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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나며 -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ㅣ 책읽는 가족 60
최금진 외 지음, 이영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무슨무슨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언제나 만족을 주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타이틀이 독서에 방해가 되곤 했던 것이 사실인셈. 이번에 읽게 된 푸른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지구를 떠나며]를 읽게 된 것은, 최근에 아이를 위한 책을 읽다보니 관심이 생겼기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요즘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 하여도 어른들이 읽어도 많은 생각꺼리를 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기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많은 어린이책들이 외국작가들의 책이라는데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작가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쓴 글을 읽고싶었고, 그 와중에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들 중에도 나는 모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인기작가라 불리는 작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데 대한 미안함도 한몫했다고 할까? 어쨌든, [지구를 떠나며]속에는 수상작가들의 글과 더불어 이전에 수상한 작가들의 글도 포함이 되어있어서 내게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듯하였다.
나는, 이 책 속에서, [책읽어주는 아줌마]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책읽어주는 아줌마는, 책읽어주는 엄마의 역할을 떠올리게 했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좋은 책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책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였다. 출판업계에서는 당연히 잘 팔릴 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책을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기에 정작 책을 읽고 즐거워하거나 감동을 느껴야할 아이들보다 어른들 입맛에 맞는 책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그런 점에서 책읽어주는 아줌마는 여러면에서 생각꺼리가 많았다.
밤마다 창가에 앉아 책읽어주는 아줌마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던 기범이가 반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 책이 무엇인지 알고싶어하게 되고 결국은 그 아줌마, 아니 누나가 쓴 새로운 글이라는 사실에 그 책의 출판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아이들의 힘을 얻어 세상에 빛을 본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책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같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활자에 갇힌 책을 강요하기보다는,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함께 호흡하며 듣는 이야기가 얼마나 가슴에 오래 남는지 떠올려본다. 이야기를 즐기게 된 아이는 스스로 책을 찾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읽어요, 라고 말할 때 그 책은 어떤 책일까? 아마도 공부와 관련된 책이기 쉽다.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에 관심을 갖다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의 세계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으며, 나 역시 책읽어주는 엄마가 되고싶어졌다.
물론, 이 책 속에는, 책읽어주는 아줌마 외에 책 제목이기도 한 [지구를 떠나며]와 [바모 문식이], [할머니의 남자친구], [달리기], [친구] 등과 같은 새로운 수상작들과 [짬뽕, 미키마우스, 그리고], [복실이],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꿈과 희망을 주는 환상적인 동화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거나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많다. 가족간의 문제, 교우관계를 비롯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지나치게 현실주의적인 이야기소재들이 과연 아이들이 원하는 소재일런지, 어른인 내가 바라고 원하는 소재일런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