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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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동아리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도 '불편한 편의점2' 있냐고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구입해놓았다. 앞선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의 마지막 행선지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였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코로나 시국이 때로는 배경처럼,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그렇게 등장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와 예술계가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앞으로 당분간은 펜데믹 상황을 배경이나 사건으로 상정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다.



정 군의 용건이 퇴사는 아니었지만 선숙은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제저녁 한 사내가 찾아와 야간 알바로 일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점장님이 계신 낮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왜 내 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하지않았냐고 선숙이 묻자, 정 군이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흥분한 나머지 선숙은 지금 야간알바 다급한 걸 모르냐? 내 전화번호 알려주는 게 모슨 힘든 일이라고 그거 하나 못하냐? 마구 쏘아붙였다. 이에 정군이 당황해하며 자기는 점장님 쉬는 시간에 전화받기 싫어하실 것 같아 안 알렸다고 답했다. 거짓말이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무신경하고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일하는 가게에 문제가 생겨도 동료가 곤란해져도 자기 시급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p.33~34) 


이 페이지를 읽는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선숙 점장의 마음이 읽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물론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이란 그랬다고 한다. 라떼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세대차이를 저런 태도와 성향에서 직면하게 된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불쑥 불쑥 예고없이 들어오는 문장이다. 업무분장표에 적혀있지 않으면 '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세트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일은 '내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 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143~144)


편의점에 전편의 독고와 비슷한 '홍금보'가 야간 알바를 하고 있다. 묘하게 독고와 닮아 있는 '홍금보'의 실체는 뒤에 가면 나온다. 편의점에 오는 동네 주민들은 홍금보와 옥수수수염차를 먹으며, 혹은 폐기 음식을 먹으며 다시 삶을 찾아간다. 홍금보는 어떤 사람일까? 민규가 편의점에서 투플러스원 상품을 사서 시간을 떼우는 동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을 추천해주거나 독서토론을 하거나 하는데서 그의 전직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밍기뉴란 별명을 갖게 된 민규는 이제 편의점이 아닌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확실히 이런 구성과 내용은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p.186)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거고."(p.255)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p.281)


특히 이번 책에서는 염여사의 아들, 강사장이 변화한다. 사업을 벌이다 뒤통수를 맞은 후 다시 사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마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말미에서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전부 '긍정'과 '희망'를 찾아 자신의 길을 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희망'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희망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 취준생이던 시현이 편의점을 주제로 한 유튜브로 성공하고 스카웃까지 되었지만, 펜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또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시현 마저 사족처럼 붙은 '여러 계절이 흐른 뒤' 억지로 '희망'을 준 것은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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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특별 한정판 골드에디션)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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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이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전작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이 책만 읽고 알게 된 것과 느낀 점을 쓰고자 한다. 책을 덮은 지금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영화나 이야기들, 특히 이야기를 예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기도 하였다. 


조던 피터슨은 부인의 말기 암 진단과 자신의 약물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사이에서 분명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질서 너머』에서는 혼돈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그 안의 가능성을 껴안고, 냉소와 두려움의 껍질을 깨는 법칙을 제시한다.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법칙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법칙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법칙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법칙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법칙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사람은 타인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마음의 질서를 유지한다. (p.29)


우리는 모두 생각을 통해 만물의 질서를 유지하지만 생각하기는 주로 말하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에 대하여, 현재 상태와 미래 계획에 대하여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 그 효율성과 적응력을 검증해야 한다. 말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타인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평가하고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안정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심리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남의 눈치'를 보라는 말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사회적 행동을 통해 그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충분히 안다 생각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보다는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낫다. 내가 아는 것들과 친해지기 보다는 모르는 것들과 친해지는 게 백배 낫다. 아는 것은 유한하지만 모르는 것은 끝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p.43)


우리는 초보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꺼이 배우려는 사람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무지하고 서툴고 미숙한 상태로 계속 남있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과 자주 마주 한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면서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 말이다. 할 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을 오히려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난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열정적으로 부지런히 해결에 나선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을 고려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 (p.51)


