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동화집 재미있다! 세계명작 1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종진 옮김, 이상권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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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독서모임에서 은근히 자주 읽게 되는 작가가 바로 톨스토이이다. 그만큼 대작도 많고, 워낙 유명하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혼자서는 쉽사리 읽으려는 생각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독서모임에서 모처럼 짧지만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는 책을 골랐다.

'톨스토이 동화집'이라고 해서 이 책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하여 11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자녀들이여. 우리는 말로나 혀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 (요한의 첫째 편지 3:17~18)"

구둣방 주인이 농부들에게 받을 돈을 받아서 몇년동안 사려고 벼뤄왔던 모피코트를 사려고 했지만, 겨우 20코페이아밖에 돌려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다 교회 옆에 벌거벗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이 입을 모피코트 하나 제대로 살 수 없고, 아내와 함께 먹을 빵도 넉넉치 않은 세묜은 그 남자를 못 본채 지나치려고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의 아내는 그런 세묜과 남자를 보고 화를 내지만, 결국은 그를 받아들인다.

사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을 돕기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면면을 보면 자신도 그리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없는 사람은 없는 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들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아마도 이 구둣방 주인 부부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나도 가난하고 당장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바로 그들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랑의 이름은 '동정'이기도 하고 '연민'이기도 하고 순수한 '인간애'일 수도 있다. 이름이야 어떻든 톨스토이는 그것을 '사랑'으로 보았다.

구둣방 주인에게서 일을 배우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천사 미하일은 하느님이 낸 문제를 풀어간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어서 사랑으로 살아간다. 다만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모자란 것을 보완한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동화집에 수록된 11편의 이야기에서 교육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이야기로 읽히는 것은 톨스토이가 지닌 문학적 능력 때문일 것이고, 민간 전승되어 살아남은 이야기의 구조와 내용이 보편적인 인간에게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읽히는 맛이 있다.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지만 과하지는 않다. 톨스토이의 대작이 겁난다면 이 동화집으로 친해져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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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음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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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넘어오면서, 엄마의 독서도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의도와 주도로 이끌 수 있었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주도" 혹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시기인 것이다.

나의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와소통하기 위해 청소년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왕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책이면 좋겠다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다 이 시집을 보았다.

마스크 유행(인스타그램1)

마스크 쓰고 학교에 간다

코로나19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마스크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마스크 쓰고 여행을 가고

마스크 쓰고 시험을 보고

마스크 쓰고 극장에 가고

마스크 쓰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마스크 쓴 얼굴보다

초록빛 명찰이 더 잘 보였다

마스크는 얼굴보다 이름을 빛내 주었다

이병일 시집 『처음 가는 마음』 中 「마스크 유행」 전문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을 잘 표현하였다.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 얼굴도 잘 모를 것 같다.

나도, 마스크 쓰고 처음 갔다가 지금까지 단골로 가는 미용실 미용사를

우연히 밖에서 봤는데 못 알아봤다.

사람들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이름으로 기억한다.

누가 그랬더라?

시인은 불명확한 것,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여 언어로 정의 내리는 사람이라고.

모호하고 어려운 시(詩)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오토바이 사고는 시인으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준 듯하다.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간다.

어떻게 보면 가장 우울하고, 가장 어두운 시기를

위트와 밝은 생각으로 헤쳐나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가

어둡고 무거운 자기만의 짐을 잘 부려놓길 원한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씩씩하고, 즐겁게 뛰어나오길 원한다.

"나는 고통에 민감한 소년이고 싶다"(「분홍민달팽기」)거나

"시를 쓰는 흑심고래가 될거다"(「흑심고래를 찾아서」)라거나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검은 털 이야기꾼」)는 그는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뭔가를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모르니까 더 행복한 그곳을 향해 가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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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9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사춘기를 향해가는군요. 전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는 더 이상 같은 책을 읽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냥 저는 원래의 독서로 돌아오고 아이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거나 안읽거나..... ㅎㅎ 그래서 요즘 청소년 소설이나 시집같은것들 본지가 한참 되었네요.

