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르니까 함께해야 해 -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다양성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
마그달레나 게레로.마리아 호세 포블레 지음, 알프레도 카세레스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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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올라가니 새로 들어온 그림책이 보여 읽어보았다. 다르니까.....함께 하기 어렵다는 것이 보통의 생각인데 이 그림책은 다르니까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에게 문화다양성을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며칠 전 tv와 신문을 통해 K-문화, 한류의 부정적 기류에 대한 내용을 보고 읽었다. '사실'이 어떠할 지는 모르겠으나 일부라도 그런 기류가 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한국적 시각'이라는 것이 일부 '편협된 시각'이거나 '문화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차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자라면서 지니게 된 습관과 태도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바로 수정될 수 없다. 지금의 우리는 그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 의도적인 행동수정을 통해 생각과 태도까지 함께 수정해나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때는 세계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 아이들은 어떤가. 그들은 이미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특별히 세계화를 강조하지 않아도. 하지만 역으로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의 생각과 문화'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문화, 우리는 우리의 문화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책은 함께 읽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한다.


2020년에는 세계 이민자가 2억 8천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자기가 살던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면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언어, 문화, 음식 등도 함께 따라간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더욱 풍요로운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은연 중에 다른 곳에서 온 문화를 깔보거나 무시하거나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그 문화적 상징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가하면, 이주민들로 인한 문화 전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다양한 종족(또는 집단)이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질 수 있다. 한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각기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인터넷 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조차 '비하'의 의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작은 크기의 '한국'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세계의 문화다양성을 논하기 전에 우리의 문화다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꼭 다루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종교'일 것이다. 세상에는 4천5백개 이상의 종교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종교는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제일이라고 하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낫다는 말도 한다. 이런 생각이 점점 커지면 종교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비종교의 행태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하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안정을 위한 믿음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착취의 형태가 되었을 때는 다양성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커밍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낯설었던 때가 있다. 그리고 커밍아웃 또는 트렌스젠더여서 엄청난 멸시와 차별을 받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시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평생을 자기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거나 애쓴다. 거기에 자기 성정체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에 어떤 정답이 있을까? 한 개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줄 때 나의 선택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그들의 성정체성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성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다음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야기한다. 2~30년 만에 내가 아는 가족의 형태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어쩌면 지금도 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회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입양가족, 재혼가족, 한부모 가족은 물론이고 동성 부모 가족, 위탁 가족도 생겨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챙겨 볼 주제는 장애이다. 장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으며 선천적인 장애 외에도 후천적인 장애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들의 권리를 '그들만을 위한 권리'를 본다면 안된다. 그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우리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통해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글이 많다. 지식정보그림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 그림책을 읽고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듯이 편향된 생각을 좀 바꿔보고 싶은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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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바람이 부는 들판의 작은 꽃에는 무슨 벌레가 찾아드는 겔까. 심장을 쪼갤 수만 있다면 그 가냘픈 작은 벌레에게도 주고, 공작새 같고 연꽃 같은 서희애기씨에게도 주고, 이 만주땅 벌판에 누더기같이 찾아온 내 겨레에게도 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운명신(神)에게 피 흐르는 내 심장의 일부를 주고 싶다………….P.19

"뭐니뭐니 혀도 배고픈 정 아는 그게 사람으로서는 제일로 가는 정인디, 혀서 나도 니 아부지를 믿고 정이 들어서 따라가는 거 아니겠어? 부모 자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주린 배 채우주는 거로 시작된다 그거여. 저기 보더라고. 저기 물새도 모이 찾아서 지새끼 먼저 먹이는 거, 어디 사람뿐이간디?"

(중략)

"야. 참새들이 모이서 수수알갱이를 묵고 있는데 모두 새끼들을 데리고 안 있겄소? 어미 참새가 한 놈 한 놈 주둥이를 열어서 수수 알갱이를 먹이는거 아니겠소? 어미 참새도 여러 마리고 새끼 참새는 더 많아요. 참 신기스럽더마요."

