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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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동시집인 줄 모르고, 구입한 책이다. 난 그림책인 줄 알았다. 어쨌든 표지그림 속 아이가 펄쩍펄쩍 날아다니는 것처럼 이 동시집의 시들이 그렇게 살아 날뛰는 듯하다. 그림과 시가 너무도 잘 어울려 시인과 그림 그리는 이가 마주 보고 앉아 작업한 느낌이 든다. 읽으면 읽을수록 웃음이 난다. 게다가, 시 속에 책들이 산다. ^^; 아이들 책을 눈여겨 본 엄마들은 그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터이다. 나도, 최근에서야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진 터라 여차했으면 뭐야? 했을텐데, 그래도 아는 제목이 많이 보여서 시가 쉬워졌다.

 

1, 2, 3부로 나누어진 소제목도 재미나다. 꿈틀꿈틀, 들썩들썩, 뚜벅뚜벅이란다. 첫번째 시는 [꿈틀꿈틀]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처럼 시가 꿈틀거린다. 이렇게 짧은 시가, 시어만으로도 즐거울 시가, 그림 속 지렁이를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 된듯하다. [떡잎에게]는 검은 땅 속에서 움찔움찔 거리는 씨앗 하나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지금 한창 봄이라 새싹들이 잎을 틔워내고 있는데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다. [후투티, 후투티야]는 후투티 머리 위의 노란 깃털을 나리꽃에 비유해놓은 것이 센스있다. 새를 통해 꽃을 보고, 이야기를 피워내었다.

 

[들썩들썩]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환하다. [우리 동네 전설]을 읽다 보면 대문 앞에 써붙인 글자들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다. 집의 대문은 그 집 사람들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대문에 쓰여있는 글귀들은, 그 집 사람들을 짐작케 할 것이다. 나는, 우리집 대문에 뭐라고 써놓을까? 오늘은 잠시 그 고민을 해야겠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게]는 아이들의 경제교육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생각하게 만드는 시이다.

 

[손톱에 끼인 때]을 읽다보니, 며칠전 문화센터에서 흙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흙을 풀어놓고 마음껏 만지며 놀라고 하는데도 쭈뼛쭈뼛 다가가지 못하던 아이들, 흙놀이를 하면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신나게 노는 게 일이고, 흙장난을 하는 게 일이라는 시구가 마음에 다가온다.

 

동시집이라고 얕보지는 말자. 어른들이 읽어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 바로 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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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4-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나는' 동시라니.제목도 즐겁고요.꼭 읽어보고 싶네요!

하양물감 2008-04-25 08:42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셔도 후회없으실듯해요^^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닐 게이먼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윤진 옮김 / 소금창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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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빠와 금붕어 2마리를 바꿀 생각을 했을까? 이 책 속의 나는,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날 여동생과, 아빠와 함께 집에 있었다. 아빠의 모습은 어떨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시선과 표정은 이 책을 덮을 때까지 알아볼 수 없다. 사실, 아빠의 이미지는, 신문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 이상의 것을 보여줄 게 없다. 우리 아이가, 아빠를 이렇게 묘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평소 아빠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아빠의 이미지일 터이다. 이런 아빠는,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도 없다. '나'는 친구 '나단'이 금붕어를 들고 놀러 온 것을 보고 그 금붕어가 가지고 싶었다. 금붕어와 바꿀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아빠'와 바꾸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아빠'는 없어도 아쉬울 것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쩜 이리도 발찍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단이 원하는 아빠는 헤엄칠 줄 아는 아빠다. 역시 나단에게도 그냥 신문만 보는 아빠는 재미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금붕어보다 헤엄을 더 잘 친다며 금붕어와 바꾸어버렸다.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엄마에게서 야단을 맞고 다시 아빠를 찾으러 가게 되는 나.

 

아빠를 되찾기 위해 나단의 집에 간 '나'는 전기기타와 바꾼 아빠를 찾아 배쉬티의 집으로, 고릴라가면과 바꾼 아빠를 찾기 위해 블링키의 집으로, 토끼와 바꾼 아빠를 찾기 위해 패티집으로, 그리고 토끼장에 갇혀서도 신문만 읽고 있는 아빠를 찾아서 돌아온다. 신문만 읽는 아빠는, 긍붕어보다도, 전기기타보다도, 고릴라가면보다도, 토끼보다도 못한 아빠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결말부분에서 '나'가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길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왜냐면, 나는 아빠를 다른 것들과는 바꿀 생각이 없지만, 사사건건 간섭하고 고자질쟁이인 여동생을 뭔가와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며 끝나기 때문이다.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부모들의 입장에서 말이다. 아이가 이 책을 읽은 후에 똑같은 행동을 할까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이는, 아빠를 금붕어와 바꾸는 대신에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부모는, 아이가 바라보는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뒤돌아보아야한다. 가족이란, 함께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 부대끼고 보듬어주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함으로써 함께 있어서 행복한 가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문에 가려진 얼굴없는 아빠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보어야할 것 같다. 표지 날개를 보면 소금창고의 책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만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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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2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정말 좋지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닐 게이먼의 팬이 되어서는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멋진 징조들], [흑란] 까지 죄다 찾아 읽었답니다. 최근엔 [베오울프]도 읽었구요. 그의 유머를 좋아해요, 전.

