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회의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1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발터 트리어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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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문고 레벨2-에리히 캐스트너의 동물회의

레벨2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권장되는 수준입니다.

11번 동물회의 외에 에리히 캐스트너의 다른 책으로는 10번 로테와 루이제, 13번 마법에 걸린 전화기가 있습니다. 페이지수로는 150여 페이지가 되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입니다.

"정말 한심한 인간들이야! 훨씬 더 잘 할수도 있잖아! 물고기처럼 잠수도 하고, 우리처럼 달리기도 하고, 오리처럼 헤엄도 치고, 알프스 산양처럼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독수리처럼 날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런 능력으로 여태까지 해 놓은 일이 대체 뭐가 있어?" (p.10~11)

책의 앞 부분에서 기린 레오폴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게요. 도대체 인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요? 사자 알로이스가 으르렁거리며 말합니다.

"전쟁이지! 지금 전쟁을 하고 있잖아. 게다가 혁명. 게다가 파업, 게다가 굶주림. 게다가 새로운 질병. 내 털이 이렇게 금발만 아니었어도 당장에...."

동물들은 인간들이 동물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쟁, 혁명, 파업 같은 것에 힘을 쏟고 있다며 비판을 합니다. 특히 인간의 아이들이 가장 안됐다고 생각하지요. 우리가 흔히들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이란 걸 가지지요. 아마도 저자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동물들이 인간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에 대해서는 연민과 동정, 그리고 진심으로 안됐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사실은 그 아이가 자라면 그 어른이 되는건데 말이지요.

 

 

인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동물들은 인간들처럼 회의를 하기로 합니다. 회의를 가장 못마땅해하던 동물들이지만, 회의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인간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회의를 통해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해야 하지만 인간들은 회의만 길게 하고 결국은 전쟁이라는 선택을 하고 마는 멍청이들이니까요.

동물들은 제대로 된 회의를 열어 보여줄까요? 어쨌든 4주 후에 동물회의를 열기로 합니다.

 

온갖 동물 대표들이 출동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마구 자극합니다. 동물들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요? 배를 타고 오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오기도 하고, 그리고 날 수 있는 동물은 날아서도 오지요. 북극곰과 북극의 동물들은 오는 동안 빙산이 녹아버리는 아찔한 경험도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곳에 모여드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이들이 무슨 일을 할 지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 속 동물들도 모두 뛰쳐나옵니다. 세상에 그들까지 모두 모일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리고 동물회의장에는 각 지역의 인종을 대표하는 아이들이 한 명씩 참가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에요. 아이들과 동물들이 하나가 되어 인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함께 모였습니다. 왜일까요? 인간들 자신이 그들의 중대한 임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마음으로 주장합니다. 전쟁도, 굶주림도, 혁명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들은 그걸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중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중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p.88-89)

동물들은 그동안 인간들이 여든일곱 번이나 열어 온 회의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장애가 된 것을 극복하라고 요구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과연 인간들은 동물들의 요구를 들어줄까요? 인간의 아이를 위해 회의를 열고 인간들에게 극복 방법을 알려주는 동물 회의를 읽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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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가 된 고양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7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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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 연령이 초등 3학년 이상에 해당하는 시공주니어문고 독서레벨2 미라가 된 고양이이다. 메이블은 베리티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데, 나이가 많다. 베리티의 엄마는 베리티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죽었는데,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니까 베리티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메이블은 밖에 나돌아다니지도 않고 내내 꾸벅꾸벅 졸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집에서는 한번 쯤 겪을법한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 고양이 메이블은 늙어서 잠만 잡니다.


메이블은 다른 친구들 집에 있는 반려동물들처럼 생생하지는 않지만, 베리티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베리티가 워낙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베리티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니, 실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메이블에게 털어놓곤 했다.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 메이블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메이블이 두 번이나 토한 날, 베리티는 메이블에게 화를 냈지만 이내 메이블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찾아다닌다. 가족도 늘 함께 지낼 때는 투닥투닥 싸움을 하다가도 어느 날 집을 떠나 빈 자리가 생기고 나면 그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기도 했어요.