"길상이아재가 수수알갱이를 뿌리준 거라요. 그런데 길상이 아재는 홍아! 어째 참새란 놈이 저리 사람을 안 믿으까? 문을 열고 내다보믄 다 달아나거든. 지금도 쫑긋쫑긋 사방에다 정신 파니라고 어미는 제대로 묵지도 못한다 말이다. 벌써 여러 날짼데 도모지 나하고는 친하려 안 하거든, 함시로 슬픈 얼굴을 하더라 말입니다. 나도 그때 문구멍에서 새끼 주둥이 열고 모이 먹이는 것 똑똑히 봤소." (P. 33-35)

훈춘의 오득술 내외 생각이 난다. 손님만 보면 기갈 든 사람같이 붙잡는 그들 심리 속에 깊이 뿌리박힌 외로움을 생각해본다. 내외가 함께, 그리고 유복한 살림이건만, 귀화하여 보상되고 약속받은 터전이건만 이민족 속의 우리, 이민족 속의 나, 그 의식이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흘러온 수만 이곳 조선인들의 사무친 슬픔이다. 늙어 쇠잔해졌고 단신의 김훈장의 경우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모시올 같은 수염을 흔들며 치매 같은 꼴을 하고 앉아 있는 김훈장이 미구에 찾아올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고국 땅을 다시 밟을 희망이 없는 늙은이, 담뱃대를 물고 큰 기침을 하며 마을 길을 거닐

어볼 꿈조차 꾸어볼 수 없는 늙은이, 십 년 이십 년 후의 자기 자신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십년을 보내고 나면 독립이 될까? 기약이 없다. (P.73)

"신발이란,"

담뱃대를 빨고,

“발에 맞아야 하고, "

담뱃대를 빨고,

“사람의 짝도 푼수에 맞아야 하는 법인데.”

담뱃대를 빨고,

“이공의 말씀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편이 상책인 성싶소. 야합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요."

"......."

“서희 그 아이가 실리에 너무 눈이 어두워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P. 77 )

"우리가 선을 볼라 했더니 정한조 아들이 우리 선을 보러 온 모양이라. 허허헛 ... 그만하면 되었구먼. "

그 순간 석이는 이 사람들 시키는 대로 하리라 작정했던 것이다. 석이는 민감하게 느꼈다. 두 사람이 다 평범치 않으며 그 말도 평범하게 지나쳐버릴 말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의 값어치를 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의 값어치를 안다면 옳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요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선 복종하는 것이 또 당연한 일로 석이는 판단한 것이다. 하물며 그들은 큰일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그 큰일을 향한 길을 가는 것은 동시에 아비 원혼을 위로해주는 것, 석이는 뚜렷하게 자각한다. 뻐근하게 양어깨가 내리눌리는 짐의 무게를 느낀다. 그 짐을 지고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앞으로 가리라 결의한다. 어미의 가랑잎 같이 야윈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손등에 피딱지가 앉았던 누이동생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등잔불 밑에서 물레를 돌리던 젊은 날의 어미 얼굴이 스치고 간다. 낚싯대를 메고 나가면서 석아 니도 따라갈라나? 하던 아비 모습이 스치고 간다. (P. 361 )

토지의 수많은 인물을 따라 가다보면 그 시대라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했던 시대적 상황이 있었다면, 그에 못지않게 한 개인 개인의 상황과 특수성에 의해 빚어진 인관관계가 드러나보인다.

애국지사거나 애국지사흉내를 내거나, 친일을 하거나, 혹은 동학에 몸을 담거나 간에 표면적이고 역사적인 당위성을 만들어내는 건 개인이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내면 고백을 읽어보면 사람이 처음부터 하나의 성정을 가지고 있거나 변하지 않는 일은 잘 없다는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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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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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하면 누구나 들어 본 이야기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삼국지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처세술을 많이 알게 된다고 들었다. 나 역시 삼국 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이책은 삼국지의 인물을 대상으로해 현대 심리학이론을 접목하여 소개한다. 삼국지는 내 스타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심리학'을 소재로 가져 왔기에 궁금함이 생겼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삼국지 속으로 잠깐들어가본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의 유비와 제갈량이 아니던가. 제갈량을 통해 우리는 어떤 심리학기제를 읽을수있을까.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이 있다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가 1954년 제시한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객관적인 기준이 결여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비교 척도로 삼아 자신을 평가한다고 한다. 사회 비교 이론은 하향비교와 상향비교로 구분된다. 하향비교는 자신보다 열등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개인의 자아 만족감과 자신감을 향상시킨다. 이와 반대로 상향비교는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개인의 처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평가해 개인의 처지가 실제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P.15-16)

