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해녀와 물할망 - 해녀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5
선자은 글,윤정주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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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며칠전 수업을 하다가, 해녀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해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듯하다. 이것은, 보통 자국의 문화나 생활풍습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외국인의 시선에는 이런 것들이 깊이 각인되기 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그들은 제주의 해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해녀는 제주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가 있었다.

 

기계화, 대량화가 된 요즘에도 물질을 하는 해녀가 남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기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하는 일과 그 전문성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때마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꾼장이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진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찾아 멋진 그림책으로 완성을 시키니 말이다.

 

꼬마해녀와 물할망. 나는 물할망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물귀신과 먼 친척쯤 된다하니 대충 감이 오기는 한다. 물할망은 해녀의 숨을 막히게 하는 물귀신 같은 면이 있는가 하면, 물을 공급해주는 할망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섬과 해녀라는 특수성이 만들어낸 캐릭터인듯하다. 늘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해야 하는 해녀들에게는 바다 속이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작업을 하는 장소이기도 했을테니 물귀신 같은 무서운 존재가, 그리고 물이 부족한 섬에서 생활을 하는 먹을 수 있는 샘물의 중요성때문에 물을 공급해주는 신적인 존재가 필요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책 속의 물할망은 어떤 존재일까?

 

쭈글쭈글한 얼굴과 차림새는 영락없는 동네 할멈이지만, 빛나는 백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는 모습은 흡사 인어공주를 연상시킨다. 27개월 한솔이는, 물할망을 보자마자 [해파리]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푸른 바닷속을 헤엄쳐 올라가는 물할망의 모습은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심심한 바다속에서 놀던 물할망이 물낯에 올라가 아낙(해녀)들이 수다를 떨며 모여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하는지는 그 뒷페이지의 그림으로 알 수 있다. 바위 뒤에 숨어서 바라보는 물할망은, 마치, 낯선 곳에 온 아이처럼 겉돌기만 한다. 게다가 물할망은 해녀들의 숨을 막히게 하는 무서운 존재니 해녀들이 반길 리도 없다.

 

아이들이 노는 세계도 그러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내편 네편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동무가 되어 어울린다. 그렇게 친화력이 좋은 아이들도 자라면서 점점 또래를 형성하고, 내편 네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겉도는 아이는 여전히 겉돌 뿐이다. 그럴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아이는 쭈뼛거리면서도 함께 어울리게 된다. 물할망에게는 바로 꼬마해녀가 그러했다.

 

꼬마해녀는 낯선 사람, 이상하게 생긴 사람을 보고 멀리 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멋진 해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모르는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물어보니 [같이 놀아요]한다. 아주 짧은 대답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물할망은 꼬마해녀보다 바닷속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도 마치 할 줄 모르는 양 꼬마해녀와 어울려 논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적극적인 노력이 아닐까? 비록 물할망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꼬마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도, 그와 어울린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길게 내뿜는 숨비소리는 물할망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지만, 꼬마해녀를 살려낸 이후에는 숨비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해녀들과 융화가 되었다는 은유적 표현일 것이다.

 

처음에 물할망이 심심한 바닷속을 헤엄칠 때는 하얗고 작은 물고기 몇마리 뿐이던 것이 꼬마해녀와 즐겁게 노닐때는 알록달록 화려한 물고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 즐거운 분위기를 그림에서부터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해녀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물할망 이야기를 통해 아이는 해녀를 알게 되고 바다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비록 그 의미를 다 모른다하여도, 물할망이 해녀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것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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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가 우울하대요 - 우울한 아이 꽉 닫힌 마음의 문 칭찬과 격려로 활짝 열기 인성교육 보물창고 8
하이어윈 오람 글, 수잔 발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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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최근 들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왕왕 들려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굳이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갖다 대지 않아도,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능력에서 오는 괴리, 혹은 부모나 주위 어른들과의 마찰에서 오는 반항 등의 이유로 어린이다운 천진난만함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보게 된다. 나이보다 훨씬 조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나이만큼 자라지 못하고 유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 그림책은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우울해져서 집밖으로 전혀 나오지도 않고 찾아간 친구들에게 고함을 치기도 한다. 그런 오소리에게는 두더지라는 멋진 친구가 있었다. 다른 동물친구들이 오소리의 반응에 놀라 돌아간 다음에도 두더지는 아무 말 없이 오소리의 곁을 지켜준다. 물론 이 이야기의 결말은, 오소리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다시 친구들 사이로 돌아온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두더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물론 오소리도 아주 멋진 친구이다. 오소리가 우울해할 때 많은 동물 친구들은 그를 걱정했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집으로 갔고, 또 두더지가 시상한 그 많은 상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동물친구들이 반대하지 않았을 정도로... 오소리는 그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친구였던 것이다. 그런 자신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친구 두더지가 없었더라면, 오소리는 자기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혼자 집안에서 칩거하며 살았을 것이다.