 

베리티가 메이블을 방 안에서 찾았을 때, 안타깝게도 메이블은 이미 죽은 뒤였다. 보통은 고양이들이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서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죽곤 하는데, 메이블은 집 안에서 베리티의 옷을 뒤집어쓰고 있는 채로 죽었다. 우리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들 중 고양이들은 유난히 죽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을 때 메이블이 어딘가에 가서 죽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베리티는 메이블을 발견한 후 미라로 만들게 된다. 베리티는 엄마가 그 축축하고 어두운 땅 속에 있는 게 싫을 거라고 생각했고, 메이블 역시 땅 속에 묻는 것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베리티는 엄마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 먼저 떠난 엄마와 고양이 메이블을 추억하는 방법

 

죽은 메이블을 미라로 만드는 장면은 아이들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은 죽은 고양이를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지만, 죽은 고양이를 만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어쨌든, 죽은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고 배낭 속에 넣어 옷장에 숨겨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죽은 시체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미라가 된 고양이는 발견된다. 베리티의 선생님은 고양이를 미라로 만드는 대신 베리티가 메이블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메이블에 대한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특히 요즘은 워낙 사진도 많이 찍으니까 추억을 함께 나누기에도 좋은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병들거나 늙었다고 길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주로 이런 뉴스를 더 많이 접한다. 뉴스라는 것이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더 많이 전달하는 것 같다. 한 집에서 자기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반려동물은 더 많다. 그들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아이와 함께 한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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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평전
박현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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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마지막 독서는 이 책 '정조평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표지가 무척 마음에 안든다.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면 미안하지만, 절대 손에 들지 않았을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정조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때문이고, 얼마 전 박현모 저자의 '세종처럼'을 읽고 좋았던 기억때문이다. 최근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터이다.
주말 아침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갔다. 이 책은 카페에 들고 가서 읽을만한 소재는 아니지만, 집안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머리말에 보면 정조 시대의 문예 부흥에 대해 국왕 정조의 개혁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의 근본은 인생에 달려 있고, 먹을 것이 풍족해야 교육의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국정의 첫 번째 목표를 경제 개혁으로 정했다고 한다. 또한 정조는 정치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따지는 문제에서 벗어나 온 신민이 다같은 동포이자 한 집안 식구처럼 화합하고 오복을 더불어 누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정조에 대한 평가는 시기별로 달랐다. 적재 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여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가능케 하였으며 정조 자신이 탁월한 학문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인식되었다. 그런가 하면 당파를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는 모습을 통해 정치가로서도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그런가하면 그의 사후에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그간의 정조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미적 감각과 디자인 능력에 대해서도 말한다. 수원 화성이 문화유산으로 선정된데는 정조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조의 생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평생 말안장에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립을 보면서 자랐고, 사도세자의 죽음을 겪었다. 왕이 될 때에도 반대하는 신하들을 보았으며, 즉위한 후에도 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정조는 승마를 즐기고 병법과 무예에 뛰어난 왕이었다. 유약하고 힘이 없는 왕이었다면 그 세월과 풍파를 견디지 못하였을 것이다.

2장에서는 어린 시절의 정조를 이야기한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는 정조는 말도 배우기 전에 문자를 보면 좋아했고, 첫돌 때는 노리갯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책을 펴들고 읽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조를 할아버지인 영조가 엄청 예뻐하였다. "유년기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적 상황을 겪고도 정조가 꿋꿋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봐주고 칭찬해주는 '기댈 언덕'으로서의 할아버지 영조가 있었던 것이다."(p.40) 그리고 정조는 자기 관리에 엄격하였는데, 영조의 세심한 성격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도세자를 보고 자란 정조가 자연스레 터득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조는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우수했을뿐더러 여러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탁월했다. 한마디로 정조는 회복탄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다. 영조가 사도세자 때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정조에게는 칭찬과 격려 중심의 교육을 시행한 것도 효과를 보았다."(p.46)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 '회복탄력성'과 '칭찬과 격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정조의 회복탄력성은 독서 토론에 의해서도 강화되었다고 한다.

