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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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사는것보다 죽는게 나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서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인생은 수많은 기로 속에서 선택을 하며 살게된다. 그 선택이 나에게는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보낼 수는 있으리라.

시게마츠 기요시의 책은 두번째이다. 두 번 모두 죽음을 테마로 하되 슬프고 맥빠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죽음이라는 테마를 이렇게 경쾌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에게 신뢰가 생겼다고 할까?

어느날, 이제는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나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가즈가, 오디세이 왜건을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은 하시모토씨와 겐타를 만나 자신의 과거로 달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즈가 간 과거에서 죽음을 앞둔 츄우상(가즈의 아버지)을 만나 자신의 과거(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만나기도 하고, 이제는 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아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게 된다. 가즈가 만난 과거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걸어온 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츄우상과 함께 그는 되돌리고 싶은 자신의 과거에 관여해보면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과거는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되고 괴로워하지만, 이 여행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그는 자신의 남은 생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죽음보다는 살아있는 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축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미 죽어버린 하시코토와 겐타의 이야기가 그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후회로 가득찬 삶을 살아온 것을 그들 역시 죽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깨달음을 죽기 전에 느끼게 해주는 임무를 맡아 진행함으로써 그들 부자(父子)의 묵은 감정들도 함께 정리가 되어간다. 특히 겐타의 경우가 그러하다.

책을 읽는 내내 왜 과거를 여행하면서 그 과거를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은 그때의 선택 역시 당사자로서는 최선이었고, 그 결정에 책임이 따르고 있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순간을 다시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선택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의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결정도 지금의 선택도 모두 중요한 일인 것이다. 대신, 내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갈림길에 설 때 좀더 진지하게 내입장과 남의 입장을 두루 헤아리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수밖에...

삶이 지독하게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또하나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인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나 과거의 결정에 손발이 더 묶여버릴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더 나은 앞으로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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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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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는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알려져있고, 읽히고 있다. 그런데 또 이야기보따리를 이윤기님이 풀어놓으셨다. 이젠 그만 읽어도 될텐데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그냥 따라가보기로 하였다.

가끔 텔레비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그리스로마신화를 재미있게 본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도 또다른 형식으로 진행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도 그러하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글솜씨에 따라, 혹은 구성에 따라, 때로는 주제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맛이 있다. 이윤기님의 그리스로마신화는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듣는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한 맛이 난다. 우리것이 아닌데도 우리것처럼 읽힌다.

특히, 헤라클레스를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들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이윤기님의 털털한 말솜씨(^^)도 재미나다. 나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조각상이나 미술품들을 그냥 훑기만 했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조각상들이 유명 조각상들의 모조품(?)이라는 사실도 새롭고, 조악하게 흉내낸 조각상이 한국까지 와서 전시되었다는 사실도 새롭다. 다같은 조각상이 아니구나.

이윤기님은 예술가들에 의해 재창조되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들을 이야기한다. 신화를 재해석한 화가나 조각가들의 작품처럼 이 이야기도 이윤기님에 의해 재탄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전문적인 식견으로 읽고자 하는 책이 아니라 교양으로 읽고자 하는 책으로서는 단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래서 헤라클레스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무지막지하게 힘만 센 놈인가 했더니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놈이었다. 자기자신에게 유난히 엄격했던 헤라클레스, 술때문에 사고도 많이 쳤지만, 그때문에 괴로워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술은, 예나 지금이나 애물단지다. 물론 술김에 한 일이라고 선처를 바랄 수는 없다. 자신이 술에 유독 약하다는 걸 알고도 조심하지 않은 잘못이 있기때문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여, 헤라클레스처럼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오들..