 

오소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친구들이 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하나씩 둘씩 갖고 있다. 그것을 잘 찾아내고 인정해주는 두더지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아니, 서로가 서로에게 두더지 같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면,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이 줄어들텐데...

 

이런 그림책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장점을 알고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면서, 동시에 부모들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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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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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김용택 시인이 가르친 아이들이 쓴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 CD를 듣고 있다. 한솔이에게 들려주면서 나도 흥얼거렸던 그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김용택,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길러내듯,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아이들로 교육하지 않을까?

 

엄마가 되고 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논리 속에서 세상 살아가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파온다.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라면, 김용택선생님같은 분이 계신 것이라고 할까? 나는, 김용택 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언론에서 접했던 기사, 그가 쓴 책, 그리고, 그의 아이들이 쓴 시들을 통해 그를 본다.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그의 아이들이 쓴 시들이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아이들의 환경이 부럽고, 그것을 이끌어 내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것도 부러웠다.

 

그런데, 그가 교단에서 떠났다. 그 아쉬운 소식과 함께, 그를 아는 이들이 써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김용택은, 아이들의 시를 통해 막연하게 짐작했던 김용택이었으므로, 그의 지인들이 말하는 김용택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었다. 생전에,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쓴 글이어서 더욱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그의 인(人)라인은 어찌도 이리 넓고 깊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만큼이나 인정 넘치는 인간 김용택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도종환 시인이 첫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나는 거리의 교사로 산 시절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것, 제자를 많이 키워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것을 잃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쉬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사람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교사로서는 그것이 가장 잘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용택이 형님처럼 아이들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들을 바른 인간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다면 구태여 거리의 교사로 떠돌며 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p.16) 라고.

 

아마도 김용택은 함께 거리로 나서지 않았지만, 그런 그들이 있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온 힘을 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의 앞머리에 김용택의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그가 살아온 인생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살아온 데로 나타나는 것이 얼굴이라지 않는가? 환갑이 된 그의 얼굴은 젊은 시절 그의 모습에서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천진난만한 미소가 살아남아 있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그의 얼굴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김용택을 아는 재미도 있지만, 그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한몫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 뿐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그의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글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또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존경하고 싶고 존경받을만한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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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3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봄인가~ 마암분교에 가서 이분을 뵈었지요~ 항상 소년같은 그분, 행복한 사람이지요.^^ 인(^^)라인이 대단한 분이라서 이런 책도 나왔네요!^^
 
Big Fat Hen (Paperback + Workbook + CD 1장) - My First Literacy Set (CD) 1-01 My First Literacy Level 1 (CD Set) 1
Keith Baker 지음 / 문진미디어(외서)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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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이 책을 좋아하기에 사줬는데, (사실 사주면서도 전혀 기대가 없었다.)

그저 그림이나 보고, 달걀 수나 세면서 놀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CD를 들으면서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CD플레이어 조작을 혼자 할 수 있어서, 그냥 놔뒀는데, 어느새 페이지를 맞춰가며

제딴엔 흥얼흥얼 따라하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크고 뚱뚱한 닭이 달걀을 뽕뽕 낳아놓고 그 주위의 것에 한눈팔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one, two, buckle my shoe (한솔曰 원, 투, 버크마이슈)

라고 따라 흥얼거린다.

CD를 듣지 않을 때는 여지없이 한국말로 그림책을 분석하기 시작하지만,

엄마 계란이 두개 있어요. (한솔이는 절대 달걀이라 하지 않는다)

잠자리 꽁꽁 날아가요. (잠자리는 무조건 꽁꽁이다. ^^)

병아리가 삐약삐약, 어, 구두네~!!

엄마~!! 애벌레~!! 애벌레~!!!

우와~!! 계란 많다~!! 등등..

그런데도 CD를 들려주면 희안하게도 영어를 따라한다.

지금은 특별히 영어를 교육하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노래나 듣고, 낯선 언어라는 생각만

없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한솔이가 제법 활용을 잘 하는 것 같아서 좋다.