첫째, 어떤 일이 매일 일어난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다. 만일 점심 시간에 사소하지만 성가신 일이 상습적으로 일어난다면, 주의를 기울릴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른바 사소한 짜증(계속되면 결코 사소하지 않다)은 표출하거나 해결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놔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p.115)


결혼 생활에 대해 저자가 한 말이다. 즉...이런 일들이 백 가지 천 가지 쌓이면 삶은 비참해지고 결혼생활은 파탄이 난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다고 표시를 내라.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상의하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우리의 결혼 생활을 제대로 운영하고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행복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생각도 없다. 분명 처음에는 그랬을 것 같다. 바꿔보려고 했을 것이고, 새롭게 시작해보려고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비록 결혼생활을 깨버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나의 어떤 노력을더하는 것은 에너지 소비처럼 여겨져 그냥 이대로 지낼것이다. 모두가 사소하게 여기는 일상적인 사건일수룩 바로잡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저자의 말을 그냥 흘려 들으려고 한다. 


저자의 내담자들 중에는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이나 상사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현명하고 세심한 사람이라면, 그런 동료들 때문에 가치 있는 일들이 무수히 방치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은 대개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어렵다. 이는 그 일이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우선 작은 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경 쓰이는 어떤 일이 있는데 내가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일을 해결해보는 것이 좋다. 삶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의미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당신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당신 둘만 유독 힘든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도 마찬가지다.(p.320)


어떤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면, 당신은 '좋아함'과 '사랑함'을 함께 유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하는 틀이 없다면 매번 싸워서 이기거나 협상을 해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앞으로도 계속 좋은 감정을 유지하면서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싶다면 누가 무엇을 할지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그것이 성 역할을 대신한다. (p.334)


한번도 부부 간의 역할에 대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협상이 아니라 당연히 함께 하는 가사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이런 기대는 상상이고 망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애초에 협상을 통해 무엇을 누가 할 것인지를 정해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의 경력을 우선시할 것인가? 언제 그리고 왜인가? 아이들 교육과 훈육은 어떻게 시키고,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청소는 누가 할까? 식탁은 누가 차릴까? 쓰레기 내놓는 일은? 욕실 청소는? 은행 계좌는 어떻게 개설하고 관리할까? 장보기는 누가 할까? 옷 구입은? 가구 구입은? 누가 무슨 비용을 책임질까? 세금은 누가 처리해야 할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가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200가지 일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일이 매일 되풀이된다. (p.335)


이 협상에서 평등하고 공정하게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경력을 우선시하는데 있어서 남편보다 아내를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나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자면 나는 협상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패했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나의 에너지를 거기에 쏟고 싶지 않다. 이제라도 나의 남은 살날을 위해 조금은 개인주의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저자는 결혼 제도, 출산 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책이었지만, 딱 저 부분만은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의 생각이 어찌 변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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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 - 제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비룡소 문학상
안유선 지음, 신민재 그림 / 비룡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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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책이었다. 선새앵님? 어떤 주인공들이 나오길래 이런 대화체가 나올까 하며 읽어본다. 


“우리 반에선 절대 아무 문제도 생겨선 안 돼!”


기분이 나쁠 때마다 쇠붙이를 씹어 먹는 금지철 선생님과 행동이 느린 창수, 도둑 누명을 쓴 은호, 거짓말하는 채윤이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들의 보호자로 나타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제점과는 상관없이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해명을 한다. 사실 해명이랄 것도 없이 이상한 논리에 당연히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생각하지만, 선생님의 말문을 막히게 할 뿐이다. 


표지의 말투는 창수의 어머니 말투인데... 어머니도 엄청 느리다. 창수의 이름은 '토끼와 함께 손잡고 걸어가고 싶은 거북이를 닮은 달팽이 창수'인데 학교에서 창수라 부르면 누구를 부르는지 몰라서 답이 느리다는 것이다. 말이 안되는 말인데도 선생님은 속수무책이다. 


은호는 할머니가 와서 상담을 하는데, 억울한 누명을 썼다며, 교실 바닥이 꺼지면서 물건들이 사라졌다고 변호를 한다. 교실에서 한숨을 푹푹 쉬는 아이들을 상상하니 웬지 이해가 되기도... 어쨌든 할머니의 해명을 듣다보니 이 상담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살살 나온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상상을 할 것 같다.