위에서 말씀하셨던 부분이요,
"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두고서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느낌의 문장이었지요.) 라는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아, 막 반가운걸요. :)

하양물감 2008-04-24 19:1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번에 이 작가 처음 알았는데요... 책이 제법 많이 나와있군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프랑스 100가지 세계사 1000가지 상식 3
판도라. 김학중 지음, 김정수 그림, 임문영 감수 / 세상모든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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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와인에 대한 책을 읽어서일까? 이번에 읽게 된 100가지 세계사 1000가지 상식 프랑스편이 술술 읽혀졌다. 아이들은 프랑스에 대해서 어떤 것을 알고 있을까? 이 책의 서문에서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나라, 패션의 중심지 파리가 수도인 나라, 와인을 사랑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들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이런 것도 다 아는구나 싶다. 나는 어렸을 때,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그만큼 요즘 아이들의 견문은 넓은듯하다. 따라서 부모인 나도 그에 발맞춰 알아둬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가 함께 읽음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함께 즐기고, 앞으로의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게 될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주는데 목적이 있을 터이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벗어나서!!!)

 

국사에 비해 세계사가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새로운 것,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흥미때문일수도 있겠고, 점점 세계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관심이 증가해서일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는 프랑스의 역사를 비롯하여 세계사적인 굵직한 사건사고들(세계 대전이나 프랑스혁명 같은), 그리고 프랑스의 문화와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다른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다 알터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이 관심가지기 좋은 제목들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마지막 [프랑스, 프랑스 사람, 프랑스 사회]부분이 아닐까?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아스테릭스라는 만화주인공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얼마나 유명한지도 몰랐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다. 이 책을 통해 아스테릭스를 알았는데, 이후에 다른 곳에서 아스테릭스를 발견하고 얼마나 뿌듯했던지...아마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얻은 지식이나 정보를 다른 곳에서 마주쳤을 때 나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프랑스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나라이다. 게다가 국사책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외국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비록 침략으로 인한 등장이지만. 앞으로도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로 계속 만나야 할 나라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프랑스를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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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바튀의 철학 그림책을 4권째 본다. 이번에는, 꼬마아이가 아니라 늑대다. 그런데 이 늑대는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았다. 빨간꼬마늑대는 할머니에게 드릴 오이피클과 고기요리를 들고 길을 나선다. 어디선가 본듯한 광경, 아, <빨간모자>이야기같은걸.

 

그런데, 빨간꼬마늑대는 늑대가 무섭지 않다고 말을 한다. 늑대가 늑대를? 그림 속 빨간꼬마늑대는 심부름을 가다말고 나비를 쫓으며 논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다. 게다가 늑대이야기를 하니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까지 말한다. 이쯤 되면, 빨간꼬마늑대가 늑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따로 읽어도 재미가 있다. 까만꼬마늑대가 <늑대주둥이>처럼 생긴 꽃을 선물하고, 둘이서 <늑대놀이>를 하며 논다. 그렇다. 빨간꼬마늑대도 까만꼬마늑대도 늑대가 아니다. 두 꼬마가 늑대모자를 쓰고 있는 동안 그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왜냐면 그들이 무서워할 존재인 늑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익명의 존재로 살아가기 쉬운(인터넷상에서) 때에 나를 감춘 다른 존재가 된 꼬마늑대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적어도 이 꼬마늑대들은 진짜로 양을 잡아먹거나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늑대모자를 쓰고 있는 동안은 나약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있을 수 있었다. 익명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다른 이들이 나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 안에 감춰져있던 본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억눌렸던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익명의 세계는 어쩌면, 현대인들의 마음에 하나의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이 과해지면, 우리가 신문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이버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속의 꼬마늑대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로서 늑대가 되었고, 또, 그걸 놀이로 승화시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한번쯤 느껴보는 이런 일탈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단, 오늘은 할머니가 드실 음식이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빨간모자>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겠고,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픈지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듯하다. 또한, 아이만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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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을 해낸 남자 이야기를 읽었다. 실비 푸알르베의 글에 에릭바튀가 그림을 보탰다. 에릭바튀의 그림은 항상 키가 작고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더욱 친근감이 생기는 캐릭터다. 이번 이야기 역시 그런 남자가 주인공이다. 체크 무늬 옷을 입고 체크무늬의 모자를 쓴 작은 남자가 큰일을 해냈단다. 어떤 일일까?

 

이 남자가 사는 마을의 사람들은 슬픔에 잠겨 있다. 왜냐하면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보통 오감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 아침, 비가 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자리에 누워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 작은 남자를 떠올렸다.

 

이 남자는 키도 작고 힘도 세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소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오랫동안 길을 걸어 만난 바람에게 휘잉 휘잉 부는 바람 소리를 얻었고, 터벅터벅 걸어 가다 똑똑!똑똑!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도 얻었고, 우르를 쾅쾅 천둥소리도 얻었다. 열심히 걸어서 땅에서 나는 온갖 작은 소리와 몇 가지 큰소리도 얻었다. 그렇게 소리를 찾는 동안 작은 남자의 가방은 점점 가득차기 시작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히히" 작은 남자만 낼 수 있는 작은 소리도 함께 넣은 가방을 집으로 돌아와 풀어놓았다.

 

이 작은 남자가 한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 사람을 위해서 힘든 길도 마다않고 걸어갔던 그 남자, 소리를 하나하나 찾을 때마다 점점 커지던 그의 가방과 더불어 그의 기분도 좋아졌다. 가방을 풀어놓았을 때,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가장 큰 울림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작은 남자의 웃음소리였다. 사람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 그 웃음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소리엿던 것이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하나를 얻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그래서 욕심을 채우다 보면, 기쁨보다는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은 남자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나하나 소리를 찾을 때마다 기쁨이, 즐거움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마음, 그것은 큰맘 먹고 도전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작은 것, (이 작은 남자의 작은 웃음소리를 보라) 바로 그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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