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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 - EBS 교육방송
김영훈 지음 / 베가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엄마들이 읽어야할까? 아빠들이 읽어야할까? 제목만 보아서는 아빠가 읽어야할 것 같고, 부제-대한민국 엄마들을 위한 완전육아지침서-를 보아서는 엄마가 읽어야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아빠-육아에 무관심한-를 육아의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기대를 안고 읽었다.
"섬세한 정보력으로 아이를 코칭하면서 키우는 게 엄마라면, 큰 그림을 그려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이 책은 아빠가 아이의 두뇌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익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씌어졌다. -중략- 아빠의 뇌는 엄마의 뇌와 다르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이 합쳐져야만 비로소 완전한 두뇌육아를 할 수 있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해야만 아이는 완벽한 정서적 안정을 이룩할 수 있고 최고의 두뇌발달을 이룩할 수 있다. 이 책은 두뇌태교를 하고자 하는 예비아빠나 두뇌육아와 두뇌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빠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p.6-7)
그렇다면 저자는 아빠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그동안 육아에 대해 무관심했던 아빠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아빠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이 얼마나 소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엄마들이 읽는 육아서의 내용에 '엄마'에게 요구되던 것을 '아빠'로 바꾸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육아이론서를 읽어보지 않았던 아빠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겠지만, 육아이론서들을 몇 권 읽은 엄마(!!)들에게는 그냥 그 내용이다.
다만 16페이지 정도의 [1장, 아빠의 존재의식]과 일부 몇 페이지는 읽을만하다.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여자와 남자의 차이이기도 하다. 엄마가 상황을 감성적으로 판단하는데 반해 아빠는 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아빠는 엄마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이러한 전혀 다른 성향은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완전해진다."(p.19) 그러므로 엄마만이 육아를 하는 것보다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다. "아빠는 아이와 대화하거나 훈육을 할 때 좀 더 논리적이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가 사회성과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학습에서도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수학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략- 아빠의 객관적인 시각은 아이로 하여금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고 강한 아이로 만든다."(p.23) 아이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아빠의 고유한 영향력을 로스 D. 파크는 '아빠효과'라고 개념화시켰다. 엄마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접하게 하는 것만큼 의미있는 교육은 없으며 그것은 바로 아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한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함께 한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의 질이 더 중요하며,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에 필요한 지식과 헌신이 있어야하고, 솔직하게 아이를 대하고 아이를 존중할 수 있어야(p.29)한다는 말은 이 책의 중요내용이다.
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육아에 참여하게 된다면 의미있는 일이 되겠지만, 얼마나 동기부여가 될지는 모르겠다.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을 보면 '아기의 울음 파악하기, 안고 분유 먹이기, 기저귀갈기, 목욕시키기, 재우기, 시킨십'등이 있는데, 이게 어째서 엄마와 다른 역할인지 모르겠다.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아빠가 서툰 것은 이해하지만, 아빠만 해야 하는 역할도, 방법이 다른 것도 아니다. 아빠가 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은 아기 마사지같은 경우, '아빠'가 해줘서 좋은 이유가 없다. 그러니 굳이 아빠가 할 필요성을 느낄까? '놀이'의 경우에는 아빠는 놀이친구로서 육체적인 방법을 통해, 엄마는 언어를 통해 두뇌발달을 도와준다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해가 되지만,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엄마가 읽어주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p.135-136에는 아빠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일이 서술되어 있는데, 이런 대화가 과연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방법들은, 아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엄마들이 해왔거나, 하면 좋다고 들어오던 방법들이다. 다만, 이 책을 아빠들이 읽고 함께 육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 아빠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