이상한 보호자들과 상담을 하던 금지철 선생님 앞에 20년 전 만났던 첫 제자들이 찾아온다.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빵집 주인이 된 김빵점과 닭 한 마리...그런데 그 닭이 진희라고 한다. 늘 닭대가리라고 놀림을 받더니 정말 닭대가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비교를 하며 마음의 상처가 될 말들을 쏟아 내던 어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모습을 본 후 금지철 선생님은 삼켰던 쇳조각을 뱉어낸다. 


빵점과 닭대가리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급격하게 교훈을 들이댄 느낌이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변화하기를 기대하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대상 독자가 어른이 아닌 어린이라는 점에서 어른들의 시선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도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꽃을 피워 봐야 알겠네요. 봉오리만 봐서는 어떤 꽃일지... 근데 저 노란 꽃이 제일 성질 급한 놈은 맞는 것 같아요. 곧 활짝 필 기세네요."

"그렇군요오. 때가 되면 피어나겠군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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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거미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0
이승범 지음 / 북극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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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별 기대없이 열었던 그림책인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비오는 날 저녁 아이는 창 밖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거미를 본다. 사실 거미는 다른 동물들 집에 가서 비를 피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와 있던 참이다. 


창 밖을 내다보는 아이가 비에 젖은 거미를 위해 창문을 열어준다.


열어둔 창문으로 거미만 들어온 게 아니라 여름밤 불청객인 모기도 함께 들어온다. 사실 이 그림책을 보다가 뒷 내용이 제일 기대가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모기가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말이다.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높은 곳에는 모기가 없다고, 주택이라 모기가 바글거리는 거라고 할 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모기도 엘리베이터 탈 줄 알더라고. 이렇게 저렇게 모기가 지금도 여전히 많아서 모기장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다. 


아이가 열어둔 창으로 모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저 모기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였다. 물론 예상은 되었지만, 나의 예상이 깨지는 것도 괜찮고, 들어맞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이는 거미를 반려동물처럼 대리고 다니며 우정을 쌓는다. 사실 타란툴라 정도는 되어야 데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거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의외의 즐거움을 준다. 물론 엄마에게 거미줄을 발각되기 전까지 말이다. 


엄마에게 발각된 거미줄은 '당연히 없애야 할' 거미줄이다. 청소도구로 쓸어가버린 거미줄 때문에 거미는 다시 밖으로 가게 된다. 어쨌든 그날 밤.... 엄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상상에 맡겨본다.


특별히 기대를 하고 본 그림책은 아닌데, 은근히 재미를 주는 그림책이었다. 특히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집 상황과 비슷한 아이라면 즐겁게 볼 것 같다. 


밤새 모기와의 전쟁을 벌인 그대들에게 권하는 그림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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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념 -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하여
피트 데이비스 지음, 신유희 옮김 / 상상스퀘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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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선택지 열어두기 문화'와 '전념하기 반문화'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우리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탐색 모드에만 머무르고 있다. 왜 우리는 망설이는 걸까? 

저자는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느 하나에 전념했다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둘째,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다. 무언가와 관계를 형성하고 헌신하면 그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 평판, 통제감에 혼란이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셋째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나에 헌신하면 책임감 때문에 다른 것은 될 수 없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으며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지 열어두기 문화는 우리 경제가 특정한 장소, 사람, 사명 등의 특정 대상에 충실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명예 대신 무관심이 도덕성의 기준이 되고, 기술이나 신념을 갖기 보다 경력을 쌓고 출세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 저자는 과거 어쩔 수 없이 헌신하거나 지금의 선택지 열어두기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긍정적 대안으로 '자발적 전념하기'를 제시한다. 자기 스스로 특정 신념과 기술, 장소와 공동체, 직업과 사람에 전념하기로 선택을 하는 것으로 그것들과 충실하게 관계를 맺자고 말한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무한 탐색 모드에서 벗어나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변화에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변화는 느리게,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만약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꾸준한 헌신은 필요없을 것이다. 초반에 느끼는 환희나 분노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꾸준함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변화를 만드는 일이 전투 전략을 짜는 일보다 관계를 일구고 유지하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변화의 길에는 '단순화'하거나 '조정'하거나 '자동화'할 수 없는 과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기관과 공동체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뉘앙스를 배우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와 흐름을 가져야 한다. 