신화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 걸쳐 동기를 제공하고 영감을 준다. 그래서 신화는 계속해서 재탄생한다. 이윤기님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신화총서를 관심있게 읽으시나보다. 두군데서 인용되고 있다. 그것은 역시 세계신화총서가 신화를 재해석하고 재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신화의 내용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세계를 이해하려고한 사람들의 노력이고 시대의 가치를 흡수한 내용이기에 동양의 이야기와도 일견 통하는 구석이 있다.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고 그런거 아닌가, 특별히 특이한 가치가 아닌 이상 비슷한 게 많을것이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더불어 동양의 이야기를 겹쳐놓은것도 읽을만했고 현대 한국화가에 의해 재탄생되고 있는 그림도 소개하고 있어 좋았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보따리는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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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곽재구 지음 / 이가서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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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문학에 있어서 시집이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80년대와 90년대초 정도?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집이 손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왤까?

내가 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시를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 함축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 혹은, 함축적으로 숨기지 않아도 될만큼 국내정세(?)가 나름대로 풀렸다는 것, 그리고, 시적감수성보다는 영화나 텔레비전같은 영상의 힘이 커졌다는 것? 정도???

어쨌든, 나 역시 시집을 사서 읽기가 많이 두려워진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번에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를 읽어보니, 그런 마음을 조금은 다독여줄 시집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 한명의 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를 모았고-알만한 시인들이 모두 등장한다. 교과서 外적인 시인들이. 그리고 곽재구 시인의 설명은, 시 외에 또다른 한편의 에세이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어느 정도 시를 알고 시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않는 책일 수 있겠고, 시를 읽고싶은데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시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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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술기행 - 인간과 예술의 원형을 찾아서
편완식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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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붉은색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는 밝은 느낌의 빨강을 좋아했다면, 요즘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붉은색이 좋다. 뜬금없이 붉은색 타령을 하는 것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기때문이다. 표지에서 보이는 붉은색, 그리고 내가 아프리카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뒤따르는 붉은색의 기운.

아프리카의 미술이라..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아주 원시적인 그림을 상상했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주는 이미지, 미디어를 통해서 바라 본 아프리카의 모습, 항상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만을 보아 온 나였기에 그들의 에술작품조차도 아주 미개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고 아름다운-이라고밖에 형언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풍광과 그 아름다움 속에서 키워낸 에술적 감성, 미술적 표현들은 결코 미개하지 않았다.

삭막한 회색빛 도시만 보고 자란 사람들이 그려내는 음울함 미래상같은 그림들과 달리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그려낸 그림은 희망이 잇고 활기가 있고 역동감이 있었다. 보는 것이 다르니 그리는 것이 어찌 같을까? 비록 재료의 풍부함과 부족함에 차이는 잇을지언정 결코 그들의 감수성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물론,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미술가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무시할 바는 되지 못한다. 사실, 깡통 몇개 쌓아놓고 예술이라 칭하는 이해하지 못한 작품들보다는, 상업화되고 모방된 그림이라 해도 가슴에 따뜻함이 남거나 그도 아니라면 아프리카가 느껴지는 그림이라면 더 낫지 않을까?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하며 두 명의 화가가 그림 그림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림보다 그림설명이 더 중요해진 요즘 작품에 지친 나는, 그림만으로 아프리카가 느껴지는 아프리카 미술에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가보지는 못하지만 책을 통해 그림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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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설레임을,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주는 느낌의 단어이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을 하게 되었을때나 바라고 바라던 것을 하게 되었을 때의 '처음'은 설레임이 동반되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을 대하는 '처음'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처럼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세상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처음 간 아이는 어떤 느낌일까? 집이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 나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공공의 물건, 공공의 장소라는 개념을 터득하게 될까? 보통은 놀이터가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놀이터는 제재를 가하거나 어떤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는 장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처음 사회를 만나고 공공의 물건에 대해 배우게 될 터이다.

우리 주변에서 아이에게 공공의 장소와 규칙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는 좋은 곳이 어디가 있을까? 이럴 때, [도서관]은 너무나 멋진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아이가 책을 자주 접하게 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규칙을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빌리고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대출카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책을 빌려서 읽고 반납하는 과정, 규칙을 어겼을 때의 행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딱딱한 설명문이나, 규칙벽보만으로 알게 되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처음 만든 대출카드, 처음 빌린 책, 처음 반납기일을 어긴 비벌리의 심리상태를 예쁘게 그려놓았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해소시켜준 점이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공공장소에서 지켜야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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