하양물감 2021-12-10 06: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 독서로 돌아온지 꽤 되었어요.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사춘기가 시작하려나봐요. 꽤 늦었죠?
나로서는 30년도 더된 과거라 가물가물해요
 
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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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면서 철학을 만난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부러 외면하게 되긴 하지만 우리 삶의 모든영역에서 '철학'을 만나게 된다. 철학의 과제는 개념 창조에 있다고 말했던 들뢰즈의 말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은 각자의 '개념'을 만들어왔다.

사람은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만큼 세상을 보고,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보는 관점도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러니스트 P.9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자를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내 삶에 사유를 투영하여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처드 로티는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이르러 아이러니스트라고 불렀다. 즉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삶을 버리고 나다운 삶을 위해 결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열 두명의 철학자가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 프리드리히 니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마이클 폴라니, 질 들뢰즈, 움베르트 마투라나, 미셸 푸코, 리처드 로티, 자크 데리다, 조지 레이코프, 브뤼노 라투르가 바로 그들이다. 익숙한 이름도 보이고 낯선 이름도 보인다.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는 방법: 아리스트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몇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다면, 지금은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어느새 우리 삶에 쑥 들어와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해내다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실천적 지혜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신천인지를 숙고하고 이 상황에적절한 대응을 취하는 자세를 말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는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 타인의 아픔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감수성), 이연연상의 상상력, 그리고 현실 구현의 실천력을 말한다. 질문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이 변해야 하고, 공감능력을 키우면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

가장 와 닿았던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의 영향이기도 하다. 언어가 틀에 박히면 생각도 틀에 박힌다.

언어적 해상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상응하는 적확한 단어를 선정해서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휘력이 짧은 사람은 감정 표현에 동원할 수 있는 단어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쓴 글을 봐도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언어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 분야의 책을 편식 없이 읽고 적확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P.117

한국어처럼 의도를 함축적인 언어로 우회해서 표현하는 고맥락 문화에서는 본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드러내서 상대방이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표현이 많다. 그래서 어떤 말이 왜 여기서 사용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의 변화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위깊게 관찰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사고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언어경작이 필요하다.

질 들뢰즈에 의하면 사건은 반복할 때마다 이전과 다른 차이를 드러내며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현상은 낯선 의미, 낯선 기호를 품고 있다. 들뢰즈가 말하는 기호는 나한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모든 현상이다. 낯선 기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가 공부하는 과정은 나한테 다가오는 낯선 기호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기호를 품고 있는 사건은 '아장스망'일 때 발생한다. 아장스망은 기존 사물의 낯선 조합과 우연한 마주침으로 형성된 낯선 환경을 말한다. 전문가일수록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기회보다 깊이 있는 분야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동일성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아장스망을 마주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전공에서 느끼지 못했던 깨움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장스망일 때 가능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적 은유법은 체험해보지 않으면 사유는 멈춘다고 말한다. 레이코프에 의하면 은유를 바꾸면 부정적 사고방식이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바뀌고, 은유가 바뀌지 않으면 사유는 틀에 박힌대로 움직인다. 은유의 핵심은 겉으로 보기에는 닮지 않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닮은 점을 포착해내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방법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거나 기좀 개념에 담긴 나의 신념을 바꿔서 재정의하는 것이다. 비유는 막힌 사유를 뚫어주는 치유라고 한다.(P.343) 나만의 독창적인 비유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을 읽었을뿐인데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인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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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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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 속 명언 320가지,

유독 지친 날,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동화 속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소녀세계명작 같은 전집을 집에 들여놓기가 바쁘게 바깥놀이도 하지 않고 책을 읽어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림책을 읽은 기억은 거의 없고 동화책을 읽은 기억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화는 모두 25편. 그 중에 몇 권을 제외하고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르게 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내 또래 독자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감동을 받거나 마음에 위로를 느끼는 인물의 대사나 작가의 메시지는 독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멋진 문장이나 챙겨야겠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어떤 맥락과 어떤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원작을 찾아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 저자는 좋은 문장이라고 뽑았지만 나는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문장도 당연히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쓰윽 훑어보는 느낌으로 읽어도 괜찮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 책은 E.B.화이트의 '샬롯의 거미줄'이다. 아이들 독서 수업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우정을 쌓은 소중한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보자. 틸틸과 미틸의 이야기로 기억되는 책이지만, 작가의 이름은 낯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벨상을 받은 작가이다).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거지... 앞으로는 우리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어. 그러면 더 고귀하고 고상한 행복들을 만나게 될거야."