함께 들어있는 워크북은, 스티커가 들어있어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내용이 잘 아는 숫자여서, 혼자서도 제법 잘한다.

물론 모든 걸 영어로 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숫자를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이야기한다.

일단, 그림이 아이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따라하기 쉽고,

라임을 통해 운율이 느껴가며 노래하듯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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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키운 아이
칼라 모리스 지음, 이상희 옮김, 브래드 스니드 그림 / 그린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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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장의 책 사이로 얼굴을 삐죽이 보여주고 있는 아이는 멜빈이다. 멜빈은 늘 도서관에서 사서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찾고 자료를 찾아 정리하면서 자란 아이이다.

"여러분이 어린이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푼다면 그 어린이들도 자라서 다른 어린이들을 그렇게 도와줄 거예요. 온 세상의 어린이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 또 프로보 시립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안 퍼키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짐작보다 훨씬 의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사서선생님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인 내가 읽었을 때 이 책은, 바로 나에게 그런 사서선생님같은 엄마가 되라고 말하는듯 하였다.

호기심 많은 아이 멜빈은 도서관에 가면, 자신이 알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고 있다. 거기에다가 마즈, 베티, 리올라 사서선생님들까지 있으니 멜빈에게는 가장 즐거운 장소가 도서관이었을거라는 짐작이 간다.

멜빈이 관심을 보일 때면, 사서선생님들은 함께 관심을 보인다.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선생님들이 바로 이 도서관의 사서선생님들이다.

"메에에엘빈! 도서관에선.... 뛰어다니면 안돼."라고 외치는 표정과 상황은 정말 리얼하다. 그런데 그 광경이 싫지 않은 것은 형식적이고 딱딱한 사서선생님들의 말과 표정이 아니라 늘 아이의 관심에 호응하고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이었기 때문일 터이다.

나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밖에 데리고 나갈 수 있을 때부터 줄곧 근처 도서관을 찾았다. 아주 어릴 때와는 달리 요즘(27개월)은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꺼내들고 읽고 싶어하고, 자료를 찾는 컴퓨터도 만지고 싶어하는 때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게다가, 도서관 사서들은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도서관이란, 발자국소리도 내지 않고 들어와 조용히 책을 읽다 가는 장소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이도서관이나 어린이 열람실에서는 조금의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영유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의 소음은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나.

어쨌든 그런 저런 것을 다 떠나서, 아이를 데리고 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찾거나 할 때, 나는 사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도움을 받고 싶어도, 고개를 푹 숙이고 뭔가를 하느라 정신없는 사서에게 말을 걸기란 너무나 어렵다. 아이가 쿵쿵 발자국 소리만 내어도 고개만 까딱 들고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 곁에 와서 관심을 보여주며 조용히 다녀야 한다고 속삭여주는 사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엄마로서는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 책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에 데리고 간 곳이 권위주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로만 일관된 모습을 보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서 선생님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물론, 멜빈에게 쏟은 관심만큼을 바라는 건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찾아줄 수 있는 선생님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서선생님들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내 느낌은 엄마도 이 책 속 도서관 사서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말하는 헬리콥터 맘이 되자는 건 아니고, 아이의 호기심에 함께 반응하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현실의 사서선생님에게서 느낀 감정(말붙이기 어렵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을 엄마에게서도 아이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관심사에 함께 반응을 보여주는 엄마가 되지 않으면 아이는 내가 현실의 사서선생님에게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게 된 것처럼, 엄마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히고 연관성을 찾고, 거기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있지 않을까? 또한, 책을 통해 얻는 재미와 즐거움은 또 얼마나 많던가. 아이가 관심을 갖고 알고자 하는 것을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엄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의 역할을 통해 엄마로서의 나, 조력자로서의 나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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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08-10-2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아이들이랑 무지 좋아하는 책입니다. 게다가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다보니...아무래도 그림책에 더 관심이 가고...점점 그림책들이 더 좋아집니다. 요샌 어른책들을 읽기가 어려워졌어요. 아이들책이 더 재밌어서....^^

하양물감 2008-10-24 18:54   좋아요 0 | URL
하긴 그런것 같아요. 아이들 그림책에 요즘 빠져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순오기 2008-10-2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책 보고 싶은데 아직 못 봤어요.
난 사서이신 책세상님께 소개 받았어요.^^

하양물감 2008-10-24 18:53   좋아요 0 | URL
전 사서이신 세실님께 소개를 받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