4장에서는 규장각과 정조의 지식경영을 다룬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후 제일 먼저 한 것은 기관을 만들고 자료를 제시하고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었다. 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는 초계문신제를 실시했는데 이는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국비로 연구에 매진하게 하는 제도이다. 규장각은 크게 도서의 수집과 편찬, 국왕과의 토론 및 자문, 세자와 초계문신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하였다. 정조에서 경연을 통해 고전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부터 시작해 강의를 마칠 때까지 주도권을 쥐었다. 정조는 강의의 목적을 '말로 인해 의문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은 '그 의문으로 인해 의문을 풀게'하고 마지막으로 그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 '사람의 선심을 감발하게 하는'것이 강의 목적이라고 하였다. 즉 공부 자체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감격하고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조는 신하들을 지나치게 가르치려 하여 신하들이 수동적이게 하고, 창의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5장에서는 정조의 인재경영을 엿볼 수 있다. 정조는 탕평의 의미를 '편당'을 제거하고 남과 나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오직 사람을 보아 어진 이를 등용하고 불초한 사람은 버리겠다는 것을 밝혔다. 분열된 정치를 지양하고 대동단결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정조는 이를 위해 이열치열의 통치방법을 썼는데, 한 당파에서 반역자가 나오면 그를 반대 당파의 반역자와 대비해 다스리고, 한 당파에서 충신이 나오면 반드시 반대당파의 충신과 대비해 표창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책은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우열론의 관점에서 정치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누구의 의견이 보다 우수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당시 신하들이 이러한 정책을 찬성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재 등용의 방식을 통해 사람의 능력을 보고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정치를 하였다.

정조는 달빛의 메타포를 자주 사용하였다. "달빛은 부드러운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달은 어두운 밤 많은 이들의시선을 수렴하는 구심점이다. 사람들은 구름에 가리지 않은 달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직접성이야말로 달빛 메타포의 요체인 것이다. 실제로 정조는 달과 시내 사이에 끼어 있는 구름에 임금과 백성 사이의 간신배 내지는 탐관오리를 비유하곤 했다." (p.191)



 
정조는 인재의 개성과 강점을 발견해 활용하는데 뛰어났다. 이전에 세종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왕 본인의 뛰어난 능력만이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신분과 당색을 뛰어넘어 인재를 발탁하고, 각각의 역량 차이를 인정하여 단점이 아닌 장점,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부각하는 강점경영의 인재쓰기를 한 것이다. 이는 정조 시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쓸 만하다면 당파가 무엇이고 신분이 무엇이건 간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와 정치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한국 정치가 떠올랐다. 정조는 이익을 탐한다 하여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국가를 위하는 것이라면 해롭지 않다고 하였다. 지금의 정치는 개인의 이익만 취하는 듯하여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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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전략 - 전 세계 1% 경영자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
히라이 다카시 지음, 김혜영 옮김 / 다산3.0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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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전략이 없기 때문이며,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해도海圖’를 통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경영에서의 해도는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의 항해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상적인 모습에 이르는 해도를 계속 그려나가는 힘’을 전략력 戰略力이라고 부르며 기업이 전략력을 높여 해도에 담긴 이상적인 모습을 더욱 자세히 그려내고, 그곳에 이르는 길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일본의 상황에 맞게 쓰여진 책이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론과 기업별 적용사례를 통해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보면 된다. 우리 기업에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해도가 잘 작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략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환경 읽기’, ‘이상적인 모습 그리기’, ‘나를 되돌아보기’, ‘길 만들기’ 등 네 가지 측면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최고경영자만이 전략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전략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직원 개개인의 전략력 상승이 결국 기업 자체의 전략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1. 전략의 세 가지 요소는 이상적인 모습, 현실의 올바른 인식, 명확한 전략이다.

2. 전략이란 해도다. 지금 있는 항구에서 목표로 삼아야 할 또다른 항구에 이르는 해도가 없다면, 배는 결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3. 해도란 완성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는 프로세스다.