만약 우리 세계가 끝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우리를 밤새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전쟁이나 폭동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상적인 것 즉 가꾸지 않은 정원, 오갈데 없는 사람들, 무시당하는 대중의 소리 등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을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 

전념하기는 개인적인 기쁨, 사회적인 번영, 자신의 존재와 삶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상을 준다. 전념하기는 우리 안에서 믿음이 유기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어느 한가지에 몰입하면 두려움이 희미해질 수 있다. 전념하기의 핵심은 시간을 통제하는 것에 있다. 

무한 탐색 모드에도 장점은 있다.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효하다. 이 시기에는 여기저기 탐색하는 것이 즐겁다. 탐색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공동체나 정체성을 찾았을 때 느끼는 기쁨 또한 매우 크다. 무한 탐색 모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고 재밌으며, 큰 위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새로운 경험을 아주 많이 할 수 있다. 융통성은 탐색의 가장 분명한 장점이다. 융통성과 탐험의 기회가 가져다 주는 중요한 결실은 진짜 자아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또다른 장점은 새로움이다. 삶에서 가능한 많은 새로움을 즐기겠다는 생각은 욜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반대로 포모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남들만큼 충문히 경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감을 가리킨다. 

언젠가는 이 탐색을 마치고 전념하기를 해야 할 순간이 온다. 무한 탐색 모드의 융통성은 '결정 마비'로 이어진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여기저기 탐색만 하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전념할 자신이 없어진다. 더 많은 선택지를 탐험할수록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미련을 갖고, 존재하는 모든 매력 요소를 결합한 허구적인 대안에도 사로잡힌다. 그 많은 선택지와 노력에도 결과는 언제나 기대만 못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만족감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무한 탐색 모드는 고립을 낳을 수도 있다. 아노미는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느끼는 절망이 아니라, 득점판이 없을 때 느끼는 절망이며, 여행 중에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절망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지가 없을 때 느끼는 절망이다. 아노미의 해독제는 진짜 공동체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같은 시각을 공유하는 사람들,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또 우리에게도 애정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아노미는 공동체의 부족, 규제의 부족, 문화적 규범, 도덕적 지침, 규칙이 부족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같이 어울릴 친구뿐만 아니라 거기에 부여되는 책임, 사명, 기대치, 열망, 명예까지도 원한다. 구성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집단이 오히려 더 번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책임을 지기 원한다. 책임감이 우리를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지역, 역할, 생활방식, 기대치와의 관계가 한결 느슨해졌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방식으로 선택지가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사람들은 비자발적 헌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속박에서 벗어난 다음 무언가를 하기를, 헌신하기를 원한다. 

전념하려면 '전념하기의 미덕'을 가꿔야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목표를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상상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통합력,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 근성, 관계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열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선택지가 있어도 계속해서 하나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비자발적 헌신에서 벗어났지만 자발적 헌신을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탐색과 전념 사이의 긴장감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결정 마비, 아노미, 피상적인 삶이 주는 괴로움이 융통성, 진짜 자아찾기,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저해한다. 이러한 긴장감을 잠재적 불안, 번아웃, 일방적인 동요, 단순 무기력 상태 등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p.83)

전념하기를 향해 가는 길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리가 헌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는 것이 위대한 운동에 뛰어들거나 공동체를 위한 슈퍼맨이 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념은 별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스스로 전념할 수 있는 한 가지면 충분하다. 우리의 헌신을 기다리는 기술, 프로젝트, 지역, 공동체, 기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념하기 반문화에 합류하기 위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p.113)

대의에 헌신하는 것은 시민의 헌신이다. 사회의 운명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은 비전을 행동으로 옮긴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은 애국자이다. 애국심은 우리나라가 '최고'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우리나라의 한 부분이기에 사랑한다. 내가 알고 내가 속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은 국가와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마음이다. 건축가의 전념하기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밀거나 끌어당기는 시민과 달리 건축가는 무언가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비전을 그려본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관리인이 되어야 한다. 혁심은 기술 발전의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기술의 대부분은 유지보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은 유지하고 지키는 사람이다. 