J.M.데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랜지나무'를 중학교 2학년 때 읽었다. 무려 35년 전 이야기다. 그때는 여섯 살짜리 제제와 밍기뉴의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면, 지금은 제제와 친구가 되어주었던 뽀루뚜가 아저씨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괴로움을 견디고 기운을 내는 데는 맑은 날이 더 좋잖아요.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씩씩하게 고통을 이겨내는 상상을 하는 건 재미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 건 별로예요." 아, 정말 이런 말은 '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들이 생길 거예요. 항상 골치 아픈 일들은 새롭게 일어나니까요.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이어지죠. 나이를 먹으니 생각할 것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아져요. 뭐가 옳은지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하느라 늘 바빠요.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국 작가가 쓴 동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과 정채봉의 '오세암', 이현의 '푸른사자 와니니', 루리의 '긴긴 밤'이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캐릭터였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 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이 책들을 읽지 못했다면(아마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책도 있을 것) 지금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때의 감성과는 달라진 내게 이 책들도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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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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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책 제목이 묘했다.

'빛나'는 '그림자'가?

'빛나는 그림자'가?

요즘 유행하는 서술형 문장 제목도 아니고, 명사형으로 끝나는 제목도 아니어서 제목이 묘하게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책을 읽게 되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책은 '제목'과 '작가'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짱나라, 짱빛나, 짱나 혹은 짱아라고 불리는 주인공의 이름은 '장빛나라'이다. 5학년이 시작하는 날, 이 학교로 전학을 왔고 지금은 은재, 유리와 함께 학교생활을 나름 즐겁게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셋은 함께 비밀공책을 쓰고 있다. 어느날 '허윤'이라는 전학생이 오고 은재가 '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빛나라는 학교 숙제로 주어진 '태몽'때문에 고민이다. 학교에서는 '태몽, 원하는 직업,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 롤 모델, 찾아본 자료, 인터뷰 내용, 사진' 등을 찾아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는데, 진로탐색을 위한 관심 유발, 실마리 정도로 '태몽'을 선택한 것 같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빛나라;가 태몽때문에 고민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보육원 시절에 만난 언니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빛나라는 보육원에서 살다 지금의 집으로 입양을 온 아이였다.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빛나라를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언니의 트집을 어린아이답지 않은 아량으로 이해하는 빛나라의 태도가 오히려 이방인처럼 보이게 했다고 할까?

이 책이 '입양 가족'의 갈등이나 고민을 '가족'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다. 진로 탐색을 위해 주어진 과제를 '당연히 태몽을 꾸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선생님의 생각이 좀 어이없기는 했지만. 태몽 없이 태어난 아이도 '당연히' 많다. 보육원에서 자라거나 입양되거나 하지 않더라도. 만약 내가 빛나라였다면 '태몽'을 물어볼 수 없어서 짜증내기보다 '태몽'이 없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을텐데. 12살짜리에겐 어려운 일이었을 수도.

전학생 허윤이 빛나라와 은재, 유리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이들끼리의 오해와 화해의 과정을 보여준다. 학교 다닐 때 꼭 세 명이서 붙어다니다가 사달이 나곤 했는데... 어쩜 딱 그대로인지 웃음이 났다. 이럴 때 가운데 낀 한 명이 얼마나 곤란한 상황이 되는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첫 장면부터 등장한 '눈썹이'는 아이들의 관계를 끊었다, 이었다 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맘때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민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 주제가 끼어들긴 했지만 '막장스럽지 않은 내용'으로 잘 버무려졌다. 진로 고민, 친구 문제, 가족 문제가 잘 녹아든 이야기로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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