제갈량은 방통에게 이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었다. 서로의 능력과 평가가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 상태에 따라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의 운명이 달라졌던 것이다. 제갈량으로서는 방통이란 존재가 탐탁치 않았겠지만 그 둘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했다면 또다른역사가 쓰여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갈량의 인간적 면모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지만 그 역시 여느 인간과 같은 마음을 보여준다. 삼국지의 인물들에게서 배우는 심리적 현상과 영웅이란 타이틀 속에 감춰졌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웅덩이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마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초두효과를 뒤엎으려면 근인효과를 이용하면 된다. 다시 말해 최근에,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괄목상대할 만한 성취를 거두면 이전의 나쁜 인상을 완전히 뒤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첫인상의 뿌리는 깊게 남는다. 속담에 '강산은 쉽게 바뀌어도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한번 굳어진 인상을 바꾸려면 엄청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P.31)

근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반드시 사전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먼저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만든 다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시 최상의 상태로 뒤바꿔야 한다. 방통은 '후광효과'도 '심드렁한 판매자 책략'을 구사하는 데도 재주가 없었다. 그러나 방통은 자신의 능력으로 '근인효과'를 이용해 못생긴 외모(선천적 불리함)와 인재에 목말라하지 않는 군주(후천적 불리함), 이 두 가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합당한 지위와 대우를 쟁취해냈다.(P.34-35)

부탁할 때는 상대의 거절을 염두에 둬라.

사람은 사회 비교를 할 때 종종 유형화'의 편견에 빠진다. 유형화란 사람을 각기 다른 집단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집단 내부의 유사성과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차별성을 과장하는 경향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더 우수하고 다른 집단은 자신의 집단보다 못하거나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P.81)

왜 진작 삼국지를 익어보려하지 않았을 까? 아마도 지금의내가 아니라 젊은시절의 나리면 인물들의 내면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득 이 시리즈의 ①권을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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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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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바퀴벌레가 보이기는 하던데... 내가 어렸을 때는 더 많이 보였었다. 지금이야 해충박멸하는 세x코 같은 업체도 있고, 가정용 해충박멸약도 많고, 아파트에서는 때되면 소독도 하고 하니 잘 보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여름이면 집 앞 마당 평상에서 잘 때가 많았다. 집 앞 마당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길 어귀였다. 응답하라 시리즈 보면 나오는 집 앞 골목에 있는 평상 같은... 거기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곤 했는데, 가끔 얼굴이나 팔 어디쯤에 커다란 무언가가 툭 떨어지곤 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혹은 옆 무화과 나무 위에서 떨어진)였다. 그러니 당연히 내 기억 속의 바퀴벌레는 더럽고 징그럽고 보기 싫은 존재일 수밖에...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바퀴벌레의 매력에 빠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아니, 바퀴벌레를 애완용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우웩... 왜? 이런 의문을 갖고 펼쳐보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생물의 한 종인데 왜 바퀴벌레는 미움받을까? 그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순수하게 바퀴벌레의 성질이 싫다기보다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 '해충',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거대한 혐오감으로 뭉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퀴벌레가 싫다는 사람조차 '싫다'라는 자기감정을 의심하며 '바퀴벌레는 왜 미움받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바퀴벌레가 꺼림칙하다면 부디 '왜 싫어하는지'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머릿속에서 실제 감정 이상으로 혐오감을 부풀리고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자."(p.21) 라고. 


바퀴벌레를 해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무서워하고 소름돋게 싫어하고 할만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면 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바퀴벌레를 대하는 마음 역시 '혐오' 감정에 해당한다면 바퀴벌레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

"바퀴벌레는 사람을 공격한다." 


바퀴벌레에 대한 괴담이다. 음, 괴담이라면 사실이 아니란 말일까? 위의 두 가지는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바퀴벌레가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알집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슬리퍼로 내리치거나 약을 뿌리면 그 알집이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 뭐,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알이 그때 떨어져나오는 것은 맞는 것 같군. 그리고 한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는 것은 비번하게 나타날 경우 해충박멸업체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음...어쨌든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리고 마지막,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적당한 높이의 착지점 정도로 여겼을 거라고 한다. 공격의 의도는 없었다는... 그래도 그 여름밤 내 얼굴 위로 떨어졌던 그 감촉은 정말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촉이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바퀴벌레를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바퀴벌레'이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처럼 안 보이는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그게 '바퀴벌레'라고 혐오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역시 외모가 중요한 것인가? (아 --;; 그래도 시커멓고 커다란 그 바퀴벌레는 싫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저자가 알고 있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은 일반인들도 그다지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은 특정 형태(색이나 크기)의 바퀴벌레는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실내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배수구, 싱크대 등 잡균이 많은 장소를 통과했을 수도 있고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잡식성이므로 온갖 병원체를 운반할 수도 있다. 또 숲 속에 서식한다고 해도 어디서 무얼 먹고 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소는 모든 생명체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바퀴벌레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바퀴벌레에만 한정된 위험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므로 거북이, 물고기 등 야생의 생물을 만지고 나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p.43)라고.