친구 하나가 지역 도서관에서 열리는 월간 독서 토론에 갈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유난히 춥고 비가 오는 날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는 코트를 집어들고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 것 같다."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가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세상을 지탱한다. (p.132)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전념하기의 한 갈래다. 오랫동안 노력해서 기술을 갈고닦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수의 경지에 오른 후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전념하기의 마지막 갈래이면서 가장 중요한 헌신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이다. 동료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일은 금세 또는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상대방과 완벽하게 잘 맞는 사람이나 공통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친구가 되는 기술을 쌓은' 사람이라는 내용이다. (p.142)

전념하기의 길을 갈 때 무언가에 전념했다가 나중에 다른 것에 전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두려워한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려운 마음을 극복하려면 선택에 대한 부담감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부담감 없이 전념하고자 결심할 수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면 이제 결정마비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감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택지의 장단점을 생각하느라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선택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자기가 중시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은 존경하는 영웅의 사례를 수집해서 이 상황에서 '영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대입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장단점 목록은 이때 도움이 된다. 결정을 내렸으면 실천을 해야 한다. 일단 해보고 생각하라. 선택지 고르기의 과제는 '올바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니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유대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정체성, 평판, 통제감'이 위협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자신의 자아를 고정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자신의 자아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며, 유기적인 것이라고 보다면 여러 관계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헌신하는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정체성 형성을 도와준다. 

또한 자신의 자아가 과정적이고 독립적이기 않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평판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보편적인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보다 매력점이 분명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특정 소속을 피하려는 사람을 우리는 실체가 없다고 표현한다. 특정한 것에 헌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경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독립적이고 고립된 상태에 있을 때 통제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한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이룰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혼자일 때는 스스로 변화하기가 어렵지만 공동체는 그런 불안과 걱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하여 변화가 가능하게 도와준다. 전통을 바꾸려면 전통이 필요하고, 규칙을 바꾸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면 공동체 안에 속해야 한다. 인간 관계는 특히 더 먼저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야 조언할 수 있다. 독재정권은 시민들이 자신의 신념에 대해 사유하고 헌신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갈등을 힘으로 다룬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유대를 형성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일에 모두가 참여한다. 전념하기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고를 수 없었던 다른 선택을 아쉬워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념하지 않았더라면 누릴 수 없었을 모든 새로운 순간을 아쉬워 하는 것이다. (p.202) 

우리가 새로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만성적인 포모가 찾아온다. 새로운 경험이 주는 보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즐거움이 지루함으로 변한다. 그러나 목적은 이와 반대로 작용한다. 목적은 지루하게 시작해서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목적이 삶의 원동력인 사람은 깊이 있는 경험을 한다. 그들은 깊이가 곧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사는 인생이니 깊이 파고드는 것이 낫다. 깊이 파고드는 것이 좋은것임에도 우리가 항상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정이 힘들수록 성취감도 크다. 기다림은 힘들었지만 열매를 수확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기다림은 보상을 받는다. 전문지식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식을 쌓으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사라진다. 전문지식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포착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갖출 수 있다. 작은 전념이라도 거기에 깊이가 더해지면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깊이 파고드는 것을 막는 위협들은 지루함, 산만함, 불확실성, 유혹, 목표 변질, 고통과 피로가 있다. 


과거에 비해 확실히 선택지가 많아졌다.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있다. 소셜미디어는 점점 더 짧은 컨텐츠로 승부를 본다.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동안 '경험'은 다양해질 수 있을 지 모르나 '깊이'는 전혀 없게 된다. 들어는 봤지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다.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의 의미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삶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지도 않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툴을 이용해서 생각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 쉽게 사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또한 내 한 평생 잘 살았다고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념하기'를 통해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두 가지의 삶을 비교해볼 수 있었으니 그 다음 실천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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