4. 전략력이란 이상적인 모습에 이르는 해도를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힘이다. 전 직원의 전략력이 높아질 때,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이 책에서는 최근의 경영전략론을 살펴보고 네 가지 개념 '계획, 창발, 표지션, 자원'에 바탕을 둔 전략학파의 내용과 한계를 소개한다. 각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의 계획과 창발, 이러한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간 변화를 따라 동적으로 바라보면서 전략을 이해하려는 움직임, 즉 다이내믹(동적)의 키워드를 추가한다. 이 움직임은 다이내믹하게 스스로 해도를 진화시키고, 그때그때 행동해야 하는 비즈니스 리더의 니즈에도 부합한다.

네 가지 전략학파는 ‘톱다운과 보텀업’, ‘프로세스와 콘텐츠’의 두 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계획 – 엔소프파, 전략 계획 수립을 중시하는 학파

2. 창발 – 민츠버그파, 의도치 않은 행동과 학습 과정에서 생긴 패턴 형성을 중시하는 학파

3. 포지션 – 포터파, 자사를 외부 환경에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를 중시하는 학파

4. 자원 – 바니파, 자사가 보유한 독자적인 경영 자원이 경쟁 우위를 구축할 것이라 믿는 학파

이 책은 케이스연습을 통해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예를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하는 이유가 보여진다.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의 관리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 구성원 모두가 전략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을 때 함께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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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리커버 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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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어서,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다. 이번에 독서동아리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다시 읽다 보니 이렇게 낯설수가. 어쨌든 처음 이 책을 읽었던 그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간극이 꽤 커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자 노인은 광장 한구석, 빨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팝콘 장수를 가리켰다. "저 사람도 어릴 때 떠돌아다니기를 소망했지. 하지만 팝콘 손수레를 하나 사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버는 게 좋겠다고 결심한 모양이야. 좀더 나이가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겠지.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

"저 사람은 차라리 양치기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했어요."

산티아고가 소리 높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사람도 그 생각을 했었다네. 하지만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는 남보기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지. 양치기들은 별을 보며 자야 하지만, 팝콘 장수는 자기 집 지붕 아래 잠들 수 있잖아. 또 사람들도 딸을 양치기보다는 팝콘 장수와 결혼시키려 하지."

노인이 말했다.  

가게 주인의 딸을 떠올린 산티아고의 가슴 한켠이 쓰려왔다. 그녀가 사는 곳에도 팝콘장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노인은 책장을 넘기고는 아주 맛있게 한 페이지를 읽었다. 산티아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 책을 읽고 있는 그에게 노인이 말을 걸어왔던 것처럼.

"왜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거죠?"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포기하려 하고 있어."

p.48~49

작가는 소설의 시작부터 현실에 안주하거나 모험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지적한다. 팝콘 장수도 떠돌아 다니고 싶어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돈을 벌고, 한 곳에 정착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노인은 그 이유를 그것이 남보기에 근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인의 입을 빌어 작가는 팝콘 장수와 같은 삶이 아니라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삶을 요구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산티아고는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겨우 배로 두 시간만 이동하면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가보려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꿈에서 보았던 보물을 찾기 위해 이집트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영국인, 낙타몰이꾼, 크리스탈가게 주인, 파티마, 수도승, 연금술사, 사령관 등을 만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산티아고의 삶처럼 우리가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신화를 찾아 떠나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p.214

자기 앞의 보물, 자기만의 신화, 운명이 가리키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삶을 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모험'을 통해 짜릿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만, 어떤 이는 '펀안함'과 '안락함'이 최고의 행복일 수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은 다양하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났고, 그 보물을 결국은 찾아내었다. 산티아고의 행복은 돈을 다 빼앗기는 일을 두 번, 세 번을 겪고, 목숨을 잃을 뻔하면서 찾아낸 것이다. 사실 나는 그런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작가는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떠나지 않은 삶을 고통스럽다고 표현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기의 신화를 찾아 나선 이들이 모두 산티아고처럼 보물상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현대 사회의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보물상자를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보물상자를 찾기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모두가 보물상자를 가질 수는 없다. 산티아고처럼 떠나는 이가 있다면, 팝콘장수처럼 남아 있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둘은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던 2001년에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열고 희망의 열기가 가득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것만 같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살아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산티아고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날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였다. 지금은 어떤가? 그런 무모한 도전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의 시대가 아닌가. 그 작은 행복마저도 누리기 쉽지 않은 시대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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