라는 애초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가씨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그녀는 자신이 왜 아버지에게 일신을 의탁하지 않고 교역에 나서는지를 깨닫게 된다. 어찌보면, 대상주였던 엄마의 기질을 물려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홍라가 해야 할일이자 하고 싶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호위무사인 친샤는 어릴 적에 잠시 한눈을 판 탓에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호위무사로 살아왔다.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내고 하나뿐인 이모와 해후한 후 다시 홍라에게로 돌아와 끝까지 홍라를 지켜주는 인물이다. 쥬신타는 장사에 수완이 좋은 녀석이지만 그것보다는 불교에 빠져있는 인물이다. 인도로 가서 그 옛날 고승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도를 하고자 한다. 월보는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여 천문을 공부하였고 천문에 능한 사람이 되고픈 꿈이 있다. 그런가하면 비녕자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홍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자이다. 홍라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홍라로 인해 부모님을 두분다 잃게 되는 비녕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홍라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생각을 품은 채 홍라와 함께 교역길을 떠나고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고 주어진 상황대로 살아가는 홍라와 같다. 홍라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기길 바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물간의 긴장감이 별로 없고, 사건에 대한 몰입도도 그다지 좋지 않아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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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4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스토리텔링 수학 똑똑하게 준비하기 - 스토리텔링 스팀형 수학의 모든 것
신동엽 지음 / 북스토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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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한솔이를 위한 엄마로서의 최소한(?)의 관심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수학, 영어에 젬병인 이 엄마는 그것만큼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영어는 언어라, 언어에 조금 남보다 탁월한 면을 보여준 한솔이덕분에(?) 일찌감치 감을 잡았으나 수학은 아직도 먼길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풀어놓았지만, 학교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교육방침이나 교육내용이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는 전적으로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초등학교때 두각을 드러내더라도 제대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다가는 상위학교에 진학할수록 달라지는 현실을 나 역시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떻게하면, 한솔이가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조금은 편하게 학교생활과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것이 현재 나의 최대관심사이다.

 

올해 가장 크게 바뀌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수학스토리텔링과 통합교과의 면면일 것이다. 통합교과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데, 도대체 이 수학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관련 학부모 강의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그런 곳을 찾아다닐 수 없어 안타까웠다. 나의 차선책은 책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수학스토리텔링이 뭔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00% 이해가 되었다기보다는 수학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지금 이 아이들에게 수학이란 과목이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절반 가량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은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내가 궁금한 부분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부분은 책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 또한 내 궁금증의 5분의 1도 안되는 분량이다. 다만 이것만이라도 알게 되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고나 할까?

 

도대체 수학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게다가 뭔 스팀?

 

일단 스팀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스팀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즉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과 같은 학문을 말하며 스팀형교육이란 이런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주제나 과제를 중심으로 한 통합형 교육이라는 뜻이다. 특히 수학이 이러한 스팀형교육을 전제로 하여 사회, 음아기, 미술, 체육과 같은 교과와 통합하고 스토리텔링이라는 형식을 띤 교육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과목과의 연계를 통해 통합적인 지식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개념과 원리, 법칙의 이해를 위해 계산기나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확실히 달라지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수학이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띠게 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독서'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독서'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독서와 독후활동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문학작품을 통해 감성적인 면을 키우고 스토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온 것이 그동안의 독서패턴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맥락을 이해하는 배경지식으로서의 독서가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그동안 내가 한솔이와 함께 해왔던 독서에 조금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나마 한솔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이고, 내용 이해가 빠른 편이라 조금만 변화를 주면 가능할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러한 배경지식 습득에 대한 주요한 조언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형식이 바뀌고 방법이 달라진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기계나 소프트웨어로 계산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연산은 필요하고, '읽기'와 '쓰기'라는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습관, 자기주도학습도 필요하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이 더욱 크다. 기본이 되어있으면 흥미가 생기고 흥미가 있으면 동기부여가 된다.

 

저자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스토리텔링적인 요소가 가미된 수업을 하긴 하지만, 가장 근간은 연산능력이라고 말한다. 이 연산능력향상을 위해 "쓰면서 푸는 연습"습관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고력은 3,4학년 이후에 해당된다고 한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조바심내지 않는 것, 그동안 해온 것처럼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읽어내는 과정을 존중할 것, 그리고 교과과정과 관련있는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을 추천해줄 것, 그리고 한솔이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줄 것.

 

이 책이 수학스토리텔링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깜깜하고 막막한 마음을 풀어주는 책이었다. 수학스토리텔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는 분들보다는 나처럼 이제서야 관심을 가진 엄마에게 도움이 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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