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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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8년에 출판된 '서재의 마법'의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아서 내용이 개편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보통 리커버 에디션은 커버만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마도 이전 책과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책을 읽다보면 서재 사진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정리된 서재의 모습과 함께 지식을 체계화한 바인더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궁금한 내용은 바인더의 내용인데, 책을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지식을 체계화하여 정리하였다는 것이 대단해 보인다. 나도 책 꽤나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그 책의 내용을 나만의 지식이나 정보로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읽고 또 읽는데 그쳤다. 지금부터라도 정리를 하는 습관을 조금 바꿔볼까? 그런데 이게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지... 조금 망설여지기도 한다.

저자 김미란과 김승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이를 편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는데,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 전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을 강조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하며, 책을 잘 선별하여 읽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p.45)

책은 종류에 따라 활용에 차이가 있지만 일정 량의 독서를 하게 되면 자신만의 기준이 생겨나므로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을 선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런가하면 높이도 필요하다. 체계적인 깊이의 독서가 이루어지면 통찰력이 스며들어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폭'을 넓히는 독서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주제에 대한 체계와 단계 등을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다면 이는 '깊은' 독서이다."(p.46)

"시야에서 시각이 나오고, 시각을 통해 시선 즉 관점이 형성됩니다. 폭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깊이 있는 시각을 만들어내고, 날카로운 시선을 지니게 됩니다. 여기서의 '날카로운' 시선은 비판적 시선이 아니라 지혜로운 시선에 가깝습니다. 시야는 폭이 넓어야 합니다. 이를 독서로 바꾸면 '넓이의 독서'가 되죠.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충분한 분량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주제를 연결시켜 폭을 넓히는 것도 여기에 속합니다. 또는 비슷한 주제라도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지식을 만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같은 주제, 비슷한 주제 이외에 때로는 다른 주제라 할지라도 기꺼이 읽으며 연결의 가능성을 찾는 것 역시 넓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깊은 독서는 폭을 넓히는 작업이 아니라 깊이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충분히 다양한 독서로 폭을 넓히게 되면 지식체계에 대한 깊이가 형성됩니다. 쉽게 말하면 '진로' 분야의 책을 충분히 읽게 되면, 진로 분야에 있어서 어느 정도 체계'를 잡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p.49~50)

저자는 이를 정리하여 1단계는 '넓은 독서, 관심의 폭, 폭넓은 시야', 2단계는 '깊은 독서, 관찰의 깊이, 깊이 있는 시각', 3단계는 '높은 독서, 통찰의 안목, 날카로운 시선'으로 구분한다. 넓은 독서를 통해 충분한 독서를 하게 되면 깊이 독서가 가능하다. 깊이 독서에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주제를 도출한 책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활용할 수 있다. '서재'는 자신의 방향을 점검하고 놓치고 있는 기초를 돌아보고, 준비를 하거나 전략을 확인하며 힘을 얻는 곳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나의 독서 기록을 적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리뷰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나의 리뷰들에는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것을 읽었다고 기록하는데 더 많은 의미를 두었던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만난 많은 친구들 중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나 의미를 자주 꺼내 활용하던 친구가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끄집어낼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간단하게나마 읽은 책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무엇일까? 진정한 독서의 목적은 활용의 목적에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 필요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주도적인 책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독서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독자의 읽는 이유와 저자의 집필 의도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말한다."(p.140)

저자는 책을 읽으며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독서의 목적이 독서의 범위와 수준을 제한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독서의 중요성, 서재의 정리법과 활용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재'는 이제 종이책에 머물지 않는다. 독서체계와 미디어체계를 연동시켜 지식전달자로서 성장한다. 이 책이 서재의 마법을 이야기하면서 '종이책'에 한정했다면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독서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삶의 성장과 변화를 원하는 이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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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 - 지구의 목소리
진저 워즈워스 지음, 황의방 옮김 / 두레아이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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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의미있게 읽었다. 레이첼 카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레이첼 카슨을 깊이 알게 해 준 책이 이 책이다. 2005년에 나온 책이라 편집이나 사진이 좀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내용은 충분히 레이첼 카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해양생물학자이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였던 레이첼 카슨. 일반인에게도 쉽게 과학적 사실과 연구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글로써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재능인 것 같다.