그러면 이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 왜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환경을 공부하는 전문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막연히 생물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곤충자연관찰공원의 '곤충관' 구인을 보고 입사를 지원하여 채용되었다고 한다. 곤충관 직원들의 주요 업무를 '생물 사육, 전시 제작, 이벤트 운영'으로 나눈다고 한다. '생물 사육'은 곤충관의 무수히 많은 생물을 매일 보살피는 일이다. '전시제작'은 사육 중인 생물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잘 보이도록 조정한다. '이벤트 운영'은 곤충관찰교실, 사육방법교실 등과 같은 이벤트를 운영한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바퀴벌레'를 혐오하지 말라는 이야기 뿐만 아니아 곤충관에서 일하는 직업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청소년이라면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소재가 '바퀴벌레'라는 것보다 '곤충'으로서의 바퀴벌레를 바라보면 좋겠다. 그리고 곤충과 관련 있는 직업으로서도 살펴보길 바란다. 


저자는 곤충관 업무의 일환으로 곤충 중심의 사진 촬영과 사육 개체 채집을 위해 야에야마 열도(깊은 원생림 정글로 희귀생물이 많이 서식한다)에 방문한다. 그리고 여기서 히메마루바퀴와 처음 만나게 된다. 저자는 처음 사육하는 종은 인터넷에서 사육 정보를 찾거나 선례를 참고하는데 이 바퀴벌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매뉴얼이 모든 걸 보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 차이가 있고 사육환경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책을 통해 곤충을 다루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해충으로서의 '바퀴벌레'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다만, 학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의 이름을 일본어 그대로 읽어서 번역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이 없다고 한다면 학명으로 표기했으면 어떨까?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이 아닌 이상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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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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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앞에 두고 '당신 비호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나름대로 나는 호감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첫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다들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타입이긴 한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늘 내 주변에는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사람'을 내 자산처럼 생각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욕 안먹고 그래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은근 기분이 좋은 일이다. 특히 프로젝트성 업무를 할 때, 외부 협력 업무를 할 때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이러한 호감도를 좀더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늘 자신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가 되어 회사에서 교육 때 활용도 할 겸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끌리는 호감을 만드는 하루습관

스스로에게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짧고 사소한 기술들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리셋 keyword 8가지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Ⅰ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Ⅱ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믿는다. 호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주변 사람을 잘 살펴보는 편이다.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 당신 주변에 호감 가는 사람을 두고 싶다면 당신부터 호감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호감을 주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외모나 목소리처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 표정, 매너, 교양, 자기관리, 전문성 등을 보완한다면 선천적인 매력이 없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데일 카네기는 '타인에게 호감 얻는 법 6가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따뜻하고 성실한 관심을 기울여라.

이름을 기억하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하라.

마음 속으로부터 칭찬하라.

미소를 지어라.

상대의 관심방향을 간파하라.


쉬운 듯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 노력은 우리도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으려면 스스로에게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큰 힘이 되어 타인을 끌어당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자만심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나르시시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자기비하나 자기혐오보다 긍정적이기 때문이란다. 음...지나친 나르시시즘은 경계해야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게 되는 계기,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독서'를 큰 힘으로 뽑았다. 책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독서'는 만능열쇠인 것 같다. 어쨌든 의식적으로 자신감을 높이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리고 당신을 더 좋아하하게 된다. 


책에서는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을 소개한다. 리더형, 유머형, 겸손형, 아이디어형, 동경형, 순진형/백치미형, 리액션형, 마당발형, 세계평화주의형, 문제해결형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리더형과 문제해결형이 마음에 든다. 이 10가지 스타일로 모든 호감형 인간을 표현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호감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선 저자는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 리셋 키워드를 알려준다. 긍정성, 친숙함, 배려심, 진솔함, 낯섬, 긴장감, 동질성, 전문성이다. 


호감을 부르는 실전전략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내용이다.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일 때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진다. 좋은 기운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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