레이첼은 책을 좋아했고 또 그만큼 자연을 좋아했다. 레이첼은 아동잡지에 글을 투고하여 상금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은 글을 쓰는 자신감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열 한살때부터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당돌함까지!! 레이첼의 어머니인 카슨 부인은 똑똑한 딸이 더 교육 받기를 바랐다고 한다. 결국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직업전선에 뛰어들던 당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레이첼은 펜실베니아 여자대학에 입학을 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레이첼은 영어를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때 과학 과목을 이수하면서 생물학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은 전공을 과학으로 바꾸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이라는 분야에 여자인 레이첼이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수석으로 졸업을 하고 해양생물을 연구하게 된다. 그 당시 분위기로 볼 때, 레이첼은 분명히 화제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레이첼은 워싱턴 어업국의 고위 관리에게 자신은 교사가 아니라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자신의 꿈에 관해 명확한 의견을 갖고 있던 그녀는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의해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의 기질과 성향이리라 생각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뚝심 있게 추진하였다.

레이첼은 과학과 시가 결합된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출간한다. 레이첼은 1952년에 필라델피아 지리학협회가 수여하는 헨리G.브라이언트메달을 받았는데 여성으로는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쓰지만, 여성과 최초라는 단어가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첼이 받았다는 것은 그녀의 성과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작가와 과학자로서 모두 성공한 레이첼은,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 가운데 일부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택지나 건축 용지의 난개발이 이어지고, DDT 같은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을 더 많이 사용하다보니 해안과 지구 전체가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여러 해 전부터 살충제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쓴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영향을 세상에 알렸고 이 책을 읽은 국민들의 아우성으로 미국 정부는 1970년에 환경관리국을 신설하게 된다.

레이첼은 살충제의 사용이 금방 중지되지는 않을 거라 알고 있었다. 그는 유언장에서 자연보존을 위한 단체와 해안과 섬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단체에 필요한 돈을 기부했다. 죽어가면서까지도 왜 우리가 지구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리고 움직이는데에 주저함이 없던 그녀였다.

레이첼 카슨의 일생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들과 자연을 대하는 신념에 감동받았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레이첼 카슨의 일생을 다룬 책이 많이 보인다.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녀의 책 [침묵의 봄]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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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5 0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을 보려고 사놓고는 아직 미루고 있어요. 조만간 봐야죠. 과학자로서의 능력도 대단했지만, 그걸 대중에게 알리는 작가로서의 능력도 뛰어났던 레일첼 카슨 존경스러워요. ^^

하양물감 2021-08-15 08: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침묵의 봄을 흐기까지 과학자와 작가로서의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만큼 반향을 일으켰던것 같아요.

scott 2021-09-10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양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금요일 멋진 오후 보내세요 ^ㅅ^

하양물감 2021-09-10 15:51   좋아요 1 | URL
앗. 알려주셔서 확인했네요. scott님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9-1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9-10 20:2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1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하양물감 2021-09-11 14: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렇게 절판이나 오래된 책에 써도 당선이 되는 줄은 몰랐어요. ㅎㅎ
 
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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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작가의 그림책이 한꺼번에 두권이 나왔다. '호라이'와 '호라이 호라이'가 그것이다. 호라이는 초록색 표지인데 글자에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 '호라이호라이'는 이전의 서현 작가의 그림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호라이'보다 '호라이호라이'가 더 서현 작가 책 같다.

작가는 특별부록 호라이 4컷만화<Q&A편>에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호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 마지막에 나온 것이 누구인지, 고양이는 왜 호라이를 쫓아다니는지... 등.



어둠 속에 있던 계란 하나가 껍질 깨고 나온다. 밥 위에 얹혀 있던 호라이는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다며 뛰쳐 나온다. 그러다 까맣고 폭신한 곳에 떨어지는데 고양이다. 여기서 잠깐!! 호라이는 분명 계란 껍질을 머리에 쓰지 않고 뛰어나왔는데, 여기서부터 계란껍데기 모자를 쓰고 달리기 시작한다. 작가의 실수일까???

호라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을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철학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달이었을수도 태양이었을수도 자유로운 우주선이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호라이. 그렇게 호라이는 수많은 지구인의 식탁에서 음식이 되어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던 계란들을 데리고 우주로 날아간다.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우주로 무한대로 확장이 되는 것 같다. 확실히 '호라이'보다 '호라이호라이'가 작가의 스타일에 맞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흔들흔들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알은 어떻게 될 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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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1-09-08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저희 아이도 잼나게 읽었던 책입니다^^<커졌다>에 나왔던 주인공도 작게 나온거 발견했답니다 ㅎ

하양물감 2021-09-08 22:35   좋아요 0 | URL
서현 작가의 눈물바다를 제일 좋아합니다. 다른 책에 나온 캐릭터 찾는 재미도 있지요
 
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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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이다. 제목은 '호라이'. 제목만 듣고서는 무슨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표지를 보고서야 아, '계란프라이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밥상을 앞에 두고 검은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앉아 있는 계란...음, 제목대로 '호라이'라고 불러보자. 호라이가 앉아 있다.



밥 그릇 위에 앉아 있던 계란 프라이가 쌩- 하고 날아가듯이 호라이-하고 날아간다. 그러고보니 이 그림책을 보는 동안 글자들이 마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호라이-하고 날아가거나, 빨랫줄에 널려 있거나 문틈에 끼어 있거나 미용실에서 잘리거나 수도꼭지에서 떨어진다. 콧구멍에서 쑤욱 나오거나 겨드랑이에 슬그머니 숨어있기도 한다. 그림책 속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글자의 크기와 위치를 통해 호라이가 도망다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호라이는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을까? 그림책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계속 쫓아간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글자의 느낌을 잘 살려서 읽어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의 내용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딘가로 열심히 도망가는 호라이를 따라 함께 뛰다보면 어느새 노란색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아이들과 함께 호라이의 마지막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그림책에는 호라이 4컷만화가 들어있다. 호라이에는 <작업과정편>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가 호라이를 그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3권이 아닌 2권으로 끝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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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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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쯤 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번주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왜 배우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역사 그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배우면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 말자고 한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는 학창시절에는 역사를 역사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암기해야 할 어렵고 복잡한 과거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찾아보는 '역사'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나의 삶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p.28)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즐기는 것은, 그 신화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거기에서 따온 모티브가 문학으로, 영화로, 예술로 확장되어 나가는 것에서 더 재미와 의미를 느끼게 된다. 세계의 신화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옛 이야기들도 충분히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더 확장되지 못하고 멈춰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인간이든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점, 그 선택은 때때로 예측 불가능할 만큼 기상천외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 그리고 한 번 선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선택을 한 이상 무를 수 없습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선택한 자의 몫이에요. 그래서 후회는 늘 우리를 따라다닙니다."(p.53)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과거를 살펴볼 수는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남이 아닌 내가 내렸던 결정은 더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앎으로써 그와 비슷한 결정을 다시 내리지 않을 수 있다. 과거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험 문제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세세한 것까지 외워야 하지만, 우리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억지로 외울 필요가 없다.

특히 저자는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에게 역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의도하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누군가의 나쁜 선택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익히 이런 게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된 역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상대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그런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역으로 우리에게 역사적 사고가 필요한 것은 그런 가짜들을 잘 걸러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즉위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선덕여왕은 비전을 세우고 혁신을 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고 1층부터 차례로 일본, 당, 오월, 탐라, 백제, 말갈, 거란, 여진, 고구려의 이름을 넣었다. 그들 나라를 신라의 발 아래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경주 사람들은 매일 황룡사 9층 목탑을 보면서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였던 것이다. 조직이 움직이려면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곳을 향해 함께 가자고 설득을 해야 한다. 저자는 선덕여왕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혁신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반추하게 된다. 비전을 세우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을 배우죠.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중략) 역사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어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과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p.104~105)

저자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 왜 필요한가를 구석 구석 풀어놓고 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철학'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성찰하는 방법으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인사동에서 조선시대 금속활자가 엄청 많이 출토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활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이용해 만든 인쇄기술에 대해서 설왕설래 했던 것을 기억한다. 문화와 기술의 교류가 있었던 곳에서는 다양한 문물이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이용해 인쇄기를 발명한 사람이다. 즉 대량 인쇄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인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절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보면 프레스라는 기계의 원리에서 영감을 얻고, 이미 발명되어 있던 금속활자와 인쇄에 필요한 종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요즘 말하면 융합과학이라고 할까? 인쇄술의 발달은 누구나 책을 읽고 공부하고 사고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정보 공유의 역사에 일어난 두 번의 변혁 중 하나라고 본다. 나머지 하나는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p.146)

며칠 전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립군이 먹은 음식을 다루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봉오동전투하면 홍범도 장군을, 청산리전투하면 김좌진 장군을 떠올리지만 그들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먹고 입고 하는 살림을 한 그녀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 시절의 생활사와 독립군에게 먹였던 음식과 그 음식을 준비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학생들이 이 시기의 역사를 배울 때 외울 게 너무 많아서 역사과목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만약 이 시기에 외울 게 없다면 그 역사는 어떤 역사가 되었겠냐고 반문한다. 독립투쟁단체들의 수많은 항쟁과 투쟁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이 든다. 그동안 철학책도 좀 읽고 나름대로 나의 생각과 삶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두 번 세번 읽을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왜 '역사'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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